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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물갤문학) 리코 「카난 선배, 다가가도 될까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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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o-g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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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09 15: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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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코쨩은 두 손을 모아, 공손하게 그것을 받아들었다. ...이 얘는 아까부터 왜 이러는 걸까. 뭐 요시코쨩이야 평소에도 조금 이상하니까 신경 쓰지 말도록 할까.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그런데 어쩐지, 아까부터 멤버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모두 지긋이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시끄럽게 떠들더니 이번엔 또 뭐인 걸까. 오늘은 다들 뭔가 모르겠네.
(그러네.)
조금 전에 싸운 것이 거짓말같이 느껴질 만큼 다정한 모습이었다. 그건 그렇고, 요시코쨩네도 마리네도, 아까부터 왜 내게 빤히 들리도록 귓속말을 하는 걸까. 그러면 의미 없지 않아? 뭔지 모를 말을 엿들어봐야, 답답할 뿐이라고. 그래도 귓속말인데 이쪽에서 물어보기는 조금 그렇고...
나는 이걸로 드디어 끝나는구나 싶었지만, 어쩐지 주변 멤버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루비쨩 말처럼, 카난씨와 관련된 일에서는 리코씨, 무슨 생각인지 도대체 모르겠고...제가 카난씨였어도 리코씨를 제대로 맞춰줄 수 있었을 것 같진 않아유.]
[뭐엇?! 즈라마루, 너 배신하는 거야? 그런 거냐구! 우리 친구잖아!] [즈라아아아...] 울상이 된 채로 마루쨩의 어깨를 잡고 흔드는 요시코쨩. 마루쨩은 실 끊긴 인형처럼 흔들리면서, '피곤하네 정말.' 이라고 얘기하는 듯한 표정으로 먼 산을 응시한다. 마루쨩은 요시코쨩이 이럴 걸 예상해서 그렇게 눈치를 본 거구나, 마루쨩이 자기에게 피해가 갈 걸 알면서도 나를 위해 나서준 것은 고맙게 생각한다. 하지만 마루쨩의 말은 잘못됐다. 마루쨩이 뭘 보고 그런 말을 하는지는 몰라도, 나와의 관계에 있어서 리코는 어떤 경우에도 먼저 행동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스킨십을 한 것도 나고, 심해수족관에 같이 가자고 먼저 제안한 것도 나다. 리코는 그저 내게 이리저리 휘둘렸을 뿐이다. 그런 사람에게 책임이 있을 리가 없다. 그건 그렇고 요시코쨩,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그렇게 질척하게 굴면 정이 떨어질 것 같은데 오랫동안 친구가 없어서 감이 떨어진 건 이해하지만, 제대로 거리감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자, 자! 거기 1학년들, 좀 조용히 하세요! 방해되잖아요? 그리고 리코씨가 보낸 메시지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그건 제가 루비를 사랑하는 것과 같은 종류의 사랑이라구요. 아주 아름답고 플라토닉한, 자매애 말입니다. 나 참, 이래서 외동들은...언니의 순수한 사랑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뭐...뭐야! 먼저 말을 꺼낸 건 당신 여동생이잖아! 그리고 리리의 여동생 같은 거, 되기 싫거든?!] 다이아는 분명 날 보면서 말을 했는데, 난데없이 요시코쨩이 발끈한다. 요시코쨩, 네가 그런 반응을 해 버리면 내가 해명할 기회가 없어져 버리잖아. 이대로 얘기가 끝나버리면 내가 요시코쨩에게 질투라도 하는 것 같이 되어 버린다. 그런 게 아닌데... [지금 그 말, 그대로 리코씨에게 전해줘도 괜찮겠지요?] [읏...그게...] 요시코쨩은 분한 표정으로 수그러들었다. 이럴 때는 다이아도 3학년이라는게 실감 나네. 예전에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나에게 매달리던 그 꼬마아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성장했다는 거구나. 뭐, 고작 요시코쨩이나 제압한 주제에 멤버들 몰래 기고만장한 미소를 짓는 걸 보면, 딱히 그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이건 아니잖아. 저 인간은 뭐 저렇게 태연하게 있는 거냐고.] 요시코쨩의 분위기가 뭔가 달라졌다. 날 보는 눈에 담긴 것은, 맹렬한 적의. 전혀 익숙하지 않은 그 감정과 갑작스레 마주하게 된 나는, 그만 굳어버리고 말았다. [다들 그 날 리리가 어땠는지 벌써 잊어버린 거야? 리리는 그때도, 지금도 엄청 힘들어하고 있는데...뭐냐고 저건, 완전 멀쩡해 보이잖아! 룰루랄라 아주 살판나 있잖아!] 요시코쨩의 언성이 점점 높아진다. 꽉 쥔 주먹은, 하얗게 되어 떨리는 것이 여기서도 보일 정도였다. 요시코쨩, 정말로 내게 화가 난 거구나. 어째서? 대체 내 어떤 행동이, 요시코쨩을 화나게 한 걸까. 당황스럽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는 뭘 하면 좋은거야?
[진정해유.] 요시코쨩이 막 폭발하려는 찰나, 마루쨩이 요시코쨩의 머리에 춉을 날렸다, 요시코쨩은 분노에 찬 시선을 마루쨩에게 돌렸고, 둘은 잠시 그 상태로 대치했다. [...] [하아...] 물러난 것은, 요시코쨩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요시코쨩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자리에 앉았다.
굳은 표정으로 내게서 눈을 돌린 요시코쨩은, 요시코라고 부르는 다이아의 호칭도 정정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눈치없는 나지만, 이젠 알 것 같다. 나는 리코에게 뭔가 큰 잘못을 저질렀고, 멤버들은 리코를 아프게 한 내게 화가 난 것이다. 은근히 나를 어려워하던 요시코쨩이 저렇게 화를 낼 정도면, 다른 멤버들도 화가 많이 났겠지. 그렇지만 멤버들은 내게 그것을 직접 추궁하는 대신, 이렇게 장난같은 재판을 열었다. 멤버들의 씀씀이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그렇다면 나도 적당한 마음을 버려야 한다. 진지하게 생각해봐야만 한다. 나는 천천히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내가 리코에게 잘못을 저질렀다면, 역시 심해수족관에 갔을 때인가. 하지만 대체 언제 내가 리코에게 상처를 준 걸까? 그 질문은, 심해수족관에서 리코와 헤어지고서부터 계속 내가 생각해오던 것이었다. 여태까지 계속 생각해봤는데도 답이 안 나오던 것인데, 새삼스레 지금 생각해본다고 해서 답이 나올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염치 불고하고, 나를 위해 힘써주는 멤버들의 손을 빌려보도록 할까. [잠깐만. 미안한데, 하나 질문이 있어. 화내지 말고 대답해줘.] [뭡니까? 말해보세요.] 다이아는 눈을 반짝이며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다른 멤버들도 하던 이야기를 멈추고 귀를 쫑긋 세운다. 모두 내가 할 질문이 몹시 궁금한 모양이었다. ...이러면 조금 부담스러운데. 그래도 모처럼 마음을 먹었으니, 말해볼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라. 나 또 실수한 거야?
뭐, 됐어요. 당신의 이런 반응도 다 예상했던 바입니다. 모른다면 직접 말해주는 수밖에. 모두 괜찮겠죠?]
요시코쨩만은 여전히 부루퉁한 채였지만, 다이아는 요시코쨩까지 신경 쓸 겨를은 없는지, 그쪽은 전혀 보지 않았다.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요시코쨩의 옆에는 마루쨩이 있으니까 괜찮겠지.
내가 요시코쨩을 신경쓰고 있는 사이, 갑작스레 툭 던지듯 말을 내뱉는 다이아. 그 말은 날카로운 창이 되어, 내 가슴에 파고든다. ...어? 내 마음, 들켜버렸어? 언제? 어떻게? 나는 머리가 하얗게 되어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지금 당장! 확실히 말하세요, 리코를 좋아하는 거죠? 리코와 연인이 되고 싶은 거죠?] [윽...] 다이아는 내 마음을 인정사정없이 몰아세웠다. 나는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얼굴에 열이 올라서 빨갛게 된 것이 느껴진다. 난 부끄러워 도저히 멤버들의 얼굴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입을 다물고 있을 수는 없다. 내 진심을 말해야 한다.
[so cute~] [우와아...카난 씨의 저런 얼굴 처음 봐유...] 멤버들은 이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나를 놀려댄다. [너...너희들~] [조용히 하십시오! 마츠우라 카난씨. 누가 발언을 허락했습니까? 아직 당신은 피고인의 신분, 그걸 잊지 마시죠.] 척, 하고 나를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다이아. 평소의 허세 가득한 모습 그대로지만, 지금은 왠지 그런 다이아가 크게 느껴졌다. 뭐, 객관적으로 보면 다이아도 꽤 훌륭한 소녀지. 용모 수려에 성적도 좋고, 억지로 떠맡은 학생회장이지만 학생들에게 신망도 두텁다. 쿠로사와가라는 유력 가문의 후계자로서 떠안는 엄청난 부담도 수월하게 견뎌낸다. 강한 마음을 지닌 것이다. 왜 여태껏 그걸 잊고 있었을까. 그동안 너무 심하게 취급한 것 같아서 미안하네. 좋아, 이번만큼은 다이아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어떤 말이든 순순히 따라 주도록 하자. [그래, 당신은 리코를 좋아합니다. 그럼 뭘 해야 합니까?] 다이아는 내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었다. 내가 해야 하는 것인가. 그건- [당신의 그 허그만 가득 찬 머리로 제대로 생각해 보세요!] 그래, 지금 생각하고 있어. 내가 해야만 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습니까? 이 미역녀.] [역시 다이아는 글렀어.] [웃?! 갑자기 무슨...전 재판장이라고요! 그게 무슨 말버릇입니까!] 다이아는 격분해서 벌떡 일어났지만, 나는 그런 다이아를 철저히 무시했다. 기껏 사람이 생각해줬더니만 금세 기고만장하기나 하고 말야. 잠깐이지만 너를 높이 샀던 내 마음, 돌려달라고. [여러분,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런 건방진 태도! 용서할 수 있나요?!] 다이아는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멤버들은 하나같이 다이아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자업자득이라구. 아무리 내가 피고인이라지만, 멤버들이 그런 억지에까지 어울려줄 리 없잖아. [으으...당신들...] [어...언니! 그것보다, 지금은 빨리 재판을 진행해야 하지 않을까? 점심시간도 슬슬 얼마 남지 않았고...] 다이아가 막 폭발하려던 때, 루비쨩이 좋은 타이밍에 끼어들었다. 얼굴을 찌푸리고 고민하는 다이아. 나를 제외한 멤버들은 긴장한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꿀꺽, 누군가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루비 말이 맞네요, 지금은 뭐 됐습니다. 재판을 계속 진행하도록 하죠.] 다이아의 시선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거기 멤버 여러분들, 살았다는 표정 하고 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라구? 다이아는 보기보다 뒤끝있는 성격이니까. [아까 말했던 대로, 당신은 리코를 좋아합니다. 그럼 뭘 해야 하나요?] 처음으로 돌아와서, 또 이 질문이다. 그렇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지금 딱히 뭘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쪽도 나름대로 심해수족관에서의 데이트에 많은 것을 걸었다. 그게 모두 실패했는데, 내가 더 이상 뭘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무기력하게 멤버들에게 휘둘리는 것 정도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글쎄...] [이런...고백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좋아하면 고백한다. 이런 당연한 흐름도 생각하지 못하는 겁니까!] 그런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래도 말이지...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구.] 나는 축 늘어져서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는 여러 복잡한 감정들을, 여기서 모두 털어놓기는 힘들고, 털어놓고 싶지도 않다. 그렇지만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리코가 나를 연애적인 의미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리코가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는 한마디의 말. 그것은 너는 필요 없다는,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겠지. 단 둘이 치카쨩네에 가던 길 위에서, 심해수족관 안에서, 수족관 밖에서 들었던 그 말에, 나는 좌절했다. 나를 좋아하는데, 그런 말을 할 리가 없잖아. 좋아한다면 상대가 신경써주길 바라고,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내가 리코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것처럼. 하지만 리코는 그렇지 않잖아. 그런 상황에서 고백 따위를 해 봐야, 무슨 소용인 거냐고. [리코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걸.] [아니, 리코씨는 당신을 좋아합니다.] 다이아는 단언하듯 말했다. 그리고 기대하는 눈빛으로, 내 눈치를 살핀다. 내가 아까 리코를 좋아하는 것을 들켰을 때처럼 놀랄 거라고 생각하는 거구나. ...바보같아. 다이아는 뭘 저렇게 확신하면서 말하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나와 리코의 관계를, 전혀 모르는 주제에.
탕탕탕, 망치 소리가 부실을 가득 메운다. 이제 드디어 끝난 거구나. 멤버들이 나와 리코 사이에서 이래저래 참견하는 것도, 아마 이 재판 이후로는 없어지겠지. 왠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멤버들은 뭘 하고 싶었던 걸까. 모르겠다. 오늘은 너무 생각을 많이 해서, 더 이상 고민하다간 뇌에 무리가 올 것 같다. 하아...지쳤다. 오후엔 조퇴하고 수영이나 하러 가야지... [wait a minute? 다이아, 배심원들 의견도 들어봐야지? 쟤네들은 저기 폼으로 앉아 있는 게 아니라구?] [아, 깜빡했네요. 그럼 요우씨부터 돌아가면서 말해보세요.] 마리의 말에 아무렇지도 않게 재판을 재개하는 다이아. 괜찮은 거냐고. 그렇게 격하게 망치로 책상을 내리쳤는데. 뭐 상관없나...어차피 진짜 재판도 아니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배심원들의 의견을 듣고 싶긴 하다. 마리하고 다이아는 확실히 내가 나쁘다는 쪽인 것 같고, 치카쨩은 내 입장을 이해해주는 쪽인데 말이지. 나머지 멤버들은 어떨까. 나를 생각해서 이런 재판까지 열어 준 멤버들이라면, 한명쯤은 내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 여태까지의 내 실수들도, 내 입장에서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주지 않을까. 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요우쨩은 얼굴을 찌푸리고 한참 고민하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응...나는 카난쨩 편도 리코쨩 편도 들어주고 싶지만...뭐랄까...이런 게 복잡하단 말이야~친구 두명 사이, 가운데 낀 입장인 건. 이럴 땐 말야...흐음음....그게...으으.] 괴로워하며 망설이는 요우쨩. 다른 편에서 요시코쨩이 '큿...리얼충이...' 같은 말을 하며 분해한다. 이제 좀 기분이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네 요시코쨩. 그런데 대체 방금의 말 어디에서 분해할만한 요소가 있었던 걸까. 요시코쨩은 정말 모르겠단 말야. [빨리 안 하면 퇴정시켜버립니다?] [앗! 네, 난 역시 유죄려나~미안해 카난쨩.] 요우쨩은 지금까지 고민하던 것이 거짓말같이,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우쨩은 유죄인가. 조금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요우쨩은 최근 나랑은 그다지 접접이 없었으니까, 매일 만나서 몇시간을 함께 보내는 리코에게 마음이 가는 게 당연하지. 다음은 요시코쨩. 자기 차례가 되었는데도, 요시코쨩은 전혀 이쪽을 보지 않았다. 나랑은 말도 섞기 싫다는 거야? 아무리 나라도 그건 조금 상처받는데. [...그래서 당신이 리리한테 뭘 잘못했는지는, 아직도 모르는 거지?] 퉁명스럽게 묻는 요시코쨩. 그러고보니 내가 그런 질문을 했었지. 다이아는 이상한 소리만 잔뜩 하고, 결국 내게 그 답을 알려주진 않았다. 정말 실속없다니까. 그래서 나는 대체 리코에게 무슨 잘못을 한 걸까. [응...아직은 모르겠어.] [그럼 유죄네. 자, 다음.] 역시 요시코쨩도 유죄 판결인가. 여기까진 괜찮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내다. 다음은 마루쨩. 마루쨩은 나와 같은 유닛 소속이고, 성격도 잘 맞아서 요즘에는 꽤 친하게 지낸다. 거기다 아까 자기를 희생해주면서까지 나를 변호해준 걸 보면, 분명 지금도 나를 좋게 말해줄 것이다. 좋아. 믿을게 마루쨩. 마루쨩은 후우, 하고 길게 한숨을 쉰 뒤, 입을 열었다. [카난씨도 노력했겠지유, 저번에 심해수족관 때도 먼저 나서서 리코씨와의 데이트를 따냈고 말이쥬...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리코씨에게도 책임이 없진 않아유.] 여기까지는 좋은 흐름이다. 마루쨩. 알아주는구나... [그런데...그런데말이쥬, 카난씨 최근 리코씨한테 엄청 끈적하게 굴었쥬? 몰래카메라 때도 거의 키스 직전까지 갔잖아유.] 위험하다. 지금의 마루쨩은 아까의 요시코쨩 이상으로 위험하다. 내 머릿속에선 적색 경보가 끊임없이 울렸다. 여기서는 뭔가 변명을 하지 않으면- [그...그렇긴 한데 말야, 마루쨩. 그건.] [조용히 하세유! 그렇게 끈적하게 굴었으면서...고백할 생각도 없는데 그렇게 굴었다는 건가유? 이런 적당한 관계가 좋아~ 이런 건가유? 게다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그건...그건 그야말로 여자의 적 아닌가유?!] 마루쨩은 말하면서 주섬주섬 신발을 벗고, 의자 위로 올라간다. [이 사람은 여자의 적이에유! 다들 내 말이 틀린가유?!] 마루쨩은 의자 위에 서서 위풍당당하게 나를 내려다보며, 고압적인 태도로 멤버들에게 물었다. 어느 프랑스 화가가 그린 혁명의 여신같은 그 모습을, 나는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옳소! 옳소!] [카난씨는 유죄에유! 감옥에서 평생 썩는 거에유!] [와아아아!] 나를 가리키며 선언하는 마루쨩, 그에 맞춰서 멤버들은 엄청난 함성을 쏟아낸다. 멤버들은 사나운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유죄를 연호한다. 뭔가 지금 나, 엄청나게 위기인 것 같은데. 평생 감옥이라니 진짜냐고. 멤버들이 엄청 소란을 피워대는 통에 잘 집중이 안 되지만, 마루쨩의 말까지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멤버들이 하고 싶은 말은 이것인 것 같다. '네 입장은 어찌되든 상관없으니까, 리코에게 고백을 해라.' 그래, 나도 고백하기 싫은 건 아니라고. 그런데 리코에게 그런 마음이 없는 걸 어쩌라는 말이야. 왜 몰라주는 거냐고. 그러던 차에, 나는 혼자 어쩔 줄 몰라하는 루비쨩과 눈이 마주쳤다. 루비쨩은 바로 눈을 돌려버렸지만, 나는 루비쨩이 있었다는 것을 확실히 인지했다. 그래, 루비쨩이야! 루비쨩은 아까 내 편을 들어줬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내 입장을 알아주겠지. 분명, 그럴거야. [루비쨩! 루비쨩은 어떻게 생각해?] [삐갹?!] 깜짝 놀라며 움츠러든 루비쨩, 멤버들의 연호도 멈추고, 일곱 명의 시선이 루비쨩에게로 모였다.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진 루비쨩은, 손을 가랑이 사이에 모으고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입을 열었다. 제발...루비쨩. 넌 마지막 희망이야. [루비도...] [루비도...카난씨는 유죄라고 생각해. 감옥에서 좀 오래 반성하는 게 좋을지도...]
내가 화를 내고 있는데도,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는 멤버들. 그 순간, 나는 눈치챘다. 이 녀석들 처음부터 이럴 목적이었던 거구나.
[오!] 멤버들은 멋대로 손을 하늘로 뻗으며 의욕을 불태운다. 이것들, 사람이 화를 내고 있는데... 나는 기운이 다 빠져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링이 되고싶은 어쩌구든 뭐든, 상관없어. 멤버들에게 휩쓸려 이렇게 되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도 이렇게 되는 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내 행동에 책임을 지는 일이자, 내가 원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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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ㅞ미챤 | 일단 개추 | 2017.05.09 15:31:53 |
프로브 | 2017.05.09 15:33:20 | |
果南推し | 충성충성충성충성 | 2017.05.09 15:38:46 |
果南推し | 혹시 군만두 좋아해요? 감금생활은? | 2017.05.09 15:39:05 |
greenbean | 군만두 비용 제가낼테니까 계속써주세요 젭알 | 2017.05.09 15:43:50 |
쿠로사와호빗 | 2017.05.09 15:55:19 | |
츠시마요하네 | 2017.05.09 16:05:42 | |
츠시마요하네 | 2017.05.09 16:07:07 | |
이엣 | 흐으ㅠㅠㅠㅠㅠㅠㅠㅠ ♡요하리리♡ | 2017.05.09 16:50:02 |
HPT | 2017.05.09 17:05:20 | |
ㅇㅇ | 개추2억개 122.35.*.* | 2017.05.09 18:05:20 |
기랑 | 마루 ㅋㅋㅋ | 2017.05.09 18:05:33 |
카나마리결혼 | 정주해우할려고 하는데 이시리즈 말고 더전에 있지 않았음? | 2017.05.09 18:53:43 |
ㅇㅇ | ㄴ이 장편이 전에 썼던 것들에서 이어서 쓴 거라서 사실상 한 묶음이에요. 그래서 보기 편하도록, 복구하는 김에 다 통합했어요. 175.223.*.* | 2017.05.09 19:26:37 |
송포과남 | 퍄퍄퍄 | 2017.05.09 21:20:27 |
개이니 | 2017.05.10 13:13:54 | |
ㅏㅡ | 세상에 마상에 해피엔딩의 기운이 풍겨온다 118.223.*.* | 2017.05.10 15:07:43 |
Doll | 굿 | 2017.05.11 16:20: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