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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SS] 마음의 형태 - 6
글쓴이
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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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1-24 13:5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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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형태


프롤로그 : 네 가지 색 프리즘(전편)

요우, 거리

치카, 형태


- 요시코, 방향(전편후편)

- 리코, 연결(전편, 후편)

- 에필로그 : 네 가지 색 프리즘(후편)






--------------------------------------------------------------------------




「사쿠라우치 선배, 괜찮다면 이걸.」


...이건?


건네진 것은 분홍색의 편지.


「지금 꼭 답을 들려주셔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아,..저기.


그럼 이만이라는 말을 끝으로 도망치듯 사라지는 하급생. 가볍게 규칙적으로 복도를 울리는 발소리에 마음은 무거워진다.

저 감정은 뭘까. 강하고도 올곧은, 일방적인 방향의 감정. 나를 향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내 뒤로 비치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에 나는 자문했다.

대답은 물론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남의 생각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온전한 이해가 존재하지 않을텐데, 하물며 같은 학교의 학생이라는 접점 만이 있을 뿐인 그녀를 내가 판단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녀 역시 나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과거도, 지금도, 아무 것도. 

외모, 성격 같은 것보기 만을 보고 멋대로 알았다는 기분이라도 된 거라면, 사양하고 싶다.

그리고 사람 간의 관계가 모두 그런 종류의 것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영원히 혼자인 채가 좋다.






연결



 





요우짱이 뭔가 시큰둥해.


시큰둥?


점심시간을 앞둔 우라노호시의 어느 날. 책상에 엎드린 치카쨩이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요우쨩은 마침 매점에 빵을 사러 간다고 자리를 막 비운 참이었다.


응, 요즘 내내 그러기는 했는데. 어제는 좀 더 심해서 말이야.


구체적으로 어떤 식인데 하고 물어보면, 그다지 확실하지 않지만 하며 눈 앞에 소녀가 입을 연다. 

그 활발하던 치카쨩이 무언가를 떠올리려는 듯 눈동자를 굴리는 것이 귀여워, 책상 위에 교과서를 치우다 말고 귀를 기울였다.


왠지 기운이 없달까. 나른해져 있달까.


그 설명은 지금 치카쨩을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우웅..이건 전적으로 요우쨩 탓이니까.


전에 없던 거리감을 느끼는 거 같다고 덧붙이며 완전히 고개를 옆으로 눕히는 Aqours 리더의 고개를 따라, 바보털도 시무룩하게 쓰러졌다. 주인의 상태를 대변하려는 듯, 축 쳐지는 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난 잘 모르겠던데. 치카쨩의 착각 아닐까?


그런가아?


..아닐 수도 있지만?


크게 생각할 것 없이 답을 낸다. 두 사람이 함께해온 시간들을 넘을 수 없는 내가 짜낸 최선의 대답은 어차피 그게 다였다. 

요우쨩은 보이쉬한 외견에 반비례해서 알맹이가 여자애스러우니까, 치카쨩이 이상하게 느끼는 시점에서 뭔가 고민이 있는 것은 확실하겠지만. 

요우짱이 고민하고 있는 걸 안다 하더라도 그 내용에 대한 것은 나로서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부분이고, 설사 보인다 하더라도 치카쨩이나 요우짱의 도움이 되기는 어려울테니 함부로 넘겨짚는 것만 피하자 싶었다.


리코쨩은 그런 일 없었어?


응?


오토노키자카에 다닐 때 말야. 친구나 주변사람이 갑자기 이상해졌다거나, 뭐 그런거.


빙글빙글 책상에 얼굴을 굴리던 치카쨩이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지금 질문 꽤 똑똑하지않아? 오토노키자카의 일상도 알 수 있고 하고 중얼거리며 자화자찬만 안했어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참이었다.


글쎄..?


오호? 잡히는게 있으신가봐요?


입은 히죽히죽 웃고 있는데 묘하게 가늘어지는 눈초리가 왠지 기분나쁘다. 그래서 깔끔하게 무시하고 책정리를 이어나갔다.  


없었습니다. ...애초에 변화를 알아차릴만큼 가깝게 지내는 사람도 없었고.


에에~? 재미없게시리.


치카쨩이 뭘 상상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도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사람 간의 심리적인 거리감이 누마즈처럼 가깝지 않으니까.


도쿄에서는 리코쨩의 좋은 점을 알아채지 못했다는건가.


이렇게 예쁘고, 피아노도 잘치는데하며 손가락을 잡아오는 치카쨩. 

그 칭찬이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바람에 뺨이 조금 굳어지는게 느껴졌다. 

행여나 치카쨩이 변화를 알아채지는 않았을까. 바로 입술에 미소를 띄우며 손을 내뺐다.


그보다 요우짱 일로 도와달라고 하려고 이야기 꺼내지 않았어?


아..근데 뭐 도움까지는 필요없어. 그냥 푸념. 다른 사람이 보는 요우짱은 어떤가 궁금하기도 했고.


말해놓고도 멋쩍은지 치카쨩이 교실을 한 번 둘러본다. 요우짱은 아직이다.


..요시코쨩에게도 물어보면?


요시코짱?


요우쨩이랑 마지막 정류장까지 버스타고 하교하는 사람은 요시코쨩이니, 다른 점들을 알 수 있을거라 생각해.


과연 그런 방법이... 리코쨩은 머리도 좋네?


짝하고 손바닥을 부딫히는 치카쨩. 콧김이 거칠다. 치카쨩 본인은 모르겠지만 요우짱의 일만 되면, 평소보다 더 흥분한다는 증거였다. 

소꿉친구라는 거, 꽤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가벼운 부러움이 일었다.

헤헤하고 웃는 치카쨩의 표정에, 그럼 한 건 해결인가 싶어 정리한 책을 들고 일어서려는데.


도와줄꺼지, 리코쨩?


..응?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더 가까운 시골 사람의 손에 도쿄사람은 스커트를 잡히고 만 것이었다.






 



「그래서 뭔데, 이 모임?」


방과 후, 우라노호시의 음악실. 1학년의 요시코쨩이 치카쨩이 건네는 종이를 받아들자마자 물었다.


신곡을 만드는 모임?


피아노 앞에 앉아 조심스레 추측을 하자 치카쨩이, 아직도 그걸 모르고 있어 라며 종이에 이어 펜을 요시코쨩에게 나눠준다. 

설명은 딱히 곁들이지 않았으면서 태연했다.


「그런 건 보면 알아. 내 말은, 왜 인원이 이게 다냐는 거야.」


3학년은 다이아씨의 학생회 모임을 돕느니라 바빠.


「요우쨩이랑 리틀데몬 4호는?」


루비쨩은 쿠로사와가의 중요한 심부름이 있다고 하던데? 요우쨩은 수영부에 얼굴만 비추러 갔고.


「듣지 못했어.」


현재 참가인원은 치카쨩, 요시코쨩 그리고 나 세 사람뿐. 

확실히 Aqours의 모임치고는 상당히 적은 인원수다. 원래는 1학년과 2학년이 함께 신곡을 구상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루비쨩은 의도치 않게 댁에 중요한 일이 생겨서 다이아씨를 대신해서 가버렸고, 문학소녀 하나마루쨩은 도서실에 새로 들어온 책을 정리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 상황이었다. 

그리고 요우쨩에 이르러서는 단순히 수영부에 다녀오는 것이지만. 

그런 것 치고 최근 요우쨩은 수영부에 자주 간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래서 결국 세 명뿐인 음악실. 시간이 지나면 하나마루쨩도, 요우쨩도 돌아오겠지만 일단 지금은 이 셋이었다. 


헤헤, 루비쨩 마루쨩이 없어서 쓸쓸하구나, 요시코쨩?


「하아? 딱히. 그냥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안그래도 사람이 적어 다소 넓게 느껴지는 음악실을 우리는 하필이면 흩어져 있었다. 

건반 앞에 앉아있는 나, 칠판 앞에서 쵸크를 든 치카쨩, 마지막으로 요시코쨩은 피아노와 가까운 창가 쪽 의자에.

대화소리마저 메아리칠 듯한, 어색한 거리감이었다. 


그럼 지금부터 요시코쨩이 쓸쓸하지 않게 하기 위해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정중한 어투로 말을 마친 치카쨩이 하얀 쵸크로 칠판에 크게 글씨를 적는다. 

일동 관심 집중. 

한 자씩 새겨질때마다, 따닥하고 소리가 크게 울렸다. 소리가 다 멎었을 때 즈음에는, 칠판에 '가사도우미'라고 적혀 있었다. 

가사도우미라는 직업에 비유한 발상이 귀엽다고 생각했다.


우선 나눠준 종이를 읽어줘. 하나마루쨩이랑 써온 가사야.


신곡? 이미 가사가 있어?


응, 내가 1차적으로 돕긴 했는데, 마루쨩이 모두에게 물어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수정을 좀 해볼까 하고. 참고로 요우짱이랑 카난쨩, 루비쨩에게는 이미 보여줬어.


의견을 받겠다고 했지만,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아하니 치카쨩은 가사가 퍽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있다가 보라며 치카쟝이 엎어 놓은 상태로 나눠 주었던 종이를 뒤집었다. 하얀 종이 위에는 길게 파란색의 활자가 줄지어 내려가고 있었다. 

천천히, '빛이 되자. 미래를 비추고 싶어.' 로 시작하는 가사를 읽어 내려갔다.

다음 줄로 넘어갈 때마다, 한결같이 미래를 그리는 마음이 희망차게 느껴지는 노래였다.


「알 것 같네. 이 we say 요소로, 치카쨩이 넣은 거지?」


치카쨩은 쑥스러웠는지 대답 대신 살짝 웃어보였다. 정답을 알리는 미소에 요시코쨩도 푸훗 하고 짧게 코웃음친다.

쌩뚱맞은 소리를 잘 하기는 해도, 타천사쨩의 눈은 보기보다 날카롭다. 이해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기도 하다. 예술가, 아니 그보다 비평가의 눈 같은.

이 가사들을 들여다 봤을 때도, 어쩌면 나보다 다양한 감정들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르겠다.   


「음.」


요시코쨩에게서 떼지 못했던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요시코쨩이 고개를 돌린다. 그 타이밍에 맞추어 나도 빠르게 피아노로 눈길을 옮겼다. 어떤 음정이 어울릴까 고민하는 척을 하며 건반을 아무렇게나 눌렀다. 


오?! 그 음정은 좀 튀지 않아?


당황함이 앞선 상태에서 손을 놀렸기 때문인지, 약간 들뜬 멜로디가 흘러나와버리고 말았다. 근데 그것도 좋다하며 말하는 치카쨩. 놀랐다는 걸 숨기려 그 위에 덧붙였다. 


누구씨가 가사를 늦게 줘서 그런지도?


아..미안! 리코쨩한테 먼저 넘겨줬어야 했는데.


사실은 그런게 아니었지만, 엉뚱하게도 치카쨩이 죄를 뒤집어쓴다. 

치카쨩에게 '미안'하고 가슴 속으로 사과를 했다.


「...요-소로를 넣었으니 배도 가사에 넣어보면 어때? 배가 나아간다는 식으로.」


오! 그거 괜찮겠다. 메모메모.


요시코쨩은 손으로 볼펜을 돌려가며, 아무렇지도 않게 내 실수를 덮는다. 

거기에 어떤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중학교 때의 경험으로 진즉 알아채고 있었지만, 요시코쨩의 경우는 그저 착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배가 나아간다라...됐어.


「그리고 이 부분에서 '동경을 가슴에 품는다'는 가사는 조금 뜬금 없지 않아? 위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해.」


오오! 나도 그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좋아좋아, 요시코쨩 잘 해주는 걸.


동경. 그건 먼 옛날의 기억.

내가 아닌 내 그림자를 향해 쏟아지는, 영양가 없이 그저 달기만 한 박수갈채. 장식만 화려한 선물상자.


또 어떤게 들어가면 좋을까. 리코쨩은 어때?


하나마루쨩의 가사는 전반적으로 훌륭해서 흠 잡을 데가 없는 걸. 난 음정 잡는 데 집중할게.


나도 같이 쓴거라구?


응. 치카쨩도 대단해. 의지가 되네.


예를 들면, 이런 내용물 없는 칭찬. 그저 표면이 고급스럽게 코팅되어 있을 뿐인.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허무함으로 가득한 마음의 부딪힘. 


헤헤. 그럼 작곡 부탁할게, 리코쨩.


응.


그러니까 처음부터 좀 더 내용물이 있는 무언가를 바라는 건 쓸데없는 고집이다.


그럼 요시코쨩, 이건 어떻게 생각해?


「으음, 안보여. 잠깐만, 그리로 갈게.」


다시 한 번 고민하는 척, 두 사람의 대화를 BGM삼아 옛 기억 속에 빠져들었다.









오토노키자카 중학교의 건물 맨 윗층 끝에는 음악실이 있다. 

맨 꼭대기 층에 따로 떨어져 있어서, 유독 춥고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이다.

오토노키자카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어 결이 거칠어진 나무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쪽으로는 문을 똑닮은 빛깔의 S사 피아노가 있다. 

대대로 선배에게서 후배로 물려지며 사용되었을 피아노. 이번 해에 전통적인 그 피아노를 주로 사용하는 건, 졸업반인 나였다. 

심지어 도쿄에서 열리는 음악콩쿨에, 오토노키라는 유서 깊은 음악 학교의 대표로 참가하기로 되어있었기에 방과후면 음악실에 접근하는 음악 특기생 학생조차 거의 없었다.

주로 사용이라지만, 독점에 가까웠던 것이다. 콩쿨 날짜가 가까워짐에 따라, 하루 네, 다섯 시간씩 홀로 연습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렇다고 음악실에 관객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다. 오로지 나와 피아노가 있어야 할 이 공간에는,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같은 유명한 분들의 초상화 뿐만 아니라, 콩쿨에서 오토노키의 이름을 빛냈던 역대 졸업생들의 수상 사진 또한 걸려 있었다. 


연습이 때로 지루할 때, 음악실 벽을 차지하고 있는 역대 수상자의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천재였다면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다. 

졸업생들 중에는, 한 번 들은 곡은 어떤 곡이든지 바로 연주해 낼 수 있다는 불세출의 천재 '니시키노 마키' 선배같은 학생도 있었고,

독일의 유명 교수가 직접 공을 들여 데려가고자 했던 선배도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게다가 작년만 해도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선배가 있어서, 학교 측에서 은근히 나에게도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았다. 

입상 경험도 몇 차례나 있었지만, 그런 일화를 들으면 나는 주눅 들곤 했었다.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음악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싸워나가는 것이 점차 버거워졌다.  

그럴 때에 그 아이는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사쿠라우치 선배. 오늘도 열심이시네요.」


안녕, 그러니까...


「쿠로카와에요.」


문가에서 내 연주를 훔쳐보는 단정한 앞머리의 여학생. 

조용히 듣고 있다가, 연주를 마치면 불쑥 들어와서 인사를 하고 가는 한 학년 아래의 후배. 

자신을 쿠로카와라고 소개한 2학년 학생은, 어느새부턴가 거기 있었다.


미안, 쿠로카와양. 내가 원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서.


「괜찮아요. 그럼 힘내세요.」 


음악실에서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걸어와, 언제 처음 그 아이를 알게되었는지는 모르겠다. 계기가 뭐였는지 전혀 기억나질 않았다.

인사를 마치면 그녀는 사라졌다. 불필요한 말을 걸어온다거나 질문을 한다거나, 하다 못해 연주에 대한 칭찬이라던가, 전혀 없었다. 

그저 음악실에 와서 훔쳐보고, 내 시선에 걸리면 인사하고 아니면 내가 알아봐 줄때까지 인사하고. 그리고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 신경이 쓰였다. 하루는 내가 인사 뒤에 일부러 말을 이어가려고 하자, 갑자기 생각난 용무가 있다며 달아나버렸던 적도 있었다.

그 아이는 뭘까. 내 피아노연주의 팬? 아니면 단순히 내가 음악실을 독차지하는게 싫은 걸까.

궁금한 점은 많았지만, 어쨌든 나는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이 기뻤다. 박수소리는 없어도 그녀는 제대로 된 관객이었다.

홀로 고독하게 연습을 하던 음악실도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 이상, 늙은 베토벤과 천재들에게 감시 당하는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연습도 탄력이 붙어 즐거워졌다. 그래서 때가 오면, 그 아이에게 고맙다고 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본인이 방해하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인지, 그 아이와는 여전히 말을 섞을 수 없었지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토노키 중학교에서의 마지막 학기인 3학기가 시작하고 의문이 쌓여가던 2월의 날, 

쵸콜렛 냄새가 달콤하게 풍겨오는 그 날에, 나는 그 아이로부터 직접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좋아합니다'로 시작하고 있었다.


「전 사쿠라우치 선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요.」


「선배는 귀엽고, 총명하셔서 저희 후배들에게는 이상적인 귀감이세요.」


「하교하여 집에 돌아가실 때, 언제나 버스의 맨 앞자리에 앉으셔서 창문 밖을 쳐다보시는 우수어린 표정도 멋지세요.」


「피아노는 잘 모르지만, 사쿠라우치 선배가 연주해주시는 곡이라면 뭐든지 좋아요.」


「요즘 복도에서 무언가를 고민하고 계시는데, 어울리지 않으세요.」


등의 문장이 적혀있는 편지였다.


(이건 누구..?)


찬양과 지시사항 일색인 편지를 다 읽었을 때, 나는 두려워졌다. 

살면서 남에게 그렇게 과한 칭찬을 들어본 적도 없었고, 편지 안에서 묘사하고 있는 내용 또한 내가 알고 있는 나와는 판이했다.

버스나 복도를 예시로 쓴 걸 보니, 음악실과 교내 그리고 하교길에서마저 스토킹당했던 것 같은데, 그녀가 열의를 다해서 관찰하고 있는 건 분명 내가 아니었다.

애초에 나와 그 아이는 대화라고 할 만한 것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나에 대해 무엇을 안다고.


(아니야.)


가짜. 

가짜다. 

그녀가 사모하고 있는 대상은 가짜다.

내가 음악실에서 연습을 하며 느꼈던 기쁨도 가짜였다. 모두 신기루 같은 환상이었다.

괴로움이 계속 되는 나날 속에 나를 알아봐 주는 누군가가 있었으면, 그 사람이 내 음악을 이해해주었으면 하는 일방적인 바람이 불러온 환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야.)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편지를 찢었다.

꽃피는 3월도 아닌데, 분홍색의 종이조각이 벚꽃잎처럼 흩날렸다. 

그러나 이 분홍색에, 봄의 애절함은 없었다.


(아니야.)


그리고 그 이후, 환상을 기대한 댓가로 나에게는 긴 겨울 같은 슬럼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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