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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Rainy Sweet Cat
글쓴이
LittleD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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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79848
  • 2017-07-29 18:12:55

'... 이사할 때 귀찮으니까...'


'... 에! 아직 데려온지 얼마 안지났는데?...'


'... 니가 밥도 주고 돌보던가! 맨날...'


'... 아 몰라! 버리고 오면 되잖...'


사실 그때 그 사람들이 나누었던 대화는 제대로 기억하지는 못해.


하나 확실히 알 수 있었던 것은... 내가 필요없는 존재라는 거?




엄마의 얼굴은 잘 기억나지 않아, 내가 혼자 걸어다닐 수 있을 무렵 헤어져버렸으니까.


다만 포근하고 안락했던 엄마의 고동소리는 기억나.


그 따스한 품 안에 날 두고 까끌까끌한 혀로 내 털을 가다듬어주던 우리 엄마...


그래서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엄마와 헤어졌을 때는 너무나도 무서웠어.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왜 하필 나일까? 이제는 엄마를 못 만나는 걸까?


하지만 얼마 뒤 날 데려간 사람들의 관심 아래 내 불안감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어.


그 사람들 눈에 비친 나는 작고, 애교많고, 귀여운 아이.


애정어린 시선으로 날 보아주는 그 사람들이 점점 좋아져만 갔어.


두려움은 점점 녹아내리고 즐겁고 편안함만 가득할꺼라 생각했지.



하지만 언제부터 였을까? 


날 만지던 그들의 손길이 점점 거칠어져만 갔던건...


내가 폭신한 솜뭉치(쿠션이래)를 긁자 마구 짜증을 부리고,


배가 고파서 가르릉거릴 때마다 먹을 걸 주는 그들의 눈빛에는 귀찮음이 가득했어.


내가 손가락을 깨물었을 때 날 마구 아프게하던 그 손길은... 아직도 떠올리기 싫어..


날마다 들리는 책임전가를 위한 언쟁들...


마음 내키는 대로 날 거둬버리고는 점점 질려하는 그 사람들...


그들에게 나는 그저 잠깐의 눈요기였을 뿐일까?


결국 키울 여건이 안 된다는 변명 아래에서,


난 조그마한 공간 안에 넣어진 채, 날 데려갔던 그들의 손에 의해 버려졌어. 





......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눅눅한 거리, 


상자 너머로 겨우 보이는 건물들...


여긴 도대체 어딜까?


혹시 이 상자를 나가면 그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을까?


애써 몸을 꼿꼿이 새워 상자 테두리에 몸을 걸쳐보았지만, 무리야.



배고파... 나가고 싶어...



축축한 빗방울이 상자를 적셔갔어.


그나마 큰 나무 아래여서 조금은 나았지만... 시간문제였어.



춥고, 배고파.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



문득 인간 한 명이 내 곁을 지나갔어.


필사적으로 그 사람을 불러봤어.


남자는 잠시 멈춰서 날 보더니, 그냥 가버렸지.


다시 한번 간절히 불러보아도 뒤도 돌아보지 않았어.


저 사람은 내가 싫은걸까?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까...


아니 날 버린 그 사람들이라도 좋아... 다시 변덕을 부려 날 데려가줘...


밥도 조금만 먹고 말도 잘 들을테니까...


... 구해줘...


누구라도 날 구해줘...


엄마...






토도독, 빗방울이 부딪히는 소리.


내 주변만 갑자기 비가 내리지 않아.


나무님이 날 불쌍히 여겨 잎파리로 막아준 걸까?


문득 위를 올려다보니, 보라색 천장(이제와서야 그게 우산이란 걸 알았어) 아래에 너무나 탐스러운 남색 실뭉치가 보였어.


아니, 저건... 사람의 머리카락?


다시 주변을 살피니, 보라색 천장을 들고 날 내려다보는 사람.





여태 스쳐봤던 모든 인간들 중 가장 예쁜 당신이 있었어.


쪼그려 앉은 채, 촉촉히 젖은 채 흔들리는 보랏빛 눈동자로 날 하염없이 지켜봤었지.


난 있는 힘을 다해 다시 한 번 상자 테두리에 몸을 걸쳤어.


그리고 손을 뻗어 당신의 무릎에 두 손을 댔어.


제발 데려가줘...


부탁이야...


문득 이 사람도 그냥 가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올려다본 당신의 눈에서는, 


분명 저 하늘과 같이 빗방울이 떨어졌어. 


혹시 내가 아프게 한 걸까? 나 때문에 기분이 상해버린걸까?


야옹(괜찮아?)하고 말을 걸어봤어. 


그러자 당신은 더욱더 굵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손가락을 뻗어줬어.


잠시 망설이다가 핥은 당신의 손 끝은 조금 짭짤했어.


그때 정말 깜짝 놀랬다고? 당신이 갑자기 더 크게 울어버렸으니까.


혹시나 내가 핥아서 아팠던 걸까 하고 많이 걱정했단 말이야.


그래도 다행히 울음을 그친 당신은 잠시 나를 쓰다듬어주더니, 그대로 날 들어 품어줬어.



솔직히 그때 당신, 아니 천사님이 했던 말은 잘 기억이 안나.


그야 난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니까, 사역마니 지옥이니 뭐니 하는건 어려워.


하지만 너무나도 익숙했던 천사님의 품은 기억나. 


아련하게 느껴지는 당신의 가슴에서 울리는 고동...


따뜻하고 상냥한 그 고동.


...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의 온기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어. 

 

  


저 큰 실뭉치, 아니 머리카락 뭉치를 단 사람은 천사님의 엄마.


잠시 곤란한 듯 천사님을 혼내다가 나를 보더니 천사님처럼 눈에서 빗방울이 떨어졌어.


그리고는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다짐을 받아내고 날 가족으로 받아들여 주셨어.


아아, 역시 천사님의 엄마구나~


기쁜 듯 날 끌어안더니 자신을 '타천사 요하네!'라고 가르쳐준 천사님.


타천사란 이름은 왠지 와닿지가 않아... 


당신이 날 품에 안고 해준 이야기에 따르면 천사는 착한 인간, 타천사는 그 반대니까.


그러니까 그냥 천사라고 부를꺼야!


이런 내 대답(천사님에게는 그냥 야옹소리겠지만)을 알아듣는지 모르는지 당신은 초롱초롱한 눈을 한 채 날 쓰다듬어줬어.


역시 이렇게나 따뜻한 사람은 천사님이야..


하지만 천사님은 모르겠지? 내가 멋대로 천사님을 천사님이라고 부른걸... 


아참, 그리고 천사님이 내 이름도 지어주었어.


사역마 리틀데몬 '네'페르티니 발푸르기스 '나'이트 오브... 뭐더라... 케트시 어쩌구...


... 천사님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날 리틀데몬 네나라고 짧게 줄여 불러줬어.


네나... 내 새로운 이름.  


이미 이전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따위 잊어버렸어.


이제 나는 네나야.




그 뒤 냄새가 독한 곳에서 무시무시하고 하얀 사람에게 바늘이 꽃히는 따끔한 경험도 해보고

(난 너무 무서웠는데, 천사님은 하얀 사람에 말을 들으며 기뻐했어! 내가 건강하다나 뭐라나...)


거추장스러운 검은 색 천쪼가리를 달고 같이 이상한 유리달린 상자의(스마트폰래, 아직도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찰칵거리는 불빛에 맞기도 하고...


날 귀엽다고 막 껴안고 빙글빙글 춤 추다가 그... 부끄럽지만 내가 볼일 보는 곳... 밟고 넘어져버렸지?


내가 있는 지 모르고 깔고 앉으려다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자 덩달아 놀라 무릎꿇고 어쩔 줄 몰라하며 미안해하기도 하고...


천사님이 날 위해 아기 고양이를 위한 이유식이란 걸 만들어주겠다고 두 팔 걷고 요리하기도 했지.


뭐 막상 나온건 까맣게 굳은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였지만.(냄새도 지독했어!)


결국 여태 먹던 먹을 걸를 주면서 당신은 나한테 사과했어.


역시 자기는 불행해서 별로 행복하게 못해준 것 같아 미안하다고...


난 시무룩해있는 당신의 손에 다가가 몸을 비비며 행복하다고 속삭여줬어.


다시 활짝 웃어주는 천사님!


그야 난 정말로 천사님과 함께한 시간들이 엄마와 있었던 때 만큼 행복한 걸?


서툴고 어색하고 때로는 이상하지만 그 이상으로 따뜻한 천사님과 함께라서 난 너무 즐거워.


가끔식 목욕시킬 때는 밉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잠시뿐인걸!


특히 천사님의 품에서 또아리를 틀고 졸음에 몸을 맡길 때면 천사님은 날 쓰다듬어주면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들려줬어.


언제나 그렇듯 알아듣지도 못하는 이야기들, 뭐 밤의 사냥꾼의 전환의식이라거나 리틀데몬의 마음가짐이니 뭐니 하는건... 미안, 조금... 아니 좀 많이 졸음에 흘려버렸어.


대신 다른 이야기들은 제대로 들었다구?


천사님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란 것,


천사님에게는 같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8명이나 더 있다는 것,


모두가 천사님만큼 착하고 예쁘다는 것,


그 외에 천사님이 하루하루 지내는 이야기들...


천사님은 이런 이야기보따리를 풀면서도 하면서도 날 기분 좋게 만져줬어.


'리틀데몬 네나! 너는 절명의 히든카드니까! 그랜드크로스의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는 아쿠아의 다른 맴버들에게는 비밀이야!'


그러고서는 혼자 신이 나서 쿡쿡 웃는 천사님.


역시 의미불명에 엉뚱하지만, 그래도 이런 천사님이 좋아.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가끔 나에게 맛있는걸 해주면서 귀여워해주는 천사님의 엄마도 좋아.


그냥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좋아.





그리고 당신이 여느 때처럼 학교라는 곳에 간 어느날.


너무 오랫동안 천사님의 사랑을 받아온 탓일까? 


천사님에게 무언가 보답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어.


여태 받기만 하고 준 것이 없으니까...


아직은 어린애지만 천사님이 보살펴준 덕분에 꽤나 튼튼하고 날렵해지기도 했으니까.


무언가 선물을 주고싶어...


짹쨱! 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유리문 너머(발코니라던가?)를 바라봤어.


이름모를 새 한마리가 은색 난간대 사이에 앉아 쉬고 있었어.


천사님이 까마귀라고 부르던 까만색 새는 아니지만 그래도 깃털이 탐스러웠지.


문득 까마귀란 새의 깃털을 머리뭉치에 끼운 채 기랑기랑 즐거워하던 천사님이 떠올랐어.


저 새를 잡아서, 아니 잡지 못하더라고 깃털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천사님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조금이라도 당신에게 받은 걸 되돌려주고싶어서...


조금, 아주 조금 열려있던 유리문 너머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어.


나도 깜짝 놀랐지 뭐야! 내가 그런 좁은 곳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다니.


최대한 몸을 숙인 채 조심스럽게 새에게 다가갔어.



그래선 안되는 거였는데...



곧 날 칭찬해줄 천사님의 얼굴을 상상하며 그 새한테 다가가서...


이때다! 몸을 날렸어.



미안해 천사님... 그래서는 안되었는데...



새가 저 만치 날아가버는걸 보고 나서야 난 깨달았어.


천사님, 높은 곳에 살고 있었구나... 


황급히 몸을 뒤틀어 발톱을 세우고 땅을 긁어봐도 계속 미끄러지고..


곧 발톱이 바닥에서 미끄러지고 난간대 틈에서 떨어져버렸어.


침대에서 떨어지는 것과는 다른 끝없는 추락... 


잠시동안, 아주 그 잠시동안 혹시 침대에서처럼 저 땅바닥 위에 살포시 내려앉기를 바라면서 떨어졌어...






아파.


너무나도 아파.


짧디 짧은 내 삶 중에서 최고로 아파.


물론 몸의 아픔 따위가 아니야.


그런건 너무 순식간이었으니까, 잊는 것도 순식간이야.


그래... 어차피 순식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아파.


나 때문에 천사님이 또 그 예쁜 눈에서 비를 내려버렸으니까.


나를 찾아다니다가 이미 차가워진 나를 발견하고는 무릎꿇고 울고있는 당신.


네나... 네나... 부질없지만 내 이름을 하염없이 부르면서...


아, 이것저것 많이 묻어서 만지면 더러워질텐데...


그런거에 아랑곳하지 않고 날 품에 안고 우는 천사님을 난 지켜볼 수 밖에 없어.


곧이어 급히 달려 온 천사님의 엄마도 울었어.


천사님을 품에 안고 토닥여주면서...



나, 참 못됐지?


소중한 사람들을 오히려 아프게하고 말았어.


이게 아니였는데...


그저 천사님을 기쁘게하고 싶었을 뿐인데...


만약 나도 그 작은 새처럼 날 수 있다면...


아니 처음부터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좋았을텐데.


이런 하찮고 바보같은 나라도, 당신은 큰 선물로 여기고 사랑해줬는데.


바보같이 주제넘은 짓이나 하고 말이야...


또다시 천사님을 위로해주고 싶어서, 천사님에 발치에 허리를 비벼보려했어.


하지만 닿지 않아.


무언가 묘하게 가벼워진 지금의 나는 천사님과 함께하고 있지만 더 이상 함께가 아니야.


아까 그 새처럼 둥둥 떠다닐 수도 있고 어디든 원하는데로 통과할 수 있는데... 천사님까지 통과해버리고 말아.


필사적으로 불러보아도 대답없는 천사님.


이제 나의 목소리, 나의 온기는 당신에게 전해지지 않아.


진짜 나였던 건 당신의 품에서 축 늘어져있을 뿐이었고,


당신은 언제까지고 계속 울었어...




다음 해가 떴어.


원래라면 나와 하루종일 놀아주는 시기.


하지만 집안에 남은 건 직장이란걸 가기 전 천사님의 엄마가 남긴 걱정어린 시선 뿐이야.


당신은 침대에서 배게를 끌어안고 그저 멍하니 있었어.


그러다가 대충 채비를 하고 나가는 당신...


나도 천사님을 따라갔어.


이제 난 어디든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으니까 천사님을 따라가는건 간단해.


천사님이 도착한 곳은 한때 나였던 몸을 묻은 화단.


거기서 쭈구리고 앉은 당신은 한동안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멍하니 바라봤어.


그러다가 스마트폰?인가 하는 그 유리 달린 상자를 만지작거리더니 (어떻게 한건진 몰라도)살아있었을 때 나의 모습을 찾아냈어. 


아, 내가 애교부릴 때 저렇게 했었구나... 괜히 부끄럽네...


당신의 다리 위에서 갸르릉거리는 날 마구 시원하게 긁어주며 웃고있는 천사님의 모습.


한동안 당신은 그 상자를 보며 베시시 웃었어.


하지만 곧 다시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버렸어.


감싸안은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는 천사님.


위로해주고싶어.


난 여기있다고, 슬퍼하지 말라고 하고싶어.


하지만 여전히 전해지지 않아.


난 이제 누구도 볼 수 없고 만질 수도 들을 수도 없게 되었나봐.


울고있는 천사님을 지켜만 봐야해...


싫어... 잔인하잖아...


내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건데 어째서 천사님이 괴로워해야 하는거야?


미안해... 미안해 천사님...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까,


'요시코짱!!'


천사님의 엄마가 부를 때마다 가끔 당신이 '요하네인데...'라고 작게 투덜거리던 천사님의 진짜 이름.


돌아보니 8명의 사람들이 천사님에게 달려오고 있었어.


아마 천사님이 항상 이야기해주던 그 소중한 친구들.


나중에 들어보니 천사님의 엄마가 당신이 걱정되서 전화란 걸로 모든 일을 설명하고는 불렀다나봐.


당신은 친구들을 보더니 더 서럽게 울어버렸지?



맨 먼저 달려가 천사님을 안아준 조그마해보이는 루비란 친구와 푸근한 인상의 하나마루라는 친구.


빨간 머리의 리코라는 소녀는 천사님을 '욧짱'이라고 부르면서 마찬가지로 천사님을 따뜻하게 안아줬어.


약간 당신을 닮은 다이아라는 사람도 조곤조곤 당신을 위로하면서 천사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었고


치카라는 아이는 마치 자기의 일인 것 마냥 눈물을 펑펑 흘리더라? 


... 더 미안해지네...


결국 모자를 쓴 요우라 불리는 소녀에게 번쩍 들려 카난이라는 키 큰 사람에게 업힌 당신.


내버려두라고 조그맣게 때를 써보지만 울다 지친 천사님은 저항도 못했지.


마리라는 친구가 업혀가는 당신에게 계속 상냥하게 말을 걸어주었지만, 천사님은 그저 조용히 눈물흘릴 뿐이였어.



천사님의 집에 도착한 친구들은 이것저것 해주었어.


엉망이 된 천사님을 씻겨주고 방도 치워주고...


한동안 조용히 보살핌을 받다가(마치 예전의 나처럼 말이야.) 친구들이 해준 따뜻한 밥 앞에서 천사님은 갑자기 입을 열었어.


'전부 나 때문이야...'


천사님 자신이 불행하고 부주의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거라고...


발코니 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아니 애시당초 날 데려온게 잘못이라고 우는 천사님.


괜히 운도 없는 주제에 동물을 키운다고 오기를 부려서 내가 휘말려버린 거라던 당신은 또 다시 울음을 터뜨렸어.



'그렇지 않아 욧짱! 그저 사고였을 뿐이니까!'


'그런말 말아유... 요시코짱 잘못이 아니구먼유...'


'아니야... 나 때문에 괜히 네나도 휘말려버린거야... 전부 내 탓이야...'


'그런 silly한 소리는 하면 안돼... 그런 소리 들으면 네나도 슬퍼할거라구?'


'틀려... 분명 원망하고 있을꺼야... 나 때문이니까... 분명 한심한 날 원망할꺼야...'


'요시코양...'




... 마리 말이 맞아 천사님.


그런 말 말아줘...


절대 그렇지 않으니까...


제발... 자책하지 마...


조금도 원망하고 있지 않아...


아니... 오히려...


......


천사님이 해준 이야기에서 들었어.


저 하늘에는 신이라는 사람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고 했지?


비록 당신은 신이 타천사의 나쁜 적이라고 경계했지만... 그 사람에게 부탁하고 싶어.


딱 한번, 한번만 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잠깐이라도 좋아... 한번만...









"어이, 이제 그만 따라와라 게마."


???


날 알아보는 사람!!!


아니... 사람이 아니네... 저건?


분명 천사님의 방에 있던 보라색 뿔 달린 노란 색 솜덩어리?


뭔진 몰라도 가끔 타고 놀면 재밌었는데...


자세히 보니 팔도 달렸고 눈 입도 달려있네?


거꾸로 뒤집어지긴 했지만...


그런데 인형이 왜?


"인형 아니야 게마!! 이 모습은 너의 수준에 맞춰 내가 이미지를 투영... 


에잇! 설명하기 복잡하다 게마! 그냥 난 널 데려가러 왔다는 것만 알아둬라 게마!"


데려가? 날? 왜? 어디로?


"사신 모르냐 게마!"


아아, 천사님이 말한 무슨 칼같은 걸로 서로 싸운다는 그...


"아니야 게마!! 하여간 사신 위신 다 망치네 게마!!!


사신은 길잡이라고 게마! 너같이 죽은 이를 데려가는!"

 

데리러 왔다라고?


그럼 이제 천사님하고 헤어지는거야?


"이미 진즉에 헤어진거다 게마... 넌 애당초 저 아이와 더 이상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 게마."


... 그랬었지...


난 이제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으니까...


"너무 서운하게 생각마라 게마... 


넌 원래 버려진 그 시점부터 죽었어야 했다 게마.


그런데 왠지는 몰라도 저 요시코란 아이가 명부에 혼란을 야기했다 게마!


뭐지!? 어떻게 된거지라고 물어도 이미 운명이 왜곡되어버렸고 게마!


간단히 말해 넌 원래 살아야 할 시간보다 더 오래 산거다 게마.


에휴... 원래 동물의 경우 자동으로 저승으로 와야한단 말이다...


왜 이 몸이 여기까지 와서 마중와야 한단 말이냐 게마!! 난 원래 비번인데......"


노란색 공이 무언가 투덜댔지만 제대로 들리진 않아.


난 원래 그때부터 가망이 없었는데... 천사님 덕분에 더 오래 산거네?


... 안돼... 


천사님은 완전 오해하고 있는 거잖아?


천사님 때문에 오히려 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는데!


이래서는 안돼!


더더욱 내 마음을 전하지 않으면...



저기 사신... 부탁이 있어...


"? 이제와서 뭐냐 게마?"


......


"절대 No다 게마!! 더 이상 욕심부리지 말고 따라와라 게마!!"


한번만... 단 한번만...


"아이 참 안된다니까 게마!! 원래 수명보다도 오래 살았으면 적당히 만족해라 게마!!"


아니야.


더 살고싶다던가 그런게 아니야.


그저 단 한 순간이면 돼.


천사님을 위해서니까...


잠깐... 안될까?


"... 아오 증말!!! 치사한 짓 마라 게마!!


그런 눈을 하면 내가 넘어갈 줄... "


부탁할께... 단 한번이면 되니까...


"... 으아아아아! 미치겠네 게마!!


딱 한번뿐이다!?!?


그 이상은 국물도 없으니까 게마!!"


 





소파에서 마리의 품에 안겨 자고있는 천사님.


당신은 꿈이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놀란 채 서있어.


사방이 푸근한 별빛으로 둘러싸여있고 하늘에는 커가란 초승달이 뜬 곳.


형형 색색의 꽃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당신은 주변을 두리번거려.


... 이제 나와야겠지?


꽃밭을 헤치며 당신 앞으로 조심스레 걸어갔어.


"!?!? 네나!!!"


응! 나야 천사님!


"말했다!?!? 이 이거 꿈인건가!?"


모르겠어... 사신이라는 그 노란 공? 말로는 꿈에 겹친 경계의 공간? 


역시 잘 모르겠네 이런거.


"그럼 돌아온거야!? 네나!!! 으아아아아아앙!!!"


아이 참! 그렇게 세게 껴안으면 아프단 말이야!


에헤헤... 그래도 좋네...


어라? 천사님 표정이 갑자기 안좋아?


"... 사신? 사신이라고?"


응...


여기에서 잠깐 밖에 있을 수 없대.


"그런... 으흑... 잠깐이라니..."


울지마.


난 천사님이 웃는게 더 좋아.


"미안... 미안해... 네나... 나 때문에..."


그렇지 않아.


자책하지 말아줘.


오히려 천사님 덕분에 더 오래살 수 있었다고 사실이 그랬는걸?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난 항상 당신 덕분에 행복했어.


엄마하고 헤어지고 


변덕스러운 인간에게 버려채 죽어야 했던 나...


그런 날 위해 진심을 다해준 천사님이 너무 좋아.


날 항상 아껴주고 사랑해줘서 고마워.


천사님, 아니 요시코하고 만난 건 내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흑... 나.. 나도... 너와 만나서 행복했어...


너와 함께한 순간들... 너무 소중해..."


정말? 기뻐!


요시코 너무 좋아!


"나도 네나가 너무 좋아... 으앙!!"


에헤헤... 역시 요시코의 품은 엄마의 소리가 느껴져... 행복해...



"... 타임 오버야, 이제 가야돼."


응... 고마워 사... 신?


아까랑은 또 생긴게 다르네?


몸도 엄청 커다랗고 얼굴도 안보이는 까만 천쪼가리를 두르고 날개까지? 근데 깃털이 없네? 


뿔은 그대로 보이는데...


"본모습...


이라기에는 조금 미묘한가? 


그냥 좋을대로 생각해라."


알 수 없는 동물이구나 사신이란건... 


"!? 잠깐! 난 아직 네나랑..."


"미안 꼬마 아가씨, 더 이상 있다간 이 고양이 소멸하고 만다.


이미 할당된 수명을 넘어 살아버린 녀석이다. 


이제 그만 보내줘야지?"


"그럴수가... 싫어..."


난 괜찮아.


분명 괜찮을 꺼야.


그러니까 요시코, 울지말아줘.




아, 가기 전에 부탁할께 있어.


항상 행복했으면 해, 요시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지내야해.


내 몫까지 열심히 살아가줘.


나도 어디로 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요시코와의 추억을 항상 간직할테니까!


어디서든지 즐거울꺼야 분명!


"흐으앙... ㄴ 나도... 기억할께... 절대 잊지 않을께... 영원히 기억할꺼야!"



"... 그만 가자."


응.


곧이어 점점 빛이 되어 사라져가는 몸,


아득히 너머로 날아가는 의식.



... 잘있어... 천사님.


"... 잘가... 리틀데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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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일기예보는 화창한 월요일을 예건했건만, 아침부터 습하더니 결국 비가 떨어졌다.


츠시마 요시코는 역시 자신은 불행하다고 한탄하며 버스 창 너머의 습기어린 풍경을 응시한다.



... 저번 주 토요일 저녁, 갑자기 요시코가 확 몸을 일으켜버려 하마터면 마리의 턱과 경단이 정면충돌할 뻔했다.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고서는 다시 펑펑 운 요시코였다.


아쿠아의 모두가 몰려와 진심으로 요시코를 위로했고, 다행히 요시코는 진정한 뒤 모두에게 고맙다고 상냥하게 말해주었다.


그러고선 갑자기 타천모드로 목소리를 까는 요시코.


"이제 더 이상 슬퍼하고만 있을 순 없어!


그건 나의 리틀데몬 네나를 실망시키는 짓이니까!


요하네, 부활!"


아까는 울고불고 난리더니 뜬금없이 기운을 차린 요시코.


맴버들은 잠시 당황했지만 그래도 요시코가 기운을 차리자 마냥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기운 차려서 다행이라고 기뻐하는 하나마루에게 꿈 덕분이라고 말한 요시코.


그러나 무슨 꿈이었냐는 마리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분명 기쁘고 소중한 꿈이었는데 기억이 제대로 나질 않는다.


단 하나 확실한 건, 사랑스러운 검은 고양이, 네나가 나왔다는 것.


그리고 네나 덕분에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는 것 뿐.




"크크큭, 이런 헤븐스 드롭 따위로 이 요하네를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신!"


피식


버스 여기사가 웃는다.


여전하구나 저 아이...


갑자기 무안해진 요시코는 헛기침을 하고는 새침하게 창 밖을 응시한다.


... 타천사 요하네, 오늘도 후회없이 나아가자!



야옹...


인도에 서 있는 검은 아기 고양이.


요시코를 보며 따뜻한 울음소리를 내준다.


힘내...



순식간에 창문을 열고 고개를 쑥 내미는 요시코.


비에 다 젖건 말건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그 고양이!


그러나 돌아본 길에는 아무것도 없다.


"......"


조용히 창 안으로 고개를 다시 넣는 요시코.


"아이 참... 다 젖어버렸네..."


역시 타천사는 불행하다고 한탄하지만,


어째서인지 마음만큼은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벅차오르는 요시코였다.


---

김데몬 으으... - (⃔ `ω´ )⃕↝ 2017.07.29 18:14:33
김데몬 2017.07.29 18:14:39
LittleDemon♡ 그냥... 가볍게 적으려 했는데 생각보다 훨 중2스럽고 요시코님 괴롭히는 것 같아 엉엉 ㅠㅠㅠ 2017.07.29 18:14:48
송포과남 2017.07.29 18:17:04
두리번거리기 캬... 물갤의 보배 - dc App 2017.07.29 23:49:58
프로브 2017.07.30 01:42:55
ㅇㅇ ...니가 중2스러운것에대해 걱정을? 121.142.*.* 2017.07.30 10: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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