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아이돌물이란게 그냥 밑도 끝도 없이 미소년 미소녀가 나와서 춤추고 노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창작물이라면 깊던 얉던 그 작품만의 '주제'라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아이돌물에 무슨 주제의식이냐 라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주제라는 것이 꼭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 주제란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니까

러브라이브의 주제는 간단하다. 바로 '성공'이다. 

러브라이브 시리즈의 내용 자체가 말 그대로 뮤즈의 성공 스토리이다.

물론 1기 3화의 전설적인 장면이 임팩트가 크지만, 그것은 결국 그 이후의 꾸준한 뮤즈의 성공을 더욱 부각시키는 장치일 뿐이다.

물론 작중 갈등도 있고, 위기도 생기지만, 돌이켜보면 그것들은 모두 '너무 성공해서 생기는' 문제들이다. 

옆동네도 비슷하다. 아이돌마스터의 주제는 '성장'이다. 작품 전체가 말하는 것은 결국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돌들의 이야기이다.

그 분가 역시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주제인데 바로 '변화'이다. 지금까지의 나와는 달라진 새로운 나를 찾는 아이돌 이야기니까.

그렇다면 돌아와서, 선샤인의 주제는 무엇일까? 뮤즈처럼 아쿠아의 성공 스토리? 혹은 아쿠아들의 성장? 누마즈의 성공?

내가 생각하는 선샤인의 주제는 '실패'라고 생각한다.

사실 희망차고 긍정적이어야 하는 아이돌물의 특성상 다소 의외라고 할 수도 있다. 아이돌은 관객들에게 꿈을 주는 존재니까

하지만 선샤인의 스토리는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 공연도 다이아의 말을 빌리자면 결국 아쿠아에게는 실패인 공연. 도쿄에서의 처참한 실패. 실패하고 돌아온 리코. 그리고 실패에서 도망친 3학년. 그리고 결국 또 실패한 러브라이브

사실 돌이켜보면 아쿠아의 긍정 파워에 까먹을 뻔 했지만 사실 지나치게 잔인할 정도로 아쿠아에게는 실패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실패속에서 아쿠아들이 하는 말이 더 가슴이 아프다. 그들은 실패했지만 할 수 밖에 없으니까 다시 도전한다.

이는 요즘 한국 일본 가릴 것 없이 부는 긍정의 마인드에 어긋나는 주제의식이다.

실패해도 괜찮아, 넌 실패하지 않아, 미래에는 분명 행복해질거야 하는 '강제되는 긍정주의'가 시대의 흐름인 속에서 아쿠아가 말하고 있는 것은 '실패는 아픈 것'이다.

아쿠아는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이 전혀 아니다. 실패 뒤에 기다리는 것은 더 큰 고생과 더 어려운 과제들 뿐이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다시 도전하는 아쿠아의 모습은, 사실 우리가 애써 감추려 했던, 실패하면 아프고 힘든 현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작품의 스토리는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주제 '실패' 뒤에 나올 단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어쩌면 힘든 고난을 이겨내고 결국 성공하는 감동 스토리일 수 있고, 결국 현실의 벽에 막히는 비극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실패는 정말 힘들고 아픈 것이고, 그래도 이겨내려 하는 아쿠아의 모습때문에, 어쩌면 우리는 매일 주말 아쿠아의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