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Broken Wing
- 글쓴이
- LittleDe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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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22046
- 2017-05-23 14:53:24
"캬아아아아악!!" 악의 받친 괴수가 피투성이의 몸으로 돌진해온다. 이미 수많은 팔들이 잘려나가고 배에서 생명력들이 흘러나왔지만 괴수는 그 이상의 분노 하나로 버티었다. 눈앞에 있는 저 상대를 찢어발길 수 있다면... 저 소녀를 죽일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필요없다. 그런 집념을 머금고 포효를 지르는 괴수를 보며 소녀는 질려버렸다. 생존본능조차 넘어서는 흉포함에 몸서리가 쳐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처로웠다. 그들에게 다른 삶의 선택지따위는 없다. 그저 죽을 때까지 싸울 수 밖에 없는 존재들... 하지만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 이상, 동정은 여기까지다. 파열음과 함께 소녀의 등에서 검은 촉수같은 것이 폭발하듯 일렁인다. 순수한 마력으로 이루어진 촉수들이 괴수를 향해 날아갔다. 퍼석 괴수의 정수리를 관통한 검은 에너지의 창들. 잠시 괴수의 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이내 축 늘어진다. 뽑혀져나온 검은 촉수들이 다시 수축된다. 검은 에너지의 촉수들이 양 날개모양으로 뭉쳐 아름답게 펄럭인다. 마치 자신들이 언제 정확하고 빠른 살육을 저질렀냐고 변명하듯이. 소녀는 아주 잠시, 자신이 벌인 학살의 현장에서 도망치듯 눈을 감는다. 하지만 수많은 마물들의 시체에서 나는 악취들어게서는 도망칠 수 없다. 아직 살아남은 수많은 마물들의 표효들이 소녀를 옥죄어온다. 그렇게 소녀의 현실감각이 아늑해져간다. 지금 이 순간이 진짜 현실일까? 정말로 난 여기서 뭐하고있는거지? 비명과 울음조차 겨우 참으면서 왜 버티는거지? 순간에서 멀어저가는 의식 속에서 자신을 타천사라고 부르며 놀던 때를 끄집어내본다. 지옥의 마력, 능력, 권능... 때로는 창피했지만, 그 이상으로 즐거웠던 기억들... 차라리 그것들이 철없는 장난으로 남았었으면... 막상 현실로 다가온 망상은 너무나 절망적이었다. 소설과 만화처럼 낭만적이지도 않다. 역한 피비린내나는 배신과 음모, 처절한 싸움들이 진저리가 난다. 차라리 계속 평범한 중2병에 걸린 소녀인 채가 너무나 그립다. 버릴 게 없었던 소중한 일상이 그립다. 소중했던 사람들... 가족들과 친구들... 그리고 아쿠아의 모두. 미친듯이 그립다. 낯선 곳에서 노림받고 상처받으며 싸우는 일상따위 싫다. 예전이 너무나 그립다. 차라리 여기서 눈감고 가만히 있으면 어떨까?라고 소녀는 고민한다. 만약의 꿈이라면 깰 수 있지 않을까? 예전처럼 자신을 깨워주는 사랑하는 엄마와 소중한 친구가 되어준 모두와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망이 소녀의 가슴 속에서 부글거린다. 혐오스러운 마력의 덩어리들이 느껴진다. 소녀는 천천히 눈을 뜨며 현실로 돌아온다. 아니나 다를까, 괴수들 틈에서 한무리의 검은 로브를 입은 자들이 나타난다. 자신을 노리는 마족의 마법사들이다. 저들에게서 느껴지는 혐오스리운 마력이 소녀의 현실감각을 차갑게 식힌다. 싸워야만한다. 정신을 차리고 싸워야만한다. 잠시 흔들릴뻔한 전의를 다잡는다. 지금 자신의 현실은 바로 여기다. 지금 자신을 품어준 이 세상을 지켜야만한다. [와아! 타천사씨가 있던 세계는 신기하구먼유!] [생각보다 상냥한사람이라서, 후훗, 안심이네요.] [아무리 울고싶어도 다시 방긋 웃어줘.] [당신이 이 세계 온건 기적이야!]... 이곳에서 만난 또다른 소중한 사람들의 목소리, 이 목소리들을 지켜야만한다. 그녀만을 의지하는 이 세상 사람들을 지켜야만 한다. 더 이상 자신은 예전의 허약한 소녀가 아니니까.. 힘을 가진자는 그 만큼의 책임을 져야하니까... 그리고... 돌아가야만해. 낡고 쉰 납덩이같은 목소리가 타천사의 귀를 긁는다. "오늘이야말로... 너의 힘을 빼앗고 승리하리라... 타천사 요하네여..." 마족의 원로 마법사의 선언을 신호로 마법사들이 손을 모아 마력을 집중시킨다. 하늘로 떠오르는 혐오스러운 초록빛의 구체, 이윽고 모든 걸 부식시키는 마력 덩어리가 소녀를 향해 맹렬하게 날아간다. 순간 날개로 자신을 감싸 방어하는 타천사의 모습이 거대한 굉음과 폭발속에 묻힌다. 자신들의 파괴의 에너지의 위용에 만족스러워진 원로 마법사가 지팡이로 손짓하자 두 마리의 괴수들이 연기 속으로 달려든다. 이제 다 죽어가는 소녀를 회수하기만 한다면... "키에에에에에엑-------" 밤을 찢는 비명소리에 마법사들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잠시 후 한 때 사나운 마물들이였던 고깃덩어리들이 연기를 뚫고 마법사들과 살아남은 마물들에게 쏟아진다. 동시에 아름답게 일렁이는 검은 형상이 연기를 찢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이윽고 날개가 펼쳐지고- 고고히 빛나는 보름달을 등진 채 타천사는 공중에서 적들을 응시한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살기에 별빛들조차 숨죽이는 밤하늘. 이 모든 것을 끝내고, 돌아가야만해... 자신의 원래 세계로! 결의와 적의를 머금은 소녀의 두 눈이 불타오른다. "... 가 아니야..." 타천사의 목소리에 웅성거리던 마법사들과 마물들이 일제히 숨죽인다. "요하네가 아니야...!" 갑자기 커진 목소리에 맞춰 타천사의 날개들이 찢어질듯이 요동친다. 소녀는 자신의 날개에 저들을 박살내고픈 심정을 마음껏 담는다. 소녀의 감정에 맞춰, 날개들이 더욱 미친듯이 날뛴다. "요하네가 아니라 요시코야!!" 사납게 펄럭이던 검은 날개의 군집들이 일제히 적들을 향해 천벌처럼 쏟아져내리고, 그렇게 죄악의 밤은 어리석은 자들의 비명소리로 물들어갔다. -------------------------------- 누군가 이세계에서 돌아가기 위해 고생하는 요시코님이 보고싶다길래 일단 자세한건 생각안하고 내취항맞춰 삘가는데로 써본 단편. 시리즈... 는 내가 딸려서 히힣 내 부족한 묘사덕에 저 요시코님의 날개가 짐작이 안간다면 디아블로시리즈에서 천사들 날개를 검개 칠한거 연상하면 편행ㅋ |
김데몬 | 2017.05.23 14:57:31 | |
김데몬 | 2017.05.23 14:57:39 | |
Yufa | 2017.05.23 14:58:59 | |
Doll | 뚜방뚜방 | 2017.05.23 15: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