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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지모아이]타천사 소녀-2-
글쓴이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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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537457
  • 2017-12-06 16:04:10




1화 : http://gall.dcinside.com/m/sunshine/1535049


1화에도 써놨지만 이건

'요시코가 사실 속 시꺼먼 타천사화 되면 어떨까' 해서 쓰는 글임

속 시커매지는 요시코가 보기 싫으면 안 보는게 좋을거...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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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스쿨 아이돌 부 에요~.”



요시코는 살짝 고개를 들어 슬쩍 그 손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끝에는 환하게 웃고 있는 와타나베 요우의 얼굴이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순간 요시코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투명한 파란 눈, 맑고 깨끗한 피부, 윤기 도는 회색빛의 단발머리, 거기다 혼을 쏙 빼앗겨 버릴 것 같이 예쁜 미소. 가까이서 보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귀여운 사람이었다. 하긴 멀리서 봐도 반짝반짝 예쁜 사람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오죽 하겠어,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내리깔았다. 더 쳐다봤다간 정말 저 눈동자에 홀려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던 요시코는 시선을 돌려 타카미 치카 쪽의 분위기를 살폈다. 다행히 그녀는 계속 들어오는 학생들을 향해 뭐라 뭐라 소리치느냐 딱히 이쪽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요시코는 계속 와타나베 요우의 시선을 피하며 전단지를 낚아채듯 급히 받아들고는 그대로 쌩하고 학교 안쪽으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일단 ‘타카미 치카가 자신을 알아본다’ 는 가장 걱정했던 일이 벌어지지 않아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나 가슴의 두근거림은 좀체 진정되지를 않았다. 와타나베 요우의 얼굴을 정면에서 마주본 것이 아무래도 요시코의 심장에 영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았다. 열심히 속마음을 진정시키던 요시코는 문득 아까 미뤄뒀던 궁금증이 다시금 피어올랐다. 대체 아침부터 왜 저 두 명이 그 ‘스쿨아이돌’ 부 전단지를 나눠 주고 있는 걸까? 


물론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서 두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볼 용기는 당연히 없었다. 결국 궁금함을 이기지 못한 요시코는 저 두 사람을 좀 지켜보기로 했다. 어차피 교실에 가봐야 아는 사람 하나 없으니, 딱히 일찍 가있을 필요가 없기에 시간이 남아서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체 어디서 지켜보아야 할지가 고민이었다. 교문 근처는 사방이 탁 트인 곳이라 눈에 띄기 쉬운 장소가 대부분이었다. 결국 고민하던 그녀가 선택한 장소는...



‘...할 수 없잖아. 그나마 여기가 제일 나아. 들킬 위험도 적고 잘 보이기도 하고.’



요시코가 자리를 잡은 것은 다름 아닌 교문이 잘 보이는 나무 위 였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타천사 다운 행동(?)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자주 높은 곳에 오르곤 했었다. 그래서 학교 안에 있는 나무 정도에 오르는 것은 그녀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요시코는 나무 위에서 열심히 스쿨아이돌 부 홍보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열심히 홍보를 하는 두 사람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쿨 아이돌 부 에는 별 관심이 없는 듯 그냥 지나쳐 갔다. 


물론 꺄르륵 거리며 전단지를 받아가는 학생들도 가끔 있었지만, 그건 전단지의 내용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는 와타나베 요우라는 사람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받아갔다는 느낌이 강했다. 읽지도 않고 가방이나 주머니에 대충 넣어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길바닥에 버리고 가지 않아서 다행이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시간이 흐르고 그렇게 대부분의 학생들이 등교를 끝낼 만한 시간이 다가오고 어느새 교문은 매우 한산해졌다. 결국 별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두 사람은 귤 박스 위에 주저앉았다. 하긴 지켜보던 요시코가 힘이 빠질 정도로 별 반응이 없었으니 직접 홍보를 한 두 사람은 오죽했으랴. 그녀의 한숨에서는 깊은 실망감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그때 문득 요시코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두 명이 저렇게 허탕을 치던 말던 자신과는 관련이 없는데 대체 왜 실망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째서? 잠시 고민하던 요시코는 저 두 사람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떤 기대를 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렇게 열심히 반짝거리며 뭔가 하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자신 역시 노력하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심결에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이란 항상 이런 법이다. 마치 자신이 타천사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 것처럼.


괜히 시간낭비를 했네, 그냥 교실에 가서 엎드려 잠이나 잘걸, 이라는 생각을 하며 요시코는 나무에서 내려갈 채비를 했다. 그때 요시코의 눈에 갑자기 타카미 치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자신이 있는 나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래서야 지금 당장 나무에서 내려가는 것은 무리다. 그보다 온 세상 다 산 것 같은 표정으로 축 처져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저렇게 전력 질주를 하는 건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곧 요시코의 의문은 해결되었다. 그녀의 목적은 지금 막 나무 밑을 지나쳐 가려던 두 일학년 여학생이었던 모양이다. 얼핏 보니 확실히 귀엽게 생기긴 했다. 1학년은 반이 하나뿐이라고 했으니 아마 100퍼센트 확률로 요시코의 클래스메이트가 될 아이들일 것이다. 저런 예쁜 애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마주보고 이야기 하면 괜히 긴장해서 타천 모드로 빠져서 또 이상한 소리나 해 버릴 것 같아 걱정이었다. 



‘그나저나 저 연갈색 머리의 아이는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착각이겠지?’


“삐기야아아아아아아아악!!!!!!!!!!!!”


“꺄악?!”



순간 고막을 뚫고 들어오는 비명소리에 요시코는 중심을 잃고 말았다. 이리저리 기우뚱 거리며 어떻게든 중심을 잡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그대로 아래로 뛰어내리는 게 최선이었다. 눈을 질끈 감고 그대로 나무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털썩 소리와 함께 땅에 닿는 순간 형용할 수 없는 찌릿한 통증이 다리를 지나 온 몸을 통과했다.



“다...다리가...으갹!”



그리고 이어서 떨어진 가방이 요시코의 머리를 강타했다. 무슨 개그만화도 아니고, 쪽팔림이 두 배가 되었다. 사실 머리와 다리에서 느껴지는 격한 통증도 통증이었지만 지금 요시코에게 있어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쪽팔림이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겨울철 사람들이 많은 길을 걷다 그대로 미끄러져 넘어졌을 때를 상상해보면 된다. 


넘어졌으니 당연히 몸이 아프지만 그보다 주위 사람들의 웃김과 동정이 섞인, 그 내려다보는 시선에 입는 마음의 상처가 더 아프지 않은가. 지금 요시코가 딱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있는 요시코의 눈에 타카미 치카가 천천히 기어와 자신을 올려다보는 것이 보였다.



“저기...여러 가지로...괜찮아?”


‘아니 잠깐, 내가 누군지 못 알아보는 거야? 이 사람 바보야? 아니 그 것보다 이제 어떡하지... 다들 불쌍하다는 듯이 보고 있잖아? 불쌍하다는 시선으로 네 명한테 동시에 주목 받고 있는 거야?!’



솔직히 중학교 시절 이런저런 일로 주목 받는데 익숙하기는 했다. 보통 그럴 땐 그냥 흐름에 몸을 맡겨 마음껏 타천 모드로 행동해서 그런 상황을 넘기곤 했었다. 그리고 보통 이렇게 극도로 긴장하는 상황이 오면...슬프게도 머리 보다는 몸이 먼저 습관에 따라 반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딱히 이 상황을 해쳐나갈 다른 합리적인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본능에 몸을 맡기고 이상한 애(?)인 척 하고 여기서 서둘러 빠져 나가는 것도 나쁜 선택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요시코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는 네 사람을 찬찬히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크크크큭...여기는 혹시...지상?”

.

.

.

‘진짜 거기서 왜 그런 거야 나는! 왜!!!’



그 후로는 정말 기억하기도 싫은 일들의 연속이었다. 타카미 치카에게 ‘괜찮지...않잖아?!’ 란 소리를 듣질 않나, 그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알고 보니 어릴 적 친구인 즈라마루이질 않나, 결국 그 덕에 자신이 누군지 다 들켜서 결국 그대로 도망쳐야 하질 않나. 정말 최악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우와 라고 했어 우와 라고 우와 우와... 무슨 못 볼 것이라도 본 듯한 표정이였다고오오오!!!’



자신을 향해 못볼 것이라도 본 듯한 시선을 보내던 와타나베 요우의 얼굴이었다. 저번 수영장에서의 곤란한 상황에서도 주위를 향해 웃어보이던 그녀가 그런 표정이라니 어지간히 이상한 애라고 인식 되었을 것이 뻔하다. 거기다 즈라마루 덕분에 ‘요시코’라는 자신의 이름 까지 완벽하게 드러나 버렸다. 일단 전력으로 도망쳐서 그 자리를 빠져나오긴 했지만 결국 같은 교실이었기에 그다지 소용없는 행동이었다. 엎드려 자는 척을 하며 일단 즈라마루가 말 거는 것을 무시하긴 했지만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약간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졸지에 여러 가지 의미로 화려한 고교 데뷔를 한 셈이 되었다.



“츠시마 요시코 양?”


“으, 으앗?! 네에?!”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요시코는 급히 내면세계에서 빠져나왔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클래스메이트와 담임 선생님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해 있었다. 뭐야, 대체 무슨 상황이야. 요시코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어...이제 츠시마 양이 자기소개를 할 차례에요. 앞으로 나오지 않겠어요?”


“아, 네에...”



그러고 보니 아까 자기소개 어쩌고 하는 말을 들은 것 같기는 하다.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 샌가 자기 차례가 된 것도 모르고 있었다. 요시코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천천히 교실 앞쪽으로 걸어갔다. 교실 안의 온 시선은 그녀를 향해 꽂히고 있는 것은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하긴 자기소개 시간이니 그 당사자를 향해 시선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요시코의 머릿속에서는 아까의 일이 오버랩 되면서 다시 온 몸이 떨려오고 있었다.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지? 아니 그 전에 지금 자기소개 시간이었던가? 그럼 나에 대해 설명하는 거지? 그럼 나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면 되는 건가? 아니 그 전에 내가 누구였더라?’ 



지나친 긴장으로 요시코의 머릿속은 그야 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사실 학기 처음에 하는 자기소개는 그냥 간단하게 이름 정도만 말하고 끝내도 큰 상관이 없는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 하지만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속마음과 긴장감이 뒤섞인데다가 아까의 트라우마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의 그녀에게 그런 것은 이미 잊혀진 지 오래였다. 그리고 결국...역사는 반복된다.



“후훗...타천사 요하네와 계약해서 당신도 리틀 데몬이 되지 않을래...?”

.

.

.

“이제 학교 못 가! 으아아아아앙!!!!!”



결국 갑자기 학교에서 돌아와 방에서 비명을 질러대는 딸을 걱정한 엄마가 결국 고민 끝에 직접 문을 따고 들어오기 전 까지 요시코는 계속해서 절망의 늪에 빠진 채 홀로 절규하고 있었다.

.

.

.

그렇게 한동안 요시코는 방에 틀어박힌 채 학교에 나가지 않았다. 워낙 전에 없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인지 어머니도 딱히 그런 딸에게 학교 나가는 것을 강요하지 않았다. 가끔 이상한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딱히 엇나가는 행동을 한 적은 없던 착한 딸이니, 뭔가 저러는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그냥 넘어가주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기분 전환이라도 하면 다시 학교에 갈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 방송을 해 보기도 했다. 할 때는 들떠서 기분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막상 끝나고 나면 오히려 더 자괴감이 파도치듯 밀려와서 역효과만 주었다. 그렇게 며칠을 방에서 뭉그적거리던 요시코는 우연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출판된다는 소식을 보게 되었다. 택배로 주문해도 되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빨리 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책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서점에 가야 하는 상황.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요시코는 결국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쓰고 변장한 채 조심스럽게 집 밖으로 나섰다.


오랜만에 바깥의 햇빛과 마주하자 요시코는 선글라스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조금 눈부시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간만에 맞는 따뜻한 봄 햇볕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않았다. 조금 기분이 좋아진 요시코는 빠른 걸음으로 시내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시내의 역 근처에 다다른 요시코의 눈에 각자 바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조금 피곤해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따뜻한 햇살 아래서 밝은 표정으로 오가고 있었다. 아마 봄을 맞아 저마다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요시코의 시선이 무리를 지어 가는 여학생들에 이르렀을 때, 요시코의 기분은 다시 바닥까지 내려앉았다. 하하호호 웃으며 어디론가 놀러가는 것 같은 그녀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중무장한 자신의 모습과 그녀들의 모습을 비교하는 순간 요시코는 매우 서글퍼졌다.


왠지 자기 혼자 이 거리 한가운데서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화사한 봄날의 거리와 나는 어울리지 않아. 왠지 마음속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만 같았다. 조금 들떴던 기분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남은 것은 그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 정말 책만 아니었다면 그대로 집으로 발걸음을 되돌렸을 것이다. 최대한 서둘러 책만 사서 집으로 가자, 그런 생각으로 요시코는 흡사 뜀박질 하듯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그러나 항상 인생이란 것은 한번 꼬이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이 꼬여버리는 법이다. 바삐 걷는 요시코의 눈에 뭔가 익숙한 광경이 보였던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저기~ 이거 받아가세요...어라? 꽤 어려운걸.”


“이런 건 말이지, 그때의 기분과 타이밍이 중요한 거야. 잘 봐봐!”



요시코가 지우고 싶은 흑역사 3순위에 들어가는 그 날 아침의 광경이 역 앞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다. 거기다 요시코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 날보다 한명이 더 추가 된 상태였다. 옆모습이라 얼굴이 잘 안 보이긴 했지만, 전단지를 들고 있는 모습이 요시코의 두 눈에 똑똑히 보이고 있었다. 물론 변장을 해서 자신을 알아볼 가능성은 적긴 했지만, 그래도 되도록 마주치고 싶지 않겠다. 특히 이런 기분인 상태로는 더더욱. 하지만 서점에 가기 위해선 저들 근처를 지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냥 빨리 지나쳐 가야지.’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고 재차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처음 보는 2학년 여학생이 타카미 치카에게 떠밀리더니 그대로 요시코를 향해 돌진하듯 달려온 것이다.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요시코는 그대로 그녀와 마주서게 되었다.



‘이...이게 무슨! 거기다 가까이에서 보니 이 사람 엄청 예쁘잖아? 스쿨 아이돌 선정 기준은 얼굴이라도 되는 거야? 아니, 아이돌이니까 당연히 예뻐야지 일단!’



혼란에 빠진 요시코는 마음속으로 혼자 자신한테 태클을 걸며 북 치고 장구치고 야단이었다.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학생은 부끄러움을 느끼는 듯 약간 붉어진 뺨으로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요시코는 방어하듯 몸을 뒤로 빼며 엉거주춤한 자세를 취했다. 다행히 타카미나 와타나베가 아니기에 자신의 정체를 들킬 가능성은 적었다. 설령 그 둘과 마주쳤더라도 지금의 요시코는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장을 했으니 여차하면 그냥 도망가면 되긴 했지만.



“저...저기...”


“으엣...”


“저...부탁드립니다.”



그 여학생은 약간 이윽고 무언가 결심한 듯 입술을 살짝 깨물며 요시코에게 전단지를 내밀었다. 스쿨 아이돌 라이브에 관한 공지사항이 적힌 전단지에는 세 사람이 귀여운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냥 이대로 도망쳐 버릴까, 하는 생각을 하던 요시코는 앞에 선 그녀의 표정을 보고는 마음을 바꿨다. 


이 사람, 나름대로 용기를 내고 있는 거구나. 요시코는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보고 있는 사람에게도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감정이 전해질 정도인데, 그럼에도 그녀는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거리에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요시코는 자기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자신은 부끄럽다는 이유로 이렇게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나서야 간신히 밖에 나왔는데, 이 사람은...


그리고 그 간절함을 외면할 정도로 요시코는 야박하지 못했다. 요시코는 전단지를 손으로 낚아채듯 받아들고는 그대로 전력 질주로 달려갔다. 뒤에서 들리는 ‘해냈다...’라는 목소리를 들으며 요시코는 아주 조금의 안도감과 함께 살짝 미소지었다. 하지만 너무 빨리 달려간 탓에, 요시코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와타나베 요우가 중얼거린 말 까지는 차마 듣지 못했다.


“저 사람...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

.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책을 산 요시코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방에 콕 처박힌 나날을 보내기 시작했다. 자신도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인식하고 있었지만 아직은 그냥 밖에 나가기가 싫었다. 어머니의 걱정하는 시선도 점점 짙어지고 있는 상황, 무언가 해야 할 상황인 것은 분명했다. 그때 요시코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 귀퉁이에 처박아뒀던 라이브 전단지였다.



‘...일요일 오후 두시라고...’



솔직하게 말하면 요시코도 그 ‘라이브’가 어떨지 궁금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쉽사리 가겠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좀 곤란한 상황이었다. 평일이라면 어차피 어머니도 출근하신 상태이니 잠깐 나갔다 와도 모르시겠지만, 주말이라면 어쩔 수 없이 들키게 되어 있다. 그럼 어머니에게 학교에 간다고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다. 다른 곳에 간다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애초에 선택지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한들 학교 가기 싫어서 안 간다고 땡깡을 부리고 있다가 갑자기 다른 것도 아니고 스쿨아이돌 라이브를 보러 주말에 학교를 간다고 하는 건 정말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다. 억지를 부리는 데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결국 요시코는 라이브 당일이 될 때까지도 적당한 핑계를 생각해내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

.

.

요시코는 책을 사러 가던 그 때처럼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중무장을 하고 집을 나섰다. 클래스메이트들은 둘째 치더라도, 학교에서 맨얼굴로 선생님과 마주치기라도 했다간 정말 곤란했으니까. 물론 지금 차림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거동 수상자로 오해받기 딱 좋은 정도이지만 요시코에게 그것까지 생각할 마음의 여유 따윈 없었다. 요시코의 머릿속은 좀 전 집을 나서기 전 어머니와 나눴던 대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머? 학교에 간다고? 그게 정말이니? 그런데...오늘은 주말이라 수업도 없을 텐데...’


‘어...음...그러니까...’


‘그러니까...?’


‘그, 그러니까아...’


‘...?’


‘연습이에요! 연습!’


‘연습...?’


‘하...학교 가는 연습...’


‘......’


‘......’



무슨 처음 학교 가는 초등학생도 아니고 학교 가는데 대체 연습이 왜 필요한 걸까. 아니, 요샌 우리 반 아이들도 학교에 혼자서 잘만 오는데...대체 우리 아이는...어머니의 눈빛에서 어머니가 하고 싶은 모든 말들이 생생하게 전해져왔었다. 결국 어찌어찌 밖으로 나올 핑계를 만드는 데는 성공했지만...학교에 안 간다고 말했던 직후 보다 좀 전 어머니의 표정이 몇 배나 더 근심에 싸여 있었던 것을 보면 그다지 성공한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차라리 그냥 스쿨 아이돌 라이브 보러 간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더 나았을 뻔 했다.


하지만 지난 일은 이미 지난 일이다. 일단 지금은 라이브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했다. 어머니에게 오해를 한 트럭 쌓고 간신히 나온 라이브에 지각까지 해 버리는 것은 차마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겨우 한 시. 그리고 라이브는 두시이니 아직 한참 시간이 남았지만, 이런데서 묘하게 성실한 요시코는 최소 삼십분 전에는 도착해야 하고 아무리 늦어도 10분 전까지는 도착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요시코가 학교에 도착한 것은 대략 1시 25분 쯤 이었다. 그런데 요시코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아무리 첫 공연이라 해도 라이브인데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교문에는 사람은커녕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뭐 아직 시작하려면 시간도 꽤 남아 있고 비도 오고 하니 이미 체육관 안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을 생각하면 납득이 되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혹시 라는 생각에 요시코는 서둘러 체육관 쪽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체육관 안은 대충 스무 명이 될까 말까 한 정도의 사람들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작까지는 아직 30분도 넘게 남은 데다 비가 와서 아무래도 다들 이동하는데 평소보다 더 시간이 걸릴 것도 감안하면 사람은 더 많이 들어올 것이다. 요시코는 멍하니 서서 무대 쪽을 바라보았다. 그때 요시코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대의 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에? 잠깐 지금 한시 삼십분인데? 벌써 시작한다고?’



요시코는 급히 품속에 넣어두었던 전단지를 꺼내들었다. 그곳엔 분명 두시에 공연이 시작된다고 쓰여 있었다. 그리고 한시 삼십분은 문을 연다는 뜻의 ‘開場’ 이라는 한자가 쓰인 시간이었다. 아니 뭐 그냥 막만 올리고 아직 시작은 안 하는 걸 수도 있으니까, 아무렴 공연 시작 시간을 잘못 알려줬겠어? 요시코는 그렇게 생각하며 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가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무대 막이 완전히 다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무대 위에는 세 사람이 스쿨 아이돌 의상을 입고 서 있었다. 정말로 라이브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요시코는 속으로 절규했다.



‘역시 저 사람은 바보 맞았어!!! 저번에 내 얼굴 기억 못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어떻게 라이브 시작 시간을 잘못 알려주는 거냐고!!!’


-계속-

ㅇㅇ 선개추 퍄퍄 문학 기다리고 있었다 감사합니다..감사합니다.. 182.172.*.* 2017.12.06 16:05:02
ㄱㄴㅍㄱㅅㄷ 2편 기다리고 있었다 선개추 후감상 2017.12.06 16:06:24
LittleDemon♡ 선추감상ㅎㅎ 2017.12.06 16:09:48
보급형주먹밥 진짜 잘 쓴다 꿀잼이네 - dc App 2017.12.06 16:10:53
코코아쓰나미 흐음 2017.12.06 16:17:35
ㅇㅇ 재밌게 읽었어. 다음것도 기대할게. 121.142.*.* 2017.12.12 08: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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