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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재업][물갤문학][요하리리]취미생활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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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566352
  • 2017-12-16 17:10:38



갤 터졌을때 날아갔던거 다시 재업함


그때만 해도 요하리리는 거의 애니에선 죽은 커플링이었는데 2기에서 이렇게 살아나서 기쁘기 그지없다 ㅠㅠ


요하네도 리리도 둘다 취미가 취미다 보니 그쪽 떡밥으로 이어질 거라 생각하고 글 썼는데 


설마 애니에선 라이라프스로 이어질 줄이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동인지의 정의는 복잡하다. 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프로가 아닌 사람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작품 혹은 장르에 대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서 마음이 맞는 이들끼리 서로 공유하거나 사고팔거나 하는 것들을 통칭하는 말일 것이다. 다만 많은 이들을 신경써야 하기에 여러가지로 제한이 붙어있는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동인지는 주로 같은 성향의 이들끼리 즐기는 경우가 많기에 좀더 취향의 극단에 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만큼 소위 동인 활동을 하는(만드는 것은 물론 소비하는 행위까지 포함된) 사람들의 경우 자신과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매우 기뻐하는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밝히기 힘든 취미인데, 자신이 선호하는 장르가 아주 '약간' 특수해서 동인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일반인들이 쉽사리 상상하기 힘든 것을 선호하는 사람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그런 경우 비슷한 동지를 주위에서 찾고 싶다는 심정과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취미를 알리고 싶지 않다는 모순된 바램이 동시에 발생하여 고민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물론 정말 희안하게도 가끔 딱히 신호를 보내지 않아도 서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감지하고는 '아! 이 사람 분명 나랑 동류의 사람이다!'라는 것을 느끼고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이런 서로에게 행복한 전개가 흔하지 않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아쿠아의 멤버이자 작곡담당인 '사쿠라우치 리코'의 경우 역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른바 '벽꿍하기 좋은 벽'을 감별할 정도의 어마어마한 동인녀인 그녀이지만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몇번 정도 아슬아슬하게 들킬 뻔한 적도 없던 것은 아니지만 치카를 너구리 얼굴로 만들어 버리면서까지 자신의 비밀을 지켜올 정도로 어떻게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애쓰고 있기 때문. 치카가 리코와 같은 동인녀였다면 아슬아슬하게 들킬 뻔한 상황에서 이미 리코의 취향을 파악했을 것이다. 즉, 이미 행복한 전개는 물 건너 갔다는 것. 어떻게든 비밀을 지켜야만 하는 경우가 되어버렸다. 리코에게 있어서는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고민들을 하며 리코는 한숨을 내쉬었다. 손에 잡혀 펼쳐져 있는 동인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같은 취미의 친구라던가 하는 것은 이전에는 그다지 하지 않던 고민이었다. 공부도 그렇고 취미는 물론 음악 활동도 주로 혼자서 해오는 성격이었기에 그저 '취미 이야기할 친구가 있으면 좋겠네~. 없어도 상관없지만.' 정도의 고민만 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곳 누마즈로 이사온 이후 여러 사람들을 만나게 된데다가 함께 할 '아쿠아 멤버'들을 만나게 되면서 누군가와 함께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된 후 생각이 바뀐 모양이다. 물론 생각이 바뀐 만큼 주위 상황도 같이 따라오면 좋겠지만 항상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중 리코의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여보세요? 요시코쨩?"


"히, 히잌! 아, 응 그래. 나, 나야..."


저번에 리코가 치카의 폰으로 전화를 걸었을때도 도망갔던 요시코는 이번에도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자기가 걸어놓고는 자기가 놀라는 것은 아무래도 좀 실례같긴 하지만 그게 또 요시코 다워서 좀 귀엽기도. 반대로 전화를 걸거나 받을때도 '타천사 요하네야!' 같은 당당함을 보여주는 것도 나름 재밌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는 리코였다.


"그...리코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괜찮을까?"


"에? 나한테?"


"응...그...그러니까. 그 둘이서 이야기를 좀 하고 싶어서..."


둘이서?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저 말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것일까 혹은 둘이서'만' 하고싶은 이야기가 하고 싶단 걸까? 요시코의 말을 듣던 리코는 엄청난 궁금증에 휩싸여 버렸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물쭈물 거리는 요시코가 너무 귀엽다는 생각도 든 리코는 조금 장난을 치고 싶어졌다. 왜냐하면, 귀여우니까!


"그럼...우리집으로 올래?"


"에? 리코 집으로?"


"응! 거기다 옆집에 치카쨩도 있으니까 같이 불러서 놀면 재밌겠는걸?"


"아! 안돼! 치카는 안돼!"


요시코는 리코의 말에 버럭 소리까지 지르며 반대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코는 역시! 라고 생각하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아마 자신의 예상대로 이 타천사 아가씨는 자신과 단둘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어떡할래?"


"그...우, 우리집으로 와!"


"음... 그러지 뭐. 갈게."


"엣?! 바...바로 승락한거야? 그 전에, 지금 바로 올거야?"


"응. 마침 잠깐 아침에 어디 좀 나갔다 오느라 이미 씻기도 했고 복장도 아직 외출 갔다왔을때 그대로거든."


"자, 잠깐! 삼십분만 있다가 와! 나 그...그, 준비도 해야되고 머리도 얼굴도 엉망이고 옷도..."


"...어짜피 가는데도 시간이 걸리니까 그동안 준비하면 되잖아? 그리고 도쿄에서 같이 여관에서 묵은 적도 있는데 뭘 그런걸 가지고 부끄러워해."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아...암튼 그럼 근처에 와서 전화하기다...?"


"응 알았어."

.

.

.

리코의 집에서 누마즈 시내(?)근처에 있는 요시코의 집까지는 그리 버스로 오래 걸리지는 않는 편이다. 버스에서 내린 리코는 예전에 멤버들과 타천사 복장을 입고 요시코를 찾아갔었던 기억을 더듬어가며 요시코의 집 근처까지 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약속했던데로 휴대전화를 꺼내 요시코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 응. 나 지금 요시코쨩 집 근처 세븐일레븐 앞이야."


"버, 벌써? 알았어. 마중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


전화를 마친 리코는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새파란 하늘에 떠있는 뭉게구름이 정말 예쁘고 시원해 보였지만 반대로 현재 누마즈의 날씨는 버티기 힘들 정도의 찌는듯한 더위를 뽐내는 중이었다. 계속 구름을 보고 있으니 그 현실과의 차이 때문인지 더 더워지는 느낌이라 리코는 하늘 바라보기를 중단하고는 고개를 내려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시선의 끝에 저 멀리 뛰어오고 있는 요시코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보다 이쪽이 더 시원하네...'


상기된 얼굴로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요시코의 얼굴을 보자 리코는 웬지 더위가 싹 가시는 기분이었다. 물론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그리고 이윽고 리코의 바로 앞까지 도착한 요시코는 더운 날씨에 달렸기 때문인지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헥...헥..."


"요시코쨩도 참...그러게 이 날씨에 그렇게 뛰면 어떻게 해? 더위 먹으면 큰일인데..."


"그...그치만...헥...리..리코가 이 날씨에 밖에서 기...기다리고 있으니까...헥...헥..."


의외의 대답에 리코는 조금 당황했다. 이 더운 날씨에 자신이 오랫동안 기다릴까봐 이렇게 뛰어왔다니. 조금 감동해버리고 말았다. 요시코의 그런 기특한 말에 조금 마음이 흔들렸지만, 할건 해야지 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 리코였다. 그것은 다름아닌...


"히....히야아아아아악!!!!!!!!"


"가만히 있어, 요시코쨩. 이렇게 목 뒤가 뜨겁다구?"


"그! 그렇지만! 너무 차가워!!!!!"


리코는 아까 편의점에서 사둔 반쯤 얼어있는 녹차 페트를 고개를 숙이고 있는 요시코의 뒷목에다가 가져다가 댔다. 그리고 급작스러운 얼음녹차의 습격에 요시코는 당연히 비명을 지르며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봐줄거면 애초에 일부러 반쯤 언 녹차를 사지도 않았을거다.


"그렇게 버둥거려서 땠다 붙였다 할 수록 더 차갑게 느껴진다구? 이! 렇! 게! 계속 대고 있어야 오히려 덜 차가워!"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

.

.

"우우... 진짜 타천해버린 기분이야..."


밖에서 한바탕 난리를 치던 두명은 결국 가게 앞에서 너무 소란피우지 말라며 편의점 사장님에게 주의를 들었다. 그 다음 그 둘은 함께 얌전히 요시코의 집으로 향했다.


"그게 다 요시코쨩이 쓸데없는 저항을 해서 그런건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가만히 있어! 진짜 차가웠다구!"


"그런가~ 지금은 이거 적당히 미지근해서 잘 모르겠는데?"


그야 그럴법도. 요시코가 거의 다리에 힘이 풀릴 때까지 목과 등에다가 녹차를 문질러 댔으니 미지근해질만도 하다. 물론 그 사이 요시코가 곁은 고통은...뭐, 리코의 즐거움과 등가교환 했다고 치면 되겠지.


"우우... 리리 미워..."


"응? 뭐라구?"


"아, 아무것도 아냐! 그보다 여기가 우리 집이야!"


가볍게 투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집앞까지 도착한 모양이었다. 요시코는 번호키를 누르고 문을 연 다음 집안으로 리코를 안내했다.


"실례합니다-"


안내를 받아 집안으로 들어선 리코의 첫 감상은 '꽤 깔끔하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집이 넓기도 했지만, 각종 가구나 집안 물건들이 질서있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저기, 부모님은? 계시면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


"두분 다 오늘은 밖에 나가셨어. 그리고 가방은 이리 줘."


그렇게 대답하며 요시코가 리코의 가방을 받아든 순간 리코의 두 눈이 번쩍임이 스쳐 지나갔다. 요시코는 알 수 없는 불안에 몸을 떨었지만 착각이었겠거니 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물론 그 다음에 이어진 리코의 말은 '그것은 착각이 아니다!'라고 반박하는 듯 했지만... 


"헤에...그럼... 집에는 우리 단 둘.뿐.이구나?"


"...으...응. 뭐 그렇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는 요시코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다. 리코는 이 맛에 다른멤버들도 요시코쨩을 놀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입밖으로 꺼냈다간 '타...타천사는 놀림감이 아니라구우우우!!!' 라며 울고불고 난리가 날지도 모르니 절대 말하지 않았지만.


"그럼 있지...요시코쨩..."


리코는 말하는 동시에 요시코를 향해 한걸음 다가갔다. 그러자 요시코가 한걸음 물러섰다. 리코는 얼굴에 물음표를 띄우더니 이내 두걸음 다가갔다. 그러자 이번엔 요시코가 두걸음 물러났다. 그걸 몇번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요시코는 벽에 몰아붙여져 있었다. 요시코는 벽에 등을 붙이고 몸을 떨며 리코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요시코의 모습에 리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표정이 왜그래? 그리고 왜 자꾸 도망가는거야?"


"그...그게... 리코가 무서운 눈을 하고 나한테 오니까 그렇지!"


"엥? 내가 그랬어?"


"그랬어!"


거참 이상하네. 난 그냥 요시코쨩이 너무 귀엽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가갔을 뿐인데...리코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결론적으로 자기 때문에 요시코가 겁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떨고있는 요시코를 먼저 진정시키기로 했다.


"어... 난 그냥 단 둘이 있으니까 이야기 하기 편하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뿐인데 말이야."


그 말에 일단 요시코는 떠는 것을 멈췄다. 하지만 여전히 눈빛은 조금 경계의 빛이 남아 있었다. 일단 화제를 돌릴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단 둘이서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했잖아." 


리코의 말에 잠시 두눈을 깜빡이던 요시코는 가볍게 자신의 경단머리를 두들기며 아차 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 리코의 페이스에 말려 그 사실조차 잊었던 모양이었다.


"어...응. 맞아. 그랬었지. 그...그럼 이야기 하기 전에 잠깐 마실 것 좀 가져올게. 거기 쇼파에 앉아있을래?"


"응. 그럴게."

.

.

.

"그래서 하고 싶단 얘기가 뭐야?"


리코의 물음에 요시코는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가 뭔가 결심한듯 결의에 찬 표정으로 크흡- 하고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을 잇...지 못하고 사레가 들려 버렸다.


"흐읍~ 쿨..쿨럭! 쿨럭쿨럭!"


"요시코쨩도 참..."


리코는 기침을 하며 힘들어하는 요시코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몇번 두들겨 주고 나서야 간신히 기침이 멎었다. 기침이 멈추고 난 뒤 요시코는 조금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리코는 그런 요시코가 너무 귀여워서 다시 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꾹 참았다. 일단 무슨 말을 할지가 더 궁금했기 때문이다.


"요시코쨩도 참...무슨 말을 하려고 그리 긴장을 해서 사레까지 들려?"


"으...으응...그게 있지. 리코는..."
 

"나는?"


"그...리코는..."


"응?"


"리코는...그... 동인녀지?!"
 

"푸우웁!!!"


요시코의 말을 기다리며 얼음 콜라를 마시던 리코는 순간 말 그대로 뿜어 버렸다. 요시코의 입에서 나온 말이 전혀 예상 불가능한 말임은 물론이고 내용 그 자체도 충격적이었기에. 아니 어쩌면 예상은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들키려면 얼마든지 들킬 수 있는 상황들이 많았으니까. '동인지'의 존재 자체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바로 들키고도 남을만한 일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나마 많은 경우 그 상황에서의 첫 발견자가 둔감한 치카였기에 들키지 않았던 것일 뿐. 일단 리코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며 꼬인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요시코의 말에 대답을 해 줘야 하니까. 하지만 요시코는 그것을 기다리지 않고 추가타를 날려왔다.


"일단... 장르 안 가리고 좋아하는 편이지?"


"...에?"


"딱히 GL 이던 BL 이던 NL 이던 신경 안쓰지? 잡식이지?"


"...에에..."


"벽쾅, 좋아하지?"


"에..."


"거기다 R-1...읍읍읍!!!"


"그건 말하면 안돼에!!!!!!"


결국 폭발 직전의 새빨간 얼굴을 한 리코가 요시코에게 달려든 다음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래도 마지막에 요시코가 하려던 말 만큼은 차마 자신의 귀로 듣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읍읍읍읍읍!!!"


"조, 조용히 해!"


"읍읍~!!!!"


"이...일단 조용히 하면 놔줄게. 알았지?"


"읍!"


요시코는 입을 틀어막힌채 고개를 끄덕거렸고 그것을 확인한 리코는 일단 요시코를 놓아 주고 뒤로 물러나 앉았다. 간신히 신체의 자유를 되찾은 요시코의 얼굴은 어째서인지 엄청 새빨개져 있었다.


"푸..푸하!!! 죽는줄 알았네! 코까지 틀어막으면 숨을 못쉬잖아!!!!!"


"아, 그...미안."


"그, 그리고! 얼굴이 엄청 가까웠다고! 바보리리!!!"


"...리리?"


"앗!"


요시코는 기껏 간신히 자유를 되찾은 자신의 입을 스스로 틀어막았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돌아오지 않는 법. 요시코의 입에서 나온 의외의 호칭에 리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리라니, 자신을 부르는 호칭인걸까. 일단 단 둘뿐이니 아마 그렇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리코는 입을 막은 체 얼굴을 붉히고 있는 요시코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필사적으로 그 시선을 외면하던 요시코는 얼마지나지 않아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응...그러니까... 리리는, 내가 리코에게 붙인 애칭이랄까..."


"애칭?"


"응...그게 말이야. 사실 나, 리코랑 친해지고 싶었거든. 나도 동인지 같은게 좋아하니까. 리코가 그런것들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사실 굉장히 기뻤어. 같이 이야기도 하고, 같이 그런것들 사러도 다니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해서..."


"헤에..."


사실 예측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요시코는 중2병 중증(...)인데다가 인터넷 방송까지 하는 동시에 타천사 코스프레 물품도 한가득 가지고 있다. 동인지를 본다고 해도 딱히 이상할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의문점은 남는다.


"그럼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어?"


리코의 질문에 요시코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요시코도 리코와 자신의 취미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았을 때 바로 말하고 싶긴 했다. 하지만 예전의 기억이 그것을 방해했다. 예전에 중학교 시절 자신이 타천사라고 하고 다닐 때 자신을 보던 학교 친구들의 시선. 괴롭힘을 당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을 볼때 느껴지는 '질린다'는 시선들. 그때는 '역시 타천사인 나를 무서워하네!'같은 생각을 하며 넘기곤 했지만 어느정도 현실을 자각한 지금은 다시는 받고싶지 않은 시선이다.


그런데 리코에게 "리코는 동인녀 맞지?" 라고 물었다고 치자. 만약 정말로 리코가 동인녀(...)라면 상관 없지만, 만약 아니었을 경우가 문제였다. 리코에게 마저 그런 시선을 받는다면 요시코로서는 정말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던 것이다. 그래서 몇개월을 관찰하고 지켜보고 확신을 얻은 다음, 단둘이 있을 상황에서 조심스레 물어본다는 지금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던 것.


이런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난 후, 리코는 올라가는 입꼬리를 진정시키기가 힘들었다. 안그래도 우물쭈물 거리며 말하는 요시코의 모습이 너무 귀여운데 말하는 내용 하나하나도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저런 고민을 하며 몇개월간 머리를 싸매고 끙끙 고민했을 것을 생각하니 진짜 귀여워서 죽어버릴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리코가 그런 생각들을 하며 말없이 가만히 있으니 불안했는지 요시코는 힐끔거리며 리코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아마 이대로 계속 냅뒀다간 불안해하다가 울어버릴지도. 그건 좀 귀엽겠는데?' 같은 생각을 하던 리코는 곧 생각을 머리에서 지웠다. 지금은 일단 대답을 해주어야 할 때다.


"그랬구나...욧쨩."


"요...욧쨩?!"


"응, 욧쨩. 욧쨩도 나를 '리리'라고 불렀잖아? 그럼 나도 요시코쨩에게 애칭 정도는 붙여주고 싶어서 말이야."


"그 말은..."


"응, 나도 욧쨩이랑 더 친해지고 싶어. 음...타천사 컨셉은 조금 힘들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같이 좋아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라면 같이 즐기고 싶으니까 말이야."


"리리..."


요시코는 감동한 눈으로 리코를 바라보았다. 그런 요시코를 리코 역시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봐 주었다. 결국 서로에 대해 재확인 하고 단순히 같은 스쿨 아이돌 멤버 뿐만이 아니라, 취미로 이어진 새로운 관계를 다지게 되는데 성공한 것이다. 


"그럼 욧쨩, 동지가 된 기념으로 말야. 해보고 싶은게 있는데..."


"그게 뭔데?"


"그게 말이지..."


그렇게 몇 시간 후.


"욧쨩...잠깐만 가만히 있어 보라니까?"


"리...리리..."


"가만히 있어봐~ 에잇..."


"리...리리! 그건 너무 두꺼워!"


"후후 괜찮아. 내가 집에 가려면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구? 그리고 더 좋은게 아직 많이 남았는걸?"


"그...그러니까...무리라구..."


"응?"


"오늘 안에 그걸 다 보는건 무리라구!!! 그 책 너무 두꺼운데다가 글자도 많잖아!!!!!"


리코가 매고 온 가방에는 알고보니 동인지가 잔뜩 들어있던 것이었다. 그것도 엄청 많이. 친구의 집에 가는데 어째서 동인지가 든 백팩을 매고 온 것인지는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물론 처음엔 요시코도 동인지들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처음으로 리코와 함께 동인지를 본다는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리코가 어떤 책들을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했었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코의 끝없이 이어지는 해설과 생각보다 많은 양의 책 내용에 어느새 요시코는 질려버렸다. 반면 리코는 점점 쌩쌩해져가기만 했다. 오랫만에 자신의 덕력(?)을 보여줄 수 있는 친구를 얻어서인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기세를 타고 있었다.


"에, 그치만 봐봐. 이거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러스트에 나오는 이 손의 위치가 중요하다니까. 이 절묘하게 턱을 잡는 손의 위치! 그리고 벽을 짚는 각도! 이게 포인트야! 듣고있어 욧쨩?!"


"이...이제 그마아아안...!!!!!!!"


하지만 리코는 요시코의 부모님이 돌아오실 때 까지 설명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날은 요시코의 집에서 자고 다음날이 되서야 집에 돌아갔다고 한다. 그리고 한동안 요시코는 어째서인지 벽돌로 된 벽만 보면 '각도...각도가아...'라고 하며 허옇게 질린 얼굴을 보여주었다고...


-완-

김즈라 선츙 2017.12.16 17:18:15
캉캉 아조씨 만사마로 돌아와줘ㅠㅠ - dc App 2017.12.17 00: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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