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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 리코 「카난 선배, 다가가도 될까요」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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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o-g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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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07 17: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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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은 카난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난 가끔 누군가를 멍하게 쳐다볼 때가 있다.


그 순간에는 난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저 그 사람의 모습만을 쫓는다.


어렸을 때는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었지만, 정신적으로 꽤 성숙한 지금에는 어느 정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 내가 동경하는 사람.


그 대상은, 어렸을 때는 엄마, 다이빙을 정식으로 배울 때는 아빠로 변해갔다.


그리고 요즘엔, 리코.


나의 고등학교 후배이자 같은 스쿨 아이돌 멤버인, 사쿠라우치 리코이다.



다이빙 숍의 난간에 손을 올리고 서 있는 소녀.


바다를 잡아먹기라도 하고 싶은 듯이 노려보는 시선은, 우치우라의 바다에 익숙한 이 지역 사람에게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 시선에 빠져들어, 홀린 듯 천천히 소녀에게 걸어가는 나.


소녀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친다.


태양 빛을 받은 소녀의 얼굴과 금빛 눈동자는 환한 빛을 뿌린다.


흩날리는 머릿결을 타고 온 그녀의 낯선 향기는, 친숙한 바다내음과 섞인다.


리코를 처음 만난 그 날, 그 순간은 마치 사진으로 찍어 놓은 듯이 내 마음에 깊숙이 새겨졌다.



꽤 인상적인 첫 만남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로 리코에게 빠져버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리코를 꽤 경계했다.


첫인상부터가 활력이 넘쳐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치카쨩이나 요우쨩과는 달리, 리코의 첫인상은 꽤 차갑고 이지적인 느낌이었다.


아니, 차갑다기보다는, 투명한 유리 벽을 치고 그 너머로 상대방을 대한다는 느낌일까.


사전에서 도시여자라는 명사를 찾아보면 예시로 리코가 나올 것 같은 이미지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면서 예의 바르지만 어쩐지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사를 하는 것도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이런 느낌이니,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리코에게는 쉽게 마음을 열 수가 없었다.



리코와 바로 친해지지 못했던 또 다른 이유로는, 내가 가진 선입견에 있었다.


리코를 스쿨 아이돌에 넣으려고 한다는 치카쨩의 말을 듣고 나는 거부감을 느꼈다.


잘은 모르지만, 저렇게 예쁘장하고 도도해 보이는 도시 여자가 이런 시골에서 아이돌이나 하면서 재밌어할 리가 없잖아.


어차피 대충 하는 시늉만 하다가 금방 질려서 떠나가겠지.


그래 버리면 치카쨩이나 요우쨩은 어떻게 되는 건데, 거부감이 드는 게 당연하잖아.


난 이런 말들로 내 감정을 설명하면서, 멋대로 리코를 재단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시작된 2학년 세 명의 아쿠아와 그들의 첫 라이브.


내 예상과는 반대로 리코는 고등학생이 작곡했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훌륭한 곡을 써냈다.


그 곡을 바탕으로 셋은 열심히 노력해서 훌륭한 무대를 만들었고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 이후, 1학년들의 영입과 계속되는 라이브 속에서도 리코는 흔들림없이 곡을 썼고, 정신적으로는 멤버들을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었다.



스쿨 아이돌을 하면서 내가 했던 역할.


하고 싶었지만 실패한 역할.


내가 하려고 하지 않았던 역할들까지.


리코는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


게다가 거리를 두려고 일부러 모두를 차갑게 대하던 나에게도, 다이빙을 가르쳐 달라면서 당돌하게 부딪혀왔다.


처음 만났을 때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던 그 눈빛으로 날 바라보면서.


그런 리코를 보면서 내가 달리 어떤 감정을 품을 수 있었을까.


동경하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절벽 위에 피어난 한 송이 꽃처럼, 우러러보게 되는 것이 당연했다.



[oh~ 카난이 그런 생각을 했었다니, 의외인걸? 음...확실히 리코가 대단하긴 하지~당사자는 그걸 전혀 모르는 것 같지만.]



얖의 내용과 같은 이야기들을 마리에게 털어놓았더니, 마리가 한 말이었다.



[그래도 말야, 그런 리코에게도 약점은 있다구? 멍멍이 공포증 따위가 아니라, 정말 리코가 숨기고 싶어 하는 약점.]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어봤지만, 마리는 그런 건 직접 알아내야 재밌다느니 네 가슴에 물어보라느니 말하면서 쓸데없이 가슴이나 잔뜩 주물러댔다.


...마리와는 아무래도 조만간 법정에서 볼 것 같네.



마리와의 대화 이후로, 나는 리코를 관찰하면서 그녀의 약점이라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 리코에게 약점 같은 게 있을까 싶고, 후배의 약한 점이나 파고든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너무 추하게 느껴져서 그다지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어쩐지 갈수록 점점 열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며칠을 애썼지만, 나는 평소 다른 아이들이 말하듯 꽤 둔감한 편이었기에, 약점은커녕 그것의 단서 같은 것조차도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리코의 훌륭한 모습을 잔뜩 발견해버렸다.


피아노를 칠 때 눈을 살짝 내리깔고 집중하는 얼굴이 아름답다던가.


다른 아이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 같다가도, 필요할 때는 엄격하게 말하기를 꺼리지 않는 점이 멋지다던가.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내 안에서 리코의 평가는 점점 높아져 갔다.


역시 리코는 대단하구나, 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이때쯤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리코를 내 안의 아이돌로 떠받들고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완전히 비틀어버리는 사건은, 얼마 못 가서 발생했다.


때는 아제리아의 싱글 작곡 문제로 나 혼자 리코의 집을 찾아간 어느 날.


나는 리코의 방으로 안내받았고, 리코는 차와 과자를 내오겠다며 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내가 처음 와 보는 리코의 방에 들떠서 한창 두근거리고 있는데, 침대 밑에서 뭔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뭔가 하고 침대 밑을 들여다보니, 거기 있는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얇은 책들이었다.


하나를 꺼내 훑어본 페이지 안에는, 여자아이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신기한 자세로 얽히고 있었다.


서로의 몸을 만지고, 핥고, 끈적한 말들을 귀에 속삭일 뿐인 그림들.


나는 본능적으로 이것이 리코의 약점이라는 걸 직감했다.


그 순간부터, 책의 내용 따위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고 손이 떨렸다.


어느새 내 손에서 떨어진 책이 바닥에 부딪혀 탁, 소리를 내자 난 화들짝 놀라 황급히 책을 침대 밑으로 돌려놓았다.


난 돌아올 리코가 내가 책을 읽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애써 평정을 가장했다.



확실히 다른 사람들은 이런 걸 봐버리면, 거부감을 느끼겠지.


여자아이끼리 사랑이라니, 그것도 이런 음란한 모습으로 몇 명이 얽히고설켜서는...


얌전하고 우수한 아이인 리코가 이런 도를 넘은 성애를 가지고 있다니, 사람에 따라서는 환멸을 느끼기도 할 거야.



하지만 난 이해해줄 수 있어.


나라면, 리코의 모든 것을 받아줄 수 있어.



그 순간, 내 안에서는 새로운 감정이 피어났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기묘한 욕망.


그것은 소유욕이라기엔 너무 애틋하고, 동경이라기엔 너무 무거운, 복잡한 감정이었다.


이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나는 혼란스러웠지만, 하나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내가 리코를 원한다는 것.


높은 가지에 매달려 있던 풋과일이 익어 아래로 쳐지듯, 리코는 내게 가까워졌다.


내가 손을 뻗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리코에게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하지 않는 진한 허그를 하고, 둘만 있을 때는 짓궃은 말들을 속삭였다.


그러고 있으면 잠시나마 내가 리코의 연인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갈 곳 없는 욕망을, 그런 식으로 해소했다.


그러면서도 리코가 조금이라도 거부하는 몸짓을 보이면, 나는 바로 떨어져 장난으로 얼버무려버렸다. 


이런 방식이 나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누구에게도 내 마음을 거절당해본 적이 없는 나이기에, 리코에게 거절당하기라도 한다면 도저히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내 마음이 조각조각 부서져 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내 행동은 모두 장난이 되어야만 했다.


그저 장난일 뿐이라면, 진심으로 거절당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이 안정된 관계를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다면, 방법이 조금 잘못된 것쯤은 전혀 상관없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리코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공허한 말과 일시적인 접촉뿐인 사이를 넘어, 마음속 깊이 가까워지고 싶었다.


모순된 감정이지만 이게 내 진심이었다.



그래서 리코와 단둘이 심해수족관에 가게 되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


심해수족관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장소라면 리코와의 사이를 더 진전시킬 수 있는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날 밤엔 잠도 거의 자지 않고 열심히 데이트 코스를 짰다.


거들떠보지도 않던 책도 펼쳐서, 심해생물이나 심해수족관에 대해 공부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결전의 날.


그렇게나 철저하게 준비한 데이트였지만, 시작은 별로 좋지 않았다.


리코에게 멋진 모습도 보여주고 싶고, 새로운 경험도 시켜주고 싶어서 준비한 제트스키는, 실패해버리고 말았다.


거기서 나는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수족관 매표소에서는 아저씨가 이상한 말을 하는 바람에, 그만 리코를 너무 의식해버렸다.


그때부터 나는, 리코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중간까지는 벼락치기 공부의 힘으로 어찌어찌 즐겁게 대화를 이끌어가면서 꽤 만회한 느낌이었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역시 실패해버렸다.


왠지 리코를 슬프게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던 걸까.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간 뒤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생각해봤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리코와도 제대로 이야기하기는커녕 둘만 있을 기회조차 한 번도 잡지 못했다.



[잘 하고 싶었는데...]



리코가 보고 싶다.


지금와서는 좀 늦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뭘 잘못했는지도 잘 모르겠지만.


리코에게 사과하고 싶다.


그런 다음에는, 잔뜩 끌어안고 리코를 온몸 가득 느끼고 싶어.


그렇지만 지금 2학년 교실로 가면 민폐겠지.


3학년씩이나 된 사람이 하급생 교실에 찾아와서 무슨 짓을 하는 거야. 라는 험담을 듣겠지.


나야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자칫하면 리코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었다.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뭐, 리코는 보기보다는 변덕이 심한 편이고, 항상 치카쨩, 요우쨩이랑 붙어서 재미있게 노니까...나랑 잠깐 소풍다녀온 것 정도는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금방 기억에서 지워버리려나.


리코에게 나는 그저 장난이 과한 선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테니까.



[하아...]



내 맘대로 결론을 내렸지만, 우울함은 내 마음에 뿌리라도 박힌 듯 빠져나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뭔가가 목구멍에 걸려있기라도 한 것처럼 계속 찝찝한 기분이었다.



[어이~카난쨩! 거기서 뭐 해?]



요우쨩이 내가 앉아있는 운동장 벤치 끝부분에서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응, 잠깐 멍하니 있었어.]


[카난쨩도 참. 항상 그런다니까. 그건 그렇고, 멤버들이 할 얘기가 있다는데, 잠깐 부실로 와볼래?]


[알았어. 조금만 있다가 갈게.]


[안~돼. 빨리빨리~]



요우쨩은 이쪽으로 달려와서 내 팔을 잡아끌었다.



[뭐가 그렇게 급한 거야?]


[그건 가 보면 알아!]



평소와 같이 씩씩하게 대답하는 요우쨩.


별로 심각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요우쨩, 왠지 손에 평소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최근에 악력이라도 기른 걸까?


그래도 나를 상대로 그걸 시험해보는 건 좀 그렇지 않나...


한달음에 부실까지 온 우리는,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 뒤에서 문이 잠기는, 철컥 하는 소리가 들린다.

 


[요우쨩? 문은 왜 잠구는 거야?]


[신경 쓰지 마~]



요우쨩은 뒤에서 내 어꺠를 잡고 앞으로 이끌었다.


요우쨩의 말대로 멤버들은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듯, 내가 들어오자 하던 이야기도 멈추고 일제히 나를 바라보았다.


...어쩐지 멤버들의 시선이 냉담한데, 내 착각이겠지?



[카난쨩, 잠깐 여기 앉아봐~]



부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에, 요우쨩은 나를 억지로 앉혔다.


멤버들은 나를 중심에 두고, 한쪽이 뚫린 직사각형 모양으로 배치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의 맞은편엔,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다이아.


이건 무슨 상황일까.



[에...뭐야? 생일축하? 내 생일은 한참 전에 지났는데]


(즈라마루, 들었어? 생일축하라네. 염치도 없지~)


(웃기는 짬뽕이즈라.)



요시코쨩과 마루짱은 자기들끼리 얼굴을 맞대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속닥거렸다.


저기, 거기 앉아있는 소꿉친구분들? 다 들리는데...



[요우쨩? 이거...]


[됐으니까.]



요우쨩은 콧노래를 부르면서 어디선가 가져온 밧줄로 내 몸을 칭칭 감았다.


몸을 일으키기만 해도 금방이라도 풀어질 듯 헐렁헐렁한 것을 보니, 아무래도 뭔가의 장난인 것 같았다.


일단 어울려주겠지만, 대체 무슨 장난인 걸까?


불안하니까 적어도 뭘 하는지는 알려줬으면 하는데.


나는 머리 나쁘니까, 직접 말해주지 않으면 잘 눈치 못 챈다고.


그 후로 이어진 잠깐의 침묵에 답답해진 내가 뭔가 말이라도 꺼내 볼까 생각하던 중, 다이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리코씨 사건에 대한 심리를 시작하겠습니다. 피고인 마츠우라 카난! 자리에 앉으십시오.]



다이아는 전교생 앞에서 연설할 때처럼 성량을 키워 엄숙하게 선고했다.


그 목소리는 벽을 때리고 되돌아오면서 방 안을 가득 메워, 묘하게 위압적으로 들렸다.


에?


피고인?


마츠우라 카난이면, 나?


그러면 이건...재판?





果南推し 됐다 진도 다 따라잡았다 2017.05.07 17:08:21
果南推し 모어 뉴원 플리즈 헠헠 2017.05.07 17:08:33
ㅇㅇ 182.172.*.* 2017.05.07 17:08:49
으ㅞ미챤 그 다음 오네가이ㅔ 2017.05.07 17:11:36
삼단책장 드디어 다음내용을 볼수있다!! 기다리고있어요 핫산 2017.05.07 17:26:25
Doll 굿 2017.05.08 03: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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