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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문학] 화환, 검은 날개, 그리고 재회(1)
글쓴이
LittleD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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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329901
  • 2017-09-04 03:50:11

#주의

러브 라이브를 빌린 판타지물입니다.

다소 캐릭터 재해석이 있을 수도 있고 보기에 따라 거북하거나 유치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는 누구 사지 오그라드는 걸 걱정했냐만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 생각하고 봐주세유.

뭔가 서양 판타지인데 캐릭터들 이름이 일본식인건... 넓은 아량으로 봐줘유...



전편- 검은 깃이 묻힌 꽃밭 1 2

      

       다시 시작되는 깃의 이야기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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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을 조금 넘긴 항해 끝에 ‘바다 영웅’호의 선원들과 승객들은 드디어 지평선 너머로 부셔진 대륙의 윤곽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원래는 마력의 촉매제가 되는 보석들이나 미스릴 같은 희귀한 광물 등을 가져다 후추 등의 상품작물들과 교역하던 상선이여서 그런지 ‘바다 영웅’호는 여느 여객선들 보다 조금 더 큰 덩치를 자랑하였다.


그만큼 동쪽 대륙 곳곳에서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목적을 위해 배에 탑승하였다.


행상 무리들, 모험을 쫒아 온 이들, 고향으로 돌아오는 부셔진 대륙 출신들이나 단순히 얼마간의 휴식을 위해 오는 사람들...


이런 여러 인간 군상들을 관찰하는 것이 ‘바다 영웅’호의 선장이 매번 반복되는 긴 항해를 버티는 비결 중 하나였다.


또 하나의 항해가 끝나는 오늘도 선장은 관찰을 위해 슬그머니 갑판에서 나왔다.


승객들을 관찰하기에는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깬 선장의 시선은 14여년의 뱃사람 생활 중에 만난 여러 사람들 중에서도 유달리 독특한 인상의 한 소녀에게 고정되었다.



거의 복부까지 치켜 올려진 검은 치마, 여러 색의 꽃들이 드문드문 수놓아진 화사한 분위기의 노란 상의차림은 요즘 동쪽 대륙사람들 기준에서도 유달리 전통적인 느낌을 자아내었다.


마치 상의와 맞춘 것 같은 진한 노란빛의 머리카락과 황금빛 눈동자는 이리저리 신기한 것을 찾아 흔들렸다.


어째서인지 저 조그마한 몸집에 비해 상당히 커 보이는 봇짐은 침실에 풀어놓아도 될 걸 항상 소중히 어깨에 메고 있었다.


“즈라아아아아아아!!”


아직 승객 대부분 잠에 취한 이른 아침, 오늘도 동이 트자마자 갑판으로 뛰쳐나와 어김없이 튀어 오르는 날치 때를 보며 쩍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는 저 소녀.


그저께는 돛대 망루에서 익숙하게 줄을 타고 내려오는 선원에게 정확히 28번째 감탄을 쏟아냈고,


드물게 돌고래나 온순한 해룡이 물 밖으로 모습을 보이는 날이라도 되면 하루 종일 배의 방방곳곳을 열심히 방울소리를 내며 뛰어다녔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배에 타보았다는 것 치고는 뱃멀미를 안 하는 소녀.


아마 저 소녀는 배 위에의 하루하루가 경이로움의 연속이리라.


선장은 자신이 풋내기였을 때에도 저 정도로 세상에 순수하게 감탄한 적이 있나 싶어 흘흘 웃었다.


점점 황금빛을 되찾아가는 아침 햇살이 푸른 바다와 날치 때를 아름답게 꾸며주었고, 덩달아 소녀의 눈도 햇빛처럼 반짝인다.


“멋져유~!”


왠지 저 아이의 행복한 기운이 다른 승객들과 선원들의 심장까지 따뜻하게 덥혀주는 것 같다.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파하는 순수한 소녀.


풍요로운 아침 햇살을 받아 유독 반짝거리는 날치 때를 따라 소녀의 눈도 반짝인다.


잠깐 훈훈함에 젖어있던 선장이 이내 정신을 차린다.


바람은 필요한 만큼 알맞게 불어주었고 물결도 잔잔하다.


조타수와 항해사를 비롯한 모두에게 미리 정박할 준비를 시켜놓아야 한다.


선장은 생애 최고로 순탄한 항해를 허락해준 바다의 신에게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리고는 자리를 나섰다.



물론 선장을 포함한 선원 그 누구도 이 편안했던 항해길이 바다의 신이 아니라 저 신비로운 소녀가 바다의 정령들에게 여러번 부탁한 끝에 운 좋게 이루어낸 것임을 알지 못했다.


그야 바다의 정령들은 그 어떤 정령들보다도 유독 장난꾸러기에 변덕쟁이이니까.





“즈라아아아아아!”


예상대로 항구에 내리자마자 소녀는 살면서 여태껏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 앞에서 감탄사부터 내뱉었다.


소녀는 한참을 경이로움에 취해 있다가 뒤에 서 있던 사람이 헛기침을 하고 나서야 자신이 건널 판자의 맨 앞에 서있었음을 깨달았다.


무안함에 얼굴이 붉어진 소녀가 급히 내려가느라 조금 뒤뚱거린다.


땅에 내딛자마자 잠시간 어질어질한 기분에(그리고 봇짐의 무게에) 조금 휘청거렸지만 이내 자세를 바로잡는다.


동쪽 대륙의 어린 정령술사, 하나마루가 부서진 대륙에 첫 발을 디딘 순간이었다.







하나마루의 고향, ‘꽃의 마을’은 머나먼 동쪽 대륙에서도 비교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남쪽 산맥의 원시림에에 위치하였다.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은 ‘꽃의 마을’은 다른 곳이었다면 신목 취급을 받았을만한 거대한 나무들로 가득한 싱그러운 숲을 벗 삼고 산의 하류에서부터 힘차게 흐르는 강을 은인삼아 조용하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나날을 보내었다.


마을의 들판은 언제나 사철 내내 형형색색 모습을 바꿔가며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는 꽃들로 가득하였다.


대자연이 무지개를 물감삼아 대지 위에 거침없이 대담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걸작.


이 아름다운 작품의 한 폭을 담당하는 ‘꽃의 마을’ 주위로 정령들이 모여드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였다.



정령,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영체이면서도 생명으로 가득한 존재들.


정령들은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 대지와 강철 그리고 물은 물론 심지어 불과 같이 파괴적인 원소에조차 깃들어 있다.


그들 대부분은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와도 같지만 실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인간계의 삼라만상을 순리에 따라 움직이게 해주는 강대한 존재들이다.


정령들은 대부분 기억력이 매우 나쁠뿐더러 짧은 수명이 다하고 나면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는 윤회를 짧은 주기로 반복하기에 현세의 일시적인 모습에는 연연하지 않는다.


때문에 조그마한 단색 인형과도 같이 단순하고 귀여운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게 보통이었지만, 극히 일부의 정령들은 수명을 넘어선 오랜 세월 끝에 자신의 속성과 더욱 밀접하게 교감하여 신수(神獸)나 신령(神靈)의 형태를 취하였다.


이러한 신비한 존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었다.


평범한 사람은 소통은커녕 이들을 볼 수조차 없다.


오로지 극소수의 사람만이 정령들과 교감할 수 있었고, 그마저도 어렸을 때부터 충분히 수련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축복을 금방 잃어버렸다.


스스로의 마력을 이용해 직접 원소와 힘을 조작하는 마법학이 발달한 부서진 대륙의 경우 정령을 볼 수 있는 자들은 극히 드물다.


그에 비해 동쪽 대륙, 특히 정령들의 보고인 “꽃의 마을”은 정령과 소통하는 재능을 갈고닦는 사람들이 비교적 많다.


초창기에는 단순히 서로 대화하는 수준에서 점차 부적이나 방울 같은 소통의 매개체를 통해 이들에게 ‘부탁’하여 그들의 힘을 이끌어내는 경지에까지 이른 사람들.


동쪽 대륙에서는 이런 기적을 일으키는 사람들을 정령술사라고 불렀다.



하나마루는 ‘꽃의 마을’ 안에서도 드물게 재능이 대대로 계승되어지는 유서 깊은 정령술사 집안 출신이다.


때때로 또래와 비교해도 너무 순진한데다가 원채 나긋나긋한 심성 때문에 느림보이 바보니 놀림 받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이름처럼 밝고 다정한 이 아이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고사리 같은 손녀의 손을 잡고 ‘꽃의 마을’을 포옹한 자연을 돌며 흙과 시냇물의 가르침을 전해준 지혜로운 할머니 덕분에 하나마루는 이른 나이 때부터 정령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하였다.


할머니가 잠자리마다 두런두런 이야기해주던 정령들이 얽힌 신비한 설화들을 경청함과 더불어 본인 또한 특유의 호기심과 근면함으로 정령술에 대해 공부한 결과 10살 무렵에는 동기들이 겨우 정령들과 몇 마디 나눌 수 있을 때 아예 정령들의 힘을 서툴게나마 이끌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런 놀라운 재능에 꽃의 마을 사람들은 하나마루를 700년 전 전설 속의 꽃의 정령술사의 환생과도 같다고 입을 모아 칭송하였다.


비록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름은 잊혀져버렸지만 그림으로나마 전해지는 풍요로운 노란빛의 꽃의 정령술사의 모습은 정말로 하나마루와 닮아있었다.


전승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이미 신수를 다루는 경지에까지 이르러 동쪽 대륙의 수많은 생명들을 보살펴주던 꽃의 정령술사는 어느 날 신령들의 계시를 받고 부서지기 전의 대륙으로 머나먼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수많은 이야기들을 남겼던 꽃의 연금술사의 이후 행적은 본명과 함께 망각의 영역이다.


후대에서는 단지 700년 이 세계를 전율하게 만든 대재앙이 꽃의 정령술사의 신변에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추측할 뿐.



15살이 되던 해, 조금 어설픈 면도 없잖아 있었지만 이미 동기들의 수준을 뛰어넘은 하나마루는 정식 정령술사로서 선택받기 위한 마지막 시험만을 앞두고 있었다.


신령, 즉 대정령들이 내는 시험을 통과하는 것.


수수께끼와 같이 비밀스럽고 과묵한 대정령들이 견습 정령술사들에게 내는 과제의 내용은 예측할 수가 없다.


단순히 더럽혀진 강을 정화하는 따위의 소소한 잡일에서부터 균형을 어지럽히는 마귀를 처치하라는 극히 위험한 도전까지...


어떻게 보면 정식 정령술사의 여부가 단순히 운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혜로운 신령들은 한 마디도 허투루 내뱉지 않는다.


단지 인간들이 알지 못하는 세계의 기묘한 이치를 읽어내고 필요한 걸 그대로 전해줄 뿐.


하나마루 또한 선대 정령술사들과 같이 꽃의 마을 중앙에 있는 우물 제단에서 신령들의 시험을 듣는 의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마루를 꼭 닮은 노란 꽃들, 특히 화사한 해바라기들로 주변이 꾸며졌고 그녀도 이에 질세라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운 예복을 입고 앵두같이 촉촉한 화장을 얇게 발랐었다.


이윽고 그녀는 기대에 찬 주변에 시선, 상냥하게 등을 어루만져주는 할머니의 격려 속에서 정령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발짝, 한 발짝 정령들의 세상과 연결되었다는 우물이 있는 제단의 계단에 발을 디딘 순간,


쿠르르르르릉


약하게, 그러나 확실하게 지축을 흔드는 진동이 마을을 덮쳤다.


건물을 무너뜨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지만 마을 사람 모두를 당황시키기에는 충분하였다.


그와 동시에 신성한 우물의 성수가 격렬하게 하늘로 용솟음치며 무지개를 피웠다.


여태 한 번도 일어난 적이 없는 현상에 마을의 장로 정령술사들조차 적잖이 당황하였는데 그 아래 사람들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하나마루조차 눈이 휘둥그레진 채 안절부절 못하였다.


신령들이 갑자기 분노한 것일까?


하지만 하나마루 정도라면 자격이 충분하고도 남을 텐데?


모두가 예상치 못한 사태에 우왕좌왕 혼란에 빠졌었다.


이윽고 사방을 촉촉하게 적시던 성수의 물기둥이 지진과 함께 잠잠해졌다.


그리고 한마디,


심지어 정령술사를 통하지 않으면 정령과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조차 머릿속에서부터 울리는 이 한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무너진 대륙으로 가라.’



남녀노소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확고한 의지로 말한 것 같은 목소리로 이 한마디만을 남긴 채, 대정령들은 다시 침묵하였다.



꽃의 마을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었다.


이번만큼은 그 누구도 대정령들의 숨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였다.


난해한 적은 있었을지언정 이렇게까지 무엇을 어떻게 왜 하라는 최소한의 방향조차 잡아주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무너진 대륙으로 보내라니...


문득 마을 사람들은 700여 년 전의 대재앙에 관한 소름끼치는 전설을 환기하며 몸서리쳤다.


남아있는 기록들을 대조해보면 꽃의 정령술사가 부서진 대륙으로 간 건 역사에 기록된 대재앙이 일어나기 얼마 전이었다.


비록 역사서마다 대재앙의 때를 다 다르게 서술해놓았지만, 꽃의 연금술사가 부서진 대륙에 도착한 뒤에 일어난 일이란 것은 확실하였다.


과연 꽃의 정령술사의 환생이라고 칭찬하던 하나마루가 똑같은 계시를 받은 것은 우연일까?


혹시 대정령들은 700년 전과 같은 무시무시한 대격변이 또다시 일어날 거라는 경고를 한 걸까?


모두 하나마루를 위해서라도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했지만, 몰아닥치는 공포와 불안감을 틀어막을 수는 없었다.



이후로 몇 일간 하나마루는 복잡한 표정으로 정든 고향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신사에서 다시 환생한 정령들과 인사를 하였고,


더위를 피하던 폭포를 한참동안 바라보았으며 즐겨 먹던 떡들을 잔뜩 싸들고는 자주 쉬러가던 400년생 나무 아래에서 하루 종일 양껏 먹었다.


얼마간 고향의 정겨운 조각들을 차곡차곡 담아둔 마루는 결의를 두 눈에 품고 마을의 장로인 자신의 할머니에게 말하였다.


'마루, 부서진 대륙으로 가겠슈!'



삼일 뒤, 동쪽 대륙의 항구 도시.


부서진 대륙으로 떠나는 바다 영웅호 아래에서 하나마루의 할머니와 친구들, 몇몇 마을사람들이 기약 없는 여행을 떠날 어린 정령술사를 배웅해주고 있었다.


마루가 받은 정령술사로서의 시험이기에 꽃의 마을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동행할 수 없었지만 그녀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간절한 마음이라도 어떻게든 함께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봇짐에는 마루가 즐겨먹던 음식들 찻잎, 여벌옷들을 빈틈없이 채웠다.


항상 여유로우셨던 할머니는 이 날 처음 손녀 앞에서 잔잔한 눈물을 보이셨다.


불확실하고 불길한 대정령들의 전조들을 무릅쓴 큰 결심을 한 마루가 기특하면서도 너무나 걱정되었다.


‘앞으로 그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정령들이 너를 보호해주기를...’


사랑스러운 손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꼭 끌어안으며 신령들의 축복을 빌어줬다.


마루는 언제 다시 돌아와 안길지 모를 할머니의 품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 최대한 꼭 안겼다.


이윽고 동쪽 대륙을 떠나기 시작한 배의 갑판 위에서 마루는 할머니의 마지막 외침을 새겨들었다.


‘어떤 시련이 와도 선한 마음을 간직하고 너와 새로이 연을 맺을 정령들과 사람들을 소중히 여기렴!


인연이야말로 너를 지켜주는 가장 소중한 힘이란다!


우리가 항상 너를 위해 기도할거란 것도 기억하렴!’


마루는 어떻게든 꾹 참았던 여러 감정들을 두 눈에서 방울방울 흘리며 언제까지고, 모두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지금, 견습 정령술사 하나마루는 처음 와보는 낯선 땅 위에 서있었다.


부서진 대륙의 동남부에 위치한 ‘바다의 도시’.


여태 살면서 이렇게까지 멀리 고향을 떠날 거라고는 상상한 적도 없었다.


문득 새로웠던 하루하루에 가려져 꼭꼭 숨어있던 불안감이 마음의 틈 사이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마루, 낯선 곳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의지가 흔들리려던 순간 마루는 봇짐에 왼 손을 찔러 넣었다.


처음 손에 잡힌 것은 버드나무 잎으로 정성스럽게 쌓여있는 찹살떡.


달콤한 팥 말고도 마루가 좋아하는 호두를 듬뿍 넣어 정성스럽게 만들어졌다.


아직도 촉촉한 떡의 하얀 가루들이 꽃의 마을사람 모두의 사랑을 머금은 것 같았다.


마루는 분명히 느껴지는 그 따뜻한 정을 빗자루삼아 걱정 근심을 시원하게 털어내며 떡을 한 입 크게 베어 문다.


쫀득쫀득한 찹쌀이 씹힐수록 팥의 달달함과 호두의 고소함으로 입 안이 행복해진다.


차는 고사하고 물조차 없었지만 이 정도는 너끈하다.


그야 마루는 건강하니까유!


반드시 대정령들의 과제를 달성하고 마을로 돌아갈테니까!


할머니, 기다려줘 즈라.



웅성웅성, 인간들의 목소리와는 다른 종류의 소란스러움이 마루의 머릿속에 울린다.


주변을 둘러보니 벌써부터 발목에도 채 못 미치는 조그마한 손님들이 배웅을 나와 있다.


이 대륙의 땅의 정령들이 여태 느낀 적 없는 독특한 기운을 감지하고 모인 것이다.


마루는 오른 손목에 차있던 팔찌 모양의 방울의 마력 고정을 풀고 살짝 흔들어본다.


찰랑찰랑, 깨끗한 방울의 울림이 항구의 시끌벅적한 소음들의 사이를 유연하게 비집고 조용히 퍼진다.


“안녕하셔유?”


하나마루가 다정하게 인사하였다.


부서진 대륙의 정령들은 자신들을 볼 수 있는 신기한 인간에게 깜짝 놀라 야단이 났다.


제자리를 방방 뛰는 녀석, 저들끼리 원을 그리며 뛰어다니다가 부딪히는 녀석들하며 아주 난리도 아니다.


정령들은 어느 곳에서나 똑같구나 즈라.


마루는 빙그레 웃어본다.





















‘... ㅈ...ㄹ ㅏ ... 마루...’


!!!!!!


선명히 울려퍼지는 목소리.


정령들과는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


귀에서도 마음에서도 분명히 들린 소녀의 깨끗한 목소리.


어렴풋이 떠오르는 누군가.


아무것도 제대로 떠오르지 않지만 분명히 있었던 누군가.


불현듯 솟아오르는 감정.


주체할 틈도 없이 먹먹해지는 가슴.



... 그리움?


아련히 퍼지는 그리움이 마루의 심장을 안타깝게 옥죄인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었다.


무언가...


그저 그립다.


간절하다.


만나고 싶다.


... 누구를?


다시 만나고 싶다.


도대체 누구를?


그래도... 만나고 싶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깜짝 놀란 마루가 주변을 다급히 둘러본다.


그러나 수많은 인파들과 정령들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정령들도 갑자기 달라진 마루의 행동에 의아해한다.


정령들에게는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 같다.


마루의 착각인가유...



주륵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마루의 왼쪽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 어째서?


스스로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두렵다.


혼란스럽다.


그리고... 안타깝다.


벌써부터 고향이 그리워서 이러는 걸까?


마루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밀려온 감정들을 애써 털어낸다.



분명 낯선 땅에서 향수병이 도져버린 것이다.


실은 스스로도 납득하기 힘든 이런 변명으로 구멍 뚫린 마음을 틀어막을 채 어린 정령술사는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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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은 설명충스러운 문장들이 길어서 비슷하지만 원래 여러편 한꺼번에 올릴려고 했는데 그러질 못했네. 


내일 많이쓸게 ㅠㅠ

모두의이야기 2017.09.04 03:50:53
김즈라 선추 2017.09.04 03:51:28
요시코오 이륙허가 2017.09.04 03:59:37
우미우미우 2017.09.04 04:48:57
코코아쓰나미 일단추천 2017.09.04 04:54:41
김즈라 빨리써라핫산 2017.09.04 07:32:46
김즈라 2017.09.04 07:32:56
김즈라 2017.09.04 07:33:02
LittleDemon♡ 내... 내일... 2017.09.04 07:40:20
LittleDemon♡ 2017.09.04 07: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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