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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지모아이]타천사와 요소로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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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81268
  • 2018-05-12 13:33:13



비오는 날 써본 지모아이 단편

비만오면 왠지 불운과 비의 상징인 타천사 요시코와

태양처럼 밝은 요우가 서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나서 

지모아이를 쓰게 되네

잘 읽어줘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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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니 벌써 수업은 거의 다 끝나 있었다. 요시코는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 보았다. 다들 저마다 분주하게 가방을 챙기며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한테는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지만. 요시코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뒤로 쭉 하고 기지개를 폈다. 쫙 핀 손에 무언가 톡 하고 닿는 느낌이 들어, 요시코는 손을 움츠리며 고개를 뒤로 돌렸다.

 

요시코쨩. 집에 같이 가지 않을래유? 오늘은 연습도 없다고 했으니까유.”

 

하나마루는 웃는 얼굴로 요시코를 향해 물었다. 고마운 제안이긴 했지만, 요시코는 고개를 좌우로저었다.

 

너네 먼저 가. 난 오늘 당번이거든.”

그런가유? 그럼 요시코쨩이 청소 끝내길 기다려도…”

됐어. 어차피 너네는 나랑 가는 방향도 다르고 집도 더 멀잖아. 거기다 오늘은 비가 올 지도 모른다고 했으니까. 비 안 올 때 빨리 돌아가는게 좋을 거야. 그리고 요하네.”

그건 그렇지만유알았어유. 그럼 다음엔 꼭 같이 돌아 가기에유?”

 

말을 마치고 하나마루는 가방을 챙겨 루비와 함께 교실 밖으로 나갔다. 요시코는 잠시 그 뒷모습을 지켜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청소 도구함 안의 빗자루를 꺼내 들었다. 이미 교실 안에는 요시코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오고 나서, 요시코는 아쿠아 멤버들이나 같은 반 친구들과 떠들썩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타천사로서, 그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며 홀로 지내온 기간이 훨씬 길었던 탓에, 아직 그것에 많이 익숙해 있었다. 그래서 종종 이렇게 혼자 있는 상황을 겪는 것이 그리울 때도 있었다. 외롭긴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은 혼자 있는 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니까.

 

혼자 멍하니 머리를 비우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거나, 혹은 깊은 사색에 빠져 보거나 하는 것도 꽤나 재미 있는 일이었다. 물론 매일 그러는 것은 곤란하고, 이렇게 가끔 이라면 괜찮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교실 구석구석을 천천히 쓸어 나갔다. 물론 먼지를 제외 하면 바닥에 쓸 만한 것들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다들, 착한 아이들이니까. 입학 첫날 그런 행동을 한 날 걱정해 줄 정도로 말야.

 

요시코는 쓰레받기에 모인 먼지와 쓰레기를 모두 쓰레기통에 붓고, 비우기 위해 그것을 집어 들고 교실을 나섰다. 평소라면 부 활동 하는 학생들로 북적거렸을 운동장은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인지 텅 비어 있었다. 요시코는 적막함을 넘어 을씨년스러움 까지 느껴지는 운동장을 가로 질러 걸어갔다. 타천사에게 어울리는 분위기와 풍경이네, 라 생각하며 걷고 있던 차에 그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밝고 경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요시코쨩이다! 요소로!”

“…요우구나.”

 

뒤 돌아 보지 않아도 알아 챌 수 있는 발랄한 목소리와 특유의 인사. 요시코는 살짝 뒤로 돌아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서는 요우가 쓰레기통을 든 손을 흔들며 경쾌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요시코쨩, 아직 집에 안 가고 뭐해? , 요시코쨩도 당번이구나?”

뭐 그렇지. 그러는 요우도 오늘 당번인가 보네.”

. 당번일 참 귀찮지? 다들 먼저 집으로 돌아 가고 빈 교실에 혼자 남아 있는 거니까. 왠지 쓸쓸하단 말이야. 그치?”

그렇지.”

 

요우의 말에 요시코는 약간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람은 정말 나와 생각하는 것부터 다르구나, 요시코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했다. 요우의 말은 곧 그녀는 그저 잠깐 혼자 남는 것 만으로도 외로움을 느낄 정도로 그녀는 외로움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하니까. 반대로 그것은 언제나 요우가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치카쨩도 집안일을 도와야 한다며 먼저 돌아가 버렸거든. 그나마 요시코쨩이 있어서 다행이야. 나중에 집에 갈 때 같이 가자.”

, . 그래. 그러지 뭐.”

 

딱히 거절하기도 애매해서 요시코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이 어지간히 기뻤는지 요우는 작게 콧노래까지 불러 가며 소각장에 쓰레기를 부었다. 요시코도 그 옆에서 나란히 쓰레기를 부었다. 그 사이 둘 사이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요시코는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무슨 말이라도 걸어야 하나? 무슨 말을 하지? 그러고보니 나 요우랑은 단 둘이 있어본 적이 잘 없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보통 이렇게 말도 없이 가만히 있으면 요우 같은 타입은 자기랑 말 하기 싫은 거라 오해 할 지도 모르잖아.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불안한 눈길로 요우를 흘깃흘깃 쳐다보았다. 결국 요시코는 머리를 쥐어 짜내 나름 무난하다고 생각되는 한 마디 말을 꺼냈다.

 

저기오늘 날씨 참 좋다. 그치?”

 

하지만 요시코는 곧 자신의 바보스러움을 저주해야 했다. 하늘엔 시커먼 먹구름이 잔뜩 껴서 곧 비라도 쏟아질 것처럼 꾸물거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날씨가 좋다니, 난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만약 쓰레기통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요시코의 경단은 쥐어 뜯기느냐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요우는 잠시 먹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다 잠시 후 어색하게 웃으며 요시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응 그래! , 구름이 껴 있긴 하지만, 난 이런 날씨 좋다고 생각해. 그 뭐랄까햇빛이 없으니 그리 덥지도 않고 시원하잖아. 자외선은 몸에 나쁘기도 하고!”

 

정말 어처구니 없는 요시코의 말을 요우는 그야 말로 능숙하게 받아 주었다. 거기서 느껴지는 배려에 요시코는 더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대화 하나 제대로 이끌어 나가지 못하는 자신이 왠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이게 요우의 인기 비결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응 맞아! 자외선은 몸에 나쁘지!”

그래서 보통 런닝을 하거나 바다에서 수영 할 땐 나도 꼭 선크림을 바르거든. 요시코쨩도 그러려나?”

, 나는 그 보통 양산을 쓰는 편이야.”

양산이라면그 전에 썼던 것 같은 검고 레이스 달린 그것 말이지? 그거 꽤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그치? 멋있지? 타천사 요하네의 권능이 느껴지는 칠흑같이 어두운 양산그것은 마치 이 요하네의 권속에 어울리는 타천사의 상징.”

 

요시코는 아차 싶은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타천사 관련 얘기가 나오자 또 그만 폭주해버리고 말았다. 이래선 더 어색해 질 뿐이잖아. 진짜 나 뭐 하는 거야! 요시코는 속으로 자신을 원망하며 슬쩍 요우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요우는 어색하거나 깬다는 표정이 아니라, 그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를 바라보고 있었다.

 

요시코쨩은 정말 타천사를 좋아하나 보네.”

, 그렇지 뭐나는 정말 타천사니까!”

. 그래 맞아. 자기가 좋아하는 걸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 항상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자기의 솔직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 주잖아. 솔직히, 부러워.”

 

그렇게 말하고, 요우는 살짝 고개를 들어 멍하니 하늘을 바라 보았다. 그 모습에선 그동안 요우에게서 느낄 수 없었던 쓸쓸함과 외로움이 잔뜩 묻어나와, 요시코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 하고 그저 그런 요우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건드리면 부서져 내릴 것 같은, 예쁜 유리 인형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이었고, 요우는 마치 태양처럼 밝은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를 돌아보며 말했다. 마치 좀 전의 그 표정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 빨리 가자! 정말 꾸물대다간 비가 올지도 모른다구. 빨리 뒷정리 마저 하고 집으로 요~소로!”

, 으응.”

 

요시코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 나가는 요우의 뒤를 따라 걸었다. 요우의 걸음은 정말 경쾌했지만, 아까의 자연스러운 것과 달리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요우와 헤어지고 교실에 들어 갈 때까지, 요시코의 머릿속에선 좀 전에 보았던 요우의 표정이 계속 떠나질 않았다.

.

.

.

요시코는 칠판과 흐트러진 책상들을 마저 뒷정리 하고 교실을 나섰다. 그리고 요우와 만나기로 한 학교 현관에 다다르자 마자 하늘에서 기세 좋게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더 기다렸다 와도 좋을 텐데. 역시 비와 나는 뗄 레야 뗄 수가 없구나. 요시코는 약간 자조 섞인 표정으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아쿠아 활동을 시작하고, 반에서도 겉돌지 않는 사람이 되었지만 여전히 이 불행은 자신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때 저 편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와 함께 요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야, 진짜 많이 오네. 아까부터 무지 꾸물거리긴 했지만 말야. 요시코쨩은 우산 가져왔어?”

가져 왔지. 그러는 요우는?”

나도 가져 왔어.”

 

그렇게 말하며 요우는 손에 든 회색의 삼단 우산을 흔들어 보였다. 회색은 분명 밝다기 보다는 칙칙한 이미지에 가까운 색. 하지만 요우의 머리 색 때문일까, 요시코의 눈에는 회색 빛 우산도 왠지 요우의 이미지처럼 발랄하게 느껴졌다. 요우는 우산의 줄을 풀고 앞으로 촥 펼쳤다. !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우산이 펴 졌다. 요시코도 우산을 펴기 위해 줄을 풀고 손으로 우산 대를 잡았다. 그런데

 

…?”

 

아무리 힘을 줘도 좀체 우산이 앞으로 펴 지질 않았다. 뭐지? 이거 왜 이래? 요시코는 우산을 붙잡고 끙끙댔지만, 우산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요우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요시코를 향해 다가왔다.

 

요시코쨩 왜 그래?”

아니, 이게 우산이 잘 안 펴져서…”

그래? 어디 이리 줘 봐. 우와, 진짜 안 펴지네? 이익…”

 

우산을 넘겨 받은 요우가 힘을 줘 봤지만, 마찬가지로 우산은 움직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너무 힘을 쓴 나머지 얼굴까지 새빨개진 요우의 모습에 요시코는 그녀를 말리려 했다.

 

, 됐어. 어차피 내일 주말이니 교복 정도는 좀 젖어도 상관 없으니까.”

, 그래도 그건 아니지! 감기 걸린다구. 이이이이익…! 으앗!”

꺄악?!”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우산 대가 앞으로 쫙 펴지더니, 그대로 앞으로 발사 되고 말았다. 어찌나 요우가 힘을 많이 줬는지, 우산 앞 부분이 총알처럼 앞으로 튀어 나가더니 저 멀리 현관 밖 계단까지 날아 가 버리고 말았다. 그 충격적인 광경에 두 사람은 잠시 말을 잃고 멍하니 날아간 우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하하…”

, 미안해 요시코쨩!”

 

요우는 고개를 숙이고 손을 앞으로 모으며 요시코를 향해 사과했다. 요시코는 요우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냐 아냐. 뭐 어쩔 수 없잖아. 애초에 저 정도면 그냥 거의 고장 나 있었던 거지 뭐. 요우의 탓이 아니라고 생각해.”

, 그래도…”

괜찮아. 어차피 비 조금 맞는 것 정도는 익숙하니까.”

 

사실 어려서 부터 비와 요시코는 거의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분명 해가 쨍쨍한 멀쩡한 날씨였음에도 그녀가 어딜 나서거나 하면 급작스럽게 비가 오곤 했었다. 그럴 때 마다 이건 타천사의 불운이자 운명이라며, 이런 날씨야 말로 타천사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며 넘기곤 했었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건 어쩌면 주변 친구들의 눈치나 비난을 이겨 내기 위한 어린 자신의 자기 합리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있지만.

 

단지 조금 아쉬운 게 있다면 저 우산은 나름 요시코가 아끼는 우산이었다는 것. 조그맣게 날개 무늬가 그려진 저 우산, 나름 좋아했었는데. 좀 아쉬운 걸.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아쉬운 눈으로 저 멀리 날아간 우산을 바라보았다. 그때 요시코를 향해 요우가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

 

비를 맞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당연히 요시코쨩이 내 우산을 쓰고 가야지. 요시코쨩의 우산을 고장낸 건 나라구?”

마음은 고맙지만 그건 아니야. 요우는 좋은 의도로 한 행동이잖아? 거기다가 요우는 비 맞으면 안 된다구.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해? 의상 만들기라던가, 수영이라던가 잔뜩 있잖아. 할 일이 적은 내가 맞는 편이 나아.”

그런 게 어딨어? 오히려 내가 요시코쨩보다 몸도 튼튼하고 달리기도 잘 하니까, 내가 맞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뛰어 가면 얼마 맞지도 않을 거라구.”

 

이쯤 되자 요시코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우산이 고장 난 것도 속상한데 요우가 저렇게 자신의 말을 부정하며 우겨 대니 요시코는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목소리가 높아 지기 시작했다.

 

우기지 좀 마. 우산이 고장난 건 나야. 그러니 내가 비를 맞는게 맞다니까!”

그러니까 그 우산을 고장낸 게 나잖아!”

아아 몰라! 진짜! 아무튼 내가 맞고 갈 테니 요우의 우산은 요우가 써!”

싫어! 요시코쨩이 써야 해!”

써야 하는 건 요우라니까!”

요시코쨩이라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며 우겨 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요시코는 자신이 요우를 향해 화를 내고 있다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요우 역시 그것을 깨달은 듯, 아차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또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요시코는 속으로 한숨을 푹푹 쉬었다. 하필 당번인 날 비가 오고, 아끼던 우산이 고장 나고, 요우랑 말다툼 까지 벌이게 되다니. 아무리 운 없는 것엔 익숙하다지만 오늘은 정말 최악이라 해도 될 것 같은 하루였다. 부담되기도 했지만, 요우와 함께 집에 돌아가는 것도 내심 조금 기대하고는 있었는데 일이 이렇게 꼬여 버리니 요시코는 그저 울고 싶어 졌다. 그때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요우가 요시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기우리 너무 바보 아닐까?”

?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요시코는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요우를 바라 보았다. 그러자 요우는 약간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에 있는 우산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했다.

 

같이 쓰면 되는 거잖아, 우산.”

“….”

.

.

.

그렇게 두 사람은 함께 우산을 쓰고 집에 가게 되었다. 처음 요우의 제안을 들었을 때 요시코는 살짝 망설였다. 하지만 망설이는 요시코에게 요우가 더 이상 거절한다면 나 이 우산 여기 버려두고 혼자 뛰어 갈 거야.’라고 선언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우가 우산을 들고, 요시코는 그 옆에서 가방을 품에 안은 채 나란히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에헤헤. 요시코쨩이랑 이렇게 가까이 붙어 걷는 것도 처음인 걸. 우산이 고장 난 거에 대해 조금은 감사 해야 하는 걸까?”

 

요우가 불쑥 꺼낸 말에 요시코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는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보다 버스 올 시간 거의 다 됐으니까 빨리 가자.”

농담이야 농담. 알겠지 말입니다. 버스를 향해 요소로~!”

 

나 참, 진짜 남의 속도 모르고. 요시코는 속으로 요우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으며 살짝 요우에게서 떨어 졌다. 짧은 여름 하복을 입고 있던 탓에, 요우의 팔과 자신의 팔이 계속해서 닿는 것이 아무래도 신경 쓰였다. 이게 다 요우가 쓸데없는 소리를 했기 때문이잖아. 그래놓고 장난이라며 본인은 태연해 하고. 이래서 리얼충은 부담스럽다니까. 요시코는 계속해서 마음 속으로 들리지 않는 투덜거림을 쏟아 냈다. 그리고 그 순간 요우가 요시코를 슬쩍 돌아보며 말했다.

 

요시코쨩, 그렇게 떨어지면 어깨에 비 맞는다구.”

 

요우는 그렇게 말하며 요시코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그대로 팔짱을 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요우의 행동이 요시코는 순간 그대로 팔짱을 껴 진 채 반쯤 굳어버리고 말았다. 팔을 통해 요우의 부드러운 피부의 촉감과 온기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요시코를 부끄럽게 만든 것은

 

, 잠깐 이거 완전이 아이아이가사(相合傘)잖아!’

 

요시코는 속으로 소리 없이 절규했다. 그녀가 즐겨 보는 만화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 광경을 지금 자신이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 그저 부끄럽고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거기다가 상대가 다름 아닌 요시코가 평소에 살짝 동경하고 있던 요우라는 것이 더 그러했다. 하지만 매몰차게 그 팔을 떼어낼 용기 역시 요시코에게는 없던 터라, 결국 그저 새빨갛게 얼굴을 붉힌 채 뻣뻣하게 앞을 향해 걷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다.

 

다만 좀 화가 나는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자신과 달리 여전히 태평한 표정으로 웃고 있는 요우의 모습이었다. 진짜, 이래서 이 선배는 부담스럽다니까. 요시코는 속으로 냉가슴을 앓으며 요우를 살짝 티 안나게 흘겨 보았다. 그때 요우가 갑작스럽게 요시코를 향해 고개를 돌려서, 요시코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다시 앞으로 돌려야만 했다.

 

요시코쨩?”

, ?”

걷는 폼이 이상한데혹시 불편해? 아님 그쪽 어깨에 비라도 맞고 있는 거야?”

 

요우는 그렇게 말하며 요시코를 더더욱 자기 쪽으로 끌어 당겼다. 아니 그러니까, 네가 이러기 때문이라고! 요시코는 또 다시 속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야 했다. 하지만 차마 그러니까 좀 떨어지라고!’ 라는 말이 도저히 나오질 않았다. 즈라마루나 루비였다면 말 할 수 있었을 텐데, 아니 그전에 이렇게 붙어도 별로 개의치 않았으려나?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 아니야. , 그냥 좀 발이 비에 젖는 게 싫어서 그래. 물이 튀지 않도록 살살 걷는 거라구.”

그렇구나. 역시 요시코쨩은 세심하네. 난 그냥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막 걸어서집에 가면 신발이 온통 흙탕물이랑 모래 투성이가 돼 있는데 말야.”

, 그거야 나는 타천사니까! 이런 하찮은 하계의 더러운 것들이 묻는 게 싫은 것뿐이야.”

아하하. 그런 건가? 나도 그럼 타천사나 되어 볼까나? …그럼 좀 더 괜찮아지려나?”

 

뒤의 말은 아주 작아, 거의 들리지 않는 작은 혼잣말 정도 였다. 하지만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고있던 요시코는 분명 요우의 그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요시코는 요우가 아까 쓰레기를 버리러 갈 때도 분명 비슷한 말을 하며 신경 쓰이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그 때는 내 주제에 무슨 이라는 생각도 들고, 분위기에 휩쓸려 어영부영 넘기긴 했었다. 하지만 두 번씩이나 이런 일을 겪으니 왠지 그냥 넘길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요시코는 살짝 입술을 깨물며 요우를 향해 조심스레 질문했다.

 

혹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

, ? 갑자기 그건 왜?”

아니 그냥 좀그런 느낌이 들어서.”

 

요우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요시코를 바라보았다. , 뭐야. 설마 나 실수 한 건가? 물어서는 안 될 걸 물어 본 거야? 좀 전 까지의 미소와 달리 마치 인형 같은 무표정을 짓는 요우를 보며 요시코는 크게 당황했다.

 

, 미안!”

? 잠깐만, 어째서 요시코쨩이 사과 하는 거야?”

아니 그 뭐랄까그냥 요우가 예민해 하는 부분을 건드린 것 같달까물어서는 안 될 걸 물어본 것 같달까그래서 그냥…”

, 아냐! 절대 아냐! 잠시 좀 생각하느냐 멍 해져 있었을 뿐이라구!”

그런 거야?”

 

요시코는 속으로 안심하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자신이 눈치없이 실수라도 한 거였다면, 그냥 이대로 혼자 집을 향해 전력 질주로 도망 갈 생각 까지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안심하고 있는 요시코를 향해 요우는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 그나저나역시 요시코쨩은 대단하네.”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야. 요시코쨩, 항상 타천사만 외치고 있는 것 같지만 눈치도 빠르고, 세심하고 배려도 잘 해주는데다가, 이렇게 사람 기분도 잘 헤아려 주잖아. 그런 점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야.”

, 대단하다니…”

 

뜻밖의 칭찬에 요시코는 말꼬리를 흐리며 눈을 돌렸다. 혹시 요우가 자신을 놀리는 건가 하는 생각에 슬쩍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요우는 미소를 짓고 있긴 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절대로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요우는 그런 표정으로 요시코를 향해 말을 이어 나갔다.

 

그게 나 있지수영부에서, 조금 실수 해 버렸거든.”

그랬어…?”

. 다들 그럴 수도 있다고 위로 해 주긴 했지만이래 뵈도 나, 수영부의 에이스란 말이지. 그런사소한 실수를 하는 건 아무래도 좀 곤란해. 내가 모범이 되어야 하니까 말야. 그리고의상 일도 좀나름 열심히 했다고 했는데 치카라던가 리코라던가, 반응이 썩 좋지 않더라구. 괜찮다고는 하는데알잖아? 그 뭐랄까 미묘하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 그런 묘한 반응. 아무래도 내가 한 디자인이 좀 별로 였던 모양이야.“

, 그랬구나…”

 

생각보다 무거운 이야기에 요시코는 그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솔직히 항상 밝고 매사에 힘찬 모습만 보여주던 요우가 이런 고민들을 끌어 안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든가, 운이 나쁘다든가, 눈치가 보인다든가 하는 고민들은 요시코 자신 같은 사람들만 겪는 것일 뿐, 요우와는 그저 거리가 먼 이야기인 줄 만 알고 있었다.

 

다 제대로 해내지도 못 하는 주제에, 욕심만 많고 참 나도 문제야.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쓸데없이 의욕만 앞서니까. 좀 전에 요시코쨩의 우산 건만 해도 그렇고. 기세 좋게 나서 놓고는, 정작 망가뜨려 버렸잖아? 정말 가끔은 이런 내가 한심해…”

 

요우는 그렇게 얘기하며, 힘 없이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너무 쓸쓸해 보여서, 요시코는 가슴에 무언가 콱 하고 박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순간 안고 토닥거리며 위로 해 주고 싶어지는, 그런 낯설디 낯선 요우의 모습에 요시코는 왠지 목이 메여 왔다. 잠시 후, 요우는 애써 쥐어 짜낸 듯한, 그런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를 향해 말했다.

 

미안, 쓸데 없는 이야기를 해 버렸지? 갑자기 집에 가다 말고 신세타령이라니 나도 참 진짜 한심하네. 못 들은 거로 해줘. , 이제 가자. 버스 놓치겠다.”

 

요시코는 순간 마음속에서 무언가 울컥 하고 올라오는 듯 했다. 이대로 보내면 안 돼. 또 그냥 요우를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요시코는 한번 심호흡을 하고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밀려 올라오는 말들을 그대로 입 밖으로 쏟아냈다.

 

, 한심하지 않아.”

요시코쨩?”

 

요우는 놀란 표정으로 요시코를 돌아보았다. 놀랐어? 하지만 이제 시작이야. 이 바보 요우.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 그러니까. 요우는 절대 절대 한심하지 않아. 아까 일만 해도 그래. 요우가 망가뜨렸다고 하지만, 그건 잘못 된 이야기지. 애초에 오늘 요우가 없었다면 난 결국 저 고장 난 우산을 펴지도 못했을 걸? 그리고 요우가 없었다면 이렇게 같이 비를 피하지도 못 하고 그대로 비를 쫄딱 맞으며 집으로 돌아 가야 했을 거야.”

요시코쨩…”

 

요우의 얼굴엔 더 이상 놀라움의 감정은 남아 있지 않았다. 쓸쓸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는 요우의 얼굴을 보자 요시코는 더더욱 말이 빨라졌다. 그만큼 해 주고 싶은 말들이 많았으니까.

 

그리고 그 수영부 일도 마찬가지야. 나는 그잘 모르겠지만, 기대를 받는 다는 건 적어도 그 만큼 다들 요우를 의지하고 있다는 거라 생각해. 애초에 요우가 정말 한심한 사람이라면 다들 그렇게 기대하지도 의지하지도 않을 거야. 그리고 의상 건도 마찬가지야. 다들 조금 실망한 기색을 보인 건, 그만큼 요우가 언제나 대단한 것들을 보여줬기 때문이라 생각해. 그만큼 요우가 잘 하니까, 믿음직 스러우니까 그런 반응을 보여주는 거야. 애초에 기대하지 않는 다면, 실망도 하지 않을 테니까.”

 

요시코는 그렇게 말을 쏟아내고는 잠시 숨을 골랐다. 너무 한꺼번에 하고 싶은 말들을 쏟아 낸 탓에 숨이 찰 지경이었다. 거기다 팔자에도 없는 위로의 말을 하느라 잔뜩 긴장하고 있는 탓에 입 속도 바짝바짝 마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요시코가 말을 멈춘 사이, 요우는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 듯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요우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그치만, 그만큼 결국 나한테 다들 기대를 하는 건데, 난 그 모두를 만족 시켜주지 못 한 거잖아. 그럼 안 되는 거 아닐까…”

맞아. 솔직히 그것들은 요우가 다른 사람들을 실망 시킨 거라고 볼 수 있지.”

 

뜻밖의 말에 요우는 다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왠지 귀엽잖아, 요시코는 요우의 놀란 얼굴을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표정 그대로 요시코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당연해. 가끔은 그럴 수도 있는 거야. 요우는 사람이지, 히어로가 아닌 걸. 가끔 실수 할 수도, 실패 할 수도 있는 거야. 대신 그만큼 다음엔 조금만 더 힘 내보면 된다고 생각해. 그리고, 정 힘들면 주위에 도와 달라고 말하면 되지 않을까? 아마 다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요우를 도와주러 나설 거야. 그건 내가 보증 할게. 당장 나부터도 그럴 거니까.”

요시코쨩…”

완벽해 지려고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난 있지, 날 위해 고장 난 우산을 펼쳐주는 요우도 멋있겠지만나와 함께 우산을 쓰고 함께 집에 돌아가 주는 요우도 무척 멋지다고 생각해. 조금 실수 했을 지도 모르지만, 결국 난 비를 맞지 않았잖아. 그걸로 충분해, 정말로.”

 

그렇게 하고 싶은 말들을 다 하고, 요시코는 요우를 향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요우는 환하게 웃으며 요시코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우산까지 내 던지고 힘껏 요시코를 껴안았다.

 

요시코쨩!”

, 으앗! 갑자기 그렇게 달라 붙으면 어떡해! 우산, 우산! 다 젖는다구!”

괜찮아 그런 건!”

내가 안 괜찮아!”

 

전혀 예상치 못한 행동에 요시코는 버둥거렸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진심이 가득 담긴 요우의 포옹을 벗어날 순 없었다. 요우는 요시코에게 마구 얼굴을 비벼대며 계속 큰 소리로 외쳤다.

 

저는 정말 요시코쨩이 좋지 말입니다! 요시코쨩에게로 요소로이지 말입니다!”

정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아, 진짜 다 젖어 버렸잖아! 이 바보 요우!”

고마워.”

 

착 가라앉은, 하지만 진심이 가득 담긴 요우의 짧은 한마디에 요시코는 버둥거리기를 멈추었다. 그리고 쓴웃음을 지으며, 요우의 등을 안고 토닥거려 주었다.

 

나야 말로, 고마워. 정말로.”

나도. 정말, 정말 고마워.”

 

그렇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감사하며 한참 동안 서로를 꼭 안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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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ㅅㄷ 리아 가출은 아직인가ㅠㅠ 2018.05.12 13:35:31
ㅎㅅㄷ 2018.05.12 13:36:22
ellin ㄴ현재 리아가출 vs 하나마루 리셋 둘중 뭐 먼저 써야하나 고민중이긴 한데; 2018.05.12 13: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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