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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물갤문학][지모아이] 그림자 밟기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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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740617
  • 2018-04-18 13:29:59





지모아이 단편임

꽤 짧음 ㅇㅇ ㄴㅇㄱ ㄴㅇㄱ

그리고 소재 언제나 받고 있으니 아무나 좀 던져줘 아쿠아든 뮤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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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석양으로 붉게 물든 길을 걸으며 요우는 나지막한 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의 발랄하고 활기찬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는 꽤나 무겁고 깊은 한숨이었다.

 

나는나쁜 아이인 걸까.”

 

길게 드리워진 가로수 그림자를 밟으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일부로 그림자만 골라 밟는다는 약간 초등학생 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다음 가로수 그림자는 약간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어떡하지, 그냥 뛸까? 그러나 운동신경이 좋은 그녀에게도 약간 부담스러울 정도의 먼 거리였다. 까짓 거 그냥 평범하게 걸어가면 되잖아 라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안돼 안돼. 집까지 이렇게 가는 걸 실패하면…!’

 

그대로 발을 내딛으려던 요우는 순간 멈칫했다. 그녀는 지금 이 그림자만 밝기에 그녀만의 무언가를 걸어 놓은 상태였다. 정말 초등학생의 놀이에 어울리는 그런 행동이었지만, 그럼에도 뭔가 어기기는 싫었다. 나름 그녀에게 있어 중요한 무언가를 걸어 놓은 상태였기에. 그때 고민하며 바닥을 보는 요우의 눈 앞에 사람의 그림자 하나가 길게 늘어지는 것이 보였다. 고개를 들자 보인 것은 아주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었다.

 

“…여기서 뭐해?”

, 요시코쨩.”

요하네야. 그리고, 대체 왜 거기서 오줌 마려운 강아지 마냥 그렇게 끙끙대고 있는 거야?”

, 그게 있지…”

 

요우는 순간 멈칫 했지만, 짧은 고민 끝에 그냥 이야기 하기로 결정했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요시코라면 왠지 이야기 해도 괜찮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요우는 지금의 상황을 요시코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물론 자신이 이 놀이에 뭘 걸었는지는 빼고. 이야기를 들은 요시코는 잠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요우를 향해 대답했다.

 

그러니까, 결국 그림자 밟기 놀이를 하느냐 그러고 있었단 말야?”

뭐 그렇지…”

나 참…”

? 이상해?”

아니 좀 그냥. 요우는 그런 거 안 할 줄 알았거든. 뭐랄까 좀현실에 많이 충실하다고 해야 하나. 미신이나 망상 같은 건 잘 안 믿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 , 그런가. 뭐 요시코쨩 정도는 아니겠지만, 나도 미신 같은 건 무시하지 않는 편이야. 아무래도 파파의 영향을 좀 받아서 말이지. 뱃사람들은 미신에 굉장히 민감하거든.”

아하…”

그래서 어렸을 때 한번 생선을 뒤집어 먹었다가 파파한테 혼날 뻔 한 적도 있어. 생선을 뒤집어 먹으면 배가 뒤집힌다나?”

뭔가 말도 안 되는 것 같으면서도 그럴듯한 미신이네…”

 

약간 떨떠름한 표정의 요시코를 보며 요우는 하핫, 하고 맥없게 웃었다. 사실 자신도 알고 있다. 미신이나 징크스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행동인지. 아버지의 말을 무시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거에 매달리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자라면서 머리로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다. 그럴 시간에 노력하고 열중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살아 왔다. 그 덕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뭐든지 잘하고, 현실에 충실한 요우.’로 여겨졌다. 실제로 좀 전 요시코가 한 말 처럼.

 

뭐 미신이란 게 다 그런 거지. 그런데 요시코쨩은 오히려 그런 거 잘 믿는 편 아니었어?”

그러니까 요하네! 그리고 내가 타천사라는 건 미신이 아니야!”

아하하, 미안 미안.”

그리고나는 정말 타천사니까 불행에 휘말린다고 하는 건 미신이 아니라 당연한 거라구. 그리고 그것에 따라 오는 여러 일들 역시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거고. 그래서 무언가 특별한 행위를 해서 불행을 피하거나, 그로부터 도망칠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어. 그게 바로 나의 타천사로서의 아..... 니까.”

 

평소라면 아하하, 라고 어색한 웃음으로 넘기거나 그냥 놀리듯이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을 상황. 하지만 오늘만큼은 저런 요시코의 당당한 모습과 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동시에 미신에나 매달리는 자신의 한심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요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요시코를 향해 대답했다.

 

, 요시코쨩은정말 타천사네.”

당연하지. 그리고 요하네!”

 

화를 내는 요시코의 모습을 보자 왠지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왠지,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이 타천사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고 싶어 졌다. 그녀라면 혼자 끙끙 앓으며 숨겨두었던, 차마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었던 자신의 어두운 감정을 이해해 줄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사실, 나 이 그림자 밟기에 한 가지 걸어 둔 게 있어.”

“…그게 뭔데?”

만약 내가 그림자만 밟고 집까지 가는데 성공하면난 치카쨩과도, 리코쨩과도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게 될 거라고, 그렇게 나 자신에게 약속했거든.”

 

요우는 그렇게 말하고 요시코의 눈치를 살폈다. 깜짝 놀랄까? 아니면 이런 나에게 실망이라고 경멸할까? 하지만 요시코의 반응은 요우가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요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

?”

아니 그보통은 너네 사이 나빴어?!’ 라던가, ‘혹시 싸우기라도 했어?’라고 묻는 게 정상 아냐? 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어?”

그럴 리가 없잖아. 아무리 내가 타천사라도 말해주지 않는 사람의 속마음 까지는 알 수 없어.”

그럼 어째서 그렇게 반응한 거야?”

뭐 그야 잘 지내지 못한다는 게 꼭 싸웠다 거나 사이가 나쁘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 잖아. 잠시 친구끼리 사이가 좀 서먹해질 수도 있는 거고, 조금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는 거지. 그게 꼭 싸웠다거나 사이가 무지 나쁘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야. 마찬가지로 사이가 나쁘지 않다가 꼭 사이가 좋다를 의미 하는 건 아닌 것처럼 말이지.”

 

요시코의 말에 요우는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요시코의 말 대로였다. 조금 달라졌다고, 서먹 해졌다고 해서 그게 사이가 나빠진다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조금 달라졌다는 이유로 슬퍼하고 괴로워했다. 이건 내가 바란 게 아니야, 라고 외치며 도망치려 했다. 그녀는 새삼 요시코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도 모르게 계속해서 요시코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 해버리고 말았다.

 

있지, 솔직히 나 조금 질투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질투?”

. 질투. , 치카쨩도 리코쨩도 정말 정말 좋아해. 치카쨩과 함께 해 온 시간이 훨씬 더 길긴 하지만, 결코 누구를 더 좋아한다고 쉽게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물론 처음엔 고민도 많이 했어. 내가 혹시나 치카쨩을 뺏겨 버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건가 하고 말야.”

“…그 말은, 리코를 질투 한다는 거야?”

. 그런데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깨달았어. 난 결코 리코를 질투하는 게 아니라고. 그저 난치카쨩도 리코쨩도 너무 소중했던 거야. 그래서 그 두 사람이 더 가까워지고 서로 더 많은 감정을 나누며 의지할수록, 그만큼 나의 자리를 뺏기는 것 같다고 생각했던 거지. 이렇게 되면 난 더 이상 필요 없는 거 아닌가? 하고 말야. 사실 난두 사람 모두에게 의지가 될 수 있는 그런 내가 되고 싶었어. , 그래 맞아. 난 두 사람들에게 있어서도, 남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뭐든지 잘 하는 요우가 되고 싶었던 거야.”

 

그렇게 말하며 요우는 땅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눈가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요우는 마치 토해내듯이, 북받쳐 오르는 말들을 입 밖으로 꺼내 놓았다.

 

소중한 친구 두 사람이 잘 지내면 그건 정말 좋은 건데그걸 질투하다니, 난 정말나쁜 아이인 걸까…”

 

그렇게 요우의 감정은 지금 벼랑 끝에 몰려 있었다. 초등학생 놀이에 매달릴 정도로, 답답하고 절박한 상황. 하지만 그런 요우에게 요시코가 건낸 말은 위로의 말이 아니었다.

 

그건 자업자득 아냐?”

…?”

 

순간 요우는 너무 놀라 나오려던 눈물까지 쏙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뭐야, 나 잘 못 들은 거지? 그렇지? 요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요시코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결코 그녀가 잘못 듣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계속해서 요시코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한번이라도 말 해본 있어? 두 사람과 함께 마음 터 놓고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냐는 말이야.”

, 어떻게 그래. 그랬다간 분명 두 사람 다 나에게 실망 할 게 분명한데…”

 

요우는 약간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질투 섞인 발언에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요시코는 그런 요우를 향해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두 사람이, 요우에게 실망 할 리가 없잖아.”

“…어째서 확신하는 거야? 요시코쨩이 그걸 어떻게 알아?”

 

순간 요우의 목소리가 약간 날카로워 졌다. 마치, ‘네가 뭘 알아라고 말하는 듯한 그런 말투. 하지만 요시코는 그런 요우의 반응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알 수밖에. 치카도, 리코도, 그리고 너도. 나한테 그렇게 말 했으니까.”

“…?”

날 쫓아오던 그날, 너네가 너네 입으로 직접 말 했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다 받아 주겠다고. 만약 정말 싫다면, 싫다고 이야기 할 거라고. 그렇게 날 그저 요시코로서 대해 주겠다고. 벌써 잊은 거야?”

 

순간 요우의 머릿속에는 요시코를 쫓아 달리던 그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분명 요시코의 말대로, 자신들은 요시코에게 다 괜찮다고, 얼마든지 받아들여 줄 수 있다고 했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을 포기하면 안 된다고 했었다.

 

그건…”

그러니까 너도 마찬가지야. 네가 무슨 행동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더라도 치카도 리코도 널 요우로서 받아줄 거라고. 굳이 완벽해 질 필요도, 의지 되는 사람이 되려 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야. 만약 정말 아니다 싶으면, 싫다고 얘기하고 서로 싸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가끔 싸우기도 하고, 질투도 하고그런 게 친구 사이 아냐? 안 그래?”

친구사이…”

그래. , 뭐어 타천사인 나는 인간의 그런 우정 같은 건 아무래도 잘 모르겠지만 말야! 그냥너희들이 나에게 해준 걸 그대로 다시 말해 줬을 뿐이야.

 

요시코의 말을 들으며 요우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래, 난 진짜 바보 요우였구나. 나 혼자 또 멋대로 착각하고, 그 감정에 이리저리 휘둘리고, 슬퍼하고 절망했을 뿐이었어. 치카쨩도, 리코쨩도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어줬는데 나 혼자 멀어졌다고 착각했던 거야. 내가 두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만큼 두 사람도 날 소중히 여길 거라 믿었어야 했는데. 두 사람이 날 의지해주지 않는다고 실망했지만정작 믿지 못하고 의지 하지도 못했던 건, 두 사람이 아니라 바로 나였는데 말야.

 

요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소매로 자신의 눈가를 슥슥 문질렀다. 요시코의 말을 들으며, 어느새 자신도 모르는 사이 울고 있던 모양이었다. 고개를 든 요우는 자신을 보며 허둥지둥 당황하고 있는 요시코와 눈이 마주쳤다.

 

, 울지 마! 설마 나 때문에 우는 거야? 난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아냐, 요시코쨩이 한 말 때문에 우는 게 아냐. 그저 난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고 바보 같아서그게 분해서 운 것 뿐이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정말이야.”

, 그래…?”

. 오히려고마워. 날 깨닫게 해 줘서. 덕분에 좀 마음이 편해 졌어. 다 요시코쨩 덕분이야.”

 

요우는 손가락으로 눈가를 마저 닦고는, 요시코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요시코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약간 멋쩍은 표정을 지은 체 손가락으로 볼을 긁적였다.

 

아니 뭐꼭 요우를 위해서라기 보다는그래! 난 타천사니까! 타천사가 인간에게 빚을 지고 살 수는 없는 거니까! 그저 전에 받은 걸 갚아 줬을 뿐이야! 그리고, 요하네!”

그래. 고마워타천사 요하네쨩.”

…”

 

결국 부끄러움을 이기지 못한 요시코는 볼을 붉힌 채 고개를 획 돌리고는 앞으로 걸어가 버렸다. 이런, 부끄러워하는 건가? 요우는 그런 요시코가 새삼 귀엽게 느껴졌다. 그렇게 자신도 요시코를 따라 걸어 가려는데, 갑자기 두어걸음 걸어 나가던 요시코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는 고개를 손가락으로 자신의 그림자를 가리키며 요우를 향해 말했다.

 

여기.”

?”

아무리 미신이라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은 내야지. 실패로 끝나면 뭔가 아쉽잖아? 무려 타천사인 내가 만들어준 칠흑과도 같은 어두운 그림자니까, 저런 가로수 그림자 보단 훨씬 나을 거라구. 그러니까 감사히 여겨.”

요시코쨩…”

“…치카나 리코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도 요우가 정말 소중하니까. 그림자를 밟게 해주는 것 정도는얼마든지 해 줄 수 있어. 그보다, 요하네라니깐…”

 

요우를 향해, 요시코는 볼을 붉힌 채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요우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으며 요시코의 그림자에 뛰어들고는 그녀를 덥석 끌어 안았다.

 

요시코쨩…!”

 

요우는 있는 힘껏 요시코를 끌어 안은 채 마구 자신의 볼을 부볐다. 갑작스러운 요우의 행동에 전혀 반응조차 하지 못했던 요시코는, 요우에게 끌어 안긴 체 괴로운 듯 몸부림 치며 외쳤다.

 

아앗! , 숨막혀! 그리고 요하네!”

! 요시코쨩! 정말 좋아!”

그러니까 요하네라고…!”

 

그렇게 끌어안은 두 사람에게 석양이 비치며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 붉은 노을 속에서, 두 그림자는 그렇게 한참 동안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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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쓰나미 아아.. 2018.04.18 13:36:15
오하요소로 ㄴㅇㄱㄴㅇㄱㄴㅇㄱㄴㅇㄱ 2018.04.18 13:46:40
낭랑18세우미 그림자밟기 초딩때 즐겨했던 놀이네요... 2018.04.18 14:21:58
채태인 지모아이추 2018.04.18 14: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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