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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소재글][지모아이]리얼충이 되고 싶은 타천사리움 -완-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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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13318
  • 2018-06-05 14:15:24




지모아이 소재 두편 중 완결편

다들 재밌게 읽어 줘 ㅇㅇ

소재 준 물붕이도 재밌게 읽었으면 좋겠네 ㅋㅋ


1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809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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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설명 덕분에 요시코는 연행되는 것만은 피할 수 있었다. 대신 그 자리에서 경찰에게 몇 마디 주의를 받았다. 그 덕에 요시코는 둘째 치고 졸지에 세 사람마저 주위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말았다. 경찰이 자리를 뜨자 마자 세 사람은 훌쩍이는 요시코를 달랠 새도 없이 그녀를 붙잡고 전력으로 그 자리에서 도망쳐야만 했다.


“히끅…무서웠어어…”

“하하, 그래 그래 요시코쨩. 무서웠지?”

“나 참, 그러니까 누가 그렇게 요상한 차림을 하고 다니래? 거기다 기웃기웃 거리면서 수상한 행동까지 하니까 완전 오해 받기 딱 좋잖아.”


사람이 없는 한산한 곳에서 요우는 울먹이는 요시코를 달래 주었다. 그 옆에서 리코는 불만스러운 듯 도끼눈을 뜨고 요시코에게 핀잔을 주었다. 좀 전 일이 어지간히 창피했는지 리코의 얼굴은 여전히 붉은 기운이 남아 있었다.


“아하하…리코쨩, 화 풀어. 요시코쨩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잖아.”

“치카쨩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지만…그래도 창피한 건 창피한 거라구. 욧쨩이 그렇게 큰 소리로 우리 이름을 부른 덕분에 그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온 누마즈에 우리 이름이 소문 나게 생겼잖아. 정작 사건의 장본인인 요시코쨩 이름은 알려지지도 않았다구.”


리코의 말에 요우는 자신에게 기대고 있던 요시코의 몸이 움찔 하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자신도 아까 일로 많이 당황스러운 상태긴 했지만, 왠지 떨고 있는 요시코가 안타까워 요우는 슬쩍 편을 들어 주기로 했다.


“뭐 그렇지만…어차피 스쿨 아이돌 하면서 이미 우리들 얼굴은 꽤 알려 졌을 걸? 이런 저런 라이브 하면서 누마즈 사람들도 많이 구경하러 왔잖아?”

“윽…그건…”

“맞아. 아까 ‘어머, 쟤네 그 스쿨 아이돌 아니야?’하고 수군거리는 사람들 소리도 들은 것 같아.”


요우의 말에 치카도 맞장구를 쳤다. 사실 정말 몇 몇 사람들이 자신들을 알아보고 수군거리는 것을 요우도 듣긴 했었다. 그 때문에 좀 더 부끄럽긴 했지만, 치카는 반대로 그게 기뻤던 모양이다. 한 차례 박수까지 치며 기쁜 듯 웃었다.


“헤헤, 우리 아쿠아도 그만큼 유명해졌나 봐. 그치? 왠지 기분 좋은데? 이번 일로 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 질 지도 모르고 말야.”

“이런 식으로 알려 지고 싶진 않다구…”


리코는 입술을 내밀고 투덜거렸지만, 치카의 말이 영 틀린 건 아니었기에 못내 수긍 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리코의 모습에 요시코도 조금 안심했는지 훌쩍이기를 멈추고 세 사람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훌쩍…세 사람 다 미안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난 그냥 세 사람을 방해하지 않고 노는 모습만 살펴보려 했는데…”

“괜찮아 요시코쨩. 뭐 그냥 가벼운 헤프닝 정도라고 생각하지 뭐.”

“요우쨩 말이 맞아. 결국 별 일도 없었으니까 괜찮아. 오히려 요시코쨩이 너무 놀란 것 같아 좀 그게 걱정이지만.”


두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는, 팔짱을 낀 리코를 돌아보았다. 그런 두 사람의 눈빛에 리코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팔짱을 풀며 요시코를 향해 화가 풀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뭐 됐어. 욧쨩의 엉뚱한 행동에 휘말리는 게 한두번도 아니니까.”


그렇게 결국 일은 좋게 좋게 해결되는 분위기로 흘러 갔다. 네 사람은 잠시 근처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본격적으로 놀러 다니기도 전에 가진 힘의 반은 써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카페에서 시원한 주스를 마시며 쉬던 중, 치카가 요시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도 대충 들었는데…요시코쨩, 요우쨩이 어떻게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보고 싶다고 했었지?”

“응 뭐…그렇지.”


요시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막상 남한테서 그 이야기를 들으니 부끄러운 듯 요시코의 볼은 살짝 붉어져 있었다. 치카는 요시코를 향해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럼 해결책은 간단하네. 오늘 나랑 리코쨩이 함께 다니고, 요우쨩과 요시코쨩이 함께 어울려서 두 그룹이 각자 따로 노는 거야. 어때?”

“어? 그래도 괜찮아? 세 사람 같이 놀기로 했던 거 아니었어?”

“그건 그렇지만, 요시코쨩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해. 뭐, 나머지 두 사람이 싫다고 하면 할 수 없지만…”


치카는 그렇게 이야기하며 요우와 리코를 바라보았다. 요우는 솔직히 요시코와 놀아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리코는 조금 생각이 다른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치카에게 물었다.


“그럼 아예 네 사람이서 같이 놀아도 되지 않아? 그냥 우리 셋 사이에 욧쨩이 끼면 되는 거잖아.”

“그것도 생각은 해 봤는데…중요한 건 요시코쨩의 ‘체험’ 이잖아? 같은 체험을 하더라도 4명이서 같이 하는 것 보다는 2명이서 하는 게 좀 더 아무래도 체험의 비중이 높지 않을까 싶어서. 특히 요시코쨩은 우리보다는 요우쨩을 관찰하고 싶은 거잖아. 그럼 우리가 있는 것 보다는 요우짱과 단 둘이 있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거든. 귤을 네 명이서 나눠 먹는 것 보단 두 명이서 나눠 먹는 게 더 배부르다는 소리지!”

“뭔가 말이 안되는 것 같으면서도 말이 되는 게 신기하네…거기다 비유까지 정말…역시 치카쨩 답지만…음…”


리코는 턱에 손을 가져다 대고는 고민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입으로 연신 알 수 없는 말들을 혼자서 중얼거렸다.


“리얼충 수영부 소녀와 타천사 중2병 소녀의 데이트…음…이 조합도 괜찮긴 한데…아니 오히려 좋은 건가…? 음음…”


고개를 숙인 채 알 수 없는 기운을 풍기며 히죽히죽 웃기까지 하는 리코를 보자 왠지 요우는 오한이 들었다. 요시코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는지 슬쩍 요우의 곁으로 다가왔다. 결국 보다 못한 치카가 리코를 향해 말을 걸고 나서야 리코의 이상한 중얼거림이 멈췄다.


“저기…리코쨩?”

“으, 응?! 왜, 왜 그래 치카쨩?!”

“아니 그…혼자 뭐라고 중얼중얼 거리길래. 뭐라고 하는지는 잘 들리지 않았지만 뭔가 요우쨩이랑 요시코쨩의 이름이 들린 것 같은…”

“그, 그렇지 않아! 그냥 잠시 혼자 생각을 좀 했을 뿐이야. 요우요시도 좋다는 생각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았으니까!”

“으, 으응…”


무서운 기세로 고개를 내젓는 리코를 보며 결국 치카는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물러났다. 그때 그런 두 사람을 향해 요시코가 입을 열었다.


“음…그러니까 치카의 마음은 정말 고마운데…그래서는 제대로 관찰을 할 수가…”


요시코는 더듬거리며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사실 요우도 그 말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럴 거면 애초부터 요시코와 단 둘이 놀 약속을 잡았을 테니까. 하지만 치카는 이미 그런 요시코의 생각을 다 예상한 듯 계속해서 자신 있는 목소리로 설명했다.


“그러니까 요시코쨩은 요우쨩의 배려가 영 신경 쓰인다는 거지? 그럼 반대로 오늘은 정말 요우가 하고 싶은 대로 노는 거야. 요시코는 그런 요우에 맞춰 주기만 하는 거고. 그럼 어느 정도 요시코쨩의 목적에도 맞을 거고 말야. 안 그래?”

“오…나름 설득력 있는 이야기인데…욧쨩이랑 요우쨩은 어떻게 생각해?”

“뭐…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내가 주도하라는 소리잖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중요한건 요시코쨩의 생각이니까.”


치카의 말에 요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요시코를 돌아보았다. 요시코의 의사도 중요한 것이니까. 그런데 요시코는 치카의 설명에도 못내 납득하지 못한 듯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치카의 말이 맞긴 한데…그럼 이렇게 변장하고 나온 게 좀 아까운데…마치 범인을 쫓는 탐정 같은 마음가짐으로 나온 건데 말야…”

“그게 문제였어…?”


요우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요시코를 바라보았다. 한편으로는 요시코쨩 답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아까 같은 일을 겪고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결국 리코가 요시코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욧쨩. 이번엔 정말 경찰서까지 잡혀 가고 싶어?”

“그, 그건 싫어!”


요시코는 고개를 붕붕 내저었다. 그러자 리코는 무서울 정도로 예쁜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외쳤다.


“그럼 그 선글라스랑 마스크 벗어! 지금 당장! 이 바보 타천사!!!”

“꺄, 꺄악! 으으…알았어…벗으면 되잖아…”


요시코는 반쯤 울먹이며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벗어서 가방에 넣었다. 그렇게 요시코의 탐정 놀이는 리코에 의해 반쯤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

.

.

“우우…리리…무서웠어…”


요시코는 축 쳐진 표정으로 힘 없이 말 했다.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이렇게 화 내면 정말 무섭단 말이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걸음을 옮겼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요우가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하하. 뭐, 확실히 리코쨩은 화 내면 무섭지. 예전에 리코쨩이 치카쨩이랑 미토언니한테 난데없이 쿠션 세례를 받았을 때도 엄청 무서웠거든.”

“우와…그거 진짜 장난 아니었겠다…”

“응. 미토언니가 그렇게 당황한 표정으로 도망가는 건 처음 봤다니까.”


요우는 연신 생글생글 웃으며 요시코에게 대답했다. 솔직히 요우랑 단 둘이 있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고민이었는데, 그래도 어떻게 대화가 잘 이어지는구나. 역시 요우야.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생글거리는 요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사실 아까 탐정 이야기를 언급한 건 반쯤 진심이 섞이기도 했지만, 반 쯤은 요우와 단 둘이 있는다는 게 살짝 겁이 나서 그런 것도 있었다. 만약 나랑 노는 걸 재미 없어 하면 어쩌지? 하는 그런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역시 기우였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리얼충의 모습이야! 요시코는 그런 생각을 하며 요우를 향해 감탄하는 시선을 보냈다.


“음? 요시코쨩? 왜 날 그렇게 봐? 내 얼굴에 뭐라도 묻었어?”

“아, 아냐. 그냥 음…이제부터 뭘 할 건지 궁금해서…”


괜히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요시코는 적당히 얼버무렸다. 다행히 그것이 통했는지 요우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어…오늘은 내가 원하는 데로 놀기로 했지? 그럼, 옷 보러 가자!”

“옷?”

“응, 이번에 새로운 계절옷들이 들어왔다고 해서 말야. 예쁜 옷 구경도 하고, 맘에 들면 사고, 아쿠아의 의상 디자인에도 조금 참고할까 싶어서. 어때?”

“좋아. 어차피 오늘은 요우가 원하는 대로 하기로 했잖아? 그렇게 하자.”

“좋아! 옷 가게들이 있는 곳으로 요~소로!”

“그래.”


요시코는 요우의 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어 가려 했다. 하지만 그런 요시코의 팔을 붙잡는 손이 있었다. 놀라서 돌아보니 요우가 약간 볼을 부풀린 채 요시코를 불만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나 뭐 잘못 한 건가? 요시코는 요우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요, 요우? 왜 그래?”

“요시코쨩…여기선 같이 요~소로! 를 외쳐 줘야 하는 거라구!”

“그, 그런거야?”


당황한 요시코를 향해 요우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나갔다.


“당연하지. 그래야 기분도 나잖아? 우린 이제 저 상점가 한 가운데로 전진해 나갈 거라구. 그러니 그 전에 기운차게 요소로를 외쳐 줘야 한단 말이야. 알았어?”

“으, 응. 알았어.”


요시코는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요우의 눈이 번쩍 빛난 것 같은데, 내 착각이려나? 그런 요시코를 향해 요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운 찬 표정으로 경례를 하며 외쳤다.


“자, 요~소로!!!”

“요…요 소로…”

“좋아 좋아. 목소리가 좀 작은 건 아쉽지만…뭐 어쩔 수 없지. 자, 이제 가자.”

“으응.”


요우는 앞장 서서 걷기 시작했다. 요시코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으며, 왠지 요우와 같이 노는 것이 그렇게 생각했던 것처럼 순탄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

.

‘예감이…틀리지 않았어! 역시 내 불운이란 정말!!!’


요시코는 머리를 감싸 쥐고 싶은 심정이었다. 지금 현재 요시코는 요우의 손에 이끌려 2시간째 옷 구경만 하러 다니는 중이었다. 사실 그것만 해도 충분히 지칠 법한 상황이지만, 요시코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것은 단순히 오랫동안 구경을 다닌 것 때문만이 아니었다.


“요시코쨩! 빨리 와! 이거 또 입어 봐, 이거!”


요우는 신이 난 표정으로 옷을 들고 요시코에게 다가왔다. 요시코는 그냥 이대로 뒤돌아 도망 갈까, 하고 고민했지만 이미 요우는 바로 옆까지 다가 온 상태. 요시코는 어색하게 웃으며 요우를 향해 대답했다.


“아…아하하…요우, 그…또 입어 봐야 해?”

“당연하지! 이거 봐 봐! 이 옷, 정말 예쁘지 않아? 여기 레이스도 그렇고, 요시코쨩한테는 정말 잘 어울릴 거야!”

“그, 그런가?”

“당연하지. 아아…요시코쨩은 정말 옷거리가 좋다니까. 옷 갈아 입히는 재미가 있어!”


요우는 반짝이는 눈을 한 채 요시코의 몸에 옷을 갖다 대며 이리 저리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오늘 벌써 저 말을 들으며 옷을 갈아 입은 것이 대략 서른 번은 넘어 가는 것 같았다. 이대로 있다간 정말 말라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요시코는 조심스러운 말투로 요우에게 대답 했다.


“그, 그래? 그치만 그…너무 많이 갈아 입으면 가게 사장님 한테도 민폐가 아닐까?”


요시코는 그렇게 말 하며 슬쩍 가게 한 쪽에 서 있는 옷 가게 사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기대와 달리, 사장은 활짝 웃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그럴리가요~! 요우쨩 말대로 손님은 정말 옷이 잘 어울리셔서, 저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걸요. 모쪼록 사양하지 말고 입어 주세요. 뭐 한 번 입는다고 옷이 닳는 것도 아니 잖아요? 그리고 요우쨩은 우리 집 단골이니까, 이 정도는 얼마든지 괜찮답니다.”

“자, 들었지 요시코쨩? 어서 저기 들어가서 갈아 입고 나와 봐.”

“으…으으응…”


결국 요시코는 울상을 지은 채 또 탈의실로 들어가야만 했다. 요우, 어째서 가는 옷 가게 사장님하고 전부 다 친한 거야? 이게 바로 리얼충의 진가 라는 거야? 솔직히 첫 가게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요시코는 가게 사장과 친해 보이는 요우가 솔직히 대단해 보이기까지 했다. 자신은 그런 식으로 옷 가게 사장과 친해질 자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가는 가게마다 그런 식이니 이젠 슬슬 무섭게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그 덕에 이렇게 요시코가 수십 번씩 옷을 갈아 입어도 단골이라는 이유로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덕분에 요시코의 고생은 몇 배로 늘어나야 했으니 요시코의 입장에서는 전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요시코가 할 수 있는 작은 저항은 최대한 천천히 옷을 갈아 입고 나가는 것뿐이었다. 그마저도 너무 늦게 갈아 입을 수도 없었다. 아까 전 그렇게 지나치게 시간을 끌었더니,


“요시코쨩? 옷 갈아 입기 힘든 거야? 내가 같이 들어가서 도와줄까?”


라는 말을 하며 요우가 탈의실을 같이 들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괜찮다고 우겨서 그것만은 막아낼 수 있었지만, 그 뒤로는 너무 시간을 끌지 않도록 주의 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요우가 골라준 옷 답게 요시코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예쁜 옷이었다. 탈의실 안에 있는 거울을 보며 요시코는 이리저리 포즈를 취해 보았다. 꽤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 뒤가 문제지만 말야, 요시코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탈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와! 역시 요시코쨩 엄청 예뻐! 잘 어울려!”

“정말 잘 어울리세요! 역시 요우쨩은 보는 안목이 있다니까!”


요우는 연신 감탄사를 외치며 스마트폰으로 요시코의 사진을 마구 찍었다. 그리고 그렇게 요우와 사장의 호들갑스러운 칭찬을 들으니 요시코는 조금 기분이 좋아 졌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기분은 곧 다시 바닥을 쳐야 했다. 어느새 요우의 손에 또 다른 옷 한 벌이 들려 있는 것을 보고 말았던 것이다.


“자…이제 이번엔 이 옷이야. 자, 어서 가서 갈아 입고 나와 봐, 요시코쨩.”


요우는 생글생글 웃으며 옷을 내밀었다. 하지만 요우의 그 귀여운 얼굴이 요시코의 눈에는 그저 소악마 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 동안 타천, 타천 하고 외치고 다닌 탓에 진짜 이렇게 타천 하는 거야? 요시코는 반쯤 울먹이면서 그 옷을 받아 들었다. 옷을 들고 탈의실로 향하며, 요시코는 차마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소리 없는 절규를 해야만 했다.


‘이, 이젠 싫어어어어어!!!!!!!’

.

.

.

결국 몇 번이나 더 옷을 갈아 입은 뒤에야 요시코는 간신히 그 가게를 벗어날 수 있었다. 지금 그녀의 양 손에는 옷 봉투가 여러 개 들려 있었다. 그것들은 다 요우가 요시코에게 선물해 준 옷 들이었다. 요시코는 요우를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진짜 괜찮아 요우?”

“응? 뭐가?”

“이 옷 들 말이야. 돈 너무 많이 쓴 거 아냐? 그것도 요우 옷이 아니라 거의 다 내 옷을 산거잖아.”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며 옷 봉투를 살짝 들어 보였다. 얼핏 봐도 상하의 세트로 서너 벌은 되어 보이는 양이었다. 


“아하하, 괜찮아. 내가 요시코쨩에게 선물하고 싶었던 것뿐이니까. 요시코쨩, 평소에 즐겨 입는 타천사 복장이나 그쪽 계열 고스 복장도 잘 어울리지만, 이런 평상복 계열의 옷 들도 잘 어울릴 거라 생각 했었거든. 오늘 처음으로 단 둘이 노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 기념으로 내가 선물한 셈 치지 뭐. 거기다 어차피 단골이라 많이 할인 받았으니까 괜찮아.”

“그, 그래도…”

“괜찮다니까. 요시코쨩을 모델로 옷을 입혀 보면서 나도 의상에 대한 공부가 좀 됐거든. 그 대신…내가 선물해 준 옷들 자주 입고 다니기. 알았지?”


요우는 그렇게 말하며 요시코를 향해 살짝 윙크 해 보였다. 그 모습에 순간 요시코는 살짝 가슴이 뛰었다. 뭐, 뭐야. 왜 얼굴이 달아오르는 거야. 요시코는 붉어진 얼굴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살짝 돌려야만 했다. 그리고 한편으로 어째서 요우가 인기가 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시코는 흠흠, 하고 목소리르 살짝 가다듬고는 요우에게 질문했다.


“이젠 어디로 갈 거야?”

“음 이번엔…제복 가게로 갈 거야.”

“제, 제복? 그, 그럼 나 또 옷 입어 봐야 하는 거야?”


요시코는 뛰어 오를 듯 기겁하며 요우에게 물었다. 하지만 요우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하하, 아니야. 이번엔 내 옷을 찾으러 가는 거야. 새로 나온 선원 제복 시리즈가 있다고 들었거든. 그걸 보러 가는 거야.”

“그렇구나…”


요우의 말에 요시코는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정말 이 상태에서 더 옷을 입었다간 그 자리에서 쓰러져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요우의 단골 제복 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 곳에서 두 사람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해야만 했다.


“어, 없어요?”

“응, 미안해 요우쨩. 아쉽게도 우리 가게에는 그 신상품 재고가 없어.”

“그럴 수가…”


요우는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요시코도 그런 기운 빠진 요우의 모습을 보니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어, 어떡하지. 이럴 때 요우를 달래 줘야 하는데.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후훗…요우, 너도 이 타천사 요하네의 기운을 받아 타천 하고 말았구나. 이 참에 함께 타천 하지 않을래?’


이게 아니잖아! 요시코는 고개를 저어 순간 머리속에 떠오른 말들을 털어 냈다. 나란 애는 대체 이런 상황에서 까지 무슨…요시코는 왠지 우울해졌다. 최소한 치카나 리코였다면 이런 요우를 잘 위로해 주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며 요시코는 자신의 무력함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요우는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런 자신에게 이렇게 잔뜩 옷까지 선물해줬는데, 어떻게 해서든 그 보답을 하고 싶었다. 좋아, 최소한 가벼운 위로의 말이라도…!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요우에게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제복 가게 사장님이 요우를 향해 말했다.


“저기 요우쨩? 여긴 없지만, 저기 아타미 시에 있는 다른 체인점에는 그 제복이 있다고 하더라. 기노미야 역 바로 앞에 있는 가게인데…한번 가 볼래?”

“저, 정말이에요?!”


요우는 순식간에 기세를 회복하고는 두 눈을 반짝이며 사장을 향해 물었다. 사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가 전화 해 봤거든. 만약 지금 갈 거면, 내가 팔지 말고 따로 빼 두라고 말 해 둘게.”

“가, 감사합니다! 부탁드릴게요!”


요우는 날아오를 듯한 표정으로 기뻐했다. 그런 요우를 보며 요시코도 기분이 좋아졌다. 다행이야, 요우의 기분이 좋아져서. 요시코는 흐뭇한 표정으로 요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 그럼 요시코쨩! 가자!”

“어, 어딜?”

“못 들었어? 가야지! 기노미야 역으로 말야!”

“에, 에에에에에?!”


요시코는 순간 자신의 멍청함을 탓해야 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당연히 요우는 아타미 시 까지 갈 것이고, 그렇다면 당연히 같이 있는 자신도 함께 가는 것이 뻔한 스토리였다. 그런데 무슨 남일 보듯이 안심하고만 있었다니. 요시코는 식은땀을 흘리며 생글생글 웃는 요우를 바라보았다.


“저, 정말 가는 거야?”

“응! 어차피 그리 멀지도 않잖아? 갔다 오는 데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할거야. 그러니까 어서 가자!”

“으, 응. 알았어. 그러지 뭐.”


요시코는 어차피 시간도 아직 이르고, 요우에게 선물 받은 것도 있으니 그 정도는 같이 가주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좋은 맘으로 누마즈 역으로 가려던 차에, 요우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요시코를 얼어 붙게 만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기노미야 역 근처에도 예쁜 옷들을 제법 많이 판다던데…간 김에 그 옷들도 좀 보고 와야 겠다.”

“뭐, 뭐어어어어?!”

“자, 빨리 가자 요시코쨩! 요~소로!!!”

“요…요소로오오…”


요시코는 그렇게 울상을 지으며 요우에게 질질 끌려 전철 역으로 향해야 했다.

.

.

.

두 사람은 누마즈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요우는 연신 기쁜 표정으로 자신 옆에 놓인 옷 봉투를 만지작거렸다. 요우는 앞에 놓인 탄산 음료를 한번 쭉 빨아들이고는 요우를 향해 물었다.


“그렇게 좋아?”

“응! 완전 못 구하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구해서 정말 다행이야. 하마터면 도쿄 까지 가야 하나, 하고 고민 했었다구.”


요우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렇게 좋아하며 웃는 얼굴을 보니 요시코는 난데없이 옆 도시까지 끌려 갔다 온 것에 대해 화낼 기운 조차 없어졌다. 정말 이럴 때 보면 또 어린 아이 같네. 뭐 귀엽기도 하니까 상관 없나. 요시코는 요우를 향해 살짝 미소 지으며 물었다.


“요우는 제복을 정말 좋아하는구나?”

“뭐 그렇지. 아마 요시코쨩이 타천사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나 참. 그리고 난 타천사를 좋아하는게 아니고 진짜 타천사라구!”

“에헤헤, 미안 미안.”


요우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사과했다. 요시코는 그저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그런 요우를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요우가 무언가 깨달은 듯 놀란 표정을 짓고는 요시코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오늘은 요시코쨩의 그…인기인 되는 법 공부를 위해 같이 놀았던 거였잖아. 어때? 참고가 좀 됐어?”

“…글쎄. 솔직히 잘 모르겠어.”


요시코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워낙 정신없이 보낸 탓도 있었지만, 실제로 요우가 특별히 뭔가 자신과 다른 무언가를 했다는 것은 발견하지 못 한 것도 사실이었다. 요시코의 말에 요우는 못내 아쉽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런가…아쉽네. 요시코쨩한테 도움이 되길 바랬는데…”

“괘, 괜찮아. 그 대신 재밌게 놀았으니까 말야. 이렇게 선물도 받았고.”

“그렇지만…”

“뭐 결국 내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거겠지. 내 일을 남한테 의지하려 한 것부터 내가 잘못 생각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며 요우를 향해 웃어 보였다. 자신 때문에 요우가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애초에 자신은 요우가 아닌데, 요우 처럼 될 것이라 생각 한 것 부터가 잘못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뭐 난 원래부터 외톨이 였으니까. 오히려 지금처럼 이렇게 조금이나마 친구가 생긴 것만 해도 대단한 거지 뭐. 요시코는 그렇게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때 요우가 요시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냥…너무 어렵게 생각 할 필요가 없는 거 아닐까?”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그게 음…요시코쨩이 방금 그랬잖아? 잘 모르겠다고. 그럼 결국 나랑 요시코쨩 사이엔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는 소리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긴 하지만…”


요시코는 애매한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요우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음…오늘 나도 무척 즐거웠거든. 그런데 나 역시 요시코쨩이 나에게 어떤 행동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냥 요시코쨩이랑 함께 노는 게 재미 있었어. 같이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같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것들. 그냥 그런 게 모두 즐거웠어. 결국 그건, 그냥 같이 어울린 사람이 요시코쨩이라서 즐거웠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나라서?”

“응. 그리고 요시코쨩도 마찬가지로, 그냥 나랑 노니까 재밌고 즐거웠다고 했잖아. 그러니까 뭔가 특별히 하려고 하는 것 보다는,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자신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 아닐까 싶어.”


요우는 그렇게 말하고 목이 타는지 빨대로 음료수를 한번 시원하게 빨아들였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왜냐면 솔직히 나, 오늘 하루 종일 요시코쨩을 끌고 다니기만 했잖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마음 대로 행동했었고. 선물은 해 줬지만, 고작 그거 때문에 즐거웠다고 하긴 힘들고 말야. 하지만 요시코쨩은 즐거웠다고 했지? 그렇다면 결국 좋은 친구가 되고, 인기인이 된다는 것은 내 솔직한 모습을 꾸밈없이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은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이 들어.”

“내 모든 걸…솔직하게…”


요시코는 천천히 요우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생각해 보니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종일 요우에게 끌려 다니기만 했지만, 조금 피곤 했을 뿐 결코 즐겁지 않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생각에 빠진 요시코를 향해 요우는 미소 지으며 천천히, 하지만 다정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나뿐만이 아니라 루비쨩도, 하나마루쨩도, 그리고 나머지 모든 아쿠아 멤버들이나 요시코쨩의 반 친구들도 그건 같을 거라 생각해. 애초에 그 요시코쨩의 타천사…라던가 그런 것들을 알고도 다들 모두 요시코쨩을 좋아해 줬잖아? 그러니 구태여 감추려 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 자기의 솔직한 속마음, 그 모든 것들을 그냥 여과 없이 보여주는 게 좋을 것 같아. 다들 그걸 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정말 그럴까…?”

“응! 분명 그럴 거라 생각해! 요시코쨩이 공인한 인기인 요우쨩의 말이니까 믿어도 좋아!”


요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 있게 경례 포즈를 취했다. 그 모습에 요시코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푸, 푸훗! 나 참, 자기가 자기 입으로 인기인이라고 말 해도 되는 거야?”

“그, 그렇지만! 요시코쨩이 먼저 말 했잖아! 나도 말 하기 무지 부끄러웠다구…”


요우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변명했다. 그 귀여운 모습에, 요시코는 더더욱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신을 위해 진심으로 말해준 요우가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요시코는 부끄러워 하는 요우를 향해 진심이 가득 담긴 진지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


“요우.”

“응?”

“정말 고마워.”


요시코의 인사에 요우는 겸연쩍은 듯 웃더니, 다시 기운 찬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고맙긴…난 정말 요시코쨩이 좋으니까, 도울 일이 있으면 또 얼마든지 말 해줘! 언제든지 전속 전진 요소로로 도와주러 갈 테니까!”

“응. 알았어!”


요시코는 요우의 경례를 보며, 정말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

.

.

주말이 끝나고, 요우는 기분 좋게 학교에 등교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뒤 여느 때처럼 연습을 위해 치카와 리코 두 사람과 함께 아쿠아 부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복도에 다다른 순간, 요우는 하나마루와 루비의 비명 소리를 들었다.


“이, 이게 대체 다 뭐래유?!”

“삐, 삐기이이이!”

“하나마루쨩, 루비쨩, 대체 무슨 일…! 헉! 이게 다 뭐야?!”


두 사람의 비명을 듣고 요우는 급히 두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열린 부실 문 안쪽을 보고 기절할 듯이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뒤이어 달려 온 치카와 리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우쨩 왜 그러…에엥?!”

“…맙소사…이 바보 타천사가…”


부실 안은 온통 타천사 관련 물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촛불이며, 수정구며, 이상한 별이 그려진 커다란 천, 그리고 심지어 부실 창문도 이상한 무늬가 그려진 검은 천으로 가려져 촛불이 아니었다면 안에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가운데, 타천사 복장을 입은 요시코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타천 포즈를 취하고 서 있었다.


“우후후…나의 리틀 데몬들이여…드디어 강림했구나…”

“욧쨩…대체 이게 다 뭐야…?”


리코가 얼굴 가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그러자 요시코는 여전히 타천 포즈를 취한 채 모두를 향해 대답했다.


“뭐긴 뭐야. 다 타천사 물품들이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들이라구.”

“아니 그건 아는데…대체 그걸 왜 이렇게 부실에 잔뜩 채워 놨냐는 말이야…”

“아 이거? 이게 다 요우가 해준 말 덕분이라구.”


요시코의 말에 그 자리 모두의 시선이 요우에게 쏠렸다. 그 시선 세례를 받으며 요우는 손가락으로 자기를 가리키고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에? 나?”

“응. 요우가 그랬잖아. 인기인이 되고 싶다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꾸밈없이 솔직하게 다 보여주라고. 그 말대로,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에게 제대로 알려 주기로 했어! 그래서 부실을 이렇게 꾸며 봤고. 어때? 멋있지?”

“아, 아하하…”


아…그렇게 된 거였구나. 요우는 자신을 향해 ‘나 잘했지?’하는 표정을 짓는 요시코를 보며 이제서야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역시 대충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파악한 듯 요우를 향해 동정의 시선을 보내거나 요시코를 향해 묘한 시선과 한숨을 보내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카난과 마리 역시 부실에 도착했다.


“뭐해? 모두 다 입구에 몰려서…어라?”

“Oh, 대체 이게 다 뭔가 yo? 아주 dark 한 분위기인데요?”

“그게 말야…”


머리 위로 가득 물음표를 띄운 두 사람에게 리코가 열심히 설명 해 주기 시작했다. 설명을 듣고 카난은 그저 허탈한 미소를 지었고 마리는 그 자리에서 배를 잡고 웃어 대기 시작했다.


“아, 아하하…뭐, 요시코쨩 다운 걸?”

“크…크크큭…그, 그래서 저런…아하하하핫! 너무 cute 해yo, 요시코!”

“마리, 그렇게 웃을 때가 아냐. 다른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다이아가 오면…”

“…제가 오면 뭐 안 될 일이라도 벌이신 건가요, 카난 상?”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쿠아의 마지막 양심, 다이아가 나타났다. 그녀의 등장에 마리를 제외한 모두가 화들짝 놀라며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루비는 아예 하나마루 뒤로 숨어 버렸다. 자매인 그녀로서는, 부실 안을 본 다이아가 이제부터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미 짐작 했기 때문이겠지. 그리고 마리가 다이아의 곁에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부실 안 쪽을 가리켰다.


“다이아, 저거 봐. 저어거.”

“마리상? 대체 왜 그러는…삐, 삐갸아아아아아!!!”


마리의 손가락을 따라 부실 안을 본 다이아는 그야 말로 자리가 떠나갈 듯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부들부들 떨며 손가락으로 부실 안 곳곳을 가리키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대…대체…이게 대체 다 뭔가요?!”

“아, 다이아도 왔구나! 봐봐 내가 한번 타천사 컨셉으로 부실 안을 꾸며 봤어! 어때? 멋지지?”


요시코는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하지 못한 채 방실방실 웃으며 다이아에게 대답했다. 이런, 이제 나도 몰라, 요시코쨩. 요우는 속으로 조용히 요시코의 명복을 빌어 주었다. 다이아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천천히 요시코를 향해 걸어았다.


“요시코상…!”

“응? 왜?”

“응? 왜? 가 아니잖아요! 이, 이것들 당장 다 치우지 못해요!”

“꺄, 까아악?!”


다이아의 일갈에 요시코는 큰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제서야 자신의 어떤 상황에 놓인 것인지 깨달은 듯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다이아는 온 몸에서 분노를 뿜어내며 척! 하고 손가락으로 바닥을 가리켰다.


“아니 아니, 일단 치우기 전에, 거기 무릎 꿇고 앉으세요! 대체,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요! 스쿨 아이돌 부실을 멋대로 타천사 부실로 만들어 버리다니! 언어도단이에요!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 그치마안…!”


요우는 요시코가 자신을 비롯한 다른 부원들을 향해 구원의 눈빛을 보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서서 요시코를 도와주지 못 했다. 지금 나서 봐야, 그저 다이아의 분노에 희생되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었다. 요우는 속으로 요시코를 향해 사과하며, 그저 동정의 눈길로 요시코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치만 이 아니에요! 어서 거기 정좌하세요! 오늘 이렇게 된 김에 저한테 잔소리를 좀 들으셔야 겠어요. 애초에 요시코상은 좀 더 스쿨아이돌로서 자신을 가지고 행동하실 필요가 있어요. 자고로 아이돌은 기본적으로…”

“이…이게 아닌데에…!”


요시코는 그렇게 장장 30분 동안 꿇어 앉은 채 다이아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잔소리가 끝나고, 요우와 카난이 열심히 해명을 해서 간신히 다이아의 분노를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요시코는 그 사건으로 인해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한동안은 타천사의 ‘타’도 입에 담지 않았다. 그리고 그 덕에 요시코는 오히려 친구가 조금 늘었다는, 그런 비극도 희극도 아닌 결론만이 남았다고 한다.


-완-




코코아쓰나미 선개추 2018.06.05 14:17:47
향님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코침투력 무엇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7センこ, 4センよ 2018.06.05 14:24:22
타천빵야✨ 2018.06.05 14:31:43
지모아이 옷 고르는 장면 공감되네. 39.118.*.* 2018.06.06 08:06:37
지모아이 헤프닝→해프닝,원하는 데로→원하는대로. 39.118.*.* 2018.06.06 08: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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