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제 목
일반 [물갤문학][리코]피아노 치던 소녀 -2-
글쓴이
ellin
추천
14
댓글
4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64226
  • 2018-06-21 16:49:04




리코 과거 이야기에 대한 썰 듣고

오토노키 시절 리코 친구들과 리코, 그리고 아쿠아 2학년 멤버들이 서로 만나면 어떨까

하고 상상하면서 써본 글임


SID라도 있으면 참고할텐데 그것조차 없어서 리코의 오토노키 친구들은 오직 내 상상으로 만들어 냈음 ㅎㅎ;

재밌게들 읽어 줘

소재글은 곧 써서 올릴게


오토노키 친구들의 이름은 어딘가에서 적당히 차용해 어레인지 한 거라 익숙할 수도 있음...

다음 편 완결 예정


1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860999


-------------------------------------------------------------------------------------


요우의 말에 리코는 정신이 퍼뜩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 그러고보니 정말 날 빼면 이 아이들은 서로 완전히 모르는 사이였지. 리코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서로를 소개 해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음. 그래. 일단 이쪽은 내 학교 친구이자 같은 스쿨 아이돌을 하고 있는 타카미 치카와 와타나베 요우야. 뭐…이미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일단 그래도 소개는 소개니까. 그리고 이쪽은 마에다 토모, 타나카 나츠, 무라카미 치에 야. 셋 모두 오토노키에서는 나와 함께 합주부에 속해 있었어. 일단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같은 고등학교 2학년이고 음…이 정도면 됐나?”


리코는 그렇게 짤막한 소개를 끝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납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 짓고 있었다. 다만 약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치에였다.


“왜 그래 치에? 뭐 잘못 되기라도 했어?”


리코는 조심스레 치에에게 물었다. 그러자 치에는 살짝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끄덕이며 리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응. 소개라는 건 원래 연장자에게 연하자를, 혹은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낮은 사람을 먼저 소개하는 거잖아?”

“뭐 그렇지…”

“그렇다면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을 스쿨 아이돌인 아쿠아에게 먼저 소개해야 순서에 맞…”


하지만 치에의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츠의 꿀밤이 먼저 치에의 이마에 꽂혔다. 나츠는 치에를 쥐어박으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얌마! 그런 말 하면 오히려 아쿠아 분들이 더 부담 느끼잖냐! 생각 좀 해 이 멍청아!”

“아얏! 아! 아프다고! 왜 때리고 그래!”

“맞을 짓을 했으니 때리지!”

“히잉…”


치에는 울상을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녀의 편은 아무도 없었다. 리코는 세상 한심하고 창피하다는 표정, 토모는 아예 무시한 채 주스만 마시고 있었고 치카와 요우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치에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얌전히 입을 다물어야 했다. 결국 요우가 나서서 오토노키 학생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 우리가 스쿨 아이돌이긴 하지만…그 전에 일단 다들 리코의 친구로서 만난 거니까 편하게 대했으면 좋겠어. 치카쨩도 그렇게 생각하지?”

“응. 맞아맞아. 리코쨩의 친구는 우리 친구나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여기까지 초대 한 거야. 그러니까 다들 친구라구!”


치카는 요우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토모가 부드럽게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대답했다.


“네, 알았어요 와타나베 상, 타카미 상. 그럼 친구로서 서로 편하게 대하기로 해요. 그게 사쿠라우치상을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되고요.”

“토모…말하는 내용과 행동이 전혀 맞지 않아…”


나츠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그에 리코가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나름의 해명을 해 주었다.


“아하하…이건 토모의 습관이라 어쩔 수 없잖아. 치카쨩, 요우쨩, 토모는 음…굳이 따지자면 약간 다이아상 같은 타입이거든. 그래서 존댓말을 하는 거니까 딱히 거리감을 느끼거나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아, 응. 무슨 말인지 이해했어.”

“응응. 그렇구나. 다이아상 같은 사람이구나.”


리코의 적절한 비유와 설명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설명이 나츠에겐 좀 다르게 느껴졌던 모양이다. 나츠는 히죽히죽 웃으며 토모를 돌아보곤 입을 열었다.


“이야. 역시 그나저나 리코는 대단하네. 예전엔 나서서 설명하기 보다는 뒤로 물러서서 지켜보는 타입이었잖아? 하지만 스쿨 아이돌이 되고 나서는 확실히 좀 변했네. 거기다 역시 스쿨 아이돌, 비교하는 대상도 스쿨 아이돌이고. 정말 대단한 친구를 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는데?”

“그치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아…친구 잘 둔 덕에 아쿠아 분들과 친구가 되고…이런 영광은 없지. 응응.”

“일단 사인받아 두자. 나중에 그거 비싸게 팔릴 지도 모르잖아.”

“좋아 좋아. 그런 의미에서 리코, 사인 10장만 해줄래?”


두 사람은 히죽거리며 서로 장단을 맞췄다. 딱 봐도 일부러 리코를 놀리기 위한 게 뻔해 보여서 치카와 요우도 웃으며 두 사람의 꽁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놀림당하는 입장은 다른 법. 리코는 부들부들 떨며 두 사람을 향해 주먹을 들어 올려 보였다.


“아아, 정말! 좀 조용히 해! 나츠미! 토모! 부끄럽다구! 정말…나중에 두고 봐!”

“에, 에엣?!”

“리코?!”

“앗…”


리코는 손으로 입을 감싸 쥐었다. 나츠와 치에는 물론이고, 토모도 놀란 토끼 눈을 뜬 채 리코를바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 예전 학교 친구들 앞에선 이런 모습 보인 적 없었지? 어떡해, 예의 없다고 생각이라도 하면…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경솔함을 후회했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사과의 말을 꺼냈다.


“그 저기 나츠미? 치에…? 이건 화 낸 게 아니라…그…”

“리코…귀엽고 멋져.”

“어…?”

“음 리코. 성장했구나.”

“어어?”


리코는 당황하며 친구들의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리코의 생각과 달리 세 사람은 흐뭇함 섞인 미소를 지으며 리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츠는 그 표정 그대로 치카를 돌아보며 물었다.


“여기선 항상 이래?”

“뭐 항상은 아니지만…주로 나 아니면 우리 아쿠아 멤버 중 하나인 요시코쨩한테는 자주 저러는 편이야. 난 그래서 도쿄 사람들은 다 저렇게 예쁜 얼굴로 무섭게 화 내는 줄만 알았어.”

“아이고…오히려 난 도쿄 사람들은 너무 얌전하고 새침떼기 일 거라는 오해를 사고 있을 줄 알았더니. 완전 반대네 반대.”


치카와 나츠는 그런 대화를 나누며 서로 히죽거렸다. 이런, 치카쨩이 두 명, 아니 나츠가 두 명이 돼 버린 건가? 왜 이렇게 두 사람 죽이 잘 맞는 거야. 리코는 왠지 지끈거리기 시작한 머리를 부여잡으며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오, 오해 살 소리 하지 마 치카쨩! 그건 치카쨩이 엉뚱한 짓을 하거나 가사를 제때 안 써올때만 그런 거잖아!”

“에헤헤헤.”

“그렇구나. 음…아니 뭐 치카가 설령 리코 말대로 가사를 잘 써오지 않아서 화를 내는 거라 해도 말이지…리코가 변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해.”

“아니 그러니까 나츠미…그건…”


리코는 어떻게든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좀 전과 달리 진지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나츠를 보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뭐라고 하려는 게 아니야. 오히려 잘 된 거라고 생각하니까.”

“나츠…?”

“전에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항상 참고, 먼저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려고만 했잖아? 오히려 그래서 배려 보다는…약간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하나…꺼린다고 해야 하나…아니면 우리로 부터 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뭐 그런 느낌이 들기도 했었거든. 하지만 좀 안심했어. 리코도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되었구나, 하고 말야.”

“나츠…”


나츠의 진지한 말에 리코는 가슴이 떨려 오는 것을 느꼈다. 이런 때 저런 말을 꺼내다니 왠지 비겁하잖아. 리코는 왠지 살짝 눈물이 날 것 같아, 리코는 애써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감정을 가다듬었다. 그때 치에가 음음, 하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더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 치에도? 다들 기대에 찬 눈빛으로 치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말은 따뜻한 분위기를 와장창 깨트려버리고 말았다.


“맞아 맞아. 난 솔직히 살짝 두근거렸다구. 리코가 저런 박력이라니…하마터면 요우 오시에서 리코 오시가 될 뻔했어.”

“넌 좀 임마! 분위기 좀 깨지 말라고 했지! 아까 부터 정말 왜 이래?!”

“꺄, 꺄악! 아파! 나츠! 아프다고! 꺄악!”


치에는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요청 했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치에를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외려 이젠 치카와 요우 마저 약간 질렸다는 눈빛으로 치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왠지 리코는 기분이 좋아져서, 결국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푸, 푸흡…푸흐흐흡!”

“큽…크흐흐흡! 아하하하하!”

“치, 치에…미안한데 얼굴이 너무 웃겨! 푸하하핫!”

“치, 치카쨩…이제 막 알게 된 친구한테 그건 너무한 말…푸흐흡!”

“뭐야, 요우쨩도 웃으면서…! 아하하하하!”


결국 치에를 제외한 모두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리코는 크게 웃으며 얼굴 가득 환하게 미소 지었다. 정말, 괜히 걱정 했잖아. 친구들…초대하길 잘 했어. 리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정말 행복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입을 가리고 쿡쿡 웃는 토모에게서 리코가 눈을 돌린 순간, 어두운 표정을 짓는 토모의 모습을 미처 볼 수 없었다.

.

.

.

그 뒤로도 계속해서 대화가 오갔다. 이제 어느 정도 어색한 분위기도 풀려서, 여섯 사람은 그야 말로 거리낌 없이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물론 대화의 주제 중 상당수가 리코에 대한 것임은 변화가 없어서, 치카나 나츠가 칭찬을 빙자한 놀림을 하고, 리코가 화내고, 치에가 엉뚱한 말을 하고, 응징당하고, 하는 패턴이 수시로 반복되었다. 리코는 ‘서로 만나게 하길 잘 했어.’라고 생각했던 자신을 쥐어 박고 싶어졌다.


‘행복은 무슨…취소야…치카쨩이 둘이고 나츠가 둘이야…피곤해…살려줘…’


하지만 친구들의 수다는 쉽게 멈추지 않았다. 결국 거의 리코가 정신적으로 지쳐 쓰러질 때 쯤이 되어서야 ‘이제 슬슬 저녁 시간인데 이동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요우의 말이 들려왔고, 리코는 간신히 구원 받을 수 있었다. 일단 모두가 우치우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바닷가 마을의 음식들을 맛보고 싶다는 오토노키 3인방의 의견과 우치우라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우라노호시 3인방의 의견이 딱 맞았기 때문. 그리고 어차피 숙소도 치카네 여관인 토치만으로 정해져 있었기에, 더 늦기 전에 우치우라로 이동하는 것이 맞기도 했다.


이동 과정에서도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아주 작은 헤프닝이 있었다면…


“치카쨩! 뛰어야 해! 시간 잘 못 봤어! 2분 뒤면 버스가 올 거야!”


천천히 버스 정류장을 향해 이동하던 중, 요우가 손목 시계를 확인하고는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요우의 말에 치카와 리코 역시 눈을 둥그렇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뭐어?! 안돼! 다들 뛰자!”


치카의 말에 리코와 요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머지 셋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 하고 서로 어리둥절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결국 토모가 나서서 조심스레 리코를 향해 물었다.


“저기…사쿠라우치상? 2분 뒤 버스가 온다면 그 다음 버스를 타는 게 좋지 않나요?”

“음 그게 토모…이 동네는 버스를 놓지면 최소 30분은 멍하니 기다려야 해. 운 없으면…한 시간은 기다려야 하고.”

“하, 한 시간이요?!”


토모는 그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머지 두 오토노키 멤버 역시 경악하는 표정으로 리코를 바라볼 뿐이었다.


“시, 시골이라고는 들었지만…버스 배차 간격이 그렇게 길 줄이야…”

“상상도 못 했어…”

“다들 그럴 시간 없어! 어서 뛰자!”

“아, 사, 사쿠라우치상?! 저기, 잠깐만!”

“일단 대화는 나중에! 지금은 두 사람을 따라 뛰어야 해! 나츠와 토모도 서둘러!”


리코는 세 사람을 향해 외쳤다. 이미 치카와 요우는 버스 정류장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 가고 있는 중이었다. 리코는 토모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두 사람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토모는 리코에게 이끌려 그저 황망하게 리코를 따라 뛸 수밖에 없었다. 나츠와 토모 역시 허둥지둥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달리며 토모는 리코의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며 토모는 좀 울컥 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쿠라우치상의 손을 잡고 뛰게 되는 날이 다시 올 줄이야…’


토모는 살짝 눈을 감았다. 이 기분을 더 길게 느끼고 싶어. 버스 정류장, 좀 멀었으면 좋겠네요. 그런 생각을 하며 달렸다. 하지만 그런 토모의 바람과는 달리 그들은 곧 버스 정류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행히 먼저 달려간 치카와 요우가 버스 기사님에게 부탁한 덕분에, 버스는 출발하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은 숨을 몰아 쉬며 기사님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는 버스에 올라탔다. 토모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리코의 손을 놓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는 한참을 달려 우치우라에 도착했다. 가는 내내 바닷가가 보여서, 나츠와 치에는 연신 탄성을 지르며 버스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토모 역시 아쉬운 기분은 어느새 다 사라지고, 내심 즐거운 표정으로 창밖 풍경을 살피고 있었다. 버스에 내린 일행은 치카의 안내로 해산물 식당인 이케스야로 갔다. 조금 비싸긴 했지만, 그만큼 맛있었다. 전갱이 구이가 특히 맛있었는데, 리코도 여기서 밥을 먹는 것은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이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토치만으로 향했다. 소화도 시킬 겸, 우치우라의 바닷가도 모두에게 구경시켜 줄 겸 걸어가자는 요우의 제안에 모두가 동의해서, 걸어서 가기로 결정되었다. 그렇게 치카와 요우의 설명을 들으며 여관으로 가던 중, 치카가 갑자기 한 곳에서 멈춰 섰다.


“아, 맞다! 여기도 설명 해 줘야지.”

“응? 치카쨩? 여긴…아.”


갑자기 멈춰선 치카를 보고 요우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알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리코 역시 여기가 어딘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오토노키 삼인방만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응? 바닷가가 예쁘긴 하지만 뭐 특별할 건 없어 보이는데…”

“그러게. 그냥 좀 평범해 보이는 선착장인데…뭐 특별히 소개할 만한 장소라도 되는 거야?”

“저도 궁금하네요…”


세 사람의 물음에 치카가 씨익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응! 여기가 바로 내가 처음으로 리코쨩을 만난 곳이거든.”

“여기서? 대체 어떻게?”

“얘기하자면 좀 긴데…거기다 리코쨩이 조금 창피해 할 수도 있는 이야기 거든.”

“아하하 치카쨩…이미 말을 꺼낸 시점에서 리코쨩의 의사는 물어본 게 아니잖아…”


치카는 그렇게 말하곤 슬쩍 리코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호기심으로 가득찬 세 사람의 눈동자 역시 리코를 향했다. 이래서야 안 된다고 할 수도 없잖아. 리코는 가볍게 폭 한숨을 쉬고는 못 이기겠다는 듯 대답했다.


“뭐 상관없어. 어차피 지금까지 실컷 놀렸으면서 뭘 새삼스레.”

“헤헤. 리코쨩 역시 대인배! 도쿄 대인배!”

“아니, 저건 삐진거야.”

“뭐 어쨌든 말 해주자면…내가 우연히 여기를 지나다 저 선착장 끝에 서 있던 리코쨩을 봤거든. 오토노키자카 교복을 입은 채 석양으로 물든 바닷가를 배경으로 서 있는 뒷모습만 보이는데…바람에 머리카락이 막 휘날리면서 무슨 영화의 한 장면인 줄 알았어. 완전 천사인 줄 알고 넋 놓고 봤다니깐.”

“치카쨩, 이미 수습해 봐야 늦었어.”

“에에…진짠데…”


치카는 작게 투덜거렸지만, 리코는 그 말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그때 치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치카를 향해 물었다.


“저기 음…여기까지 들으면 그다지 창피할 이야기인 것 같지는 않은데?”

“아하하. 그렇지? 이 뒤에 이야기가 더 있거든.”

“그게 뭔데?”

“글쎄 그게…갑자기 리코쨩이 막 교복을 벗기 시작하는 거야.”

“그렇구나 교복을 벗…뭐?! 교복을 벗어?!”

“에에에에엑?!”

“사, 사쿠라우치상…저, 저게 정말인가요…?”


세 사람은 경악하는 눈빛으로 리코를 바라보았다. 리코는 속으로 치카쨩, 나중에 사일런트 체리블로썸 나이트메이 형이야. 라고 가볍게 이를 갈아준 뒤, 급히 세 친구들에게 해명했다.


“아, 아니야! 아, 알몸은 아니었으니까! 안에 수영복 입고 있었으니까!”

“수영복…? 그러니까 교복 안에 수영복을 입고 있었단 말이죠?”

“응. 그러니까 괜찮…”

“괜찮지 않아요! 어쨌든 누가 볼 지 모르는 상황에서 셔츠랑 치마를 훌렁훌렁 벗었다는 거잖아요!”

“그…그건 그렇긴 한데…어차피 그 시간엔 딱히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타카미상이 봤잖아요? 만약 그게 타카미상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대체 어쩔 뻔 했나요!”

“으…으으…”


리코는 토모에게 때아닌 잔소리를 들으며 울상을 지었다. 토모는 화가 단단히 난 듯 리코를 향해 엄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나머지 사람들은 서로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토모상…정말 다이아상과 비슷하다. 그치?”

“응, 그렇네. 왠지 저절로 존댓말을 하게 될 것 같아.”

“아하하…좀 고지식해 보이지만 의외로 좀 바보 같은 구석도 있으니까…이해해 줘.”


나츠가 어색하게 웃으며 나름대로 토모에 대한 변호를 해 주었다. 물론 내용이 마냥 편들어준다고 보기 애매했지만. 그때 그런 나츠를 향해 토모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거기! 지금 무슨 이야기들을 하시나요! 나츠상!”

“히, 히익! 아, 아무 것도 아니야!”


나츠는 기겁하며 두 손과 고개를 열심히 저었다. 그런 나츠를 잠시 의심스러운 눈으로 흘겨보던 토모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치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뭐 좋아요. 어쨌든, 이야기를 계속 듣죠. 타카미상? 그래서 그 뒤로 어떻게 됐나요? 설마 그냥 ‘이상한 사람이네’ 하고 지나치신 건 아니죠…? 저 노출증 사쿠라우치상을 말려 주셨으리라 믿어요.”

“노, 노출증 아니거든!”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 말리기 위해 급히 달려갔지. 위험하잖아.”

“뭐 확실히 옷을 훌렁 훌렁 벗는 건 위험하지. 야외이기도 하고.”


치에는 팔짱을 낀 채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치카의 말을 수긍했다. 하지만 치카는 고개를 저으며 그런 치에의 말을 부정했다.


“아니 그보다, 죽을 수도 있으니까. 말리려고 급히 뛰어간 거야.”

“주, 죽어요?!”

“우, 우치우라는 옷을 벗고 다니면 사형이야? 리코, 그것도 모르고 옷을 훌렁 훌렁 벗어댄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정말, 치에도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리고 자꾸 훌렁 훌렁 이라는 표현 좀 쓰지 마! 진짜 노출증 환자 취급받는 것 같다구!”


리코는 잔뜩 울상을 지은 채 절규했다. 하지만 어느새 오토노키 친구들의 머릿속에 리코는 반쯤 노출증 환자로 각인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이게 다 치카쨩 때문이야. 리코는 정말 저 애들이 다 돌아가고 나면 그때 두고 보자는 생각을 하며 애써 분노를 가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런 리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치카는 그저 미소 지은 채 열심히 설명을 계속하고 있었다.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수영복을 입고 있었으니까. 바다에 들어가려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뛰어갔지. 그 시기에 바다에 들어가면 위험하거든. 정말 죽을 지도 모르고 말야.”

“바, 바다에 들어가면 죽어? 어째서? 설마 상어?! 상어 나와?”

“아니아니. 없어, 상어. 없다구. 상어 나오면 그 즉시 관광 못 하게 되 버려. 여기 마을 망해 버린다구. 그냥 바닷물 수온이 낮아서, 준비 없이 갑자기 들어가면 위험 해서 그랬던 거야.”

“그, 그렇구나. 리코는 도쿄 사람이니 그걸 몰랐던 거고…정말 치카 덕분에 살았네, 리코? 하마터면 그 차가운 바닷물 속에 빠질 뻔 했잖아.”


나츠는 웃으며 리코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들려온 치카의 말에 나츠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일단 바닷물에 빠지긴 빠졌어.”

“엑?!”

“…네?”

“아니 그게 일단 뛰어들기 직전 리코쨩을 붙잡긴 했는데 말야, 리코가 들어가야 한다고 버둥거리는 바람에 그만 둘다 발이 꼬여서 바다에 빠져 버렸거든.”

“…맙소사.”

“뭐 어쨌든 그 뒤로 바로 리코를 데리고 물 밖으로 나왔으니까. 조금 감기에 걸린 것 말고 별 문제는 없었어. 그 정도로 끝났으니 오히려 다행이지 뭐.”


치카는 그렇게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어쨌든 잘 해결된 마무리에 모두들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다만 토모만이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런데 사쿠라우치 상? 한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게 있는데요…”

“응? 뭐가?”

“왜 갑자기, 몰랐다고는 해도 아직 쌀쌀한 4월에 왜 바다에 뛰어들려고 한 건가요? 수영복까지 입었다는 것을 보니, 확실히 바다에 뛰어들 준비를 단단히 했던 것 같은데. 사쿠라우치상이 아무 이유도 없이 그런 행동을 할 리는 없다고 생각돼서 말이에요.”

“그건…”


토모의 질문에 리코는 쉽게 대답하지 못한 채 어물거렸다. 사실 그 이유는 자신이 오토노키를 떠나 이 곳 우치우라로 오게 된 큰 원인 중 하나였으니까. 하지만 도쿄를 떠나 올 때, 리코는 ‘바다의 소리를 듣고 싶다.’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친했던 세 친구에게도 그저 좀 한적한 곳으로 가서 잠시 쉬고 싶다, 라는 식으로 에둘러서 설명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이유를 밝히기도 곤란했다. 그렇다면 필연적으로 ‘치카에게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라는 이야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작 친구들의 만류도 뿌리치고, 섭섭해하는 친구들을 뒤로 한 채 이 곳으로 왔으면서, 이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다짜고짜 자신의 진심과 고민들을 다 이야기했다는 것은…못 할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좀 하기 힘든 이야기임은 분명했다. 어떡하지? 리코는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고민했다.


치카와 요우는 리코의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리코의 묘한 분위기를 눈치 챈 듯,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리코는 결국 그냥 적당히 둘러 대기로 결정했다.


“아 사실 그게…막상 바닷가로 이사를 오니 좀 들떠서 말야. 한번 바다에서 수영을 해 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솔직히 좀…답답하기도 했으니까, 바다에서 시원하게 수영하고 나면 기분이 좀 풀릴 것 같았어.”

“아아…”

“뭐…충분히 그럴 수 있지…”


세 사람 모두 리코가 슬럼프에 빠졌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 속에서 아주 답답해하고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코의 설명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토모만은 그래도 뭔가 좀 이상한지 영 미심쩍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여기서 더 추궁하기도 애매한 분위기라 그런지 그냥 별 말없이 넘어갔다. 리코는 속으로 내심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일행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마침내 목적지인 토치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관 마당에 발을 들인 일행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다름아닌 커다란 개 한마리, 바로 시이타케였다. 엎드려 있던 시이타케는 사람의 발소리를 듣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고 꼬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어머…귀여운 멍멍이상 이네요?”


의외로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토모였다. 하지만 나온 말의 내용이 좀 문제였다. 토모의 말에 요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멍멍이상?”


그리고 그런 요우의 중얼거림에 토모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녀는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한 말투로 항변했다.


“아, 아뇨. 그…개님이요, 개님! 멍멍이 같은 어린애 말투는 쓴 적 없으니까요!”

“아 응…그, 그렇구나…”

‘토모…개님도 충분히 이상해…’


리코는 그렇게 속으로만 중얼거리고는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잠에서 깬 시이타케는 어느새 그들을 향해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 리코는 다급히 치카의 뒤로 몸을 숨기려다 오토노키 친구들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애써 침착한 척 서 있었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무서운 것. 리코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시이타케쨩, 제발 오늘만은 나한테 달려 들지 마. 제발.


“이 애 이름이 뭐야?”

“응. 시이타케라고 해.”

“시이타케…특이한 이름이네. 뭐 귀여우니까 괜찮은가?”

“멍멍…아니, 개님. 상당히 크네요…”


세 사람은 치카의 설명을 들으며 시이타케를 쓰다듬거나,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관심이 싫지 않은 듯 시이타케는 얌전히 서 있었다. 리코는 멀찍이 떨어져서 그 광경을 지켜 보고만 있었다. 무서워하는 리코를 눈치 챈 요우만이 살짝 웃으며 그런 리코의 곁에 있어 주었다.


“저기 사쿠라우치상, 이 개님 정말 귀엽…어라? 왜 그렇게 멀리 서 계신 건가요…?”

“아하하, 리코, 그러고 보니 개를 무서워 했었지.”

“맞아 맞아. 도쿄에서도 리코는 개만 보면 피해 다녔으니까. 여기서도 개 무서워하는 건 못 고쳤구나.”

“그,그그, 그렇지 않아! 개, 개는 이제 무, 무섭지 않다구!”


리코는 왠지 지기 싫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말하며 스윽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어느새 등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시이타케쨩, 제발 달려 들지 말아줘. 그렇게 말하며 리코는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애써 옮기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보며 다들 수군거렸다.


“리코…센 척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응…리코가 개를 무서워한다는 것 쯤은 이미 다들 알고 있으니깐 말야…”

“리코쨩…무리하네…”



그리고 그 순간, 리코는 시이타케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얌전히 있던 시이타케는 리코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치카가 말릴 새도 없이 리코를 향해 달려들었다.


“꺄, 꺄아악! 시, 시이타케쨩! 오지 마!”

“시이타케! 안 돼! 거기 서! 얌전히!”


그리고 시이타케가 리코에게 달려들기 직전, 누군가가 그 사이로 끼어들었다. 놀란 리코가 눈을 뜨고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바로 토모였다.


“개님! 멈추세요!”

“월!”


그러자 놀랍게도 시이타케는 그 앞에 딱 멈춰 서서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그런 시이타케를 향해 토모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개님! 개님이라면 모름지기 사람을 지키고 정중하게 대해야 하는 법입니다! 반갑다고 그렇게 아무렇게나 달려 들면 못 써요! 아시겠죠?”

“월!”

“그래요, 그래요. 좋은 대답입니다. 다신 그러면 안 된다구요? 사쿠라우치상 같이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달려들면 절대 안 돼요!”

“월월!”


그 모습을 보며 리코는 왠지 토모가 무척 멋있게 느껴졌다. 그래서 약간 감동한 눈길로 그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물론 그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겐 조금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있었지만.


“토모상…시이타케랑 대화하고 있어…”

“토모상 혹시 강아지 조련사나 수의사가 꿈이라거나…?”

“아니 아니, 그건 아냐. 사실 나도 토모가 개랑 떠드는 건 처음 봐.”

“근데 저거…대화가 이루어지고 있긴 한 거야?


수많은 의문을 뒤로 한 채, 어느새 토모와 시이타케의 대화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훈계를 마치고, 토모는 시이타케를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대답대로, 당신이 모름지기 사내라면 진중하게 행동하세요!”

“월…!”

“풉!”

“어어? 크…크흡!”


그 말에 치카와 요우는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아 냈다. 갑작스러운 두 사람의 모습에 나츠와 치에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살폈다. 치카는 잠시 동안 웃음을 참느라 엄청 애를 쓰다가, 이윽고 간신히 진정하고는 토모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그 토모상…?”

“네? 왜 그러시죠, 타카미상?”

“저기 그…시이타케는…암컷인데…”

“…예?”


치카의 말에 토모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른 두 사람 역시 기겁하며 치카를 향해 외쳤다.


“에에엑?! 이 아이, 여자였어?”

“저, 전혀 몰랐어. 당연히 수컷인 줄 알았는데…”

“아, 아하하…다들 그렇게 오해하는 구나. 이름 때문에 그런가?”

“뭐 그렇지. 보통 암컷 강아지한테 ‘표고버섯’이라는 이름은 붙이지 않으니까 말야.”

“그건 그렇지만…”


그런 대화 속에서, 토모만이 얼굴을 붉힌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토모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모두가 들으란 듯 시이타케를 향해 외쳤다.


“어, 어쨌든 개님이라면 듬직하게 사람을 지켜줘야 하는 법이에요! 전 그냥 그 말이 하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암컷인지 수컷인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그렇죠?”

“월 월!”


하지만 그 모습에 다른 사람들은 그저 어색한 표정만을 지을 뿐이었다. 그렇게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나츠가 치카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슬슬 안으로 들어갈까? 치카쨩, 우리 들어 가도 되는 거지?”

“으, 응. 물론이지! 그럼 다들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응! 나 여관 온천 완전 기대 돼!”

“자, 잠깐만요! 무, 무시하지 마시라구요! 아 정말!”

“월! 월!”

“개님도 조용히 하세요!”


결국 그렇게 작은 해프닝을 또 남긴 채, 일행은 여관 안으로 들어갔다.

.

.

.

오토노키 삼인방은 여관 복도를 걸으며 연신 탄성을 냈다. 보통 이런 오래된 전통 여관은 좀처럼 구경하기 힘들다 보니, 세 사람 모두 그저 이 상황이 신기하고 기쁠 뿐이었다. 치카 역시 그런 세 사람의 반응이 뿌듯한지 연신 신나게 토치만 곳곳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었다. 그때 토모가 조심스러운 말투로 치카를 향해 물었다.


“저기 타카미상? 그런데 정말 괜찮은가요?”

“응? 뭐가?”

“그…요금 말이에요. 아무리 하루밖에 묵지 않는다고 해도, 요금을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되는데요…”


토모의 말대로, 세 사람은 오늘 토치만에서 공짜로 묵어 가기로 되어 있었다. 토모는 아무래도 그게 영 신경 쓰였는지 치카를 향해 그렇게 물었던 것이다. 하지만 치카는 고개를 살레살레 저으며 대답했다.


“아냐 아냐. 아까도 말 했잖아? 리코쨩의 친구는 곧 내 친구나 다름없다고. 친구를 집에 재워주면서 돈을 받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그…그건 그렇지만…”

“거기다 지금은 비수기라서 어차피 빈 방도 많아. 미토 언니도 너무 소란 피우지만 않는다면 하루 정도는 얼마든지 괜찮다고 했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네…”

“하하. 거 봐 토모. 괜찮을 거라 했지? 성의를 너무 무시해도 안 되는 법이라구?”


나츠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토모 등을 팡팡 두드렸다. 그러자 토모가 찌릿 하고 나츠를 노려보며 말했다.


“…숙박비가 모자라다고, 사쿠라우치상의 집에서 신세 지면 안 되냐고 했던 분이 어디의 누구셨죠? 덕분에 결국 사쿠라우치상에게 양해를 구하고, 일이 이렇게 된 거 기억 안 나시나 보죠?”

“아, 아하하…그랬던가…그치만 정말 돈이 없었는 걸…”

“그러게 누가 바이올린 활을 새로 10개씩이나 사래? 그러니 돈이 없는거잖아? 바보 나츠.”


갑자기 옆에서 치에가 톡 끼어들며 나츠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나츠는 분노한 표정으로 치에에게 헤드락을 걸며 외쳤다.


“너한테 만은 듣고 싶지 않다! 이 치에 녀석아! 너도 비올라 케이스 새로 사느냐 돈 다 써버렸잖아!”

“꺄! 야아악! 아프다고!”

“저기…다른 손님들도 있으니까 조금만 조용히…”

“아, 미, 미안…”


치카의 말에 목소리를 높여 싸우던 두 사람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리코는 그 모습을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바라보다, 고개를 절레 절레 젓고 있던 토모와 눈이 마주쳤다. 리코는 토모를 향해서 씨익 웃어 주었지만, 어째서인지 토모는 흠칫 놀라더니 황급히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에, 토모, 왜 저러는 거지? 리코는 왠지 조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왜 자신을 외면하냐고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 리코는 그저 내가 잘못 본 거겠지, 라고 하며 애써 자신을 달랬다.


그렇게 방 안에 모두 짐을 풀고, 옷을 갈아 입은 후 온천욕을 하기 위해 방을 나섰다. 리코도 요우도 오늘은 치카네 집에서 자고 가기로 정해진 상태라, 같이 온천탕으로 향했다. 뭐 리코야 어차피 바로 옆집이니 돌아가서 씻고 와도 상관없었지만, 모처럼 친구들과 함께 온천욕을 즐기고 싶었기에 함께 하기로 했다. 그렇게 온천욕을 마치고 다시 방으로 돌아온 일행은 다시 열심히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근처 가게에서 사온 과자와 음료수를 탁자 위에 펼쳐 놓고 모두들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말야, 리코쨩이 베란다를 뛰어 넘어서 자기 집까지 날아 갔다니까?”

“뭐? 그게 정말이야?”

“그, 그게 다 시이타케쨩 때문이잖아! 그때 쫓기면서 정말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

“아하하하. 뭐, 아이돌이라면 고공 점프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닐까?”

“에이 나츠도 참. 아무리 아이돌이라도 그런 높은 공중제비는 못 돌아. 체조 선수도 아니고. 그런 스쿨아이돌이 어딨어. 그치?”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치카와 요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웃으며 긍정할 거란 그녀의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아니 그…있긴 있…는데…”

“응. 있긴 있지…공중제비 돌 수 있는 스쿨 아이돌…”

“……?”


그렇게 모두들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츠가 문득 뭔가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리코를 향해 물었다.


“그러고보니 리코, 네가 아쿠아의 작곡 담당이라고 했었나? 그럼 피아노도 치고 있는 거야?”

“응. 뭐 그렇지. 이제 괜찮아. 피아노, 다시 칠 수 있게 됐거든.”

“맞아 맞아. 리코쨩 피아노, 정말 대단해. 저번에 내가 좋아하는 곡을 리코쨩이 노래 부르며 연주 해 주는데 정말 반할 뻔 했다니깐?”

“그래? 리코는 여전하구만. 뭐, 그나저나 다시 칠 수 있게 되었다니 다행이네. 확실히 정말 이런 여유로운 곳에 와서 살다 보니 좀 나아진 건가?”

“뭐 나츠는 백날 천날 이런 곳에서 살아도 연주 실력이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할 거 없다고 하루종일 잠만 잘 것 같은데?”

“그러니까 네가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리코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큰 소리로 웃었다. 정말 이 순간이 너무나도 즐거웠다. 하지만 너무 즐거움에 취한 것일까, 리코는 그만 해선 안되는 말까지 입 밖으로 꺼내 버리고 말았다.


“응. 사실 얼마 전에 연주회도 했었……아.”


리코는 거기까지 말하곤 황급히 말을 멈췄다. 하지만 말은 이미 입 밖으로 나와 버린 뒤였다. 이를 어쩌지. 아직 이 이야기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리코는 당황한 채 오토노키 친구들의 표정을 살폈다. 세 사람 모두 적잖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리코는 아직 합주부 친구들에게 자신이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가졌었다는 것을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도쿄에 갔을 때도, 연락을 하고 있던 토모에게조차 일부러 말 하지 않았었다.


사실 친구들을 속이고 싶었다 거나 그런 마음으로 한 행동은 아니었다. 다만, 그땐 자신의 연주에 대해 아직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말 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연주회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서고 나면 말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만 이렇게 준비도 없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밝히게 되고 만 것이다. 어떡하지? 어떡해야 하지? 리코는 어떻게든 설명을 하려 했지만,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나츠가 먼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아, 아하하. 그랬구나? 리코도 참, 연주회를 했으면 우리한테 말이라도 해 주지 그랬어?”

“어 그게…좀…”

“아니 뭐, 그 때 이후로 오랜만에 하는 연주니까 좀 부끄러웠을 수도 있지. 그래서 말 안 한 거 아닐까? 안 그래 나츠?”

“뭐, 뭐 그런 거지 치에. 아하하하하…”


두 사람은 애써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금 미동조차 하지 않으며 리코를 바라보는 토모의 존재가 분위기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결국 두 사람의 어색한 웃음을 뚫으며, 이윽고 토모가 리코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연주회…했었어요?”

“응…”

“도쿄에서?”

“…응.”


리코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토모는 그런 리코를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군요…연주회, 잘 마무리했나요?”

“응…잘 끝냈어.”

“그렇군요…다시 사람들 앞에서 연주할 수 있게 된 거군요. 다행이에요…”


토모는 그렇게 말하며 리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축하의 말이었음에도, 토모의 말에선 전혀 기쁨이나 축하의 감정이 전해지고 있지 않았다. 리코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하고, 그저 죄책감에 가득 찬 눈으로 토모를 바라볼 뿐이었다. 토모, 차라리 나한테 화를 내 줘. 아니면 왜 그랬냐고 추궁이라도 해줘. 그게 더 마음이 편할 것 같아. 하지만 그런 리코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토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토모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저 잠시 나갔다 올게요.”


그리고 말릴 새도 없이, 토모는 빠른 걸음으로 방 밖으로 나갔다. 리코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토모가 저러는 것은 분명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몸은 전혀 움직여 주지 않았다. 나, 대체 왜 이러는 거야. 리코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입으로 토모를 불렀지만, 입술만이 달싹일 뿐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나츠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토모, 토모! 아이고 저 녀석…나 잠시 좀 따라갔다 올게!”


하지만 그런 나츠를 누군가의 손이 덥석 붙잡았다. 그리고 리코는 치카가 나츠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음을 알았다. 나츠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치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치카…?”

“나츠, 잠시만. 잠깐만 기다려 줘.”

“으…으응.”


전에 없이 진지한 치카의 태도에 나츠도 일단 얌전히 멈춰 섰다. 치카는 리코를 향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리코쨩.”

“응?”

“나, 리코쨩이 어째서 도쿄 친구들에게 연주회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잘 몰라.”

“…응.”


치카의 말에 리코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리코를 향해 치카는 계속해서 나지막하지만, 단호함이 잔뜩 실린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리코쨩과 세 사람이 어떤 사이였는지, 네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특히 토모상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몰라. 그 일, 내가 끼어들 일도 절대 아니고 말야. 하지만…한 가지는 확실해.”


치카는 거기까지 말하고 잠시 숨을 몰아 쉬었다. 그리고 다시금 또렷한 목소리로 리코를 향해 말했다.


“지금 토모상을 따라 나가야 하는 건, 나츠가 아니라 리코쨩이야. 다른 건 몰라도 그것 하나만은, 내가 확신할 수 있어. 지금 리코쨩은 여기 있을 게 아니라, 토모상을 쫓아 가야 해.”


치카는 그렇게 말하고 리코를 향해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본 순간, 리코는 비로소 자신이 지금 얼마나 한심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사정을 잘 모르는 치카조차 저렇게 말 할 정도로. 리코는 굳게 다짐한 표정으로 치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치카쨩.”


리코는 비로소 자신의 몸이 움직이는 것을 깨달았다. 리코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급히 방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직전, 리코는 뒤를 돌아보며 치카를 향해 말했다.


“치카쨩, 고마워.”

“…응. 힘 내, 리코쨩.”

“응. 그리고 나츠, 치에. 두 사람도…정말 미안해.”


리코는 나츠와 치에를 향해서도 사과의 말을 건냈다. 그에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더니, 이내 씨익 웃으며 리코를 향해 대답했다.


“아니 미안할 게 뭐 있어. 리코가 결정한 일이라면…뭔가 분명 이유가 있겠지.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

“나츠 말이 맞아. 대신 정말 미안하다면…토모를 꼭 여기로 다시 데리고 돌아와 줘.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는 지 꼭 다 이야기 해 주고. 알았지?”

“…응!”

“리코쨩! 토모상을 향해 요소로~!”

“꺄악! 요우의 요소로야! 완전 멋져!”

“그러니까 넌 좀 때와 장소를 가리라고! 이 바보 치에!”


그렇게 모두의 격려를 뒤로 하고 리코는 토모를 찾기 위해 방 밖으로 달려 나갔다.


-계속-



AsTimeGoesBy 개추 2018.06.21 16:49:35
ㅎㅅㄷ 굿 2018.06.21 16:51:18
아이냐 2018.06.21 17:01:27
ㅇㅇ 재밋서요 59.1.*.* 2018.06.22 06:36:17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1877184 일반 근데 너희들 기억하지? 다음주가 나마쿠아 최악 스케쥴인거. 1 ㅇㅇ 211.210 2018-06-28 2
1877183 일반 이부분 슈카표정ㅋㅋㅋㅋㅋㅋ 5 고돌희 2018-06-28 17
1877182 일반 나 이 부분 CG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메가럽쿠쟈 2018-06-28 0
1877181 일반 여긴 너무 위험해 1 ㅇㅇ 2018-06-28 0
1877179 일반 아쿠아 코너 시작부터 나오는 영상 있네 7 りきゃこの麒麟 2018-06-28 29
1877178 일반 농담 아니라 인싸들도 흥미 가지겠다 ㅡㅡ 5 sia06 2018-06-28 0
1877177 일반 뮤즈부터 계승되는 퀄리티에서 뽕 한계돌파 시작함 ㅋㅋ 2 ㅇㅇ 2018-06-28 0
1877176 일반 일본 16강 가면 사루마센 2018-06-28 0
1877175 일반 개인적으로 감탄한 부분 4 ㅇㅇ 110.70 2018-06-28 23
1877174 일반 와 싱크 보니까 미쳤네 ㅅㅂㅋㅋㅋㅋㅋㅋ 사이토슈카슈 2018-06-28 0
1877173 일반 너네 이거 들어 봤니? 4 빙그루비 2018-06-28 20
1877172 일반 2시간반 존버한 보람이 있다 2 호노car 2018-06-28 0
1877171 일반 오늘만큼은 4센치 극센치다 1ㅏ난 2018-06-28 0
1877170 일반 오늘 방송은 앞에 소개부분도 놓치면안됨 ㅇㅇㅇ 5 컁캉 2018-06-28 0
1877169 일반 걍 트윗에서 #CDTV 돌려보는데 진짜 개좋다 2 KIMIKAWA 2018-06-28 2
1877168 일반 일본 키퍼 슈퍼세이브 7 오토노키 2018-06-28 22
1877167 일반 그만 눈이 멀어버렸습니다 물좀주세요 2018-06-28 2
1877166 일반 리허설 부분 녹화본 올라온데는 없음? 메가럽쿠쟈 2018-06-28 0
1877165 일반 이번주 라이브 없다고 이런 특별편을 ㅋㅋㅋㅋㅋ sia06 2018-06-28 0
1877164 일반 저거 방송보고 입럽하는 일반인들이 있을까 3 Tailwind(s) 2018-06-28 0
1877163 일반 밑에 안쨩 캡처 4센치 당선짤이랑 표정같다는거 이거말하는겨?.jpg 3 ㍿호병장님㌠ 2018-06-28 15
1877162 일반 안쨩갤에 짤좀.. 물정 2018-06-28 0
1877161 일반 진짜 이런 뽕 주는 방송 자주하면 mor 2018-06-28 0
1877160 일반 오늘 3.5라이브 한거 맞지? ㅇㅇ 2018-06-28 0
1877159 일반 이 방송으로인해 도쿄돔 경쟁률 얼마나 늘었을까? 1 ㅇㅇ 2018-06-28 0
1877158 일반 7권 선행권 마감 언제까지야? 2 Kaduck 2018-06-28 0
1877157 일반 지금 4센투표 해야되는데 ㄹㅇ 1 혼다쿤 2018-06-28 0
1877156 일반 아무리 그래도 솔직히 4센치는 쪼옴... 4 사루마센 2018-06-28 0
1877155 일반 이제 집와서 유튭으로라도 워블 봤는데 3 치카치캉 2018-06-28 0
1877154 일반 아니 왜 안쨩갤인가 했는데 trc 2018-06-28 0
1877153 일반 안쨩 진짜 이쁘긴하다.. 물정 2018-06-28 0
1877152 일반 아쿠아 영상 추출 질문좀 5 ㅇㅇ 211.215 2018-06-28 1
1877151 일반 m오하라 s요우ㅋㅋㅋㅋㅋㅋㅋ 5 ㅇㅇ 2018-06-28 0
1877150 일반 지금 느낌은 공연 끝난 뒤의 기분임 ㅋㅋㅋㅋㅋ 4 sia06 2018-06-28 0
1877149 일반 ??? : 두고봐 후리링... 2 향님이야 2018-06-28 3
1877148 일반 4센누? 이나미안쥬 2018-06-28 1
1877147 일반 우치다 아야 라인 블로그 180628 성우 그랑프리ch♪ 번역 7 지모아이 39.118 2018-06-28 23
1877146 일반 아직도 4센치 안미는 흑우 없제? 5 HermitPuppet 2018-06-28 0
1877145 일반 와 안쨩 짤미쳣다 10 미카겅듀 2018-06-28 32
1877144 일반 WBNW 콘서트 고화질 캡쳐나 영상 부탁드립니다 ㅇㅇ 2018-06-28 0
념글 삭제글 갤러리 랭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