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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소재글][요시삐긱스]외로운 타천사와 두 아가씨 -2-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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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98161
  • 2018-05-27 12:01:11




물붕이들 의견을 반영하여 계속 써보기로 함

스쿨아이돌 데이즈 가자는 의견이 있지만 난 칼질은 무섭다 ㅠㅠ

하지만 수라장은 아주 좋아하니까

본격적으로 제대로 수라장 되는 전개를 오픈 해 보았다

자매싸움 ㅇㅇ


1편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795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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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다이아와 대화를 나누고, 요시코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방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중 루비와 마주쳤다. 루비는 요시코를 향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아, 요시코쨩. 왔어?”

“응. 루비가 없다길래, 먼저 다이아의 병문안을 하고 있었어.”

“그랬구나. 언니, 기뻐하지?”

“응 뭐…”


요시코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뺨을 긁었다. 아까 다이아에게 안겨 울었던 것이 떠올라 왠지 부끄러워졌다. 루비가 그 장면을 못 봐서 정말 다행이야. 요시코는 만약 그 장면을 루비에게 들키기라도 했다면 정말 우치우라 앞 바다에 뛰어 들었을 거란 생각을 하며 살짝 얼굴을 붉혔다.


“요시코쨩, 얼굴이 빨갛네. 뭐 부끄러운 일이라도 떠오른 거야?”

“아, 아니야! 그, 그냥 좀 더워서. 아하하…”

“헤에…”


그렇게 대답하며, 루비는 녹색의 눈동자로 요시코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표정을 본 순간 요시코는 몸이 굳어버렸다. 루비의 얼굴에는 어떠한 감정도 비치지 않고 있었다. 마치 석고상 같은, 아무런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그런 루비의 표정에 요시코는 온 몸이 서늘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몸을 움츠렸다. 대, 대체 루비가 왜 이러는 거지? 요시코는 떨어지지 않는 입을 애써 열며 루비를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왜, 왜 그렇게 봐?”

“아냐, 그냥. 나도 좀 더워서 말야.”


루비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어느새 다시 평소의, 귀여운 미소로 가득 찬 루비의 얼굴을 보며 요시코는 살짝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래, 루비가 그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잖아. 뭐 내가 잘못 본 거겠지.


“언니한테 가자. 나도 언니가 푸딩이 먹고 싶다고 해서 심부름을 갔던 거였거든.”

“나 참. 아프다고는 해도 동생한테 푸딩 심부름을 시키다니…다이아도 참…”

“요시코쨩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응?”


순간 요시코는 루비가 무어라 작게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그 소리가 너무 작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했지만, 루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웃으며 넘겨 버렸다.


“아니야. 아무것도. 그러게 말야. 언니도 참…애도 아니고 푸딩이 그렇게 좋아서 어떻게 한담. 저번엔 내가 언니 푸딩을 하나 꺼내 먹었다는 이유로 삐져서 삼일 동안 나랑 말도 안 하려고 했다니깐.”

“아, 아하하…다이아 답네 정말. 근데 그건 루비도 잘못한 거 아냐?”

“으유…요시코쨩까지 그렇게 말하는 거야?”



“언니! 푸딩 사 왔어!”

“아 루비, 왔군요. 미안해요, 괜히 제가 심부름을 시켜서…”

“아니야. 언니가 아픈데, 동생이 이 정도는 해야지.”


루비는 그렇게 말 하며 다이아에게 편의점 봉투를 내밀었다. 다이아는 안에 든 푸딩을 하나씩 꺼내 놓으며 말했다.


“마침 세 개니까 세 사람이 하나씩 먹으면 되겠네요. 


“요 며칠 동안 요시코상이, 요시코상은 정말, 요시코상이 어쩌고…하고 노래를 불렀잖아? 정말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였다구.”

“그, 그런! 제가 언제!”

“그랬어…?”


다이아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두 팔을 내저었지만, 루비는 싱글싱글 웃으며 다이아의 행동을 계속 말했다. 다이아는 물론이고, 듣고 있는 요시코도 부끄러움에 얼굴이 새빨게 졌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루비는 깔깔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하. 둘 다 얼굴이 빨게. 뭐, 나로선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지만 말야.”

“루비…”


루비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말했다. 그런 루비의 모습에 다이아는 물론이고 요시코도 얼굴에서 부끄러움을 지우고 루비를 바라보았다. 루비는 계속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에게 말을 이어나갔다.


“요시코쨩, 앞으로도 언니를 잘 부탁 할게. 언니, 항상 다 잘 하는 것 같아 보여도 의외로 빈틈이 많은 사람이거든. 요시코쨩은 의외로 야무진 면이 있으니까…언니를 잘 챙겨 주리라 믿어.”

“으, 응…”


요시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루비, 언니를 정말 아끼는구나. 이런 여동생을 가진 다이아가 부러워지네.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 하며 루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뒤 이어 나온 루비의 말에 그런 분위기는 와장창 깨지고 말았다. 루비는 어느새 얼굴에서 진지함을 다 지우고, 장난기 가득 한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정말 언니, 저번만 해도 녹차를 탄다는게 그만 찻잎 대신 가다랭이 포를 우려냈지 뭐야. 그덕에 온 가족이 졸지에 식후 차 대신 육수를 먹어야 했어.”

“루, 루비! 그 이야기는!”

“푸, 푸하하하하! 그게 뭐야! 아무리 그래도 가다랭이 포랑 녹차잎을 헷갈리는 사람이 어딨어! 아하하하! 다이아, 바보야?”

“그치? 그리고 저번에는 또…”

“루비이이이이이!!!”


그 뒤로도 루비에 의한 다이아 실체 폭로전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거의 터질 기세가 된 다이아를 보며 요시코는 시종일관 배꼽을 잡아야 했다. 오늘 오길 정말 잘 했어. 요시코는 그렇게 한참 동안 쿠로사와 가 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저녁까지 얻어 먹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 갔다.

.

.

.

그리고 다이아는 곧 건강해져 주말이 지나자 마자 곧바로 학교에 등교했다. 이제 매일 다이아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요시코는 내심 속으로 즐거워했다. 그 뒤로 다이아 역시 줄곧 요시코를 챙겨줘서, 요시코는 정말 언니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다이아의 행동 몇가지를 예로 들자면 이런 것들이었다.


“또 나야! 정말! 또 타천해 버리다니…”


요시코는 당첨 제비를 든 손을 부들거렸다. 이번 달 들어 간식 사오기에 당첨된 것이 벌써 열번을 넘어 가고 있었다. 이쯤 되면 그냥 차라리 제비를 뽑지 않고 그냥 자진 해서 가는 편이 덜 억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요시코를 향해 하나마루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자업자득 이에유. 맨날 타천 타천 하고 다니니 결국 그렇게 되는 거에유.”

“너…너무해…나 혼자 가기 싫은데…누가 같이 가 주지 않을래?”


요시코는 애원 섞인 눈동자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바로 옆의 하나마루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슬며시 시선을 돌려버렸다. 하긴 햇볕이 쨍쨍한 초여름 더위에 저 멀리 편의점까지 다녀 오는 건 다들 마다하고 싶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멤버들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살짝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들 진짜 너무해. 요시코는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일으켜 편의점으로 가려 했다. 그때 그런 요시코를 향해 구원의 말이 들려 왔다.


“그, 그럼 내가…”

“제가 같이 가죠.”


다이아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런 그녀의 행동에 멤버 모두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카난이 그런 다이아를 향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다이아, 정말 같이 가게?”

“네, 매일 요시코상 혼자 보내기도 미안하니까요. 솔직히 공평하게 제비를 뽑긴 하지만, 그런 것 치곤 요시코상이 너무 많이 걸리잖아요. 그러니 이번엔 제가 같이 가도록 하죠. 그리고 다음 부터는 간식 사러 가는 방식을 조금 바꾸면 어떨까 싶은데요?”

“뭐…그건 그렇지. 다음 부턴 그럼 돌아가면서 하도록 할까?”

“그것도 좋겠네요.”


카난의 의견에 다른 멤버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다이아의 말이 사실이긴 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루비만은 표정이 그리 밝지 못 했다. 하나마루가 작은 목소리로 그런 루비를 향해 물었다.


“루비쨩, 방금 무슨 말 하지 않았어유?”


하나마루의 말에 루비는 잠시 몸을 흠칫 하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냐. 아무 것도. 아 요시코쨩, 언니, 난 딸기 아이스크림으로 부탁해!”

“그럼 난 귤!”

“난 초코로 부탁 해yo.”

“다들 시끄러워요! 메뉴는 사러 가는 사람 마음입니다! 알아서 사 올 테니, 불만 있는 사람은 따라와서 고르도록 하세요!”

“에에에에~!!!”

“흥, 그럼 가죠, 요시코상.”

“…응!”


요시코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다이아와 함께 부실을 나섰다. 자신을 언니처럼 챙겨주는 다이아의 행동이 너무나도 기뻤다. 하지만 그 뒤로도 다이아의 요시코 챙기기는 계속 해서 이어졌다.


“요시코쨩, 그 부분에서는 타천 포즈를 취하면 안 될 것 같은데…너무 튄다구.”


요우의 지적에 요시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멋있을 것 같아 해 본 시도였지만, 막상 해보고 나니 자신도 영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조금 섭섭한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어서, 요시코는 약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요우를 향해 대답했다.


“그, 그래? 그럼 할 수 없…”

“괜찮지 않나요?”


그때 다이아가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다이아는 약간 놀란 표정의 요우를 향해 특유의 당당한 포즈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룹 모두가 타천사 컨셉을 하는 건 반대지만, 한 명 정도는 그걸 계속 밀어 붙이는 것도 괜찮다 생각해요. 스쿨 아이돌도 절도 있는 동작과 통일된 안무가 중요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마추어에요. 멤버의 개성을 살리는 것 또한 나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가…? 그것도 맞는 말 같긴 하네…”


다이아의 설명에 요우는 납득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옆에 다가온 카난과 치카 역시 다이아의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뭐, 일리 있는 말이네.”

“다이아상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결국 다이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 요시코는 가끔씩 안무 중 독자적인 개성 포즈를 취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요시코는 내심 아주 기뻤다. 이렇게 자기 의견이 존중받는 상황은 잘 없었으니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사소한 부분부터 중요한 부분 까지 다이아는 요시코가 바라는 대로 일이 흘러가게 배려 해 주었다.


이 행복이 계속 이어지면 참 좋을텐데.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내심 마음속으로 묘하게 걸리는 것이 있었다. 대체 이 불편함의 정체는 뭘까. 요시코는 속으로 고민했다. 그리고 그 감정의 정체를 떠올려냈다. 그것은 언젠가 이 행복에도 불운이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그런 불안감이었다. 요시코는 애써 그 감정을 마음 깊숙한 곳으로 밀어 넣었다. 아냐, 난 이제 날 아껴주는 언니가 있잖아. 그런 불운은 이제 나랑 거리가 먼 이야기라구. 라고 생각하면서.


하지만 갑자기 찾아온 행복은, 마찬가지로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온 일에 의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욧쨩. 잘 부르긴 했는데…그 부분, 조금 더 귀엽게 부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날 멤버들은 신곡 녹음을 위해 노래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작곡 담당인 리코의 주도로 각 멤버가 자기의 파트를 번갈아 연습하던 중이었다. 노래를 마치고 난 요시코에게 리코가 그렇게 조언을 했다. 요시코는 리코의 지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응? 그래?”

“응. 물론 욧쨩의 그 멋진 목소리톤은 나도 아주 좋아하지만…아무래도 이 곡 컨셉 자체가 귀엽고 발랄하다 보니 조금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그러니 조금 더 가볍게 부르는 편이 좋겠어.”


충분히 납득되는 리코의 설명에 요시코는 수긍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뭐…리리의 말이니 그 말이 맞겠지. 곡에 관한 건 리리가 전문이니까.”

“그러니까 리리라고 부르지 말래도…”


리코는 살짝 타박을 주긴 했지만, 내심 요시코의 칭찬이 싫지 않은 듯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그 순간, 또 두 사람 사이로 다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가요? 확실히 리코상의 말이 맞긴 하지만…전 요시코상의 이 목소리를 버리긴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어? 그런가요?”

“네. 정말 스쿨 아이돌 다운 발랄한 곡이지만…요시코상의 목소리는 정말 매력적이니까요. 곡 컨셉이란 이유로 그냥 묻어버리긴 왠지 아깝다고 생각이 되네요. 사실 우리 아홉 명 모두 각자 조금씩 목소리에 개성이 있잖아요? 그러니 이왕이면 그 개성을 살리는 것도 좋은 시도일 거라 생각해요. 다른 그룹들 처럼 평범하게 하면 무난하고 안전하긴 하겠지만, 그 만큼 묻혀 버릴 위험성도 있을 거 같아요.”

“그런가요…확실히…그 말도 맞네요…”


리코는 다이아의 말에 동의하듯 흐음, 하고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분위기는 다시 다이아의 의견대로 흘러 가는 듯 했다. 그런데 그때, 또랑또랑한 목소리 하나가 그들 사이로 끼어들었다.


“난 조금 의견이 다른데.”

“루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루비였다. 루비는 팔짱을 낀 채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평소 답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다이아는 물론이고 다른 멤버들 역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루비는 약간 딱딱한 목소리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언니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그런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유닛곡이나 다른 개성있는 단체곡들이 따로 있잖아. 그런데 굳이 발랄함이 컨셉인 곡에서까지 그런 개성을 살릴 필요가 있을까?”

“그건…”

“그리고 요시코쨩의 낮은 톤, 그러니까 타천사 톤에 가까운 목소리도 좋지만…귀여운 톤의 노래도 아주 좋다고 생각해. 그건 그것 대로 충분히 개성이 있고 매력적이야. 요시코쨩은 노래를 잘 하니까. 그러니 굳이 요시코쨩의 매력을 한 가지로 한정 지으려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루비는 그렇게 말 하고는 슬쩍 눈을 돌려 요시코를 바라 보았다. 루비의 말은 분명 요시코를 위한, 요시코에 대한 배려가 느껴지는 말 들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런 말의 내용과 달리, 요시코를 향한 루비의 눈빛은 차갑기만 했다. 루, 루비.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그런 루비의 모습에 요시코는 오한이 들어, 저도 모르게 살짝 몸을 떨었다. 그런 요시코의 모습에 루비는 약간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요시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요시코쨩도 그래. 왜 자기 의견을 제대로 말 하지 못 하는 거야?”

“응?”


갑작스러운 루비의 말에 요시코는 깜짝 놀라며 몸을 경직 시켰다. 설마 루비가 나에게 저런 말을?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두 눈을 깜빡이며 루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루비의 이어지는 말들은 그런 요시코의 생각을 무참히 부숴 버리고 말았다.


“요시코쨩은 자기 생각이 없어? 리코쨩의 말도 언니의 말도 둘 다 일리가 있어. 그럼 요시코쨩도 요시코쨩 나름대로 자기 의견을 말 해야 할 거 아냐? 왜 그냥 가만히 있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주변에서 요시코쨩이 원하는 대로 다 알아서 정해 주니까? 결국 원하는 게 다 이루어지니까? 그런 거야?”

“루…루비…”

“루비! 말이 심하잖아요!”


결국 보다 못한 다이아가 루비를 향해 외쳤다. 하지만 평소의 루비와 달리, 루비는 언니의 야단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체 다이아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언니, 난 지금 요시코쨩하고 이야기를 하고 있어. 왜 언니가 여기 끼어드는 거야?”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루비,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에요? 아무리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하잖아요!”

“언니야 말로 지금 왜 그렇게 과민 반응 하는 건데? 친구 끼리 의견을 주고 받는 게 나쁘기라도 한 거야? 언니가 나랑 요시코쨩에 대해서 뭘 안다고…!”


루비의 목소리가 격해지려는 순간, 하나마루가 루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루비를 불렀다.


“루비쨩.”


순간 루비는 몸을 흠칫 하며 하나마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나마루는 그런 루비를 향해 고개를 가로 저어 보이며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진정해유. 루비쨩, 지금 너무 흥분 했어유.”

“…하나마루쨩.”


하나마루의 말에 루비는 어깨에 힘을 풀며 몸을 늘어뜨렸다. 힘없는 루비의 모습을 잠시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던 하나마루는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요시코를 향해 차분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저도 루비쨩의 말이 맞는 거 같아유. 요시코쨩,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말 하는게 좋아유. 그냥 가만히 있는 다고 모든 일이 다 해결되지는 않으니까유.”

“즈라마루…”


하나마루의 말에 요시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떨궜다. 설마 하나마루까지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으니까. 정말, 내가 잘못 한 걸까? 요시코는 두 눈을 꼭 감은 체 그렇게 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물었지만, 딱히 답은 떠오르지 않았다.


잠시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결국 멤버들의 눈치를 살피던 치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분위기를 바꾸는 말을 꺼냈다.


“자자, 요시코쨩의 노래에 대해선…좀 더 각자 생각해보도록 하자. 그걸로 괜찮지? 아직 시간은 많잖아. 그렇지 리코쨩?”

“응? 아, 응…맞아. 좀 천천히 해도 상관 없어. 다음 라이브 까진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맞아.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치카쨩 말 대로 좀더 생각해보자.”


리코와 요우가 치카의 의도를 눈치 채고 그녀의 말을 거들어 주었다. 일단 분위기는 일단락 되었지만, 가라 앉은 분위기가 다시 오르긴 힘들었다. 결국 그날 아쿠아의 활동은 냉담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를 지어야만 했다.

.

.

.

“루비, 잠시 이야기 좀 해요.”


그날 저녁, 식사를 마치고 다이아는 자기 방으로 향하던 루비를 불러 세웠다. 다이아의 부름에 루비는 몸을 흠칫 하며 멈춰서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착 가라 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왜?”

“왜라뇨. 그건 루비가 더 잘 알 텐데요. 오늘 대체 왜 그런 건가요?”

“뭐가? 난 반대 의견도 말 못 하는 거야? 언니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나름 아이돌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구. 그래서 말한 것뿐인데 뭐가 잘못 됐어?”

“…그건 잘못되지 않았어요.

“요시코쨩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순간 스쳐 지나간 루비의 작은 중얼거림. 너무 작아서, 다이아는 그 말을 다 듣지는 못 했다. 하지만 루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그 의미는 선명하게 머릿속에 박혀, 다이아는 당황한 목소리로 루비를 향해 물었다.


“루, 루비?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아니야. 아무 것도. 내가 잘 못 했어. 오늘 요시코쨩을 몰아 세운 것도, 불량한 태도를 보인 것도 다 내 잘못이야. 그럼 됐지? 나 갈게.”


루비는 그렇게 말하곤 다시 돌아서려 했다. 다이아는 그런 루비의 팔을 붙잡으며 다시 자신에게 돌려 세우며 말했다.


“잠깐 기다려요.”

“또 뭔데? 잘못 했다고 말 했잖아.”


다이아의 말에 루비는 잔뜩 짜증이 깃든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레 대답했다. 루비가…이런 태도를 취하다니요…다이아는 정말 루비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루비가 이런 태도를 취한 건 정말 난생 처음이라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다이아는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침착한 목소리로 루비를 향해 타이르듯 말했다.


“제가 지적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루비가 제 의견에 반대 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저도 어디까지나 인간이고, 잘못 된 의견을 말할 수 있다는 건 충분히 인정 해요. 그렇지만 그걸 말 하는 루비의 태도가 잘못 되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친구를 향해 조언 하는 건 분명 나쁜 것이 아니지만, 마찬가지로 그 말을 전달 하는 태도가 문제였다고요. 보기 좋지 않아요.”


하지만 다이아의 설명에 루비는 이해하기는커녕 살짝 코웃음을 치며 빈정거리듯 대답했다.


“보기 좋지 않다고?”

“…루비?”

“언니야 말로, 요새 너무 보기 좋지 않다는 거 알아?”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요?”

“너무 요시코쨩만 감싸고 돈다고. 누가 봐도 티 날 정도로 그러고 있어. 솔직히…그리 보기 좋지 않아.”


루비의 지적에 다이아는 몸을 움찔 했다. 솔직히 자신이 요즈음 요시코의 편을 많이 들어 준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잘못 된 거란 생각은 전혀 한 적이 없었다. 어디까지나 좋은 마음에서 한 행동이었으니까. 다이아는 침착하게 루비를 향해 해명했다.


“그게 대체 무슨…그저 후배를 챙겨 주는 것 뿐이라고요. 그게 그리 잘못 된 행동인가요?”


하지만 그 말은 루비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다이아의 말에 루비는 그나마 남아 있던 비웃음 섞인 웃음기마저 얼굴에서 완전히 지우고는, 얼음장 같은 차가운 표정으로 다이아를 향해 대답했다.


“단순히 후배를 챙겨 주는 거라고…?”


예상 밖의 반응에 다이아는 당황했다. 루비는 당황한 다이아를 향해 정말 베일 것 같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언니, 그냥 솔직히 말 해. 그냥 요시코쨩이 좋아서, 요시코쨩 편을 들어 주고 싶은 거라고 말야.”

“루비,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요? 전 딱히 편을 들어 준 것이 아니라…”

“내가 바보인 줄 알아? 누가 봐도 그건 편 들어 주는게 맞아!”


루비는 다이아를 향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결국 다이아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루비를 향해 마주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근거라도 있는 건가요?!”

“있다고 하면 어쩔건데?”

“뭐라고요?”

“근거 있다고! 나, 봤어! 요시코쨩이 언니 병문안을 온 날, 이미 다 봤다구! 둘이서 대화하고 있던 거, 다 들었다고!”


순간 다이아는 루비의 말에 당황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루비는 그…제가 요시코상에게 동생이라고 하며 안아주는 그 광경을 보았다는 말인가요? 분명 그게 잘못 된 행위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루비가 그 말을 하는 순간 왠지 모를 죄책감이 느껴져 다이아는 화를 내던 것도 멈추고 말꼬리를 흐리고 말았다.


“그, 그건 단지 그냥 요시코상을 위로 해 준 것…”

“그래서 아픈 몸 까지 일으켜서, 안고 토닥거려 준 거야? 동생이니 뭐니 하는 말 까지 해 가면서? 몸을 움직일 기운도 없어서 동생 한테 푸딩 심부름까지 시킨 사람이, 요시코쨩이 오니 잘도 몸을 일으켜 걷더라? 참 신기하지. 안 그래?”

“그건 상관 없잖아요…”

“상관 없다고? 상관이 없긴…그래, 그렇게 좋아하는 여동생인 요시코쨩을 봤으니 기운이 난 거겠지! 나보다 요시코쨩이 더 좋으니까!”

“루비! 함부로 말 하지 말아요!”

“말 할거야! 언니야 말로 멋대로 말 하지 마! 날 내보낸 것도, 다 요시코쨩이란 단 둘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잖아! 다 알아! 언니는 진짜 최악이야! 언니 자격도 없어!”

“언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요!”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뺨을 부여잡고 고개를 돌린 루비를 본 순간, 다이아는 정신이 들었다. 대체, 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요… 다이아는 자신의 손과 루비를 번갈아 보며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순간적으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만 루비에게 손을 대고 말았다. 루비가 태어난 이후, 이런 일은 정말 처음이었다. 그리고 설령 아무리 동생이 심한 말을 해도, 손을 댄 것은 정말 최악의 행동이었다. 다이아는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루, 루비…언니가 그만 실수를…”


다이아는 루비를 향해 사과의 말을 건냈지만, 루비는 고개를 숙인 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파도처럼 밀려오며 다이아의 마음을 괴롭게 했다. 그녀는 아픈 가슴을 부여잡으며 다시금 루비의 이름을 불렀다.


“루비…”

“됐어.”


하지만 돌아온 것은 차갑디 차가운 루비의 대답이었다.


“진짜…언니는 너무하네. 그래, 내가 좀 전에 한 말은 확실히 좀 심한 말이 긴 했지…”

“……”


다이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체 그저 안타까운 눈빛으로 루비를 바라보았다. 루비는 뺨을 쓰다듬으며 다이아를 향해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 이어진 말은 다이아를 당황 시키기에 충분한 말이었다.


“그런데 말야…동생이 어떤 떼를 써도 그걸 다 받아 주는게 언니라는 말을 한 게…어디의 누구 였더라?”

“그, 그건…!”


루비의 말에 다이아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루비가 자신과 요시코의 대화를 모두 들었구나 하는 생각과, 그 결과 지금 자신의 행동으로 루비가 입은 마음의 상처가 어떨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 때문. 하지만,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다이아를 향한 루비의 눈에는 원망만이 가득했다.


“그래. 애초에 잘 하는 것 하나 없고 귀여운 구석 하나 없이 빽빽 소리만 지르는 못난 여동생 보다야…말 잘 듣고 귀여운 후배가 더 좋은 거겠지.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그런 못난 여동생 뒤치닥거리를 하느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러니 다른 사람한테 눈이 갈 만도 한데 말야. 당연한 얘기인데 왜 난 그걸 몰랐을까?”

“루비! 그게 아니라 전 단지…!”

“됐다고 했잖아!!!”


루비는 정말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기세로 큰 소리를 질렀다. 그런 루비의 반응에 다이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 한 체 굳어버리고 말았다. 루비는 다이아를 향해 차갑게 가라 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날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 마. 정말 언니가 최소한 날 여동생으로 생각해준다면…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마.”

“루비…”

“난 이만 가서 잘게. 심한 말 해서 미안 했어. 그럼 잘 자.”


루비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는 뺨을 부여잡은 채 냉담하게 다이아로부터 돌아섰다. 그 직전 다이아는 루비의 뺨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흐르는 것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순간 다이아는 루비의 등을 향해 손을 뻗었지만, 이내 떨구고 말았다. 그리고 차마 동생의 떨리는 어깨를 붙잡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그런 자격을 잃어버린 자신을, 속으로 한없이 원망했다.


-계속-



ㅇㅇ 으유유유 211.250.*.* 2018.05.27 12:09:49
ㅎㅅㄷ 아주좋아 2018.05.27 12:16:44
컁컁아이컁 잘보고있음 2018.05.27 12:20:13
ㅇㅇ 글 참 많이 쓴다. 나도 일해야되는데. 121.142.*.* 2018.05.27 12:22:56
호두마루 개추 2018.05.27 12:27:15
미토_ 2018.05.27 13:44:40
지모아이 잘 봤음. 39.118.*.* 2018.05.27 14:17:59
지모아이 새빨게→새빨개,빨게→빨개,감은 체→감은 채,숙인 체→숙인 채. 39.118.*.* 2018.05.27 14:18:57
코코아쓰나미 ㅗㅜㅑㅑ ㅗㅑㅑ 2018.05.27 18: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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