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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문학] 다시 시작되는 깃의 이야기(3)
글쓴이
LittleDemon♡
추천
12
댓글
6
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325956
  • 2017-08-31 04:57:00

#주의

러브 라이브를 빌린 판타지물입니다.

다소 캐릭터 재해석이 있을 수도 있고 보기에 따라 거북하거나 유치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는 누구 사지 오그라드는 걸 걱정했냐만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 생각하고 봐주세유.

뭔가 서양 판타지인데 캐릭터들 이름이 일본식인건... 넓은 아량으로 봐줘유...



전편- 검은 깃이 묻힌 꽃밭 1 2

-------------------------


......


“엥... 나 살아있어...?”


카스미가 의아한 듯 중얼거린다.


아무런 충격이 느껴지지 않는다.


섬광으로 먹먹해졌던 시야가 걷히자, 눈앞에서 거대한 푸르른 얼음의 장막이 펼쳐졌다.


방패 모양의 냉기는 아직도 표면을 타고 흐르는 잔류 뇌격들의 한 줄기마저 남김없이 흡수하였다.


“... 늦지 않았군요.”


차분하면서도 상냥함이 묻어나오는 물방울과도 같은 목소리.


붉은 색과 검푸른 색이 뒤섞인 화려하고 깔끔한 옷차림. (마족 치고는 특이하게도 바지 차림이었다.)


기나긴 푸른 색 장발이 세 마족들의 눈앞에서 흩날리고 있었다.


“... 공작님!?”


어째서 공작님이 여기에!?


갑작스러운 공작의 등장에 세 마족 모두 경악에 젖어 입을 모아 외쳤다.


어안이 벙벙해진 세 부하들을 뒤로하고, 공작이 얼음 방패를 거둬들였다.


“모두 괜찮으신가요?”


공작은 일단 고생했을 부하들의 안위부터 묻는다.


세 부하 모두 어안이 벙벙하다가 이윽고 카스미가 양 손 검지 끝을 부딪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실직고한다.


“그... 그게... 그 공작님이 말씀해 주신 특별한 검은 마력... 찾긴 찾았는데...


저 근본도 모르는 인간 마녀가 갑자기 습격 해오고서는... 면목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공작님!”


세츠나와 카린도 한 쪽 무릎을 꿇고 고개 숙여 사죄한다.


“아닙니다, 당신들은 제대로 맡은 임무를 수행해 주었습니다.


단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하게 되었을 뿐...


여기는 저에게 맡겨주시겠습니까?”


“아, 네!”


감히 공작님이 직접 나서시는데 자신들은 방해만 될 것이 뻔하다.


세 소녀는 가만히 공작의 뒤로 물러선다.



“아이구야...”


정말 야단났구만...


최악의 최악의 사태로써 염두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버렸다.


공작이 직접 행차하시다니, 숨길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명백한 천계와의 협정 위반이다.


원리주의자 바른생활 마족님이 진짜로 협정을 어기고 직접 행차하다니...


지금 저 행위가 앞으로 골치 아픈 문제들을 야기할 거라는 것쯤은 공작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만큼 이 ‘힘’... 아니, 이 ‘아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겠지...


잠시 고뇌하던 마녀가 다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옛 친구를 향해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데이, 우미쨩.”


세츠나, 카린, 카스미 이 세 간부들의 눈이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휘둥그레진다.


“저.. 저... 저... 저 싸가지 없는 저...”


카스미가 분노와 혼란에 빠져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감히 공작님의 이름을 옆집 소녀처럼 부르다니!?


어떻게 공작님의 이름을 알았는지는 고사하고 분명 죽고 싶어서 환장했음이 틀림없다.


“인간 주제에 감히!!”


공작, 우미의 손이 금방이라도 튀어나가려는 카스미를 제지한다.


눈치 빠른 카스미는 분을 삭이고 이내 잠잠해진다.


“오랜만이네요, 노조미.”


우미 또한 미소로 화답해준다.


“그러니까... 재앙 이후로 10년쯤이니... 한 700년 만이제?”


또 다시 경악하는 3인방.


“700년 만이라니? 인간이요!?!?”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지 세츠나가 양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혼란스러워한다.


700년?


저 마녀가 자신들보다 거의 8배는 오래 살았다고?


아니 재앙 전이라고 했으니 그 보다 더 오래 전부터 공작님을 알고 있었다면...


도대체 저 마녀는 뭐야!?


“노조미는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보통 인간과 차원이 다르답니다.”


세 소녀의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 우미가 설명해준다.


“에이~ 그정도 까지는 아니다!


그저 마법 쪼까 쓸 줄 아는 평범한 마녀일 뿐이데이.


뭐, 미모와 몸매는 영원 17세! 스피리츄얼이 흘러넘치제!”


... 밤공기가 유독 차다.


자기 자신이 생각해 봐도 조금 무안했는지 헛기침을 하는 노조미.


“쨌든, 우리 공작님이 여긴 어떻게 알고 행차하셨나~”


노조미가 능청스럽게 방실거리며 묻는다.


하지만 그 두 눈에만큼은 웃음기가 싹 가셨다.


“그야 이 아이들을 이곳에 파견한 건 바로 저니까요.


책임자가 부하들이 있는 장소쯤은...”


“말장난하지 마라.


우미쨩이 내가 올 걸 어떻게 알고 직접 왔는지 묻고 있는 기다.”


이제는 미소마저 지운 채, 진지한 표정으로 노조미가 쏘아붙였다.


우미도 반가움을 거둬들이고 냉정한 마족의 눈으로 응수한다.


“당신에게 알려 줄 의무는 없습니다.”


“아무 말도 안 하시겠다?”


“애당초 당신도 저희가 올 것을 알고 있지 않았습니까?”


“아니, 몰랐데이.


내는 카드가 말한 대로 여기에 돌아온 것뿐이니까.


와보니까 결계는 잔뜩 쳐져있지, 확인해보니 마족들이 먼저 ‘이 아이’를 찾고 있지...”


말 그대로 노조미는 카드를 통해 받은 세상의 목소리, 즉 예언을 받아 오랜 방랑을 멈추고 이 폐허로 되돌아왔다.


예언의 내용대로 마력 덩어리, 그러니까 경단을 찾기 위해 들어가려 했지만 이미 마족들이 한 발 먼저 찾아내 버렸기 대문에 이들이 경단의 정체에 대해 떠들던 동안 마법을 준비하고 습격했던 것이었다.


문제는 자신조차 계시가 없었다면 알 수 없었던 이 정보를 우미가 어떻게 안 것이냐는 거였다.


적어도 예언에 있어서는 천계의 천사들보다도 더 잘 듣고 능숙하게 해석할 수 있는 노조미다.


하물며 마족이 몇 백 년 동안이나 망각과 함께 묻혀있던 경단의 존재를 갑자기 알아차릴 리가 없다.


노조미 자신조차 계시가 없었다면 ‘이 아이’가 살아있었음을 알지 못하였을 것이다.


무언가가 있다.


분명 우미도 노조미가 올 거라는 정보를 뒤늦게 듣고 서둘러 인간계로 온 것임이 틀림없다.


마족에게도 자신만큼 뛰어난 예언자가 있는 건가? 아니면...


노조미의 고민과는 달리 우미는 좀 다른 의미로 심기가 불편해졌다.


“... 아직도 ‘그 걸’ 인격체 취급하시는 겁니까?”


노조미의 표정이 아까보다도 더 굳는다.


“말 조심하래이.


엄연히 살아있고 보고 느낄 줄 아는 아이니께.”


아이? 누굴 보고 아이라는 거지?


세 간부들은 의문이 들었지만 감히 대화에 끼어들 생각은 못하였다.


“아, 살아있는 생명체 취급이라면 정정하죠.


‘그 괴물’을 아직도 믿으시는 겁니까?”


“괴물이라고도 하지...”


“재앙이죠, 이 세상에 존재해서는 안 될...”


노조미의 얼굴에 노기가 어린다.


“적당히 좀 해!”


그 서슬 퍼런 일갈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못 따라가고 있던 세 마족들이 흠칫한다.


방실 거릴 때조차 그렇게 무시무시했는데 화를 내니 진심으로 두려웠다.


“재앙이라꼬? 애당초 너희 마족하고 저 위의 천사들, 그리고 인간들이 이 지경으로 몰아간 거 아이가?


우미들 잘못은 아니라고 해도... 아무 죄 없는 아이를 먼저 괴롭힌 건 저들의 편견이데이.”


“그 아무 죄 없는 아이가 세상을 멸망시킬 뻔했습니다!!!”


이번에는 우미 쪽에서 노성을 쏟아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이글거린다.


“당신도 그 때 똑똑히 보지 않으셨습니까!?


이 대륙을 쪼개버리고!


‘첫 번째 왕국’을 산산조각 내 이런 폐허 무더기로 만들고!


그 힘이 천계까지 해를 끼쳐 저 천사들이 지상에 내려오지도 못하는 겁쟁이가 되어버리고!


우리 마계도! 이 일과 아무 관련 없던 마족들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흉터들은 수 백 년이 지난 지금도 세상들을 괴롭히고 있지 않습니까!?


‘그 괴물’은! 존재만으로도 이 세상에 누를 끼치는 천지지변입니다!”


분노를 토해내던 우미가 잠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며 흥분을 가라앉힌다.


존재만으로도 죄.


자신이 생각해도 정말 잔인하고 악독한 말이었다.


하지만 ‘저 괴물’은 봉인되어서 나마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세상에 한 짓을 스스로 안다면 백배 사죄하고 스스로 사멸해야만 한다.


우미는 두 주먹을 불끈 쥔다.


“하아...”


노조미가 깊게 한 숨을 쉰다.


“... 갸도 알고 있나?”


순간 우미의 눈이 동요로 꿈틀거린다.


“... 그러니까 호ㄴ...”


“마왕님은! 이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으십니다.”


부하들 앞에서 함부로 그녀의 이름을 지칭되게 할 수 없기에, 우미는 먼저 선수를 쳤다.


“애시당초 당신만 이러지 않는다면 간단히 끝날 문제입니다.


마왕님까지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알리지 않고 벌인 짓이구나.


노조미는 단숨에 우미의 거짓말을 간파하였다.


“니가 이러는 거 알면 ‘마왕님’도 곤란해질텐디?”


“그만! 당신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닙니다.


자, 말 돌리지 마시고 ‘그 괴물’을 이리 넘기세요.”


노조미는 안타까운 마음에 우미를 지긋이 쳐다본다.


그 ‘마왕님’과 함께 마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비전을 따라가던 올곧은 아이는 지금 명백한 분노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두려움에 휩싸여있었다.


분명 이번 일도 제 딴에 ‘마왕님’을 위해 급히 벌인 일이겠제.


노조미가 슬픈 미소를 짓는다.


“... 어쩔 수 없구마...


고집 피워봤자 소용이 없네.”


노조미의 손에서 카드 한 장이 소환된다.


분명히 아까 경단을 봉인해 둔 카드였다.


“그러니까 ‘그 괴물’이라던가 ‘그 아이’라는 게 저 경단이에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세츠나의 속닥거림에 카린도 속삭이며 대답한다.


갑자기 차가운 오한이 세 마족의 오금을 저리게 한다.


차가운 밤공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들이 여태 쥐고, 콕콕 찌르고, 만지작대던 저것이...


저 둘의 대화로 유추해보자면 인간계 천계 마계 전부 작살낼 뻔했던 그 대재앙의 원인...!?


세 마족들은 추위에 시달리는 생쥐들처럼 서로 떨면서 꼭 붙는다.


“아무리 내라고해도 너에게서 도망치는 건 힘들테니께...”


예언을 못 지키는 건 쪼까 아쉽네.”


우미가 안도의 한 숨을를 내쉰다.


옛 친구와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경단이 봉인된 카드가 노조미의 손 위에 떠오른다.



모든일이 마무리되어 모두가 방심하고 있을 때, 카스미는 수상한 인기척을 느낀다.


공중에 떠있는 마녀의 아래편 땅을 보니, 마녀가 아까 입고 있던 망토가 있었다.


?? 분명 지금보다 더 마녀 뒤쪽에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니 그보다도 왜 다 안탔지?


세츠나의 마법의 위력 확실하다.


단순한 망토라면 아직도 저렇게 얼마 안타고 멀쩡할 리가 없다.


카스미가 조용히 투시 마법을 읊조린다.


... 꿈틀.


분명 망토가 꿈틀거린다.


... 저건!?


“공작님!!”


카스미가 다급하게 공작을 불러보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노조미가 갑자기 카드를 아래쪽으로 신속하게 던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 보라색 망토가 펄쩍 튀어 올랐다.


“켓치~”


우미조차 당황한 사이 그 망토의 손으로 추정되는 부분이 카드를 덥석 잡는다.


그대로 공중제비를 하며 뒤로 물러서는 망토는 그제야 변신 마법을 푼다.


잠시 공중제비의 반동으로 엉거주춤한 ‘망토’였던 조그마한 소녀는 이내 자세를 바로잡는다.


입고 있는 잿빛 망토의 후드는 이미 벗겨져버렸지만 꼬마 마녀의 얼굴은 파악할 수가 없었다.


눈에 확 띄는 화려한 분홍색 머리 아래 쪽 얼굴이 모조리 양피지 한 장으로 가려져있기 때문이다.


대신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잉크으로 대충 그린 것 같은 웃고 있는 표정만이 보는 사람의 묘한 짜증을 불러일으켰다.


“빨리 도망가!”


노조미가 다급하게 소리친다.


양피지 면상의 마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대로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놓치지 않습니다!”


소녀 쪽으로 뻗은 우미의 손끝에서 전류와 같은 냉기의 관선이 발사된다.


“그렇게는 안되제!”


하지만 하늘에서 자색 전격이 빔에 내리 찍힌다.


곧이어 무수한 전격이 우미와 세 마족의 주변 지면에 작렬한다.


마치 그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듯이.


“계획 두 번째! 기억하제?”


일이 잘못되면 자신이 직접 이 카드를 들고 도주한다.


양피지 면상의 마녀는 똑똑히 기억하고는 있었지만 자신의 스승이 걱정되어 잠시 머뭇거린다.


“내는 괜찮을테니께, 어서!”


괜찮을 리가 없을 텐데...


하지만 노조미의 의지는 확고하였다.


결국 양피지 마녀는 영창하던 소환 주문을 마저 끝낸다.


별안간 요란한 소리와 연기가 터지며 빗자루가 소환된다.


양피지 마녀는 서둘러 빗자루 위에 올라타고서는 시동을 건다.


빗자루는 곧 비 부분에서 용의 숨결과도 같이 마력을 뿜으며 날아오른다.



한 방 먹고 말았다.


마왕님 이야기까지 꺼내면서 자신을 흔들어놓은 건 동료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나?


... 이건 주변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의 불찰.


하지만 이대로 끝내지는 않겠습니다.


점점 가속을 하며 저 멀리 날아가는 빗자루를 보는 우미의 눈동자가 또 다시 황금빛 불꽃을 뿜는다.


“...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 걸까요?”


우미의 왼손에서 얼어붙은 입자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얼음 결정들이 하나 둘 모여 우미의 손에서 뻗어나가 우미의 상체보다도 더 긴 아치 형태를 형성한다.


아치의 양 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들이 서로 이어져 탄탄한 줄 형태로 고정된다.


“으아... 큰일 났다...”


카스미 일행이 조건반사적으로 뒤로 멀찍이 물러선다.


공작님이 진심을 다하실 생각이신 것이다.


아마 이 폐허 일대가 나만하지 않으리라.


세 마족은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꿀꺽 삼킨다.


“... 이렇게 되고 말았네?”


노조미의 뇌운이 다시 희번덕이기 시작한다.


동시에 우미의 오른손에서 유리보다 깨끗하고 청명한 고드름의 화살이 뻗어나간다.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노조미 당신의 행위가 또 다시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카드가, 아니 세상이 나에게 말하고 있어.


‘저 애’를 지켜야만 한다고 나에게 말해줬어.


난 이 세상이 스스로 해가 되는 결정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이번에는 결연한 미소를 짓는 노조미.


두 눈에는 믿음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우미는 복잡한 표정으로 옛 친구의 미소를 바라보았다.


“만약에 예언이 틀린 거라면 어쩌시렵니까?”


“나는 예언...


아니, 내는 ‘그 아이’를 믿는다.


‘그 애’가 보여줬던 그 착하고 순수한 심성을 다시 한 번 믿어 볼란다.


분명 올바르게 이끌어줄 사랑을 또 받을 수 있다면...


이번에는 분명 다를 끼다.


700년 전의 재앙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도리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가 될끼라고... 내 믿는데이.”


노조미의 미소가 확신과 의지로 더욱 활짝 핀다.


우미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 어쩔 수 없군요.”


“그렇제?”


우미가 재빠르게 냉기의 화살을 얼음 활에 메긴다.


쇠끼리 서로 긁어대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와 함께 마력으로 이루어진 활시위가 당겨진다.


노조미도 번개를 한 데 모은다.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 사납게 울부짖는 뇌운.


곧이어 우미가 활시위를 놓자마자 거대한 자색 번개가 내리친다.


번쩍


두 거대한 마력이 서로 부딪히고,


장엄한 냉기와 벼락의 이중창의 섬광이 새벽에 울려 퍼진다.



빗자루를 혹사해서 최대한 서둘러도 ‘바다의 도시’까지는 족히 사흘은 걸릴 것이다.


마족들을 습격하기 전, 스승님은 일이 잘못되면 반드시 요 ‘경단’(마족들이 지어준 봉인의 별명이지만 왠지 어감이 찰지어서 맘에 든다)을 가지고 ‘바다의 도시’에 있는 한 길드를 찾아가라고 말했다.


‘길드의 이름은 아쿠아.’


‘아쿠아’라니... 그 마족의 공작님 이름하고 뜻이 거의 같잖아?


뭔가 기분이 살짝 묘해지는 양피지 마녀였다.


‘그 짝에 길드장하고 인연이 있으니께 꼭 거기로 가그래이.


잘 모르겠다면 변신한 인어가 있는 길드를 찾아가면 된데이.


변신술에 능한 리나쨩이라면 단박에 알 수 있을 끼다.’


‘변신한 인어’라...


인간의 집단이 이종족을 받아들이는 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가는 요즘에도 흔한 일은 아니다.


도대체 뭐하는 모험가 길드일까?


‘분명 그쪽에서 때를 기다리면 예언에서 말한 그 소녀가 올끼다...


... 뭐, 어떤 의미로는 나하고 구면이려나.


쨌든 동방의 대륙에서 온 꽃의 정령술사.


반드시 정령술사를 찾아야한데이.


그 정령술사 소녀와 봉인된 ‘이 아이’가 다시 만난다면 모든 것이 시작될끼다.


꼭 저 봉인을 동방의 정령술사에게 가져가야만 한데이.


꼭이다!’


스승님이 말한 동방에서 온 정령술사.


방식은 다르지만 여느 마법사와 비슷한 기운을 가지고 있을 터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일순간 리나는 양피지에 평범하게 웃고 있던 표정이 거품에 씻겨나가듯 싹 사라지고 대신 새로운 표정이 그려진다.


눈 대신 거대한 물음표가 그려진 고민하는 표정.


과연 이 ‘경단’을 그 정령술사 소녀에게 가져다주는 게 옮은 걸까?


공작의 말마따나 이 ‘경단’은 자신이 태어나기도 훨씬 전, 이 세상을 끝낼 뻔했던 재앙의 근원.


만약... 다시 깨어난 ‘그 아이’가 스승님이 생각한 그런 존재가 아니라면?


정말로 잊힌 고서들에서 언급되던 ‘재앙’일 뿐이라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혹 스승님이 정말 틀린 게 아닐까?



‘리나쨩, 믿는데이.’


스승님의 마지막에 보여준 결연한 미소가 리나의 뇌리를 스친다.



리나쨩 양피지, 결의.


양피지에 잔뜩 찡그렸지만 결심에 찬 표정이 그려진다.


스승님이 틀릴 리가 없어.


나도 스승님을 믿어!


동이 트기 전에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리나가 한 번 살짝 발 뒤꿈치로 차자 빗자루가 더욱 맹렬히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가르며 질주한다.


----------------------------------------------------


어... 정말 수십편 나오겠는데...


망해따.. 헿 ㅠㅠ 


아, 처음에 대륙 묘사가 뭐 같은건 필력의 한계이니 봐줘 ㅠㅠ 나름 지도도 만들어서 표현한거야ㅠ


프로브 2017.08.31 05:01:56
ㅇㅇ 너 분량 잘뽑네. 진짜 수십편 쓸수도 있겠는데. 121.142.*.* 2017.08.31 05:08:34
김즈라 2017.08.31 05:34:46
김즈라 다음편 내놔 2017.08.31 05:35:59
LittleDemon♡ 기... 기다려줘... 시간과 체력과 예산이... 2017.08.31 05:40:19
두리번거리기 대하드라마 - dc App 2017.08.31 17: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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