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라이브 선샤인 마이너 갤러리 저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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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쨩과 화해한 다음 날, 나는 치카쨩과 함께 평범하게 등교했다.

드디어 시작이다.

힘내는 거야, 사쿠라우치 리코씨.

제일 먼저 조심조심 신발장을 열어 본다.

응, 좋아. 멀쩡해.

마음 속 체크리스트에 브이 표시를 한다.

다음은 책상. 품질검사를 하는 엔지니어의 느낌으로, 꼼꼼히 살핀다.

좋아. 여기도 체크.

[리코쨩? 뭐해?]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잠깐 학교에서의 내 계급 변동을 체크하고 있었어. 치카쨩.

다행히 괴롭힘의 흔적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요우쨩의 이지메라는 건, 순전히 내 오해인 걸까?

...그렇게 믿어도 되는 거겠지?

응.

그렇다고 하자.

나도 참~ 무슨 바보같은 오해를.

바보 리코네~

한창 안심하고 있던 그 때, 내 어깨에 부드러운 여자아이의 손이 놓여진다.

어머, 이 대담한 소녀는 누구실까?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요우쨩이-

우왓.

심장 멈추는 줄 알았어어.

이제부터 이지메의 시작인가요?

이번 게 그냥 프롤로그였다면 나, 본편 시작하기도 전에 전학가버릴 것 같은데.

요우쨩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무서운 얼굴이다.

당장이라도 한 대 맞을 것 같다.

정말로 때리진 않겠지? 사람을 때리진 않는 거지?

제대로 작은 새의 포지션 계승했으니까, cutie panther에게 덤비진 않는 거지? 요우쨩?

모르겠어...

어떡해 치카쨩...나 정말로 전학갈래...

...아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일단 커...커뮤니케이션을...

[요...요우쨩? 안녕?]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냈다.

바들바들 떨면서 요우쨩의 눈치를 보는 내 모습, 옆에서 보면 엄청 우스워 보이겠지.

그래도 상관없다. 일단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이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라고 어딘가의 누구도 그랬잖아.

잔뜩 긴장하고 있던 중, 갑자기 요우쨩의 손이 올라간다.

[히익!]

[힘내! 리코쨩! 기죽지 말고, 전속전진 요소로! 하는 거야!]

요우쨩은 기운차게 말하며 손을 내려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 후엔, 다른 클래스메이트에게 가버렸다.

내가 뺨이라도 맞는 줄 알고 우스꽝스러운 소리를 내버린 것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요우쨩 텐션 높네-

그런데...뭘까 방금

힘내?

지금부터 이지메할 테니 전력으로 견뎌보라는 뜻인가?

신발장과 책상, 의자 모두 이상 없었는데.

아니아니아니, 이지메라니, 역시 내 착각이잖아.

방금도 천연 100퍼센트의 미소였다구? 저런 미소를 짓는 사람이 그런 나쁜 짓 할 리가 없잖아.

그래도 나는 치카쨩을 울려버렸는데...

요우쨩의 치카 사랑은 이쪽 세계에선 꽤 유명하고, 내 백합 망상에서도 단골 소재이다.

요우치카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망상 중에서도 내가 최고로 꼽는 상황은 단연 치카 유혹수.

요즘 들어 급격히 성숙해진 치카쨩, 요우쨩은 그런 치카쨩을 볼 때마다 뭔가 야릇한 감정을 느낀다.

달라붙어 끼는 팔짱이나, 옷을 펄럭거릴 떄 보이는 하얀 속살이 요우쨩의 가슴을 흔든다.

소꿉친구를 향한 낯선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는 요우쨩.

물론 치카쨩은 이미 요우쨩의 그런 감정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우정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우쨩에게, 치카쨩은 달뜬 목소리로 말한다.

(참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으아아앗! 참을 수 없어어엇!

이런 망상, 밥이 몇 그릇이라도 뚝딱이야!

그런 치카쨩인데...그런 치카쨩인데...

치카쨩을 울려버린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너의 치카 사랑은 그정도뿐이었다는 거냐아아!

그래서는 도시에서 전학 온 도둑고양이에게 치카쨩을 뺏겨버리고 후회하게 된다고!

뭐, 안 뻇을 거지만.

어찌 됐건, 계속 이렇게 요우쨩을 신경쓰며 조마조마하게 있는 건, 꽤나 심장에 무리가 간다.

그런 의미에서, 용기를 내서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걸어가 요우쨩의 옆에 섰다.

[응? 리코쨩, 왜 그래?]

요우쨩은 고개를 살짝 꺾어서, 나를 올려다본다.

요우쨩, 그런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 그만둬주지 않을래.

심장이 아프잖아.

삐뚤어지고 욕망에 찌든 내 마음이 무심코 정화되어버릴 것 같아.

더 이상 리틀데몬으로 있을 수 없게 되어 버려.

[저기...요우쨩, 미안해. 어젠 내가 이상한 행동 해서...]

[...아, 그거 말인가. 괜찮아. 그 때는 조금 화가 났었지만, 어제 밤에 치카쨩이랑 메일로 제대로 이야기했는걸. 이젠 다 풀렸다구?]

...

에?

어제 밤에 메일로?

이야기라면 나에 관한?

발코니에서의 그 대화 이후로, 내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거나 하는 사이에, 치카쨩은 요우쨩과 둘이 메일 했다는 거야?

그런 거야? 치카쨩?

[그런고로! 잘 부탁드립니다!]

벌떡 일어나 척, 경례하는 요우쨩.

눈을 맞추니 내게 윙크해온다.

응.

다 아는구나.

치카쨩, 행동력 대단해.

벌써 말해버린 건가요.

분명 기회가 되면 말하는 방향으로 하자고 말했던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된 걸까?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기회를 잡아버린 거야? 이 앙큼한 기회주의자 같으니라구.

[리...리코쨩? 화난 거야? 얼굴이 무서운데.]

요우쨩이 안절부절못해 하지만, 이미 요우쨩은 내 관심 밖이다.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치카쨩을 찾았다.

치카쨩은 자기 자리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귤을 까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귤을 떨어트렸다.

나는 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치카쨔앙?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그게,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잊어버리기 전에신속하게 진행하자! 싶어서...미안!]

고개를 푹 숙이고 내게 용서를 구하는 치카쨩.

슬쩍 뜬 눈으로 내 눈치를 살피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눈을 돌린다.

사과하는 치카쨩, 위험해.

이걸 빌미로, 여러가지 협박하고 싶어져버려.

안 되지, 안 돼. 요우쨩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런 상상 하다가 혹시 들키기라도 하면, 평생 국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니깐.

...뭐, 조금 배신감이 느껴지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여준다는 것은 치카쨩도 날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여기선 제대로 용서해줄까.

[...정말! 그런건 먼저 나한테 얘기한 다음에 하라구! 놀랐잖아!]

[알겠습니다! 함장!]

요우쨩을 따라하듯 척, 경례를 하는 치카쨩.

정말~ 뭐야, 함장이라니.

함장 승무원 플레이라던가, 여러가지 상상되어버리잖아.

...그러고보니, 요우쨩, 상선사관이 꿈이라고 했던가.

나는 잘 모르지만, 사관이면 함장도 포함인 거 맞지?

와타나베 함장님이라니, 설레잖아 그거.

함장이라면 말야, 꽤 힘들겠지.

요우쨩이야 지금은 천연에 명랑한 여자아이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함장까지 올라가면, 꽤 성격이 변할 거야.

처음의 꿈도 어느 새 잊어버리고, 지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니컬한 어른이 되겠지.

머리 손질할 시간이 없으니 머리카락도 길게 자랄 거고.

흰 제복 차림에 검은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 오만하지만 어딘가 지쳐 보이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는, 27세 전후의 성숙한 요우쨩 최고.

어느 날 전입온 사쿠라우치 리코 승무원, 긴장해서 뻣뻣한 인사를 하는 그녀를, 와타나베 요우 함장은 빤히 쳐다본다.

긴 회색 머리와 망토를 휘날리며 거침없이 승무원에게 걸어 간 함장. 승무원의 턱은 거칠게 잡아올려져, 억지로 함장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겁먹은 승무원에 아랑곳않고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함장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고 훗, 미소를 흘린다.

(너, 꽤 예쁘잖아. 오늘 밤에는 내 방으로 오렴.)

...

..아, 아, 아, 안 돼! 나에게는 카난 선배가 있으니까! 진짜로 두근거려버리는 망상은 이제 금지!

카난 선배. 가까운 시일 내에 함장 코스프레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제 전 재산, 드릴 테니까. 부족하다면 빚이라도 낼 테니까.

[리코쨩? 괜찮아?]

나를 이리저리 뜯어보곤 내 눈앞에 손을 흔들거리는 치카쨩.

아차, 또 워프해버렸다.

위험해, 함장 와타나베씨 너무 치명적이잖아.

이건 하루빨리 카난 선배의 함장 코스프레 망상으로 이미지를 덮어쓰지 않으면-

[...아! 응, 잠깐 현기증이 나서...좀 쉬어야겠네.]

[어제 늦게까지 이야기했으니까, 잠이 부족한 걸까? 힘들면 말해줘야 해? 양호실 같이 가 줄 테니까.]

[알았어, 고마워 치카쨩.]

[아냐~ 친구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걸.]

쑥쓰러운 미소를 짓는 치카쨩.

역시 최고로 귀엽다.

요우쨩, 분발하라구.

어서 빨리 성장해서 내면에 아픔을 간직한 쿨데레 함장이 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도둑고양이가 나타나 치카쨩을 낚아채갈지 모르니까.

때마침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조례가 시작되어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마음 속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인지, 오늘은 컨디션이 평소 때보다 좋았다.

덕분에 이어지는 수업 시간에도, 꽤 몰입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충실한 느낌, 오랜만이네.

착실히 수업을 받은 뒤, 치카쨩과 요우쨩, 그리고 나는 사이좋게 부실로 갔다.

나는 일단 문을 열고, 크게 심호흡을 해 부실의 공기를 들이마셨다.

그리웠다구...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 부실쨩...

부원들로 말하자면,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음에도 웬일인지 모두 부실에 모여 재잘거리고 있었다.

[리코, 안녕?]

입구에서 먼 쪽 의자에 앉아있는 카난 선배는,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내게 인사를 해 왔다. 

변함없이 상냥한 말투가, 내 마음을 녹인다.

어제부터 카난 선배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나이기에, 카난 선배의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뭔가 쑥쓰러웠다.

얼굴에 서서히 열이 오른다.

혹시 내 얼굴, 엄청 빨개진 거 아냐?

곤란한데.

카난 선베에게 내 마음, 들켜버릴지도...

[네에...]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귀여워라~사랑에 빠진 소녀~]

[좋네~]

치카쨩과 요우쨩은 옆에서 속닥거리곤 멤버들이 모여있는 쪽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정말~둘 다 짖궃다니깐.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나는, 평범하게 아이돌 잡지를 읽기 시작한다.

한창 잡지를 읽다 보니 신경쓰이는 것이, 아까부터 나와 카난 선배를 번갈아 힐끗거리는 치카쨩.

금방이라도 뭔가 할 듯 엉덩이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이다.

...벌써 뭔가 하려는 거야?

너무 이르지 않나 싶지만, 뭐 상관없나. 빨라서 나쁠 건 없으니.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내가 호응할 수 있는 거라면 제대로 해주자.

자 와라! 타카미 치카!

치카쨩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책이 잔뜩 꽂혀있는 선반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잠시 책 사이를 뒤적이던 치카쨩은 별안간 책 사이에서 티켓 두 장을 뽑아들었다.

[아앗~ 이런 곳에 누마즈 심해수족관 무료 입장권 두 장이?]

아니 잠깐만.

데이트 장소가 심해수족관인 건 둘째 치더라도, 연기가 너무 어색하잖습니까. 치카씨.

아무리 카난 선배라도 이건-

나는 치카쨩의 행동에 전혀 관심없는 척 책상에 놓인 스쿨 아이돌 잡지에서 조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눈동자만 옆으로 돌려, 카난 선배를 곁눈질했다.

카난 선베는 헤에-하고 신기하다는 듯 특유의 멍한 얼굴로 치카쨩을 보고 있었다.

설마요.

진짠가요.

이렇게 뻔한 연기를 파악하지 못하다니, 얼마나 둔감한 겁니까.

이런 사람인데, 어필하니 뭐니 해도 말야,..먹히기는 하는 걸까...

그렇다면 역시, 원초적 본능을 자극해야 하나?

내 비장의 카드인, 살색 투성이 고수위 백합을 꺼내야만 하는 걸까?

꺄악, 카난 선배, 뭘 꺼내게 하는 거에요? 정말 엣찌~

[하지만 기한은 토요일인 내일까지야~가려면 내일밖에는 없네. 그치만 나는 내일 약속이 있고...다들 어떄?]

치카쨩이 계속 어색한 연기를 이어간다.

다들 어떠냐고 해도, 아직 말도 안 맞춰봤는데 멤버들이 협력해줄 리가 없잖아?

[나는 hotel에서 family meating이 있어~]

[루비와 저도 내일은 안되겠네요. 집안에 일이 있습니다.]

[나도 아쉽지만 내일은 약속이 있네~치카쨩이랑 같은 약속이야.]

[마루도 집안일을 도와줘야 해서...]

[나...나도 내일은 아키하바라에 가봐야 해서 안 돼!]

남은 것은 나와 카난 선배 뿐.

진짜입니까.

...뭔가 수상쩍은데.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 마리씨부터 시작해서 멤버들 각각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뭔가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지, 멤버들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금세 눈을 돌렸다.

그리고 방금도, 내일 심해수족관에 못 가는 이유, 학년 순으로 내려가면서 말했었지.

...

벌써 다 아는 거네.

치카쨩이 벌써, 다 말해버린 거네.

나로서는 대체 언제 치카쨩이 모두에게 알린 것인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치카쨩, 진지하게 말야. 공직에 진출해보는 건 어떄?

그 행동력, 누마즈같은 일개 지방에서 시들기엔 너무 아까운데.

나 치카쨩이라면 우리나라를 맡길 수 있을 것 같아.

[리코쨩, 리코쨩은 어때?]

나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치카쨩.

뒤에 꼬리가 살랑거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우쭈쭈~알았어요 치카쨩~나중에 잔뜩 칭찬해줄 테니까.

치카쨩같은 개라면, 무서워하지 않고 애정을 듬뿍 주면서 키울 수 있을지도.

...뜬금없지만, 개와 인간의 결혼, 법으로 가능하려나?

다른 생각 1퍼센트도 없이 순전히 지적인 탐구의 목적으로, 알고 싶어지네.

[음...내일 스케쥴이....응, 나는 괜찮을지도.]

나는 잘나가는 로펌의 변호사라도 된 양 이리저리 일정을 재보는 척 했다.

사실 내일은 백합 동인지나 읽으면서 뒹굴거릴 예정이었으니깐, 시간이야 남아 돌지만 말이지.

그래도, 카난 선배에게 놀러가는 데 목 매인 할일없는 여자로 보이기는 싫은 걸.

[나도 괜찮은데, 그러면 나랑 리코 둘이 가도 돼?]

[엣.]

갑자기 카난 선배가 끼어들더니, 불쑥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뭡니까 카난 선배.

갑자기 왜 이렇게 적극적인가요.

아직 밥상도 다 차려지지 않았는데 젓가락부터 들지 마시라구요.

평소에 이렇게 좀 하시지 왜 갑자기...

...설마 치카쨩, 카난 선배한테도 말한 건 아니겠지?

나는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멤버들의 표정이 미묘한 것이, '얘가 갑자기 왜 이러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카난 선배는 모르는 거구나.

그렇다면, 갑자기 왜?

지금으로서는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예상 외의 변수가 나왔으니까, 여기서는 한 발 물러서는 편이-

[좋아! 여기 있어~]

가볍게 표를 건네주는 치카쨩.

나와 카난 선배는 그 표를 한 장씩 받아든다.

...

응! 이래야 치카쨩이지!

오늘 엄청난 행동력이나 발휘하고 말야, 뭔가를 계기로 대단한 사람이 되어버린 거 아닌가 해서 좀 무서웠다구?

뭐, 치카쨩이 어제 떠올랐다는 생각이 이 작전이었다면, 일단 성공인 것 같고, 결과적으로 잘 됐네.

[그럼 리코, 내일 오후 어때? 너무 갑작스러운 감이 있는데...괜찮아?]

카난 선배가 평범하게 물어봐왔다.

[응...네, 뭐...괜찮을 것 같아요.]

나는 고민하다가, 조금 난처하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승낙한다.

그리고 시선을 카난 선배에게서 내 앞의 아이돌 잡지로 이동시키고-

팔락, 잡지를 한 페이지 넘긴다.

...

야호~~~~! 데이트 따냈다아~~~!

무슨 꿍꿍이로 나를 밀어주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다이아 선배나 마리씨도.

가까이에서 나를 도와준 치카쨩과 요우쨩도.

뭔가 한 마디 하려는 욧쨩도, 그걸 제압하는 하나마루쨩도

옆에서 얼굴을 살짝 붉힌 채로 미소를 짓고 있는 루비쨩도

모두 고마워!

나, 열심히 할게!

내일 심해수족관에서, 어떻게든 카난 선배를 유혹하고 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