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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문학번역/복구] 울적해지는 날 (요하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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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9-12 04:33:14
  • 211.36.*.*


울적해지는 날
さみしくなるひ

작가: 雪月(http://www.pixiv.net/member.php?id=7694961)
원문: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779100
번역: 낮-꿈(d4ydream)



옅은 숨소리와 째깍거리는 초침 소리만이 방 안을 메우고 있었다.

머리는 멍했고 몸 구석구석이 쑤셨다.
콜록콜록 기침을 뱉으니 목구멍은 아파 와서, 잠을 청하려 해도 코가 꽉 막혀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감기에 걸린 이유라 하면 어제 머리에 물을 잔뜩 들썼기 때문일 것이다.
수도꼭지를 돌린 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하게 물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나중에 밝혀지길 수도꼭지가 고장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사용 불가라고 종이가 붙어 있을 터이다.

정말이지 재수 옴 붙었어.

태어나서 운 좋다고 할 만한 일이 손꼽힐만치 뿐이 없는 내가 이정도 고생하는 일은 별 큰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역시 가슴 속에 솟아나는 감정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울적해.”

조금 거칠어진 목소리는 예상한 것보다도 울리지를 못했다.
애석하게도 오늘은 아버지, 어머니에 할머니까지 집에 없었다. 부모님은 부부 여행에, 할머니는 노인회에서 가는 여행에. 요시코 집 잘 볼 수 있지? 라며 집을 나선 부모님을 이리도 원망하는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오늘이란 날을 정말 기다리고 있었는데.
밤을 샐 수도 있고, 부모님을 신경쓰지 않고 있을 수 있고, 돈 두고 갈테니 배달 음식이라도 먹고 싶은 거 먹으라며 부모님은 돈도 잔뜩 주고 가셨다. 그러니, 이 기회에 처음으로 친구를 집에 부르려고 했는데.

슬금슬금 베개맡으로 팔을 뻗어 내 핸드폰을 집었다.
잠금을 풀고 매번 쓰는 그 어플리케이션을 켰다. 다들 내게 메세지를 보내준 듯했다.

‘요시코쨩 괜찮아? 귤 먹고 힘 내!’
‘치카쨩, 요시코쨩은 귤 싫어해
요시코쨩 빨리 나아! 요-소로-!’
‘요시코쨩, 빨리 나아유! 실러캔스 인형 사러 가유!’
‘일단 프린트랑 노트는 챙겨 둘 테니 안심해. 몸조리 잘 해’
‘You have a cold? 요시코가 감기 걸렸대서 깜짝 놀랐어. 빨리 나아!’
‘아이돌이면 몸 상태 관리도 중요하죠. 오늘은 안정을 취하세요’
‘다 나으면 같이 달리기라도 하면서 체력 기르자’
‘카난쨩, 요시코쨩한테 원수 졌어?’
‘너무해유…’
‘아, 진심이야?’

처음은 병문안 온다는 말도 있었지만 점점 이야기가 딴 길로 새더니 지금은 캇파 이야기나 하는 게 Aqours답다면 Aqours답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신경쓰이는 것이 있었다.

“……리리는 아무 말도 안 보내네……. 콜록”

그래, 리리.
우리 Guilty kiss의 일원 사쿠라우치 리코는 아무 말도 보내 주지 않았다.

아이콘을 터치해서 프로필 사진을 열어 보니, 리리의 사진이 있었다.
예전 학교- 그 오토노키자카 학원의 교복을 입은 채로 내가 모르는 리리의 친구들과 찍은 사진이다.

“…….”

터치해서 나와 리리의 대화를 거슬러 올라간다.
쓰잘데 없는, 주제 없는 이야기들. 꽤 수다떨었던 것 같은데 예상 외로 남아 있는 대화는 적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가장 처음 보낸 메시지. 그걸 보는 새에 어느샌가 리리를 보고 싶어져 멍한 채로 타자를 쳤다.

‘리리, 보고 싶어’

나는 대체 무슨 헛짓을 하는 걸까.
그리 생각한 순간 문득 눈물이 차 오른다.
열이 더 오르기라도 했나 보다. 분명 그럴 것이다.

핸드폰을 끄고 이불 속에 웅크렸다.
그러고 보면 아침밥도 먹지 않았다. 점심은 어떡하지. 약 먹기 싫은데.

그런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내 의식은 잠기어 갔다.





띵동-

갑작스레 울린 소리는 인터폰에서 나는 것이었다.
무거운 몸을 간신히 일으켜 시계를 보자 오후 한 시 반이 가까웠다. 점심밥도 못 먹었고, 약도 안 먹었는데. 나는 그리 한숨을 쉬고는 슬슬 몸을 일으켰다.

카디건을 걸치고는 복도를 지나 인터폰을… 어?

“……리리?”
‘아, 욧쨩? 몸은 어때?’

그곳엔 아직 수업이 안 끝났을 리리가 장바구니를 한 손에 든 채 서 있었다.

“어, 어떻게……? 리리, 아직 학교 안……”
‘아, 그게. 조퇴했어. 으음, 일단 들여보내 줄래?’
“아, 으, 응. 안 잠겼으니 들어와.”

인터폰을 끄고 나는 터벅터벅 현관으로 향했다.
왜, 어떻게. 리리는 모범생인데 이런 일로 조퇴를 하고 온 거야? ……아!? 혹시 요하네가 감기를……?
아직 조금 멍한 머리를 풀가동시켜 봐도 답은 구할 수 없었다.

“욧쨩, 상태는 괜찮아?”
“아…… 진짜 리리다.”
“응?”

벽에 살짝 기대며 슬쩍 흘린 말은 아슬아슬하게 리리에겐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아무 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휘젓고는 우선 안으로 안내했다.

“아, 욧쨩은 밥 먹었어?”
“아침, 점심 둘 다 못 먹었어.”
“그럼 약도 못 먹었겠네…… 약은 집에 있어?”
“아마.”
“일단 나도 감기약 사 오긴 했으니 점심밥 먹고 약도 먹어. 아, 주방 써도 돼?”
“뭐?”

리리가 만들어 주는 거야?
그 질문을 말로는 하지 못했다. 리리는 나를 거실 소파에 반강제로 앉히고는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리고, 리리는 내가 물고기마냥 입을 뻐끔거리는 것도 못 본 채 그대로 주방으로 향했다.

꿈인가 싶을 정도로 몽환적이었다.
탁탁 하고 무언가를 써는 소리나 깔짝깔짝 하고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알 수 없이 간지러웠다.

“욧쨩, 이제 곧 되니까 기다려 줘.”

음식을 만드는 동안 번번히 내 상태를 보러 왔다.
욧쨩, 열 재자.
욧쨩, 목 안 말라?
욧쨩은 계란 좋아해?
욧쨩, 욧쨩.

리리는 내게 말을 걸 때 마다 내 얼굴을, 내 눈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머리를 쓰다듬고, 손을 잡으며. 리리의 손은 조금 차가웠지만 매끄러웠다. 그것이 너무나도 편안히 느껴졌던 것이다. 머리를 쓰다듬어 줄 때 리리에게 가까이 달라붙은 것은 단지 열이 올랐기 때문으로, 이상한 이유는 없었다.

“욧쨩, 괜찮아? 먹을 수 있겠어?”
“응…….”

리리가 만들어 준 죽.
실은 쌀알 한 톨 남기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반도 먹을 수 없었다.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며 웃으며 약을 건네준 리리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며 나는 약을 삼켰다.


“욧쨩 방 생각보다 깨끗하네.”
“……무슨, 소리야”
“아, 아하하…… 미, 미안.”

정말, 날 뭘로 보고 있던 걸까.
그런 걸 머리 구석진 곳에서 어렴풋이 생각하며 침대에 슬금슬금 기어 들어갔다.

“욧쨩, 체온계 끼워 봐.”

리리에게 건네받은 것은 이미 전원이 켜 진 체온계였다. 받아들어 겨드랑이에 끼자 리리는 또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저기, 리리.”
“응? 왜 그래?”
“그, 음…… 왜 와 준 거야?”
“뭐?”
“응?”

내 질문에 멍한 표정을 지은 리리.
어? 기억 안 나? 같은 질문을 하는 리리였지만 나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자, 오늘 메세지 보냈잖아?”
“……메세지라.”

내가 다시금 물음표를 띄우자 리리는 쓴웃음 지으며 핸드폰을 켜 내게 보여 주었다.

‘리리, 보고 싶어’

“읏……!?”
“메시지가 왔을 때 진짜 놀랐지만 루비쨩이랑 하나마루쨩한테 물었더니 욧쨩이 감기 걸렸다고 알려 줬어. 게다가 저번에 욧쨩이 오늘은 부모님도 할머니도 집에 안 계신다고 말했잖아?”

잠깐, 말이 돼?
그럼, 그 메세지를 내가 보내서…….

“어, 욧쨩!? 얼굴 새빨개! 열 오르는 거야!?”
“으으으…… 리, 리리 때문, 이잖아…….”
“앗, 나 뭐 저질렀어!?”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는 당황해서 벌벌 떠는 리리를 슬쩍 이불 틈으로 바라보았다.
정말로, 나도 참 재수 없지. 설마 그 메세지를 실수로 보냈을 줄이야. 상상치도 못한 일이다.

……하지만 이건 단언코 운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는 일이려나.

“욧쨩, 나 이제 슬슬 돌아가 볼게.”
“앗.”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시계를 보니 어느덧 학교가 끝날 시간이었다.
다들 준비운동을 시작했을 즈음.

“……가는 거야?”

리리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이런. 아무리 감기로 몸 상태가 나쁘다고는 해도 리리한테 민폐 끼칠 순 없다. 게다가 이대로 잡아끌고 있다가 내 불행 체질이 옮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아, 미안…… 아무 것도 아냐.”

눈치도 없이 울리는 체온계를 꺼내 보니 아직 열은 꽤 남아 있었다.
그렇지만 그걸 리리에게는 보이지 않고 가능한 한 활짝 미소를 지었다.

잘 지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리리, 오늘 고마웠어. 이제 열도 다 내렸고, 내일은 꼭 학교를……”
“욧쨩.”

내 말을 가로막은 것은 리리였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도 돼.”
“……리리?”
“욧쨩, 안색 무지 나쁜 거 알아? 열도 안 내렸지?”
“으…….”
“내가 가는 게 싫으면 더 있어 달라고 말해도 돼.”

그 말에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래도, 리리……. 바쁘잖아?”
“하나도 안 바빠. 일이 있다고 해도 욧쨩이 아픈데 그거보다 중요한 일은 없어.”
“게……다가, 이러고 있으면 내가 폐 끼치는 거고…….”
“우리 서로 마찬가지잖아? 나도 욧쨩한테 잔뜩 신세 지고 있으니까.”
“아니야…….”

아, 글렀다.
눈물이 맺히고 있다.
코를 비비고는 얼굴을 필사적으로 이불로 가린다.

“……있잖아, 욧쨩. 내가 어떻게 도와 주면 좋을까?”

정말, 안 돼. 그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 걸지 말아 줘.

-매달리고 싶어지잖아.

“……리리, 계속, 있어 줄래?”

중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내가 말하였다.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였을 텐데.

“응.”

알았어, 욧쨩.
그리도 부드러운 목소리로 리리는 그렇게 말해 주었다.





ㅇㅇ 퍄퍄퍄퍄퍄퍄ㅑ퍄퍄 118.43.*.* 2017.09.12 04:49:58
이엣 하 이거 진짜 좋아하는거ㅠ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요하리리♡ 2017.09.12 19:34:27
xdo201641 2017.10.30 03:46:08
xdo201641 지렸 2017.10.30 03: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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