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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물갤문학] 요우치카 몇년 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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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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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04440
  • 2017-05-06 16:36:02
좁고 어두운 방 속, 풍경과는 다르게 방안엔 경쾌한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다.
한창 음악이 흐른 후. 한 음영이 꿈틀거리며 소리가 울리는 곳으로 자신의 어둠을 뻗어나간다.

뒤집혀진 휴대폰 액정엔 'Aqours' 라고 쓰여진 글자가 크게 하나. 그 글자 뒤로 교복을 입고 꽃다발을 들고 서있는 3명의 소녀가 있다.

음영의 움직임 이후 방안을 울리는 소리는 꺼지고. 다시 적막이 흐르고. 임무를 완수한 손은 다시금 커다란 몸으로 들어간다.


"일어나야겠지?..."


검은 음영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곤, 주변을 더듬 거리다 스위치를 눌러 방을 밝게 만들었다..
빛을 받아 모습을 드러낸 모습. 후줄근한 반바지, 끈이 다 늘어난 나시를 입은 귤색 머리의 사람.

옷을 벗어던지면서 앞으로 걸어가자 방에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맥주 캔들이 여기저기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굴러간다
책상 밑으로, 이불 옆으로. 몇몇 캔들은 던져진 옷 아래 깔려 보이지 않는다.
샤워기에서 물 트는 소리와 흥얼거리는 소리. 알람음과 똑같은 흥얼거림이 욕실에서 잠시 흘러나오곤, 멈춘다.


"이제 노래를 불러도 신나지 않아...그저 알람음을 버릇처럼 흥얼거리는 정도...노래가 담은 내용도, 노래도, 가사도...모르겠어..."


음울하게 울려 퍼지는 목메인 소리가 물 떨어지는 소리에 파묻혀 들려온다,
'쿵'
벽에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에 이어 들리는 흐느끼는 목소리. 큰 소리가 날까 꾹참으며 훌쩍거리는 목소리는 아까의 흥얼거림보다 길게 울렸다.


지하철역은 언제나 혼잡하다. 더욱이 이곳이 도쿄는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만큼 혼잡한 곳. 그 중에서도 최악이라는 신주쿠 역.


"치~카쨩"

"아?...리코쨩"

"뭐야? 왜이리 힘이 없어보여?"

"에에~? 아냐아냐. 음...더워서 그럴지도?"

"아...그렇지. 여긴 사람이 많아서 더 더운걸...점심 먹었어?"

"아니, 아직. 그런데 아직 배가 안고픈걸"

"그럼 카페에 가서 간단하게 먹을까?"

"또, 또, 또. 리코쨩, 리코쨩. 샌드위치 먹으려고 그러지? 정말로 좋아한다니까..."

"어...어쩔 수 없는걸! 어차피 치카쨩에게 결정해라해도 전혀 못고르잖아"

"우웅...그건 그래"


베시시 웃는 얼굴을 보곤 한숨을 쉰 리코는 어쩔수 없단 듯 앞장서서 걸어가고, 그런 리코를 치카는 뒤에서 한걸음 한걸음 따라간다.

어딜가도 많은 인파. 더위를 피해 카페를 선점한체 앉아있는 사람들이 또 다시 엄청난 인파를 보이고 있는 그런 날씨.
그나마 다행인건 평일이란것일까

많은 사람이 앉아 있는 카페에서 최대한 시원한곳에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리코의 선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일방적으로 리코가 말하고 치카는 거기에 맞추어 대답만 하는 식의 대화. 천천히 먹던 샌드위치도 어느샌가 사라지고
음료가 들어있던 잔에도 어느덧 얼음만이 남았다.

이제는 주제가 떨어졌는지 리코의 말수도 줄어들고. 아무말 없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갔다.


"치카쨩 요즘 이상한거 알어?"

"에? 어떤게?"

"말수도 적어지고, 표정도 안좋아지고...무슨 일 있는거 아냐?"

"에엣?! 난 평소와 같다고 생각하는데"

"도쿄 와서 1년간은 정말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쉬는날이면 어김없이 연락해선 날 데리고 나돌아다녔으면서, 요 몇 달 전혀 그런 연락이 없는걸"

"아하하..."

"심지어 최근 몇주 동안 치카쨩이 나한테 라인 먼저 보낸적도 없는거 알어? 처음엔 그저 바빠졌나보다 생각했는데. 몇 주만에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인걸"

"..."

"눈 밑에 다크서클이며, 부스스한 머리며...놀러다닐 때도 용모는 단정했었는데...정말 무슨 일 있는거 아냐?"

"으응 아냐아냐아냐, 요즘 술자리다 뭐다 너무 돌아다녔더니...미안미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리코였지만, 대화화제를 돌리려는 치카의 모습을 보고 추궁하는것을 멈췄다. 대화 내내 눈도 잘 마주치지 않으려는 치카
그런 모습에 답답했지만 오랜시간 그랬듯, 기다리면 먼저 말해줄거라고 여긴 리코는 얼음이 녹은 물을 의미 없이 스트로우로 빨아당긴다.


"나도 콩쿨 준비해야해서 아마 이후론 만나기 어려울지도 몰라...아 정말, 항상하는 얘기지만 나랑 같은 대학을 선택하지 않은거야 치카쨩은!"

"그야 공부를 안해서..."

"자랑이 아.니.거.든.요, 러브라이브 우승 이력으로 밀어 붙히면 올 수 있었잖아? 나도 작곡한것들로 어필해서 들어왔는걸...물론 분야가 달라졌지만.
 게다가 치카쨩 연극쪽으로 간거지? 몇 번 얘기한거지만 정말 깜짝놀랬다고, 당연 실용음악 쪽으로 갈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럴까 했지만...정말 그럴걸 그랬나..."

"왜 연극쪽이 잘 안맞어? 작년엔 열심히했잖아. 조연으로도 뽑혔고...한번밖에 못봤지만 치카쨩 대단히 즐거워하던걸"

"그거야 주변에 날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분들 덕이지 순수 내 실력이 아닌걸..."


여전히 리코를 보지 않고, 테이블을 쳐다보며 말하는 치카의 모습에 리코는 대화를 이어가지 않는다.
고교 2년간 그 누구들보다도 가깝게 지내왔던 사이고, 다른 학교지만 두 사람이 도쿄에 있단 것만으로 항상 붙어다녔지만
여전히 리코는 치카의 속내를 읽기가 힘들었다. 다가가긴 매우 쉽지만 자신의 영역은 확실히 벽을 쳐두는 치카.
예전엔 정말 어디로 튀어나갈지 알 수 없어서 힘들었지만, 최근엔 그런게 아니다. 치카 자신이 친 벽이 보인다.
사람을 보지 않고 대답을 하는 치카라니 대학 새내기 때의 모습만 떠올려도 절대 상상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리코는 또 몰아세우지 않고, 또 녹은 얼음물을 의미없이 스트로우로 빨아당긴다.


"요우쨩이랑은? 연락해?"

"아...요우쨩..."

"얼마전에 꽤나 먼 바다로 나간다고 들었는데, 꽤나 오랜 기간 연락이 안와서...혹시 치카쨩에겐 연락 왔어?"

"으응, 나도 안왔어"

"요즘은 바다에서도 통신 터지지 않아? 아..휴대폰은 안될려나. 잘모르겠지만 정말 멀리나갔나봐, 예전엔 바다 위 배에서 찍은 사진도 보내줬는데.
 이번에는 언제 돌아온단 말도 안하고 갔단 말이지. 배에 탄 이후로 남자같아졌어. 사람 걱정이나 하게 하고..."

"에, 요우쨩 여전히 소녀틱한걸? 사진 보면 자기 옷에 자수를 해놓았다던가, 저번에 배 침실 사진 보니까 예전에 셋이서 찍었던 스티커사진도 붙혀놓고"

"엣?..그랬어? 치카쨩 그런거 잘보는구나...나 그렇게 자세히 안봤는걸. 이거 큰일이야. 절대 요우쨩한테 말하면 안 돼?"

"네네..."


조금은 여유를 찾은 두 사람은 이후로도 세명의 추억들을 꺼내들고 이야기를 나눈다. 드디어 마주보고 이야기를 하게 됐단 기쁨일까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 같았던 테이블은 어느덧 새로운 음료잔으로 바뀌었고, 리코는 이전보다 더 하이텐션으로,
이에 질세라 치카도 한껏 텐션을 올린채 함께 떠든다. 테이블에 웃음이 깃든다. 두 사람의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치카쨩, 집엔 가봤어?"

"집? 집은 맨날 가는데"

"...아니, 고향말이야 고향. 작년 방학 땐 계속 노느라 안갔잖아. 전엔 후배들 졸업식도 빼먹어버리고...나 그 때 엄청 충격이었다고? 당일 역에서 만나자
해놓고선 전화했더니 '아! 미안! 나 지금 중요한 이벤트가 있어서! 리코쨩 먼저 가!' 라면서 뚝 끊어버리고. 애들한테 변명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아하하...미안미안 그 땐 정말 정신 없었나봐. 나중에 따로 전화해서 축하한다 해줬다구?"

"네네, 잘하셨어요. 그래서 고향집은?"

"아직...도쿄 올라와서 한번도 안갔어. 집에서도 걱정안하고. 내려가는데 돈도 많이 들고"

"아무리 신이 났어도 그렇지 한번 가봐. 오래걸리는것도 아닌걸? 가족들도 한번 보고 싶을꺼고. 치카네는 너무 내놓고 키운다니까..."

"어우 리코엄마, 잔소리 또 시작됐어"

"우리 치카애기는 리코엄마가 안돌봐주면 큰일나는걸~"

"우우..."

"요우쨩도 작년 겨울 이후로 안봤지? 겨울엔 두 번 다시 도쿄에 안 온다고 하던게 아직도 눈에 선해"

"요우쨩 추운거 싫어하니까. 그 날 우리집에 와서도 장난아니었다니까? 이불속에서 어찌나 들러붙던지..."

"어머어머, 얘들봐 얘들...그거 처음 듣는 얘긴데? 자자 리코 언니에게 다 털어놓지 않으련?"

"...리코쨩 대학교 가서 이상해졌어...예전에도 그랬지만 그 떈 숨기는 편이었는데 이젠 전혀 아니구나"

"이게 바로 성인의 힘이란다, 더 이상 날 막을 수 없어!"

"으왓! 리코쨩 눈이 위험해..."

"음음, 아무튼, 한번 가 봐. 내가 괜히 가보라고 하는게 아닌걸"

"에? 뭔가 있어?"

"글쎄...아마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한데, 가보면 알거라고 생각해"


답을 주지 않는 리코의 모습에 답답한 치카였지만 더 이상 묻지 않는다. 또 다시 비어버린 음료잔을 두 사람은
스트로우를 빙글빙글 돌리며 잠시 조용한 시간을 가진다. 무의미한 대화를 나누다 시계를 본 리코가 일어나자 치카도 따라 일어난다.
신주쿠 역에서 서로 웃으며 인사하는 두 사람.
기쁜 마음이 발걸음 하나하나에서 우러나오는 리코의 뒷 모습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치카는 가만히 서서 바라본다.
이미 사라진 뒷 모습 조차도, 여운조차 없어진 리코가 있던 그 장소를 치카는 멍하니 바라본다.

리코의 그 어떤 잔향조차 느껴지지 않자 치카의 표정이 변한다. 굳었다란 묘현도 어울리지 않는 아무것도 없는 표정.
아무런 힘이 없는 눈빛. 축 처진 어깨. 치카에겐 주변의 소리조차도 점점 들리지 않는다. 수많은 인파의 사이에서 홀로 있는 기분

조금전까지의 떠들석함이 마치 꿈이었던것 처럼, 오히려 그 떠들석함 때문에 지금의 외로움이 배가 되어 몰려온다.
파도속에 쓸려가는 모래성마냥, 그 어떤 노력도 덧없게 느껴질 정도로 어둠이 치카의 온 몸을 휘감는다.
주변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혼자라는 생각이 들자 외로움이 몰려든다. 어째서 이곳에 있는지 당혹감이, 두려움이 다시 찾아온다.

도망쳐야한단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이지만, 기어가듯 느리게 움직이는 발걸음

너무나도 쉽게 침울에 빠져버린 치카는 어디론가 가야한단 생각만이 가득하다.

리코에게 말하지 못한 속마음들이 올라나와 머리를 어지럽힌다.

난 혼자인가, 난 무엇일까. 대학생활 즐거운걸까? 연극이 재밌는걸까? 난 왜 여기있는걸까? 내가 무엇이 하고 싶었던걸까?
사실 리코쨩에게 말하고 싶었어. 대학생활에 적응은 했지만 무언가 비어버린것같다고, 없는것 같다고, 너무나도 허전하다고.
힘들 때 이야길 들어줄 사람이 없다. 힘내라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없다. 동기들이 무어라무어라 얘기했지만 돌아서면 세어나가버린다.
외롭다. 힘들다. 쓸쓸하다. 마음속으로 몇번을 외치지만 밖으로 나오질 않는다. 자신은 그러한 사람이기에

무엇보다 스쿨아이돌이었던 자신이, 자신을 옭아맨다.
누군가에겐 희망이었고, 꿈이었던 자신.
그리고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노래하고, 빛을 찾으라고 외쳤던 자신
누구보다 앞서 나가고 달리며 빛을 향해 손을 내밀고, 그것을 잡고 스스로가 빛이 된 자신이었기에

주변에 이야기 할 수 없었다.

실망할거란 생각이 머리를 뒤덮는다. 자신감이 사라진다. 주변엔 다들 기대하는 눈빛들뿐.

이제 내가 그들의 빛인데. 부담스러웠다. 나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닌걸. 평범괴수 치카인걸....


우울함에 생각은 과거를 거슬러올라간다.

난 왜 그렇게 빛을 찾았을까. 왜 그렇게 빛나려고 했을까. 그래서 남은건 무엇이지? 빛을 찾았고, 붙잡았고, 나 자신이 빛난다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난 뭐지? 의문은 꼬리를 물어물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하루이틀이 아닌 생각들. 답이 없는 생각들에 머릿속은 부정적인 물음들로 가득차 마음을 오염시킨다.

차곡차곡. 쌓이고 쌓여 마음의 둑이 무너진다.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할까


아무런 생각없이 한참 서있다, 자리가 난것을 보고 앉는다. 조용히 눈을 감는다.
자신이 부르던 노래들을 떠올려본다. 흥겨운 음악들, 따뜻한 음악들, 애처로운 음악들 머릿속에서 그 노래들의 음들이 울린다.

하지만

가사가 울리지 않는다.

꿈과 희망과 기적으로 가득 찼던 가사들이 기억나지 않는다.


노래가 가지고 있던 메세지조차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다.


떠올리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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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에 쓴건데 게시판 초기화 된 겸 + 수정 좀 해서 재업

디시 글자 제한 있는거 짜증난다


두리번거리기 왜 댓글이 없냐! - dc App 2017.05.07 00: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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