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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SS] 마음의 형태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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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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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25 13:5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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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형태


프롤로그 : 네 가지 색 프리즘(전편)

요우, 거리

치카, 형태


- 요시코, 방향(전편후편)

- 리코, 연결(전편, 후편)

- 에필로그 : 네 가지 색 프리즘(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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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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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좋아! 완벽해! 환상적이야!


환상. 

환상이라는 단어가 나를 다시 현실로 불러들인다. 깨어난 곳은 다른 장소, 다른 시간의 음악실이다. 


이걸로 러브라이브 우승 확정이야!


「그러니까 아직 지.구.예.선!」


팔짝뛰어오르며 함박 웃음 짓는 치카쨩과 냉정하게 딴죽을 거는 요시코쨩.

내가 잠시 옛 기억들을 갈무리 하는 사이, 두 사람은 토의를 거쳐 가사를 완성해낸 모양이었다.


우승이야, 우승! 안되겠어. 당장 하나마루쨩에게 보여주러 갔다올게.


멜로디는 정작 시작도 하지 않았고 안무나 복장 등 갈 길이 한참 멀었는데, 이미 치카쨩 안에서는 곡이 완성이 되었는지 꽤 신이 난 상태다.

발을 동동 구르며 음악실을 뛰쳐나가는 것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정말이지..너무 호들갑이라구.」


그러게.


말소리가 나는 쪽으로 대답하며 돌아보니 요시코쨩이 팔짱을 끼고 마찬가지로 기쁘게 치카쨩의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한 건 했으니, 나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되겠네라는 생각에 건반을 눌러가며 음계와 장조를 고르자, 요시코쨩이 다가와 '어때' 하고 종이를 내밀었다.


수고했어, 요시코쨩.


바뀐 가사를 읽어보고 바로 머릿 속에 떠오른 말을 꺼낸다.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올리니, 요시코쨩은 피아노 위로 상체를 기댄 채 쳐다보는 중이었다.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리코선배가 하고 있는 거에 비해서.」


내가 하고 있는 거?


요시코쨩을 향해 가볍게 의문을 품자, 요시코쨩은 내 눈을 피해 남아있는 종이와 펜을 정리하러 걸어가 버린다. 


「리코선배는 우수하잖아. 난 리코선배랑 달리 별로 도움이 안되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요시코쨩은 별로 깊이 생각해서 한 말이 아니었을텐데, 쓸데없이 옛 일을 떠올려 버린 탓에 갑자기 신경이 쓰였다.

큰 의미 없이 한 칭찬이었는지, 정말로 진심이었는지. 

진심이라면 그건 내가 쓴 곡이 좋다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항목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단지 무겁기만 한 동경인지.

...그리고 요시코쨩은 내가 지닌 겉보기나 능력이 아니라 내 음악, 나의 내면까지 봐주려고 하는 건지.

그래서 다시 물었다.


「뭐야, 묻지마 그런거.」


요시코쨩은 짧게 대답한다.

부끄러우니까. 뒤에 생략된 건 분명 그런 말이었다. 

그렇지만 얄궂게도 나는 확인하고 싶었다. 


알려줘..알려줘, 요시코쨩.


생각해보면 전학왔을 때부터 계속 그랬다. 

도쿄에서 왔다는 꼬리표가 붙어서, 남들보다 배로 주목을 받게 되어 더욱 그랬다. 

생김새가 미인상이고, 

그림실력이 빼어나고, 

피아노를 잘 치고, 

성적이 우수하고. 

그런 칭찬이나 관심은 아무래도 좋았다.

원했던 건 그런게 아니라, 


무대에 설때면 항상 남 모르게 부들부들 떠는 소심한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지. 

새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는게 두려워, 우라노호시의 언덕을 오르는게 괴로웠을 정도로 나약한 자신을 파악해주는 사람이 있는지.

피아노를 다시 치는게 내게 있어서 힘든 일이라는 걸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지. 

내가 연주할 때 가만히 귀기울여 듣고, 솔직한 감상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그런 걸 알아봐주는 사람을 원했다.


중학교 시절에도 그런 진짜를 원했던 것이다.


알려줘.


가끔 얽혀오던 호감의 시선을 잊지 않고 있었기에, 나는 요시코쨩에게 되묻는다.

어쩌면 요시코쨩이라면 진짜가 아닐까. 

타천사라는 컨셉을 통해, 자신의 싫은 면까지도 인정하고 더 나아가 진짜 자신을 드러내고 살아가는 그녀라면. 

그런 일말의 희망이 입술을 부추겼다.


..알려줘.


내 계속되는 외침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던지 요시코짱의 얼굴은 놀라움으로 물든다. 

정리하던 물품을 그대로 두고 경단머리가 다가왔다.


「다, 당연하잖아. 나 같은 거랑은 비교도 안된다고.」


요시코쨩은 당황한 상태로 오히려 나를 진정시키려 애쓴다. 

그러나 마음은 차분해져 갈 줄을 몰랐다.


그래?


「..리코선배?..도대체..」


하지만 그게 아니야. 단순한 긍정으로는 증명되지 않아. 다음 말이 필요해. 하고 내면의 나는 그 다음 것을 요구한다.

Aqours에 들어와서 치카쨩 그리고 멤버들로부터 이미 내 존재의 무게를 몇 번이고 확인했었지만, 지금 다시 확신하지 않는다면 이대로 나는 사라질 것 같았다.  

그래서 기다렸다. 요시코쨩은 한 마디 더 해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했다.



「...」



그러나 요시코쨩에게서 돌아오는 건 아까와 똑같은 곤란한 표정.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은 나오지 않는다.


미안, 방금 건 잊어줘.


조용히 건반뚜껑을 닫는다. 요시코쨩보다는 나에 대해서 실망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자신은 요시코쨩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면서, 알아주려고 하지 않으면서 나는 뭘 강요하고 있는 걸까. 시골소녀가 어쩌다 갖게 된 동경의 감정일 뿐이라며, 요시코쨩을 피해온 주제에.

고개를 숙이고 요시코짱의 앞을 걸어나간다. 어쨌든 여기에 있을 수는 없었다. 요시코쨩도 만류할 기색은 없어보였다.


「나는 모르겠어.」


그 순간 요시코쨩이 입을 열었다.


「나, 중학교 때 반에서 고립된 햇수가 길어서, 남을 관찰하는데는 꽤나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항상 모르겠어. 리코선배가 뭘 원하는지.」


등 뒤에 있는 요시코쨩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그게..말로 하지 않으면 모를 수 밖에 없잖아. 그건 오래 사귄 소꿉친구도 안되는 거라고. 타인이잖아.」


 

요시코짱의 음성은 흔들리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리코선배가 신경쓰여서..그..잘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리코선배는 내가 없는 부분들을 잔뜩 갖고 있어서.」 


요시코쨩의 말을 듣는 나의 몸도 떨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리코선배가 진짜로 바라는게 뭔지 알고 싶었어. 

  내가 그걸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는 지를, 계속..알고 싶었어.」 


이 세상에 완전한 이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모를 정도로 어리숙하지는 않다. 

자신이 바라는 게 그런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제 선배 자신에 대해서도 말해주면 안돼? ...서로 터놓고 알아가려는 걸로는 안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으니까,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요시코쨩은 나에게 말을 건넨다. 시선을 부딫혀 온다.

멀리 도망가는 나를,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천천히 따라 걷는다.  

그렇게 타인과의 관계에, 빨간펜으로 빗금 쳐 경계를 미리 정해 놓는 나를, 요시코쨩은 살며시 두 줄을 더 그어 삼각의 마법진으로 바꾸어 놓는다.

요시코쨩과 있었던 그간의 일들이 무겁기만 한 동경이 아니고, 나를 향한 배려와 마음의 노력이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하기 시작하자, 내가 중학교 때 이후로 써왔던 색안경이 조금씩 벗겨지는 것 같았다.


「우리, 진짜 친구가 될 수 없을까?」


그렇다면, 괜찮은 것일까.

크기는 달라도, 서로 의존적 요구를 공유하는. 

품은 마음의 무게는 다를지 몰라도, 일방적인 무거움이 아닌. 

그런 관계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리코선배...」


고민 끝에 요시코쨩을 마주보려 뒤로 돈다. 

요시코쨩은, Aqours의 멤버로 맞이하기 위해 요시코쨩네 집 앞에 다 같이 갔던 날 봤었던 표정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실망에서 체념으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걸친 그 얼굴에, 한참 예전에 전해야 했었던 말을 이제라도 전해야겠다고 마침내 마음을 먹었다. 


요시코......아니 타천사 요하네쨩.


「네, 넷!」


진짜 이름으로 불릴 것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긴장 속에 나온 대답과 동요로 흔들리는 눈. 

그러나 이윽고 똑바로 마주해오는 눈동자를 보며, 신중히 표현을 골랐다.


당신과 계약하고 싶습니다.


「네...에?」


당신과...'진짜'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일순 당황했던 요시코짱의 표정은 곧바로 기쁨으로 울먹울먹해져 간다.

친해지고 싶다는 순수한 감정을 오랫동안 무시해왔다는 미안함에, 서둘러 요시코쨩의 손을 움켜잡았다. 


「아..아.」


붙잡힌 요시코쨩의 손이 미세하게 떨린다. 파르르하고 내 팔도 진동했다.

진동을 따라 온기가 넘어왔다. 

넘어온 온기는 몸을 통과해 천천히 마음에까지 다다른다. 


「정말로..?」


..응.


「...그럼, 리코선배 잘 부탁합니다.」


..응!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끼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려 도달한 것 같았다.






 


 

그래서 뭔데, 이 모임?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평일의 방과 후. 요시코쨩과 음악실에서 단 둘이 만났다.


...Guilty Kiss의 신곡을 만드는 모임?


데자뷰처럼 느껴지는 말을 입에 담으며, 뭔가 바뀌었는데 하고 머리를 굴렸다.  


「아니, 리코선배의 타천명(진짜 이름)을 위한 모임.」


그런 모임 들은 적 없어.


「지금 처음 말한 거니까, 자 이거.」


요시코쨩이 건네주는 종이를 받아들었다. 종이 위에는 번호와 함께 다양한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진짜로 하는 거야?


「언제까지 리코선배라고 부르고 싶지 않다고.」


리코..쨩으로 괜찮잖아.


「...다른 사람이랑 똑같은 건 싫어.」


냉정하게 딴죽을 거니, 요시코쨩은 계약의 특권이니 뭐니 하며 억지를 부린다. 특권을 주장하면, 먼저 계약해달라고 말을 꺼낸 건 나였으니까 잠자코 따를 수 밖에. 

평소에도 루비쨩을 리틀데몬 4호라고 부르는 것이 생각나서, 그런 걸 붙여보려는 건가 싶어 종이를 읽어내려갔다.


이 중에 하나를 골라야 해?」 


「응.」


무려 444가지나 되는 후보군. 

그러나 끝까지 읽어볼 필요도 없이, 요시코쨩의 작명센스는 절망적이었다. 나의 코드하고는 많이 어긋나 있었다.


여기서 추천하는 이름은?」 


「전부.」


..그거 참 도움되네.」


뒷장까지 빽빽한 단어들에 맥이 풀린 나와 달리, 요시코쨩은 자신만만하게 팔짱을 낀다. 


너무 많아.


400가지가 되는 이름들을 어떻게 다 생각했을까. 50번때까지 읽는데도 꽤나 지친다. 

단지 읽는 것에 이렇게 힘이 든다면, 구상하는 건 더 어려웠을텐데. 시간도 굉장히 오래걸렸을텐데.


정말 전부 추천하는거라면 근거를 보여줘.


「근거?」


요시코쨩이 많은 시간을 들였다면, 나 역시도 대등한 시간을 들여 적합한 이름을 찾아내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 혼자서 하는 건 싫으니까. 

그리고. 

내면으로도 연결될 수 있는 소중한 사람을 이미 찾아냈으니까.



일일히 다 생각해온거지? 이 많은 이름을 전부...내 생각하면서?


「아...응.」


그럼 같이 고르자.


그러니까 일부러 요시코쨩의 곁으로 다가간다. 


욧쨩이 불러줄 이름이잖아.


「요, 욧쨩?!」


지금까지 요시코쨩이 내게 와준 것 만큼, 이제부터는 내가 다가갈 차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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