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고전)(요하리리)동백꽃-1-
- 글쓴이
- 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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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491634
- 2017-11-22 05:23:22
오늘 또 우리 네소가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방송이나 할 양으로 컴퓨터를 켰을 때였다. 니코동에 접속하려니 뒤에서 기랑~기랑~ 하고 네소의 울음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아니나다르랴 두 네소가 또 얼리었다. 리코네 네소(머리가 크고 꼭 뻘겋게 생긴 녀석)이 경단 달린 우리 네소를 함부로 해내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해내는 것이 아니라 푸드득하고 경단을 쪼고 물러섰다가 좀 사이를 두고 푸드득 하고 또 경단을 쪼았다. 이렇게 멋을 부려 가며 여지없이 닦아 놓는다. 그러면 이 못난 것은 쪼일 적마다 그저 기랑~기랑~ 하고 비명 할 뿐이다. 물론 미처 아물지도 못한 경단을 또 쪼이며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걸 가만히 내려다보자니 내 경단이 쪼여서 아픈 것 같이 두 눈에서 불이 번쩍 난다. 대뜸 내한블을 메고 달려들어 리코네 네소를 후려칠까 하다가 내 블레이드만 타천할 것 같아 생각을 고쳐먹고 헛메질로 떼어만 놓았다. 이번에도 리코가 쌈을 붙여 놨을 것이다. 바짝바짝 내 기를 올리느라고 그랬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고 놈의 계집애가 요새로 들어서 왜 나를 못 잡아먹겠다고 고렇게 아르릉거리는지 모른다. 나흘 전 놋포빵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계집애가 작곡이나 하러 가면 갔지 남 방송하는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넌 또 이불킥 하려고 혼자서 방송이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 만 척하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우칫치만 한 계집애가 남 일하는 거 보고... “그럼 혼자 하지 떼로 방송을 하늬? 또 이장님한테 혼나게?” 안그래도 저번에 이장님 동생까지 데리고 방송했다가 크게 혼난 이후로 풀이 죽어 있는 참인터라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방송하기 좋니?” 또는, “저녁이나 되거든 하지 백수들만 보게 벌써 한낮부터 방송을 하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 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계집애가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제 집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행주치마의 속으로 꼈던 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사 둔 것인지 모를 놋포빵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집엔 이거 없지?” 하고 생색 있는 큰 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 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봄 놋포빵이 맛있단다.” “난 놋포빵 안 먹는다. 즈라마루나 줘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마우스질 하던 손으로 그 놋포빵을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 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서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저 계집애가 이 동네에 들어온 것은 근 2년이 되어 오지만 여태껏 리코의 얼굴이 이렇게 까지 이장님 블레이드 색 마냥 새빨개진 적은 없었다. 게다가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바구니를 다시 집어 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어쩌다 동리 어른이, “너 언제쯤 그림 잘 그릴거니?” 하고 웃으면, “염려 마세요. 때 되면 어련히 잘 그리려고!”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받는 리코였다. 본시 부끄럼을 타는 계집애도 아니거니와 또한 분하다고 눈에 눈물을 보일 얼병이도 아니다. 분하면 차라리 나의 경단을 손으로 줘팸하고 또 줘팸할지언정. 그런데 고약한 그 꼴을 하고 가더니 그 뒤로는 나를 보면 잡아먹으려 기를 복복 쓰는 것이다. 설혹 주는 놋포빵을 안 받아먹는 것이 실례라 하면, 주면 그냥 주었지 ‘느 집엔 이거 없지.’는 다 뭐냐. 그렇잖아도 저희 집 어머니는 유명한 아이돌 출신이고 우리는 그 집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을 받아 일상 굽실거린다. 우리 어머니도 그 집을 늘상 드나들며 그런 인품 좋은 집은 다시 없으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열 일곱이나 된 것들이 수군수군하고 붙어 다니면 동네의 소문이 사납다고 주의를 시켜 준 것도 어머니였다. 그런데 이 놈의 계집애가 까닭 없이 기를 복복 쓰며 나를 말려 죽이려고 드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담날 저녁나절이었다. 어디서 네소가 죽는 소리를 친다. 이거 뉘집에서 점보를 잡나, 하고 리코네 울 뒤로 가보았다가 나는 고만 두 눈이 똥그랬다. 리코가 저희 집 앞마당에 홀로 걸터앉았는데 이게 치마 앞에다 우리 점보네소를 꼭 붙들어 놓고는, “이 놈의 점보네소! 죽어라 죽어라.” 요렇게 암팡스레 줘팸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경단만 치면 모른다마는 아주 새끼도 못 치라고 그 볼때기를 주먹으로 콕콕 줘팸하는 것이다. 나는 눈에 쌍심지가 오르고 사지가 부르르 떨렸으나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야 그제서야 리코네 집에 아무도 없음을 알았다. 마침 손에 잡은 내한블을 들어 울타리의 중턱을 후려치며, “이놈의 계집애! 남의 점보 네소 새끼도 못 치라고 그러니?” 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나 리코는 조금도 놀라는 기색이 없고 그대로 의젓이 앉아서 제 네소 가지고 하듯이 또 죽어라, 죽어라, 하고 줘팸하는 것이다. 이걸 보면 내가 방송하던 걸 보다가 끝날 때를 겨냥해 가지고 미리부터 네소를 잡아가지고 있다가 네 보라는 듯이 내 앞에서 줘팸하고 있음이 확실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다고 남의 집에 뛰어들어가 싸웠다간 내가 줘팸당할 노릇이고 형편이 썩 불리함을 알았다. 그래서 네소가 맞을 적마다 내한블로 울타리를 후려칠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왜냐하면 울타리를 치면 칠수록 울타리가 물러앉으며 뼈대만 남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허나 아무리 생각하여도 내 내한블만 부서질 노릇이었다. “야! 남의 네소 아주 죽일 터이야?” 내가 도끼눈을 뜨고 다시 꽥 호령을 하니가 그제서야 울타리께로 쪼르르 오더니 울 밖에 섰는 나의 머리를 겨누고 네소를 내팽개친다. “에이 더럽다! 더럽다!” “더러운 걸 널더러 입때 끼고 있으랬니? 망할 리리 같으니.” 하고 나도 더럽단 듯이 울타리께를 횡허케 돌아내리며 약이 오를 대로 다 올랐다, 라고 하는 것은 네소가 풍기는 서슬에 나의 이마에다가 경단을 툭 하고 떨궜는데 그걸 본다면 골병이 들어도 단단이 듯 싶다. 그리고 나의 등 뒤를 향하여 나에게만 들릴 듯 말 듯한 음성으로, “이 중2병아!” “얘! 너 밤마다 이불 발로 찬다며?” 그만도 좋으련만 “얘! 아버지가 타천하셨다며?” “뭐 우리 아버지가 타천하셨다고?” 할 양으로 열벙거지가 나서 고개를 홱 돌리어 바라봤더니 그때까지 울타리 위로 나와 있어야 할 리코의 머리가 어디 갔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그러다 돌아서서 오자면 아까에 한 욕을 울 밖으로 또 퍼붓는 것이다. 욕을 이토록 먹어가면서도 대거리 한 마디 못하는 걸 생각하니 분하고 급기야는 두 눈에 눈물까지 불끈 내솟는다. 그러나 리코의 경단 침해는 이것뿐이 아니다. -계속- 쓰긴 썼는데 흠... |
김즈라 | ㅋㅋㅋㅋㅋ | 2017.11.22 05:26:33 |
김즈라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7.11.22 05:26:38 |
김즈라 | ㅋㅋㅋㅋㅋㅋㅋ | 2017.11.22 05:26:38 |
리캬코화백의기린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7.11.22 05:27:13 |
안녕하실카난 | 너 소설데뷔해봐라 - dc App | 2017.11.22 05:43:30 |
ㅇㅇ | 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존나웃기네 2편해주셈 118.221.*.* | 2017.11.22 05:43:50 |
ellin | ㄴ2도 올려놨엉 같은 제목으로 ㅋㅋㅋ | 2017.11.22 05:44:16 |
아사히나하스 | 패드립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7.11.22 05:50:10 |
핀펫 | 흑흑 ㅠㅠㅠㅠ - dc App | 2017.11.22 05:55:50 |
토게데마루 | 2017.11.22 06:06:14 | |
토게데마루 | 2017.11.22 06:06:22 | |
LittleDemon♡ | 침혜 요하리리ㅜㅜㅜ | 2017.11.22 06:18:48 |
요하네사마 | 2017.11.22 06:23:22 | |
유동불나방 | 진짜 오졌다 ㅋㅋㅋㅋㅋㅋㅋ 자연스럽게 매치 시키는 필력 무엇? | 2017.11.22 07:51: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