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때는 지난 달 18일.

나는 혼자 물판 줄에 서있었다.

원래 같이 가기로 한 친구가 있었지만

3일 전에 지진이 나서 수능이 연기되었기 재수생이던 친구는

안타깝게도 표를 취소했다.

혼자 줄을 서려니 굉장히 심심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것은 역시 매서운 추위.

영하의 날씨에서 세시간을 넘게 서있다 보니, 손과 발이 꽁꽁 얼어버렸다.

그 때 근처에 서계시던 분이, 핫팩 하나 없이 얇은 패딩으로 추위를 버티고 있는 나를 보았는지

사용하지 않은 핫팩을 하나 건내주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고 하는 날씨에, 본인이 하나 더 사용해도 모자를텐데

아무것도 없이 추위에 떠는 나에게 베풀어 준 것이다.

역시 러브라이브의 럽&피스 정신은 대단하구나 하면서

꽁꽁 얼어버린 손가락을 녹이고 있을 즈음

하늘색 손잡이를 가진, 긴 물건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게... 혹시 내한블인가?'

입럽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블레이드는 잘 몰랐지만

라이브에 필수적인 굿즈라는 건 알았기에, 너무나도 탐이 났다.

원래 브로마이드와 후드만 사려고 했지만

점점 내한블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블레이드를 발견한 이후 다른 굿즈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과연 저 블레이드를 사야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블레이드를 하나 가져왔는데, 5만원이나 주고 저 블레이드를 사는 것이 맞을까?

나는 여태까지 라이브뷰잉도 한번밖에 안 가봐서 콜도 완벽히 모르는데

블레이드가 두개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고민을 하며 무심코 가방 속에 손을 넣었다.

나의 하나뿐인 블레이드, 루미에이스2가 손에 잡혔다.

손끝에 남아있는 차가운 기운에 감각이 사라져 있었지만

블레이드에 닿는 순간 온 몸의 감각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당장이라도 블레이드를 꺼내 콜을 넣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굿즈를 산 사람들 중엔 양 손에 블레이드를 들고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콜 연습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예, 혼자 5개는 거뜬히 넘어보이는 블레이드를 들고있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저것이 진정 러브라이버란말인가...

궁금했다. 나도 쌍블을 들면 저들처럼 자유자재로 콜을 넣을 수 있는 오타쿠가 될 수 있을까?

난 물블도 아니고 루미에이스에 아쿠아 필름 붙인거 한 개가 전부인데...

어느새 내 차례가 다가왔고, 우선 브로마이드 3 장을 주문한뒤 굳은 결심을 하고 말했다.

"블레이드 5만원이죠?"

"네"

"두 개 주세요."

"두 개 주세요."

"두 개 주세요."

"두 개 주세요."

"두 개 주세요."

.

.

.

수능때문에 오지 못한 친구의 몫까지, 블레이드 두 개를 주문했다.

굿즈를 판매하던 직원도,

내 옆에서 아쿠아 클럽을 살지 고민하던 학생도,

그토록 원하던 브로마이드를 샀는데 손이 얼어 제대로 뜯지 못하고 있던 러브라이버도

다 날 쳐다봤다.

아뮤즈 직원은 결제 가격이 9천원에서 10만 9천원으로 급 상승한 것에 기쁘셨는지

더욱 친절해진 목소리로 결제 해주셨다.

나의 한달치 용돈이 그 자리에서 날아갔지만

그 추운 겨울날,

꼼짝 않고 몇시간 동안 줄을 서있던 의지의 러브라이버들에 대한 존경심과

나에게 핫팩을 준 착한 러브라이버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그 추운 날에도 친절을 잃지 않고 일하던 아뮤즈 직원의 미소.

이 모든 좋은 추억을 갖게 해준 내한블에게 아쉬움은 없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지금.

하코다테 통판 구입때문에 판매합니다.

내한 당일에 사용 이후 한번도 안 썼습니다.

데이드림때 박수 콜도 안 넣어서 하자 없습니다.

5만원에 구입한거 3만원에 판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