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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물갤문학) 리코 「카난 선배, 다가가도 될까요」 7
글쓴이
kao-g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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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07 11: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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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리코, 잠깐만.]



심해수족관 건물 안에 들어가자마자, 카난 선배는 날 멈춰세우고는 바로 앞에 보이는 매표소로 총총 뛰어갔다.


널널한 오후 시간이라 한가한 것인지, 매표소 직원은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매표소와의 거리가 어느 정도 가까워지자, 카난 선배는 먹잇감을 노리는 육식동물처럼 조심조심 매표소로 다가갔다.


그리고 왁, 하고 큰 소리를 질러 직원을 놀래켰다.


...저기 선배, 그 직원분. 딱 봐도 선배와 스무살은 넘게 차이 나 보이는데요.


괜찮은 겁니까 그거.


대체 얼마나 장난을 좋아하는 거야...신x스케라도 되는 거냐고.


깜짝 놀라 일어난 직원은, 눈을 비비고 기지개를 켜서 잠을 떨쳐버린 뒤, 카난 선배와 대화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멀어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화기애애한 걸 보니 꽤나 친한 사이 같았다.


하긴 그렇겠지, 모르는 아저씨한테 그런 장난을 치는 여고생이라니, TV에 나올 거라고 그거.


나는 카난 선배의 지인이라면 인사를 해둬야겠다는 생각에 가까이 다가갔다.



[여기엔 웬일이야?]


[우연히 티켓이 생겨서요, 기한이 오늘까지라, 보러 왔어요.]


[그렇구나. 그쪽은?]


[안녕하세요. 카난 선배의 고등학교 후배인 사쿠라우치 리코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리고, 여자친구 후보입니다.


나는 꾸벅 고개를 숙인다.



[오~ 예의바른 친구구만. 뭐야, 카난. 꽤 하잖아? 저렇게 예쁘고 조신한 아이를 데리고 다니고 말야.]



후훗.


아저씨, 의외로 보는 눈이 있네요.


그럼 이 상황에서...어떨까.


나는 카난 선배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살짝 곁눈질했다.



[이상한 오해 하지 말라구요. 그런 관계 아니니깐. 표가 두 장이라 같이 온 것 뿐이에요.]



카난 선배가 피식 웃으며 가볍게 맞받아친다.


역시 부정인가요.


그것도, 그렇게 쉽게.


예상은 했었지만, 섭섭하다.


카난 선배로서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 당연하겠지.


나와 직원분은 초대면이고. 대화의 흐름을 보아하니 직원분과 카난 선배도 오랜만에 만난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는 카난 선배의 반응이 정답이다.


하지만, 마음은 그런 이해를 따라가지 않는다.


정말 지나가는 말로라도, 특별한 관계라고 해줬을 수는 없는 걸까.


어쩌면 카난 선배는, 나에게 연애 감정이 조금도 없는 건 아닐까.


내 마음은 카난 선배에겐 전혀 닿지 않는 걸까.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를 물고 커져나간다.



[리코, 뭐해?]



표를 내고 입장하려던 카난 선배가, 이쪽을 돌아본다.


어쩐지 카난 선배의 얼굴이 약간 홍조를 띈 것 같지만, 기분탓이겠지.



[아...죄송합니다. 갈게요.]



그만하자.


아직 수족관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쓸데없는 생각으로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잖아.


나는 카난 선배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꽤나 가라앉은 기분으로 들어간 심해수족관이었지만, 첫인상은 꽤 좋았다.


적당히 어두운 조명과 기묘한 심해생물들이 어우러져, 수족관 전체가 신비스럽고 낭만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분명 내 마음에 들 거라고 욧짱이 호언장담할때는 어떨까 싶었는데. 그럴 만 하네.



이런 조명이라면, 은근슬쩍 가슴이나 엉덩이를 만지거나 해도,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후훗.



어제 욧짱이 이야기하기로는, 1학년들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친교를 나눌 목적으로, 셋이서 한 번 심해수족관에 다녀왔다고 한다.


욧쨩은 엄청 자랑하면서 말했지만, 가기로 제안한 것은 하나마루쨩이었다고 했었지.


그걸 들켜버려서, 허둥지둥 수습하는 채팅을 보내던 욧쨩이 엄청 귀여웠었다.



그야 상상되잖아. 침대에 누워서 머리를 싸매고 뒹굴다가, 핸드폰을 쥐고 허겁지겁 채팅을 보내는 욧쨩이.


하아....치유된다.


단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런 효과라니, 욧쨩 정말 천사.


그러고 보니, 욧쨩에겐 언제나 마음속으로 신세만 지네. 고맙게도.


고맙다기보다는, 사랑해.



갑자기, 이런 내 기분을 욧쨩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친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채팅방을 열고, '욧쨩, 언제나 고마워. 사랑해.' 라는 메시지를 전송했다. 


뿌듯하다.


행복하다.


츠시마 요시코. i love you.


메시지를 보내고 잠깐 행복에 취해 있는데, 별안간 뒤쪽에서 쿠당탕 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정말...뭐야? 남이 한창 감상에 빠져있는데...고양이라도 있는 걸까나.

 


[리코? 뭐 해?]



카난 선배가 이쪽을 돌아보자, 나는 얼른 핸드폰을 핸드백에 집어넣었다.



[아, 죄송합니다.]



실수했다.


이 내가 카난 선배를 옆에 두고 한눈을 팔다니...


욧쨩, 정말로 위험해. 역시 타천사. 


이 순간부터는 오직 카난 선배에게만 집중하겠어.


그런 다짐을 하고 선배를 바라보니, 선배는 뭔가 말할 게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그냥 무작정 관람하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 안내역을 하도록 할까.]



카난 선배가 의외의 제안을 해 온다.


안내역이라니, 그렇게나 자신있는 건가요.


하긴 카난 선배는 여기 토박이니까. 심해수족관 정도는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겠지.


그럼 여기서는 카난 선배에게 안내를 맡기고, 이쪽은 어떻게 카난 선배를 유혹할지 느긋하게 생각해보도록 할까.



[그럴까요. 그럼...]


[리코가 안내해줘.]


[엣.]



...어째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지만, 내가 안내역을 맡을 만한 근거는 전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야?


설마, 아무리 카난 선배라도 그럴리가. 무신경하긴 해도 그렇게 성의없이 구는 사람은 아니고...


그렇다면, 그건가.



[저는 익숙하지 않으니, 오히려 눈치채지 못한 매력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다. 라는 거죠?]


[응? 아니, 나도 심해수족관엔 와본 적 없는걸.]


[...네?]



뭐야 그거, 이상하잖아.


알았다. 장난인 거죠?


카난 선배가 원하는 재미있는 반응, 안 해 줄 거니깐.



[그게, 그렇잖아? 언제든지 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더 안 찾아가게 되는 것.]



과연.


납득이 간다.


그렇다면 안내역은 카난 선배 말대로 내가 맡는 것이 좋겠네.


어제 밤 늦게까지 인터넷으로 심해수족관에 대해서 예습했으니까, 안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카난 선배, 분명 아무 생각없이 왔을 것 같으니까...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그렇게 내가 안내역을 맡게 되었고, 나는 카난 선배보다 한 발짝 앞서 걸었다.


이왕 하는거 어른의 길까지 쭉 안내해드리고 싶은데, 그건 역시 무리겠죠.


모퉁이를 돌자 나오는 것은, 이 수족관의 알파이자 오메가 할 수 있는 거대한 실러캔스였다.


헤에~실러캔스 실물은 이렇게 생겼구나.


어제 욧쨩이 신나서 말했었지, 이 실러캔스가 루비쨩의 남편이라고.


뭐, 실제로 그럴리는 없겠지만, 루비쨩이 실러캔스를 정말 좋아한다는 의미일려나.


확실히 생김새가 독특하긴 하다.


하지만 결코 내 취향은 아니다.


그치만, 못생겼잖아.


좀 더 진화를 하라구요. 실러캔스씨.


뭐, 진화를 더 했으면 이 수족관에서 이런 입지를 차지하고 있진 않았겠지만.



그런데, 루비쨩과 마루쨩이 말한. 실-러-캔스! 라는 느낌!은 도대체 뭘까.


실-러-캔스!


실-러-캔스!


...뭔지 모르겠다고.


퓨어조 1학년끼리만 통하는 뭔가가 있는 거야?


이 언니는 조금 소외감이 느껴지려고 하는데요...



[이건 실러캔스네요. 대략 4억 4천만년 전에 지구에 나타났다고 해요. 4억년이 지나도록 진화를 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서 연구 가치가 높다고 하네요.]


[흐음...]



내 설명을 들으며, 눈을 가늘게 뜨고 무서울 정도로 실러캔스에 집중하는 카난 선배.


정말입니까.


카난 선배, 의외로 학구파였던 건가요.


요우치카난 셋이 합쳐서 순수뇌 트리오라고 생각했던 것 사과해야 하는 건가요.
 


[이거 다음에 다이빙하면 한 마리 잡아줄까?]


[에...에엣? 실러캔스를 말인가요?]


[응. 조금 깊이 들어가면, 서너번에 한번쯤은 보이거든.]



헤에~ 그런가~ 그런 생각을 했었던 건가~


그치만 실러캔스, 심해생물이라구요?


카난 선배의 조금 깊이, 라는 기준은 수심 2000미터인가요.


당장 다이빙 세계 기록 도전하시라구요.


이런 거짓말, 아무리 저라도 속지 않습니다.


뭐, 뻔한 거짓말을 하는 카난 선배가 귀엽고 하니. 한번 어울려줄까나.



[카난 선배가 힘들지 않으시면. 부탁드려도 될까요]


[힘들어. 왜냐면 그거 엄청 깊은 곳에 살아서, 다이빙으로 못 가거든]



바로 부정하는 카난 선배.


그리고 나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곁눈질한다.



[후우...그런가요. 그거 아쉽네요.]


[...응?]



예상과는 다른 내 반응에 멈칫하는 카난 선배. 


놀란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예상한 대로 카난 선배가 움직이는 것을 보니, 정말 즐거웠다.


손바닥 위에서 가지고 노는 기분이랄까.


어쨰서 카난 선배가 매번 나를 놀려먹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손바닥 위에서, 카난 선배라.


내 손바닥에 작아진 카난 선배를 올려놓고 이런 곳이나 저런 곳이나 마음껏 희롱하고 싶네.


뭐 작아진다고 해도 정신연령은 그대로이니, 변함없이 내가 끌려다닐 것 같지만.


그러면 정신연령까지 어려지는 게 좋을지도.


정신연령이 어려진다...그러면 작아지는 것도, 단순히 몸만 축소하는 게 아니라 나이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느낌일까나.


어린 카난 선배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꽤나 장난꾸러기였을 것 같지.


밖에서 흙장난으로 옷을 더럽힌 채로 돌아온 로리 카난 선배를 나무라는 나.


하지만 로리 카난 선배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손을 뻗는다.


(리코 언니야~같이 목욕하자)


그리고 로리 카난 선배와 목욕탕 안에서 알몸 상태로 허그-



...


죽어버리는 게 어떨까, 사쿠라우치씨.


위험해...의식의 흐름 정말로 위험해...자연스럽게 정신을 내맡겼다가 무심코 선을 넘을 뻔 했다구...



[뭐야, 거짓말인 거 눈치채고 있었던 거야?]



카난 선배의 귀여운 투정이 내 정신을 현실로 돌려놓는다.



[그럼요. 다이빙으로 실러캔스라니, 말이 안 되잖아요.]


[에~그럴수가.]


[저도 매번 속기만 하는 건 아니라구요?]



나는 카난 선배와 마주보고 웃었다.


그렇지만.


카난 선배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금방 고개를 돌려버렸다.


...


애써 무시하고 있었지만, 지금처럼 대놓고 이러면, 싫어도 눈치챌수밖에 없다.


오늘 처음 만나고서부터 줄곧, 카난 선배, 나와 눈 마주치는걸 꺼려하네.



...어째서야.


다시 치밀어오르는 부정적인 감정이나 복잡한 생각들.


나는 그런 감정들을 최대한 억누르고, 안내에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심코 울어버릴 것만 같다.


모처럼 멤버들이 준비해준 데이트를, 망쳐버릴 것만 같다.


이 데이트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 마음은 평행봉 위에 선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으ㅞ미챤 왜 여기선 취소선이 보이지?? 2017.05.07 11:31:16
삼단책장 퍄 드디어 카난시점만 남은건가 2017.05.07 13:11:50
삼단책장 아 아직 리코시점 좀 더 남았구나 여튼 잘보고있음 2017.05.07 13:14:26
Doll 굿 2017.05.07 13:5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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