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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물갤문학][노조마키]잘 먹겠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上-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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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76797
  • 2018-05-07 13:11:59





야비군에서 생각났던 노조마키 연작 하나만 더 올리고

다시 원래 쓰던거 쓰겠슴...

下편에서 끝날 예정

노조미와 마키의 미래 시점 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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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왔습니데이…”

 

노조미는 현관문을 닫으며 어두운 집 안을 향해 인사를 했다. 들려올 대답이 없을 것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언제나 습관처럼 인사를 건냈다. 이미 혼자 사는 데는 지겹도록 익숙해져 있었지만, 다녀왔냐는 인사가 들리지 않는 것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 익숙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냥 인사를 하지 말자고 결심해도 막상 집에 들어오는 순간 막연한 기대감으로 그렇게 인사를 해 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야키쨩, 잘 있었나? 별 일 없었제?”

 

불을 켜고 집안으로 들어서며 노조미는 거실 한 켠에 놓인 강아지 인형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외로움에 강아지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집을 비운 사이 내내 혼자 집을 볼 강아지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 혼자 남겨진 외로움을 노조미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외로움을 덜기 위해 다른 이가 대신 외로워지는 것은 설령 동물일지라도 차마 꺼려지는 일이었다. 결국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강아지 인형을 키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인형을 잠시 쓰다듬고, 노조미는 욕실로 들어가 씻은 다음 곧 바로 잠자리에 누웠다. 저녁은 밖에서 해결하고 온 상태. 집에서 혼자 먹는 것 보다는 차라리 소란스러운 식당에서 먹는 편이 더 마음이 편했다. 최소한 쓸쓸함은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노조미는 이불을 끌어안고 조용히 잠들었다.

.

.

.

다음날도 언제나 같은 하루의 반복이었다. 일어나서 혼자 가벼운 아침 식사를 하고, 출근을 하고, 정신없이 일하고, 업무 스트레스를 잔뜩 받고, 늦은 시간 퇴근 열차에 몸을 실었다. 언제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노조미는 점점 지쳐갔다. 사실 노조미가 지치는 것은 비단 힘든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미 그런 것 들엔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 였으니까. 노조미를 정말 힘들게 하는 것은 그런 일상 속에서 느껴야만 하는 외로움이었다.

 

그녀는 항상 혼자 였다. 동료들과의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여느 블랙 기업들 처럼 상사가 괴롭히는 탓에 직장 내 따돌림을 당하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 아무리 함께 웃고 떠들어도 노조미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외로움이라는 감정이 짙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 사람들과는 나눌 수 없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감정들이 있었다. 마치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이라도 쳐진 것 처럼.

 

그런 생각들을 하며 노조미는 멘션 현관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랐다. 어서 침대에 몸을 눕혀 쉬고 싶었다. 그리고 자신이 사는 층 복도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 노조미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어두운 복도 끝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던 것이다.

 

설마도둑인기가? 아니면 귀신?’

 

노조미는 몸을 다잡으며 경계하는 시선으로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복도가 워낙 어두운 탓에 좀처럼 무엇이 있는 것인지 판단이 되질 않았다. 노조미는 언제라도 뒤로 돌아 도망칠 준비를 하며 조심스레 한 걸음 씩 복도를 향해 발을 디뎠다. 그리고 센서가 반응해 복도 불이 켜지는 순간, 노조미는 새빨간 무언가가 공중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은 광경을 보고 놀라 그만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꺄아아아악! , , 토마토 귀신이데이!!!!!”

누가 토마토 귀신이라는 거야?! 누가?!”

 

그 빨간 머리는 노조미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더니, 여전히 주저 앉아 있는 노조미를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점점 가까워 질수록 노조미는 그 사람의 정체가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 마키쨩?”

그래, 나라고! 토마토 귀신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실례 되는 말이야? 정말 의미를 모르겠네!”

, 미안하데이…”

 

노조미는 마키를 향해 조심스레 사과했다. 아무리 긴장하고 있던 상태였다고는 하지만, 친구도 못 알아본 것도 모자라 귀신이라 오해하고 비명을 질러 버린 꼴이었으니까. 마키는 잔뜩 삐친 표정을 지으면서 주저 앉아 있는 노조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나 참. 일단 일어나. 언제까지 복도에 주저 앉아 있을 생각이야?”

? 으응. 고맙데이. 그런데 마키쨩이 여긴 왠일이고…?”

 

노조미는 마키의 손을 붙잡고 일어나며 물었다. 그 질문에 마키는 더욱 삐친 표정을 지으며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왠일이냐니. 그냥 오랜만에 친구 집에 놀러 온 거잖아. 뭐 문제라도 있어?”

아니 뭐 문제 될 건 없는데 말이다연락도 없이 갑자기 와 있으니까 그렇제. 그것도 어두컴컴한 복도에 혼자 서 있었으니 놀랄 만도 하지 않긌나.”

. 노조미가 늦게 집에 온 것 때문 이잖아. 누군 불도 꺼진 복도에서 혼자 서 있고 싶어서 서 있었는 줄 알아? 대체 왜 늦게 와서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거야. 배고프고 춥고, 완전 거지가 된 기분 이었다구.”

, 그랬나? 미안하데이…”

알면 됐어. 바보 노조미.”

 

마키가 두다다다 쏘아붙이는 바람에 노조미는 결국 또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고개를 숙인 순간 노조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어 씨익 웃고 있는 마키의 얼굴을 본 순간 그것은 확신이 되었다.

 

“…가 아니고! 왜 내가 사과를 하고 있는 기고? 다 마키쨩이 미리 연락도 안하고 혼자 맘대로 와 버렸기 때문에 그런 거데이! 이젠 안 속는데이!”

. 노조미, 못 본사이에 너구리 같은 면은 다 사라지고 진짜 좀 바보가 됐네.”

니시키노오…”

, 배고파. 저녁도 못 먹고 계속 서 있었더니 너무 배고프다. 노조미, 나 밥 좀 줘.”

사람 말을 좀 들으래이!”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노조미는 마키가 한 손으로 배를 잡은 채 살짝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다. 다른 건 몰라도 정말 저녁도 먹지 않고 여기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노조미는 작게 한숨을 내 쉬고는 마키를 향해 말했다.

 

“…일단 들어오래이. 나도 아직 저녁 안 먹었으니 같이 묵자.”

, . 고마워.”

 

노조미는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마키도 문 옆에 놓여 있던 조그마한 캐리어를 들고 그 뒤를 따랐다.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잠기고, 노조미는 마키를 향해 물었다.

 

그 전에 딱 하나만 대답 해 주래이. 진짜 갑자기 왜 여기에 온 기고? 짐까지 싸서 말이다.”

 

노조미의 질문에 마키는 거실 한구석에 캐리어를 내려 놓으며 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 그게 있지사실 나, 가출 했어.”

그렇구마. 가출을 했구마가 아니고! 뭐라꼬?! 가추우우울?!?!?!?!?”

.

.

.

히야, 배부르다. 잘 먹었습니다. 노조미, 진짜 요리 잘 하는데?”

진짜 배고팠나 보구마엄청 잘 먹네…”

 

마키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노조미를 향해 칭찬의 말을 건냈다.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접시는 그야말로 거의 다 텅텅 비어 있는 상태였다. 옆에 놓인 밥솥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삼일 치 밑반찬인데다 먹어 버렸데이…”

? 이게 삼일치라고? 노조미, 먹는 양이 많이 줄어든 거 아니야?”

아니, 그것 보다는마키쨩 먹는 양이 엄청 늘었다고는 생각 안 하나?”

그런가? 확실히 몰아 먹는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양이 늘어 버린 것 같기도 하네.”

 

마키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왠지 그 말이 신경 쓰여 노조미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키에게 물었다.

 

몰아 먹다니그리 일이 바쁘나?”

아니 뭐, 아무래도 그렇지. 병원에서 일 하다 보면 그래. 환자가 내 사정을 알고 내가 밥 먹을 때 안 아파주고 이런 게 아니잖아. 그래서 식사 시간도 지키기 어렵고그런 덕에 한번 먹게 되면 최대한 배가 부를 때 까지 먹어 두는 게 습관이 된 거지 뭐.”

그런기가…”

 

물론 노조미 자신도 일이 바쁠 땐 종종 식사 시간이 미뤄지거나 거르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예전 뮤즈 활동을 같이 하던 시절, 마키는 곱게 자란 아가씨라는 느낌이 강했다. 그런 마키가 식사를 거르거나 엄청난 대식을 하는 모습은 노조미에게는 아무래도 영 어색하게만 느껴졌다.

 

뭐야. 노조미가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그래. 난 괜찮다구.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꽤 보람 찬 일이니까 식사 정도는 딱히 어떻게 되도 상관 없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서도…”

 

노조미는 어두운 표정으로 말꼬리를 흐렸다. 마키는 그런 노조미를 보며 한차례 피식 웃더니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 참. 정말 괜찮다니깐. 노조미야 말로 여전하네. 정말 이럴 때 보면 엄마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엄마라니고등학생 때는 그 말을 들어도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들으니 좀 뭔가 마음에 푹 하고 꽂이는 구마…”

 

순간 마키의 말에 노조미는 자기도 모르게 속마음을 밖으로 꺼내 놓고 말았다. 물론 딱히 결혼을 신경 쓰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위 사람들이 결혼 하는 경우를 많이 보다 보니 점점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체감되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 노조미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마키는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레 사과의 말을 건냈다.

 

미안.”

아니 뭐 괘안타. 그보다,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 하재이. 가출이라니대체 그게 무슨 말이고?”

, 말 그대로야. 나 가출 했거든. 그러니까 며칠 동안 좀 재워 주지 않겠어?”

“…정말 굉장한 말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구마.”

뭐 의사란 그런 법이니까. 환자에게 병명을 알려주다 보니 본의 아니게 그런 재능이 늘어 버렸지 뭐야. 당신은 이러저러한 난치병에 걸리셨습니다, 라던가 말이지.”

그거 참 여러 의미로 슬픈 얘기구마안 좋은 의미의 직업병이라고 해도 되겠데이. 그나저나, 그 나이에 가출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고? 다 큰 어른이 가출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구마.”

 

저게 그 어두운 어른의 사정 같은 기가. 마키 쨩도 이제 정말 어른이데이. 노조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키를 향해 질문했다. 노조미의 물음에 마키는 약간 자조 섞인 표정으로 턱을 긁으며 대답했다.

 

나야 뭐, 독립을 한 것도 아니고 여전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던 중이었으니까. 일하는 병원도 부모님 소유의 병원이고 말야. 법적으로는 성인이지만 어른은 아닌 셈이지 뭐. 그 상황에서 말도 없이 갑자기 집을 나와 버렸다면, 가출이라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듣고 보니 그럴 듯 해서 할 말이 없데이. 그럼 한 가지 더 묻자. 가출을 했다면, 이유가 있을 거 아니가? 보통은 부모님이랑 싸우거나 큰 잘못을 해서 혼날까 봐 가출 하는게 일반적인 경우다만다 큰 어른이 그럴 리는 없고, 뭔가 이유가 있을 거 아니가.”

그거꼭 지금 말 해야 해?”

 

노조미의 질문에 마키는 아주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뭔가 사정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구마. 노조미는 마키의 얼굴을 살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말 하기 영싫은 이야기가?”

. 신세 지려는 주제에 무슨 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적어도 언젠가는 꼭 말 할테니까. 지금 당장 묻는 것만은 참아줘…”

“…알았데이. 그럼 나중에라도 꼭 얘기해 줄 거라 믿겠데이. 그럼 다른 걸 물어야 겠구마. 솔직히 우리 집이 제일 먼데, 어쩌다 우리 집 까지 올 거란 생각을 한 기고? 당장 근처에 호노카쨩이나 우미쨩도 있고, 린쨩이나 하나요쨩도 독립 하긴 했지만 치요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지 않나? 그런 집들을 냅두고 어쩌다 멀고 먼 여기까지 오게 된 기고.”

, 그건…”

 

노조미의 질문에 마키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슬슬 노조미의 눈치를 살폈다. 이것도 무슨 말 못할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에 노조미는 살짝 이맛살을 찌푸리며 마키를 추궁했다.

 

뭐꼬, 그것도 말 못해주는 기가?”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럼 말해 보그라.”

 

마키는 계속 어물거리며 노조미의 눈치를 살피며 대답을 하지 못 했다. 노조미는 말 없이 그런 마키를 지그시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노조미의 눈빛을 견디지 못한 것인지, 마키는 이윽고 침묵을 깨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사실, 노조미를 가장 좋아 하기 때문이야…”

“…뭐라꼬?”

, 그러니까, 내가 그 누구보다 노조미를 좋아하고 믿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마키의 대답에 순간 노조미는 당황하고 말았다. 좋다고? 내가? 그래서 온 거라고? 대체 무슨 의미고? 노조미는 멍한 표정으로 얼굴을 붉힌 마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곧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챘다. 노조미는 고개를 돌린 마키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이지만 올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아하, 그런 거구마. 그렇게 생각한 노조미는 별안간 몸을 일으켜 마키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몸을 가까이 갖다 대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마키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건어떤 의미고?”

, 노조미? 그게 대체 무슨…?”

말 그대로다내를 좋아해서, 내가 혼자 사는 방까지 재워 달라며 찾아 오다니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행동을 한 건지 궁금하다는 기다.”

 

그렇게 말하며 노조미는 점점 더 마키를 향해 몸을 가까이 했다. 마키는 슬금슬금 뒤로 물러 났지만, 어느새 부엌 벽에 등이 닿고 말았다.

 

, 잠깐만 노조미! , 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안다. 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니까 걱정 하지 말그라. 지금 마키쨩한테 필요한 건, 내 손길이제?”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고오…!”

알고 있다니까. 지금 마키쨩에게 필요한 건 바로 내…”

 

노조미는 갑짜기 두 손을 위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리고 그 두 손을 그대로 마키를 향해 가져다 대며 큰소리로 외쳤다.

 

“…와시와시 데이! 거짓말 하는 아이한테는 와시와시 벌칙이다! 으랴으랴!”

, 꺄악! 잠깐, 노조미! 잠깐마안! , 꺄아악!”

으데서 연기고? 거짓말 하는 아이는 아주 이렇게 벌을 받아야 하는 거데이!”

, 내가 잘못했어! 그러니까 잠깐! 꺄악! 멈춰어어어!!!”

 

결국 견디지 못한 마키가 거의 죽어가며 눈물을 흘리게 될 쯤에야, 노조미는 마키를 놓아 주었다. 마키는 부엌 바닥에 대 자로 뻗은 채 반쯤 넋이 나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죽는 줄 알았어…”

쯧쯧마키쨩, 내를 너무 얕봤구마. 아무리 그래도 내는 토죠 노조미데이. 마키쨩, 나름 성장하긴 했다만내를 이길라면 아직 멀었다.”

. 노조미 너구리…”

뭐 그런 기다. 그러니, 어서 사실대로 말하그라. 안 그러면 2차 와시와시 간데이?”

 

노조미는 그렇게 말하며 마키를 향해 두 손을 흔들어 보였다. 그 동작에 마키는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허겁지겁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 알았어! 말 할게! 말 하면 되잖아! 호노카나 우미는 같은 동네라 아무래도 가출의 의미가 없을 것 같았고린이랑 하나요는 아무래도 좀 미안해서 말이지. 안 그래도 집도 좁은 마당에 나 까지 가서 세명이 되는 건 아무래도 많이 민폐일 것 같았거든.”

그랬구마…”

. 거기다 아까 한 말 중에 조금은 진실도 있다구. 노조미라면 아무래도 어른스러우니까, 날 며칠이라도 받아주지 않을까 해서 말야. 의지가 된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이라구?”

진짜가? 또 거짓말 아니가?”

아니야!”

 

마키의 말을 들은 노조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이제 마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확실히 가출한 상황에서 동네에 남아 있는 것도 웃긴 일이긴 하니까. 물론 그 가출의 이유가 영 신경 쓰이긴 했다. 하지만 굳이 말하기 싫다는 사람에게서 억지로 대답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 어차피 우리 집도 혼자 살기엔 넓은 편이고며칠 정도라면 안될 이유도 없제. 노조미는 그렇게 결론을 짓고는 마키를 향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았데이. 그럼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그라. 이 시간에 다시 밖으로 쫓아낼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나.”

, 정말?!”

. 대신 두 사람이니까, 늘어난 만큼의 식비라던가, 집안 일 같은 건 도와야 한데이. 내는 아무래도 일이 바쁘다 보니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데이.”

걱정하지 마!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 , 정 원한다면 노조미의 집안 일 까지 다 도와주도록 할게.”

으음마음은 고맙다만어째 왜 마키쨩이 선심 쓰듯이 말 하는 기고그리고, 믿어도 되겠나? 마키쨩 청소 같은 거 해 본적 있나?”

있거든! 청소기 정도는 쓸 수 있어!”

“…그거 참 믿음직스럽구마.”

 

노조미는 조금 떨떠름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이미 허락해 버린 것 어쩔 수 있겠냐 하는 생각에 그냥 좋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마키는 생글생글 웃으며 노조미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럼 앞으로 며칠 동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지도, 잘 부탁드립니데이.”

.

.

.

다음 날 저녁, 노조미는 퇴근 열차에 몸을 싣고 돌아가고 있었다. 피곤하구마. 노조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전철 기둥에 살짝 몸을 기댔다. 그때 노조미의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오고 있어? 저녁 준비 다 해놨어.]

 

그것은 마키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노조미는 살짝 미소 지으며 휴대폰으로 답장을 보냈다.

 

[거의 다 가고 있데이. 앞으로 20분 정도 걸릴거데이.]

[알았어. 빨리 와.]

[알았데이.]

 

노조미는 답장을 보내고 휴대전화를 핸드백 안에 집어 넣었다. 왠지 자꾸 얼굴에서 미소가 실실 흘러 나왔다. 누군가로부터 빨리 돌아오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일 줄은 몰랐다. 퇴근길이 이렇게 기분 좋은 것도 정말 오랜만인 것 같았다. 노조미는 열차에서 내려 집에 돌아가는 길 까지 연신 미소 짓는 얼굴로, 작게 콧노래까지 불러 가며 걸어갔다.

 

멘션 근처에 다다르자 불이 켜진 자신의 방이 보였다. 노조미는 걸음을 더 재촉하며 계단을 올랐다. 현관 앞에 도착한 노조미는 초인종을 눌렀다. 사실 직접 열고 들어가도 되지만, 왠지 집안의 누군가가 문을 열어주는 그런 기분을 느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집 안에서 마키가 활짝 웃는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 노조미! 어서 와!”

다녀 왔데이. 오오좋은 냄새. 마키쨩, 직접 요리 한 기가?”

당연하지. 쉽게 맛 볼 수 없는 내 수제 요리라고. 감사히 여기는 게 좋을 거야.”

요리는 다 수제 아이가아무튼 수고 많았데이.”

 

마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노조미는 집 안으로 들어가 식탁으로 향했다. 냄새는 확실히 좋네배가 더 고파지는 기분이구마. 빨리 먹어 보고 싶데이. 노조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식탁을 살폈다. 그리고 식탁 위를 확인 한 순간, 기대에 가득 차 있던 노조미의 눈은 순식간에 물음표로 가득 차고 말았다. 마키는 그런 노조미의 옆에서 턱을 치켜들며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짜잔! 내 회심작들이야!”

이게 뭐꼬…?”

? , 이건 토마토 소스 파스타. 저건 토마토 설탕 절임. 그리고 저건 토마토 야채 스프. 저건 토마토 가스파초. 그 옆에는 토마토 치즈 카나페. 그리고 저기 있는 건 토마토…”

 

마키는 신이 나서 요리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노조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그런 마키를 급히 제지했다.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좀 이상하지 않나!”

뭐가? , 이 날씨에 가스파초는 좀 그런가? 겨울이니까…”

그렇지가 아이고! 그걸 지적하는 게 아이다! 무슨 온 천지에 토마토 뿐이고?!”

 

노조미는 식탁을 가리키며 마키를 향해 절규했다. 식탁 위는 정말 토마토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어제 어둠 속에서 보았던 마키의 빨간 머리가 떠오르는 것 같아, 노조미는 살짝 공포까지 느껴야 했다. 하지만 그런 노조미의 절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생글생글 웃고만 있었다.

 

그야 맛있잖아, 토마토. 거기다 몸에도 좋다구? 노조미는 늦게까지 일 하니까, 영양 보충은 중요해. 그러니까 영양이 가득한 토마토로 보충을 해 줘야 한다구.”

, 토마토가 몸에 좋다는 건 내도 알고 있다만설마 마키쨩이 이 정도로 토마토 바보일 줄은 몰랐구마…”

뭐라고?”

, 아니다. 혼잣말이데이.”

 

노조미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마키를 향해 얼버무리고는 다시 식탁 위를 바라 보았다. 확실히 요리들은 보기에도 맛 있어 보이긴 했다. 먹어 봐야 아는 것이긴 하지만, 겉으로만 봐도 마키의 요리들에 정성과 손길이 가득 들어가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만약 모든 요리 재료가 토마토란 것만 아니라면 정말 감동했을 상황이었다.

 

노조미는 마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포옥 하고 한숨을 쉬었다. 그래, 요리는 맛있으면 되는거 아니겠나. 토마토가 많으면 좀 어때. 노조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 자신을 달랬다. 그리고 모처럼 자신을 위해 마키가 힘들여 요리를 해 줬는데 굳이 거기다 초를 치고 싶지는 않았기도 했다. 노조미는 마키를 향해 미소를 지어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럼 잘 먹겠구마. 마키쨩도 어서 앉그래이.”

. 특히 이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는 내 자신작 이야. 이거부터 먼저 먹어봐.”

알았데이.”

 

노조미는 포크로 앞접시에 스파게티를 던 다음,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확실히 스파게티는 정말 맛 있었다. 자신작이라는 말이 거짓말만은 아니었던 모양이구마. 노조미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연신 포크를 놀렸다. 마키는 그런 노조미를 잠시 흐뭇하게 바라보다, 자신도 요리들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구마. 마키쨩, 요리 솜씨가 좋데이.”

후훗. 말했잖아? 예전의 내가 아니라구. 집안일 정도는 이제 자신 있어.”

그래 그래. 그거 참 기특하구마. 아무튼 잘 먹겠데이.”

 

한동안 두 사람은 열심히 요리들을 먹었다. 토마토 투성의 식탁도 생각보다는 꽤 괜찮구마, 노조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요리들을 집어 먹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허기가 가시자, 노조미는 앞에 있는 마키를 향해 말을 걸었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집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구마. 그런 생각을 하자 절로 미소가 새어 나왔다.

 

오늘 하루종일 뭐 하고 있었나?”

음 그냥청소도 하고, 빨래도 좀 하고, 저녁 준비하러 장도 봤지.”

그랬구마. 근데 내가 말하긴 좀 그렇긴 한데내가 평소에 집안일은 틈틈히 해 둬서 그걸 다 해도 시간이 꽤 남았을 긴데. 나머지는 뭐 하면서 지냈는가?”

“…누워서 TV 봤어.”

쿠쿡. 마키쨩이 소파에 드러누워 TV를 보는 광경이라니. 잘 상상이 안 된데이.”

 

노조미는 소파에 드러 누워 리모콘을 잡은 채 TV를 보는 마키를 떠올리자 왠지 웃음이 나왔다. 마키쨩 하면 고급스러운 아가씨 이미지 밖에 없는데 말이제. 노조미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연신 키득거렸다.

 

무슨 의미야?!”

아무 것도 아니데이크큭…”

아 정말! 의미를 모르겠네!”

 

뾰로통해진 마키의 표정을 보자 노조미는 더더욱 웃음이 나왔다. 결국 그런 노조미의 모습에 마키는 완전히 삐져버렸고, 그런 마키를 달래기 위해 노조미는 잠시 동안 식사를 중단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노조미는 정말 행복했다. 누군가가 집에서 기다려주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 역시 그런 상대에게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렇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저녁 식사는 정말 꿈만 같은 일이었으니까. 그런 꿈 속에서 나 상상하던 일들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지금이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행복했다.

 

그렇게 노조미는 이런 행복한 하루 하루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조그마한 욕심을 마음속으로만 남몰래 빌어 보았다.

 

-계속-


ㅎㅅㄷ 2018.05.07 13:22:45
스노하레호노카 길어서 다 읽지는 못해도 정성추 2018.05.07 13:41:31
ㅇㅇ 잘쓰는데 댓글이별루없네.. 잘보고간다 39.7.*.* 2018.06.12 07: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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