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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소재글][요시삐긱스]외로운 타천사와 두 아가씨 -3-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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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800830
  • 2018-05-29 13:46:34






수라장 전개 계속 진행중

진짜 제대로 한번 난장판 쳐보자 하는 심정으로 이야기 전개 해 봄


사실 나는 예쁜 이야기도 좋지만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앞뒤 안 가리고 자기 감정 잔뜩 쏟아내는 것도 좋아해서...

물론 싫어할 사람도 있으니 아니다 싶으면 뒤로 가기 누르는게 좋을듯...ㅇㅇ


1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795190

2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798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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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요시코는 불안한 마음을 품고 학교에 등교했다. 자신의 친구 두 사람, 특히 루비의 얼굴을 보기 껄끄러웠기 때문. 사실 어젯밤도 ‘루비가 어째서 나한테 그런 말을 한 걸까?’라는 생각에 빠져 밤새 잠을 설쳤다. 만약 오늘도 루비가 자신에게 그런 냉랭한 태도를 보이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요시코는 그저 불안하고 걱정될 따름이었다. 


그런 불안한 마음을 품고 요시코는 조심스레 교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곧바로 루비와 눈이 마주쳤다. 루비는 하나마루와 마주 앉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요시코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갑자기 입을 다물고 조용해졌다. 역시…화가 난 걸까? 요시코는 루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인사를 건냈다.


“루, 루비…그…좋은 아침이야.”


요시코의 인사에도 루비는 여전히 알 수 없는 무표정으로 요시코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런루비의 모습에 요시코는 왠지 옆에 있던 하나마루 까지 표정이 좋지 않은 것 처럼 보여서, 더욱 더 눈치가 보였다. 어, 어떡해. 나 또 눈치 없는 행동을 한 걸까. 그냥 이대로 뒤 돌아서 도망칠까? 그런 생각들이 요시코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직후, 루비가 활짝 웃으며 기운 찬 목소리로 요시코에게 인사를 건냈다.


“응! 좋은 아침이야, 요시코쨩! 어젠 집에 잘 들어 갔어?”

“으, 응? 아 응. 잘 갔지…”

“다행이다. 어젠 제대로 인사도 못 하고 보낸 것 같아 신경 쓰였거든…”


루비는 여전히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우물쭈물 대는 요시코를 향해 말을 이어 나갔다. 요시코는 내심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다행이야, 아직 까지 화가 남아 있지는 않았나 봐. 물론 인사를 건내기 직전, 루비의 차가운 표정이 좀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일단 당장 자신의 인사를 받아 줬다는 것이 요시코의 마음을 좀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랬구나…”

“응. 그 요시코쨩, 어제는 미안했어. 요시코쨩이 딱히 잘못 한 것도 아닌데…그만 요시코쨩한테 짜증을 내고 말았지 뭐야. 정말 미안해.”


루비는 그렇게 말하며 요시코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요시코는 당황해서 허둥지둥 두 손을 내 저으며 루비를 향해 말했다.


“아, 아니야! 나도 어제 태도를 애매하게 했던 건 사실이니까. 엄연히 내 일인데, 내 의견을 똑바로 말 하지 못한 건 분명 내 잘못이야. 앞으론 좀 더 조심할 게.”

“요시코쨩은 정말 착하다니깐…잘못한 건 루비인데 말야.”

“그 말, 그대로 루비한테 되돌려 줄게.”

“요시코쨩도 참…아 맞다 요시코쨩, 혹시 이거 알아? 어제 새로운 스쿨 아이돌 팀이 나왔는데 말야, 얘들 컨셉이 타천사더라구. 알고 있어?”

“뭐, 뭐?! 타, 타천사 컨셉 스쿨 아이돌이라구?! 그, 그건 이 요하네의 아이덴티티인데!”


요시코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루비가 건내 주는 잡지를 들여다보았다. 하지만 잡지를 보면서도 곁눈질로 루비의 눈치를 계속 살폈다. 루비가 평소의 상냥하고 착한 루비로 돌아온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어제 루비가 보여준 그 냉정한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 모습과 정 반대인 지금 루비의 모습은 지나칠 정도로 밝다고 해야 할까, 묘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서 이기도 했다.


또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마루의 태도였다. 미소를 짓고 있긴 했지만, 평소라면 분명 요시코와 루비의 대화에 끼어들어 요시코에게 핀잔을 주거나 한두마디 말이라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미소만 지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체 그저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긴 어제 즈라마루도 나에게 한 마디 하긴 했었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나마루의 눈치를 살피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때 마침내 하나마루가 입을 열어 요시코를 향해 말했다.


“요시코쨩.”

“응? 왜, 왜? 즈라마루?”

“뭔가 이상하지 않아유?”


하나마루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은 체 요시코를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이상하다니,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요시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하나마루를 향해 반문했다.


“뭐…뭐가?”

“음…글쎄유. 뭐 같아유? 알아채지 못 한다면 전 조금 요시코쨩에게 실망 할 지도 모르겠는데유.”

“으, 응?”


물론 어제처럼 딱딱한 태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요시코는 즈라마루의 저 물음이 절대 가볍게 던지는 말이 아니란 것 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소리지.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요시코는 애써 웃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연신 하나마루와 루비를 번갈아 살폈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챘다.


“어! 루비, 그러고 보니 그 뺨 왜 그래?! 왜 부어 있는 거야? 누가 때리기라도 한 거야?”


요시코는 당황한 목소리로 루비를 향해 물었다. 엄청 티 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루비의 왼뺨은 분명 평소와 달리 살짝 부풀어 있었다. 이런 바보, 정작 눈치를 살피느라 루비가 다친 건 신경도 못 썼잖아! 즈라마루가 실망할 거라 말 할 만도 해. 요시코는 속으로 자신을 책망하며 루비의 뺨을 살폈다. 루비는 부끄러운 듯 약간 얼굴을 붉히며 요시코에게 대답했다.


“아, 아니야. 그냥 어제 집에서 생각 없이 걷다가 그만 정원 나뭇가지에 뺨이 부딪치고 말았지 뭐야. 요시코쨩도 기억나지? 저번에 그 내가 보여준 우리집 마당의 그 나무 말야.”

“아…그 나무 말이구나. 어휴 그래도 그렇지…뺨이 이렇게나 빨갛게…”


요시코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루비의 뺨을 좀 더 살피려 손을 가져다 댔다. 하지만 손이 닿기 직전 갑자기 루비가 요시코의 손을 탁 쳐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손 대지 마!”


그 기세에 순간 요시코는 움찔 하며 손을 뒤로 물렀다. 루비가 갑자기 왜 이러지? 요시코는 당황하며 루비의 표정을 살폈다. 루비의 표정은 어제의, 요시코를 향해 비난의 말을 던질 때 와 같은 그런 차갑고도 냉정한 것이었다. 요시코는 어찌 할 바를 모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잠시 후 루비가 미소와 미안함이 섞인 얼굴로 요시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아, 미, 미안해 요시코쨩. 사실 좀 아파서 말야. 만지면 좀…그래서 좀 과민 반응 해 버렸어. 미안해.”

“그, 그렇구나. 나도 미안. 그런 줄도 모르고 손을 대려 하다니, 내 잘못이야.”

“으응, 아냐. 요시코쨩이 나쁜 뜻으로 한 행동이 아니란 건 잘 아니까.”


루비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요시코도 그런 루비를 향해 웃어 보였지만, 어색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본, 루비답지 않은 냉정한 표정이 깊이 박혀 있었다. 그 뒤로 다시 세 사람의 분위기는 평소 처럼 돌아갔지만, 요시코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자꾸 밀려와 그녀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

.

.

점심시간. 요시코가 깜빡하고 도시락을 챙겨 오지 않은 탓에 매점에 가 버린 터라, 루비와 하나마루는 먼저 옥상에 가 요시코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단 둘만 남은 상황에서, 하나마루는 루비를 향해 말을 걸었다.


“루비쨩.”

“응? 왜? 하나마루쨩?”

“아까…그 뺨 말이에유. 솔직히 너무 과민 반응 이었어유. 일단 요시코쨩에게는 평소처럼 대하겠다고, 그러니 저 한테도 협력해 달라고 말 했었잖아유.”


하나마루는 약간의 원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하나마루는 요시코에게 아직 몇 마디 더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평소처럼 요시코쨩을 대해 주자.’ 라는 루비의 간곡한 부탁으로 간신히 참고 있는 상황. 그런데 그런 부탁을 한 루비가 정작 실수를 했으니, 하나마루로서는 충분히 따질 만한 일이었다. 


물론 하나마루의 마음은 루비에게 따지겠다는 것 보다는 ‘그 정도로 힘들면 차라리 솔직하게 요시코쨩에게 말 하자구유!’라는, 루비를 걱정하는 것이 더 컸다. 루비는 하나마루의 말에 조심스레 뺨을 어루만지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 상처만은 요시코쨩이 건드리지 말았으면 했으니까.”

“요시코쨩 때문에 생긴 상처니까? 그렇게 요시코쨩이 원망스러워유?”


하나마루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루비를 향해 물었다. 하지만 루비는 고개를 저으며 하나마루의 말을 부정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냐. 그건 아냐. 다만…이건 언니가 오직 나 때문에 화가 나서, 나에게 화가 났기 때문에 만든, 오롯이 날 위한 상처 잖아.”


루비는 그렇게 말하며, 입가에 미소까지 지어 가며 자신의 부은 뺨을 어루만졌다. 그 모습에 하나마루는 안타까우면서도 왠지 소름이 끼쳤다. 분명 루비의 입은 미소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두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으니까.


“그 감정이 어떤 것이라도 괜찮아. 그냥 언니가 요시코쨩이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오직 나로 인해, 나 때문에 그런 감정을 보였다는 것이 솔직히 기뻤거든. 아직 언니의 마음 속에는 내가 남아 있구나, 난 아직 언니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어, 라는 그런 생각 말야. 그러니, 최소한 이 상처만큼은 요시코쨩이 만지지 말았으면 했어. 끼어들지 말아줬으면 했어. 단지 그 것뿐이야.”

“…루비쨩.”


하나마루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루비의 이름을 불렀다. 하나마루는 이미 루비의 마음이 많이 비틀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루비에게 무슨 말을 해 줘야 할지, 어떻게 그녀의 마음을 다시 돌릴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이 일은 자신 혼자서 어떻게 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일이었다.


“하나마루쨩.”

“네.”

“하나마루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하지만, 적어도 하나마루쨩 만큼은 요시코쨩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말아 줘. 하나마루쨩까지 그러면 요시코쨩은 정말 외톨이가 되어 버릴 거야.”


루비는 그렇게 말하며 하나마루를 향해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에 하나마루는 차마 싫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단지 아주 작은, 자신의 진심이 담긴 반론을 해 보았다.


“…그러는 루비쨩은유? 루비쨩은 외톨이가 되도 괜찮다는 거에유?”

“나한테는 하나마루쨩이 있잖아. 그거로 충분해.”

“루비쨩…”


하나마루는 루비의 그 말이 조금 기뻤지만, 기쁨보다는 슬픔과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이 더 크게 밀려왔다. 그래서 하나마루는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차마 입 밖으로 꺼내 놓지 못 했다. 그 말은 분명 루비를 상처 입힐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저 조용히 속으로만, 루비에게 들리지 않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친구라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역할은 제가 대신 해줄 수 있을지 몰라도…언니는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어유…루비쨩.’

.

.

.

그 뒤로 당분간은 별 일 없이 하루하루가 지나갔다. 다만 좀 차이가 있다면, 다이아와 루비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였다. 물론 두 사람은 그 날 이후로 부딪치거나 말다툼을 벌이는 일 같은 건 전혀 하지 않았다. 가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흐르는 묘한 분위로 인해 그 둘 사이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것은 요시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요시코는 그것 말고도 신경 쓰이는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일단 루비와 하나마루. 그 두 사람과 자신의 사이에 뭔가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곤 했다. 두 사람 다 요시코에게 잘 대해 주었지만,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하나마루는 예전 처럼 요시코에게 거침 없이 딴죽을 걸거나 그녀의 타천사 행동에 핀잔을 주는 등의 행위를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일부러 더 심하게 타천사 식 행동이나 발언을 해 보았지만, 결국 말리는 건 리코 정도 뿐이었다. 물론 요시코는 항상 자신이 이해 받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했지만, 이런 식의 반응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친하던 두 사람과 순식간에 거리가 생겨 버린 것 같았다. 


사실 요시코는 잘 알고 있었다. 항상 자신에게 웃어주는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롭던 중학교 시절, 요시코를 대하는 사람은 딱 두 종류였다. 그녀에게 대놓고 핀잔을 주거나 뒤에서 험담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른 한쪽은 요시코가 무슨 말을 하던지 간에 그저 웃어 넘기는 사람들. 오히려 차라리 전자가 더 나았다. 최소한 그녀에게 관심이라도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후자는 그냥 엮이고 싶지 않다고, 깊이 관여하기 싫다고 말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의 두 친구가 보이는 반응은 그런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기억하기 싫었던, 저기 마음 깊숙한 곳에 밀어 두었던 감정들이 다시 요시코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외로움’이라는 감정이었다.


거기다 다이아까지 요시코의 외로움을 더 부채질 했다. 그 날 이후, 요시코는 다이아가 자신을 묘하게 멀리 하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예를 들어…


“저기, 다이아.”

“왜 그러시죠, 요시코 상?”

“저…나 수학에서 잘 모르는 부분이 있는데. 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모른다고요? 세상에 아직도 그 부분을 모르면 어떡하나요. 좀 있으면 2학년이 되잖아요! 좋아요, 특별히 제가…”


요시코의 말에 다이아는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요시코의 부탁을 들어주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다이아는 잠시 말을 멈추고 고민하고, 주변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요시코 상. 생각해 보니, 제가 요새 집안 일로 좀 바빠서요. 당분간은 좀 힘들 것 같아요.”

“그,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뭐. 미안해 할 거 없어. 내가 폐를 끼치는 거였는데 뭐…”


요시코는 다이아에게 괜찮다고 말 하긴 했지만 내심 아쉬운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뭐 다음에도 기회가 있겠지, 라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위로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비슷한 일은 계속 일어났다.


“다이아. 나 이 부분 안무를 잘 모르겠는데. 좀 알려 줄 수 있어?”

“…죄송해요. 저도 좀 벅차서 말이에요. 대신 요우상이나 마리상한테 물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라던가,


“다이아, 나랑 같이 이것 좀 사러 가지 않을래?”

“아, 지금 저도 좀 할 일이 있어서요. 다른 분에게 부탁드리지 않겠어요?”


같은 일들이 계속 반복 되었다. 처음 한두번은 그러려니 했지만, 우연이라 하기에는 비슷한 일들이 너무 반복 해서 일어났다. 그리고 항상 그럴 때마다 다이아가 대답 하기 전 묘하게 주변의 눈치를 살핀다는 것을 눈치 챘다. 이쯤 되면 요시코도 다이아가 무언가를 신경 쓰느냐 자신을 일부러 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대체 왜…다이아 까지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요시코는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오랜만에 다시 느껴보는 ‘외로움’이라는 감정. 익숙하지만, 절대 다시 느껴보고 싶지 않았던 그런 감정이 요시코의 몸을 지배했다. 이대로 또 난 외톨이가 되는 거야? 그런 거야? 이제 그런 건 싫은데…자꾸 그런 생각이 들며, 요시코는 점점 어두워져 갔다. 다른 멤버들이 눈치 채고 가끔 요시코에게 무슨 일이 있냐고 물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루비, 하나마루, 다이아 이 세 사람은 절대 요시코의 그런 변화에 대해 묻거나 언급하지 않았다.


요시코는 이제 슬프다 못해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이대로 그냥 있다간 정말 자신이 바보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차라리 세 사람을 찾아가 담판을 지을까? 그렇게도 생각 해 보았지만, 차마 그걸 행동에 옮길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가 사이가 더 멀어 지기라도 한 다면, 더 버텨 낼 자신이 없었으니까. 결국 그렇게 속만 끓이며 지내야 했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요시코는 결국 자신의 속마음을 터트려 버리고 말았다. 그 날은 요시코가 당번 일을 하던 날이었다. 마침 아쿠아의 연습도 쉬는 날이라 루비와 하나마루는 먼저 집에 돌아 가 버렸다. 당번 일을 끝내니 꽤 늦은 시간이 되어서, 요시코는 서둘러 짐을 챙기고 교실을 나섰다. 그렇게 복도를 지나던 중 요시코는 회장실 앞을 지나다 문을 열고 나오는 다이아와 맞닥뜨렸다.


“아…”


요시코는 다이아의 짧은 목소리에서 명백한 당황의 기색을 읽을 수 있었다. 역시, 날 피하는 거구나. 다이아의 태도에 무척 마음이 쓰라렸지만, 요시코는 애써 괜찮은 척 하며 인사를 건냈다.


“아, 안녕, 다이아.”

“네, 안녕하세요 요시코 상. 집에 가시는 길인가요?”

“응. 오늘 당번일이 있어서 좀 늦어 졌어. 그러는 다이아는 학생회 일?”

“네. 맞아요. 그럼 요시코 상, 늦기 전에 집에 잘 돌아가도록 하세요. 전 그럼 이만…”


다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서둘러 요시코를 지나치려 했다. 정말 날 피하는 게 확실하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요시코는 슬픔 보다는 갑자기 부아가 치밀었다. 내가 바보도 아니고, 대체 나한테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뭔데? 내가 무슨 벌레 라도 되는 거야? 이건 정말 너무 하잖아! 최소한 이러는 이유라도 말 해주면 어디 덧나냐고! 요시코는 옆을 지나치는 다이아의 팔을 덥석 붙잡았다.


“잠깐, 다이아.”

“…왜 그러시죠?”

“좀 할 말이 있는데…괜찮아?”


요시코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이아는 그런 요시코를 한번 흘끗 바라보더니, 다시 앞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죄송해요, 지금 좀 바빠서…”

“맨날 바빠?”

“네?”

“맨날 바쁘냐고. 요새 보면 항상 그렇잖아. 내가 무슨 말을 하기만 하면 바쁘다, 바쁘다 라고만 대답 하고.”

“…정말 바쁘니까요.”


요시코는 점점 자신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굳이 자제 하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정말로 짜증이 밀려오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요시코의 반응에도 다이아는 계속해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일 뿐이었다. 그런 다이아의 반응에 결국 요시코는 참지 못하고 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그래? 날 피하는 건 아니고?”

“그, 그게 무슨…”

“맞잖아. 나 피하는 거. 솔직하게 말 해도 돼. 내가 싫으면 싫다, 귀찮으면 귀찮다, 이렇게 말 하면 되는 거야. 굳이 왜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면서 날 피하려고만 하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인가요. 전 요시코상을 딱히 싫어하지 않…”

“그럼 왜 피하는데!!!”


요시코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그리고 다이아를 향해 절규 하듯이 큰 목소리로, 험한 말들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이유가 없잖아. 날 피하는 게 아니라고? 웃기지 마. 그럼 왜 자꾸 그러는데? 솔직히 예전이랑 별로 달라진 것도 없잖아. 바빠졌다고? 그럼 놀러 다닐 수도 없는 거 아냐? 근데 왜 어제 누마즈에서 돌아 다닌 거야? 바쁘다는 사람이 놀러 나올 시간은 있나 봐?”

“그, 그건…예전부터 정해져 있던 약속이라…”

“그래? 뭐 그건 그럼 그렇다 치자. 그럼 나머지는? 좀 전만 해도 그래.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냥 먼저 자리를 뜨려 했지? 아직 말이 다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말야. 오늘 뿐만이 아니야. 내가 말을 걸기만 하면 자꾸 눈을 피하고, 안 된다고만 하고, 금방 자리를 벗어나려 하고…이게 피하는게 아니면 뭐야? 안 그래? 아니라면 설명을 좀 해 보던가!”


요시코는 그렇게 발까지 쾅쾅 굴려가며 다이아를 향해 소리 쳤다. 더 멀어질까 봐 두렵다는 생각 따위는 이미 잊은 지 오래였다. 요시코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슬프고, 괴롭고, 큰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지…그런 자신의 모든 감정들을 다이아에게 전달 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 감정들이 다이아에게 조금이라도 닿길 바랄 뿐이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다이아의 진심 어린 답변을, 다이아가 자신을 돌아봐 주길 원했다. 하지만 다이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요시코의 마음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말았다.


“…제가 굳이, 요시코상의 질문에 꼭 대답 해야 할 의무라도 있나요?”


다이아의 말에 요시코는 순간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송두리째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기대감, 신뢰, 자존심 이 모든 것들이 완전히 산산 조각 나 버리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마음 한 구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온 몸에 힘이 빠져 쓰러질 것 같은 것을 간신히 버텨 내며, 요시코는 다이아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게, 다이아의 진심이란 거구나…?”

“……”

“난 다이아에게 내 속마음을 전했는데. 다이아가 어째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지 궁금해서, 단지 그 대답이라도 듣고 싶어서 이렇게 까지 했는데. 다이아는 그저 ‘대답할 가지도 없다’고 생각 한 거구나. 그렇구나…다이아에게 난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었던 거네.”


차라리 ‘당신이 싫어요. 귀찮아요.’같은 대답을 들었어도 이 정도로 마음이 아프진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다이아의 확실한 속마음은 전해 들은 것이니까. 하지만 다이아의 차가운 대답은 그런 요시코의 작은 기대조차 이뤄 주지 못 했다. 요시코는 팔을 문질러 눈물을 닦아내고는 다이아를 향해 원망이 가득 담긴 말들을 쏟아냈다.


“나도 이제, 나도 이제 다이아 같은 거 정말 싫으니까! 다신 꼴도 보기 싫으니까! 정말 최악이라고 생각하니까!!! …아니지. 잘나신 회장님 한테 내가 감히 무슨 말을 하는 거람. 공부도 못 하고, 친구도 없고, 잘 하는 것 하나 없이 이상한 타천사 취미나 가진 내가 더 꼴 보기 싫은 존재 겠네. 그치?”


요시코는 잔뜩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다이아를 힐난했다. 하지만 다이아는 그 어떤 반응도 보여주지 않았다. 화도 내지 않고, 분노하거나 언짢은 기색 하나도 보이지 않은 채 그녀는 그저 감정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냉담한 시선으로 요시코를 내려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요시코는 비로소 깨달았다. 아, 나는 이제 다이아에게 있어 화도 내기 아까운, 그런 정말 아무 것도 아닌 고작 그런 존재 구나. 그런 거였구나. 북받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요시코는 담담한 목소리로 다이아에게 마지막 진심을 전했다.


“…그동안 친한 척 해서 정말 미안 했어. 앞으론 절대 말도 안 걸고, 귀찮게 부탁도 안 하고, 거슬리게 인사도 안 건낼 테니까. 걱정 하지 않아도 돼. 나 같은 건 신경 쓰이지 않도록 혼자 조용히 지낼 테니까. 아쿠아 활동은…치카랑 약속 한 거니까 어쩔 수 없이 계속 해야 하니…거기서 마주치는 것 정도는 이해해 주면 좋겠네. 그럼 이만.”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에선 자꾸만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래서 그녀는 알지 못 했다. 자신이 뒤돌아 가 버린 후, 다이아가 고개를 떨군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것을. 다이아의 두 어깨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없었다.

.

.

.

그렇게 요시코가 다이아에게 이별 아닌 이별 선언을 한 그 다음날이 되었다. 요시코는 이부자리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시계를 보니 벌써 아침 11시가 넘어 있었다. 주말이라고는 해도 보통 이 시간 까지는 자지 않는데, 어제 울며 밤새 뒤척인 탓에 늦잠을 자 버린 요시코였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리며 메시지가 왔음을 알렸다.


[요시코쨩. 오늘 잠시 만났으면 하는데유. 중요한 할 얘기가 있어유.]


“즈라마루잖아…중요한 얘기? 무슨 일이지?”


하지만 어제의 일도 있고, 요시코는 전혀 외출 하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사실을 다 말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적당히 둘러서 핑계를 댔다.


[뭔데?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별로 나가고 싶지 않은데. 그냥 메시지로 하면 안 되는 이야기인 거야?]


이 정도면 되겠지. 요시코는 그렇게 메시지를 보내고는 답장을 기다렸다. 빨리 안 오면 다시 잠이나 잘래. 그렇게 생각하며 요시코는 다시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하지만 그 다음에 온 메시지는 그녀로 하여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요시코쨩과 다이아상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뭐? 이게 대체…설마? 요시코는 긴장으로 잔뜩 몸을 굳히며 재차 하나마루의 메시지를 살폈다. 설마 어제의 광경을 즈라마루가 본 건 아니겠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끝없이 생각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하나마루를 만나 직접 이야기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좋아. 무슨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만나. 장소랑 위치는 즈라마루가 정해.]

[오늘 저녁 7시. 학교 근처 공원에서 만나유.]

[알았어.]

.

.

.

요시코는 적당히 아쿠아 일 때문에 나갔다 온다는 핑계를 대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약속 장소에 다다르자, 저 멀리 서 있는 하나마루의 모습이 보였다. 요시코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서며 하나마루를 향해 인사 했다.


“나 왔어, 즈라마루.”

“좋은 저녁이에유, 요시코쨩.”

“그래…뭐 다짜고짜 불려 나와서 좋은 저녁인 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무슨 일로 부른 거야? 나와 다이아에 대한 이야기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요시코는 일부러 약간 짜증을 섞어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요시코의 태도에도 하나마루는 그저 담담한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모르는 척 하지 마유 요시코 쨩. 제가 무슨 말을 할 지 대충 알고 있을 텐데유. 그러지 않았다면, 제 말에 그렇게 냉큼 만나겠다고 대답 할 리가 없잖아유.”

“…그래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데?”

“그냥 말 돌리지 않고 얘기 할게유. 저, 봤어유. 어제 요시코쨩이랑 다이아상이 복도에서 이야기 하던 걸유.”

“…그래?”


요시코는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대충 그런 이야기일 것 이라고는 짐작 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하나마루가 갑자기 요시코를 불러 낼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 요시코를 향해 하나마루는 계속해서 돌직구를 던졌다.


“요시코쨩, 다이아상을 좋아하나유?”

“…글쎄. 잘 모르겠어.”


요시코는 여전히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하나마루는 그런 요시코를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모르겠다라…부정하지 않는 걸 보면, 감정이 없다고는 못 하겠네유. 제 말이 맞지유?”

“…뭐 그렇다 치고. 즈라마루, 내가 누굴 좋아하는 지에 대해 즈라마루가 신경 쓸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말 하고 싶진 않지만…쓸데 없는 참견이야.”


요시코는 자신이 생각해도 약간 심하다 싶은 말 까지 꺼내며 하나마루의 질문을 회피하려 했다. 하지만 하나마루의 입에서 나온 다음 말은 요시코를 당황 시키기에 충분했다.


“맞아유. 솔직히 요시코쨩이 누굴 좋아하던지 그건 제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지유. 하지만…루비쨩에게도 그렇게 말 할 수 있나유?”

“그, 그건…”

“분명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루비쨩을 좋아한다고 저한테 상담까지 했던 요시코쨩의 모습, 전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유. 서로의 마음을 알고, 요시코쨩의 심정을 이해해서 요시코쨩이 먼저 고백해주길 기다리던 루비의 모습을 전 항상 지켜 보고 있었어유. 그렇게 옆에서 두 사람을 응원 해 주고 있었지유. 그쯤 되면 저도…이 일에 대해 신경 쓸 ‘자격’ 정도는 있는 거 아닐까유?”


하나마루의 말은 지극히 옳았다. 진전이 없는 두 사람 사이에서 하나마루가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했다. 그리고 요시코의 마음 속에 아직 루비를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결국 요시코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하나마루를 향해 물었다.


“…루비한테 말 했어?”

“아니유. 아직은유.”

“아직이란 소리는…”

“언젠가 할 지도 모른다는 소리지유.”


어쩌면 협박으로까지 들릴 말이었다. 요시코는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차가운 다이아. 멀어진 루비. 그런 그녀의 모습들이 떠오르며 요시코의 머리를 한없이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하나마루는 재차 말을 이어 나갔다.


“요시코쨩.”

“…왜?”

“그 날 기억나유? 루비와 다이아상이 부실에서 싸운 다음 날. 제가 요시코쨩에게 했던 말이유.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했던, 그 말이유.”

“기억 나. 근데 그게 왜?”

“나름 제가 그래도 요시코쨩을 위해 살짝 눈치를 준 거였는데…결국 끝까지 눈치 채지 못 했지유. 솔직히 정말 실망 했어유.”

“실망이라니…루비의 얼굴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던 거야?”


요시코는 약간 당황한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날 그 문제는 나름 잘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하나마루의 말은 요시코를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니에유. 사실 제가 실망했다는 건…어제까지만 해도 요시코쨩을 향해 그런 태도를 보이던 루비가, 갑자기 오늘 이렇게 바뀐 것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거에유. 뭐 요시코쨩이 그날 루비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 정도는 저도 알고 있었지만, 그것 만으로는 부족해유. 평소의 요시코쨩이라면 분명 눈치 없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까지 지겹게 루비에게 캐 물었을 거에유. 요시코쨩은 인연 하나하나가 소중하기에, 어떻게든 집요하게 달라 붙었겠지유. 루비쨩을 잃을 수 없다는 생각에유. 하지만…그러지 않았어유. 왜 그랬을까유?”


하나마루는 거기까지 말 하고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이유는 간단해유. 루비쨩 만큼, 아니 어쩌면 그 이상으로 더 자기를 챙겨주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버렸으니까유. 앞뒤 안 가리고 달려들었겠지만, 그런 모험을 할 필요가 없어 진 거지유. ‘그냥 괜히 들쑤시지 말고 적당히 눈치 살피며 잘 대해주면 되겠지. 설령 멀어지더라도…난 혼자가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에유. 그런데 갑자기 다이아상이 요시코쨩을 차갑게 대하니…참다 참다 결국 어제 다이아상에게 그렇게 화를 낸 거고유. 제 말이 맞지유?”


정말 구구절절히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하나마루의 말을 들으며, 요시코는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분명 처음엔 루비나 하나마루를 향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며, 자기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속마음까지 말해버리는 것에 슬슬 화가 났다. 결국 마지막 이야기까지 듣고 난 후 요시코의 마음속을 채운 것은 하나마루를 향한 분노였다. 결국 요시코는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하나마루를 향해 빈정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한다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맞아. 뭐 근데 설령 그렇다 한들…즈라마루가 어쩔 건데? 뭐 나한테 실망했다는 말이라도 할 거야? 아니면, 루비한테 가서 다 말 해 버리기라도 할 거야?”

“그건…”

“뭐 친구로서 내 잘못 된 행동에 실망하고 비난하고 싶은 건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좀 지나친 참견이란 건 달라지지 않아.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즈라마루?”


요시코는 그저 떠오르는 말들을 입 밖으로 마구 쏟아냈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보이고 싶지 않았던 속마음들을 억지로 끄집어 낸 하나마루가 그저 원망스러웠다. 그래서 일까. 그녀는 그만 해서는 안될 말 까지 해 버리고 말았다.


“즈라마루, 혹시 루비를 좋아하는 거 아냐? 그래서 질투심에 이런 행동들을 하는 거…”


하지만 요시코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요시코는 잠시 뭔가 번쩍 하며 자신의 고개가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뺨에 느껴지는 고통을 느끼며, 요시코는 눈을 떠 앞을 바라보았다. 눈 앞에는 하나마루가 분노한 표정을 지은 체 한쪽 손을 하늘로 뻗고 있었다.


“…요시코쨩. 정말 최악이에유.”


하나마루는 조용하지만, 분노가 잔뜩 실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요시코는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알아.”

“…그럼 전 이만 갈게유. 더 이상, 요시코쨩하고 이야기 하고 싶지 않으니까유.”


하나마루는 그 말 만을 남기고는 뒤로 돌아서서 그대로 걸어 가 버렸다. 어둠속으로 사라져가는 하나마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요시코는 부어오르는 뺨을 잡은 체 그저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뺨을 맞고 나니, 비로소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요시코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혐오감과 분노를 느끼며 그저 한참 동안 어둠으로 가득 찬 공원에 서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계속-



ㅎㅅㄷ 2018.05.29 14:00:37
물알못물송합니다 다음편이 필요하다 개추 2018.05.29 14:06:02
타천빵야✨ ㄷㄷㄷ 2018.05.29 14:09:18
지모아이 답답하게 잘 이어지네. 39.118.*.* 2018.05.29 17:01:48
지모아이 건내→건네,가지→가치. 39.118.*.* 2018.05.29 17:02:04
미토_ 2018.05.29 19:18:15
코코아쓰나미 깝깝히구마 2018.05.30 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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