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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문학] 화환, 검은 날개, 그리고 재회 (7)
글쓴이
LittleD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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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339457
  • 2017-09-16 06:10:16

#주의

러브 라이브를 빌린 판타지물입니다.

다소 캐릭터 재해석이 있을 수도 있고 보기에 따라 거북하거나 유치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는 누구 사지 오그라드는 걸 걱정했냐만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 생각하고 봐주세유.

뭔가 서양 판타지인데 캐릭터들 이름이 일본식인건... 넓은 아량으로 봐줘유...



전편- 검은 깃이 묻힌 꽃밭 1 2

      

       다시 시작되는 깃의 이야기 1 2 3


       화환, 검은 날개, 그리고 재회 1 2 3 4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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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없는 한 가정집의 외벽이 산산조각난다.


굉음과 함께 커다란 구멍이 먼지구름을 일으키며 뚫렸지만 저녁상을 차리던 아낙과 식탁에 앉아있던 어린 아이는 조금도 알아채지 못한다.


심지어 아낙은 자신의 바로 뒤에서 조그마한 소녀가 얼굴에 붙은 양피지를 두 손으로 꼭 붙잡은 채 데굴데굴 구르다가 멈췄는데도 아무 일 없다는 양 아들과 담소를 나누며 스튜를 끓인다.


“아구그그... 아퍼...”


양피지에 그려진 얼굴의 눈이 소용돌이친다.


급하게나마 방어 마법을 전개하지 않았다면 크게 다쳤을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엄청난 인식 결계네.”


급박한 와중이지만 리나는 아무리 비마법사들이라도 이렇게까지 오감을 완벽히 속이는는 결계에 마녀로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심지어 아무 도움도 받을 수 없도록 리나 자신까지 가둬버릴 줄이야.


스승님보다는 조금 못하지만 이 정도면 정말 수준급 실력을 가진 마족이다.


“큭...”


구른 여파로 무언가가 박혔는지 리나는 왼쪽 어깨가 갑자기 따끔거렸다.


내려다보니 로브에 피가 조금식이지만 새어나온다.


하지만 곧 녀석들이 들이닥칠 텐데 이깟 생체기 따위 치료할 틈이 없다.


금방 털고 일어난 리나가 다시 자신의 키 정도 되는 높이의 지팡이를 다시 다잡았다.


아니나 다를까 짐승 같은 악마들이 낮게 으르렁거리며 슬슬 부서진 벽 쪽으로 기어온다.


“끼에에에에에에엑!!”


태세를 정비하는 리나를 보자마자 마치 온 몸에 불이 붙은 인간의 단말마 같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학살마들이 달려들었다.


여기에 민간인들이 있는 이상 장소를 빨리 바꿔야 한다.


‘섬광!’


동그란 보석이 박힌 지팡이 끝에서 환한 빛이 집안의 등불보다 수십 배는 하얗고 밝은 빛을 내뿜는다.


어둠에 속한 마수들이 그 빛을 견디지 못하고 눈을 팔로 가리며 주춤거린다.


이틈에...!


리나는 빗자루를 소환하기 위해 소환주문을 읊는다.


빗자루를 소환한다고 딱히 이 결계를 쉬이 빠져나갈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악마들을 피하는 데는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었다.


“으응?”


아낙과 꼬마아이가 갑자기 집안이 조금 환해지자 의아한 듯 리나 쪽을 쳐다본다.


아무래도 결계로 막기에는 애매한 형태인지라 마력으로 빚은 인공적인 섬광이 조금 새어나간 모양이다.


하지만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기에 이내 기분 탓 이겠거니 하고 넘어가버린다.


순간적인 빛이 꺼지고 학살마들의 흐릿한 시야가 다시 적응을 할 무렵, 리나를 태운 빗자루가 그들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날아갔다.


“꺄아아아악!”


“크에애아아앜!”


고문 받은 여자의 미쳐 날뛰는 비명처럼 가늘고 찢어지는 울음소리에 리나는 순간 지팡이조차 놓아 버린 채 귀를 막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슬쩍 뒤를 보니 악에 받힌 학살마들이 건물 벽들을 거친 손톱으로 긁으며 지붕으로 올라간다.


그리고는 무서운 속도로 건물과 건물 사이를 뛰어가며 빗자루를 탄 마녀를 맹렬히 쫒아갔다.


학살마들은 비록 마법으로 종속되었을지언정 뼛속 깊숙이 본능으로 낙인 되어버린 그 특유의 광증과 집착을 아낌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지상의 마물들에게 없는 그 살벌함에 리나는 오한을 느꼈다.


그녀는 자칫 공포로 마비될 뻔했던 이성을 진정시키고 차리고 일단 빗자루의 고도를 높였다.


학살마들에게 쫒기면서 주변 일대를 둘러본 결과 인식 결계는 너무나 광범위했고(교묘하게 마법사가 있을지도 모르는 길드 밀집지역은 피하였다.) 봉인 결계는 이 골목 일대를 단단히 가둬두고 있었다.


지금으로써는 최대한 주변을 둘러보며 조금이라도 결계들이 허술한 틈을 노려야 한다.


리나는 일단 고도를 높여서 학살마들에게 벗어나기로 한다.



허나 사명감에 불타는 마족은 그런 마녀를 가만히 둘 생각 따위는 없었다.


‘검은 창’


순식간에 날개를 피고 날아온 카스미가 뾰족하게 날 선 암흑의 마력 덩어리를 리나를 향해 거칠게 던졌다.


“우왓!”


리나는 재빨리 빗자루의 기수를 세웠다.


급제동이 걸린 빗자루가 거의 일자로 세워지는 순간 아슬아슬하게 검은 창이 빗자루를 스친다.


리나는 거의 빗자루에 매달리다시피 대롱거리며 안도한다.


“하... 피했다...”


“과연 그럴까요?”


리나를 스치켜 카스미가 자신만만한 미소을 짓는다.


순간 눈앞을 스쳐지나간 카스미가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지는 그 찰나를 리나는 놓치지 않았다.


환영!?


리나가 뒤늦게 눈치 챘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다.


환영으로 된 검은 창과 저만치에서 날아오던 카스미의 모습은 연기처럼 사라져버린다.


순간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적의에 찬 마력.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속도를 내보려하지만 이미 늦었다.


파직


바로 아래에서 직격해온 검은 창이 재빨리 날아가기 직전의 빗자루의 빗을 스친다.


마력으로 엮은 빗이 손상되자 빗자루가 이리 저리 요동치기 시작한다.


“아으... 제발!!”


리나의 간절한 외침에도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제멋대로 날뛰는 빗자루.


결국 이리 저리 돌아가던 빗자루가 몸체가 회전해버린다.


“꺗!”


다른 손은 지팡이를 들고 있었기에 나머지 한 손을 이용해 가까스로 빗자루에 매달린 리나.


그러나 빗자루는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오른손만으로 버틴다는 것은 조그맣고 연약한 소녀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었다.


게다가 꽤나 날아올랐던 터라 고도는 이미 저 아래 건물들이 촘촘히 보일 정도로 높았다.


하나 둘 별빛이 반짝이기 시작한 밤하늘을 등진 채 미친 듯이 날아다니는 빗자루에 안쓰럽게 매달린 꼬마 마녀.


너무나도 무방비한 지금이 마족에겐 절호의 기회다.


“이제 그만 포기하라고!”


리나의 아래에서 ‘진짜’ 카스미가 때를 놓치지 않고 힘차게 날아오른다.


“우으...”


이대로는 잡힌다.


정든 빗자루였지만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아버린다.


“소용없어요!”


보나마나 부유 마법 따위나 쓸 것이다.


그렇게는 안 둬!


떨어지는 리나 쪽으로 카스미가 손을 뻗는다.


일단 손아귀에만 들어온다면 저런 인간 소녀 한 명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리나 또한 순순히 잡혀 줄 생각은 없었다.


‘대상 소쩍새, 재현율 최대!’


이제 마족의 억샌 손이 리나의 눈앞까지 다가왔다.


그렇게 카스미에게 잡히려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 간발의 차로 리나의 마법이 준비된다.


‘변신!’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연기가 자욱이 인다.


“어딜!”


카스미는 연기를 거칠게 헤치며 손아귀를 펼친다.


이윽고 눈앞의 인간을 확 잡아채기 위해 팔을 휘두른다.


허나 팔은 허공을 가르고 깃털 몇 장을 움켜쥐었을 뿐이었다.


... 깃털?


카스미가 재빨리 연기를 걷어내고 주변을 살핀다.


순간 미로 같은 골목길 쪽으로 쏜살같이 하강하는 소쩍새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저 양피지 면상이 정말...!”


마녀가 변신 마법을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잠시 이를 갈던 카스미가 소쩍새를 따라 급속도로 하강한다.



최대한 핵심만, 그것도 간추려서 외운 변신 주문.


때문에 마력 소모도 심한데다가 지속시간도 형편없다.


‘일단 내려 가야해...!’


리나가 부리를 악 물고 골목 쪽으로 하강했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 마족도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얼른 내려가지 않으면...


이윽고 주황색 세모난 지붕 하나가 눈앞에 보인다.


여기서 착륙하고 태세를 최대한 정비해야겠다고 리나는 판단했다.


지붕에 다다르자 날개를 펄럭이며 속도를 늦춘 순간, 리나는 뒤늦게 기분 나쁜 으르렁거림을 듣고 말았다.


“잡아!”


카스미의 외침과 함께 찢어지는 울부짖음이 울려 퍼진다.


이윽고 아래쪽에서 기어 올라온 학살마들이 주황색 지붕 표면을 거칠게 긁어대며 뛰어오다가 리나를 향해 도약한다.


그 채찍같이 깡마른 팔들이 소쩍새를 향해 뻗어진다.


“이런!”


리나는 재빨리 방향을 틀었으나 결국 무자비한 손톱이 소쩍새의 날개를 그어 버렸다.


“꺄아악!”


소쩍새가 소녀의 비명을 내지르며 연기와 함께 본 모습으로 돌아온다.


허공에서 떨어진 리나가 지붕을 피로 적시며 경사 아래로 굴러 떨어진다.


“으으...!”


맥없이 아래로 추락하기 직전 리나는 간신히 지팡이를 고쳐 잡는다.


‘부유!’


곧이어 떨어지려던 리나의 몸이 서서히 속력을 줄인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과 같이 허공을 떠다니는 리나.


부유한 채로 몸을 일으켜본다.


다 찢어진 로브 사이로 들어난 피로 물든 오른팔.


게다가 방금 낙하의 충격으로 온 몸 구석구석이 조용히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엉망이네...


조금 현실감이 없어진 리나가 무심하게 자신의 몸 상태를 자평했다.


의식이 조금씩 흔들리지만 넉 놓을 틈이 없을 터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까보다 더욱 가까워진 카스미가 리나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틈을 타 재차 마법을 준비하였다.


‘검은 속박’


카스미의 손에서 엮여진 회색빛 마력이 거대한 그물 모양으로 리나를 향해 활짝 펼쳐졌다.


‘대상 쥐, 재현율 최저...’


변신.


어딘가 잘못 그려진 듯 어설프고 뒤틀린 쥐 한 마리.


하지만 위기에 빠진 마녀에게는 저 마력의 그물 사이만 통과할 수 있다면 뭐든 좋았다.


간신히 쥐로 변신한 리나가 간발의 차로 그물에 닿지 않고 그 마름모 틈 사이로 추락하듯 쏙 빠져나간다.


하지만 리나는 변신을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힘들지만 정신을 다잡으며 리나는 왼손에 꼭 쥔 지팡이에 마력을 집중하려 애써 본다.


학살마들이 눈을 번뜩이며 벽을 타고 빠르게 내려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력 화살’


악마 한 마리가 리나를 덮치려 달려든 순간 지팡이에서 뿜어진 푸른 빛 덩어리에 명치를 직격 당해 허공에서 고꾸라진다.


이어서 리나는 다른 학살마들에게도 마력의 화살들을 두발 더 날렸다.


한 마리는 화살이 눈에 명중당해 발버둥 치다가 아래로 추락했지만 불행이도 나머지 한 마리는 단지 얼굴을 조금 스쳤을 뿐이었다.


또 다시 학살마의 날카로운 손톱이 리나를 공격했다.


“악..!”


옆구리를 스치는 날카로운 고통 와중에도 리나는 재차 마력을 날려 나머지 한 놈도 떨쳐냈다.


허나 이미 부유 마법을 유지할 집중력이 흐트러져 버렸다.


리나는 허공에서 추락하다 멈추고 또 추락하다 멈추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자신의 키쯤 되는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져버렸다.


그 충격에 쓰러지면서 들고 있던 지팡이마저 놓쳐버렸다.


구겨지고 찢어진 양피지 너머로 가느다랗고 가파른 숨소리가 들린다.


이미 리나의 오른팔은 피로 흥건히 젖어있었고, 그 바로 아래 옆구리에 난 깊고 커다란 손톱자국에는 그보다도 더 많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왼손에 아무리 뻗어보아도 아주 조금 굴러갔을 뿐인 지팡이를 잡을 수가 없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 사이, 배를 깔고 쓰러진 리나의 눈앞에 구두를 신은 두 다리가 사뿐히 내려앉는다.


동시에 학살마들이 아까보다도 격렬히 으르렁거리며 리나의 주위를 둘러싼다.


큰 타격을 입은 건 아니었건만 마치 복수심에 불타듯 울부짖는 악마들을 카스미는 손짓으로 물러서게 만들고 천천히 리나에게 다가갔다.



“... 진작 포기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역시 썩 유쾌하지 않다.


지금까지의 지휘에 오르기까지 꽤 많은 명령을 수행한 카스미였지만 이번만큼 찝찝했던 적은 없었다.


눈앞에 힘겹게 헐떡이는 소녀는 아무리 봐도 도저히 여태까지 상대해 왔던 적대적인 마족들이나 마수들처럼 악한 존재로는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겉으로는 누구보다도 작고 연약해 보이는 그런 소녀를 자신은 끔찍한 괴물들까지 동원해 이 정도로 상처 입힌 것이다.


말로는 죽인다 어쩐다 했지만 실은 그 때의 보랏빛 마녀보다 한참은 약한 리나를 이 정도까지 상처 입히고 싶지는 않았던 카스미였다.


... 그래도 목숨까지는 빼앗지 않은 게 다행이네요...


씁쓸한 표정으로 카스미가 한쪽 무릎을 대고 앉아 리나의 몸을 조심스럽게 뒤집었다.


힘겹게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안쓰럽지만 임무는 임무다.


카스미는 탐지 마법을 발동시켰다.


순식간에 리나의 왼쪽 로브 가슴 부분 안쪽에서 검은 마력의 기운을 감지해낸다.


카스미는 조용히 로브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 찾았다.


이윽고 그녀의 손에 들린 카드 한 장.


검은 마력의 구, 즉 그 ‘경단’이 깃든 카드다.


“가면서 결계는 풀고 주변에 사람을 유인 해줄 테니까 치료받으세요.


오늘부로 이번 일에 엮이려 들지 말고 그냥 깔끔히 잊으시고요.”


조곤조곤 리나에게 부탁한 채 자리를 일어나려는 카스미.


“... 안 돼...”


“네?”


“절대... 안 돼!”


어느 틈에 리나의 손에 지팡이가 꼭 쥐어져 있었다.


!!!


채 반응하기도 전에 눈부신 폭발의 충격이 카스미를 강타한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그녀는 뒤로 밀려나며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놓쳐 버린다.


자세를 다시 잡고 앞을 보니 양피지 마녀가 지팡이에 기댄 채 겨우겨우 일어서고 있었다.



“약속했으니까... 어떻게든...”


금방이라도 다시 쓰러질 것 같은 몸뚱이에 이미 의식은 꺼지기 직전이었지만 리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스승님이 날 믿는다고 했으니까...


리나를 믿어준다고 했으니까...


“리나는... 절대 포기 안해...!”


언제 사라질지 모를 정도로 희미한, 그러나 의지에 찬 목소리로 리나가 결의했다.


그리고는 떨어진 카드 쪽으로 힘겹게 다가간다.


이미 아까의 마법으로 거의 한계 직전인 리나였지만 그래도 처절하게 한 발짝 한 발짝 걸어갔다.


카드를 지키기 위해.


노조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모습에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폭발한 카스미의 두 눈이 붉게 타오른다.


“이 고집불통이!!


다 쓰러져가는 주제에!”


카스미는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아들었다.


적당히 죽지 않게 제압하려는 속셈이었지만 그걸 알 리가 없는 리나였다.


아니, 지금 몸 상태라면 그 ‘적당한’조치도 치명적이리라.


다가오는 마족을 보며 리나는 각오를 다지며 망가진 양피니 안 쪽의 두 눈을 꼭 감았다.


스승님... 미안해...


약속을 지키기 못했...



쿠르르르릉


순간, 리나의 머리 뒤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불숙 솟아오른다.


그리고 그것은 즉시 날아오던 마족을 향해 철퇴처럼 내리꽂힌다.


“뭐얏!?”


다급히 가속을 멈추고 방어 자세를 취해보지만 스쳐 맞은 것만으로도 그 엄청난 힘에 압도당해 저만치 튕겨져 나간다.


그 여파로 경단이 봉인된 카드 또한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겨우 땅에 구두를 끌며 간신히 멈춘 카스미.


자신을 가격한 것의 정체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였다.


누가 봐도 명백히 주먹 모양의.


“엥?”


두 팔에 퍼지는 얼얼한 격통 와중에도 어리둥절해진 카스미가 재빨리 주변을 둘러본다.


그리고 그녀는 그 기묘한 돌주먹 주변에 모여 있는 땅의 정령들을 발견하였다.


저 돌주먹은 정령들의 힘으로 생성된 것이다.


... 어째서?


평소 지들끼리 노닐면서 돌아다닐 뿐일 꼬맹이 정령들이 갑자기 왜?


저 마녀가 그랬을 리는 없는데?


카스미는 몹시 혼란스러워졌다.


재빠르게 정령들의 기운을 따라간 그녀는 리나를 향해 구름을 다가오는 한 소녀를 목격했다.



... 주먹 크다...


리나는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와중에도 저 거대한 바위 주위에서부터 자신의 주변에서까지 느껴지는 정령들의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직접 볼 정도의 여유는 없었지만 분명히 이 주변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모여들었음이 분명하다.


분명 정령은 자연의 힘을 품은 존재들은 맞았지만 자발적으로 이런 힘을 발휘하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게다가 소통조차 제대로 안 되는 정령들이 생판 모르는 인간을 구하려고 나서는 일은 없다.


이건... 설마...?



짤랑


리나는 등 뒤에서 울리는 청명한 방울 소리를 들었다.


힘겹게 뒤를 돌아보니, 예쁜 해바라기 꽃다발이 저만치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아니, 한 밤중에 걸어 다니는 해바라기... 꽃다발?


스스로도 말도 안 된다는 생각에 리나는 고개를 흔들고 똑바로 시선을 집중한다.


꽃을 감사는 천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은 검은 치마.


화사한 해바라기로 보였던 건 샛노란 꽃무늬 도복을 입은 소녀의 앳된 얼굴이었다.


“괜찮아유!?”


곧이어 하나마루는 다친 소녀에게 방울소리를 울리며 바삐 뛰어갔다.




몇 분 전.


목소리에 이끌려 길드 앞에 도착해 구름에서 내리자마자 음습한 기운에 골목이 삼켜져 있는 것에 놀랐던 하나마루.


즉시 정령의 힘을 빌려 결계를 돌파하였다.


인식 결계를 돌파하자마자 부서진 바닥과 난장판이 된 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무언가 심상치 않아유...!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던 하나마루는 인접 지역에서 느껴지는 마력의 기운들과 사나운 짐승의 울부짖음을 느끼고는 최대한 빨리 근원지로 달려갔다.


얼마 뒤 나타난 피투성이가 된 마녀와 달려드는 여성 마족, 그리고 주변을 맴도는 너무나 추한 괴물들.


깊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즉시 정령의 힘을 빌었던 것이다.



... 정령술사...


예상치 모한 도움에 긴장이 풀려버린 리나는 다리에 힘이 빠져버려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우와아아앗!”


하나마루는 몸을 내던지다시피 달려들어 간신히 맨바닥에 쓰러질 뻔했던 리나를 받아냈다.


“헉... 헉...”


이 피투성이의 소녀는 위독하게 숨을 헐떡였다.


하나마루는 급히 부적들을 양피지 소녀에게 갖다 댄다.


그리고 방울을 울리자 땅의 정령들이 즉시 리나에게로 모여들었다.


그녀의 상처 앞에서 정령들이 내뿜는 치유의 기운이 느리지만 확실하게 빛을 뿜었다.


“... 경단...”


경단...?


하나마루의 표정이 더욱 심각해진다.


“경단 먹고 싶어유!?”


“아니이이...!”


리나쨩 보드, 답답... 을 만들 힘도 없다.


리나는 간신히 손가락을 들어 올려 오른쪽으로 멀리 떨어진 카드 한 장을 가리켰다.


“저거... 반드시... 지켜...”


“? 저 종이 말인가유?”


“정령술ㅅ... 맞지...?


저거... 당신에게... 스승님이...”


기력이 다한 리나의 팔이 툭 떨어진다.


“!?”


깜짝 놀란 하나마루가 리나의 맥을 짚어본다.


다행히 잠시 기절했을 뿐인 것 같다.


하나마루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양피지 마녀의 말을 곱씹어보았다.


이 소녀가 의식을 잃어가는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저 카드, 뭔가 소중한 것임이 틀림없긴 한 것 같긴 한데...



하나마루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먼저 선수를 친 건 카스미였다.


방해꾼이 있긴 했지만 아무래도 저 카드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다른 건 다 필요없는 카스미였다.


오로지 저 카드만 손에 넣으면 그만이다.


“저 카드를 가져오세요!”


카스미가 학살마들에게 명령을 내린다.


이번에는 하나마루를 노려보던 마수들이 곧 땅에 떨어진 카드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


“앗...”


자신들이 아니라 카드를 우선시하는 저 마족과 마수들.


하나마루는 일단 이 양피지 얼굴의 소녀의 치유가 급선무이므로 일단 이 틈에 물러서기로 결정하였다.


아무리 저 카드가 소중하다고 해도 지금 피 흘리는 이 마녀를...









‘마루...!’



!!!!!!


부적을 쥔 하나마루의 손이 순간 불끈 쥐어진다.


방울을 울리며 순식간에 부적에 마력을 집중한다.


부탁을 받은 정령들이 마력을 발산하자 황금빛 기운이 순식간에 바닥을 타고 카드에게 접근한다.


이윽고 카드에 다다르자 황금빛 기운이 즉시 대지에서 솟아오른다.


카드에 달려들던 학살마 한 마리가 정령의 기운이 형성한 햇살과도 같은 보호막에 튕겨져 나가 꼴사납게 나가떨어진다.


카스미의 붉은 눈이 정령술사를 쏘아본다.


“당신도 방해하려는 겁니까?”


하지만 하나마루는 그 서슬 퍼런 위협에도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채 도리어 그 마족을 덩달아 노려본다.



그 목소리가 들렸어.


저 종이에서 분명 들렸어.


“마루가 찾던... 그 목소리...!”


바로 눈앞에 있다.


자신이 간절히 찾고 싶었던, 그러니 기억나지 않는 그리운 너가...


저 종이에서 그 기운이, 겉보기엔 불길할 정도로 새까만 그 기운이.


하지만 천천히 보면 무엇보다도 따뜻한 ‘너’의 기운을 마루는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미안해유, 양피지 아가씨!”


지금 상황에서는 응급처치밖에 못해준다.


하지만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마루는 마음속으로 기절한 마녀와 약속한다.


지금은 저 카드란 걸 반드시 지켜야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되찾아야’한다.


‘이번’에 만큼은...


“이번에는 절대 헤어지지 않아 즈라!”


하나마루가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커다랗고 단호한 목소리로 외쳤다.


스스로도 왜 ‘이번’이라든지 ‘되찾아야’한다든지 같은 표현을 했는지 하나마루는 알지 못했지만 그런 건 지금 중요하지 않다.


마루에게 중요한 건 오직 저 카드에 있을 소중한 것 뿐.



으르르르르릉...


태세를 정비한 학살마들이 그 공허한 눈들을 마루에게 집중시킨다.


정령술사의 황금빛 눈동자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이 결의로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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헿... 필력이 넘모 딸린다... ㅠㅠ


그러고보니 우리의 주인공 요싴이님... 아직도 안 나오셨어 헤헤헿 ㅠㅠㅠㅠㅠㅠㅠ

김즈라 글고보니 정말 요싴이가 업네 2017.09.16 06:19:15
김즈라 2017.09.16 06:19:20
김즈라 2017.09.16 06:19:24
김즈라 2017.09.16 06:19:27
김즈라 2017.09.16 06:19:33
LittleDemon♡ 기다려줭... 2017.09.16 06:21:51
LittleDemon♡ 2017.09.16 06:21:57
김즈라 2017.09.16 06:23:50
코코아쓰나미 안히 여기서 끊지 말라고! 2017.09.16 06:31:23
LittleDemon♡ 2017.09.16 06:32:00
두리번거리기 2017.09.16 09: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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