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막바지, 낮에는 여전히 뜨거웠지만 밤에는 조금씩 선선해지기 시작할 시점. 최종예선이 끝난 지 나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우리들의 연습은 그치지 않는다.
체력 단련이야 중요한 것이니깐 늘 하고 있는 것이고 새로운 안무 구상과 이전에 만들었던 곡들을 간간히 섞어 잊어버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러다가 카난으로부터 온 개인적인 연락.
“이번 주 토요일에 캠핑하지 않을래?”
흐음, 나른 멤버들을 두고 나만 초대한다라...
웬일로 얘가 이렇게 기특한 생각을 다 했나!
평소의 이 녀석 답지 않게 적극적으로 치고 들어온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만 한편으로는 무슨 일일까 하고 의심이 들어서
“토요일이면... 어떤 일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나중에 다시 대답할게.”
라고 전하고 토요일이 무슨 날인지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말짱 헛일.
기념일도, 지인 중 누군가의 생일도 아니었으며 지극히 평범한 캠핑이었던 것이다.
“아휴... 그래. 얘는 어떤 기념일 같은 거에 관심도 없었잖아.”
그래도 이 정도까지 들이댄 것만으로도 어딘가 싶어서 다음날 학교에서 수락.
씨익하고 미소를 짓는 카난을 보니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러면 말했던 대로 이번 주 토요일. 간단히 몸만 챙겨서 와도 괜찮아.”
싱글벙글 웃으면서 약속을 정하는 카난.
그렇게나 좋은 걸까?
그녀의 순수한 웃음에 나의 의심도 눈 녹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마침내 토요일 저녁.
약속장소인 카난의 집 앞에서 발견한 것은 큼지막한 배낭 하나와 작지는 않은 보따리 한 개.
“자아, 그럼 가 볼까?”
라면서 무거워 보이는 짐을 번쩍.
...정말 체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길을 걷다가 보니 여름 특유의 산 내음이 나를 맞이했다.
풀벌레 소리는 고요하기만 한 길에 생기를 불어넣었고 나무들은 지 수 없다는 듯이 바람의 도움을 받아 부스스스스스 소리를 냈다.
마음이 편안하게 하는 데에는 더없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머지않아 도착한 곳은 옛날 집터의 마당.
어렸을 적에 많이 놀러왔기 때문에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잘 알았지만 이렇게 한밤중에 찾아오니 기 분위기가 남달랐다.
“여기다 텐트 치는 건가. 나도 좀 도와줄까?”
괜찮다며 대답한 카난은 보따리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순식간에 간이 텐트를 만들어냈다.
“후훗. 준비 많이 했네?”
“그럼! 마리랑 같이 오는 건데, 이 정도는 해 줘야지.”
서로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텐트로 들어갔다.
겉으로는 보잘 것 없는 비닐천막이었지만 제법 이름값은 하는군.
전등을 켜고 자리를 잡으니 난데없이 카난이 머리를 밖으로 내밀고 눕는 것이었다.
조금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히히히-하고 나도 이렇게 누워보라고 하네.
그래... 따라온 입장이니 말대로 해 주지.
머리를 입구 밖으로 내밀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사진으로만 간간히 구경하던 멋들어진 은하수를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까.
“우와아. 별이 반짝반짝... 카난 덕분에 정말 좋은 구경하잖아.”
“사실 오늘이 별 보기에 좋은 날씨라서 이렇게 데려온건데 이렇게까지 잘 될 줄은 몰랐어. 정말 다행이야.”
“저 별들도 영원하지는 않은 것이 참 아쉬워. 언젠가는 이 멋진 모습을 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 거잖아.”
“푸흡. 억 년 단위로 남아있으니까 괜찮을걸?”
“그럼 우리도 억 년 단위로 붙어있어 볼까!”
“좋-았어. 그럼 허그해 볼까!”
하고서는 웃고 떠들기를 반복했다.
저 하늘의 은하수처럼 멋진 여자아이인 카난.
아마 카난은 하늘로 가까이 인도해주는 별의 바람인지도 모르겠다.
모음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