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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소재글][요시삐긱스]외로운 타천사와 두 아가씨-완-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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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02118
  • 2018-05-30 15:59:05







겨우 완결 냈다 ㅠㅠ

읽어 준 물붕이들 맘에 들진 모르겠네;;;

글자 수 제한 65535 어쩌고 때문에 거의 1시간 고생하다 겨우 올림 ㅅㅂ

암튼 재밌게들 봐 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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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이후, 요시코의 세계는 크게 바뀌어 버렸다. 물론 겉으로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단지 다이아와 좀 더 거리를 두게 되고, 사적으로 대화를 나누지 않게 되었을 뿐이었다. 뭐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 했기에 생각보다 큰 충격은 없었다. 가슴 한쪽에 큰 구멍이 뚫린 듯 자꾸만 무언가 새어 나가는 그런 허전함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이미 그런 감정에는, 외로움에는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려니 넘기는 것 정도는 요시코에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다가 집에 돌아가 혼자 어두운 방에서 베개를 붙잡고 울면 되는 일이었으니까. 예전엔 흔한 하루 일과였으니까.


오히려 요시코를 놀라게 한 것은 하나마루의 태도였다. 솔직히 요시코는 하나마루나 루비와도 사이가 멀어질 것을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은 마치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요시코를 대해 주었다. 아니 오히려 하나마루는 정말 예전 아무 일도 없던 그 시절처럼, 요시코를 향해 핀잔을 주거나 가끔 놀리기 까지 하는 등, 그런 태도를 보여 주었다. 그런 하나마루의 변화에 요시코는 그저 혼란스러움을 느낄 뿐이었다. 멀어졌으면 더 멀어졌지, 오히려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 했으니까.


‘아마, 루비한테 정말 말 하진 않은 모양이네.’


요시코는 그런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만약 하나마루가 그날 자신과 나눈 대화 내용을 모두 루비에게 말했다면, 절대로 이럴 수 없었을 것이다. 아마 하나마루는 비록 말은 하지 않아도, 적어도 지금의 상황만큼은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를 요시코에게 표현하고 있는 듯 했다. 요시코로서도 지금 다이아 건만으로도 충분히 혼란스러운 마당에 굳이 그런 하나마루를 들쑤실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다이아의 부재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는 자신에게 하나마루의 저런 태도는 요시코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 주었다. 그것이 설령 가식이나, 진심 아닌 태도라 할지라도 외로운 요시코에겐 한 줄기 빛 과도 같았다. 그래서 그나마 아무렇지 않은 듯,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멍 해진다든가, 아무 이유도 없이 한숨이 새어 나온다든가 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만큼 요시코의 마음 깊숙한 한 구석에는 여전히 다이아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지고 있었다.


“요시코쨩, 요즘 좀 이상해.”

“으, 응? 뭐가?”


옥상에서 다 같이 점심을 먹던 중, 갑자기 루비가 요시코를 향해 말을 걸었다. 푸르디 푸른 우치우라의 하늘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요시코는, 갑작스레 들려 온 루비의 말에 놀라 살짝 당황한 목소리로 대답하고 말았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루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지금도 그렇잖아. 밥 먹다 말고 갑자기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질 않나…한숨을 쉬질 않나…”

“뭐 타천사가 되어서 하늘로 날아간다는 상상이라도 한 모양이쥬. 먹으라는 밥은 안 먹고유.”


루비의 걱정 섞인 물음에 하나마루는 빵을 우물거리며 핀잔 섞인 말로 대답했다. 그런 하나마루의 반응이 왠지 기뻐서, 요시코는 일부러 더 심통 맞은 표정을 지으며 항변했다. 마침 대답 하기곤란한 질문이기도 했기에, 말을 돌릴 수 있게 해준 하나마루의 대답이 더 고맙게 느껴졌다.


“아, 아니거든! 그냥 하늘이 너무 맑아서 좀 올려다봤을 뿐이야!”

“그렇구나…혹시라도 무슨 일 있으면, 꼭 이야기 해 줘야 해? 알았지?”

“으, 응. 알았어. 걱정 해 줘서 고마워.”


요시코는 루비가 자신을 신경 써 주는 것이 좀 기뻤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비와 하나마루 앞에서 ‘다이아가 신경쓰여서.’라고 솔직히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당히 둘러 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때 요시코는 문득, 자신 때문에 루비와 다이아가 싸웠던 일이 떠올랐다. 솔직히 그 뒤로도 왠지 두 사람 사이에서 데면데면해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보였던 터라 요시코도 살짝 신경이 쓰이고 있던 차였다. 물론 다이아의 소식을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싶다는 자신의 욕심도 있어서, 요시코는 조심스럽게 루비에게 질문했다.


“저기 루비…요즘 다이아랑은 좀 어때? 그날 나 때문에 싸운 게 아무래도 좀 마음에 걸려서…”


요시코의 질문에 순간 루비는 젓가락질을 멈췄다. 그리고 약간 어두워진 표정으로 요시코를 바라보았다. 아차, 하면 안 되는 질문이었나? 요시코는 조심스레 루비의 눈치를 살폈다. 그 때 옆에 있던 하나마루가 나지막하게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을 내뱉는 것이 들렸다.


“…저 바보 타천사.”

“뭐?”

“아무 것도 아니에유.”


하나마루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표정으로 요시코에게 대답 했다. 뭐야, 왠지 내 욕을 한 것 같은데. 요시코는 더 따지고 물어 보려다, 괜히 하나마루의 심사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참기로 했다. 거기다 지금은 왠지 불편한 기색의 루비를 신경 쓰는 것이 더 급했으니까. 하지만 루비는 곧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뭐야, 요시코쨩 아직도 그걸 신경 쓰고 있었어?”

“응? 아 응…뭐 그렇지…”


다행이네, 기분이 나쁜 건 아닌 모양이야. 요시코는 살짝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심했다. 루비 마저 사이가 어색해진다면 도저히 견딜 자신이 없었으니까.


“걱정 하지 마. 그 뒤로 집에서 잘 이야기 했으니까. 서로 좀 말이 심했다고 사과 했어. 언니도 내가 요시코쨩에게 따로 사과 한다고 했더니 잘 이해해 줬고 말야. 그러니까 걱정 하지 않아도 돼. 신경 써 줘서 고마워, 요시코쨩.”

“그렇구나…잘 해결 됐다니 다행이네.”


요시코는 루비를 향해 마주 미소를 지어주며 대답했다. 사실 그녀는 혹시 자신은 물론이고 다이아가 루비와도 사이가 나빠진 건 아닐까, 하고 걱정 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적어도 자신은 아니더라도, 다이아만큼은 완전히 외톨이가 되어버리지 않기를 바라는 게 요시코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다행이네, 다이아. 요시코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젓가락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루비,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집 복도에서 다이아와 마주친 루비는, 평소처럼 그저 인사도 건네지 않은 체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그런 루비를 다이아가 불러 세웠다. 루비는 약간 짜증 섞인 표정을 지으며 다이아를 향해 뒤돌아 섰다.


“뭔데?”

“잠깐이면 돼요. 하지만…정 루비가 저와 이야기 하기 싫다면 저도 더 이상 고집 부리지 않을 게요. 저에게 루비를 붙잡을 자격 따윈 없으니까.”


오히려 저렇게 얘기하면 거절하기 힘들잖아. 루비는 잠시 속으로 투덜거리고는 다이아를 향해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이따 저녁 먹고 나서 이야기 해. 내가 언니 방으로 찾아 갈 게.”

“알았어요.”


루비는 다이아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뒤돌아 서서 방으로 향했다. 아직도 다이아를 향한 원망의 마음은 루비의 마음 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동시에 살짝 가슴이 두근거렸다. 자신이 언니에게 그런 매몰찬 행동과 태도를 취했음에도 자신과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것에 대해 약간의 기대를 품었다. 정말 루비는 속도 없나 봐. 이렇게 된 마당에도 이러다니…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방을 향해 걸었다.


그리고 저녁을 먹고 난 후, 루비는 다이아의 방으로 갔다. 살짝 문을 두드리자, 들어오세요- 하는 짧은 다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간 루비를 향해, 다이아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인사를 건냈다.


“어서 와요, 루비.”

“그래. 뭐 그건 그렇고 무슨 일로 부른 건 지나 이야기 해 줄래?”


루비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이아는 그런 루비를 향해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과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루비로 하여금 다시 다이아를 향한 분노가 일어나게 하는 것이었다.


“요새 요시코상은 좀 어떻게 지내나요?”

“…그걸 물어 보려고 날 부른 거였어? 미안하지만, 별로 대답 해 주고 싶지 않네. 좋아하는 요시코쨩에게 직접 물어 보는 게 어때?”


루비는 그렇게 말하고는 매몰차게 돌아 섰다. 역시, 기대한 내가 잘못 이었어.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다이아가 바라 보는 건 자신이 아니라 요시코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말았다. 울 것 같은 기분을 간신히 누르며, 루비는 방을 나서려 했다. 그때 다이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루비를 불러 세웠다.


“루비! 잠깐만요!”

“…더 이상 언니랑 할 말 없다니깐.”


하지만 그럼에도 루비는 일단 멈춰 섰다. 혹시나, 만약에 하는 실낱 같은 희망이 루비의 발목을 붙잡았기 때문이다. 진짜 난 바보 멍청이인가. 루비는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이상하게 생각과 달리 발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런 루비를 향해 다이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사실 저, 요시코상과 말을 하지 않고 지낸 지 꽤 됐어요. 그래서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 볼 수 없어요. 애초에 직접 물어 볼 생각도 없고요.”

“…뭐 대충 눈치는 채고 있었어. 아쿠아 활동을 할 때만 봐도, 둘이 떨어져 지내려 하는게 눈에 보이던걸. 예전처럼 언니가 요시코쨩 편만 들지 않으려 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더라.”


나도 바보는 아니니까, 하고 루비는 짧막하게 말을 덧붙이며 다시 뒤돌아 섰다. 흘끗 곁눈질로 다이아의 얼굴을 살피자, 그녀가 약간 안도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다이아는 약간 진정 된 목소리로 루비를 향해 말했다.


“네, 루비 말이 맞아요. 되도록 요시코상과는 거리를 두려 하는 중입니다.”

“…어째서야?”

“그건…루비가 저와 요시코상이 가까이 지내는 걸 싫어하니까…”

“뭐?”


다이아의 말에 루비는 그저 기가 찰 뿐이었다. 결국 저 말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 결국 자신 때문이라는 소리 밖에 되지 않으니까. 루비는 다이아를 향해 최대한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니까 결국, 이게 다 나 때문이라는 소리네?”

“루비, 그런 말은 절대 아니…”

“맞잖아! 지금 자기 입으로 말 해놓고도, 그런 말이 나와? 그럼 내가 상관 없다고 했으면, 언니는 그냥 계속 요시코쨩과 잘 지낼 수 있었다는 소리 아냐?”

“그건…”


다이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그래, 결국 언니는 요시코쨩 뿐이지. 자기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고 말야. 루비는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이 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자는 심정으로, 루비는 다이아를 향해 쏘아 붙이기 시작했다.


“이 참에 이야기 할 게. 언니는 그날, 내가 왜 요시코쨩한테 화를 냈을 거 같아?”

“그건…요시코상의 애매한 태도 때문이 아니었던가요? 그런 태도 때문에 요시코상은 루비에게…”

“좋아한다는 고백도 제대로 하지 못 했으니까? 뭐, 그것도 틀린 말은 아냐. 실제로 많이 답답 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화를 낼 정도는 결코 아니었어. 그래, 이 참에 이야기 할 게. 내가 화가 난 건, 언니의 처신 문제라고!”

“제…처신…?”

“그래! 솔직히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건 좋아. 솔직히 내 친구랑 우리 언니가, 그것도 같은 스쿨 아이돌 멤버가 서로 친하게 지낸다는 데 싫어할 이유가 어딨겠어? 정말 단순히 그런 거라면 내가 정말 나쁜 게 맞지. 하지만 내가 화가 났던 건 그런 단순한 이유가 아냐. 내가 화가 난 건 언니의 처신 때문이었다고! 요시코쨩이 아니라!”


루비의 분노 섞임 외침에 다이아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슬픈 눈동자로 루비를 바라 볼 뿐이었다. 그래, 내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지? 당황스럽지? 하지만 난 계속 말 할거야. 하지만 루비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렇게 슬픈 눈을 한 다이아의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분명 일부러 다이아가 자신을 슬프게 할 생각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루비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루비는 다이아를 향한 원망의 말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그만큼 루비의 마음 속 상처는 깊었으니까.


“요시코쨩은 그럴 수 있어. 원망스럽지만, 충분히 이해해. 요시코쨩은 그만큼 외로운 삶을 살아 왔으니까. 누군가에게 의지 하고 기대고 싶어 한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이해 한다구. 하지만 언니는? 내 마음도 다 알고, 요시코쨩의 마음도 다 알고 있으면서…어째서 그러는 거야? 최소 연장자인 언니가 자중했다면, 좀 더 잘 처신했다면, 선을 잘 지켰다면, 내가 그렇게 화를 낼 일은 없었을 거야. 언니는 단순히 요시코쨩을 아껴 주는 정도를 넘어서 있었잖아! 그래서 내가 화를 낸 거라구! 진짜 언니가 연장자로서 잘 처신 해 주었다면…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 같은데. 안 그래?”


루비는 그렇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다 쏟아내고 입을 다물었다. 하고 싶었던 말을 다 하고 나니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도 들었지만, 막상 그런 시원함이나 후련함 보다는 왠지 그냥 슬프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루비는 그런 어째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아 챘다. 결국 자신은 이 와중에도, 자신의 말에 상처 입을 다이아를 무의식 중에 신경 쓰고 있었다. 


정말 이대로 언니가 날 완전히 싫어하면 어떡 하지, 이런 생각 까지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루비는 깨달았다. 그래, 난…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바로 언니 였던 거야. 그래, 그랬던 거구나. 결국 이러한 말들도, 내 분노와 짜증도, 결국 내가 언니를 너무 좋아해서 생긴 것 뿐이었어. 날 봐 달라고, 날 신경 써 달라는 그런 내 마음을 알리려는 마음 이었던 거야. 루비는 비로소 자신의 진심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무서워졌다. 만약 언니가, 내 말에 화를 내면 어쩌지? 이제 정말 당신 같은 동생은 필요 없다고 하면 어떡하지? 솔직히 지금까지 자신이 언니에게 한 행동들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상황이라 생각 되었다. 저번처럼 따귀로 끝나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은 지금 다이아를 심하게 몰아 붙였으니까. 


루비는 잔뜩 긴장하며 다이아의 눈치를 살폈다. 다이아는 고개를 푹 숙인 체,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역시 화가 난 걸까? 이제 너 같은 건 꼴도 보기 싫다며 날 쫓아 내려나? 하긴 뭐…그래도 싸. 루비는 애써 마음을 다잡으며 다이아의 말을 기다렸다. 그리고 이윽고 다이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다이아는 그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루비는 대체 다이아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불안해 하는 루비를 향해 다이아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고마워요, 루비.”


하지만 다이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루비를 향한 비난도, 실망도 아니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루비는 그저 눈만 깜빡이며 다이아를 향해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으…응? 뭐가?”

“덕분에 결심이 섰어요.”

“결심…? 대체 그게 무슨...?”


루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이아를 향해 되물었다. 대체 다이아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루비를 향해, 다이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조용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전…오늘 루비에게 그런 말을 들을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어요. 아니, 오히려 그런루비의 솔직한 심정을 꼭 듣고 싶었어요. 그래서 오늘 루비를 부른 겁니다. 그렇게 루비의 말을 들으면, 제 마음 속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그 김에 그런 제 마음 속 결정을, 루비에게 전해 주고 싶기도 했어요.”

“결정…? 대체 그게 뭔데…그게 대체 뭐길래 이렇게 까지 하면서 내려야 했던 건데?”


루비는 어느새 다이아를 향해 자신이 조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그런 원망과 실망과 분노의 마음들도 모두 잊은 채, 그저 기대 하는 마음으로 다이아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 이윽고 천천히 다시 다이아의 입이 열렸다.


“네. 그것은 말이죠…”

.

.

.

늦은 저녁 시간, 요시코는 급히 집을 나섰다. 그것은 다이아로부터 온 메시지 때문이었다.


[요시코상. 오늘 저녁 공원에서 만나고 싶어요. 할 이야기가 있어요. 저녁 7시부터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와 주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처음 메시지를 봤을 땐 화부터 났다. 나한테 그렇게 행동 해 놓고, 이런 메시지를 보낸다고? 그런 생각에 그냥 무시하고 가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결국 7시가 다가오자 요시코는 어느새 옷을 입고 집을 나서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원에 도착한 요시코는, 공원 가운데 서 있는 다이아를 발견하고 천천히 다가갔다.


“나 왔어.”

“오랜만이네요, 요시코상.”

“…응. 그래. 오랜만이네. 이렇게 단 둘이 만나는 건.”

“그러게요. 그 날 이후로 처음이죠?”


요시코의 말에 다이아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순간 요시코는 살짝 얼굴이 붉어졌다. 그나마 어두워서 들키진 않겠네.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이아를 향해 애써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그렇지. 그건 그렇고…그래서 할 말이란 게 뭐야?”

“사실 오늘 제가 요시코상을 부른 건, 제 솔직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에요.”

“그래?”

“네, 제가 일단 하고 싶은 건…요시코상에 대한 사과에요.”


그렇게 말하며 다이아는 요시코에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천천히 요시코를 향해 사과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요시코상. 언니처럼 대해 주겠다고 한 주제에, 멋대로 그 말을 어기고 요시코상을 무시하고 상처를 주었으니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이아의 사과에 요시코는 다시 그 날의, 복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라 왠지 마음이 쓰라렸다. 하지만 애써 개의치 않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됐어. 어차피 말 그대로 다이아는 진짜 내 친언니도 아니었잖아. 오히려 멋대로 기대한 내 잘못도 있으니 그렇게 사과 할 필요는 없어.”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설명도 없이 그렇게 태도를 바꾼 건 엄연히 제 잘못이니까요. 그 점에대해서 사과 하고 싶었어요.”


다이아는 정말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사과했다. 그 사과를 들으니, 요시코는 조금이나마 마음이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이아에 대한 앙금이 다 풀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계속해서 무덤덤한 목소리로 다이아를 향해 물었다.


“그래, 할 말은 그게 다야?”

“아뇨, 아직 더 중요한 할 말이 남아 있어요.”

“그게 뭔데?”


요시코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왠지 자꾸만 가슴 속에서 불안함이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어째서인지 다이아의 그 다음 말을, 중요한 말이라는 그것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피한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부딪칠 일이었으니까. 요시코는 그저 불안한 표정으로 다이아의 얼굴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다이아는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전 이제…요시코상을 좋아할 수 없어요. 요시코상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어요. 그 말을 전하고 싶었어요.”


순간 요시코는 가슴 속에 뭔가 쿵, 하고 커다란 돌덩이가 내려 앉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다이아가 진지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할 말이 있다고 했을 때부터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다이아의 입으로 직접 저 말을 들으니 그 충격이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요시코는 애써 침착한 척 하며 다이아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떨리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어째서?”

“저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어요.”


다이아는 슬픔과 미안함이 섞인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말을 이어 나갔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중한, 그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귀여운 여동생이요. 그런 여동생이 울며 자길 봐 달라고 하는데, 자기만을 소중히 여겨 달라고 하는데, 차마 제 마음을 먼저 내세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 마음을 거절 할 수 밖에 없다는 소리구나?”

“네…맞아요.”


그래, 그런 거였구나. 결국 다이아에겐…나보다 루비가 더 중요한 거였구나. 뭐 그럴 것 같긴 했지만 말야. 그럼 이제 난 다이아와 루비 두 사람을 동시에 잃은 셈인가? 뭐, 하나마루 말대로 충분히 내가 잘못 하긴 했으니까. 두 사람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건 나니까. 그래서 벌 받는 거지 뭐.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 하며 고개를 숙였다. 눈물이 자꾸만 흘러내려 눈앞을 가렸다. 흐려진 시야로 다이아를 바라보며 요시코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한 가지만 물어 봐도 돼?”

“뭔데요?”

“다이아는…정말 날 좋아 하긴 했었어? 동생으로서가 아니라…”


요시코의 물음에 다이아는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한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 하나하나에 진심이 가득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동생 이상으로, 연정에 가까운 마음을 품고 있었어요. 그건 정말 제 진심이었어요. 요시코상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그럼 됐어. 그 말이 듣고 싶었어.”


그래, 이거면 됐어.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뒤돌아 섰다. 그리고 뒷편의 다이아가 들을 수 있을 정도의,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한 마디를 건냈다.


“잘 있어…다이아 언니.”


그렇게 말하고, 요시코는 다이아의 대답을 듣지 않은 채 그대로 앞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차마 그 다음 다이아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에, 요시코는 그저 달리기만 할 뿐이었다.

.

.

.

다이아는 달려가는 요시코의 뒤를 그저 말 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는 뒤편의 수풀을 향해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루비? 거기 있죠? 있는 거 다 아니까, 나오세요.”


잠시 후 수풀이 부스럭거리더니, 루비가 모습을 드러냈다. 루비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다이아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뭐, 제가 요시코상을 만날 거라 제 입으로 이야기했으니까요. 루비 성격상, 분명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해서라도 나올 거라 생각 했어요.”

“그렇구나…역시 언니네.”

“뭐, 그런 거죠. 그나저나 루비, 들었으니 알겠지만…이제 제 마음을 아시겠죠? 전 분명 루비에게 말 한 대로, 제 나름의 결정을 내렸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다이아의 덤덤한 말에 루비는 순간 울컥 가슴속에서 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루비는 다이아를 향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니는…진짜 바보야?”

“네?”


다이아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루비를 향해 반문했다. 루비는 그런 다이아를 향해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말들을 마구 쏟아 냈다.


“이건…이건 순전히 내가 떼를 쓴 거잖아! 완전히 억지잖아! 아무리 내가 내 자신을 봐도, 난 그저 내 욕심을 위해 언니에게서 억지로 요시코쨩을 떼어 낸 것에 불과하다고. 근데 왜, 이런 내 말도 안되는 고집 때문에 언니가 괴로워해야 하는 거야?”

“루비…”

“솔직히 기뻤어. 언니가 나를 위해, 요시코쨩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어. 하지만 동시에 나는…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러웠어. 두 사람이 슬퍼할 걸 뻔히 알면서도, 오직 내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두 사람을 불행하게 하고, 그걸 기뻐하는 내 자신이 너무 혐오스럽고 징그러워. 루비는…루비는 진짜 여동생으로서도…사람으로서도 정말 최악이야…구제불능의 이기적인 사람이라구…”


루비는 그렇게 말하며 훌쩍이기 시작했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자꾸만 눈물이 쏟아져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언니가 어떤 마음으로 저 행동을 했을지, 자기의 마음을 부정 해 가면서 까지 자신의 고집을 들어 줬는지 생각하니 기쁘다기 보다는 그저 마음이 아파 왔다. 자신의 마음을 참고 속이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는, 누구보다 루비 자신이 더 잘 알고있었으니까. 다이아는 그렇게 울고 있는 루비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더니, 그대로 품에 꼭 안아 주었다.


“…전 동생을 사랑하는 언니니까요. 언니라면, 사랑하는 동생이 동생이 어떤 떼를 쓰더라도 그걸 용서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이니까요. 단지, 그것뿐이에요.”

“흑…진짜…언니는…바보야…”

“네, 바보랍니다. 바보 동생의, 바보 언니랍니다.”


루비는 그렇게 다이아의 품에 안겨 한참을 울었다. 그러면서도 루비는 다이아의 품이, 그 무엇보다 따스하고 포근하다고 생각했다.

.

.

.

요시코는 그렇게 한참을 달렸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달리기만 했다. 멈추면 이대로 온몸에 힘이 빠져 그대로 주저 앉아 버릴 것 같았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요시코의 앞에, 익숙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딜 그렇게 뛰어 가나유, 요시코쨩?”

“즈라마루…”

“울고 있네유?”

“…내버려 둬.”


요시코는 멈춰 선 채 급히 소매로 얼굴을 닦아 냈다. 하지만 하나마루는 그저 알 수 없는 미소만을 지은 채, 천천히 요시코를 향해 다가왔다.


“싫은데유. 전 요시코쨩이 왜 울고있는지 신경쓰여유.”

“흥, 알게 뭐야. 어차피 하나마루도 루비 편이잖아? 루비를 좋아하잖아? 그렇다면, 그냥 루비한테 가 버려. 난 어차피 외톨이에 바보고, 중2병까지 걸린 타천사 코스프레 환자일 뿐이니까. 달래 줄 필요는 없다구.”


요시코는 한껏 비꼬는 말투로 하나마루를 향해 대답했다. 어차피 이렇게 된 마당에, 하나마루 까지 화를 내든 말든 별로 상관 없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런데 하나마루는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도리어 비꼬는 말투로 대답했다.


“맞아유. 요시코쨩은 정말 바보에유.”

“…뭐?”

“어디다 화를 내야 할 지도 모르고, 그저 저한테 마구 화풀이를 하고 있을 뿐이잖아유. 그게 바보가 아니고 뭐에유?”

“멋대로 말 하지 마.”


요시코는 이를 악물며 하나마루를 향해 사나운 말투로 대꾸했다. 하지만 하나마루는 미소까지 지어 가며 요시코를 향해 말을 이어 나갔다.


“루비쨩을 잃어서 슬퍼유?”

“조용히 해…”

“다이아상에게서, 더 이상 좋아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서 슬퍼유?”

“조용히 하랬잖아!”


결국 요시코는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런 요시코에게 하나마루는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고는 정색하는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말했다.


“어차피 요시코쨩은, 지금 루비쨩을 행복하게 해 주지도 못 했잖아유? 루비쨩을 울렸잖아유. 슬프게 만들었잖아유. 그런 주제에 저한테 화를 내다니…완전히 적반하장 아닌가유?”

“그, 그건…”

“그리고 막상 다이아상도…힘들게 만들고 말았지유. 대체 요시코쨩이 원했던 건 뭔가유? 두 사람을 모두 불행하게 만드는 건가유? 자기 마음도 제대로 갈피를 못 잡고…두 사람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고 말이에유. 그것도 단순히 자기 욕심 때문에 두 사람을 다 놓기 싫다는, 그런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잖아유. 완전히 이기적이에유. 정말 최악이에유.”


하나마루의 말에 요시코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구구절절이 맞는 하나마루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요시코의 가슴을 쿡쿡 찌르는 듯 했다. 그래, 난 저런 말을 들어도 싸. 그렇게 생각하며 요시코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또 눈물이 흘러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런 요시코를 향해 하나마루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저는 적어도, 한 사람만큼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어유.”

“…그래? 그게 그거 좋으시겠네. 그 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참 행복하겠어. 보나마나 루비겠지만, 어쩌나? 루비에겐 이미 다이아 뿐인데.”


하나마루의 말에 요시코는 괜히 부아가 치밀었다. 그래, 나 말고는 다 루비 편이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나마루에게 일부러 비꼬듯 대답했다. 하지만 하나마루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요시코를 충격에 빠트리는 한 마디를 꺼냈다.


“루비쨩이 아닌데유?”

“뭐?”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요시코쨩이에유.”

“뭐…뭐어어어?!”


하나마루의 충격적인 고백에 요시코는 머리를 한대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즈라마루가? 나를? 어째서? 거짓말이지? 나 놀리는 거지? 하지만 하나마루는 그런 요시코를 향해 계속해서 추가타를 날렸다.


“요시코쨩은 진짜 바보네유, 제가 정말 좋아하는게 루비쨩이라고 생각했던 거에유?”

“그, 그렇지만 너 그때…내가 루비를 좋아하냐고 하면서 비꼬니까 내 뺨을 때리기까지 했잖아…?”


요시코는 너무 놀라 말까지 더듬거렸다. 하지만 하나마루는 그저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아닌데유. 제가 뺨을 때린 건…제 마음도 몰라주고, 멋대로 그런 말을 한 요시코쨩에게 화가 나서 그랬을 뿐이에유. 좋아하는 사람이 제 마음도 모르고 그렇게 절 놀리기나 하는데, 당연히 화가 나지 않겠어유?”

“그, 그럼 루비에게 말 해 버린다고 했던 건…?”

“…뭐 그건 그냥 해 본 말이에유. 제 맘도 몰라주는 요시코쨩이 괜히 미워져서, 한번 심술을 부려 봤을 뿐이에유.”

“그, 그런! 그게 뭐야 대체!”

“뭐긴 뭐에유. 바보지유. 제 솔직한 맘을 전하지 못한 저도 바보고, 제 마음도 모르고 이상하게 받아 들인 요시코쨩도 바보지유. 둘다 바보에유. 더블 바보에유.”


요시코는 이제서야 하나마루의 태도가 이해 되기 시작했다. 자길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연애 상담을 한 것도 모자라, 갑자기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드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갈팡질팡 했으니 얼마나 보는 하나마루의 속이 얼마나 터졌겠는가. 오히려 따귀 한대로 끝난 게 다행이다 싶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자신에게 냉랭한 태도를 취한 것도, 충분히 그럴 만 한 것이었다. 그러자 요시코는 슬슬 하나마루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자신은 하나마루를 원망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에게 거리를 두려 하고, 자신의 인간 관계를 빌미로 협박하려 한다는 오해까지 해 가면서. 밀려오는 부끄러움과 죄책감에 요시코는 그저 고개를 숙일 수 밖에 없었다.


“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줄곧 하나마루를 원망하기만 하고…”

“괜찮아유…좀 전에 말 했잖아유? 결국 제 마음을 전하지 못한 저도 잘못한 거에유. 그러니 미안해 할 필요 없어유. 그리고…요시코쨩이 루비쨩을 좋아한 것도, 다이아상을 좋아한 것도 분명 진심이었잖아유? 그게 설령 서로를 불행하게 만들었더라도, 전 그 마음 이해 해유. 누굴 좋아한다는 마음은, 그렇게 쉽게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걸 저는 누구보다 잘 알고있으니까유.”

“…진짜 바보네. 그걸 알면서도, 내가 마음이 휙휙 바뀌는 그런 사람인 걸 알면서도, 날 좋아한다고 이야기 하는 거야?”

“네, 맞아유. 전 바보에유. 하지만 요시코쨩도 바보니까 괜찮아유. 바보가 바보를 만나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유?”

“그런가?”

“그런거에유.”


결국 두 사람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요시코는 비록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하나 잃었지만 결국 또 다른, 자신을 소중히 생각해 줄 다른 사람을 얻어 구원받을 수 있었다.

.

.

.

학교가 끝난 뒤, 스쿨 아이돌 부실은 여느 때 처럼 시끌벅적 했다. 루비는 요시코에게 스쿨 아이돌 잡지를 보여주며 이런 저런 스쿨 아이돌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 주고 있었다. 요시코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심 그런 루비의 설명을 귀기울여 듣고 있었다. 그때, 그런 두 사람 사이에 그림자 하나가 드리워졌다. 고개를 들자, 금강신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다이아가 두 사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루비.”

“왜, 왜 그래 언니?”

“루비…스쿨 아이돌 활동에 집중 하는 것도 좋지만, 학업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 되는데요?”


다이아는 그렇게 말하며 루비를 향해 종이 하나를 펼쳐 보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루비의 쪽지 시험 성적표였다. 루비는 새파래진 얼굴로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어, 언니 그건 어떻게…”

“전교 회장을 얕보지 마세요. 뭐, 그런고로 루비는 당분간 저와 함께 공부 특훈입니다!”

“삐, 삐기이이이!”


루비는 비명을 질렀다. 그녀로서는 어떻게든 언니와의 공부는 사양 하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눈에 옆에서 사뭇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요시코의 모습이 보였다. 루비는 손가락으로 요시코를 척 가리키며 다이아를 향해 외쳤다.


“자, 잠깐 언니! 요시코쨩도! 여기 요시코쨩도 나랑 성적 비슷하다구!”

“루비! 왜, 왜 나까지 끌어 들이는 거야?”

“음…그렇군요…요시코상도 그렇단 말이지요…”


다이아는 씨익 웃으며 요시코를 바라보았다. 그런 다이아의 표정에 요시코는 두려움에 떨며 침을 꿀꺽 삼켰다.


“아, 아하하. 다이아…난 어차피 타천사라 공부 같은 건 안 해도 되는…”

“어림 없는 소리 마세요! 이 타천사!”

“히, 히이이이익!”

“요시코상이 학업 성적을 내지 못해서 구제불능의 삶을 사는 걸 차마 두고 볼 수 없어요. 오늘부터 요시코상도 루비와 함께 특훈입니다! 알았죠? 이건 선배로서의 명령입니다! 선.배.로.서!”

“시, 싫어어어어어!”


요시코는 하나마루를 향해 구원의 눈빛을 보냈다. 제발, 제발 말려줘, 즈라마루. 날 좋아한다면 날제발 살려 줘! 그런 요시코의 간절함이 닿았던 것일까, 하나마루는 책을 읽다 말고 고개를 들어 요시코와 눈을 마주쳤다. 하나마루는 간절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요시코에게 잠시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활짝 웃으며 작게 입을 움직였다.


“요시코쨩, 파이팅이에유.”

“즈, 즈라마루 너마저어어어!!!”

“삐기이이이이이! 루비도 공부 싫어어어!!!!”

“자, 둘다 책 꺼내세요!”


그렇게 한동안 부실에서는, 두 1학년의 절규가 한참 동안 울려 퍼졌다.

.

.

.

하나마루는 잠시 잊은 물건이 있어 급히 부실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부실에 간 그녀는,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다이아와 마주치게 되었다. 부실 뒷정리를 하고 있던 모양인지, 다이아의 손에는 빗자루와 쓰레받기가 쥐어져 있었다.


“어…청소 중 이셨나보네유?”

“뭐 그런 거죠. 다들 너무 부실을 막 쓴다니까요. 이래서야 아쿠아의 위신이 엉망이 될 거라구요. 내일 모두를 모아 놓고 한 소리 해야 겠어요.”

“아하하…”


하나마루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저 쓰레기는, 아까 제가 버린 건데…말 하지 말아야 겠네유. 그렇게 생각하며 하나마루는 잊고 갔던 봉투를 집어 들었다. 그때 하나마루를 향해 다이아가 지나가는 말투로 말을 걸었다. 물론 그 내용은, 절대로 흘려 들을 만한 것이 아니었지만.


“생각대로 잘 돼서 다행이네요. 축하해요, 하나마루 상.”

“…뭐 그렇지유. 그러는 다이아상이야 말로 축하 드릴게유.”


어느새 다이아는 하나마루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나마루 역시 그에 화답하듯,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근데 저, 한가지 궁금한 게 있어유.”

“그게 뭐죠?”

“솔직히 다이아상, 그냥 루비에게 진작 좋아한다고 말 해도 됐던 거 아니에유? 루비의 반응을 보면, 다이아상이 먼저 마음을 표현 했어도 충분히 원하는 대로 일이 풀렸을 것 같은데유.”


하나마루의 질문에 다이아는 빙긋 미소 지었다. 예쁜 미소였지만, 왠지 오싹한 느낌까지 주는 그런 작위적인 미소에 하나마루는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했다. 그런 하나마루를 향해 다이아는 미소를 유지한 채 천천히 대답했다.


“뭐…그럴 순 있죠. 하지만, 그건 제 자신의 양심이 차마 허락하지 않았어요. 루비로 하여금 먼저마음을 표현하게 만든 덕분에, 제 안의 죄책감을 덜 수 있었죠. 여동생을 좋아한다. 이것은 솔직히 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고, 품어서는 안될 감정이며 죄니까요. 그런 죄책감 때문에 전 차마 먼저 말 하지 못 했어요. 그래서 루비가 요시코상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서도 보내 줄 수 밖에 없었죠.”

“…그건 그렇지유…”

“하지만…루비가 저에게 먼저 다가온다면 그건 좀 얘기가 다르지 않겠어요? 저는 단지 소중한 여동생을, 절 원하는 여동생을 품에 안고 보듬어 준 것뿐이니까요. 그럼 죄책감 따위 가질 필요가 없죠. 오히려 제 눈물겨운 사랑도 내던지고, 그저 여동생을 위해 희생하는 그런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하고 다정 다감한 언니가 되는 것뿐이니까요. 오히려 이런 제 자신이 자랑스럽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답니다.”


다이아의 말에 하나마루는 그저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채 그저 멍하니 다이아를 바라보았다. 저는 정말, 엄청난 사람하고 협력 해 버린 걸지도 모르겠네유. 적어도 저와 이해관계가 맞아서 다행이에유. 저런 사람은 절대로 적으로 두고 싶지 않아유. 하나마루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결국 전 단지 루비가 저에게 다가오도록 조그마한 ‘계기’를 던진 것뿐이랍니다. 단지 그 것뿐이에요.”

“그건 그렇지만유…”

“그러는 하나마루상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건…”


다이아는 우물거리며 대답하지 못하는 하나마루를 향해, 마치 연극 하는 듯한 포즈로 말을 이어나갔다.


“예전부터 요시코상을 좋아했지만…그 마음을 표현하기도 전에 루비와 요시코상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게 돼 버렸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자기 마음을 표현 못 할 것도 없지만, 하나마루상의 성격 상 차마 두 사람의 사이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설령 일이 잘 풀려도, 루비와는 사이가 서먹해 질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잘 풀리지 않는다면 두 사람 모두와 사이가 애매해질 테니까요. 적어도 두 사람에게 ‘착한 하나마루’로 남고 싶은 하나마루상이, 그런 위험한 선택을 쉽게 내릴 수 없었을테죠. 그래서…”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거지유. 뭐,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두 사람을 갈라놓자는 계획을 짠 건 저니까, 어쩌면 다이아상 보다 제가 더 나쁜 걸지도 모르겠네유.”

“그럼 저도 나쁜 사람이라는 뜻인가요?”

“글쎄유…”

“전 적어도 제가 나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답니다. 이런 귀엽고, 사랑스럽고, 착한 여동생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니…어불성설이잖아요? 언어도단이라구요? 절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에요. 당연한 일이라구요. 절대 나쁜 일이 아니랍니다. 하나마루 상도 그렇게 생각하지요? 잠깐 연기하긴 했었지만…요시코 상, 정말 사랑스럽긴 했으니까요. 하마터면 약속을 어기고 요시코 상 까지 제가 가져 버릴 뻔 했잖아요.”


다이아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하나마루를 향해 살짝 윙크하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하나마루는 일부러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이아를 향해 대답했다.


“나 참, 일부러 놀리지 마세유. 다이아 상의 마음은 이미 루비쨩 하나로 꽉 차있다는 거…누구보다 제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유.”

“어머, 들켰나보네요.”

“그나저나 두 사람도 참 바보네유. 솔직히 잘 생각해보면, 들킬 만한 상황도 많았는데 말이에유.”

“뭐 그렇죠. 복도에서의 이야기를 하나마루상이 엿들었다거나, 일부러 공원으로 루비를 따라오게만들었다거나, 도망치는 순간 우연히 하나마루상이 모습을 드러낸다거나…우연 치곤 전부 좀 지나치게 타이밍이 좋았으니까요. 뭐, 그만큼 사랑으로 혼란스러워진 사람은 속이기 쉽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그런 거지유. 거기다 일부러 요시코쨩 앞에서 루비쨩 이야기를 꺼내거나...루비쨩 앞에서 요시코쨩의 이야기를 꺼낸다거나...그런 행동들도 많이 했는데 말이에유. 뭐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본 두 사람에게 언젠가 들킬 수도 있다고 생각 하지만유…”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어요. 그리고 하나마루 상도 알잖아요? 어차피…”


다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하나마루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입을 열어 서로를 향해 말했다.


“루비는…”

“요시코쨩은…”


“이미 완전히 제 것이니까요(유).”


-완-


타천빵야✨ ㄷㄷㄷ 2018.05.30 16:16:30
ㅇㅇ 다이마루 무셔... 211.250.*.* 2018.05.30 17: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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