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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소재글][노조마키]이상한 나라의 마키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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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67977
  • 2018-06-23 18:14:31






노조마키 소재글임

사실 글 쓸 만한 게 잘 안 떠올라서

부득이하게 패러디 비슷한 형식으로 글 전개 했음;

소재 준 물붕이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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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졸려…”


마키는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좀 더 자고 싶었지만 따스한 봄 햇살이 눈을 찔러와 어쩔 수 없이 눈을 떠야만 했다. 잠에서 깨긴 했지만, 마키는 풀밭에 누워 일어나지 않은 채 따뜻한 봄 햇살을 만끽했다. 그 때 불현듯, 이상한 느낌에 마키는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 여긴 어디지?”


마키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끝없이 이어진 녹색의 풀밭. 드문 드문 보이는 울창하고 커다란 나무들. 그리고 저 지평선까지 뻗어 있는 작은 오솔길. 전혀 본 적이 없는 장소였다.


“난 대체 왜 여기에…”


마키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지금 상황이 조금도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혹시 나,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그래, 아마도 꿈일 거야. 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주변을 다시 둘러보았다. 그때 그녀의 눈 앞을 낯익은 누군가가 급히 뛰어 지나갔다.


“늦었어! 늦었다구!”

“…하나요?”


마키는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 사람, 아니 하나요를 바라보았다. 갈색 섞인 금발 보브컷의 머리, 연 보랏빛의 눈동자. 그것은 하나요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녀는 평소와 다르게 머리에는 토끼귀 머리띠를 쓰고, 턱시도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었다.


“하나요! 어딜 가는 거야?”

“아, 마키쨔…이 아니고, 앨리스. 무슨 일이야? 그리고 난 하나요가 아니라 ‘흰토끼’야.”

“흰토끼…? 앨리스…? 그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야. 그 이상한 옷차림은 또 뭐고. 코토리가 새로운 의상이라도 만들어 준 거야?”

“옷…옷이라고 하면 마키…가 아니고 앨리스도 영 이상한 걸.”

“나? 그게 무슨…어, 어라?!”


마키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는 놀란 목소리를 냈다. 그녀는 하늘색과 하얀색이 어루어진 원피스 드레스 같은 옷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난 분명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이게 대체 무슨…마키는 당황하며 연신 자신의 몸 이곳 저곳을 살펴보았다.


“아무튼, 그럼 난 바쁘니까 이만! 지각이야! 지각이라구!”

“잠깐만! 하나요! 기다려!”


하지만 하나요는 마키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그저 오솔길을 달려 갔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키는 한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도저히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떡하지? 이대로 여기 그냥 있을까? 하지만 마키는 고개를 저었다. 가만히 죽치고 앉아서 기다리는 것은 그녀의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었다.


“좋아…그럼 하나요를 쫓아 가 보자.”


마키는 그렇게 저 앞에서 달려가고 있는 하나요를 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제법 달렸음에도 하나요는 도통 멈출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처음엔 기분 좋던 봄 햇살도 이젠 따뜻하다 못해 뜨겁게 느껴지고 있었다.


“헉…헉…하나요…이렇게 달리기를 잘 했던가?”


마키는 거친 숨을 몰아 쉬며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때 문득, 그녀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 상황…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분명… 마키는 달리면서 머릿속으로 열심히 고민했다. 그리고 드디어 깨달았다.


“이, 이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장면이잖아?!”


마키는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치고 말았다. 자신이 지금 입고 있는 복장, 그리고 하나요의 토끼귀와 정장, 거기에 자신을 흰 토끼라 말하고 마키에게 ‘앨리스’라고 하던 하나요. 영락없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와 똑같았다.


“정말 내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앗!”


잠시 고민하던 사이, 마키는 그만 하나요의 모습을 놓치고 말았다. 이런, 벌써 멀리 뛰어 간 건가? 마키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리 하나요가 평소 보다 빠르다 해도 그 잠깐 사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분명…아마 여기쯤에선…마키는 그렇게 어린 시절 읽었던 책의 내용을 되새겼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녀는 곧 커다란 구멍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요, 여기로 뛰어 든 건가?”


분명 이야기대로라면 흰토끼인 하나요는 이 구멍으로 뛰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키 자신 역시, 이 구멍으로 뛰어 들어야 하고. 마키는 꿀꺽 침을 삼키며 구멍 안을 들여다보았다. 어찌나 깊은지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 책에선 괜찮았으니까.”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결국 마키는 눈을 질끈 감고 구멍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렇게 마키는 한참을 계속 떨어지기만 했다. 시계는 없었지만, 마키는 떨어진 지 적어도 30분은 넘게 지난 것 같다고 확신했다.


“아야! 왜 딱딱한건데?!”


마키는 아픈 엉덩이를 문지르며 허공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분명 책에 나온 대로라면 앨리스는 아주 부드럽게 바닥으로 착지했던 걸로 기억하건만, 조금 이야기와 다른 상황이었다. 뭐, 그나마 그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치고 이 정도로 끝나면 다행인 건가. 마키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 일어섰다.


구멍 바닥은 자그마한 방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 구석에, 밖으로 이어진 듯한 작은 통로가 있었다. 하나요도 저기로 나갔겠지? 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방을 나선 순간 마키는 순간 놀라 두 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이건…”


엄청나게 큰 홀이 눈 앞에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홀 벽에는, 크고 작은 문들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이 중 한 문으로 나갔다는 건데…대체 어느 문으로 나간 거지?”


마키는 당황스러웠다. 저 문을 일일이 다 확인 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그때 마키의 눈에 홀 중앙에 놓인 테이블이 보였다. 마키는 그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 테이블 위에는 작은 열쇠가 있었는데, 열쇠 옆에는 조그마한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홀 입구 반대편,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문이 나가는 곳이야. -흰토끼-]

“하나요도 참…”


마키는 열심히 쪽지를 썼을 하나요를 생각하자 왠지 웃음이 나왔다. 마키는 열쇠를 집어 들고 하나요가 가르쳐준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 문. 왜 이리 작아?”


문은 대략 30cm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문이었다. 아, 그러고보니 이야기에서 앨리스는 몸이 작아지고 나서야 문을 지나갈 수 있었지? 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테이블로 갔다. 짐작대로 테이블 위에는 쿠키와 작은 유리병 하나가 놓여 있었다.


“아마 이야기에선…저 쿠키를 먹고 몸이 커지고…그것에 놀란 앨리스가 엉엉 울어서 커다란 연못이 생겨 버렸지? 그리고 그 물줄기에 휩쓸린 유리병의 약을 마시고 앨리스가 다시 작아지고…물줄기에 휩쓸려 저 문을 빠져나갔고 말이야.”


그나마 미리 내용을 알고 있어서 마키는 앨리스 같은 시행 착오를 겪을 필요는 없었다. 마키는 유리병을 집어 들고 문 앞으로 다가가 그 유리병 속의 약을 마셨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마키의 몸은 작아 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마키는 당황하며 소리쳤다.


“이, 이런 식으로 속이는 게 어딨어! 반대라니! 대체 이게 뭐야?!”


마키는 결국 홀 천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커지고 말았다. 나 참, 이런 식이라면 내용을 알고 있더라도 조심해야 겠는 걸. 마키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조심스럽게 탁자 위의 과자를 집어 들었다. 몸이 커진 지금 과자는 손톱보다 조금 작은 정도였다. 과자가 부서지지 않게 조심하면서, 마키는 과자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몸이 작아져 간신히 문을 빠져나갈 수 있게 되었다.


문 밖을 빠져나가자, 그곳은 다시 드넓은 풀밭이었다. 다만 조금 차이가 있다면, 나무가 훨씬 많이 있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는 것 정도였다. 마키는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여기서 어떻게 하더라…그렇게 고민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톡톡 하고 그녀의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앨리스쨩.”

“어? 아…하나요구나.”

“흰토끼 라니까. 하여튼, 한 가지 전해줄 것이 있어.”


하나요는 그렇게 말하고는 품 속에서 편지 봉투 하나를 꺼내 마키에게 전해주었다. 마키는 엉겁결에 그것을 받아 들고는 하나요에게 물었다.


“이게 뭐야?”

“초대장이야. 여왕의 성으로 초대하는 초대장. 이걸 ‘공작 부인’에게 전해주면 돼.”

“공작 부인? 그건 또 누군데? 그리고 그 전에 설명 좀 해줘. 대체 왜 내가 이상한 나라에…”

“그럼 이만! 난 바빠서 먼저 갈게!”

“잠깐! 기다려! 하나요!”


하지만 하나요는 또 아까처럼 대답도 하지 않고 달려 가 버렸다. 다만 이번엔 정말 빨라서, 말 그대로 눈 앞에서 홀연히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나 참…확실히 이야기대로 라면 이 편지를 공작 부인에게 전해줘야 하긴 하지만…”


마키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야기대로 진행하려 해도, 지금 자신은 공작부인이 누군지, 그리고 그녀가 어디에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때 그녀의 눈에 나무에 걸린 작은 표지판이 보였다.


[공작 부인 집 ->]


“…의외로 이런 건 또 친절하네.”


마키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키는 벽돌로 지어진 2층집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집 정원에서, 에리가 화단에 있는 꽃에 물을 주고 있었다. 마키는 에리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에리…가 아니고, 공작 부인?”

“오, 앨리스 대단한 걸? 날 보자 마자 공작 부인인 걸 알아보다니.”

“아니 그보단…슬슬 대충 이 세계가 이해되기 시작했거든. 그보다, 여기 초대장이야.”


마키는 에리에게 편지를 내밀었다. 에리는 그것을 받아 들고는 봉투를 뜯어 안에 있는 편지지를 읽었다.


“흐음. 여왕으로부터의 초대장이구나. 좋아, 그럼 난 파티장으로 가야 겠다.”


에리는 그렇게 말하며 편지를 품 속으로 집어넣었다. 마키는 그렇게 뒤돌아서려는 에리를 붙잡으며 다급하게 외쳤다.


“나도 같이 가!”


하지만 에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왜?”

“이야기 진행이 안 되거든.”

“…의미를 모르겠네.”


마키는 허탈한 표정으로 에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에리는 그저 싱글싱글 웃으며 마키를 향해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했다.


“어쨌든, 마키는 여기서 나와 함께 가면 안 돼. 마키도 읽어 봤잖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여기서 마키가 바로 여왕의 성으로 가 버리면 이야기가 꼬여 버린다구. 그럼 이만!”


그렇게 말하고 에리는 정말 뒤돌아서 걸어 가 버렸다. 마키는 차마 그 뒤를 따라 가지 못 한 채 멍하니 그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키는 한숨을 포옥 쉬고는, 이내 다시 반대 방향 숲을 향해 걸어 가기 시작했다. 이야기대로라면, 앨리스는 공작 부인 집을 나서서 누군가를 만나서 흰토끼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듣게 됐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리고 마키는 그 만나게 될 ‘누군가’가 어떤 존재인지 감안했을 때, 다음 만나게 될 멤버가 누구인지도 대충 짐작이 갔다.


“안녕 마키쨔…아니, 앨리스! 나는 린…이 아니고 체셔 고양이다냐!”

“역시…”


마키는 눈 앞에서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린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짐작대로 ‘체셔 고양이’는 바로 린이였다. 마키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쓰고 있는 린을 향해 물었다.


“난 하나요…가 아니고 흰토끼를 찾고 싶은데. 어디로 가면 돼?”

“에에, 놀라지 않는 거다냐?”

“…그러기엔 이미 너무 많이 놀랐거든.”

“칫, 재미없다냐.”


린은 투덜거리며 입술을 내밀었다. 하지만 마키는 그걸 못 본체 하며 딱딱한 목소리로 린을 향해 재차 질문했다.


“어쨌든, 어디로 가면 돼?”

“아무 곳으로나 가면 된다냐. 계속 가다 보면, 어디라도 닿게 되는 거다냐.”


린은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 대답에 마키는 자신의 눈썹이 꿈틀 하는 것을 느꼈다. 마키는 린을 찌릿 노려보며 따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삐졌다고 해서 그렇게 막 대답 해도 되는 거야?”


마키의 말에 린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붕붕 내저었다.


“아니 그게 아니다냐! 난 이렇게 말 해야 된다냐! 앨리스도 이 이야기 읽어 봤잖냐!”

“…뭐 그건 그렇지만.”

“결국 이건 다 마키쨔…가 아니고, 앨리스의 질문이 잘못 된거다냐. 어디로 가는 게 아니라, 어떻게 찾느냐고 물어봐야 한다냐. 어디로 가더라도 결국 계속 가다 보면, 지구 한바퀴를 돌아서라도 목적지에는 갈 수 있다냐. 그러니까, 어디가 아니라 어떻게 라고 물어봐야 하는 거다냐.”


린의 말에 마키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흐음, 소리를 내며 고민했다. 그런 마키의 모습에 린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런다냐? 이해가 되지 않는다냐?”

“아니, 이해는 됐어. 다만 이번엔 정말 린이 아니라 체셔 고양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린이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시, 실례다냐!”


린은 마키를 향해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마키는 그런 린을 향해 슬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런 차림으로, 그것도 고양이 귀를 낀 채 화 내 봐야 하나도 안 무섭고 귀엽기만 하거든? 어서 답이나 말 해줘. 난 어떻게 해야 흰 토끼를 찾을 수 있어?”

“귀엽다니…흥. 뭐, 만약 앨리스가 흰토끼를 찾고 싶다면…모자장수와 3월토끼를 찾으면 된다냐. 그 둘이라면 앨리스가 원하는 흰토끼를 찾는데 도움을 줄 거다냐. 그 두 사람은 저 방향으로 가면 찾을 수 있다냐. 엄청 시끌벅적하게 떠들고 있을 테니 바로 찾을 수 있을 거다냐.”


린은 손가락으로 숲 한쪽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키는 그쪽 방향을 확인하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고마워, 린.”

“체셔 고양이라고 했다냐…그럼 난 이만 가 보겠다냐.”


린은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어디론가 가 버렸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마키는 린이 가르쳐준 방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키는 떠들썩한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은 내 생일이 아닌 날~! 오늘은 아무 것도 아닌 날~! 차를 마시며 그 날을 축하해요!”

“…저긴가 보네.”


어디선가 들어본 노래 가사를 들으며 마키는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곳에서, 그녀는 탁자 주위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이 이상한 나라에서 가장 성격에 잘 맞는 캐릭터를 부여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오! 마키쨔…가 아니고 앨리스! 어서 와!”

“…안녕, 호노카, 노조미.”

“응, 마키쨩. 잘 왔데이.”

“어서 와! 그리고 난 호노카가 아니라 ‘3월 토끼’ 야!”


노조미와 호노카는 웃으며 마키를 반겨 주었다. 테이블 한 구석 의자에 앉으며, 마키는 노조미를 향해 말했다.


“뭐 그렇겠지…그리고 노조미는 ‘모자 장수’고. 그렇지?”

“역시 마키쨩은 똑똑하구마.”

“뭐 아까 린에게도 말 했지만, 이미 충분히 익숙해졌거든. 그건 그렇고, 빨리 흰토끼를 찾는 법이나 가르쳐 줘. 어디로 가면 돼?”


마키는 노조미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노조미는 작게 고개를 저으며 마키를 향해 대답했다.


“그건 대답해 줄 수 없데이. 마키쨩, 앨리스 이야기 알지 않나? 모자 장수와 3월토끼는 결국 자기들끼리만 떠들고 놀 뿐, 앨리스에게는 아무 것도 가르쳐 주지 않았데이.”

“…아 맞다. 그랬지. 뭐야, 그럼 내가 여기에 온 의미가 없잖아.”


역시 린,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마키는 그렇게 작은 소리로 투덜거렸다. 노조미는 그런 마키를 향해 싱긋 웃더니 쾌활한 어조로 이야기하며 마키에게 찻잔을 내밀었다..


“대신 마키쨩, 여기서 티타임을 가지며 신나게 놀다 가지 않나. 우리랑 재밌게 놀다 가면, 그걸로 안 되겠나?”

“맞아 맞아! 어차피 조금 놀다 간다고 해서, 큰일 날 것도 아니잖아?”


호노카까지 나서서 노조미와 함께 마키에게 놀다 갈 것을 권유했다. 지금까지 이곳 저곳 다니느라 영 피곤했기에, 마키도 은근히 그 제안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못 이기는 척 권유를 받아들이려던 차 마키는 문득 머릿속으로 한 가지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노조미를 향해 대답했다.


“…아쉽지만 안 속아, 모자장수. 여기서 앨리스는 둘 한테 질렸다는 말을 하면서 권하는 차를 뿌리치고 떠나야 하잖아? 책 마다 다르지만, 그게 사실 차가 아니라 술이었다는 말도 있으니까 말야. 사실 모자장수와 3월토끼는 술에 취해서 그러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지. 그러니까, 난 여기서 놀다 가면 안 돼.”


마키의 말에 노조미와 호노카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부드럽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마키쨩은 똘똘하네. 쉽게 안 넘어 가는구마. 뭐, 그래도 우리도 미성년자고 이건 일단 정말 술이 아니고 차데이. 놀다 가라고는 안 할게. 대신 여기저기 다니느라 목도 마를텐데, 한 잔만 마시고 가래이.”

“맞아 앨리스! 그리고 저 쪽으로 가면, 아마 여왕의 성이 보일 거야. 아니, 아니다! 우리도 앨리스랑 같이 가자, 모자장수!”


호노카는 노조미를 향해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마키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물었다.


“어? 그래도 돼? 원래 앨리스 혼자 가야 하잖아?”

“뭐…조금의 반칙이라고 할까, 어차피 스토리상 모자장수와 3월 토끼도 나중에 여왕의 성에서 등장하니까,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데이. 마키가 우리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것에 대한 상이라고나 할까…”

“그래? 그래주면 나야 고맙지만…”

“그래, 그럼 다 같이 가자!”


호노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마키는 노조미에게서 건내 받은 차 한잔을 마시고, 그렇게 두 사람과 함께 여왕의 성으로 향했다. 그리고 성 근처 화단에서 세 사람은 흰 장미를 파란색으로 칠하고 있는 병사들과 마주쳤다. 그리고 그 병사들은…


“어라? 후미코쨩? 히데코쨩? 미카쨩? 여기서 뭐 해?”


호노카가 놀란 목소리로 병사들을 향해 물었다. 호노카의 말대로 그 세 병사는 정말 호노카의 친구이자 뮤즈의 좋은 조력자 3인방이었다. 그 중 미카가 약간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호노카, 아니 3월 토끼. 난 미카가 아니라 ‘트럼프 병사’야. 나머지 두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렇구나. 뭐 그럴 것 같았지만…그럼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도 ‘여왕의 명령’ 때문이야?”


마키가 미카에게 물었다. 미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손에 든 붓과 페인트 통을 흔들어 보였다.


“응, 맞아 앨리스. 여왕의 명령으로 우린 흰 장미를 여왕의 색인 파란색으로 칠하고 있는 중이야. 우리가 실수로 하얀 장미를 심어 버렸거든.”

“여왕의…”

“색…”

“파란색…?”


마키와 노조미, 호노카 세 사람은 그렇게 말하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설마 그렇다면, 그 여왕의 정체는 바로…! 하지만 세 사람이 채 입을 떼기도 전에, 뒤편에서 커다랗고 늠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요! 하얀 장미라니! 제가 분명 파란 장미를 심으라고 말 했을 텐데요!”


우미는 양 옆에 수많은 병사들을 거느린 채, 장미 앞의 세 병사들을 향해 길길이 뛰며 화를 내고 있었다. 세 사람은 그런 우미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왠지 잘 어울리는 배역인데, 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살짝 웃었다. 하지만 마키의 그 웃음은 곧 당혹스러움으로 인해 지워지고 말았다.


“안 되겠습니다! 목을 치세요!”

“붸, 붸에에에에에에에에?!”

“에에에에에에에에?!”


마키와 호노카는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에 우미가 병사들로부터 고개를 돌리더니, 두 사람을 찌릿 노려보며 말했다.


“뭐죠? 두 사람 다? 무슨 불만이라도 있나요?”

“아니 그래도 우미…가 아니고 여왕님. 아무리 그래도 친구의 목을 치라는 건 좀 심하지 않아…?”

“맞아 맞아! 너무 심해! 우미쨔…가 아니고, 여왕님 너무 엄격하다구! 그 동안 우리가 저 세사람한테 얼마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마키와 호노카는 적극적으로 세 사람을 옹호했다. 하지만 우미는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대꾸했다.


“저는 저 세 분의 목을 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만?”

“…응?”

“제가 치라고 한 건 바로 3월 토끼와 앨리스의 목 입니다!”

“붸에에에에!”

“뭐어어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몰라서 묻나요? 호노, 아니 3월 토끼. 일단 당신은 제가 그렇게 매일 잔소리를 해도 빵을 잔뜩 먹고, 학생회 일을 매일 미뤄두고, 늦잠은 늦잠 대로 자고, 공부도 제대로 안 하고, 맨날 놀 궁리만 하잖아요? 그러니 목을 치는 게 당연합니다!”

“그, 그렇다고 목을 치는 법이 어딨어!”


호노카는 울상을 지으며 항의했지만, 깔끔히 무시당했다. 그리고 호노카에 이어 마키 역시 우미에게 항변했다.


“그럼 난? 난 어째서야? 우미…가 아니고 여왕님?”

“앨리스 당신은…여왕인 저를 모욕 한 죄입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내가 언제 여왕님을…”

“기억 안 나시나요? 1기 5화에서, 앨리스가 제가 고안한 스텝을 꼴사납다고 했었던 것, 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구요!”

“그,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니…”


마키는 한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며 비틀거렸다. 그 광경을 보며 노조미와 호노카는 작은 목소리로 서로 쑥덕거렸다.


“뭐, 우미쨩도 의외로 좀 속이 좁은 면이 있제?”

“응…맞아…”

“그런 고로! 두 사람의 목을 칩니다! 자, 모두들 저 사람을 붙잡으세요!”

“그, 그래도 그 정도로 목을 치는 건 너무 심하잖아!”


마키는 큰 소리로 항의했다. 그러자 우미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 흐음, 하고 고민하더니 잠시 후 마키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렇다면 앨리스, 저와 시합을 합시다. 시합에서 이기면 두 사람의 목숨을 살려주도록 하죠. 어때요? 할 건가요?”


우미의 말에 마키는 잠시 속으로 고민했다. 하지만, 솔직히 더 고민 해 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야기 흐름 상 마키는 여기서 우미와 시합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야기에선 아마…크리켓 시합이었지? 마키는 우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좋아. 하겠어. 그 시합…크리켓 시합이지?”

“아니요? 전 크리켓을 할 줄 모릅니다만?”

“그, 그럼 무슨 시합을 할 건데?”


뜻밖의 상황에 마키는 당황하며 되물었다. 그러자 우미는 굳은 표정으로 마키를 향해 대답했다.


“우리의 시합 종목은 바로…호무만 받아 먹기입니다!”

.

.

.

그렇게 모두가 우미의 지시에 따라 성 안으로 이동했다. 성 안 크리켓 경기장에는 이미 ‘호무만 받아먹기’를 위한 준비가 마쳐져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마키는 그 곳에서 또다시 낯익은 두 사람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안녕 코토리, 니코. 솔직히 둘은…무슨 역할인지 전혀 짐작도 안 가는데?”

“안녕 마키. 그리고 나는 코토리가 아니라 ‘홍학’이야.”

“난 니코가 아니라 ‘대우주 넘버원 고슴도치’고.”


둘의 대답에 마키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코토리는 마키를 향해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원래라면 크리켓 시합에서 홍학을 배트로 쓰고 고슴도치를 공으로 써야 하지만…종목이 호무만 받아먹기로 바뀌어 버리는 바람에 대신 우리가 호무만을 던져 주는 역할을 하게 됐어.”

“그렇게 된 거구나…고생이 많네.”

“자! 잡담은 거기까지! 그럼 홍학이 저에게 호무만을 던져 주시면 되고, 저기 앨리스는 고슴도치가 맡아 주면 됩니다. 아시겠죠?”

“응!”

“알았어.”

“그럼…줄에 맞춰 서 주시고…여기 줄을 넘지 않고 오직 입으로만 받아먹는 겁니다! 총 개수는 20개! 그럼, 시합 개시!”


그리고 우미의 개시 알림과 함께 코토리와 니코가 반대편에 있는 마키와 우미를 향해 호무만을 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 팀의 차이는 너무 극명했다. 코토리는 평범하게 던지는 반면, 우미는 뛰어난 운동 신경으로 간혹 나오는 코토리의 실투를 모조리 받아 내고 있었다. 하지만 마키-니코 의 경우 니코가 영 제대로 던지질 못 하고 있는 상황. 마키는 받아먹으려 해도 호무만이 제대로 날아 오지도 못 하고 바닥에 떨어지기만 했다. 결국 마키는 화를 내고 말았다.


“뭐야! 좀 잘 던져 봐! 바보 니코!”

“잘 하고 있거든! 니가 좀더 입을 길게 뻗어 봐! 그리고 니코가 아니라 고슴도치라고!”


그렇게 두 사람이 티격태격 싸우는 사이, 우미는 착실하게 스코어를 쌓고 있었다. 그렇게 우미는 19개의 호무만을 모두 받아먹고, 이제 마지막 남은 20개째의 호무만을 받아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코토리는 우미를 향해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자, 이제 마지막 호무만이야. 잘 받아, 여왕!”

“알았습니다!”


그렇게 코토리가 던진 호무만은 깔끔한 포물선을 그리며 우미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우미가 그것을 받아먹기 직전, 갑자기 허공에서 린이 모습을 드러내더니 그 호무만을 자기가 덥석 받아먹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 아무도 반응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호무만을 우물거리는 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음, 역시 호무만은 맛있다냐.”

“린…이 아니라 체셔 고양이! 어,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응? 그냥 뭔가 맛있는 냄새가 나길래 와 봤다냐. 그런데 호무만이 막 날아다니고 있었다냐! 그래서 받아 먹은거다냐.”


우미의 물음에 린은 태평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 린의 태도에 잠시 얼이 빠져 있던 우미도 이윽고 정신을 차리고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마지막 남은 호무만…아껴뒀던 호무만…깔끔하게 마지막 호무만을 씹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어째서…”

“헤헤, 맛있었다냐. 그럼 난 다시 관중석으로 가겠다냐!”


그렇게 말하고 린은 정말로 관중석을 향해 뛰어 가 버렸다. 그리고 그 직후, 우미는 고개를 들고는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앨리스의 목을 치세요!”

“왜, 왜 또 어째서 내 목을 치는 거야?! 칠 거면 저 린의 목을 쳐야지!”

“린이 아니라 체셔 고양이다냐!”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이건 억지라고 억지! 내가 잘못 한 것도 아닌데 왜 내 목을 치려고 하는 거야?!”


마키는 억울함 가득 한 목소리로 항변했다. 하지만 우미는 그런 마키의 모습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목을 치라고 외칠 뿐이었다.


“시끄러워요!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요! 목을 치세요!”

“에이 여왕, 아무리 그래도 절차를 지켜야지.”

“그 말이 맞데이.”


갑자기 호노카와 노조미가 나타나 우미를 달래며 말했다. 그러자 코토리와 니코, 그리고 어느새 와 있던 에리와 하나요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재판이네.”

“재판이지.”


그러자 순식간에 호무만 먹기 경기장은 재판정으로 바뀌었다. 마키가 있던 자리는 순식간에 피고석으로 변했다. 그리고 판사는 다름아닌 바로 우미였다. 이거, 정당한 재판 일 리가 없잖아! 마키는 항의하려 했지만, 이미 재판은 시작되어 버리고 말았다. 마키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제발 재판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기 만을 간절히 바랬다.


“피고인은 호무만 먹기 시합에 참여하고 있었지요?”

“아 응…그렇지.”


마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분명 사실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범행 현장에 있던 것이 맞군요.”

“응. 맞아.”


조금 불안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것 역시 사실이었다.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범행 현장에서 호무만을 먹었습니다. 맞지요?”

“어…뭐…시합을 하고 있었으니까…맞아.”


어감이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충분히 맞는 말이었다. 마키는 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말을 줄줄히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말은 마키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현 재판은 시합 중 호무만을 먹은 범인을 찾는 재판입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지금 범행 현장에서, 시합이 벌어지던 그 시간에 호무만을 먹었다고 인정했습니다. 시간, 장소, 행동 그 모든 것이 범행과 일치합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자신의 죄를 지금 인정한 것이 되는군요.”

“아니 아니 아니 잠깐만!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야!”


하지만 마키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우미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우미는 망치를 내려치며 외쳤다.


“사형입니다! 목을 치세요!”

“그러니까 그 결론은 뭔가 이상하다고!”


마키는 우미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 순간, 관중석에 있던 린이 순식간에 마키의 바로 옆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우미를 척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말야, 여왕도 그때 범행현장에서 시합이 벌어지던 시간에 호무만을 먹지 않았다냐? 그럼, 여왕도 범인이다냐!!!”


린의 그 한마디에 재판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병사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도도새, 바다거북, 그리폰, 험프티덤프티, 배심원, 쐐기벌레, 꼬마 빌, 재버워크 등등. 등장하지 않았던 수많은 인물, 동물, 물건 등등이 모두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마치 파도처럼 모든 것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모든 뮤즈 멤버들 역시 함께 그 파도에 휘말렸다.


이제 마키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이리 저리 휩쓸려 다니며, 앨리스가 그랬듯 누군가가 자신을 꿈에서 깨워 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마키는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왠지 모를 찜찜함에, 마키는 휩쓸려 다니는 와중에도 계속 고민했다. 이 상황…뭔가 석연치 않은데…대체…그리고 그 순간, 마키는 커다란 파도가 자신을 덮쳐 오는 것을 보고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

.

.

“…키! 마키! 일어나세요!”


마키는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흔드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그리고 마키는 바로 앞에 우미의 모습이 있는 것을 보곤 그만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붸! 붸에에에에!!! 우미! 목은 치지 말아줘!”

“네, 네에에?! 그,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마키의 비명에 우미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마키는 잠시 상황파악이 되지 않아 그저 멍한 표정으로 있다가, 옆에서 들려오는 린의 웃음 소리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이, 이런, 지금 나, 정말 잠들었던 건가? 마키는 살짝 얼굴을 붉힌 채 우미를 향해 사과했다.


“어…미안 우미. 잠시 꿈을 꿨나 봐.”

“…아뇨 괜찮아요. 다만…대체 무슨 꿈을 꿨길래 제가 마키의 목을 치는 거죠…”

“아…아하하…그러게. 미안, 나도 막상 일어나보니 잘 기억이 안나.”


사실 지금도 꿈의 내용은 머릿속에 생생했지만, 마키는 일부러 적당히 얼버무렸다. 우미야 그렇다쳐도 옆에서 눈을 반짝이는 린을 보니, 꿈 이야기를 했다간 왠지 골치 아파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들 모인 것이 아니라 우미와 린 두 사람만이 부실에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모두의 앞에서 저런 잠꼬대를 했으면, 아마 멤버들의 등쌀에 못 이겨 꿈 이야기를 하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게 마키가 애써 호기심 가득한 린의 시선을 피하고 있을 때, 부실 문이 열리며 에리와 노조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들 안녕!”

“으하암…피곤하구마. 그래, 다들 좋은 하루 보냈나?”

“에리, 노조미 어서 오라냐!”

“노조미, 혹시 피곤한가요?”


우미가 때아닌 하품을 하는 노조미를 향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노조미는 손사레를 치며 우미에게 대답했다.


“아니다. 내 하품 한건 좀 전까지 졸다 와서 그런기다. 에리치의 일이 끝나길 기다리다가 잠깐 졸고 말았데이.”

“그랬군요…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하지만 그 순간, 한가지 생각이 마키의 머릿속을 번쩍 스치고 지나갔다. 졸았다고? 좀 전까지? 잠깐 그럼 설마…그래, 그렇다면 아까 내가 가졌던 의문이나 석연치 않은 점도 다 설명이 돼. 좋아 그럼…나중에 노조미를 따로 불러내서…마키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했다. 그리고 남들에게, 특히 린에게 들키지 않게 조용히 노조미에게 연습 끝나고 따로 만나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렇게 연습이 끝나고, 마키는 노조미와 만나기로 한 근처 공원에 서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노조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키쨩? 왜 나를 따로 보자 한 기가?”

“노조미…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노조미, 아까 낮에 졸았을 때…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꿈을 꿨지?”

“응? 그게 무슨 말이고?”


마키의 물음에 노조미는 짐짓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마키는 그런 노조미의 능구렁이 같은 속내에 한 두번 속은 것이 아니었다. 이럴 땐 더 강하게 밀어 붙여야지. 마키는 그렇게 생각하며 노조미를 향해 확신에 찬 어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속일 생각 마, 나랑 같은 꿈속에 있던 거 맞잖아. 그 꿈에서, 다른 애들은 정말 꿈 속의 존재였지만…노조미는 꿈 속 존재가 아니었어. 마치 나처럼 말야. 내 말이 맞지?”

“으음…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나?”

“그 꿈 속에서 노조미는 한번도 자기 자신을 ‘모자장수’라고 말 한적이 없었어. 내가 멋대로 모자장수로 노조미를 단정 지었을 뿐이지. 그리고 다른 아이들은 날 마키라고 부르려다가도 급히 앨리스라고 고쳐 불렀지만, 노조미만큼은 날 그냥 ‘마키쨩’이라고 불렀어. 거기다가 ‘반칙’이라는 것 까지 언급해가면서, 기존 내용과 달리 날 여왕의 성 까지 데려다 주기까지 했지.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든 꿈 속의 세계에 얽매여 있었는데 말야. 그래서 난 노조미 역시 꿈 속의 존재가 아니라고 확신하게 된 거야.”

“…이런, 들켰구마. 역시 마키는 똑똑하데이.”


노조미는 순순히 사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마키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은 말이다 그거…내가 일부러 꾼 꿈이데이.”

“일부러?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말이다, 사실…”


노조미의 설명은 그러했다. 우연히 ‘상대와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법’이라는, 정체불명의 스피리츄얼한 내용의 책을 구했고, 그 책 내용대로 행동했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가 다름 아닌 마키였다는 것. 꿈 내용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 것도, 바로 자신이 정했다는 것. 바로 그런 내용이었다. 그렇게 말 하고, 노조미는 약간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마키에게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걸 마키쨩한테 말 하지 않은 건 말이다…사실 이거 설마 안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해 본거라서 그렇데이. 설마 정말 될 줄은 몰랐데이. 혹시…내가 먼저 말 해주지 않아서 화났나?”


노조미의 말에 마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오히려 안심했어. 그 꿈…내 착각이 아니었던 거니까. 그리고 한번의 꿈으로 끝날 게 아니라, 이제 그 꿈 속의 기쁨을 함께 공유할 사람이 있다는 게 기뻐. 그리고, 고마워.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체험이었어.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어.”


마키의 말에 노조미는 무척이나 기쁜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노조미는 미소를 지으며 마키를 향해 말했다.


“그렇구마. 그거 다행이데이. 나는 언젠가 또, 마키쨩과 나만 아는…그런 꿈 속의 세계로 가 보고 싶데이.”

“…나도 마찬가지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노조미.”


그렇게 말하며,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었다.


-완-




ㅇㅇ 노조마키인가? 2018.06.23 20:18:07
ㅇㅇ 엘리스마키쨩 카와이잇 2018.06.23 20:18:23
ㄷㅇ 앨리스를 읽어본적이 없어서 그런지 더 새롭네요 - dc App 2018.06.23 20: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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