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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SS] "저는 쿠로사와 루비, 좀비 세계를 살아가고 있습니다."-8
글쓴이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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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20353
  • 2017-05-21 11: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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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14593

2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14597

3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15505

4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15507

5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17172

6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17196

7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20346

에필로그 :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unshine&no=1212393



10월 11일 10시 34분 샌디에고, 시가지 입구.


"설치 완료했습니다, 부대장님. 이제 소리만 내면 됩니다."


"좋습니다. 아가씨? 한번 더 소리질러 주세요!"


"으에에... 왜 하필 제가..."


"부끄러워 하시지 말구요. 얼른얼른!"


씨익 하고서는 미소짓는 이 부대장이라는 사람이 얄미워 죽겠다.

왜 하필 내 목소리로 감염자들을 유인하는 거냐구!


"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마이크를 두 손으로 잡고 목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삐갸아아아앙아아아아악"


하고 소리를 내질렀다.


"협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거 녹음시킨 것 맞죠?"


"네 부대장님."


"오케이. 이제 이거 스무 개 정도로 복사시킨 다음에 유인시킬 스피커로 전송하세요."


"알겠습니다. 정보부 여러분! 도와주셔야 할 게 있어요!"


라고 하면서 그 남성은 우리로부터 멀어져갔다.


"아이구 목이야... 켁켁켁"


"후후. 죄송해요. 주변에 소리지를만 한 사람이 없어서 말이죠. 여기 음료수 드시면서 좀 쉬세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직접 이렇게 녹음까지 해서 유인하는 이유가 있나요?"


"지금 이 시가지는 감염자 없이 아무도 없는 것 같죠? 하지만 선발대의 조사 결과 다들 누워서 정상인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큰 소리나 진동을 느끼면 일어나서 사람들을 찾아다니죠."


"그래서 미리 깨워내서 안전한 곳으로 가겠다... 좋은 방법 같아요."


"동시에 켠 다음에 감염자들이 모이길 기다린 후에 싹 제압하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거예요."


쪼오옥 하고 빨아들이는 노란색 병에서는 시큼한맛의 레몬향이 났다.

슬슬 서늘해지는 때가 되었지만 아직 한낮은 더운 때.
한낮에도 움직이고 다녀야 하는 탓에 각자의 장비들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식수, 비상식량, 개인화기 등등의 보급품과 장비들을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나는 조사담당이기 때문에 노트, 펜과 사진 촬영용 휴대폰과 개인 보급품이 전부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와...
어디 이사가나?!
저렇게나 많이 필요한거야?
나... 나만 괜히 이렇게 여유로운 건가...?


괜히 불안해져서 가방에 챙겨 넣은 것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물 2병이랑 초콜릿 약간, 사탕 5알, 건빵 한 봉지, 노트 세 권, 검은색 펜 두 자루, 여벌 옷이랑 휴대폰, 보조배터리.
그리고 허리에 얌전히 매어져있는 탄이 장전된 권총까지.
이걸로 3번째 확인.
진짜로 다 챙긴 거겠지, 쿠로사와 루비?!


“지금부터 10분 후에 1부대에서 4부대와 선발대가 시가지로 진입합니다. 준비가 된 분들께서는 장갑차 뒤로 2열로 서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울리는 방송.
그리고 한 명, 두 명 모이는 사람들.
나도 그 속에 포함되어 두 개의 긴 줄을 만드는 데에 참여한다.


사람 키의 반 정도 하는 가방을 가득 챙겨서 움직이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허전한 가방을 들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그만큼 각 사람들마다 이번 원정에 기대하는 것이 다르다는 거겠지.

앞으로의 원정은 얼마나 달라질까?
제한된 인구 속에서 얼마나 많이 세상으로 나가 볼 수 있을까?
제한된 사람들이 얼마나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
다녀온 후, 세상은 얼마나 또 달라져 있을까?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뒤에 계신 분들께서는 천천히 앞으로 걸어주시면 되겠습니다. 일정 거리마다 부대원들이 서 있을 것이니 무슨 일이 있다면 불러서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동거리는 1km입니다.”


자동차의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앞으로 향한다.
앞으로 향하는 길에는 지금까지와 별로 흥미를 끌 만 한 것은 없었다.
여러 갈랫길 속, 그저 앞으로만 전진하는 우리.
걸으면 걸을수록 주택가 뿐이었던 양 옆에는 서서히 큰 건물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고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에는 저 멀리에 있는 큰 빌딩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앉아서 쉬며 다음 지시를 기다려주세요. 3부대, 4부대, 5부대는 앞에서 장비 설치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뛰어나가더니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 조립했다.
그랬더니 뭔가 커다란 물체가 튀어나왔고 다시 그것을 들고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이제 조금 뒤에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돌아오면 스피커에서 감염자들을 유인하는 소리가 나올 것입니다. 그 때 여러분들은 각 분대와 조를 이뤄 그들을 제압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앞으로 향했다.
물론 뒤쪽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사람들이 빠져나감과 같이 마음 속에서도 뭔가가 빠져나감을 느꼈다.
너무 생소한 느낌이라서 내가 어떤 감정인지조차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지 않다.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이윽고 앞을 향했던 사람들은 무사히 돌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녹음해 두었던 목소리가 골목 곳곳에 울려퍼졌다.


2초
사이렌처럼 도시에 울려퍼진 소리의 그림자가 가셨다.


5초
변화 없음.


20초
변화 없음.


60초


“300m 지점에서 감염자 확인. 오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5부대장님. 1시간 동안 대기 상태를 유지합니다. 지금부터 제압 활동은 아침에 정해진 조별로 움직입니다. 지금 조를 맞추신 후, 각 부대장과 부대원의 지시에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개의 줄을 이뤘던 사람들이 모두 흩어져 각자의 조가 있는 곳을 향한다.
내가 속한 곳은 1조.
이제 그 곳으로 향하면...


“여어, 루비씨. 오랜만이야.”


“아, 안녕하세요, 하인즈 씨.”


“그 날 이후로는 좀 어때? 잠은 잘 자고 있어?”


“네. 박사님이 옆에서 잘 지켜주셔서... 신경써 주셔서 감사했어요.”


“됐어. 내가 딱히 뭘 바라고 한 것도 아니고. 이제 앞을 바라보면서 살아. 이런 상황에서 옆과 뒤까지 보기에는 무리니까 말이야.”


“네에...”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오른어꼐에 소총을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허리에는 탄창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아마 그 의미는...


“아 이 탄창들? 너무 걱정하지는 마. 이런 곳에 오래 있는다고 해서 나한텐 별 문제가 되지 않아. 너는 너의 몸부터 조심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위한 거야.”


“뭐하나, 하인즈. 슬슬 준비해.”


“아, 소개할게. 이쪽은 우리 부대의 대장 허슬 윌슨. 대장, 이쪽은 감염자 백신을 연구 중인 쿠로사와 루비.”


“아... 안녕하세요?”


“아! 당신이 그 소문의 주인공이구만. 만나서 반가워, 꼬마 박사님. 발표 할 때 봤었는데 정말 대단했더군.”


조금은 나이들어 보이는 남성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거부할 이유가 없지, 라고 생각하면서 오른손으로 큰 손을 잡았다.


“너가 살아있는 덕분에 사람들도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우리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의욕을 얻을 수 있었어. 앞으로도 계속 힘내주길 바라마.”


“그럼요. 계속 힘내고 말고요.”


“언젠가 힘든 일이 닥치면 불러. 힘 닿는 데까지 도와줄게.”


“저기, 부대장? 이제 사람들이 기다려.”


“아, 그렇지. 우리 조도 모여야겠지.”


부대장과 하인즈씨가 향하는 곳을 봤더니 사람들이 모여 5줄로 앉아있었다.
각 줄에서 왼쪽 7명씩 34명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딱 정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아 그러고보니 이 점은 하인즈씨에게도 해당하는 사항이었다.
아마 같은 부대원들이겠지...


“아, 반갑습니다. 저는 1조를 이끄는 1부대의 부대장 허슬 윌슨입니다. 앞으로 향하게 되면 4개의 대로가 있는데 우리는 가장 왼쪽의 길을 맡아 처리합니다. 처리해야 할 목표지는 총 5개 이고 그냥 앞으로 쭉 밀고 나가면서 감염자들을 제압하면 오늘 할 일은 끝나게 됩니다. 질문 있습니까?”


....


“알겠습니다. 그럼 모두 알아들으신 거죠?”


네~


“자, 그럼 힘내서 싸워봅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마침내 부대장의 전진하자는 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간다.
총을 아직 쓰지는 않지만, 바로 쓸 수 있도록 손을 가까이 가져간다.
마른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린다.


“감염자까지의 거리가 200m입니다. 전 인원 무장합니다.”


총을 꺼내고 자세를 숙인 채로 걷는다.
눈에 힘이 들어가고 심장이 두근거린다.


“거리 150m입니다. 부대원들은 뒤에서 정밀사격 준비. 부대원 외 사람들은 모두 안전하게 총을 쏴 갈길 준비하세요.”


저 앞에 푸른 사람들이 모여있다.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지만 앞으로 향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다.
무섭지만, 건너가지 않으면 나의 집으로 갈 방법은 전혀 없다.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탄창은 교체하시면 안됩니다. 첫 번째 줄 사격 실시.”


여기서 들리는 발사음.
저기서 들리는 발사음.
저 멀리서 들리는 발사음.

그리고 저 앞에서는 감염자들이 무더기로 쓰러지고 있었다.
남은 이들은 우리를 향해 덮쳐오겠지.


“첫 번째 줄 뒤로! 다음 두 번째 줄 사격 개시.”


쓰러진 감염자들 위로 또다시 쓰러지는 감염자들.
보통 사람이었다면 붉은 바다가 만들어졌어야 했지만 감염자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잠자듯이 누워있을 뿐.


“두 번째 줄 뒤로! 부대원 정밀사격 실시. 마무리한다.”


얼마 남지 않은 감염자들은 간간히 들리는 총성에 쓰러졌고 우리의 앞에는 검은색 커다란 스피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멀어서 잘 보이지 않지만 감염자 덩어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사격한 첫 번째 줄과 두 번째 줄은 재장전합니다. 사용한 탄창은 버리시면 안 되고 모두 회수해야 합니다. 이제 다시 앞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바로 지금과 같았다.
한 줄 쏘고 다음, 한 줄 쏘고 다음, 그리고 마지막 마무리.
간단히 허기를 채운 후 위의 일을 세 번 반복.
그렇게 하다 보니 우리는 시가지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빌딩 숲이 우리를 감싸고 있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작업을 마치겠습니다. 모두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날도 늦었으니 주변 정리를 하고 서둘러 돌아갑시다.”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분해된 스피커는 가시 각 가방에 나누어져 옮겨졌다.
돌아가는 길에는 쓰러진 감염자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탄피가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었다.
아마 저 중에는 내가 쏴서 쓰러뜨린 감염자도 있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저 밟고 넘어설 뿐이다.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 방법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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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중에 제대로 된 목욕은 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양치와 세수를 하고 온 몸에 물을 뒤집어쓰고 나니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다.
평상복을 입고 버스 안에 등을 눕힌 채로 앉으니 조금 불편할지언정 잠은 잘 잘 수 있다.
가만, 부대원들은 밤마다 불침번을 선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거기에는 윌슨 씨와 하인즈 씨도 있겠지.
언젠가 커피라도 한 잔 타 드려야겠다.


“박사님은... 언제 돌아오시려나.”


오늘 하루 종일 없었던 미운 아저씨를 생각한다.
하루가 지나도 나오지 않다니, 분명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섭섭한 것은 섭섭하다.
나중에 돌아가서 맛있는 것을 사 주겠다고 하신 것 단단히 후회하도록 만들어 드리겠어!



가만있자...
잠에 빠지기 전, 한 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하지만 너무도 많은 일이 있었던 오늘은 그 생각을 치워두고 싶다.


‘처리된 감염자가 보통 시가지에 다니는 사람들보다 확실히 적었어. 그렇다면 다른 감염자들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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