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장편] 그토록 믿었었던 그 여자가 시집가던 날(1)
- 글쓴이
- 임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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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489738
- 2017-11-21 15:21:27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요시코는 입을 벌린 채 주먹을 앞으로 뻗었다. 주먹을 쥐었다 펴며 그 속에 빛을 담으려 애썼으나 형체 없는 소망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그래. 반짝임···이구나.” 체념하듯 내뱉은 말. 그 속에 담긴 무기력함이 절절히 느껴져 요시코는 저항하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오늘이었다. 요우가 결혼하는 날이. 기계적으로 손이 이부자리를 정리하면서도 요시코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식장에 꼭 가야만하나?’ 바쁘다는 핑계를 대고서 가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신부보다 더 예쁘게 꾸미고서 하얀 드레스를 입고 갈까? 여러 생각이 떠올랐지만 요시코는 최대한 수수하게 꾸민 채로 그 결혼식에 가게 된다. 는 선택지 외엔 전혀 떠오르지 않는단 걸 빠르게 수긍했다. 요우가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하물며 자신이 그 주체가 되는 것은 더더욱. 결혼식에 참석해서 그 자리를 더 빛내지는 못할망정 망쳐버리는 건 자신이 용서할 수 없었다. 이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건 언제쯤일까. 고등학교 1학년이 거의 끝나가던 때? 처음 아쿠아에 들어오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이 감정을 깨닫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 ‘다들 조금씩 변해갈 때도 요시코쨩은 여전히 변하지 않는구나. 그래서 요시코쨩이 더 좋은 걸지도.’ ‘뭐야. 나이값 못한다고 놀리는 거야 지금?’ 앞에선 퉁명스레 대꾸했지만, 심장은 요시코의 가슴을 터뜨릴 듯 요동쳤다. 두근대던 심장이 진정한 건 요우와 헤어지고 집에 도착했을 때. 나를 그렇게 봐준다는 게, 다른 사람과는 다른 객체로 인식해준다는 사실이 못내 기뻤다. 집에 가서 그 말을 몇 번이고 곱씹고 그림으로도 그려보고, 그 뒤에 생길 일을 개인적인 망상을 듬뿍 담아 글로 써보기도 했다. 행복했다. 이건 모두 헛된 망상이고 이런 방향으로 그녀와 이어나가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행복했다. 벚꽃잎을 닮은 연분홍 입술이 갈라지며―오물거리며 내는 다섯음절. 요시코쨩. 더 듣고 싶었다. 둘이서 손잡은 채 벚꽃구경을 가고 마츠리를 보러가고 해외여행을 가고 싶었다. 앞으로도 요시코쨩이라는 말을 들을 순 있겠지. 함께 벚꽃구경을 가고 마츠리에 참가도 하고 여행도 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건 자신이 기대한 것과는 달랐다. ‘나는 이렇게 너를 좋아해.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네 결혼을 막고 싶어.’ 하지만 그럴 순 없다. 그녀를, 요우를 좋아하기 때문에. ** 또각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봄을 상징하는 따뜻한 햇살이 작게 손을 뻗어 머리를 문지르고 지나갔다. 그 따스함에 저도 모르게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 저 구름은 요우쨩이 입을 드레스 같이 생겼네.” 석달 전 요우와 사흘에 걸쳐 입어보고 고심해서 고른, 그녀와 무척 잘 어울리는 웨딩드레스. 그 드레스를 닮은 구름이 오늘을 축복하듯 태양 바로 옆에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웨딩홀 조명 옆, 가장 높은 곳에서 빛나는 요우를 보는 것처럼 느껴져 리코는 쓰게 웃었다. 기뻤다.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함께 기뻐하는 게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요우가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무척이나 행복했다. 하지만 빛이 존재하면 항상 생겨나는 그림자처럼, 요우와 함께한 자신의 뒤에는 항상 그림자가 생겨났다. 그 질투의 대상은 요우와 자신을 제외한 모두. 가끔은 질투가 심해져서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 때마다 깜짝 놀라며 자신을 타일렀지만 그림자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정오엔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것이 순리일 텐데 그림자는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도리어 늘어나고 있었다. 이건 마치···. ‘이미 답을 알고 있잖아? 그래. 요우쨩은 분명 지금 가장 빛나고 있지. 그러나 너의 요우쨩은 이제 없어.’ 가슴 한쪽에서 쿵쿵 울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이 멍해졌다. 이미 깨닫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마음의 소리가 들려와 여린 속살을 사정없이 비집고 파헤쳤다. 잘 움직이던 다리가 후들거리며 떨리고 당장이라도 토할 것처럼 속이 메스꺼웠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녀의 행복을 기원해주고 싶다. 그런 일념으로 리코는 정면에 선 건물을 향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걸어 나갔다. 달마저 모습을 감춰 그림자라곤 찾을 수 없는 깊은 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밀림을 헤쳐 나가듯. 졸려서 그런가 내가 써놓고 내가 쓴 거 맞는지 의문. 나중에 수정해야징. 이 분량이면 8회 정도 나올 거 같은데 오늘은 대충 끼적인 거라 분량이 적은 거고 내일은 이거 2~3배쯤 될 거 같아요. 다들 좋은 밤 보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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