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우미마키] 바다의 공주 - 2
- 글쓴이
- 임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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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68098
- 2018-05-02 13:13:44
집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었다. 나는 아담하지만 세련된 유럽식 주택의 깔끔한 실내를 상상하고 있었으나 내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겉만 보면 베네치아에나 있을 법한 집인데 실내는 영락없이 전통 가옥이네요. 아, 감사합니다.” 현관에서 우미가 건네준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마루에 깔린 나무는 도자기 표면처럼 매끄럽게 특유의 색을 빛내면서도 삐걱대는 소리 하나 없는 게 무척이나 비싼 원목 같았다. “네.원래는 말씀하신 것처럼 일본 전통 가옥 특유의 고풍스러움보단 현대 주택의 세련된 심플함을 추구했다고 해요. 실제로 집주인이 그런 집과 인테리어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마지막에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무슨 연유라도 있는 건가요? 그간 여행을 다니면서 외부가 고풍스럽고 실내는 현대식인 곳은 몇 곳 봤는데 그 반대 경우는 이번에 처음 보는 거라 조금 신기하네요.” 날아가듯 사뿐한 우미의 발걸음은 물론 무겁고 투박한 내 발걸음도 비명 하나 없이 받아주는 바닥에 감탄하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앞서서 나를 안내하던 우미가 내 물음에 잠깐 멈칫하더니 복잡한 감정이 담긴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말하기론 저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녀? 집주인이란 작자는 여자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우미는 그녀에게 사랑이라 하기엔 멀고 호감이라기엔 엷은 주황빛 감정을 품은 것 같았다. 일견 처연해 보이기까지 한 그녀의 표정. 아름다웠다. 그 생각이 문득 들자마자 무심했던 마음이 거칠게 요동쳤다. “···습니다.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이런 결례를.” 내가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길 수 초, 우미가 살짝 얼굴을 붉히곤 고개를 숙이자 입속에서 언어가 되지 못한 웅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고개를 살짝 숙인 그녀의 표정이 어떨까 궁금했다. 물어볼까? “정말 죄송합니다. 초면에 뵈었을 때부터 느꼈지만 우미씨 참 아름다우시네요.” “네, 네?” 어 이게 아닌데? 말을 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내 생각과는 달리 입에서 나온 건 내가 뱉었다곤 믿을 수 없을 만큼 간지럽고 뻔뻔한 말이었다. 그리고 그 낯 뜨거운 말의 향연은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사실 처음 마주쳤을 때도 잠깐 멈칫했던 게 우미씨를 보고 놀라서 그랬습니다. 제가 예전에 동경하던 분이랑 분위기가 너무나 비슷하셔서요.” “그, 그렇습니까?” 이쯤할까. 후와아하며 가쁜 숨을 거칠게 내뱉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여기서 더 짓궂게 행동하면 쫓겨날지도 몰랐다. “여, 여기에 앉아서 기다려 주시면 다과를 준비해오겠습니다. 문을 열고 나가시면 복도 끝엔 욕실이 있고 갈아입으실 옷은 욕실 앞에 준비해두겠습니다. 그럼.” 정좌한 채 절한 그녀가 급하게 문을 닫고 떠나자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나저나 희한하네. 왜 오늘따라 이렇게 말이 술술 나오는지 모르겠네.” 평소 언행이 무겁고 진중한 편은 아니지만 이렇게 가볍지도 않았다. 그리고 아까 전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까― 그녀라는 존재를 명확히 인식한 순간부터 달라졌던 것 같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인가.” 우습지도 않은 실없는 소리가 맥없이 스러졌다. 들은 사람도 없지만 지레 뻘쭘해진 기분이 들어 욕실로 향했다. 욕실 문을 열자 생각지도 못한 간이 탈이실이 존재했다. 생각보다 넓은 내부에 감탄하며 탈의 후 내문을 열자 꽤나 신경 써서 조성한 티가 역력한 간이 온천이 있었다. “기대 이상이네. 하얀 대리석과 푸른 지붕은 조금 깨지만.” 하지만 그 생각도 온천에 몸을 담그자 눈 녹듯 사르르 사라졌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냐. 이런 온천이 집 안에 있다는 게 천국이지. 보다 보니 이런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네. 빗소리도 나름대로 운치 있고. 불규칙한 빗소리 속에서 나름의 규칙을 찾다 보니 콧노래가 절로 났다. 몸을 다 씻고 욕실을 나서는 순간까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경쾌한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방으로 돌아오니 우미가 정갈하게 앉아있었다. “어···.” “아. 놀라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속엔 확실히 입고 있으니 너무 기함하진 말아 주시길.”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녀의 얼굴엔 부끄러운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아까완 다르다. 청순하면서도 도발적이고 다소곳하면서도 도발적이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대비되어 내 시야를 화려하게 수놓고 있었다. 그녀의 다소곳한 행동관 정반대로 그녀의 외모는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금방 씻고 나와 물기가 미처 마르지 못한 촉촉한 머리와 온천의 열기에 약간 풀린 눈동자는 백치미를 자아냈고 실루엣이 은은하게 비치는 붉은 슬립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묘하게 색스러운 매력이 넘쳤다. 사람이 이렇게나 달라져도 되는 건가? 이게 아까 전 그 사람과 동일 인물이 맞나? 멍하게 그녀를 응시하는 나를 보고 싱긋 웃은 그녀가 갑자기 얼굴을 굳혔다. ”실례지만 그 멜로디 어디서 들으신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네? 아! 죄송합니다.“ 내가 아직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다. 예의라곤 저 멀리 던진 행동에 급히 사과했지만, 그녀가 듣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닌 것 같았다. ”그 노래. 저와 그녀밖에 모를 노래를 어떻게 알고 계신 거죠? 말씀해주세요.“ 얼굴을 쭈욱 들이미는 게 말해주지 않는다면 책상을 뛰어넘을 기세였다. 지금까지의 그녀에게선 볼 수 없었던 박력에 나도 모르게 침을 삼키고 말았다. 꿀꺽. 침이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오늘도 왔습니다. 부족한 글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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