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물갤문학) 리코 「카난 선배, 다가가도 될까요」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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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o-ga-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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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07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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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시작이다. 힘내는 거야, 사쿠라우치 리코씨. 제일 먼저 조심조심 신발장을 열어 본다. 응, 좋아. 멀쩡해. 마음 속 체크리스트에 브이 표시를 한다. 다음은 책상. 품질검사를 하는 엔지니어의 느낌으로, 꼼꼼히 살핀다. 좋아. 여기도 체크.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요우쨩의 이지메라는 건, 순전히 내 오해인 걸까? ...그렇게 믿어도 되는 거겠지? 응. 그렇다고 하자. 나도 참~ 무슨 바보같은 오해를. 바보 리코네~
어머, 이 대담한 소녀는 누구실까?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그곳엔 요우쨩이- 우왓. 심장 멈추는 줄 알았어어. 이제부터 이지메의 시작인가요? 이번 게 그냥 프롤로그였다면 나, 본편 시작하기도 전에 전학가버릴 것 같은데. 요우쨩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에 잔뜩 힘을 주고 있다. 무서운 얼굴이다. 당장이라도 한 대 맞을 것 같다. 정말로 때리진 않겠지? 사람을 때리진 않는 거지? 제대로 작은 새의 포지션 계승했으니까, cutie panther에게 덤비진 않는 거지? 요우쨩? 모르겠어... 어떡해 치카쨩...나 정말로 전학갈래... ...아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일단 커...커뮤니케이션을...
바들바들 떨면서 요우쨩의 눈치를 보는 내 모습, 옆에서 보면 엄청 우스워 보이겠지.
[히익!]
요우쨩은 기운차게 말하며 손을 내려 내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그래도 나는 치카쨩을 울려버렸는데...
요우치카하면 떠오르는 수많은 망상 중에서도 내가 최고로 꼽는 상황은 단연 치카 유혹수.
달라붙어 끼는 팔짱이나, 옷을 펄럭거릴 떄 보이는 하얀 속살이 요우쨩의 가슴을 흔든다. 소꿉친구를 향한 낯선 감정에 어쩔 줄 몰라하는 요우쨩. 물론 치카쨩은 이미 요우쨩의 그런 감정을,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우정과 욕망 사이에서 갈등하는 요우쨩에게, 치카쨩은 달뜬 목소리로 말한다. (참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이런 망상, 밥이 몇 그릇이라도 뚝딱이야! 그런 치카쨩인데...그런 치카쨩인데... 치카쨩을 울려버린 나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고? 너의 치카 사랑은 그정도뿐이었다는 거냐아아! 그래서는 도시에서 전학 온 도둑고양이에게 치카쨩을 뺏겨버리고 후회하게 된다고! 뭐, 안 뻇을 거지만.
그런 의미에서, 용기를 내서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조용히 걸어가 요우쨩의 옆에 섰다.
요우쨩, 그런 반짝이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거, 그만둬주지 않을래. 심장이 아프잖아. 삐뚤어지고 욕망에 찌든 내 마음이 무심코 정화되어버릴 것 같아. 더 이상 리틀데몬으로 있을 수 없게 되어 버려.
[...아, 그거 말인가. 괜찮아. 그 때는 조금 화가 났었지만, 어제 밤에 치카쨩이랑 메일로 제대로 이야기했는걸. 이젠 다 풀렸다구?]
에? 어제 밤에 메일로? 이야기라면 나에 관한? 발코니에서의 그 대화 이후로, 내가 이런저런 고민을 하거나 하는 사이에, 치카쨩은 요우쨩과 둘이 메일 했다는 거야? 그런 거야? 치카쨩?
눈을 맞추니 내게 윙크해온다. 응. 다 아는구나. 치카쨩, 행동력 대단해. 벌써 말해버린 건가요. 분명 기회가 되면 말하는 방향으로 하자고 말했던 것 같은데. 이건 어떻게 된 걸까?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기회를 잡아버린 거야? 이 앙큼한 기회주의자 같으니라구.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치카쨩을 찾았다. 치카쨩은 자기 자리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귤을 까고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라 귤을 떨어트렸다. 나는 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그게, 좋은 생각이 떠올라서...잊어버리기 전에신속하게 진행하자! 싶어서...미안!]
슬쩍 뜬 눈으로 내 눈치를 살피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눈을 돌린다. 사과하는 치카쨩, 위험해. 이걸 빌미로, 여러가지 협박하고 싶어져버려. 안 되지, 안 돼. 요우쨩이 보고 있는 앞에서 이런 상상 하다가 혹시 들키기라도 하면, 평생 국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야 할 지도 모르니깐. ...뭐, 조금 배신감이 느껴지지만, 이렇게 빨리 움직여준다는 것은 치카쨩도 날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여기선 제대로 용서해줄까.
[알겠습니다! 함장!]
정말~ 뭐야, 함장이라니. 함장 승무원 플레이라던가, 여러가지 상상되어버리잖아. ...그러고보니, 요우쨩, 상선사관이 꿈이라고 했던가. 나는 잘 모르지만, 사관이면 함장도 포함인 거 맞지? 와타나베 함장님이라니, 설레잖아 그거. 함장이라면 말야, 꽤 힘들겠지. 요우쨩이야 지금은 천연에 명랑한 여자아이지만,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면서 함장까지 올라가면, 꽤 성격이 변할 거야. 처음의 꿈도 어느 새 잊어버리고, 지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시니컬한 어른이 되겠지. 머리 손질할 시간이 없으니 머리카락도 길게 자랄 거고. 흰 제복 차림에 검은 망토를 어깨에 걸치고, 오만하지만 어딘가 지쳐 보이는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는, 27세 전후의 성숙한 요우쨩 최고. 어느 날 전입온 사쿠라우치 리코 승무원, 긴장해서 뻣뻣한 인사를 하는 그녀를, 와타나베 요우 함장은 빤히 쳐다본다. 긴 회색 머리와 망토를 휘날리며 거침없이 승무원에게 걸어 간 함장. 승무원의 턱은 거칠게 잡아올려져, 억지로 함장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겁먹은 승무원에 아랑곳않고 그녀의 얼굴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함장은, 이내 입꼬리를 올리고 훗, 미소를 흘린다. (너, 꽤 예쁘잖아. 오늘 밤에는 내 방으로 오렴.)
..아, 아, 아, 안 돼! 나에게는 카난 선배가 있으니까! 진짜로 두근거려버리는 망상은 이제 금지! 카난 선배. 가까운 시일 내에 함장 코스프레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제 전 재산, 드릴 테니까. 부족하다면 빚이라도 낼 테니까.
아차, 또 워프해버렸다. 위험해, 함장 와타나베씨 너무 치명적이잖아. 이건 하루빨리 카난 선배의 함장 코스프레 망상으로 이미지를 덮어쓰지 않으면-
[어제 늦게까지 이야기했으니까, 잠이 부족한 걸까? 힘들면 말해줘야 해? 양호실 같이 가 줄 테니까.] [알았어, 고마워 치카쨩.] [아냐~ 친구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걸.]
역시 최고로 귀엽다. 요우쨩, 분발하라구. 어서 빨리 성장해서 내면에 아픔을 간직한 쿨데레 함장이 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도둑고양이가 나타나 치카쨩을 낚아채갈지 모르니까.
마음 속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기 때문인지, 오늘은 컨디션이 평소 때보다 좋았다. 덕분에 이어지는 수업 시간에도, 꽤 몰입해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충실한 느낌, 오랜만이네. 착실히 수업을 받은 뒤, 치카쨩과 요우쨩, 그리고 나는 사이좋게 부실로 갔다.
그리웠다구...영영 못 보는 줄 알았어, 부실쨩... 부원들로 말하자면, 오늘은 특별한 일정이 없음에도 웬일인지 모두 부실에 모여 재잘거리고 있었다.
변함없이 상냥한 말투가, 내 마음을 녹인다. 어제부터 카난 선배로 이런저런 생각을 했던 나이기에, 카난 선배의 얼굴을 마주보는 것이 뭔가 쑥쓰러웠다. 얼굴에 서서히 열이 오른다. 혹시 내 얼굴, 엄청 빨개진 거 아냐? 곤란한데. 카난 선베에게 내 마음, 들켜버릴지도...
[좋네~]
정말~둘 다 짖궃다니깐. 멤버들과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나는, 평범하게 아이돌 잡지를 읽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뭔가 할 듯 엉덩이가 제자리에 있지 못하고 안절부절이다. ...벌써 뭔가 하려는 거야? 너무 이르지 않나 싶지만, 뭐 상관없나. 빨라서 나쁠 건 없으니.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내가 호응할 수 있는 거라면 제대로 해주자. 자 와라! 타카미 치카! 치카쨩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책이 잔뜩 꽂혀있는 선반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잠시 책 사이를 뒤적이던 치카쨩은 별안간 책 사이에서 티켓 두 장을 뽑아들었다.
데이트 장소가 심해수족관인 건 둘째 치더라도, 연기가 너무 어색하잖습니까. 치카씨. 아무리 카난 선배라도 이건- 나는 치카쨩의 행동에 전혀 관심없는 척 책상에 놓인 스쿨 아이돌 잡지에서 조금도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눈동자만 옆으로 돌려, 카난 선배를 곁눈질했다. 카난 선베는 헤에-하고 신기하다는 듯 특유의 멍한 얼굴로 치카쨩을 보고 있었다. 설마요. 진짠가요. 이렇게 뻔한 연기를 파악하지 못하다니, 얼마나 둔감한 겁니까. 이런 사람인데, 어필하니 뭐니 해도 말야,..먹히기는 하는 걸까... 그렇다면 역시, 원초적 본능을 자극해야 하나? 내 비장의 카드인, 살색 투성이 고수위 백합을 꺼내야만 하는 걸까? 꺄악, 카난 선배, 뭘 꺼내게 하는 거에요? 정말 엣찌~
다들 어떠냐고 해도, 아직 말도 안 맞춰봤는데 멤버들이 협력해줄 리가 없잖아?
[루비와 저도 내일은 안되겠네요. 집안에 일이 있습니다.] [나도 아쉽지만 내일은 약속이 있네~치카쨩이랑 같은 약속이야.] [마루도 집안일을 도와줘야 해서...] [나...나도 내일은 아키하바라에 가봐야 해서 안 돼!]
진짜입니까. ...뭔가 수상쩍은데. 나는 고개를 좌우로 돌려 마리씨부터 시작해서 멤버들 각각의 눈을 빤히 응시했다. 뭔가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지, 멤버들은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금세 눈을 돌렸다. 그리고 방금도, 내일 심해수족관에 못 가는 이유, 학년 순으로 내려가면서 말했었지.
[리코쨩, 리코쨩은 어때?] 나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치카쨩.
갑자기 카난 선배가 끼어들더니, 불쑥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좋아! 여기 있어~] 가볍게 표를 건네주는 치카쨩.
나는 고민하다가, 조금 난처하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승낙한다.
야호~~~~! 데이트 따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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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bean | 개추 | 2017.05.07 07:08:39 |
삼단책장 | 개추 크레용 | 2017.05.07 07:51:02 |
Doll | 굿 | 2017.05.07 12:45: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