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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광무 120년, 부사산(富士山)의 정기와 밀감이 풍성하게 열리는 이곳 정강현 소진군 내포마을의 한 서학 여학당인 포적성여학당(浦的星女學堂)의 학당악단인 아구아(我救娥)에게 한 시련이 다가왔다.
곧 있으면 학당의 시험날인데 아구아의 단원들은 이 시험을 그리 반갑게 여기지 아니하였다.
이유인 즉슨 ''악단이라도 유학을 익히지 않으면 쓸모가 없으니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라는 훈장의 가르침으로 한 명이라도 낙방 시에는 아구아의 활동을 멈춘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보는 시험은 <예기>를 가지고 시험을 친다 하니 공부를 아니할 수가 없더라.

''참으로 기막힌 처사로고! 아구아가 이 학당에 기여한 것이 얼마나 많은데....''

''천가야, 그럴 식경에 한 자라도 외우려무나.''

''과남 선배도 빨리 외는 편이 좋겠소.''

다른 단원은 걱정이 없지만 단 세사람, 고해천가와 송포과남, 진도선자가 큰 근심에 빠져있었으니, 과연 아구아에서 제일가는 멍텅구리렸다.

''이거 난감하구려, 갑자기 시험이라니...''

''화환도 리자도 금강석도 고생이라 Hao.''

''특히 제 누이는 어찌해야 저 분들이 알기 쉽게 가르칠지 고민이라 합니다...''

도변요와 소원국리, 흑택홍옥은 몇발짝 뒤에서 그들이 수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을 나누었다.

''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소! 당신들의 무문때문에 아구아는 정지된단 말이오!''

''이러다 우리 활동도 줄어든다 하오, 주라.''

''이것은 어찌 할 도리가 없구려....''

각각 화를 내거나, 체념하는 등 포기한 기색이 역력한 흑택금강석, 국목전화환, 앵내리자는 방도를 못 찾아 어쩔 줄 몰라했다.

''당신들, 도움이 필요해 보이는구려.''

''???''

''나는 당신들을 도우려 청나라에서 돌아온 상인인데, 아주 귀중한 것을 당신들께 알려드리려 이렇게 찾아왔소.''

''난데없이 그게 무슨 소리요?''

''보아하니 학문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곤란하게 된 것 같은데, 내가 만든 이 것을 한 번 해보면 공부가 아주 쉬워지고, 재미있어 질것이오.''

''그런 것이 어디 있소?''

''자, 이 것을 한 번 열어보시오.''

그러면서 그 사람이 꺼낸 것은 조그마한 신위였다.

''무엇이오, 이게?''

''열어보시오.''

다른 사람들은 무서워서 열어보지 못하였지만 마지못해 흑택금강석이 눈을 감고 신위를 열어보았다.
그것을 열자, 신위안에서는 회오리 비슷한 것이 보이더니....

''희어로주 오부 수돈''(熙御路走 梧付 搜燉 빛나고 있는 임금의 길을 달리니 오동나무가 줄을 서있고 불빛을 찾았노라)라 쓰여져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