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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문학] 다시 시작되는 깃의 이야기(1)
글쓴이
LittleD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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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325954
  • 2017-08-31 04:56:50

#주의

러브 라이브 판타지물입니다.

다소 캐릭터 재해석이 있을 수도 있고 보기에 따라 거북하거나 유치한 표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는 누구 사지 오그라드는 걸 걱정했냐만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잘 생각하고 봐주세유.

뭔가 서양 판타지 비슷한 주제에 캐릭터들 이름이 일본식인건... 넓은 아량으로 봐줘유...



전편- 검은 깃이 묻힌 꽃밭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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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대륙의 동부는 이름 그대로 마치 부서진 것처럼 군데군데 파인 모양을 하고 있었다.


보름달 한 귀퉁이가 깨진 것듯이 반도와 곶들이 군데군데 찢어진 모양으로 대륙 동부에 형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동부의 중앙지역, 유독 튀어나와있는 반도는 대륙 내에서도 제일 이질적이다.


넓은 초원을 가로질러 드문드문 언덕을 넘어가면 갑자기 변해버리는 풍경에 위화감을 느끼게 된다.


마치 선을 그어놓은 듯 풀 한포기 없는 바위투성이 황야가 눈 앞에 펼쳐진다.


강도 내천도 없는 거의 보이지 않는 황량한 땅에 생명의 흔적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흉하게 솟아오른 바위,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가팔라지는 구릉은 나중에는 거의 절벽처럼 위험해진다.


드문드문 보이는 잡초들과 말라비틀어진 나무들만이 간신히 초라한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천연의 미로를 형성하고 있는 협곡과도 같은 험한 길들을 어찌어찌 돌파한 자들은 황야의 깊숙한 곳에서 곧이어 끝이 없는 거대한 폐허를 발견하게 된다.


부숴져 있음에도 아직까지도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는 성벽의 잔해들과 아직도 대략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들이 한때 찬란했던 옛 문명의 낡은 추억을 들려주고 있었다.


분명 대륙에 재앙이 닥치기 전에는 땅이었을 바다 너머에까지 영토가 뻗어나갔을 거대한 왕국의 옛 영광은 그렇게 세월 앞에 조금식 마모되고 있다.



위험을 무릅쓰고 중심으로 파고들면 아직도 옛 명성을 못 잊은 거대한 성당들과 위대한 왕이 살았을 궁전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연명하고 있다.


가장 모험심 넘치는 모험가, 혹은 일천확금을 노리는 자들이나 단순히 자신의 공부를 위해 이 폐허에 당도한 자들은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금은보화들과 서적, 아직도 작동하는 마법도구 등의 유물들을 찾아낼 수 있었으나 그 수는 그리 많지 않다.


일반인들조차 느낄 수 있는 불길한 기운이 곳곳에서 불타고 있기 때문인데, 마법 등에 익숙한 모험가라면 이것이 황야와 폐허 곳곳에 남아있는 검은 마력의 잔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옛 문명을 찢어발기고 대지를 집어삼킨 검은 마력은 몇 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부서진 대륙의 동쪽 황야를 괴롭히고 있었다.


그 검은 아지랑이에 이끌린 사악한 마물들이 안 그래도 위험한 폐허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있었다.


정말로 숙련된 자들만이 폐허를 탐험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검은 마력의 불씨들이 더욱 타오르는 밤중에는 그런 이들조차 목숨을 장담 받지 못하였다.


게다가 검은 마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어지간한 지상의 생물들, 심지어 정령들조차 꺼릴 정도로 극히 해로운 것이었다.


때문에 저 폐허의 중심에 있는 파괴된 궁전 근처조차 제대로 탐험이 되지 않았고, 그 너머는 극히 드문 인간들만 가본 거의 미지의 영역이었다.




그런데 한밤중, 그 미지의 영역 깊숙한 곳, 바닷길조차 암흑 마력으로 오염되어 고립된 해안가 폐허에 분주함이 가득했다.


족히 사람 키의 3배에서 가장 큰 녀석은 5배는 되어 보이는 형상들,


악마를 상징하는 거대한 뿔에 노란색의 몸통을 가진 거인들이 사슬에 묶인 채 해안가 일대를 거의 뒤집어 놓고 있었다.


쿵쿵... 바위들이 옮겨지는 소리와 충격을 버티지 못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건물들의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깼다.


폐허에 서식하는 온갖 흉측한 마물들조차 감히 저 거인 악마들을 건드리지 못하고 그저 주변에서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지켜볼 뿐이었다.



그 거인 악마들 중 가장 큰 개체, 자신의 상체만한 바위를 옮기려는 있는 개체의 왼쪽 어깨에 한 여성이 앉아있었다.


바위를 뽑아내느라 격하게 흔들리는 거인의 어깨 위에서도 자세하나 흐트러짐 없이 앉아 있다.


거대한 박쥐같은 날개에 악마의 뿔, 종족 특유의 화려한 옷차림.


저 악마 거인의 어깨위에서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꽤 계급이 높은 고위마족 뿐.


그 마족 소녀는 세상만사 다 귀찮은 듯 미간을 있는 대로 구기며 허리를 숙인 채 양 손바닥으로 얼굴을 지탱하고 있다.


가뜩이나 찡그리고 있는데 손으로 볼을 뭉개니 원래 봐줄만한 얼굴이 눈 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


그 고위 마족은 짜증난다는 듯이 양 발을 흔들며(거인이 맞는 건 신경도 안 썼다) 짜증 섞인 한숨만 푹푹 내쉰다.


갑자기 바위를 다 옮긴 거인이 우뚝 선다.


그리고는 그 동글동글한 고개를 돌려 역시 동글동글한 눈으로 고위 마족을 응시한다.


......


고위 마족은 거인의 상판을 흘끗 보더니 귀찮은 듯 손을 휘휘 젓는다.


알아서 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강력한 힘과 거대한 덩치에 반비례해 머리가 나쁜 악마는 마족을 계속 쳐다보며 우두커니 서있다.


발의 흔들거림이 점점 세지더니 이제는 노골적으로 거인을 뒤꿈치로 차버린다.


하지만 똘망똘망한 눈동자는 계속 마족을 응시한다.


거인이 멈춘 순간부터 가뜩이나 폭발하기 직전까지 간 마족이 드디어 역정을 낸다.


“이런 뇌에 빵밖에 안찬 머저리 자식아! 적당히 알아서 하라고 쫌!!


말귀를 못알아들어 왜!!!”


“카스카스!”


주변에서 거인 악마들을 통솔하던 회색 긴머리의 고위 마족이 급히 날아온다.


“세츠나! 그렇게 부르지 좀 말라고 몇 번을 이야기 하나요!!


카스미라고 카스미!”


“카스카.. 카스미씨! 거인씨에게 똑바로 지시하셔야죠!”


프릴이 달린 화려하면서도 간편한 치마차림의 세츠나란 마족의 회색 눈이 카스미를 향한다.


카스미는 콧방귀를 뀌며 노란 겉옷을 여민다.


“지시고 자시고가 어디 있어요!


그냥 닥치는 대로 땅이나 파면 땡입니다만!”


세츠나가 곤란하다는 듯이 말 한다


“공작님이 보여주신 특이한 마력의 흔적을 추적 주문으로 찾아내는 게 우리의 역할이잖아요!


좀만 더 힘내보아요, 네?”


세츠나의 간절한 부탁에 도리어 성이 난 듯 카스미가 거인의 어깨 위에서 위태롭게 방방 뛰기 시작한다.


“그러니까아! 이 허허벌판은 사방이 수상한 검은 마력 천지고!


그거 다 골라내며 몇 일째 사방팔방 들쑤시고 다녀도 나오는 건 아무것도 없고

!

이 바보들은 맨날천날 멍이나 때리고!


우리는 야밤에 여기서 뭐하는 거고! 춥고 배고프고 아 ~~~ 정말!!!


천하의 차기 공작후보 이 카스미님이 왜 여기서 시간낭비나 해야하냐고요!!!”


‘차기 공작 후보’는 카스미가 으레 하는 허풍이니 무시한다고 쳐도 나머지 말들은 딱히 반박할 수가 없다.


'마족의 것과는 다른 검은 마력, 그 중에서도 특별한 것을 찾아주세요.'


그 특별한 그것이 무엇인지 까지는 말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분명 여느 검은 마력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터이니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이것이 카스미일행에게 내린 공작의 지시였다.


항상 철두철미하신 공작님답지 않은 애매모호한 명령, 하지만 항상 합리적이신 분이니 분명 숨겨진 의도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차원 문을 넘어 동부 황야의 폐허더미 속에서 수색을 계속한지 어연 3일.


추적 주문을 사방으로 시전해도 포착되는 건 그저 다 비슷비슷한 검은 마력의 불꽃들뿐이었다.


혹시나 추적 마법이 놓친 부분이 있나 조심스럽게 거인들에게 땅을 파라 시켜도 여태 허탕만 쳤다.


성실한 편인 세츠나 자신조차도 슬슬 지쳐 가는데 천하의 카스미는 말할 것도 없을 거다.


그렇게 세츠나가 어린애처럼 징징거리기 시작한 카스미를 이도 저도 못한 채 어버버하는 사이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또 한명의 마족이 그들에게 날아온다.


“어라? 무슨 일 있나봐?”


“카린씨!! 우리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죠!


그냥 못 찾았다고 보고해버리자구요오오!”


자신보다 상급 마족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했다는 건 큰 불명예라는 사실조차 지속되는 시간낭비에 미칠 지경이 된 카스미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자 카린은 탐스러운 푸른 머리카락을 비비 꼬며 고민하는 시늉을 한다.


“으~음... 곤란한 걸?


우리 중에 가장 에이스가 이래버리면 정말로 포기해야 할지도?”


뚝, 거짓말처럼 카스미의 짜증이 멈춘다.


“에이... 스?


“응? 당연한 거 아니야?


우리 중에서 가장 마법을 잘 쓰는 건 카스미잖아?


우리가 간섭받지 않고 마음놓고 수색할 수 있게 해준 것도 카스미,


지금 거인들의 대장을 다루고 있는 것도 카스미.”


어자피 말 잘듣는 거인악마를 다루는 것 따위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쏙 빼놓은 카린.


허나 아니나 다를까 언제 짜증냈냐는 듯 카스미의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간다.


“... 후후! 이런 이런...


제가 없으면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군요~ 흠흠!


자자 거인씨! 마족에게 게으름은 사치랍니다! 어서 가자구요!”


의욕 넘치는 카스미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거인을 재촉한다.


그제 서야 멍하니 시간이나 죽이던 악마 거인은 카스미의 삿대질 방향으로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한다.


“아아~ 이제 이 몸도 슬슬 움직일 때죠!”


꾹 접혀져 있던 카스미의 날개가 오랜만에 활짝 펴진다.


의무감이 충만해진 고위 마족은 그대로 저만치 날아가 버린다.


“역시 카린씨, 카스미씨 조련사!”


“에헤헤, 카스미는 알기 쉬우니까.


자, 우리도 이제 다시 움직여야지?”


속삭이는 세츠나에게 카린이 부드럽게 윙크하는 순간,


“찾았다!!”


카스미의 들뜬 외침이 울려퍼진다.


“... 응!?!?!?”


세츠나와 카린의 놀라 서로를 바라본다.



“후후후후후후후후! 차기 공작 후보 카스미! 또 한건 해결!”


카스미의 콧대가 밤하늘을 찌를 듯이 높아진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카스미가 의욕 넘치게 추적 주문을 외워 날려 보낸 마력의 안개 뭉치들 중 하나가 특이한 마력을 찾아낸 것이다.


헛물만 키는 날의 연속이었던 지루지루한 임무를 드디어 끝내기 직전까지 만들었으니 자랑스러울 만도 하였다.



안개에 나타난 마력의 흔적은 분명 여느 검은 마력과 비슷했지만 무언가가 달랐다.


어둠의 마력에 익숙한 마족들은 폐허 곳곳에 남아있는 검은 마력과 자신들의 마력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마족들의 힘이 어둠의 힘을 빌리는 느낌이라면, 이 검은 마력은 어둠 그 자체라고 할까.


그 마족들마저 감히 건드릴 엄두도 못냈던 강렬한 힘도 몇 백 년의 세월 속에서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꺼져가고 있었다.


원래는 근처에 가지도 못했던 인간들이 최근 이 폐허를 탐험하기 시작한 이유도 검은 마력이 예전에 비해 약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카스미가 발견한 땅 속에 묻혀있는 마력 덩어리는 아니었다.


군데군데 꺼져가고 구멍 뚫린 잔불 같은 마력과는 달리 빈틈없는 구 형태가 안개에 투영된다.


마치 검은 마력들이 한데 뭉쳐 광물이라도 된 듯 확실한 형태를 가진 마력이 무너진 옛 대성당터 아래에 잠들어있다.


“대단해요 카스미씨! 진짜로 발견할 줄이야!”


세츠나가 눈을 반짝이며 두 손 모아 진심으로 감탄한다.


“칭찬은 슬라임도 춤추게 한다더니...”


카린 또한 이마를 찰싹 치며 진심으로 감탄을 금치 못한다.


“슬라임이라뇨? 차기 공작후보 입니다만?”


카스미가 양 손을 허리에 꽂고 고개를 치켜 올리며 잔뜩 으스댄다.


“네~ 네~ 일단 파보자~


자, 모두 모여.”


카린이 손가락을 튕기자 거인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자~ 앞의 2명! 최대한 조심해서 파주세요!”


세츠나가 부드럽게 명령하자 알아들었다는 듯 거인 두 마리가 우우~하며 울음소리를 낸다.


“뭘 조심조심해요?


빨리 갈아엎어 버리자고요!”


카스미가 조바심을 낸다.


“진정하라고 카스카스.”


“카스미!!”


카스미의 외침은 깔끔히 무시하고 카린이 설명한다.


“잊었어? 우리가 파야하는 건 ‘검은 마력’이라고?


꺼져가는 불씨들마저도 가까이 가면 마족이라고 해도 위험한데 하물며 저건 완벽한 형태잖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행여 다른 검은 마력들처럼 큰 충격을 받는다면 폭발할지도 모르니 신중해야지.”


“으으...”


딱히 틀린 말이 없기에 카스미는 일단 성질을 꿀꺽 삼켰다.


여태 그걸 조심하느라 작업이 더욱 더 느려졌던 것이다.


게다가 완벽한 형태의 검은 마력이 폭발한다? 상상도 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다시 카린이 명령하자 잠시 멈춰있던 두 마리 거인들의 억센 팔이 지면을 갈아엎기 시작한다.


거인들의 등 뒤로 흙과 돌 파편들이 날아다닐수록 안개에 떠오르는 마력의 형태가 더욱 선명해진다.


마력의 근원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였다.


세 명의 마족 모두 침을 삼키며 떨리는 마음으로 작업을 지켜보았다.



그렇게 몇 분 뒤, 달의 위치가 자정 가리킬 때 마침내 추적 안개에 떠오르는 검은 마력의 형태가 가장 선명하게 빛난다.


가장 큰 거인의 오른 손 위에 있는 바위처럼 단단한 거대한 흙덩어리.


이 안에 그 특이한 검은 마력의 근원이 있다.


카스미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왼쪽 엄지손톱을 씹어 먹고 있었고, 세츠나는 그런 카스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카린은 다시 한 번 마른 침을 삼키며 거인들에게 천천히 명령하였다.


“조심스럽게 그 흙덩이를 쪼개버려.”


거인의 오른손이 조심스럽게 울퉁불퉁한 흙더미의 가장자리를 잡는다.


세 명의 마족 소녀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다다른다.


거인이 천천히 양 손에 힘을 주기 시작한다.


흙덩이가 양 쪽에서 꺾는 힘을 감당하지 못하고 조금씩 쪼개진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흙덩이 표면의 금이 점점 더 퍼져나가고... 또 조금씩...


“아이참 거 더럽게 느리네!”


“카스미!!”


“카스미씨!!”


아차, 카스미가 급히 방정맞은 입을 꼭 막아보지만 이미 늦었다.


특유의 원숭이보다도 멍청한 지성을 통해 ‘빨랑해!’로 알아들은 거인이 힘을 최대로 끌어내는 건 순식간이었다.


콰직


순식간에 흙덩어리가 두 동강, 아니 거의 파편으로 박살난다.


그 반작용으로 인해 솟구치는 흙더미들 사이에서 검은 마력의 덩어리가 추적 안개를 뚫고 하늘을 향해 높이 떠오른다.


그리고는 어느 순간 힘을 잃고 지면을 향해 추락하기 시작한다.


“으아아아아!?!?”


“어떡해 어떡해 어쩜 좋아 어쩜 좋아ㅏㅏㅏ”


세츠나는 순간 패닉상태에 빠져버린다.


“모두들 피해!”


카린이 어쩔 줄 몰라 우왕좌왕하는 세츠나와 카스미를 등 뒤로 밀쳐낸다.


그리고는 양 팔을 교차해 얼굴을 가리며 혹시라도 일어날 폭발에 대항하려한다.


“제.. 제 책임이니까 이건 제가!”


“저도 돕겠어요!”


다시 정신이 든 세츠나와 카스미가 불꽃의 방패 주문을 외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안돼! 나오지 마!


이미 늦었어!”


카린이 그 둘을 제지한다.


그 검은 마력 덩어리가 거의 지면에 닿기 직전까지 와버린 것이다.


“숙여!”


세 명 모두 눈을 질끈 감는다.



......


카스미는 귀를 막으며 주저앉아버렸고


세츠나는 카린의 등에 기대 몸을 떨었으며 카린조차 눈을 뜰 엄두를 못낸 채 방어 자세를 풀지 못한다.


......



“... 우엉?”


덩치에 걸맞지 않게 보고 있으면 짜증날 정도로 순하게 생긴 악마 거인이 세 고위 마족을 의아한 듯 쳐다보며 멍청한 울음소리를 낸다.


“...?”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카린이 조심스럽게 한쪽 눈을 가느다랗게 떠본다.


“???”


나머지 두 명도 조금씩 눈을 뜬다.


검은 마력의 덩어리는 분명 지면에 추락하였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검은 마력 덩어리에 가까이 가본다.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세 사람.


무언가 이상하다, 검은 마력의 유독성은커녕 그 특유의 무시무시한 기운마저 들지 않는다.


분명 검은 마력의 덩어리 임에도 주변에 어떠한 해도 끼치지 않고 있다.


마침내 검은 마력 덩어리에 다다른 세 사람은 덩어리를 빙 둘러싸고 시선을 고정한다.


그러다가 천천히 머리를 맞대고 자세를 낮추다가 마침내 쪼그려 앉는다.


“......”


카스미의 오른손 검지가 조심스럽게 검은 마력의 덩어리를 향해 다가선다.


쿡쿡


“카스미씨! 만지지마요!”


세츠나가 경악하며 외치듯 속삭인다.


“만지지 말라고 해봤자... 뭐 아무 일도 없는데요?”


“으음...”


카린은 카스미보다 더 대담하게도 검은 마력 덩어리를 덥석 집는다.


“카린씨!!”


이번에는 카스미조차 순간 경악한다.


“으으음...”


그러나 아무 일도 없다.


카린이 손 위에 올려져있는 마력 덩어리를 얼굴 앞까지 들어 올리자 그 것의 형상이 달빛을 받고 똑똑히 들어난다.



“... 이게 뭐야?”


... 털 뭉치?


몰캉몰캉하면서 조금 까끌까끌한게 무슨 짐승의 털 뭉치 같다.


어두운 녹색과 푸른색이 섞인 블루 블랙 빛깔의 털 뭉치.


하지만 겉 표면은 삐져나온 잔털 하나 없이 너무 깔끔하다.


동물의 것이라기에는 마치 실과도 같이 깔끔하고 긴 털들이 한 가닥 한 가닥 정성스레 묶여 공 모양을 하고 있다.


자연적으로 나올 리가 없는 형태였다.


이건 마치... 일부러 묶어둔 누군가의 머리카락뭉치?


상당히 악취미적이다.


“도대체 이건 뭘까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용기를 얻은 카스미가 또 그 머리카락 뭉치를 쿡쿡 찔러본다.


몰캉몰캉


“뭔지는 몰라도 느낌이 참 좋네요~”


카스미가 저도 모르게 푸헤헤 웃는다.


그 모습에 호기심이 생긴 세츠나도 용감하게 손가락으로 그 뭉치를 찌른다.


“우와아... 정말 부드러워요!”


세츠나도 그 부드러움에 감탄하며 손가락을 연신 찌르다가, 나중에 가서는 아예 손으로 머리카락 뭉치를 쪼물딱 거린다.


“으음... 그래도 이거, 검은 마력인데...”


이렇게 건드려도 되나? 싶은 카린이었지만 뭐 아무 일도 없으니 괜찮으려니 한다.


“근데 정말로, 이건 뭘까요... 검은 마력은 느껴지는데 모양은 그냥 머리카락 뭉치이고...”


“으음... 공작님이 찾는 것이 이게 아닐지도?”


“떽! 세츠나씨! 불길한 소리 말아욧!


검은 마력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이라면 이것 밖에 없는 게 당연하잖아요?”


“아! 이거!”


“!? 뭔지 아시겠나요?”


“동글동글한게 모양이 딱 경단이야!”


“이럴 수가!? 경단이라니!!??!!??


... 그게 뭐죠?”


“응! 경단! 저 바다 건너 동쪽 대륙에서 만들어진 음식인데 빵 같은 거야!


예전에 잠시 그 그쪽으로 파견 나갔을 때 먹어본 적 있어!”


“이게 먹는 거라고요?”


“뭐... 그쪽 경단은 쌀 같은 걸로 만드는 거라...”


“에이! 모양만 비슷한 거잖아요!”


“그래도 모양이 비슷하다니까 그냥 경단이라고 부르죠?”


뭐 머리카락 뭉치라고 계속 부르기도 뭐하니 경단이라고 부르자는 제안에 카스미와 카린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게 공작님이 찾으시는 그 특별한 검은 마력이 맞을까요...?”


세츠나가 확신 없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확실하다니까요! 딱 생긴 거하며 다른 마력과는 다른... 괴랄함?


어쨌든 이건 100퍼센트 확실합니다!”


“분명 딱 봐도 알 수 있다고 공작님이 그러셨으니 이게 맞겠지 뭐.


자, 이제 마계로 돌아가자구.”


이제 지상에 강림할 때 사용했던 차원문으로 이동해 다시 마계로 돌아가기만 하면 임무는 끝이다.


거인들도 임무가 끝임을 듣고서는 일렬로 서서 움직일 채비를 한다.


모두 철수준비로 분주한 이 때, 카스미가 남몰래 음흉한 눈빛을 내뿜으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흐흐흐... 공작님이 비밀리에 가져오라고 명령할 정도 물건...


단순한 머리카락 뭉치일 리가 없잖아요?


혹시 이 경단이 엄청난 마력을 준다던가?


주문을 외면 소원을 이뤄주는 도구라던가!?


... 이것만 있으면 공작을 넘어 마왕의 자리까지 넘볼지도..!?’


“꿈 깨렴.”


꽁!


카린이 손날을 카스미의 머리에 부드럽게 박는다.


“아얏! 무 무 무슨소리시죠!?”


“분명 또 이상한 야망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겠지?


표정에서 다 들어난다~”


“큭... 모함하지 마시죠?”


“카스미씨, 그런 생각하면 못써요.”


“흐흥! 마족이 권력 상승의 욕구를 가지는 게 잘못 인가요!?”


“요즘 달라지는 마계와는 맞지 않지.


애당초 현 마왕님 밑에 일하고 있으면서 음흉한 흉계는 그만두라고?”


“으우... 꿈꾸는 것도 안 되는 건가요...”


카스미가 시무룩해진다.


“애당초 이걸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잖아요 카스미씨.


만지는 건 괜찮다고는 해도 엄연히 검은 마력.


다른 마법이 개입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혹시나 괜한 주문을 걸어 다뤄보려고 하다가 다칠 수도 있잖아요?”


“그 말이 참말로 맞데이!


감당할 수 없이 위험한 물건일지도 모른다아이가?”


“그럼 그럼.


제대로 알지도 모르는 마도구들을 다루다가 여러 명 다쳤다구?”


“후... 가련한 카스미의 야망의 날개가...”


“다 아가씨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너무 시무룩해하지 말그래이.”


“흑... 하는 수 없죠.”


세 사람의 설득에 불쌍한 카스미는 잠자코 임무나 마치고 점수나 따기로 노선을 바꾼다.


그래, 다 잊고 임무 끝나면 일단 느긋하게 휴가나 내서...


......


?


??


세 마족의 표정이 굳는다.


“바... 방금 누가 말한거...”




콰득


무지막지한 마력의 파동이 말을 채 끝내지도 못한 카린을 습격한다. 

프로브 2017.08.31 04:59:06
김즈라 2017.08.31 05: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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