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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문학] 화환, 검은 날개, 그리고 재회 (10)
글쓴이
LittleD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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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405150
  • 2017-10-20 08:54:45

#주의

러브 라이브를 빌린 판타지물입니다.

다소 캐릭터 재해석이 있을 수도 있고 보기에 따라 거북하거나 유치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는 누구 사지 오그라드는 걸 걱정했냐만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 생각하고 봐주세유.

뭔가 서양 판타지인데 캐릭터들 이름이 일본식인건... 넓은 아량으로 봐줘유...



전편- 검은 깃이 묻힌 꽃밭 1 2

      

       다시 시작되는 깃의 이야기 1 2 3


       화환, 검은 날개, 그리고 재회 1 2 3 4 5 6 7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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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아앜!”


물웅덩이를 박차고 우뚝 선 학살마 한 마리의 포효에 나머지 마수들도 불붙은 화약들이 연쇄폭발을 일으키듯 일제히 울부짖기 시작한다.


마수들의 초점 없던 눈동자가 피가 터진 것처럼 붉게 물들어 섬뜩한 안광을 그려낸다.


“삐기이이...”


가넷이 요우의 허리춤을 간신히 붙잡으며 공포를 진정시키려 하지만 이미 전신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고 있었다.


나머지 일행들의 표정에도 아까보다 몇 배의 긴장감이 어린다.


원래부터 흉포한 괴물들이었지만, 지금 저 짐승들이 내뿜는 기운은 아까와는 다르다.


마계의 마력에 물든 잔혹한 야성이 마수들을 미친 듯이 채찍질한다.


크오오오오오!


약속이라도 한 듯 학살마들이 일제히 내달린다.


상처입고 성치 않은 육체 따위는 이미 이들의 방해가 되지 못한다.


“!? 큭!”


치카가 가까스로 학살마의 손톱을 물러서며 피하였다.


“치카쨩!!”


공격받는 치카를 도우려고 주문을 준비하는 요우.


하지만 그녀의 사각에서 또 다른 마수가 허리의 단도가 박힌 채로 맹렬하게 뛰어들었다.


요우는 어쩔 수 없이 거센 물줄기를 그 학살마에게 쏘아 보냈다.


마수는 방금 일어섰던 자리에 다시 처박혀 버렸지만, 마력이 담긴 물의 파동에 짓눌리면서도 치지는 기색 없이 발악을 멈추지 않는다.


“이 녀석들... 아까 전보다 강해졌어!?”


방금 한 녀석을 제압했던 것과 비슷한 수준의 물의 파동을 맞고도 몸부림치는 녀석을 보며 요우가 혼잣말을 하였다.


치카 또한 아까 전보다 더 빠르고 난폭해진 마수의 연속 공격에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겨우 몸을 피하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조금씩 옷이 학살마의 손톱에 찢겨질 때마다 치카의 긴장감과 불안감도 한층 깊어졌다.


마루 또한 쉬지 않고 방어막을 두들기는 마수의 기세에 혐오감를 감추지 않는다.


“질 나쁜 저주구먼유...!”


마루가 경멸을 담아 밤하늘을 날고 있는 고위 마족에게 쏘아붙였다.


“취지는 강화 마법이지만... 뭐 저주에 가깝긴 하네요.”


카스미가 씁쓸하게 내뱉었다.


다른 지성이 있는 존재들, 특히 자신이 동료들에게 감히 이 난폭한 마법, ‘광폭화’를 걸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나마 원래 명령만 따랐을 뿐 난폭하고 이성 없는 괴물들이기에 카스미는 이런 무자비한 수를 선택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카스미는 스스로도 내키지 않은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카스미는 요우와 가넷이 있는 수로로 날갯짓을 하였다.


천천히 기절 마법을 읊으며 거리를 좁히는 카스미.


지금 저 인어가 학살마를 억제하느라 틈이 생긴 지금이 절호의 기회다.


“칫!”


자신들을 향해 날아드는 마족의 의도를 눈치 챈 요우가 혀를 찼다.


지금 저 괴물을 상대하면서 마족까지 상대할 여력은 없을 터였다.


분명 저 둘의 협공에 틈이 생겨 가넷이 위험할 지도 모른다.


“가넷쨩, 아무래도 여기서부터는 혼자 가줘야겠어.”


“... 네?!”


가넷의 눈이 휘둥그레진 채 요우를 응시한다.


“지금 타고 있는 이 물방울에 주문을 걸테니까,


가넷은 그저 안전하게 있으면 돼.


이래보여도 이 몸의 작품이니까 나름 튼튼하다구?”


“요... 요우씨!? 도대체 무슨 말을...”


미처 가넷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요우가 즉시 공격을 중단하고 가넷을 향해 주문을 왼다.


그러자 갑자기 가넷을 지탱하던 물방울의 표면이 갑작스레 형태를 잃는다.


그대로 가넷은 아래로 추락한다.


“삐기이이이잇!”


놀란 가넷이 비명을 지른다.


그대로 또 다시 물에 빠지나 했지만, 이번에는 방울의 아래 부분이 쿠션처럼 가넷을 받아준다.


가넷이 안전하게 방울 속으로 들어오자, 뚫려 있던 방울의 윗부분이 상처 아물듯 다시 메워진다.


대략 2평 수준의 텅 빈 물방울 속은 생각보다 폭신하고 따뜻하였다.


“이건??”


“시간 없어! 간다!”


요우가 다급하게 외치자마자 물줄기에 억제 당하던 학살마가 눈을 번뜩이며 태세를 갖춘다.


마수가 튀어 오름과 동시에 요우는 급히 주문을 끝낸다.


‘바다 질주’


수면 위에 떠있던 물방울의 아랫부분이 다시 물에 잠긴다.


그리고는 당황한 가넷이 정신 차릴 틈도 주지 않은 채 갑자기 맹렬한 속도로 튀어 나간다.


“삐갸아아아아아아아아악!!!!”


거의 영혼이 승천할 정도로 놀란 가넷.


하지만 마법의 방울은 그저 상어처럼 수면 위를 질주한다.


같이 협공을 당하느니 차라리 이렇게 해서 시간은 조금 벌 수 있으리라.


그 사이 마수의 일격이 요우를 향해 포물선을 그린다.


“우왓!”


간발의 차로 학살마의 손톱이 요우의 머리 위를 스쳐간다.


그대로 요우는 물속으로 잠수하였다.


학살마는 그대로 자세를 잃고 물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물속에서도 그 섬뜩한 안광을 번뜩이며 요우를 향해 헤엄쳐온다.


흥, 물에서 인어한테 싸움을 건다고?


요우의 콧방귀가 방울방울 수면으로 상승한다.


그녀의 양 손에 또 다시 물의 올가미들이 일렁거렸다.



“귀찮은 짓을...!”


잠시 당황했던 카스미가 이내 이를 간다.


그리고는 사력을 다해 수로를 따라 도시의 내부로 질주하는 물방울을 쫒아 날아가기 시작한다.


“거기 서유!!”


하나마루가 그 모습을 보고 다급히 외쳤다.


그리고는 정령들의 힘을 한껏 끌어 모은다.


보호막으로 집중되던 마력이 약해지자 학살마가 더욱 더 난폭하게 방어막을 할퀴어 댄다.


이윽고 보호막이 유리처럼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깨졌지만, 이미 하나마루는 정령들에게 부탁을 끝마친 상태였다.


쿠르르릉


곧이어 지면에서 거친 바위의 기둥이 비스듬히 솟아올라 마수를 강타한다.


복부에 정통으로 바위가 꽂힌 마수는 저만치 나뒹굴었지만, 이내 다시 으르렁거리며 몸을 일으킨다.


그러나 채 고개를 들기도 전에 재차 아직 부서지지 않은 가로등 불빛에 그림자가 드리운다.


갑작스럽게 주변이 더욱 어두워지자 괴수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그러다가 위를 올려다 본 순간-


쾅!


쏟아지는 흙무더기와 함께 거대한 바위가 그대로 추락해 지면을 강타한다.


잠시 후, 굉음과 먼지구름이 가시자 학살마의 왼팔 하나만이 겨우 바위에 삐져나와 있었다.


아직 미련이 남은 듯 마수의 팔이 허공을 휘젓다 의미 없이 바위를 긁어보았지만 이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후욱... 후욱...”


마루가 가쁜 숨을 몰아쉰다.


아무리 정령술이라고 해도 단시간에 굵직한 술법들을 무리하게 끌어내다 보니 마력소모가 너무 컸다.


조그마한 땅의 정령들도 지쳤는지 울상을 지으며 비틀거린다.


조금 거친 방법이었지만 확실히 끝내버렸다.


하지만 느긋이 회복할 틈은 없다.


마력이 빠진 부적들을 새로운 것들로 교체한 마루가 이번에는 치카를 향해 정령술을 준비하였다.


고전하고 있는 치카를 빨리 도와주고...


“마루쨩!!”


갑자기 치카가 마루를 향해 소리친다.


“우리는 괜찮으니까 먼저 가봐!”


“즈랏!? 하지만...”


순간 학살마가 내지른 일격이 치카의 복부에 들이닥친다.


아차!


당황한 치카가 급히 몸을 숙여보지만 이미 늦었다.


면도날 같은 손톱이 무자비하게 치카의 등을 뚫고 나간다.


“치카씨!!!!”


마루가 절규하였다.



“... 헤헷, 괜찮아 괜찮아.”


치카가 씨익 미소 지으며 학살마의 오른팔을 그대로 자신의 팔에 휘감는다.


손톱에 스친 왼 허리가 괴물에 팔에 닿자 그 쓰라림에 치카는 잠시 표정을 찡그렸지만 단지 그 정도뿐 이었다.


치카는 그대로 왼손에 있는 단도를 괴물의 팔등에 단단히 찔러 넣었다.


“캬야아아아아...!”


분노의 찬 학살마가 반격하기도 전에 치카의 반대쪽 손이 번개같이 마수의 손을 베어 가른다.


마수의 팔이 재를 뿜으며 힘없이 땅에 떨어진다.


“끼에에에에엨!!!”


광폭화에 걸렸지만 절단의 고통까지 무시하기는 힘들었는지 학살마는 비명을 지르며 팔꿈치밖에 남지 않은 팔을 왼손으로 움켜쥐며 뒷걸음질 친다.


“미래의 평범한 괴수 모험가 치카를 우습게보지 말라고!”


치카가 스스로의 기합까지 겸하여 외쳤다.


“우리는 괜찮으니까!”


어느새 수면 위로 떠오른 요우도 외쳤다.


그녀에 앞에는 아까와 같은 거대한 방울이 이번에는 학살마를 가두며 떠올랐다.


하지만 가넷과 달리 이번 손님에게는 편안함을 선사할 생각 따위 없다.


고로로로록...


방울 속에 꽉 찬 바닷물이 먹이를 죄여 죽이는 뱀처럼 마수를 사방에서 옥죄였다.


무시무시한 수압에 짓눌리면서도 마수는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며 어떻게든 빠져 나가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요우도 젖 먹던 힘을 다해 마력을 끌어내 방울에 투사한다.


“여기는 우리가 맞을 테니까 가넷을 쫒아가!


가넷을 태운 방울이 오래 버티진 못할 거야!”


“금방 뒤따라갈 테니까, 빨리!”


치카가 재촉하였다.


마루는 잠시 멍하니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자신을 도와주는 두 사람을.


그 황금빛 눈동자가 또다시 고마움과 미안함으로 촉촉해진다.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인데... 마루를 위해 이렇게까지...”


“무슨 섭섭한 소리야! 우리는 이제 같은 길드원이잖아?


길드원끼리는 서로 돕는 거라구!”


치카가 예의 싱그러운 미소를 활짝 짓는다.


요우도 시원스럽게 마루를 향해 웃어준다.


한 사람은 상처투성이에 다른 한 사람은 힘겹게 버티는 중.


하지만 그 반짝임만큼은 여전히 찬란하였다.


“자, 마루쨩! 전속전진 요소로!”


요우의 격려를 신호로 마루는 힘차게 부적에 마력을 전개하였다.


부름에 응한 바람의 정령들이 다시 순풍의 구름을 형성하였다.


재빨리 올라탄 하나마루를 태운 구름은 힘차게 마족이 날아간 수로를 뒤따라 날아간다.


눈물을 소매로 훔친 마루가 결연한 표정을 짓는다.


요우씨와 치카씨의 바램을 헛되이 하지 않으리라.


반드시 가넷을 지키겠슈...!


그리고... 소중한 그 ‘소녀’도, 반드시.




“아 정말!!! 성가시네요!!”


카스미가 짜증을 내며 검은 창들을 방울을 향해 쏘아냈다.


하지만 빠르게 질주하는 방울에게 몇 개 적중하지도 못하였다.


게다가 분명 뾰족한 마력의 창이 꽂혔음에도 불구하고 방울은 쭈욱 눌린 풍선처럼 늘어날 뿐 이내 창을 튕겨내 버렸다.


역시 물의 마력 그 자체인 수준의 인어의 마법이다 보니 그 수준이 대단하다.


“으유...”


검은 창이 물방울을 눌러 눈앞까지 당도할 때마다 가넷은 불안감에 몸을 웅크렸다.


아직도 무섭긴 정말 무섭다.


그래도 요우씨가 힘써준 덕분에 가넷은 자신이 비교적 안전함을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아주 조금은 심정에 여유가 생기자 조심스럽게 품에 꼭 껴안긴 경단을 내려다본다.


블루블랙의 머리카락들이 뭉친 것 같은 공 모양의 무언가.


분명 왠지 내용물만 보면 소름끼쳐야 정상일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정감이 간다.


잠시 경단을 만지작거려본다.


몰캉몰캉


부드럽게 감기면서도 찰진 촉감이 쫀득쫀득하게 가넷의 손의 온 신경을 휘감고 돋아오른 소름을 따라 온 몸에 퍼져 나간다.


이 세상 부드러움이 절대 아니다.


“헤헤...”


아직 추격해오는 마족의 위협조차 초월한 행복한 기분에 가넷은 방금까지의 불안감도 잊어버린 채 배시시 웃었다.


설마 이렇게나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서 마족들이 이 경단을 목숨 걸고 쫒는 걸까?


이런 실없는 생각까지 드는 가넷이었다.



하지만 이내 하나마루의 진지한 표정이 떠오르자 날아갈 것 같은 이성이 현실로 돌아온다.


마루의 정말 소중한 것이 틀림없는 이 경단이라 불리는 물건.


분명 마루쨩은 이걸 ‘요시코쨩’이라고 불렀다.


... 요시코쨩?


현재 쓰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촌스러우면서도 부담 없이 친근한 여자아이 이름.


어째서 마루는 이 경단을 요시코라고 부른 걸까?


마루가 잃어버렸던 인형 같은 것이었던 걸까?


아니면...


푸욱


“삐기이이이잇!!


갑작스럽게 튕겨져 나간 가넷의 모양을 따라 물방울의 뒷면이 쭈욱 늘어난다.


물방울은 그대로 철조망이 쳐진 배수구에 짓눌려 세로로 납작해졌다가 그 반동으로 뒤쪽으로 튕겨나간다.


그 충격에 가넷이 물방울 안에서 이리 저리 튕겼다.


“으유... 아...!”


물방울이 멈추자 겨우 정신을 차린 가넷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배수구에 막힌 막다른 길이었다.


가넷에게 또 다시 공포감이 엄습한다.


미쳐 여기까지 고려되진 않은 듯 방울은 힘없이 떨리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춘다.


“하아... 드디어...”


카스미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헐떡인다.


마침 물방울을 지키던 인어의 마력도 거의 고갈되어 간다.


숨을 가다듬은 고위 마족이 가넷을 내려다본다.


“자, 이제 끝입니다.


그 경단을 저에게 주면 다치게 하지는 않겠어요.”


최대한 목소리를 가다듬고 친근하게 접근해보는 카스미.


일단 상냥한 미소를 띄며 접근해본다.


하지만 도리어 가넷은 눈물을 글썽이면서도 경단을 더욱 더 품게 꼭 품는다.


“... 싫어!”


카스미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빠져나갈 방법은 이미 없다구요?


기회를 줄때 말 들으세요.”


“싫어!”


카스미의 위장용 미소가 점점 얼굴에서 지워져간다.


“... 고집 피우지 말고...”


“절대 싫어!”


순간 카스미의 이성의 끈이 완전히 절단난다.


솟아오르는 분노를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도대체가 왜!!!”


그 마녀도 그렇고 갑자기 튀어나온 요상한 모험가들도 그렇고!!


저렇게까지 저 경단을 지키려 기를 쓰는 거야!


나쁜 것은 오히려 그 경단에 봉인 된 무언가라구!!


“게다가 당신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왜!!”


도대체 왜 이렇게 고집을 피워!!


“삐기이이...”


카스미의 서슬 퍼런 일갈에 가넷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무서움에 떨었다.


하지만 경단을 품은 양팔의 힘은 절대 풀지 않았다.


“이젠 나도 몰라요!!”


카스미의 양 손에 불꽃이 모인다.


세츠나만큼 공격마법을 잘 다루지는 못하지만 저 정도로 마력이 빠졌다면...!


남은 마력을 최대한 끌어 모으는 카스미.


“다치건 죽던 이제 봐주지 않겠어요!!”


불꽃들이 모여 하나의 구로 응축된다.


“으으...”


정말로 진퇴양난의 상황.


하지만 가넷에게 이 상황을 타파할 방법 따위 없다.


지금 가져온 모험 도구들도 쓸모가 없으리라.


무기력한 가넷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기적을 바라는 것 뿐.


이윽고 카스미의 영창이 끝난다.


‘불꽃 벼락...’



“안 돼!”


카스미의 뒤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루쨩!?”


공포에 질렸던 가넷의 표정이 순간 활짝 펴진다.


“이미 늦었어!!”


사나운 불꽃이 가넷이 들어 있는 물방울을 향해 벼락처럼 돌진하였다.


그 찰나의 순간,


마루의 손에서 방울들이 격렬하게 울린다.


물의 정령들, 바람의 정령들...


부탁해유...!


마루의 소망이 담긴 마력이 부적을 타고 정령들에게 전해진다.


그 간절함에 응한 정령들이 격렬하게 힘을 내뿜는다.


촤악!


요우의 것만큼이나 격렬한 물기둥이 가넷이 든 물방울의 앞을 스쳐 불꽃에게 돌진한다.


동시에 사방에서 눈에 보일 정도의 마력을 담은 매서운 바람이 불꽃을 포위한다.


물과 바람 대 불꽃의 힘겨루기.


마루와 카스미 양 쪽 모두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는다.


아니, 물러날 수 없다.


“이게...!!”


“즈라아아아아!!”


최대한 힘을 짜내는 두 사람.


물과 바람이 불꽃에 부대끼며 사방에 증기를 뿌린다.



“끄우으으...”


먼저 힘이 빠져 버린 건 카스미였다.


벼락의 형태를 유지할 힘을 서서히 잃어가는 불꽃이 점점 뒤로 밀린다.


이대로는 진다.


“그렇다면...!”


순간 카스미는 기지를 발휘한다.


‘마력 폭발!’


얼마 안남은 마력으로 폭발 마법을 거는 카스미.


어차피 미미한 위력일 것이 분명한 폭발 마법.


하지만 카스미가 노린 건 마루나 가넷이 아니었다.


쿠그그그그그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난 불꽃 벼락이 더욱 뒤틀리고 요동치기 시작한다.


쾅!!!


이윽고 더 이상의 불안정 상태를 견디지 못한 마력의 불꽃이 요란한 폭발을 일으킨다.


예상치 못한 마력의 폭발에 물과 바람의 정령들과 연결하고 있던 마루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즈랏!?”


섬광 때문에 시야가 흐려진다.


“이 때다!”


주문들이 풀린 틈을 타 카스미가 재빨리 가넷을 향해 하강한다.


이대로 물방울을 터뜨리고 경단을 빼앗아주겠어요!


“이런...!”


마루가 정신을 차려 보지만 이미 카스미는 물방울 바로 위쪽까지 당도하였다.


카스미는 이번에야 말로 승리를 확신하고 물방울을 향해 일격을 날린다.


결국 물방울이 버티지 못하고 찢어져 버린다.


인어의 마력으로 인해 한 번에 터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넷이 경단을 빼앗기는 건 시간문제다.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있는 가넷.


자포자기 한 것인지 아까의 폭발의 여파로 기절한 것인지 아무런 미동도 없다.


뭐, 어자피 상관 없다.


“자, 이제 경단을...”


가넷을 향해 손을 뻗는 순간 카스미는 똑똑히 보았다.


아직 포기하지 않은 소녀의 결의에 찬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마루쨩!! 받아!!”


갑작스럽게 가넷이 자세를 풀고 벌떡 일어선다.


한 손에는 경단이, 다른 한 손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망토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모험용 슬링샷.


가넷은 재빨리 경단을 슬링샷에 메긴다.


잘 쏘지는 못하지만 마루쨩 쪽으로 날리는 것쯤은!!


“뭣!?”


당황한 카스미가 뭘 해보기도 전에 팽팽하게 당겨진 슬링샷의 줄.


핑!


발사된 경단이 카스미의 얼굴을 스쳐 마루가 있는 공중 쪽으로 날아간다.


“아! 정말!!!”


끝의 끝까지 성가신 인간들!!


허를 찔린 카스미가 짜증을 내며 물방울 바닥을 박차고 거칠게 날아오른다.


“삐갸아아악!”


그 충격으로 물방울이 완전히 형태를 잃어버린 바람에 가넷이 그대로 물에 빠져 버린다.


“가넷쨩!!”


마루가 소리친 사이 경단은 마루를 지나 공중으로 날아간다.


가넷도 경단도 구해야만 한다.


마루는 다시 정령들을 불러 모은다.


마루의 의도를 알아차린 바람의 정령들이 마루의 발밑에 모이기 시작한다.


하나... 둘!!


구름과 마루 사이에서 맹렬한 상승기류가 일어난다.


그 용솟음치는 흐름을 타고 마루는 순간 공중으로 치솟아 오른다.


동시에 뿜어져 나오는 바람을 추진력삼아 구름은 가넷을 구하기 위해 날아가기 시작한다.


경단이 힘을 잃고 중력에 이끌려 추락하기 시작하였다.


“안... 돼!!”


카스미가 젖먹던 힘까지 다해 날갯짓을 하지만 경단에 한참 멀리 뒤떨어져 있다.


그 사이 튀어 오르던 마루는 떨어지는 경단에 더욱 가까워진다.




조금만 더...


마루가 부적을 버리고 경단을 향해 손을 뻗는다.


조금만 더...!


저 경단이 마루의 손끝에 닿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이 천만년처럼 늘어진다.


저 마족이 뭐라고 소리치는 것 같지만 지금 이 정령술사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하나마루가 이를 악 물었다.


조금만 더!!!




몰캉.


보름달을 등진 꽃무늬 소녀의 오른손에 그 조그마한 뭉치가 꼭 쥐어진다.



사방이 정적이 삼켜진다.


하나마루의 시야가 새 하얗게 물든다.


희미한 순백의 세계.


그 세계 한 가운데서 이질적으로 검은 날개가 펄럭인다.


새까만 기운이 소녀의 주변을 흐르고 있다.


... 하지만 그 힘 속에는 어떠한 불길한 징조도 없었다.


오히려 따스하고, 상냥하다.


붉은 빛을 머금은 보라색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이쪽을 보고 있다.


소녀는 잠시 수줍은 듯 땅을 보며 머뭇거리다가, 다시 마루를 바라본다.


소녀가 활짝 웃는다.


반짝이는 반가움을 방울방울 흘리며.



“드디어... 다시 만났어...”


어느새 하나마루 또한 보석 같은 눈물을 흘리며 미소 지었다.




그 날 밤, 바다의 도시 상공에 주체할 수 없는 마력의 파동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밤보다도 더욱 검은 기운이 밤하늘의 반짝임을 집어 삼켰다.


그 거대한 마력은 대륙이 끝에서조차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하늘을 물들여갔다.


그러나 완벽하게 어둠에 물들 것 같은 바다의 도시는 오히려 더욱 환하게 빛을 발했다.


밤하늘의 별들보다도 큰 반짝임이 땅을 비추어 주었다.


찬란히 빛나는 어둠.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모순된 표현.


하지만 그것 말고는 이토록 장엄하고, 부드러운 이 힘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 파동의 한 가운데, 하나마루가 있었다.


경단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은 하나마루에게 무해하였다.


오히려 따스하게 마루를 감싸 주었다.


아직도 뭐 하나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마루였지만, 이 그리운 느낌만큼은 확실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소용돌이치며 마력을 발산하던 검은 마력의 구에 갑자기 어떤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게 경단 아래쪽으로 뻗어 나가는 형체.


안개와도 같은 그 형체가 점점 응축되며 뚜렷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한다.


이윽고 조그마한 형체가 그 윤곽을 들어낸다.




갑자기 가로등이 꺼지듯 하늘을 뒤덮던 장대한 어둠이 단번에 사라진다.


언제 난리가 났었냐는 듯 별들이 시치미를 때며 반짝인다.


아직 희미하게 남은 검은 마력들이 하나마루를 끌어안듯이 감싸고 있었다.


그 힘에 의해 마루는 천천히 깃털 떨어지듯 추락하고 있었다.


잠시 압도적인 경험에 어안이 벙벙해진 마루에게 경단이 둥실둥실 내려왔다.


... 이제는 단순한 경단이 아니라 조그마한 소녀의 머리 장식이었지만.



마루는 황급히 손을 뻗어 소녀를 끌어안는다.


꼬마아이 다운 단발머리 오른쪽에 그 ‘경단’이 유유히 달려 있었다.


... 5살? 6살?


마루는 잘 알 수 없었지만 틀림없이 어린 아이일 꺼라 생각하였다.


순수함이 가득 묻어 나오는 귀여운 얼굴, 흠집 하나 없이 새하얀 피부.


조그마한 양 손은 꼭 쥐어진 채 소녀의 턱 밑에 가지런히 모여 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예쁠 뿐인 평범한 소녀.


하지만 분명히 등에 나있는 작은 검은 날개 한 쌍이 소녀가 평범하지 않음을 변호하고 있다.


마루도 분명 등에 날개가 난 천사의 이야기는 들은 적 있었다.


그러나 천사가 검은 날개를 가질 수도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 들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만나본 적은 있다.


마루는 품에 꼭 껴안은 소녀를 아직도 물기를 머금은 두 눈으로 응시하였다.


분명히 이 소녀와 마루는 만났다.


연기보다도 희미한 기억의 조각들 속에서 사랑스러움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아직도 누군지도 모르는, 하지만 너무나도 그리웠던 그녀.



“... 요시코쨩?”


소녀의 눈꺼풀이 부스스 떨린다.


보석과 같이 아름다운 자주색 눈동자가 장막을 들추고 그 모습을 보였다.


잠시 정신이 없는 듯 멍하니 있던 소녀는 이윽고 하나마루와 눈이 마주친다.


잠깐의 정적.


하나마루가 마른 침을 꼴깍 삼키고 다시 한번 소녀를 불러본다.


“요시코쨩?”



“... 즈아마루...


쥬라... 즈...


... 즈라마루?”


몇 번이나 발음을 고친 요시코의 앳되지만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

.....


내가 잘못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4

코코아쓰나미 이제야...ㅠ 2017.10.20 09:02:47
코코아쓰나미 2017.10.20 09:03:18
김즈라 집중되던 약해지자 2017.10.20 09:05:01
김즈라 오타있다 2017.10.20 09:05:06
김즈라 2017.10.20 09:05:12
김즈라 2017.10.20 09:05:21
김즈라 2017.10.20 09:05:23
LittleDemon♡ 2017.10.20 09:09:42
LittleDemon♡ 고쳤엉... 2017.10.20 09:17:11
theguest 항상 기다리고 있어. 힘내라. 2017.10.21 22:5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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