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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리코]피아노 치던 소녀 -완-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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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66187
  • 2018-06-22 18:05:55





리코 과거 이야기에 대한 썰 듣고

오토노키 시절 리코 친구들과 리코, 그리고 아쿠아 2학년 멤버들이 서로 만나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면서 써본 글임


SID라도 있으면 참고할텐데 그것조차 없어서 리코의 오토노키 친구들은 오직 내 상상으로 만들어 냄 ㅎㅎ;

재밌게들 읽어 줘


오토노키 친구들의 이름은 어딘가에서 적당히 차용해 어레인지 한 거라 익숙할 수도 있음...

완결편임 ㅎㅎ

이제 다음 글 부터는 다시 소재글로...

새벽인데 갤 엄청 불타네 ㄷㄷ


1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860999

2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864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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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달리던 리코는 때마침 청소를 하고 있던 미토 상과 마주쳤다. 미토는 복도를 뛰는 리코의 모습을 보곤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이어이, 리코쨩. 그렇게 복도를 뛰어다니면 안 돼. 바카치카랑 같이 다닌다고 해서 바카치카 처럼 되어 버리면 안 된다고? 좀 전에 리코쨩의 도쿄 친구도 복도를 달리고 있길래 한 소리 하긴 했는데…다른 손님도 있으니 좀 조심해줘.”

“죄송합니다! 그, 혹시 토모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아세요?”

“토모라면 좀 전에 복도를 뛰어간 친구 얘기지? 아까 여관 대문을 나가서는 해변 쪽으로 달려가던데.”

“감사합니다!”

“어이, 리코쨩! 뛰면 안 된다니까!”


미토의 외침을 뒤로 한 채 리코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미토 상에게는 무척 미안한 이야기지만, 지금은 토모를 찾는 것이 더 급했으니까. 토모, 대체 어딜 간 걸까. 이곳 지리도 잘 모를 텐데 말야. 리코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곳에 대해 모르는 토모가 갈 만한 곳은, 오직 한 곳뿐이라는 걸. 좋아, 거기라면 여기서 멀지 않아. 리코는 그 곳을 향해 뛰었다.


치카를 처음으로 만났던 바로 그 부둣가. 리코는 그 끄트머리에서 바다를 향해 서 있는 토모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리코는 그곳을 향해 달려가며 큰 소리로 외쳤다.


“토모!!!”

“아…사쿠라우치상.”


리코의 목소리를 듣고 토모는 천천히 뒤 돌아섰다. 리코는 토모의 앞까지 곧장 달려가서는, 숨을 몰아 쉬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아…하아…저기 토모…그게 있지…”

“죄송해요.”

“…응?”


뜻밖에도 토모가 먼저 리코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채, 토모는 계속해서 사과의 말을 꺼냈다.


“죄송해요, 사쿠라우치상. 멋대로 뛰어나가서 걱정시킨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해요.”

“아, 아니야! 따지고 보면 그건 다 나 때문이잖아? 내가 토모와 모두에게 사실대로 말 하지 않아서…”


아니잖아, 토모. 잘못한 건 나라구. 리코는 다급히 토모를 향해 말을 꺼냈지만, 토모는 그저 좌우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아니에요. 그건 사쿠라우치상의 잘못이 아니에요. 이미 방을 뛰어나오는 순간부터 어느 정도 짐작은 했어요. 사쿠라우치상이 일부러 우리에게 그걸 말 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그냥 단순히…말 할 타이밍을 잡지 못 했던 것뿐이라는 걸 말이죠. 제 말이 맞죠?”

“…응. 하지만…그렇다고 해도 내가 도쿄에 가면서까지 너희들에게 그걸 숨긴 건 사실이니까…”

“설령 그게 사쿠라우치상의 ‘잘못’이라고 해도, 제 행동은 잘못된 게 맞아요. 그 자리에서 그렇게 말도 없이 뛰쳐나온 것은, 오롯이 제 잘못이니까요.”


토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리코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사실 조금 전 까지만 해도 리코는 화 난 토모를 어떻게 달래 줘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화내는 게 아니라 도리어 사과하는 토모를 보자 외려 죄책감이 느껴 지기 시작했다. 토모, 차라리 화를 내 줘. 리코는 마음이 쿡쿡 쑤시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토모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쿠라우치상.”

“응?”

“사쿠라우치상은…이 바다에 뛰어들려고 했던 거군요.”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서는 검은 바닷물만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마치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한 칠흑 같은 바다. 리코는 왠지 살짝 소름이 끼쳤다. 토모 역시 비슷한 생각인지, 살짝 몸을 떨더니 이내 바다에서 눈을 떼었다. 그리고 리코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쿠라우치상. 사실 전 사쿠라우치상이 우리에게 연주회에 대해 말 하지 않은 것 보다 더 궁금한 게 있어요.”

“그게 뭔데…?”

“어째서, 이 바다에 뛰어들려고 했던 거죠? 단순히 기분전환, 이라는 아까의 핑계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아요.”


그렇게 말하며 토모는 리코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치 저 어두운 바다와도 같은, 그런 칠흑 빛의 새까만 눈동자. 왠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그 눈동자를 보자 도저히 거짓말을 해선 안 될 것 같았다. 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토모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바다의 소리가…듣고 싶었어.”

“…바다의 소리? 그거라면…”

“응. 토모도 알지? 내가 연주회에서 치려고 했던 곡 제목이니까.”

“네…기억나요.”


그 일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 토모의 눈은 마치 그렇게 말 해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리코는 그런 토모를 향해 살짝 미소 지으며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그때 연주회에서 건반 하나도 제대로 누르지 못 하고 내려온 이후…난 피아노를 치지 못 하게 되어 버렸어. 그리고 그 뒤로도 계속, 계속해서 난 피아노 앞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 했지. 그리고 결국…모든 것을 그만두고 여기 이 우치우라로 오게 되었고 말야.”


리코는 그렇게 말하며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힘들어지는, 어두운 기억. 그나마 피아노를 다시 칠 수 있게 된 지금에서야 간신히 웃으며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었다.


“그래서 생각한 거야. 만약 정말 ‘바다의 소리’라는 걸 들으면, 나도 다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랬군요…그래서 이 바닷가에 있는 시골 마을로…”

“응. 아, 물론 한적한 곳에 가서 쉬고 싶다는 이유도 있긴 했어. 솔직히 좀 치져 있던 건 사실이니까 말야.”


리코는 그렇게 덧붙였다. 그런 리코를 향해, 토모는 약간 감탄한 말투로 대답했다.


“사쿠라우치상은…정말 대단하네요.”

“응? 내가?”

“네. 저 같으면…아무리 그래도 이 바다에 뛰어든다는 생각 같은 건 절대 못 했을 거에요. 어떻게든 피아노 앞에 달라붙어서, 무의미한 노력을 하며 시간을 보냈겠죠. 사쿠라우치상 처럼 정면으로 문제에 부딪친다는 생각 같은 건…저로선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왠지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토모를 보며, 리코는 다시 가슴이 쿡쿡 쑤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니야, 토모, 그건 오해야. 사실 난 그저…리코는 밀려오는 죄책감에 결국 다시 입을 열고 말았다.


“토모, 아니야. 난…전혀 대단하지 않아. 그냥 겁쟁이일 뿐이야.” 

“사쿠라우치상…?”

“사실 그건 그냥…자포자기에 가까운 도망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네?”

“사실 이것도 최근에서야 겨우 깨달은 거거든. 사실 그때 난…그저 내 문제로부터 도망치고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말야.”


정말 그랬다. 그때 리코는, 바다의 소리를 정말 듣겠다는 일념으로 바다에 뛰어 든 것이 아니었다.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뭘 향해 달려가야 할 지 몰라서.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저, 이렇게 라도 하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어떻게든 결론이 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에서 무작정 바다에 뛰어들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사실 가장 무서웠던 건, 이것이 일시적인 슬럼프가 아니라 자신의 재능이 여기 까지가 아닐까 하는 무서운 현실을 깨닫는 것이었다. 바다의 소리를 듣지 못해서가 아니라, 정말 넘을 수 없는 재능의 벽에 부딪친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그런 절망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자신이 지금 피아노를 연주하지 못하는 건 단지 ‘바다의 소리’를 듣지 못 했기 때문이라는, 그런 뜬구름 잡는 듯한 핑계를 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리코의 혼잣말에 가까운 설명을 들으며, 토모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리코를 지켜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리코는 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토모, 실망했지? 이런 나한테…”

“아니요, 그렇지 않아요. 설령 그랬다 한들…결국 사쿠라우치상은 바다의 소리를 듣고, 다시 피아노를 칠수 있게 된 것 아닌가요?”

“그게 있지, 그것도…바다의 소리를 들어서 칠 수 있게 된 것이 아냐.”

“네?”

“사실 내가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된 건 말이지…바로 치카쨩 덕분이야.”


리코의 말에 토모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었던 듯, 그녀는 리코를 향해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토모의 저런 모습, 왠지 귀엽네. 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토모를 바라보았다.


“치카쨩이라면…타카미상 말인가요?”

“응. 그때 결국 난 치카쨩과 요우쨩의 도움으로 바다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어. 하지만…솔직히 그 뒤에도 난 내 연주에 대해 전혀 확신하지 못 하고 있었거든.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을 수 있을까. 모두에게 내 연주를 들려줄 수 있을까. 여전히 불안하고 두렵기만 했어. 그런데 그때 치카쨩이 나한테 말 해 줬어.”

“어떤 말인가요?”

“사실 별 거 아니었어. 무척 짧고 단순한,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었거든. 그건 바로…포기하면 안돼, 라는 말이였어.”


리코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베란다 너머로 손을 뻗으며, 포기하지 말라고, 간절하게 외치던 치카의 모습을. 절대 잊을 수 없는, 그 날의 기억. 그 날 이후로, 리코는 다시 일어나 앞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당연한 말이, 그때의 나에겐 너무 절실하게 와 닿았어. 그래 맞아, 포기해선 안 돼. 설령 다시 벽에 부딪치고, 무너질지 몰라도 끝까지 해 봐야 한다고. 내가 할 수 있는 데 까지는 달려가야 한다고. 그렇게 생각 하게 됐어. 그러니까 결국 난 그 한마디에…난 구원받을 수 있었던 거야. 그리고 그렇게 스쿨 아이돌 활동을 시작하고…다시 연주회도 가질 수 있었던 거지.”

“그런 것이었군요…”


리코의 이야기를 들은 토모는 납득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아닌 약간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음, 확실히 좀 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나? 리코는 토모를 향해 살짝 웃으며 물었다.


“좀…너무 진부한 이야기였나?”

“아뇨, 딱히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사실 저도, 그런 식으로 누군가로부터 구원을 받은 적이 있거든요.”

“응? 토모가? 대체 누구한테서? 혹시 나츠미? 아니면 치에?”

“…그 두 바보에게서 구원받을 바에야 저 밤바다에 뛰어들어 죽어 버릴 거에요.”

“아하하…그래도 그건 좀…”


리코는 어색하게 웃으며 토모에게 대답했다. 그럼 대체 누구지? 리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토모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토모는 살짝 미소 지으며 리코를 향해 말했다.


“그거…사쿠라우치상이에요.”

“그렇구나. 사쿠라우치상이구나…는 나잖아?!”

“네, 맞아요. 음…기억 안 나시나 봐요?”

“응…미안하지만…”


리코는 뺨을 긁으며 사과했다. 자신이 토모를 구원해 주다니, 좀처럼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 뿐더러, 기억에도 남아 있지 않은 일이었다. 리코의 사과에 토모는 괘의치 않는다는 듯 슬며시 웃으며 리코를 향해 대답했다.


“뭐, 보통 그건 도움받은 쪽이 더 기억에 남는 편이니까요. 딱히 신경 쓰지는 않아요.”

“그래도…그리고 솔직히 내가 토모를 도와주다니, 그런 건 전혀 상상이 안 가는 걸. 토모는 항상 거의 완벽한 사람이었으니까 말야.”

“그때는 1학년 겨울쯤이었어요.”

“응? 그땐 음…그러니까 나와 토모가 잘 이야기하지 않았을 때잖아?”

“후훗…그렇게 돌려 이야기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사실 그것보단, 제가 제 잘난 맛에 사느라 모두를 멀리 하던 때였죠. 그런 재수 없는 아가씨랑 대화하는 건, 아무리 착한 사쿠라우치상이라도 힘든 일이었겠죠.”

“아, 아니 그건 좀…”


리코는 어색한 표정으로 토모를 향해 말을 흐렸다. 그런 리코를 향해 토모는 한번 씨익 웃고는, 다시 아련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그때 일은…지금 생각해도 눈앞에 선하네요…”

.

.

.

1학년 겨울, 토모의 연주회가 있던 날이었다. 그 날은 새벽부터 눈이 펑펑 쏟아져서, 온 도시가 하얗게 눈으로 덮일 정도의 날이었다. 토모는 연주회에 가기 위해 바이올린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시간도 확인할 겸, 토모는 주머니에서 슬쩍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연주회 시작 까지는 아직 여유로웠다. 하지만 토모는 왠지 약간 아쉬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다시 집어넣었다.


‘…저도 참. 어차피 없을 걸 알면서도…’


토모는 포옥 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사실 혹시나 같은 합주부 사람으로부터 ‘토모의 연주회, 기대하고 있어!’같은 메시지가 오지 않았나, 하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었다. 자신은 합주부에서 외톨이였으니까. 물론 자업자득에 가까운 일이었다. 모두를 멀리 한 건 다름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었으니까. 자신의 음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토모는 혼자서 연주하기만 할 뿐, 다른 사람들을 언제나 멀리 해 왔다.



‘이, 이러면 안 돼요! 그런 쓸데없는 고 할 시간에 오늘 연주회에 집중 하는 게 더 중요해요. 저는 오늘, 완벽한 연주를 해야만 하니까요.’


토모는 그렇게 자신을 달래고는, 지하철 역으로 느긋하게 걸어갔다. 눈이 워낙 많이 쌓여서, 자칫하면 넘어져 다치거나 악기가 부서질 위험이 있었다. 그렇게 지하철 개찰구에 도착했을 때, 토모는 익숙한 한 사람과 마주쳤다.


“아…그…마에다상, 안녕?”

“…사쿠라우치상.”


토모는 어색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인사하는 리코를 바라보았다.


“아 그…날씨 참 좋지?”

“…눈이 많이 와서 걸어 다니기도 힘들 정도입니다만?”

“아, 아하하…그런가?”


리코는 어색하게 웃었다. 혹시…설마? 왠지 그 모습이 조금 신경 쓰여, 토모는 리코를 향해 약간 추궁하는 말투로 물었다.


“이런 날에, 이런 이른 시간부터 어딜 그렇게 가시는거죠?”

“아니 사실 그…마에다상의 연주회…보러 가고 싶어서 말야. 응원도 하고…”


리코는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리코의 대답에, 토모는 솔직히 기뻤다. 자신의 연주를 들어주러 온다는데 반갑지 않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메시지가 오지 않았나, 하고 기대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속마음과 달리, 토모는 리코에게 냉담한 말투로 대답 해 버리고 말았다.


“…그런 도움,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을 텐데요. 부담만 될 뿐이에요.”

“아…응…미안. 그래도 그…마에다상의 연주가 너무 듣고 싶어서…”


토모의 단호한 말투에 리코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막상 그 모습을 보니 토모도 영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음대로 하세요.”

“응! 그럼 같이 가자!”

“뭐 같이 가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목적지가 같으니 같이 갈 수밖에 없겠네요.”


토모는 퉁명스러운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려 계단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서둘러 몸을 돌린 이유는, 자꾸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기 위해서였다. 절대로 이런 자신의 감정을 리코에게 들키기 싫었다. 하지만 그때, 뒤에서 리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 마에다상! 잠시 기다려!”

“…또 왜 그러시죠? 전 같이 가는 게 아니라 그냥 어디까지나 방향이 같다고 말씀드렸…”

“아니 그게 아니고…그…연주회장은…저 쪽 방향으로 가는 열차를 타야 하는데…”

“……”


토모는 그 자리에서 잠시 돌처럼 굳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상황을 파악하고는, 애써 덤덤한 표정으로 반대 방향을 향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자신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 이런…전 정말 바보인가요! 정말 창피하네요! 토모는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걸음을 더 빨리 했다. 하지만 슬쩍 곁눈질로 리코가 따라오는 것을 확인하는 그녀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지하철 안에 서 있었다. 왠지 그 분위기가 어색해서 일부러 악보를 꺼내 훑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리코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토모가 슬쩍 곁눈질로 리코를 살필 때마다 그녀는 시종일관 미소 짓는 얼굴로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의 속도 모르고, 정말 태평하시네요. 토모는 들리지 않게 한숨 쉬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리고 그 순간 지하철이 덜컹, 하더니 그대로 그 자리에 멈춰 서고 말았다.


“무슨 일이지…?”

“글쎄요…”


[아 아,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지금 현재 폭설로 인해 상행선 구간이 통제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제설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운행 재개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일정이 시급하신 승객 여러분들을 위해 열차 문을 개방할 것이니, 원하시는 분은 하차해서 걸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뭐라고요?”


토모는 약간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옆에 있던 리코 역시 놀란 표정으로 토모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기, 마에다상. 시간…촉박하지 않아?”


토모는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은 그래도 좀 시간이 남은 상황. 토모는 내심 가슴을 쓸어 내리며 리코를 향해 대답했다.


“아직은 조금 여유가 있어요. 다음 역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탄다면, 충분히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어서 가자.”

“…그러죠.”


어차피 따라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토모는 구태여 ‘사쿠라우치상도 오시게요?’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른 승객들과 함께 다음 역까지 걸어갔다. 하지만…


“버스도…운행을 중단 했다고요?”


그 지하철 역에서, 그들은 승무원에게서 말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버스들도 완전히 운행을 중단했다는 소식이었다. 그 충격적인 소식에 순간 토모는 목숨처럼 귀하게 여기는 바이올린마저 떨어트릴 뻔했다. 리코 역시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택시를 찾았지만, 버스가 운행을 중단할 정도의 상황에 택시 역시 다닐 리가 없었다.


토모는 절망적인 심정이었다. 이대로 가면 무조건 연주회에는 늦을 상황. 그 동안 정말 최선을 다해 준비해 왔던 연주회였건만, 해 보지도 못 하고 끝날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도전하고 실패하는 건 괜찮았다. 더 연습하고 노력한 다음 다시 도전하면 되니까. 하지만 도전조차 하지 못 하고 이렇게 끝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결국 토모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자존심 강한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것, 그것도 옆에 아는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우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그런 것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그저 분함과 슬픔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흘러내린 눈물이 똑, 하고 안고 있던 바이올린 케이스에 떨어졌다. 


“마, 마에다상? 우, 우는 거야?”

“흑…흐흑…”


토모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훌쩍였다. 그때 리코가 훌쩍이는 토모를 향해 굳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마에다상, 뛰자.”

“…네?”

“뛰자고. 연주회장까지, 달려가자.”


혹시 장난치는 건가요? 토모는 그런 생각으로 리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더없이 진지한 그녀의 표정에, 토모는 리코가 절대로 장난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토모는 더듬거리는 말투로 리코에게 대답했다.


“그, 그게 무슨…연주회장까지는 여기서 한참이에요. 뛴다고 해도 늦어버리거나, 운이 좋아도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거에요.”

“그럼 가능성이 있다는 거잖아.”


그렇게 안타까워하는 리코의 얼굴을 보자 오히려 토모는 마음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그래요…이렇게 된 것도 결국 실력이겠죠. 운도 실력이라고 하니까요. 설령…달려간다 한 들 그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을 리가 없겠죠. 만반의 준비를 해도 모자란 상황에, 지친 상태로 연주를 하는 건 관객 분들에게도 실례일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토모는 리코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요. 결국 전 여기까지였던 거에요. 아쉽긴 하지만…다음 기회에…”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집으로 가는 방향을 향해 뒤돌아서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리코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으며 자신을 향해 돌려 세웠다. 뜻밖의 행동에 토모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놀란 토모를 향해 리코는 단호한 표정으로 외쳤다.


“포기하면 안 돼!”

“사, 사쿠라우치상…?”


토모는 처음으로 본 리코의 단호한 표정과 말투에 그저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리코는 토모를 향해 계속해서 또렷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직 늦지 않았어! 달리면 돼! 그럼 공연 시작 전까지 도착할 수 있어!”

“그, 그렇지만…설령 늦지 않는다 해도…달려가서 지친 상태로 완벽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을 지가 없잖아요…”


토모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런 토모의 대답에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리코는 더 단호한 표정으로 토모를 향해 외쳤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잖아!”

“사, 사쿠라우치상…?”

“중요한건 토모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다는 거잖아. 모두의 앞에서, 토모의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거잖아. 아니야?”

“그건…그렇지만…”


리코의 필사적인 설득에 토모는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은 어째서…나한테 이렇게까지…그런 토모의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리코는 약간 부드러워 진 표정으로 토모를 향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됐어. 완벽하지 않아도 돼. 땀투성이인 채로도 상관없어. 정말 중요한 건, 토모가 연주하는 음악이니까. 연주하고 싶고, 들려주고 싶다는 그 마음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 마음을 전하는 게 정말 완벽한 ‘연주’라고 생각해. 그리고 듣는 모두가 그런 토모의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

“사쿠라우치상…”


리코의 말에 토모는 가슴 속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감정이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 맞아요. 전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던 건가요. 전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 했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쉽게 포기하려 하다니…전 대체…토모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좀 전까지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굳은 표정으로 리코를 마주 보았다. 토모의 마음이 정해진 것을 눈치 챈 것일까, 리코는 이제 환하게 웃는 얼굴로 토모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가자.”


리코는 토모의 손을 붙잡으며 말했다. 토모는 다른 손으로 바이올린 케이스를 굳게 쥔 채, 리코를 향해 대답했다.


“…네!”


토모의 대답에 리코는 빙긋 웃고는 토모의 손을 붙잡은 채 앞으로 달려 가기 시작했다. 리코를 따라 달리며, 토모는 달리는 리코의 뒷모습을 향해 속으로 감사 인사를 했다. 정말 고마워요, 사쿠라우치상.


그렇게 두 사람은 연주회장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 그 날 토모는, 모두의 박수 속에 훌륭하게 연주회를 마칠 수 있었다. 그 날 관객 속에서 자신을 향해 박수를 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 보이던 리코의 모습은, 토모에게 있어서 도저히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다.

.

.

.

“…란 일이 있었죠.”


토모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쳤다. 리코는 얼굴이 약간 빨개진 채 토모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맞아, 그런 일이 있었지! 완전히 잊어버리고 있었어! 토모는 그런 리코를 향해 배시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기억 나시는가 보죠?”

“으, 응…났어…그런데 그때 나, 그런 소리를 했었나…?”

“네. 아직도 기억 난답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라던 사쿠라우치상의 목소리를요.”

“아…아하하…왠지…좀 부끄럽네…왠지 잘난 척한 것 같아서…”


리코는 겸연쩍은 기분으로 뺨을 긁었다. 그런 리코를 토모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았다.


“뭐 그 날 이후로 사쿠라우치상과 친구가 될 수 있었으니까요. 저로선 정말 기쁜 일이었답니다.”

“맞아. 그러고보니 그날 이후로 토모가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조금 달라졌었지.”

“네, 그것도 결국 다 사쿠라우치상 덕분이랍니다. 그래서…조금 전엔 솔직히 조금 분했어요. 사쿠라우치상이 절 구원 해 줬으니, 이번엔 제가 사쿠라우치상을 구원해 주고 싶었는데, 하고 말이에요.”


선수를 뺏겨 버렸지 뭐에요. 토모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번 배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리코는 그저 아련한 눈길로 토모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토모…”

“뭐, 그래도 기뻐요. 사실 누가 했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사쿠라우치상이 다시 일어섰다는 것, 바로 그것뿐이니까요. 저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다시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에요.”

“으응…걱정 끼쳐서 미안해…”


리코는 작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토모가 자신을 걱정해 주고 있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자신을 생각해 주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리코는 별 말도 없이, 그저 자신이 힘들다는 이유로 훌쩍 떠나 버린 것이 미안해졌다.


“아니에요. 뭐…이제 언젠가 또 다시 사쿠라우치양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러니까 그 대신이라고는 뭣 하지만…다음에 연주회를 하시면, 절 꼭 불러 주셔야 해요?”

“으, 응! 당연하지!”


리코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토모는 그런 리코를 내심 기쁜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약간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정말 타카미상이나 와타나베상에게는 죄송하게 됐네요…”

“으응, 아니야. 정말 그 둘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을 거야. 오히려, 내가 치카쨩에게 혼났다니깐? 왜 바로 따라가서 토모를 붙잡지 않느냐고 말야.”


리코의 말에 토모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대며, 약간 감탄한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게 정말인가요? 음…진짜 확실히 타카미상은…정말 멋있는 사람이네요.”

“응, 내 소중한 친구니까. 마치…토모처럼.”


리코의 말에 토모는 잠시 놀란 듯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리코 역시 환하게 웃으며 토모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이제 다시 돌아 갈까?”

“네, 그래요.”


그렇게 말하며, 리코는 토모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토모는 미소 지으며 그 손을 꼭 붙잡았다. 비록 짧은 거리였지만, 두 사람은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모두가 기다리는 여관으로 다시 돌아갔다.

.

.

.

“…같은 일이 있었거든.”

“아…”

“토모상…그런…”


리코와 토모가 나가고 난 후, 네 사람만 남은 방에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나츠는 진지한 표정으로, 치카와 요우를 향해 토모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고 있었다. 이야기가 거의 끝났을 무렵 치에가 못내 불안한 표정으로 나츠에게 말했다.


“그런데…이거 이렇게 막 말 해도 돼? 나츠?”

“어쩔 수 없잖아. 이게 다 토모가 멋대로 나가 버렸기 때문이라구. 혹시라도 아쿠아 친구들이 토모에 대해 오해라도 할 까봐 난 눈물을 머금고 토모를 위한 변명을 해 줬을 뿐이야.”

“그런 것 치곤 너무 신나게 이야기하던데…”


치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토모가 알면 나중에 분명 호되게 경을 칠 거야, 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편 나츠의 이야기를 들은 치카는 손을 턱에 가져다 댄 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토모상…리코쨩의 연주를 정말 좋아했구나…”

“응, 그러니까 말야. 아까도 이야기했지만…’제가 더 빛날수록, 사쿠라우치상이 더 힘들어 져요! 전 그러니까 음악을 그만 둘 거에요!’라고 울면서 이야기할 땐 정말…진땀 뺐다구.”

“리코는 리코대로 힘들어 하지…토모는 토모대로 혼자 낑낑대고 있지…아주 중간에서 죽을 맛이었어.”


치에는 나츠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과 달리, 치카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래도 다행이야.”

“응? 치카쨩? 뭐가?”

“그만큼, 토모상이 리코쨩을 좋아한다는 거잖아? 리코가 연주를 하지 못 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자기까지 연주를 그만 둘 정도로 리코쨩과 리코쨩의 연주를 좋아한다는 거고. 그렇다면, 아까 그렇게 나가 버린 것도 이해가 가서 말야.”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리고 그런 만큼 아마…오해가 풀리면 더 좋은 사이로 돌아오겠지. 응, 꼭 그럴 거야.”


치카는 그렇게 확신하는 말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치카와 달리, 나츠와 치에 두 사람은 못내 불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다…토모 저 녀석 저래 보여도 의외로 밴댕이 소갈딱지라서…계속 꿍 해 있을 지도…”

“응응. 확실히 토모가 의외로 속이 좁지. 아가씨인 주제에 속이 좁지.”

“…누가 밴댕이 소갈딱지에 속이 좁다고요?”

“히, 히이이이이익!”

“나, 나왔다!”


갑자기 나타난 토모의 모습에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며 기겁했다. 토모는 두 사람을 찌릿 하고 노려보며 말했다.


“두 분…제가 없는 사이에 타카미상과 와타나베 상에게 혹시 제 뒷담이라도 하신 건가요?”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맞아! 절대 안 그랬어!”

“흐응…”


토모의 의심스러운 눈초리 앞에서 두 사람은 등으로 비지땀을 죽죽 흘렸다. 다행히 토모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은 들리지 않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토모는 그런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치카와 요우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타카미상, 와타나베상. 정말 죄송합니다. 즐거운 분위기를 깨고 멋대로 행동한 것에 대해 사과드릴게요. 정말 죄송해요.”

“아, 아니야! 뭐…다 각자 사정이 있는 법이니까!”

“맞아 맞아! 우린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괜찮으니까.”

“음 그래서…토모상은 리코쨩과 화해한 거야?”


치카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토모에게 물었다. 사실 토모의 뒤에서 방긋 미소 짓는 리코를 보고 이미 어느 정도 일이 잘 풀렸다는 걸 짐작하긴 했지만. 토모는 치카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네, 사쿠라우치상이 잘 이해해 주신 덕분에 잘 풀렸답니다. 걱정해 주신 두 분 덕분이에요.”

“에이 우리가 한게 뭐 있다고…”


토모에 말에 치카는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히며 뒷통수를 긁었다. 요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치카의 말에 동의했다.


“맞아 맞아. 다 두 사람이 서로 잘 이해해 준 덕분이지. 그럼 이제 다 잘 풀린 거지? 그럼 다시 놀자!”

“오 좋아! 그럼 이번엔 리코쨩의 작명 센스에 대해서 이야기 해 줄게!”

“좋아! 그거 재밌겠다!”


치카의 말에 나츠가 반색을 하며 외쳤다. 치에 역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치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리코 혼자만 얼굴이 사색이 되서는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으며 치카를 향해 다가갔다.


“그, 그건 말 하지 마아! 절대 안 된다구!”

“아앗! 요우쨩! 리코쨩을 붙잡아!”

“요소로~!”


요우가 신이 나서 리코에게 달려들어 붙잡았다. 리코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며 애타는 목소리로 토모를 불렀다.


“토모! 도와줘! 좀 말려 줘!”

“나츠상, 치에상.”

“넵!”


토모의 부름에 지은 죄가 있는 두 사람은 즉각 대답했다. 역시 토모, 날 도와주려는 거구나. 리코는 다행이라는 눈으로 토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씨익 웃는 토모의 얼굴을 본 순간, 리코는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토모는 나츠와 치에 두 사람을 향해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쿠라우치상을 붙잡으세요! 놓지는 순간 아까 일을 다시 추궁할 거니까요!”

“오, 오케이!”

“알았어!”

“토, 토모오오오오오!!!”


결국 늦은 시간까지 리코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리코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섯 사람은 오랫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리코는 아주 잠깐이지만, ‘화해…하지 말 걸 그랬나…’하고 후회했다고…

.

.

.

다음 날 아침, 드디어 세 사람이 다시 도쿄로 떠날 시간이 돌아왔다. 모두가 배웅을 위해 누마즈역까지 함께 나가기로 했다. 열차가 도착하기 전, 여섯 사람은 각자 인사를 나누었다. 그때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일행 뒤에 조용히 서 있던 토모가 앞으로 나서더니, 치카를 향해 조심스러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저기, 타카미상?”

“응? 왜?”

“저기 그…이런 말씀…조금 실례일지도 모르지만…그…부디, 사쿠라우치상을 잘 부탁드릴게요.”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치카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런 토모에게 치카는 얼굴 가득 환하게 미소 지으며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걱정하지 마! 우리 아쿠아는 꼭 다 함께 반짝반짝 빛날 거니까! 그러니까, 토모상이 다시 울 일은 절대 없을 거야!”


분명 아주 훈훈하고 예쁜, 치카 다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나온 순간 여섯 사람의 사이에 쩍, 하고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자기가 무슨 짓을 한 지도 모르고 그저 싱글벙글 웃고 있는 치카를 향해, 토모는 부들부들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저기…타카미상?”

“응? 왜 그래, 토모상?”

“제가 울다니…대체 그게 무슨…?”


토모의 말에 순간 치카는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고는, 이내 뒷머리를 긁적이며 겸연쩍은 말투로 대답했다.


“아차…헤헤…”

“…설마.”


치카의 말에 토모는 그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토모는 그녀의 뒤에서 치카를 향해 필사적으로 손으로 x 자를 그리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했다. 토모는 온 몸으로 분노를 뿜어내며 떨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다, 당신들! 설마…제가 없는 사이에 타카미상과 와타나베상에게 쓸데없는 이야기를…!”

“그, 그런 적 없어! 오해야! 오해라구!”

“마, 맞아! 난 절대 이야기 안 했어! 나츠가 자기 멋대로 이야기했을 뿐이라구!”

“야 치에! 너 임마!”

“다들 조용히 해요! 당신들, 오늘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미, 미안해!”

“자, 잘못했어어어어!!!”

“거기 서요!!!”


두 사람은 도망쳤지만, 결국 분노한 토모에 의해 잡혀 분노의 헤드락을 당해야 했다. 나츠가 ‘토모, 너 원래 이런 캐릭터 아니었잖아!?’라고 하며 항의했지만, ‘사람은 언제나 발전해야 하는 법입니다.’라는 토모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속절없이 당해야만 했다. 그렇게 뻗어버린 두 사람을 치카와 요우 두 사람에게 맡기고, 토모는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리코에게 다가왔다.


“하여튼…마지막까지 정말 다들 애 먹인다니까요…”

“뭐…그래서 더 좋지 않아?”

“…부정은 하지 않을 게요.”


토모의 말에 리코는 왠지 미소가 지어졌다. 흐뭇함이 담긴 미소를 지으며, 리코는 토모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토모,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변했네.”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그리고…그건 피차 마찬가지잖아요?”

“뭐 그렇네.”


그렇게 말하고, 두 사람은 마주 본 채 까르르 웃었다. 그리고 역 방송으로, 세 사람이 타고 갈 도쿄 행 열차가 역으로 다가온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토모는 미소 지으며 리코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럼, 이만 갈게요. 부디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잘 지내시길.”

“응, 토모도 잘 지내…”

“…리코상.”


순간 토모의 말에 리코는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설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하지만 앞에서 씨익 웃고 있는 토모를 보고, 리코는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리코는 토모를 향해 기운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응!”

“그럼…또 만나요.”


-완-



Ha_Sugu 문학추 2018.06.22 18:07:32
ㅇㅇ 치져>>지쳐 / 개추 211.250.*.* 2018.06.22 18:16:42
ㅎㅅㄷ 수고하셨슴다 2018.06.22 22:16:42
ㅇㅇ 재밋서요 211.217.*.* 2018.06.23 15: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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