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장편] 그토록 믿었었던 그 여자가 시집가던 날(2)
- 글쓴이
- 임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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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1-22 14:26:51
“―코쨩? 리코쨩? 요시코쨩?” “으, 응?” “요하네.” “뭐야, 두 사람 다. 너무한 거 아니야?”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면서도 여전히 넋이 나간 두 사람을 보며 요우는 볼을 부풀렸다. “두 사람 다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 거야? 내 말 듣고는 있는 거 맞지?” “응? 아, 아니야. 조금 피곤해서 그런가 봐. 하하. 미안해 요우쨩.” “후, 후훗. 이 몸은 저 하늘에 있는 타천사와 교감을 나누느라···.” “타천사라고 하면 지옥에 있는 게 보통 아닌가?” “아니거든! 하늘에 있다구!”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투닥거리며 노는 두 사람을 보고 요우는 작게 미소 지었다. 앞으론 친구들과 만날 기회는 무척 적어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 한 편으론 서글퍼다가도, 다가올 현실을 떠올려보면 다시 행복해진다는 게 신기했다. 똑똑! “······.” “······.” “···네.” 평범한 노크소리. 애써 웃던 두 사람은 경직됐고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조용하지만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실례하겠습니다. 곧 식이 시작되니 신부분께서는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말을 전한 직원이 고개를 꾸벅 숙이곤 문을 닫았다. 문이 닫히자 세 사람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리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요시코쨩 그 표정은 뭐야. 공부 하나도 안 하고 시험 치러 가던 날이랑 똑같잖아.” “요하네. 리코쨩은 어떻고. 예전에 라이라프스한테 쫓기던 때랑 달라진 게 없어.” “하아. 그래. 그런 일도 있었구나. 요우쨩은··· 무척 행복해보이네.” “어? 그, 그래?” “응.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어.” 리코는 애써 웃으며 말했다. 부끄러워하기도, 행복해하는 것 같기도 한 요우의 표정을 보자 겨우 진정했던 속이 다시 더부룩해짐을 느꼈다. 요우의 긴장된 표정은 무척이나 우스웠다. 치카와 세 명이서 아쿠아의 첫공연을 했던 그 날, 그 표정이 떠올라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 긴장 뒤에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초조함과 불안, 그리고 기대와 행복이 자리하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혼식장 앞에서 깨달았던 사실이 곧 현실이 된다는 게 무척이나 두려워졌다. 요시코는 아무 말 없이 리코를 쳐다보았다. 리코가 가진 감정의 본질은 웃음의 형태를 가진 슬픔이었다. 그녀 또한 요우의 결혼을, 자신과의 이별을 아쉬워하고 괴로워하는 자신과 다를 바 없었다. 결혼식을 망치고 싶다. 하지만 요우가 불행해지는 건 싫으니 최고의 결혼식이 되도록 해야 한다. 모순된 두 감정이 그녀를 감싸고 있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한 때 좋아했던, 아니 지금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니. 본디 그 사람을 봤을 때 느껴야할 감정은 질투나 미움이건만 리코에겐 차마 그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그녀에게 드는 감정이라곤 동정과 측은함뿐. 그녀가 겪었을 수많은 갈등과 슬픔을 생각하면, 요우의 결혼소식을 듣고 몇날 며칠을 울었던 자신을 떠올려보면 리코를 차마 미워할 수 없었다. “앗, 시간이 벌써? 요시코쨩, 리코쨩, 그럼···. 조금 있다가 봐.” “요하··· 응. 그래.” “그래. 조금 있다가 봐.” “으음? ···그래!” 요우는 두 사람의 대답에 잠깐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밝게 웃고는 신부대기실을 나가기 시작했다. 직원 두 사람이 그녀의 드레스 자락을 들어주고 천천히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던 광경을 뻔히 쳐다보던 두 사람은 고개를 툭하고 떨궜다. “···언제부터야?” “···그러는 요시코쨩은?” “요하네.” “이럴 때마저 그런― 하아. 난 첫 러브라이브가 끝난 이후부터.” “나는 모르겠어. 그냥 어느 순간부터.” 리코는 요시코의 성의없는 답에 잠깐 그녀를 노려봤지만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선 결혼식을 보기엔 글렀어. 꼭 결혼식에 참석해서 요우쨩의 결혼식을 빛내주고 싶었는데. 최고로 행복한 결혼식을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이렇게 이기적이라서.’ 리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더니 뒤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의 의미를 알지 못한 요시코가 멀뚱멀뚱 손만 쳐다보자 리코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빽 질렀다. “요시코쨩도 어차피 결혼식 보기 힘들다 생각했을 거 아니야. 그러니 빨리 나가자구. 이대로 있다간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응, 그래야겠지. 이대로 있다간 내 안에 숨어든 타천의 힘이 미쳐 날뛸 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요하네.” “대학생이나 되놓고서 친구의 결혼식에서 엉엉 우는 사람 말은 들을 생각도 없네요.” “누, 누가 울었다고!” 요시코는 눈가에 글썽이던 눈물을 닦고 리코의 손을 강하게 움켜잡았다. “아, 아파! 조금만 살살!” “흥! 누가 놀리래? 어디 한 번 당해보시지!” “정말! 해보자는 거지?” “윽! 타천사 살려!” 손을 맞잡은 채 티격태격대는 두 사람의 입가에는 아주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 결혼식장에서 도망치듯 나온 뒤 두 사람은 정처없이 떠돌았다. 대로변을 걷기도 하고 오물 투성이 골목을 지나기도 했으며 어린 아이처럼 그네를 타고 꺄륵거리기도 했다. “날이 어느새 이렇게 됐네.” 정자에 앉아 숨을 고르던 두 사람은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심가완 조금 떨어진 공원이라 그런지 별이 무척이나 잘 보였다. “예쁘다.” “응. 예쁘네.” 검은 도화지에 흩뿌려진 은가루가 저러할까. 별무리를 백사장마냥 옆에 끼고 유유히 흐르는 은하수를 멍하니 바라보자니 그 속에 빠져들 것만 같았다. 별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날은 완전히 저물고 사위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달의 여왕은 두 사람이 길을 잃지 않도록 은빛 비단을 머리 위에 살짝 얹어주었다. 조금 이른 밤에는 죽어있던 별들이 되살아나 빛을 발하기 시작하고, 은하수는 더욱 격렬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별들의 홍수였다. 생각지도 못한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두 사람은 감탄하며 밤하늘 구경에 흠뻑 취해버렸다. “저기 봐, 북두칠성이야.” “그렇다면 저게 알타이르와 데네브와 베가인가?” “바보. 직녀성이랑 견우성은 여름에나 나오는 거라구.” 그렇게 웃고 떠들기가 한참.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달을 바라봤다. 달은 늘 떠있다. 태양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태양이 졌을 땐 묵묵하게 세상을 비추고 빛을 뿌리는 건 달이며 별들 또한 그 달빛을 받아 존재할 수 있는 것. ‘내게 달은 존재할까?’ “저기. 요시코쨩.” “요하네.” 요시코는 고개를 돌려 리코를 바라보았다. 리코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 “술. 좋아해?” “···싫어하지는 않아.” 그 말을 끝으로 요시코는 팔짱을 낀 채 다시 하늘을 바라봤다. 리코는 그런 요시코를 보고 싱긋 웃음 지었다. 요시코의 볼이 달빛 아래서 연분홍색으로 물들어갔다. “후훗.” 리코는 소리내어 웃곤 가방에서 캔맥주 하나를 꺼내 요시코에게 건넸다. 캔을 건네받는 요시코의 표정은 뚱했다. “뭐야. 아까 전에 화장실 때문에 편의점에 간 거 아니었어?” “나오면서 샀어. 한 8캔 정도?” “우웩.” “후후. 왠지 요시코쨩이랑 술을 마시고 싶더라구.” 그리 말한 리코는 캔을 따더니 요시코에게로 내밀었다. 요시코는 찝찝한 표정으로 캔을 딴 후 요시코와 캔을 마주했다. 툭! 요시코는 리코가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는 모습을 질린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의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후우. 처음엔 아리송했어. 누군갈 좋아해본 적이 없었거든.” “푸하. 너만 그런 줄 알아? 나도 그랬다구. 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리라곤 정말 요만큼, 요~만큼도 생각하지 못했어.” “그런데 지금은 요우쨩을 좋아하는 구나?” “···뭐. 그런거지.” “요시코쨩 볼이 빨개. 귀여워.” “요하네! 그리고 그건 수, 술을 마셔서 그래. 원래 술은 못 마신다구.” “그런데도 나와 술을 마셔주는 거야? 역시 요하네 쨩은 착하구나.” “요시코! ···응?” “아구구. 우리 귀여운 요시코쨩~” “수, 숨막혀! 한 캔 마시고 벌써 취한 거야?” 리코는 아련한 눈빛으로 자신의 품에서 버둥거리는 요시코를 바라보았다. 아마 요시코도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요우를 좋아하기 시작했겠지.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이 가지게 된 낯선 감정을 분석하려 애쓰고, 포기하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을 것이다. 사랑을 처음 겪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그렇듯. 그리고 자신이 그랬듯. 요시코는 리코의 품에서 벗어나길 포기하고 오히려 그녀의 품 깊이 안겨들었다. 리코에게서 나는 라즈베리향과 맥주향이 어우러져 요시코의 코를 간질이고 정신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요시코는 멀어져가는 정신을 부여잡으려 애쓰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술은 이제야 한 모금 마셨을 뿐인데 만취한 것처럼 몽롱했다. 이런 게 바로 분위기에 취했다는 걸까. 요시코는 고개를 돌려 리코를 바라봤다. 리코의 볼도 복숭아처럼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달을 닮은 그녀의 눈동자는 반쯤 풀려 약간 벌어진 입과 어우러져 묘한 백치미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 아래 위치한 건 요우의 입술보다 조금 더 붉은 앵두빛 입술― 그녀의 입술도 앵두처럼 달콤할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역시나 많이 취했다. 그런데 리코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이, 또 그런 자신을 보는 리코의 모습이···. 요시코는 더는 버틸 수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약속했던 것처럼 분량 2~3배 늘려왔어유즈라 |
HK-416 | 핫산 어서 다음편을 내놓거라! -4센 욧 ㅂㅂㅂㄱ | 2017.11.22 14:29:20 |
슈카슈는거꾸로해도슈카슈 | 다음화! 다음화아아!! | 2017.11.22 23:15:19 |
슈카슛 | 하아앗사아아안!!!! | 2017.11.23 00:24:4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