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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수정)[물갤문학] [우미마키] 바다의 공주 - 1
글쓴이
임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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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64150
  • 2018-04-29 15:16:30

[다음 소식입니다. 유명 코미디언 Y씨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Y씨가 평소에 우울증을 앓았다는 Y씨 지인들의 말과 식탁 위에 올려진 유서 등을 토대로 자살로 추정···.]

“에휴. 골치다, 골치야. 저렇게 유명하고 가진 것도 많은 사람이 왜 자살하나 몰라. 나 같으면 절대 안 죽는다. 죽을 때 죽더라도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미련 없이 죽어야지.”

“전부 약해빠져서 그래. 약해빠져서. 자기보다 나쁜 상황에 부닥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거 하나 못 버텨서. 쯧쯧. 안 그래?”

“···글쎄.”

식탁 한 가운데 떠오른 홀로그램을 보며 친구들이 한 마디씩 내뱉었다. 친구들은 평소 그대로였으나 나는 그들의 말에 동의하지 못했다. 갑작스레 떠오른 작은 기억의 편린. 잊고 있던 그 작은 조각이 그 의견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희미했던 기억의 한 조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깊이 가라앉았던 기억이 조금씩 수면으로 떠오르자 정신이 멍해졌다. 무의식에 가까워질수록 강하게 느껴지는 부유감. 그 기묘한 감각에 몸을 완전히 맡기니 희릿하던 그 사람의 얼굴이 점차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소노다 우미.”

“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 뭐더라? 우리 어렸을 때···.”

“스쿨아이돌로 활동했던 사람 아니야? 뮤즈 말이야.”

“아, 맞다. 그랬었지. 이제 생각나네.”

“그래. 나도. 까먹고 있었네.”

한숨이 나왔다. 일상에 치여 소중한 기억을 잊고 사는 어른. 어느새 내가 가장 경멸하던 인간이 되고 말았단 사실이 자못 충격적이었다.

“으으윽.”

“야. 갑자기 왜 그래? 괜찮냐?”

“뉴스 잘 보고 있다가 갑자기 왜 이래?”

자괴감 때문인지 갑작스레 두통이 찾아왔다. 비명이 반쯤 섞인 신음소리를 내고 있자, 친구들이 걱정하며 등을 쓸어내렸다. 따뜻하고 두툼한 손이었지만 그들의 다정함이 가식처럼 느껴졌다.

“괘, 괜찮으니까 잠깐만 가만히 있어줘.”

애써 웃으며 친구들에게 말하자 친구들은 걱정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가식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등에 소름이 돋으며 약한 경련이 일었다.

“좀 진정됐냐? 좀 어때?”

“너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미안한데 너희들 오늘은 좀 일찍 나가줄 수 있냐? 나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데.”

“그래. 그래라.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고.”

“뭐? 아니야. 저놈이나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바로 주민안전센터에 긴급신고 넣어. 거기선 1분이면 오는데 우리한테 연락할 필요가 뭐 있냐.”

“야. 그래도 말이라도 이렇게 해 줘야지.”

“책임도 못 질 놈이 말은. 쟤 그만 쉬게 가자.”

“어휴. 야, 몸조리 잘해라.”

여느 때처럼 툭탁대던 두 친구가 집을 나가자 네 평 남짓한 작은 공간이 빠르게 고요를 되찾아갔다. 적막함이 소음을 쫓아내고 빠르게 제 자리를 찾아가자 헝클어졌던 머릿속도 차분하게 정리되어갔다. 오래되지도 않았음에도 기억 저편에서 빠르게 풍화되어 색이 바랠대로 바랬던 두 이름이 마침내 제 색을 되찾자 향수와 닮은 아련함에 눈이 절로 감겼다. 희미해질지언정 절대 사라지질 않을 두 이름.

소노다 우미, 니시키노 마키.

두 사람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아는 사람은 이제 나뿐이겠지.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적잖이 우울해졌다.


태양이 날밤을 지새운 어린아이처럼 하얗게 질려있던 날이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보상 없는 중노동을 하던 태양이 점차 구름을 덮어쓰고 이른 잠자리에 들려 하고 있었다.

“아씨. 이번 여행은 맨날 이러냐.”

성인이 된 기념으로 혼자 떠난 전국여행. 난생처음 혼자서 여행한다는 새로운 경험에 로망을 가지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영 시원찮았다. 관광지는 가는 곳마다 공사 중. 비경이라 불리는 곳은 사람이 넘쳐났고 날씨는 흐리거나 비라는 극단적인 두 길 중 하나를 택할 뿐이니 재미는 1도 없었고 여행 중 얻은 교훈이라곤 집 나가면 개고생,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두 가지뿐이었다.

“여기도 글러 먹었네.”

여긴 사람이 좀 없는 것 같아 들뜬 기분으로 해변가를 따라 걸었다. 맥주를 떠오르게 하는 흰 거품과 태양 알갱이를 닮은 모래알갱이의 교집합이 끝나는 지점엔 큰 절벽이 우뚝 솟아있었고, 그 정상엔 그림으로 그린 듯한 집이 한 채 서 있었다. 대리석으로 만든 것처럼 외벽엔 이음새 하나 보이지 않았고 붉고 푸른 지붕이 뒤섞여 만들어내는 색색의 패턴은 눈을 즐겁게 해줬다.

“사유지인가.”

그리고 그간 짧은 여행으로 얻게 된 지식으론, 이런 해변에 집이 서 있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면 사유지일 가능성이 99% 이상이었다. 날이 흐려지며 해가 창천에 떠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해변의 모습이 퍽 마음에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비도 올 거 같고 관리인이 오면 골치 아프니 빨리 나가야겠네. 아, 비다.”

나가는 길을 찾기도 전에 하늘에서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매고 있던 가방으로 머리를 가린 채 주변을 둘러봐도 걸어왔던 길을 돌아가는 것 외엔 달리 방도가 없어 보였다.

“오늘도 이렇게 궁상맞게 숙소로 돌아가야 하나. 내 팔자야.”

아름다운 꽃에 물을 흠뻑 뿌리는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뿌려대면 시들어 죽는데.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왔던 길을 더듬어 돌아가기 시작했다. 빗발이 거세지는 만큼 내 발걸음도 빨라졌고 이번 여행에서도 처음 겪어본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지자 전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젠장. 내가 다시는 혼자서 배낭여행 다니나 봐라! 뭐? 남자의 로망? 돌아가면 니 새끼 목을··· 윽!”

“꺄악!”

내 몸에 뭔가 부딪친 느낌이 들며 가느다란 비명이 들렸다. 아래를 보고 정신없이 달렸더니 마주 오던 사람을 미처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달리다 보니 앞을 보지 못했네요. 괜찮으세요?”

손을 내밀어 넘어진 그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줬다.

“아야야. 아, 네. 괜찮으니 걱정마시길. 그쪽이야말로 괜찮으신가요? 비에 흠뻑 젖으셨는데···.”

인상을 찡그리고 자신의 엉덩이를 매만지면서도 도리어 날 걱정해주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내가 큰 죄라도 지은 것 같아 더 미안해졌다.

청순한 인상의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밤하늘을 닮은 아름다운 검은 생머리, 그와 대비되는 하얀 살결. 그녀의 살결과 잘 어울리는 순백의 원피스와 모자. 호박색의 눈동자는 자애와 배려라는 감정을 모아 박아놓은 듯했고 살짝 다물어진 붉은 입술은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네. 길을 잘못 들어서 해변 깊은 곳까지 갔다가 우산이 없어서 이렇게 됐네요. 아, 여기 우산.”

“아, 감사합니다.”

우산을 받아들며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오늘 느낀 부정적인 감정이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 오늘은 이 사람을 만나려고 나왔나 보다. 이 정도면 비에 맞아도 남는 장사지.

“이것도 인연인데 괜찮으시다면 제, 아니 저희 별장에서 비를 피하고 가시는 건 어떨까요?”

“예? 괜찮습니다. 아무래도 그건 좀 죄송하기도 하고.”

“후후. 저도 적적해서 말동무가 필요하던 참이랍니다. 괜찮으니 따라오시겠어요?”

그녀는 웃음 하나로 내 말문을 틀어막곤 나를 지나쳐 총총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는 방향을 보아하니 아마 그녀가 해변 위에 있는 별장의 주인인가보다.

“아,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았네요.”

“아, 경황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그러실 수도 있으니 괘념치 마시길. 그리고 이럴 땐 집주인이 먼저 인사하는 게 도리지요.”

우아하게 뒤로 돌아본 그녀는 더 없이 진지하고 아름다운 동작으로 고개를 깊이 숙이며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소노다 우미(園田 海未)라고 합니다.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간만에 쓰는 부족한 글입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ㅅㄷ 뭐야뭐야 시리어스물인가 2018.04.29 15:18:10
바라끄 선개추후감상 2018.04.29 15:25:55
낭랑18세우미 2018.04.29 15: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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