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불꽃놀이
- 글쓴이
-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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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65221
- 2017-07-09 08:47:38
- 39.117.*.*
“지금부터
말인가요? 하지만 다다음주부터라고 하지 않았나요?” “학생들의
불편을 되도록이면 빨리 해소하고 싶고? 예산도 남았으니까 이왕이면 굴릴려구 해” “지금
남아있는 인원은 기껏해야 서기 정도입니다만” “아니
괜찮아. 치캇치가 도와주기로 했는걸?”
이걸로 알겠어요. 모두 다 구실이구나. 치카씨가 상담한 걸까요. 아니면 요우씨를 통해 전해진 걸까요. 능글맞게 웃으며 저를 바라보는
저 처진 눈. 아마 배려라기 보다는 그저 심심풀이거리가 하나 생겨서 신난 것이겠지요.
“괜찮아요. 혼자서 할 수 있으니까. 당신들이 없을 동안 누가 업무를 봤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그동안 밀렸었잖아? 카난은 나를 도와주기로 했어. 루비짱과
요우짱은 의상 작업, 하나마루짱이랑 요시코짱은 스터디 모임” “리코짱은
오랜만에 홀로 피아노를 만지는 모양이야.” “Thanks
카난”
이미 전원
매수라도 당한 것일까. 당황한 저의 눈동자는 갈 곳을 잃고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기만 합니다. 무심코 고개를 돌려 카난씨를 바라보았습니다만 그녀는 미묘한 표정으로 묵묵부답.
마치 소꿉친구와 동생이 사귀게 된 걸 우연히 알게 되고 나서부터 어떻게 말 걸어야 할지 모르겠는 듯한, 그런 어색한 미소 좀 그만 지어주실래요? 엄지손가락은 왜 치켜든
건가요
“그럼
잘 부탁해~? 물론 일이 끝날 때까지 나도 이사장실에 있을 테니까” “하아…네”
도망칠
수 없다면 방문을 걸어 잠그는 수밖에 없어요. 그리 생각한 저는 한시바삐 서둘러 짐을 챙겨 나가려고
합니다만 그사이에 벌써
“다이아씨!” “치카씨?” “저
너무 일찍 와버린 걸까요?” “아뇨
저도 지금 막 얘기를 들은 참이라서” “그럼
오늘 잘 부탁 드려요” “아
그게…” “치캇치! 잘~ 부탁해?”
저
저 저 미소. 잘해보라구요? 그런 배려 필요 없어요. 카난씨 당신은 뭘 웃고 있는 건가요!
“그럼
가요” “에잇” “아” “도망쳤다” “요시코짱!” “없어~ 하나마루짱한테 끌고 가라고 했잖아” “Oh..
그럼 치캇치!” “Yes,
Ma’am!” “잡으면
맘대로 해도 돼” “그런
사냥감을 말하는 듯이 얘기해도” “응!”
“하악하악” “다이아씨~!” “복도에서
뛰지 마세요!” “네!....어? 다이아씨도 뛰고 계시잖아요!” “저는…에잇”
이대로라면
따라 잡히고 말아요. 그래요 그녀와 저의 체력차는…
“잡았다” “삐갹!”
조금만
더 가면 문인데. 안에서 잠글 수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도중 그녀의 손에 이끌려 이제 곧 둘만의 밀실이 될 교실로 그녀에게 떠밀리듯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잡았네요” “….” “저기요
다이아씨. 저번에 어째서” “어째서
저한테 입맞추신 거에요?” “….”
글쎄요. 어째서였을까요.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서 어째서.
“…..귤향기가
나서요” “….네?” “여름의
향기가 나서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렇네요. 무슨 말을 하는 걸까요. 그때처럼 열기에 취해버린 걸까요. 빛이 들지 않는 밀실, 상기된 볼,
거친 숨소리의 두 사람. 당신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나요?
“한
번 더 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입술의
퍼지는 따뜻한 감촉. 그것은 마치 그때의 불꽃놀이처럼 황홀한 한 순간의 기억.
울리는
북소리와 웃는 사람들 속에서 인파에, 소리에 취해 어지러워 하던 저를 위해 당신은 웃으며 손을 잡아주었죠. 그래요. 그때 굉음과 함께 불꽃놀이가 터지고 그 불빛에 가려 당신의
얼굴이 잘 안보였어요. 도쿄에서 미아가 됐던 날이 기억난 저는 그만 잡은 손에 힘을 주었었죠. 달라붙은 듯 맞잡은 손을 통해 헤어지기 싫어하는 제 마음이 전해지도록 더욱 더 힘을 줘 놓지 않으려고 했죠. 그때 당신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축제의
여운이 남은 거리를 바라보며 하나 둘씩 꺼져가는 불빛이 아쉬워 당신의 손을 이끌고 간 슈퍼마켓. 불꽃놀이
세트를 집어 조금만 더 어울려달라고 했을 때 환하게 웃으며 좋다고 말했죠. 구름 한 점 없던 그날 밤. 숨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저처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수줍게 달빛.
그 아래 조그맣게 빛나는 불빛이 당신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어요. 마지막 남은 하나가 끝났을
때였을까요. 마치 지금처럼, 달빛이 나무에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제가 당신께 입을 맞춘 건. 그때 당신은 무슨 표정을 짓고 있었나요?
잘
모르겠어요. 저는
“어째서
울고 계신 건가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당신은 사랑해요. 당신은 저를 사랑하나요?” “네?” “사랑해요. 치카씨, 당신이 너무 좋아요” “….” “그때
제가 당신께 입맞춘 이유에요. 답은 해주지 않아도 좋아요. 이제
가도 될까요?”
당신의
표정을 헤아릴 용기가 없는 저는 이 어둠이 익숙해지기 전에 자리를 떠나려고 했지만
“다이아씨”
안돼요. 지금의 저는 타고 남은 불꽃놀이처럼 흉할 테니까
“이쪽을
봐 주세요”
맞잡은 손을
통해 전해 오는 고동 그리고 눈동자 속에 비치는 불빛. 그리고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입술을 타고 올라와 코를 간질이는 이 향기는 귤향기일까 = 끝 =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네. 그렇습니다. 처참하게 망했습니다. |
프로브 | 2017.07.09 08:49:57 | |
코코아쓰나미 | 2017.07.09 08:52:45 | |
LittleDemon♡ | 문학추 | 2017.07.09 10:06:36 |
토베루요 | 문풍당당 콘 221.152.*.* | 2017.07.09 11:3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