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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요하리리]나만의 리틀 데몬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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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85344
  • 2018-05-16 14:12:27



약간의 진지물인 요하리리 단편

재밌게 봐 줬음 좋겠다 ㅇㅇ

그리고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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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스러워…의심스럽다구, 리리…”


부실을 향하며 요시코는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지금 인상을 찌푸린 채 턱을 쓰다듬으며 열심히 무언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사실 고민이란 건 대체로 시시껄렁한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옛 격언이 있듯이, 그녀의 고민 역시 그다지 현실적이지 않고 삶에 도움이 될 만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리리…사실 정말…타천사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요시코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흠칫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어, 그녀의 혼잣말을 들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요시코는 가슴을 쓸어 내리며 안도했다. 아무래도 누가 들으면 조금 곤란한 말이었으니까. 아마 대부분 어휴, 요시코쨩은 또 저러네, 하는 식으로 넘기거나, 정말 다른 의미로 관심을 가지며 요시코를 걱정해 올 가능성이 농후했다.


‘요시코쟝…또 시작이네유…’

‘으유…요시코쨩, 이번에 새로운 컨셉인거야? 이젠 요시코쨩이 악마 리코쨩의 리틀데몬 같은 거야?’

‘아하하하, 요시코쨩은 언제나 재밌네. 그치 리코쨩? 이참에 소악마 리코쨩 컨셉 같은 건 어때?’

‘……치카쨩, 빨리 가사나 써 줘.’


요시코는 멤버들의 반응을 떠올려보곤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특히 리코가 보일 반응을 생각하면 자신의 생각은 절대 들켜선 안 되는 것임이 분명했다. 안 그래도 요새 ‘리리의 리틀데몬화’를 위한 행동을 할 때마다 질겁하는 그녀의 반응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기에, 요시코는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요시코는 절대 이번 일 만큼은 자신의 망상이나 컨셉 같은 것이 아니라고 굳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할 만한 여러가지 이유들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다른 멤버들은 눈치 채기 어려운, 오로지 자신 만이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라는 사실이었다. 진짜 어떡하지…요시코는 복도 한가운데서 눈을 감고 깊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때…


“욧-쨩! 거기서 뭐해?”

“히, 히이이이익!”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요시코는 비명을 지르며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어찌나 놀랐는지 그만 착지하다 발이 꼬여 비틀거리다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고개를 들자,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리코의 얼굴이 눈에 보였다.


“괘, 괜찮아!?”

“으…어, 엉덩이 아파…”

“미안해…이렇게 놀랄 줄은 몰랐어.”


리코는 미안한 표정으로 요시코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고 일어서며 요시코는 리코를 약간 흘겨보았다.


“나 참, 정말 놀랐잖아. 왜 갑자기 그렇게 부르는 거야.”

“미안…하지만 복도 한가운데서 혼자 눈 감고 끙끙거린 욧쨩도 이상하다구. 무슨 생각을 했길래 내가 뒤로 다가서는 것도 못 알아챈 거야? 나름 알아채라고 일부러 발소리도 크게 내면서 다가갔다구.”

“그, 그랬어?”

“응. 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었어?”


리코는 요시코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으음 귀엽잖아…가 아니고! 요시코는 순간 무심결에 리코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 놓을 뻔 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저런 순진무구한 표정을 지으니 순간 혹해서 정말 있는 얘기 없는 얘기 다 할 뻔 했다. 심지어 그 고민의 당사자 앞에서 말 할 뻔 했다는,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다.


진짜 매번 이런 식이었다. 솔직히 자신이 과민 반응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리코에 대해 뭔가 고민하거나 생각하고 있으면 정말 거짓말같이 리코가 나타나곤 했다. 아까 혼잣말을 하고 복도를 살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면 별 일이 없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방심 한 사이 시간차 공격을 하듯이 나타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정말 타천사의 유혹이 따로 없네, 요시코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리코에게 적당히 얼버무렸다.


“아니 뭐, 뭐 그냥. 어째서 타천사인 나의 매력을 다들 알아주지 못 하는 걸까, 하고 고민 중 이었어. 리틀데몬들도 요새 영 불성실 하고 말야.”

“음…요컨데 다들 욧쨩에게 관심이 없어서 좀 섭섭하다, 대충 이런 의미지?”

“아, 아냐! 그런 뜻이 아니라구!”

“후훗, 욧쨩도 참. 가끔 이럴 때 보면 참 귀엽다니까.”

“크으으…”


요시코는 분한 표정을 지으며 리코를 바라보았다. 저 잰 체 하는 표정, 뭔가 마음에 안 들잖아! 그녀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 하지만 지금은 자기가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판 상황이니 어쩔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복도 한가운데서 방심해 있던 자기 자신을 탓할 수 밖에. 더 있어 봐야 손해만 볼 거 같아, 요시코는 리코에게서 몸을 휙 돌리고는 앞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흥, 몰라. 아무튼 난 갈 거야. 바보 리리!”

“에, 같이 가 욧쨩!”

.

.

.

사실 요시코가 이러한 의심을 품기 시작한 계기는 따로 있었다. 여름 코믹날, 요시코는 자신이 원하는 책들을 사기 위해 코미케 회장으로의 긴 여정을 떠난 적이 있었다. 사람이 많은 것도 그렇고, 햇빛을 맞으며 줄에 서서 기다리는 것은 딱 질색이었지만, 넷상으로는 판매하지 않는 책들을 사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책을 얻고 난 뒤, 이왕 온 거 구경이나 하자는 심정에 회장 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때 요시코의 눈에 익숙한 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건 설마…리리?”


자줏빛의 와인색 긴 생머리, 버스 하차벨 처럼 생긴 빨간 머리핀, 반팔 소매 밑으로 드러난 하얀팔, 그리고 하늘하늘한 뒷 모습. 그것은 분명 요시코가 자신의 리틀데몬이라 여기고 있는 사쿠라우치 리코의 모습이 분명했다. 리리가 코미케에? 어째서? 대체 무슨 일로? 요시코는 자신도 모르게 조심스레 리코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리코는 그렇게 한참을 걸어가다가 이윽고 회장 입구 근처의 한 부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저기서 책을 사려는건가? 대체 무슨 책이지? 요시코는 슬쩍 눈을 들어 그 부스의 팻말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저…저건…아까 내가 갔었던 타천사와 악마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파는 부스잖아?!’


요시코는 경악하며 리코와 부스 팻말을 번갈아 살폈다.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건 아닐까, 하고 생각 해봤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그 부스가 맞았고, 살짝 보이는 옆 얼굴 역시 리코의 그것이 분명했다. 요시코는 큰 충격에 빠져 얼 빠진 표정으로 그저 멍하니 서서 리코의 모습을 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리코는 부스에서 책을 집어 들고 돈을 낸 다음, 총총 걸음으로 회장 밖으로 나갔다.


리코가 그렇게 사라진 뒤에도 요시코는 한참 동안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요시코가 그렇게 놀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리코가 타천사에 관련된 책을 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솔직히 리코가 어느 정도 동인 관련 취미가 있다는 것은 눈치 채고 있던 사실이었다. 종종 벽쾅 이라던가, 턱 꾸욱 같은 표지의 책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몰래 엿본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설마 타천사나 악마 같은 것들에 까지 관심이 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솔직히 약간 기쁘기도 했다. 어쩌면 리코가 자신과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그것은 곧 자신의 동지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뜻이었으니까. 하지만 요시코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설령 리코가 그런 취미가 있다고 해도, 절대로 그 사실을 순순히 인정할 것 같지 않았다. 당장 리코가 어떻게든 자신의 취미를, 심지어 그렇게 친하고, 옆집에 살고 있는 치카에게 까지 비밀로 하기 위해 애쓰는 걸 보면…리코가 자신의 취미에 대해 인정할 가능성은 극히 낮아 보였다. 그것도 다른 사람들도 보는 앞에서는 더더욱.


‘…일단 이 일은 나 혼자 알고 있기로 하자.’


요시코는 그렇게 다짐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하지만 요시코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절대로, 리코에 대한 이 궁금증을 마음속에만 품고 있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결국 언젠가 호기심이 자신의 이성을 이길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다.

.

.

.

그리고 그 시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요시코는 부실에서 리코와 단 둘이 남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리코는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악보에 연신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모처럼 단 둘인데다, 리코의 기분까지 좋아 보이자 요시코는 지금이 기회라는 것을 깨달았다. 긴장을 풀기 위해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요시코는 리코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리리.”

“응? 욧쨩 왜? 그보다 리리가 아니고 리코라니까, 리.코.”

“리리 한테 좀 물어 볼 게 있는데…”

“리코라니깐…그래서, 뭔데? 뭐가 궁금하길래 그렇게 내 눈치를 보며 묻는 거야?”


리코는 못 이기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물었다. 요시코는 다시 속으로 한번 더 마음을 가다듬고는 리코에게 대답했다.


“저기 리리는 그…동인녀지?”

“에…에? 요, 욧쨩? 대체 그게 무슨…?”

“그리고 그…벽쾅이라던가 하는 책들을 사서 모으지? 그리고 턱꾹도 좋아하지?”

“어…아니…그…”

“게다가…이번엔 그…여름 코미케에도 와서 타천사 관련 책을 산 적도 있…”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잠까안~!!!!!!!! 요, 욧쨩! 지금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리코는 손사레를 치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 정도는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한 반응이었기에, 요시코는 침착한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솔직히 다 알아. 리리가 동인지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그것들을 남 몰래 사 모은다는 것도, 보면서 즐긴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어. 부정해도 소용 없는 걸.”

“그…그건…”

“맞지?”


요시코는 그렇게 말하며 당황하는 리코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애써 요시코의 눈을 피하던 리코는 결국 그 눈빛을 이기지 못했다. 옅은 한숨과 함께, 리코는 요시코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맞아. 사실 들키고 싶지 않았던 문제인데…용케 알아챘네.”


완전히 체념 한 듯한 리코의 표정을 보자 요시코는 왠지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차마 ‘나 말고도, 이미 눈치 빠른 멤버들은 다 알고 있을 걸? 치카를 제외하면 대부분 어느 정도는 다 눈치 챘을 거야.’라는 말은 하지 못 했다.


“아니 뭐…그냥 나도 그쪽에 대해선 나름 잘 아니까. 가끔 리리가 숨기려고 할 때, 그 책 표지들이 종종 보였거든. 그래서 알아챈 거야.”

“그렇구나…”

“하지만 좀 의외였어. 리리가 코미케까지 와서 동인지를 살 줄이야. 그것도 타천사랑 관련된 걸 말이지.”

“잠깐만, 욧쨩.”

“왜?”

“난 코미케에 간 적이 없어. 타천사 관련 책을 산 적은 더더욱 없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분명 그날 코미케 회장에서 리코의 모습을 봤…”

“욧쨩?”


순간 요시코의 말을 끊으며, 리코는 순식간에 요시코의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 해. 욧쨩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말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요시코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단순히 리코 한 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말을 하며 짓는 리코의 미소가 너무나도 무섭게 느껴졌다. 그 소름 끼칠 정도로 예쁜 미소를 보자 요시코는 더 이상은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그런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 요시코는 몸을 조금씩 떨며 리코에게서 눈을 돌리려 했지만, 그마저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몸이 굳어버렸다. 리코는 그런 요시코를 지그시 내려다보다, 이윽고 다시 천천히 멀어지며 요시코를 향해 말했다.


“아이 참, 농담이야. 왜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욧쨩도 참…”


전혀…농담이 아니었는 걸, 요시코는 그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다. 여전히 소름 돋은 팔을 살짝 쓰다듬으며, 요시코는 애써 미소 짓는 얼굴로 리코를 향해 대답했다.


“그, 그렇지…? 난 또 리리가 정말 화난 줄 알고…”

“바보, 내가 욧쨩한테 화를 낼 리가 없잖아? 하여튼 뭐…그 내가 동인지를 본다는 사실들에 대해선 되도록 다른 멤버들에게 말 하지 말아줘. 알았지? 부탁할 게.”


리코는 요시코를 향해 양손을 모으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좀 전에 있던 그 일이 거짓말이기라도 한 것처럼, 저자세를 취하는 리코를 보며 요시코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떨떠름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응. 알았어.”

“고마워 욧쨩! 아, 그럼 난 다시 작곡이나 좀 해 볼까? 신곡을 쓰는 거, 아무래도 어렵단 말야. 욧쨩도 좀 도와 주지 않을래?”

“으, 응. 그래. 그러지 뭐.”


그렇게 요시코는 마음 가득 불안감을 안은 채, 조심스레 리코의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요시코의 머릿속은 온통 좀 전에 보았던 리코의 표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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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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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요시코는 계속 리코를 지켜보았지만, 그 날 이후로 딱히 그녀에게서 특이한 점이나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 했다. 예쁘게 미소 지으며, 가끔 ‘리리’라는 소리에 싫은 표정을 짓는 그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모습. 결국 요시코는 그날 자신이 본 리코의 무서운 모습이 어쩌면 그냥 자신의 망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과 별개로, 그날 본 리코의 표정은 도저히 요시코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그것이 망상이든 아니든, 리코의 미소 짓는 얼굴을 볼 때마다 그 날의 기억은 며칠이 지나도 마치 방금 전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며, 요시코는 리코의 행동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욧쨩.”

“응?”

“우산 잃어버리지 않게 주의해.”

“리리도 참.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이제 우산을 깜빡 잊고 놓고 가서 갑자기 내린 비에 푹 젖어 버린다든가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구.”


하지만 그 날, 요시코는 상점가에 들렀다가 그만 자신이 아끼던 검정색 레이스 달린 우산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분명 입구의 우산 꽂이에 꽂아 놓았는데, 가게를 둘러 보고 나온 사이 사라져 버리고 만 것이다. 결국 비를 맞은 것도 맞은 것이지만 나름 아끼던 우산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너무 속상했다. 그때 문득 리코가 했던 말이 떠오르긴 했지만, 요시코가 특유의 불운으로 우산을 잃어버리는 일은 비일비재한, 비단 리코 뿐만이 아닌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겨 버렸다. 하지만…


“욧쨩, 요새 감기가 유행이래. 조심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서.”

“흥, 리리, 내가 불행 속성을 가진 타천사이긴 하지만, 여름에 감기 걸리진 않는다구. 그리고 타천사는 감기 같은 하찮은 인간의 질병에 걸리지 않아.”

“그런가?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


그리고 이 대화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요시코는 감기를 심하게 앓고 말았다. 결국 꼼짝 없이 이틀 정도를 침대에 누워서 보내야 했다. 그리고 끙끙 앓던 중 불현듯 리코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그리고 요시코의 마음 속에는 조금씩 의심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물론 때아닌 여름 감기가 유행하고 있던 상황이긴 했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타이밍이 좋았다. 마치 리코가 자신이 감기 걸릴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 같은 그런 상황. 저번 우산의 일도 떠오르며, 요시코는 혹시…하는 불안한 마음을 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감기가 낫고 난 후, 요시코는 리코와 함께 멤버들이 먹을 간식 심부름을 가게 되었다. 제비 뽑기로 정한다고 했을 때부터 살짝 불안했지만, 역시나가 혹시나 였다. 정말 거짓말처럼 당첨 제비를 뽑고 말았다. 이게 다 타천사의 불행이지. 요시코는 속으로 그렇게 투덜거리며 리코와 함께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렇게 심부름 목록에 있던 물건들을 모두 사고 밖으로 나오던 중, 요시코의 눈에 음료수 자판기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저 자판기엔 딸기 주스도 있었지? 마침 목말랐는데 잘 됐다.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옆에 있던 리코를 향해 말했다.


“리리, 목 마르지 않아? 나 주스라도 하나 뽑아 먹을 생각인데, 리리도 하나 마실래? 내가 사 줄게.”

“응? 그럼 나야 고맙지. 그러고보니 욧쨩은 딸기 주스를 좋아했지? 귤 주스나 오렌지 주스는 싫어하고.”

“잘 아네 리리. 역시 내 리틀 데몬. 난 귤 주스는 물론이고 그냥 귤도 딱 질색이야.”

“리틀 데몬 아니라니까…뭐, 어쨌든 그럼 난 욧쨩이랑 같은 거로 해 줘. 그게 뽑기도 편하니까.”

“그래, 알았어.”

“욧쨩, 혹시라도 귤 주스를 뽑지 않게 조심 해야 해?”

“나 참, 리리는 날 바보로 알아? 아무리 두 주스가 바로 옆에 붙어 있다지만 버튼을 잘 못 누를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구.”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버튼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문득, 갑자기 예전 일들이 떠올랐다. 리코가 무언가 말을 할 때마다, 거짓말같이 안 좋은 방향으로 일이 터졌던 것들이 떠오르자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우연이겠지 하고 넘기기엔 좀 마음에 걸렸던 일들. 요시코는 두번 세번 자판기 버튼을 확인하고, 그것이 딸기 주스가 맞는지 확인 한 후 버튼을 꾹, 꾹 하고 두 차례 눌렀다. 덜컹, 덜컹 하는 소리가 두 번 울리고 난 뒤 요시코는 자판기 출구에 손을 넣어 음료수를 꺼냈다. 그리고 나온 음료수를 확인 한 순간, 요시코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이, 이게 뭐야!”


요시코의 비명에 리코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급히 요시코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 그래 욧쨩?”

“아니 그…분명 난 딸기주스 버튼을 눌렀는데…”

“어머…귤 주스가 두 개나 나와 버렸네…”


리코는 주스를 양손에 들고 멍하니 얼빠진 표정으로 서 있는 요시코를 향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자판기, 종종 이렇게 누른 것과 다른 물건을 뱉는다고 하더니 그게 정말이었구나. 이를 어쩐다…둘 중 하나만 귤 주스였다면, 그냥 내가 그걸 마시면 되는데…”

“…리리, 이 주스들 그냥 네가 다 마셔.”

“응? 그치만 욧쨩, 목 마르다고 했잖아?”

“됐어. 왠지 귤주스를 보니 갈증이 싹 사라진 기분이야.”


그렇게 말하며, 요시코는 귤 주스 두 캔을 모두 리코에게 넘겨주었다. 귤 주스가 나온 것도 기분 나빴지만, 무엇보다 또 리코의 예언 아닌 예언이 맞아 들었다는 사실이 왠지 소름이 끼쳤기 때문이다. 물론 리코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저 자판기를 조작 한다 던가 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건 요시코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또 그냥 우연이라고 넘기기엔 너무 찝찝한 상황임은 분명했다. 우연히 세번 겹치면 절대 우연이 아니라는 옛 말도 떠올랐다. 그렇게 요시코의 마음 속에선 리코를 향한 알 수 없는 의심의 마음이 점점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 뒤로도 그런 리코의 예언 아닌 예언과, 요시코가 불행을 겪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아끼던 볼펜이 사라 진다든가, 강수확률이 전혀 없던 날 갑자기 내린 소나기를 맞는다든가, 종종 밥을 주던 검은 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든가, 자신이 아끼던 타천사 노트를 잃어버리거나 하는 등 정말 거짓말 같은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났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요시코의 의심은 점점 확신이 되어 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그날 일부터가 의심스러웠다. 그 날 리코가 요시코를 소름 끼치게 할 정도로 이상하고 묘한 반응을 보인 것은 분명했다. 아니라고 부정만 해도 될 일을, 그런 식으로 반응한 건 뭔가 이상했다. 그리고 설령 그것이 감추고 싶은 비밀이더라도, 그렇게 반응 하면서까지 필사적으로 감출 일은 아니란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평소에 요시코가 알던 ‘리리’ 라면, 절대로 자신을 향해 그런 식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무언가….있는게 분명해. 요시코는 그렇게 확신했다.


그러자 요시코는 설마 정말…리코가 타천사 혹은 악마의 힘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신 처럼 의식 같은 걸 치르다, 정말 그런 힘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아무리 타천사에 빠져 있는 자신이라도, 이게 정말 터무니 없는 망상에 해당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저런 우연들이 연속해서 일어나자, 요시코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런 생각에 단단히 사로잡히고 말았다.


“좋아, 내가 직접 찾아 낼 거야…리리가 타천사의 의식을 한다는 그 증거를 말야. 그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그 현장을 추궁한다면 리리도 더 이상 발뺌하진 못 할 거야.”


결국 요시코는 그렇게 결론을 짓고, 리코를 더욱 더 세심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좀처럼 결정적인 ‘증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앞의 사건 처럼 리코가 갑자기 요시코의 뒤에서 나타난다든가, 몰래 따라가던 중 눈 깜짝할 사이 요시코의 앞에서 사라져 버린다든가 하는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물론 그럴수록 요시코는 더 약이 올랐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의지를 더 불타게 할 뿐이었다. 나중에는 거의 집착에 가까울 수준으로 발전 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도 요시코는 주변 멤버들에게는 들키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 하긴 했지만, 기간이 길어 질수록 주위 멤버들도 요시코와 리코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를 조금씩 눈치 채기 시작 했다. 이대로는 곤란해. 빨리 어떻게든…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마침내, 요시코는 그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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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요시코는 몸 상태가 좀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양호실에 가서 쉬게 되었다. 좀 누워 있다보니 상태가 좀 괜찮아져서 그녀는 양호선생님께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섰다. 그러다 문득 부실에 책 하나를 두고 왔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차피 이 시간이면 한참 수업 중일 것이고, 중간에 들어가 봐야 방해만 될 것이라 생각되어 적당히 부실에서 시간을 때우다 교실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그렇게 부실에 도착해 문을 열기 직전, 안에서 뭔가 말 소리가 들려와 그녀는 순간 멈칫 하며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내 앞에 고하노니…타천사 xxx여…나에게 힘을…”


요시코는 순간 헉 소리가 나올 뻔 했지만 간신히 손으로 입을 틀어 막으며 참아냈다. 이건 분명 자신도 알고 있는 타천사 소환 의식의 한 구절이었다. 물론 한다고 해서 진짜 타천사가 나오는 것은 아니었지만…이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임은 분명했다. 거기에 무엇보다 더 요시코를 놀라게 한 것은…


“이거…리리 목소리잖아…?”


분명 그것은 틀림없는 리코의 목소리였다. 리코가 이 시간에 교실이 아니라 부실에 있는 것도 놀라운데, 안에서 타천사의 의식을 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요시코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요시코는 놀란 가슴을 수습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건 분명 기회였다. 리코를 추궁할 결정적인 찬스. 요시코는 문고리를 잡고, 그대로 힘차게 문을 옆으로 밀었다.


“리리! 지금 뭐 해!”

“요, 욧쨩?!”


그리고 문을 연 요시코의 눈에 보인 것은, 촛불을 켠 채 한 손에 책을 들고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코의 모습이었다. 리코는 요시코의 모습을 보자 마자 다급히 등 뒤로 책을 숨겼지만, 요시코는 분명 그 책의 표지에 익숙한 육망성 같은 것이 그려져 있는 것을 보았다.


“리리, 지금 수업 중인데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야? 이 촛불은 뭐고, 그 등 뒤로 숨긴 책은 또 뭐야?”

“요, 욧쨩이야 말로 왜 이 시간에 여길…”

“난 몸이 안 좋아서 잠시 양호실에 갔다가, 교실로 돌아 가던 중 갖고 갈 게 생각나서 잠시 여기 들린 거야.”

“그, 그렇구나…나, 난…그…잠시 좀 작곡 할 게 있어서! 그래서 잠시 여기 부실에 와 있던 거야!”

“수업 하다 말고?”

“으, 응. 작곡이란 거, 팍! 하고 생각나면 그때 꼭 해야 하거든. 안 그럼 나중에 까먹을 위험이 있어서 말야. 그래서 좀 나쁜 짓이긴 하지만, 선생님께는 몸이 좀 안 좋아서 양호실에 간다는 핑계를 대고 교실을 빠져 나왔어.”

“…그래? 그럼 그 등 뒤로 숨긴 건 뭔데?”

“이, 이거? 아 이건…그…작곡 노트야. 응.”


리코는 어떻게든 등 뒤의 책을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대꾸했다. 하지만 이미 얼굴 표정 가득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있는 상태였다. 그에 요시코는 좀 더 세게 밀어 붙이기로 했다.


“리리. 발뺌해도 소용 없어. 나 좀 전에 문 밖에서, 리리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거든. 리리 지금 타천사 의식을 행하고 있었지?”

“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욧쨩. 내가 그런 걸 왜…”

“그럼, 그 책 보여 줘 봐.”

“어…어…?”

“악보 책이라며. 그럼 나한테 보여 줘도 별 상관 없는 거잖아. 안 그래?”


요시코는 리코를 향해 단호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두 사람은 정적 속에서 잠깐 동안 대치했다. 리코는 열심히 요시코의 눈을 피하며 어떻게든 빠져나갈 핑계를 궁리 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결국 한숨과 함께 몸을 늘어뜨렸다. 그리고 요시코를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맞아. 욧쨩의 말대로…나, 여기서 타천사 의식을 하고 있었어.”


리코의 긍정을 보며, 요시코는 그 동안 자신이 품어 왔던 모든 의심과 궁금증들이 한번에 풀려 나가는 듯 했다. 막혔던 것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그런 감각을 느끼며, 요시코는 그동안 자신이 리코에게 갖고 있던 의심을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역시…그런 거였구나. 그럼 역시…리리는 그걸 통해 타천사의 힘을 얻게 된 거구나!”

“으…응? 욧쨩?!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타천사의 힘이라니?”


하지만 요시코의 예상은 마지막에서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리코는 도저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며 요시코에게 반문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요시코는 당황한 목소리로 계속 질문을 이어 나갔다.


“리, 리리는…타천사의 힘을 얻고 싶어서 이런 행동들을 하고 있던 거 아니야…? 그래서 나한테도 그걸 숨기려고 했었고 말야.”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꺄, 꺄악?!”

“타천사의 힘이라니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나, 난 단지 그냥…욧쨩이랑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타천사에 관심을 가졌던 것 뿐이라구!”

“나, 나랑 친해지려고?”

“그래! 욧쨩도 정말, 내 맘도 모르면서…솔직히 욧쨩이 그렇게 타천사를 좋아하고 없인 죽고 못 하니까, 나도 좀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거라구. 그럼 좀 더 욧쨩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리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이 끌리게 돼서…”

“그…그랬구나…그럼 그 날 코미케에 온 것도…?”

“맞아…하필 욧쨩에게 들킬 줄은 몰랐지만 말야…적어도 욧쨩에게 만큼은 절대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말야.”


적어도 리코는 정말 타천사의 힘이라던가, 불운 같은 그런 것들에 대해선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럼 뭐야, 리리는 단순히 그냥 정말 타천사에 관심이 생겼던 것뿐인 거야? 난 그런 리코의 취미를 밝혀 냈을 뿐이고? 왠지 뒷걸음 치다 개구리를 밟은 소 같은 심정을 느끼며, 요시코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 그럼 그 일들은 정말 다…우연…?”

“우연? 요시코쨩,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리리, 왜 나한테 그것들을 필사적으로 숨긴 거야? 내가 알았으면, 같이 타천사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같이 책도 사러 다니고 그랬을 텐데…”

“그래서 숨긴거에요. 이 타천사 양.”

“응? 그게 무슨…”

“말 했잖아. 좀 부끄럽다고. 그런데 욧쨩에게 사실대로 말 했어 봐. 멤버들도 다 보는 앞에서 ‘이제 리리는 정말 내 진정한 리틀 데몬이 되었음을 선언하노라!’ 같은 말을 하면서 자랑하고 다녔을 거 아냐. 거기다 남들이 있든 없든 계속 나랑 타천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려 했을 거고 말야. 안 그래?”

“그…그건 그…렇네…”


요시코는 차마 리코의 말을 부정할 수 없어 그저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녀 말 대로, 분명 자신은 동료가 생겼다는 기쁨에 온 동네방네 그 사실을 떠들고 다녔을 공산이 분명했다. 결국 리코는 자기 나름 대로 자신을 보호 하기 위해, 어떻게든 요시코에게 그 것을 숨기려 했던 것뿐이었다.


“그럼…그 날 그런 무서운 표정을 지은 것도…?”

“응…하고 나서 정말 욧쨩에게 미안하기도 했고…후회도 많이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그 정도로 하지 않으면 욧쨩 성격상 정말 집요하게 날 추궁 했을 게 뻔하니까 말야.”

“그랬구나…”

“비밀로…해 줄거지?”


리코는 조르는 듯한 눈빛으로 요시코를 가만히 올려 다 보았다. 귀, 귀엽잖아…요시코는 살짝 붉어진 얼굴을 애써 감추며 일부러 약간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리리가 하는 걸 봐서?”

“뭐야! 너무해 정말…솔직히 오늘 들킨 것도 정말 예상 외였다구. 이 시간에 부실로 오는 사람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단 말야. 아까 문이 열리고 요시코가 나타났을 땐 정말 심장이 밖으로 튀어 나오는 줄 알았어.”

“후훗…이 타천사의 강림에 경악한 리틀 데몬 리리의 표정…정말 볼만 하긴 했지.”

“아우, 욧쨩 정말!”


리코는 약간 삐친 듯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였다. 그런 리코를 보자 요시코는 왠지 웃음이 나왔다. 터지는 웃음을 참으며, 요시코는 리코를 향해 말했다. 자신의 진심을 조금 담아서.


“푸흡. 좋아, 지켜 줄게. 대신…단 둘이 있을 땐, 같이 타천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많이 하기로 하는 조건으로 말야. 어때?”

“…좋아. 사실 나도 그 동안 욧쨩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입이 좀 간지러웠거든. 아무래도 욧쨩이 그런 것에 대해선 나보다 훨씬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럼…가끔 욧쨩네 집에 놀러 가도 돼?”

“다, 당연하지! 워, 원래 타천사의 공간에 다른 사람은 쉽게 들여 줄 수 없지만…리리는 특별히 내 리틀 데몬으로서 언제 든지 들어오게 해줄 수 있어.”

“예, 예. 그거 참 영광이네요, 타천사 씨.”

“뭐, 뭐야! 놀리 듯이 말 하지 마! 바보 리리!”


볼을 부풀리고 화를 내는 요시코를 향해, 리코는 정말 밝은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런 리코를 보며 요시코는 마치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문득 마치 천사의 미소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리코를 상대로 타천사의 힘이나 불운을 생각했던 자신이 정말 바보 같았다고 생각 하면서, 요시코 역시 밝게 미소 지었다.

.

.

.

그날 밤, 리코는 요시코와 함께 늦은 시간까지 라인 메시지를 보내며 대화를 나누었다.


[그럼 난 이만 잘게. 그럼 이번 주말에 꼭 놀러 와! 잘 자, 나의 리틀 데몬 리리.]


“후훗…욧쨩도 참…정말 귀엽다니깐…”


요시코의 라인 메시지를 보며 리코는 엷게 미소 지었다. 그리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서 천천히 자신의 책상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서랍을 열어 그 안의 물건들을 하나 하나 밖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정말 욧쨩도…눈치 빠른 것 같아도 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 정말 귀엽단 말이지. 역시 욧쨩이 양호실에 갔다 부실에 들를 거라 예상하고 기다리길 잘 했네. 덕분에 일이 잘 풀렸지 뭐야.”


리코는 그 물건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계속했다. 그리고 그럴 수록 그녀의 미소는 점점 더 짙어 졌다.


“거기다 욧쨩, 내가 들고 있던 것이 타천사 관련 책인 건 알았으면서 정작 그게 자기 노트인 줄은 알아채지 못 했지. 그런 바보 같은 점이 더 귀엽지만¢¾”


그렇게 말하며 리코는 물건들을 다시 서랍 안으로 집어 넣었다.


요시코의 필통에서 몰래 꺼낸 볼펜

요시코의 뒤를 따라가 몰래 집어온, 검은 색 3단 우산

요시코가 잘못 뽑은, 사실 딸기주스를 누르면 귤이 나온다는 것을 자신은 이미 알고 있던, 바로 그 고장 난 자판기에서 나온 귤 주스

요시코의 가방에서 훔친 타천사 노트

요시코가 좋아하던 고양이의 털을 코팅한 투명지

요시코의…


그런 물건들이 다시 하나 하나 리코의 서랍 속으로 들어갔다. 그 동안 요시코를 몰래 따라다니며 얻게 된, 리코만의 소중한 보물들이었다.


“욧쨩도 참…일부러 힌트까지 줬는데, 날 도둑이나 스토커로 의심하는 게 아니라 ‘타천사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 오해하다니…뭐, 정말 욧쨩 답다면 욧쨩 다운 오해지만.”


그렇게 말하며 리코는 다시 즐거운 듯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코미케에 갔던 것을 들킬 뻔 했던, 그날 요시코를 향해 지어 보였던 그 소름 끼치도록 예쁜 그런 미소였다.


“욧쨩은 알까…? 리틀 데몬은 내가 아니라…욧쨩이야 말로 나의 리틀 데몬이라는 것을 말야…”


다시 침대에 몸을 뉘이며, 요시코는 휴대폰을 조작해 요시코와의 메시지를 화면에 띄웠다. 그리고 거기 떠 있는 요시코의 프로필 사진을 천천히 손으로 쓰다듬었다.


“나만의 리틀 데몬…계속 함께 있으면 좋겠어. 같이, 타천하자♥…영원히.”


-완-



ㅎㅅㄷ 이런 반전 좋아 2018.05.16 14:24:40
ㅎㅅㄷ 2018.05.16 14:24:50
아이컁 2018.05.16 15:09:40
타천빵야✨ ㄷㄷㄷ 2018.05.16 15:44:09
이엣 2018.05.17 09: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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