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이번 화 보면서 쥿키에 대한 답답함을 느낀 갤러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예고편에서 마리나 3학년 단독 에피인 것처럼 해놓고 이렇게 만들어버려서 그런 것 같긴 한데, 내 생각은 조금 다름. 이하의 내용은 어디까지나 내 뇌피셜이다.

이번 화는 단순히 마리 단독에피라기보다는 러브라이브 우승이라는 꿈에 대한 모멘텀을 유지시키고자 한 이야기였다. 이미 탈락해버린 라이벌 성설에게 특훈을 지도해달라고까지 말해 굳이 소환해서는 폐교 예정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3학년들 모두 졸업하게 되면 다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면서 러브라이브 우승에 대해 목표의식을 뚜렷하게 만드는 거지.

우승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결정된 폐교, 졸업하면 더는 곁에 있을 수 없는 3학년들, 탈락해버린 라이벌. 러브라이브라는 무대에 대한 모멘텀을 잃게 하는 요소들 속에서도 별을 찾으러 갔던 3학년들의 어린 모습과 지금의 아쿠아 9명의 모습을 오버랩 시키면서 반짝임을 찾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거지. 이 동력을 잃으면 이야기는 더 이상 진행될 수 없으니까.

물론 이 장면은 좀 과하게 모멘텀을 불어넣으려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이 두 장면은 저렇게 별을 찾으러 가는 길에 뜬금없이 먹구름이 잔뜩 끼어 비가 내리는 하늘에서 별을 봤다고 외치는 치카의 모습인데, 별이 보인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검게 코팅된 차창을 통해 차내를 바라보는 앵글이 나오고, 마리쨩이라며 동료를 찾는 순간에는 차 안의 치카와 옆에 앉은 리코를 클로즈업해서 비춰주고 있어. 반짝이는 별, 다시 말해 꿈을 찾아가는 여정은 불확실해서 앞을 내다보기 힘들지만, 그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가 있기에 앞으로 나갈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거지.

아쿠아라는 존재,

가족의 존재,

내 꿈을 응원해주는 친구들의 존재. 이것들이 모두 꿈을 향해 밀고 나아가는 동력원이 된다는 거야.

그런데 꿈을 이루는 방식에서는 뮤즈와 다른 방향임을 다시금 일깨워줘. 각각의 애니메이션이 해석한 리더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데, 아마도 비를 멈추는 장면에서 호노카를 떠올린 물붕이들이 많았을 거라 본다.

호노카는 혼자 먼저 달려나가 사자후를 외치고 기합으로 장애물을 꿰뚫어가며 동료들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라면, 치카는 풍파가 온다면 동료들과 어울려 ‘날이 갤 때까지 함께 즐기며’ 장애물을 극복해나가는 리더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는 거지.

모두와 함께하고 싶다는 꿈, 반드시 우승해내고 말겠다는 꿈. 마리와 다이아, 카난에게서 비롯된 이 꿈이 아쿠아 9명과 우라노호시 학생들 모두의 꿈이 되었음을 다시금 선포하면서 모멘텀을 유지시켜준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해. 촌스러운 연출이 작화를 팍팍 깎아먹긴 했지만, 스토리가 루즈해지는 걸 최대한 방지하고픈 전략이랄까. 그걸 마리와 3학년들에게 배분한 에피소드에 엮어내려다 보니 이렇게 되어버리긴 했지만.

세줄요약

1. 10화는 러브라이브에 대한 모멘텀을 유지시키고자 하는 에피소드였다

2. 연출상의 문제가 없지는 않다

3. 쥿키는 빛과 어둠을 동시에 지닌 각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