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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문학) Mimic to Only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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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또루데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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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4-21 20:16:33

지모아이. 슬쩍 다크함.


소재는 여기 ㅠ


(1) (2)


---------------------



요시코쨩이 첫 데이트 때 내가 사준 멜빵 치마를 입고 왔을 때, 생각보다... 복잡한 기분이 들더라.


물론 옷이 어울리지 않다는 뜻은 절대 아니야.


도리어 소녀다우면서 시원하고 활기찬 옷의 분위기가 츠시마 요시코만의 매력과 잘 어울렸어.



... 다만... 아직 ‘요시코쨩’다운 게 문제.


수줍어하면서도 총총걸음으로 다가오며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눈동자를 반짝이던 요시코쨩에게 겉으로는 예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질긴 아쉬움과 가시 돋친 조바심이 내 심장을 쥐어 짜내는 걸 혼자 참아야만 했어.


내 시꺼먼 속이 얼굴에서 조금 새어 나갔는지 요시코쨩이 잠시 불안한 듯 내 눈치를 봤지만,


이내 둘 만의 달콤한 만남 속에서 행복에 취해 다시 활짝 웃어줬어.


나도 요시코쨩과 어울리면서 몇 번이고 나 자신을 다독였어.



괜찮아, 아직 여름 방학은 한참 남았다고,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그 아이’의 조각을 맞춰 나가면 된다고.




그런데 웬걸, 날이 갈수록 답답함이... 무언가 막힌 것만 같은 답답함이 사라지지 않아.



저번에는 파란색 체크무늬의 하늘색 오프숄더, 그리고 하얀 미니스커트.


이번에는 하늘색 탱크탑에 리본 달린 물방울무늬 치마.


물론 옷은 언제나 내가 사서, 혹은 직접 만들어서.


간식은 언제나 특제 귤이 잔뜩 들어간 스위츠, 아니면 아예 귤로.


단 둘만의 카페 테이블 위에는 언제나 귤 스무디, 주스, 라떼같은 것들만.


처음보다 맛있게 먹는 척하는 요시코쨩이 기특했어.


응, 힘내고 있구나 요시코쨩.


항상 사준 옷만 입어주고, 하자는 대로 다 해주는 착한 아이.




그런데도... 뭔가... 뭔가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이런 애매함이 아냐.


마음은 끓어오르는데 정작 결과물은 너무나도 미지근해.


분명, 분명 내 추억을 더듬어가며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데.


옷도, 먹는 것도, 노는 것까지도 전부...


전부 치카쨩의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그려내고 있을 터인데...


아직...


아직 치카쨩의 모습이 선명하지 않아.


내 연인 요시코쨩은... 아직 츠시마 요시코야.







내 텅 빈 가슴을 사포질하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조바심이 특히 미쳐 날뛰는 날.


“후후... 이번 곡은 타천사 요하네에게 너무 간단한 과업인 것 같군!”


... 아쿠아의 맴버들과 함께하는 시간.


“요시코쨩... 그 후드는 좀 벗는 게 어때유?”


“어리석은 필멸자여! 오늘은 마력을 아껴야하는 날이거늘!


그리고 요하네!”


빠득


귓속에 사근거리는 마찰음이 들려.


“애당초 이 정도 더위 따위로 지옥의 유황불을 디저트 삼는 이 요하네님을 막을 수는 없다구!”


빠득.


굳게 맞댄 어금니들이 어긋나 갈리는 소리가 다시 귓속을 헤집어.


분명 모두에게는 아직 비밀로 하자고 제안했던 건 나였을 텐데.


아쿠아 맴버들과 함께일 땐 평소처럼 행동하라고 했던 것도 나일텐데.


내가 제어할 수 없는 이 순간, 이 장소에 타천사에 마음껏 취한 요시코의 모습이...


“으아아아앗! 이 몸의 성물을 돌려줘!!”


“뿟~~뿌! 이런 우스꽝스런 보자기는 압수...”



... 제발 좀...


그만...




“... 요우쨩?”


“으... 응!?”


황급히 고개를 돌려보니 요시코쨩보다도 더욱 빨갛고 순한 눈이 내 눈을 응시했어.



“요우쨩, 표정이 안 좋아 보여... 괜찮아?”


“치카쨩!?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멍~했는데 괜찮아졌지 말입니다!”


스스로 생각해도 과장된 반응이었지만, 100퍼센트 진심어린 활기를 담아 대답해줬어.


그야 타카미 치카는 내 소꿉친구이자 소중한...



“정말? 요즘 들어 수상해...


여름 방학인데도 우리 여관에 한 번도 오지 않고...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지 솔직히 말해 보실까...?”


치카쨩이 도끼눈을 뜨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어.


코를 간질이던 귤 향기같이 상큼한 내음이 더 깊어져가고...


깊어진 향기에 화답하듯 아플 정도로 뛰기 시작하는 내 심장.



위험해...



역시 치카쨩은 예쁘구나...


“... 에잇! 정말 괜찮아요소로 공격!”


장난삼아 치카의 양 볼을 살짝 꼬집고 주욱 늘렸어.


... 장난이라는 건 사실 핑계에 가깝지만.


아아, 이 감촉...


당길 때마다 부드러우면서 적당한 탄력.


그 달콤한 만족감을 잔뜩 굶주린 나의 내면에 들이붓고 있다는 걸, 치카쨩은 모르겠지.


“우구구... 줘질러게다 바브요쨩!”


새는 발음으로 선전포고를 한 치카쨩이 마찬가지로 내 볼을 잡아 당겼어.


오랜만에 치카쨩의 손길이 느껴지는 소중한 순간을 만끽하는 나.


원래라면 지극히 당연했을 소꿉친구간의 스킨쉽이 지금은 너무나도 간절해.


문득 서로 얼굴을 만지작거리며 마음껏 웃고 떠드는 이 시간이 계속되기를 빌었어.


지금 치카의 눈동자가 계속 나에게만...




“정말이지~ 요우쨩을 괴롭히면 안 되지 치카쨩!”


피아노 음색같이 맑고 깨끗한,


하지만 지금에 나에게는 칠판 긁히는 소리보다 거슬리는 목소리.


그 불협화음의 울림에 내 자그마한 소원이 유리처럼 산산조각 났어.


“으구! 괴로힌거 아냐 리고쨩!”


“요우쨩이 안 좋아 보인다고 걱정 해놓고는!


언행 불일치야!”


“핫! 리코쨩 트집쟁이!”


내 눈 앞에서 장난스런 잡담이 두 사람을 오고갔어.


실없는 대화들이 오고가고, 서로 웃는 치카쨩과 '사쿠라우치'.




오로지 나만 알고 있는 두 사람만의 화원.


나만이 본 두 사람의 약속.


나만이 집어 삼킨 무력감... 질투.


“치카쨩도 참...


... 요우쨩? 괜찮아?”



아니.


전혀 괜찮지 않아.


뭐하는 거야 사쿠라우치?


잠깐, 아주 잠깐 단 둘만의 시간이었는데.


그 잠깐의 시선과 손길도 나한테 빼앗기기 싫은거야?


혹시 날 의식하고 견제하는 거야?


질투라도 하는 걸까나?


이 강도...


도둑 주제에...


.....




“아... 조금 속이 안 좋아서...”


터져 나오는 원망을 끓어오르는 쓴물과 함께 목구멍으로 넘겼어.


“에? 요우쨩 진짜로 어디 아파?”


응, 치카쨩.


마음이 아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워.


“미안... 조금만, 아주 조금만 쉴게.”


“차라리 오늘 연습은 쉬는게 어때?”


“아냐 아냐! 어자피 지금 쉬는 시간이니까 좀만 쉬면 괜찮을 거야.


미안, 리코쨩...”


... 갑자기 사쿠라우치라고 부르면 분명 안좋을 테니, 최대한 친근하게.


“잠깐만... 아주 잠깐만 앉아서 쉴게.”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치카쨩과 ‘리코’가 서로 걱정 어린 시선을 교환했어.


그 광경에 더욱 짜증이 부풀어 오르는 건, 분명 더위 때문만은 아니겠지.



간신히 그늘 쪽으로 자리를 옮겨 무릎을 끌어안았어.


아, 치카쨩이 여전히 내가 걱정 되는지 다가오려고 했는데...


그런 치카쨩을 말리는 사쿠라우치.




알고는 있어.


'리.코.쨩'한테 악의는 없다는 것쯤은.


정말로 날 견제한다거나 해코지한다거나 그럴 의도 따위는 전혀 없겠지.


지금도 분명 내가 걱정되서 혼자 편하게 쉬게 해주려는 거겠지.


알고 있다고...


‘리코쨩’은 친절하고 사려깊은 아이니까.



근데 아무리 머리로 납득하려 해도 그 날,


그녀가 치카쨩을 빼앗아간 그 순간이 되살아나서...


날이 갈수록, 저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젠 참기 어려울 정도로 화가 끓어올라서...



... 아...


미워...


사쿠라우치가 치카쨩 주변에 있으면 내가 눈치보고 멀어져야만 하니까.


물론 누가 그러라고 강제한 것도 아닌데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이전처럼 허물없이 지낼 수가 없어...


겉으로는 평소처럼 친한 소꿉친구를 연기해보려 해도, 마음이 자꾸 멀어져만 가는 것 같아.


아... 치카쨩...


어째서...


치카쨩의 옆은 항상 나만의 안식처였는데...



어렸을 때부터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계속... 지켜왔는데...



바보 멍청이 요우.


사쿠라우치가 선수 치기 전에 먼저 행동 했어야지...


바보같이 무슨 보물이라도 되는 마냥 꼭꼭 숨기기만 해서, 빼앗겨버리기나 하고.


바보같이...



“... 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 요우...”


좀 더 먼저 내 마음을...


“요우?”




꼬리에 꼬리를 물던 후회들이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 끊겼어.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 요시코쨩이네.


“혹시 이 타천사의 손길이 필요하다면...”



성가셔.



“미안, 혼자 있게 해줘.”


“응?”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폭발해 버릴 것 같은 짜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고개를 숙였어.


지금의 요시코쨩은 보기 싫었으니까.







만약 이 순간, 내가 고개를 들었었다면,


요시코쨩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잠깐이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추잡한 집착이 새하얀 천사를 찢어발기기 전에 이 모든 걸 멈출 수 있었을까...?








연습이 끝나고, 모두들 귀가하는 시간.


요즘 들어 내 안부를 자주 묻는 마리쨩에게 오늘도 적당히 둘러대고 버스로 향했어.


... 마리쨩은 알고 있는 걸까? 치카쨩과 사쿠라우치가 사귄다는 거?


그야 두 사람, 아무리 숨기려 해도 자꾸 드러나는 걸.


나와 요시코쨩처럼 능숙하게 숨기지 못해.


그러니 내가 걱정 돼서 자꾸 다가오는 걸까?


마리쨩은 내 속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으니까...


... 뭘 이제 와서 새삼스레...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어느덧 버스 안에는 나와 요시코쨩만 남았어.


아까 일 때문에 그늘진 낯빛의 요시코쨩이 힘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어.



잠시 후,


“저 저기... 요우...”


힘겹게 말문을 연 요시코쨩.


“...... 뭐?”


... 내뱉어 놓고도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매미 껍데기 같이 메마른 반응.


여태까지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했던 소중한 것을 빼앗긴 허탈함이, 내 욕심 때문에 인형이나 다름없게 된 후배에 대한 조바심이 이끌어낸 냉담함.


차가운 칼바람에 스친 듯 화들짝 놀란 요시코쨩은 굳어 버렸어.


“... 아냐... 미안...”



여태 사귀면서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뾰족한 변덕에 뭐라 따질 만도 할 텐데...


요시코쨩은 그저 야단맞은 고양이처럼 움츠러들었어.


난 눈물방울 맺힌 후배의 눈가를 보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정신을 차렸어.


오늘따라 뭐 하는 짓거리야 바보요우.


요시코쨩에게 화풀이 해봤자 득 될 것도 없다고.


오히려 모든 게 망쳐질 수도 있단 말이야.



... 하지만 답답한 건 답답한 거잖아.


아직 성이 차지 않는 단 말이야.


아무리 치카쨩처럼 입혀봐도...



... 만약에...


좀 더... 좀 더 '치카쨩'답게 꾸민다면?


치카쨩만의 독특한 색으로 이 아이를 덧칠해줄 수만 있자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친 난 바로 행동에 나섰어.


“요시코쨩!”


“으 응?”


“오늘 우리 집 올래?”







아까보다 몇 배는 놀라 동그란 눈으로 날 바라보는 요시코쨩.


우리 엄마는 약속, 아빠는 아직 항해에서 돌아오지 않았으니 늦게까지 놀다 가도 된다고 하자 요시코쨩은 ‘하지만... 너무 갑작스러워서...’라며 짐짓 망설였어.


번개 같은 조바심에 일단 필요한 건 전부 빌려주겠다고 설득했어.


결국 요시코쨩은 언제 우울했냐는 듯 수줍게 덧니를 드러내며 기분 좋은 미소를 띠었어.


역시 요시코쨩, 다루기 쉬운 아이.




아무도 없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다급히 요시코쨩의 손을 채갔어.


왠지 당황한 듯 볼 두덩이가 빨갛게 상기된 요시코쨩에게 이른 저녁식사를 대접했어.


솔직히 식사 시간도 아까웠으니까.


그 뒤 설거지는 일단 쌓아둔 채 다시 요시코쟝의 손을 끌었어.



“자 잠깐만 요우~ 너무 서두르지 말라구~”


왠지 평소보다 새된 목소리로 요시코쨩이 칭얼거렸어.


그러면서도 순순히 따라와 줬지만.


“그러니까 그게... 으...


이 일단 둘 다 씻어야... 으...”


요시코쨩은 부끄러움에 짓눌린, 그러면서도 기대감에 찬 눈으로 날 바라봤어.


“씻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 으아아...!”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까보다 더 상기된 얼굴로 허둥대는 요시코쨩을 내 방으로 이끌고 침대에 앉혔어.


그러자 요시코쨩이 갑자기 손사래를 치기 시작했어.


“우와아아앗 자 잠깐잠깐 요우!


아 아무리 그래도 진도가 너무 빠른 것...”







“요시코쨩! 옷 좀 몇개 입어줘!”


순간 정적.



“... 에?”


“요시코쨩의 다양한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서 그래! 


부탁이야!!”


이 정도 적당한 구실이면 요시코쨩은 해주겠다고 대답해 줄게 분명했어.


그런데 어째서인지 요시코쨩은 또 조그마한 덧니를 드러낸 채 그대로 벙 쪄버렸어.


“... 요시코쨩?”


“!? 아 아니 아냐 아냐 그게 저...


... 응! 입어줄게!”


요시코쨩의 무언가 수습하듯 황망한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난 이미 옷장 속 상자들을 뒤지고 있었어.





그리고 시작되는, 자기만족에 취한 ‘인형놀이’.


물론 ‘인형’은 아무것도 모르는 연하의 소녀야.


첫 번째는 ‘그 아이’에게 코디해줬던 외출복의 재현.


... 역시 아니야.


두 번째는 ‘그 아이’와 한 쌍으로 맞췄던 티셔츠.


... 뭐, 여기까지는 기대도 안했어.




비장의 세 번째.


세 번째는 아쿠아가 단 3명일 때 공연한 첫 번째 라이브 복장.


물론, ‘그 아이’가 입었던 복장.


다행이지 뭐야, 일단 한 번 라이브에 쓰인 복장은 내가 보관하기로 했으니까.


순간 굳은 표정으로 옷을 바라보는 요시코쨩을 무시한 채 일단 입어봐 달라고 부탁했어.





그렇게 떨떠름해 보이던 요시코쨩이 입은 주황빛 복장.





... 이것도... 아니라고?


 


라이브 복장들이야 말로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표현한 옷인데...


당연히 ‘그 아이’, 타카미 치카의 복장은 치카쨩을 표현하기 위해 애써 만들었는데... 


그 어떤 옷보다 확실하게 치카쨩의 분위기를 풍겨야만 복장인데...


기대에 한참 못미쳐.


‘대신’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 요우?”


요시코쨩이 불안하게 떨리는 음색으로 날 불러봤지만, 아직 만족하지 못한 나의 마음에 전혀 닿지 않았어.


“일단 다른 걸 입어보자.”


“어?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입어보자."


"... 응..."



다음은 1학년까지 합류했을 때 불렀던 라이브 복장.


불합격.


그 다음,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불합격......



“아 진짜...!”


참지 못하고 터져 나오는 짜증.


“이제 이거 한 번 입어봐.”


“으 응... 잠깐만... 갈아입고 올...”


“좀! 됐어!


어차피 우리 연인이잖아!?


일일이 갈아입으러 나가지 말라고!”


“읏! 아 알았어...”


거의 이성을 잃어 사진을 찍던 시늉조차 집어치운 채 나란 괴물은 눈앞의 ‘인형’을 거칠게 재촉했어.


어느 순간 너무나도 낯설어진, 거의 미쳐버린 것 같은 내 태도에 겁에 질린 요시코쨩은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어.


노골적으로 드러난 내 집착이 시꺼먼 이빨로 물어뜯는데도, 가엾은 소녀는 아무런 항변도, 저항의 몸짓도 못했어.


그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순종할 뿐.


하지만 나란 괴물은 요시코쨩의 불안정한 호흡을 무시해버렸어.



아무리 갈아입혀도, 또 갈아입혀도...


치카쨩의 모습이 안 나왔으니까.


이렇게까지 입혀 봐도 요시코쨩은 그대로 요시코쨩.


미칠 것 같아.


어떻게 해야하지?


귤이라도 가져와서 먹여볼까?


아니면 이젠 말투까지 교정해줘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지?




뭘 어쩌란 거야!!!




“아... 아... 아!!!!”


답답해 자살할 것만 같아!


정신 나간 것처럼 머리카락을 긁고 쥐어뜯고 성질을 내봐도 여전히 미칠 것만 같아!


도대체 왜!?


어째서야 츠시마 요시코!!


왜 넌 아직도 요시코인거야!?


왜 아직도 치카쨩이 안 보이는 건데!!!


왜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실망만 안겨주는거야!!!!!




... 아, 아직 마지막은 아니구나.


“후... 하하하...”


그래... 아직 하나 남은게 있잖아?


이거라면 조금은 보일지도 몰라...



이미 실성한 거나 다름없는 상태의 난 황급히 옷장으로 달려갔어.


“요 요우?”


낚아채듯 집어온 건, 내 교복.


그대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내 무서운 기세에 점점 위축되던 요시코쨩은 결국 침대 구석까지 내몰렸어.


“이제... 그만하자? 이런 거...


나 무서워... 제발...”


“조용히 해...


한 번만, 딱 한 번 만이면 되니까...


입어, 당장.”




흑... 흐윽...



마지막 애원조차 무시당해버린 요시코쨩은 끝내 가냘프게 흐느꼈어.




... 상관 없어.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니까...


어차피 2학년 교복은 공용이니까...


이거라면... 어쩌면 이거라면?


조금이라도 요시코쨩이 동급생처럼 보인다면?


이번에야 말로 치카쨩을 이입할 수 있지 않을까?


어긋난 기대가 어린 내 눈빛에 떠밀려 요시코쨩은 떨리는 손으로 내 교복에 손을 댔어.


빨리... 제발 서둘러...


요시코쨩이 갈아입는 단 몇 분의 영겁 같은 시간이 지나고,




“......”


2학년임을 증명해주는 붉은 리본이 요시코쟝의 가슴 한 가운데서 나풀거렸어.


나와 같은, 치카쨩과 같은 2학년 교복.


......









... 실패.





천천히 요시코쨩에게 다가갔어.


아마 거울을 봤다면, 명백하게 빛을 잃은 눈동자를 했을 게 분명하겠지, 나.


내가 손을 뻗자 요시코쨩은 주춤 주춤 물러섰어.


그 기묘하게 느린 추격전은 결국 요시코쨩이 벽에 완전히 등을 맞댄 다음에야 끝났지.


더 이상 뒷걸음질 칠 곳이 없자 요시코쨩은 그대로 머리를 감싸쥐고 눈을 질끈 감았어.


걱정마 요시코쨩, 심한 짓 안해.



그저... 머리카락을 매만질 뿐이야.


귀여운 경단으로 장식된 탐스러운 긴 생머리를.


......




“길이도 다르고... 색도 다르고...”


“......”


“역시 이거 때문이려나...?”


“요우...?”





“요시코쨩, 다음에는 꼭 미용해줘?”


부탁이니까 꼭 단발로 잘라줘.


“염색까지는... 안 바랄 테니 제발.”






두서도 없고 의미도 불명인 내 생떼를 요시코쨩은 알아들었던 걸까?


한바탕 두려움이 소용돌이치던 그 두 눈동자에 이제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슬픔이 아른거렸어.


이제는 공포가 아닌 안타까움이 응어리진 방울들이 요시코쨩의 눈가에 맺혔어.



숨길 수 없는 상실감과 실망. 



그런데, 아직도 떨림이 가시지 않은 조그마한 손이 내 얼굴을 어루만졌어.


그 쓰디 쓴 슬픔을 입안 가득 머금은 요시코쨩은 날 떨리는 눈동자로 봐줬어.





난 그때서라도 눈치 챘어야만 했던 거야.


츠시마 요시코.


이 착한 아이는, 아직도 와타나베 요우를 좋아했던 거야.



아직도 눈물자국이 지워지지 않은 얼굴 위로 내 잔혹한 욕망에 휩쓸려 입은 상처들이 그대로 드러난 후배를 보며,




빨리 치카쨩처럼 단발로 잘랐으면 하는데- 따위나 생각하는, 이 몹쓸 선배를.




---------------------------------




원래 최소 어제 올렸어야 했는데... 소재받은 것도 써야했고... 게으른 돼지라 미안해유 ㅠㅠ


반드시 소재받은 것도 쓸게 미안해 ㅠㅠ

ほのりん 문학추. / 제목에 숫자 잘못적은듯 2018.04.21 20:18:22
리또루데몽! ㄴ 고쳤습니더 ㅎㅎ 2018.04.21 20:19:05
코코아쓰나미 ㅗㅜㅑㅏㅏ 2018.04.21 20:38:43
코코아쓰나미 고~오얀 어서! 다음다음 2018.04.21 20:39:02
채태인 ㄷㄷㄷ 2018.04.21 21:16:00
지모아이 어떻게 끝날지 궁금하네. 39.118.*.* 2018.04.22 02:01:02
지모아이 들어나는→드러나는,엉겁→영겁,들어난→드러난. 39.118.*.* 2018.04.22 02:01:30
리또루데몽! ㄴ 왜 자꾸 같은걸 틀리냐 나ㅜㅜ 2018.04.22 02: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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