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태양이 지고 밤이 시작되는 시간.
다르게 말하자면 빛과 어둠이 서로 얽혀서 간섭이 심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간섭이 심해질 때 즈음, 현실세계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하게 된다.
차원 저 너머에 있는 존재들이 밝은 존재들과 그림자 사이의 균열에서 소환되어 기존 인간의 의식을 잠식한다.
잠식당한 인간은 뭐 어쩌겠는가? 가엾은 희생자일 뿐이지.
그들은 이제 쓸모없는 스크린 앞에 모여 마계의 여신을 찬양한다.
모두 도착했는가?!! 나의 사역마들이여!!
-요하네짱 귀여워
-요하네짱 귀여웡 -심쿵사 -따뜻한 차를 대령했습니다. 모니터 너머에서 드셔주시지요. -욧짱 마지 텐시
“아, 뭐야! 이렇게 힘들게 대사쳤는데 왜 다들 귀엽다고만 하는 거냐고!”
-? 그야 요하네짱이니깐 당연한 거 아닌가.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한 건데 아니라고 하면 어찌해야 할지 -오늘은 뭐 하실 거예요??? -부디 사역마들을 구원하소서 -욧짱 마지 텐시
“귀엽다고 해 주니깐 기분나쁘진 않지만... 멋지다거나 위엄있다거나 그런 건 없는거야...?”
-꺄아아아아아아아!! 부끄러워하는 요하네짱 최고오!
-꺄아아아아아아아!! 더 이상 소원은 없다앗! -스크린샷 후 심쿵사 -꺄아아아아아아아!! 갈 곳 없는 저의 영혼을 인도하소서!! -꺄아아아아아아아!! 욧짱 마지 텐시!!
“이건 다음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오늘은 무엇을 해 볼까...?”
-저번에 무슨 게임 소개한다고 하지 않았어?
“아 맞다, 그랬지. 그럼 요즘 새로 시작했던 게임을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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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ERUNKNOWN’S BATTLEGROUNDS
플레이 시간 1시간 30분
“새로 시작한 게임이란 건 바로 이 것. PLAYERUNKNOWN’S BATTLEGROUNDS. 3인칭 생존게임인데 최후의 1명이 남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야.”
-오오! 드디어 하시는구만!
-멋진 모습 기대하겠습니다.
“많이 해보진 않아서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해 보면 알겠지!”
PLAY 버튼 꾹
REGION
NA SERVER
EU SERVER √AS SERVER OC SERVER SA SERVER
TEAM
√SOLO
DUO SQUAD
Started matchmaking
90 합류
“오호, 금방 매칭되네. 역시 사람이 모이는 시간이라서 그런가?”
게임 시작까지 남은 시간 45초
-요하네짱, 오늘의 목표는?
“오늘의 목표라... 1등을 하는 게 기본이기는 하지만, 10등 안에만 들어도 만족해. 아직 이거 2시간도 안 해본 거라서 맵을 못 외웠거든.”
-맵을 외워?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맵이 다 똑같아. 그래서 지형에 익숙해지면 여러 전술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맵을 외워놓고 있으면 편하겠지.”
부우우웅-
“아, 게임 시작했네. 이게 시작했을 때 사람들이랑 적당히 떨어져서 다니고 아이템을 잘 줍는 게 중요하더라고.”
“나는 평화를 사랑하니까 가장 나중에 내려야지.”
펄럭-
“어디보자... 지도를 보면 오른쪽으로 조금만 가면 해안마을이 있네. 거기서 시작하는 게 좋겠다.”
0킬 95생존
0킬 92생존 0킬 88생존 0킬 85생존
-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저 사람들이 먼저 내린 곳에는 아이템이 많거든. 그래서 먼저 차지하려고 서로 싸우는 거야.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먼저 내려서 차지하는 방법도 좋지만 나는 우선 오래 사는 것이 먼저니까...”
P1911
“오, 권총이다. 그리고 헬멧 레벨1 에다가... 안경? 한 번 써볼까?”
“오오오!”
-귀여워
-귀여웡 -스크린샷 -언제나 변함없으셔! -욧짱 마지 텐시
“여기저기 살펴봐도 영 별볼 것은 없네. 붕대랑 에너지 드링크를 얻은 것은 다행이지만...”
-남쪽의 다리 근처로 가는 건 어때?
“다리 근처라... 좋은 생각인 것 같아. 숨었다가 상대를 습격하거나 아니면 새로운 주워갈 게 있을지도 모르지.”
덜컥. 부우웅...
“차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어이쿠 저기에 시체가...”
“죽은 캐릭터에게 묵념을. 그리고 유용한 것은 가져가자. 가방이랑 탄약, 그리고 구급상자 정도만.”
-어? 방탄조끼는?
“죽은 캐릭터 옷을 어떻게 벗길 수가 있어?”
-아아아... 천사님...!
-역시 욧짱 마지 텐시
이후로 게임은 착착 진행되었다.
1킬 62생존
빈 집에서 새로운 가방과 방탄조끼를 얻어 최소한의 저항력을 얻었고
2킬 48생존
보급 상자에서 돌격소총인 M16A4를 획득해 화력도 다른 사람들에게 꿇리지 않게 되었다.
5킬 22생존
다만 이 때의 나는 한 가지 모르고 있었다.
“좋았어! 이대로만 한다면 10등 안에 들어갈 수 있어!”
-요하네님 게임실력이면 1등도 문제없을 듯?
-켠 김에 1등까지 -꼭 이기세요!!
“헤헤헤... 나는 이 게임 거의 처음이라니까.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볼게!”
탕 타탕 탕 탕
당신의 SKS로 인해 idontknowonthird 사망했습니다 – 10명 남았습니다.
-오오오!
“오오오! 이제 1등을 향해...!”
퍽
liaoshissu 의 P92로 인해 당신이 사망했습니다.
“가볼... 엥?”
-어?
-뭐야, 죽은 거야?
“P92...는 권총인데? 뭐야??”
-체력도 만땅이었는데.
-헤드샷도 아닌데 어떻게 된 거야? -맞는 소리 한 번 밖에 안 나지 않았어?
“잠깐만 다들 진정해, 진정. 일단 상황을 정리해보자. 나는 체력이 다 차 있었고 2레벨 방탄조끼랑 2레벨 헬멧을 끼고 있었어. 그리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어, 360도 경계하면서 다녔으니까.”
-그럼 핵이겠네.
“벌써 핵이라고... 이 놈의 fps 게임에서 핵은 반드시 있구만.”
-아마 데미지 핵일거야. 나쁜 놈들.
-다른 게임도 핵 때문에 하는 거 접었었잖아. 점점 요하네짱이 할 게임이 줄어가네. ㅜㅜ
“다음 판 하자. 다음에는 멋지게 이겨줄게!”
-요하네 파이팅!
-기랑☆ -욧짱 마지 텐시
하지만 다음 판도
CNUNION 의 R1895로 인해 당신이 사망했습니다.
-뭐야? 쟤는 저걸로 몇 번을 쏘는 거야?
“왜? 저게 무슨 총인데?”
-최대 7발 짜리 권총인데 저 녀석은 20번 이상을 연속으로 쐈어. 저건 또 뭔 짓을 한 거야?
-또 핵이라는 거야? -아마 그런 것 같아.
또 다음 판도
“이런, 허허벌판이잖아. 이런 곳은 스나이퍼한테 당하기 좋은 곳인데...”
스으윽
“히이이이이익?!! 뭐야! 갑자기 유령처럼...!”
meiworing 의 M249로 인해 당신이 사망했습니다.
-이번에는 투명핵인가? 너무한다, 정말.
-멍청한 놈들이 게임을 망치고 있네. -비겁한 자식들. 정정당당하게 에임과 엄폐로 승부해라!
“오늘은... 이쯤에서 그만하자. 내일 다시 해 보도록 하지 뭐. 다들 내일 봐~”
-요하네짱, 수고했어.
-빠이. 내일 봐. -내일도 저를 인도해 주십시오.
“후우...”
방송을 마무리짓고 잔념을 떨치고자 메일링을 한다.
SNS에서 온 메일들 중 삭제할 것은 삭제하고 답변할 것은 답변해 주고, 일상적인 일이었다.
다만 오늘만은 어떤 메일을 읽어도 마음이 영 시원하지 못했다.
아무리 기쁜 내용의 메일을 읽어도, 저녁이 맛있어서 신나게 먹었어도 응어리진 분노가 항상 남아있었다.
양치질을 한 뒤에 컴퓨터 앞에 앉으니 나는 다시 불타올랐다.
“그 망할 녀석들을 참교육시켜야겠...!”
띵동
“메일 소리? 뭐지...”
「안녕하세요? 당신의 방송 늘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평소에는 늘 지치고 힘들었는데 당신의 멋진 모습을 보면 다시금 힘을 얻을 수 있어요.
그런데 오늘은 게임이 잘 풀리지 않으신 것 같네요.
그래서 제가 보답 겸해서 선물로 ‘마탄’을 준비해봤어요.
이걸 가지고 내일 방송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타천사 요하네에게 은총을 바라는 사역마가.」
“이거 순 사기꾼아냐? 삭제해, 삭제.”
<메일이 삭제되었습니다.>
후우... 마탄은 무슨 얼어죽을 마탄. 지금이 무슨 17세기 인 줄 아나.
내일 방송할 때 다시 플레이해보고, 그래도 핵이 있다면... 방송하지는 못하겠네.
한숨이 저절로 나오는구만.
그래도 저것만 있으면 그 놈들을 확실하게 잡을 수 있...
아냐 아냐 아냐, 게임에 불법을 써서는 안 돼지.
절대로!
다음 날 저녁 6시 30분
아름다운 달빛이 저며오는 공기 속에서 그림자들이 휘몰아친다.
누구도 인식할 수 없는 영혼들의 불같은 성화가 여기에 있도다!
이 타천사 요하네의 총애를 받은 준비를 하라! 나의 사역마들이여!!
-역시 이 등장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아.
-요하네님 하이요. -근데 매번 이거 아이디어 짜시는 거 힘들지 않아요?
“오늘은 어제 했던 배틀그라운드를 다시 할 거야. 어제 일로 후퇴한다면 이 타천사의 명예가 제대로 서지 못하지!”
-오오! 기대하겠씀다!
-핵은 어떻게 하시려고... -상대의 아이디를 외워서 먼저 잡아내시려는 건가요?
“이번에는 대책이 있으니깐 괜찮아! 잠자코 보기나 하고 있어!”
Started matchmaking
0킬 98생존
-요새 뭐 재미있는 게임 있나요?
1킬 76생존
“흠, 스쿠페스? 히히히히”
3킬 57생존
-에이~
-이미 마스터 한 게임입니다. -엑스퍼트 풀콤보 못하는 사람이 있나?
4킬 43생존
-매운 음식 추천 좀
6킬 28생존
“너희들 이미 나랑 똑같이 먹고 있는 거 알아... 저번에 할라피뇨카레 먹는 거 성공했다며.”
-ㅎㅎㅎ... 들켰네
6킬 20생존
타캉
당신이 AWM 사용한 헤드샷으로 liaoshissu 사망했습니다 – 17명 남았습니다.
-어? 저거 어제 핵유저 아닌가?
-요하네가 잡은 거야? -아, 맞아. 저거 어제 데미지 핵 쓰던 놈이야! -드디어 해내셨어!! -풍악을 올려라~
“ㅋㅋㅋㅋ 자 이제 1등하러 가 보자.”
타탕 탕 탕 타타타
당신이 사용한 M416 로 인해 meiworing 기절했습니다.
-와, 한명 더!
“확인사살이다. 지옥에서 만나자.”
타캉
당신이 AWM 사용한 헤드샷으로 liaoshissu 사망했습니다 – 10명 남았습니다.
사락- 사라락-
8킬 7생존
-와 긴장돼...
-자기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버티면 이긴다! -집중 집중!
8킬 6생존
8킬 4생존 8킬 2생존
-어???
-뭐야 이거? -이렇게나 빠르게?
“아니 다 한 놈이 저지른 짓. 어제 그 놈들의 남은 녀석이다.”
스스스스스스....
“진정한 타천의 힘을 보아라.”
타캉
.
.
.
.
#1 이겼다! 오늘 저녁은 돈가스다!!
-와 1등!!!! -타천 파워 만세! -요하네 대박! -욧짱 만세!!
“아~ 다들 응원해줘서 고마워.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내일 보자고!”
-오늘 대박이었다.
-내일 만나요. -역시 타천의 힘은 대단해!
방송을 끄고 프로그램을 삭제한다.
‘마탄’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모르겠다.
보통의 플레이어들에게는 작동하지 않지만 핵유저를 만나면 그 유저의 주변을 약간 일렁이게 한다.
하지만 방송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
일렁이는 주변을 향해 총을 쏴 주면 붉게 튀고 조준이 더 쉬워진다.
딱 이번 한 번만 쓴 거야.
더 이상 쓰지도 않을 거고 배틀그라운드도 순수하게 에임으로만 승부할 거야.
딱 이번 한 번만.
22시간 전 불법프로그램 사용 감지로 당신의 계정이 정지되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아래 메일로 문의하십시오...
“....”
-뭐야?
-불법프로그램? -요하네씨?
“어... 뭔가 잘못된 것 같네. 게임 말고 개인 점 추첨이나 한 번 돌려보자고.”
-22시간이면 어제 배틀그라운드 방송할 때였잖아.
-어떻게 된 거야? -핵유저 잡으려고 핵 쓴 거야? -불법이잖아. 대체 뭘 한 거야.
“그... 나는...”
-실망이 큽니다.
-당신만은 순수하게 실력이 좋다는 걸로 구독했는데... 안되겠네요. -바이바이, 타천사. 이제 앞으로 볼 일은 없을거야. -별 것 없었네. 안녕.
“나는!! 이런... 것을 바란게... 크흑, 었는데...”
-안녕, 요하네씨. 내 선물은 마음에 들었어?
“당신... 왜 그런 것을!!”
-사용한 것은 당신이야. 그러면 당신이 책임져야지, 안 그래?
“너가 그런 이메일만 안 보냈어도!! 이런 일은 없었잖아!!!”
-불법이란 것은 당신도 알고 있었어. 그럼에도 쓰고 방송한 것은 100% 당신의 잘못이다.
-마탄이 앗아가는 가장 소중한 것은... 당신에게는 진정성이었군. 어울리기 짝이 없는 결말이야.
“으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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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마루 : 이런 공익광고 시나리오를 짜서 문학 수행평가에서 만점 받았어유♬
루비 : 와아, 축하해 하나마루짱!♪
요우 : 우와! 나도 한 번 읽어봐도 괜찮아?
하나마루 : 물론♩
요시코 : ....
요시코 : 뭐야!!!!
핵 쓰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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