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일반 [SS복구] 감기 주의보 (요우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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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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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5-06 10:50:20
ーーー 감기 주의보 風邪にご用心 작가: こゆき (http://www.pixiv.net/member.php?id=75651) 원문: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502655 번역: 낮-꿈(d4ydream) ーーー “콜록콜록… 38.5도라…” 머리가 아프다. 목구멍이 따갑다. 8월이란 시기가 무색하게도 오한이 든다. 시야는 온통 뿌옇고 머리는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정타가 바로 온도계의 이 숫자. 그래, 빼도 박도 못할 감기다. 며칠 전부터 증상은 있었지만 금방 낫겠지 싶어 방심하고 있었다. 아무리 요즘 연습할 시간이 적어졌대도 무리해서까지 수영할 건 없었나. “일단 연락이라도 돌려 놔야지….” 여름 방학이었지만 Aqours 활동은 거의 매일 쉬지 않았다. 기억상으론 오늘이 안무를 정하는 날이었다. 집에서 쉬자니 영 꺼림칙했지만 이대로 가 봤자 민폐나 끼칠 게 분명했으니 오늘은 쉬기로 마음먹었다. 옮겼다간 또 큰일이니. 마치 내 몸이 아니기라도 한 양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천천히 들어올렸다.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을 쥐어 다시 침대로 돌아왔을 뿐인데 체력이 고갈되는 게 느껴졌다. 쓰러지듯 침대에 철푸덕 앉아 이윽고 등부터 침대로 다이빙한다. 그 짧은 거리를 움직였는데 마치 수영장을 몇 번씩 왕복한 듯 숨이 거칠어졌다. “하아… 큰일이네, 완전 중증이야…” 겨우 호흡을 진정시키며, 깊은 한숨을 한 번. 요즘들어 걸려본 적이 없어서 잊고 있었으나 감기란 이렇게나 지독한 것이던가. 그리 생각하며 핸드폰 화면을 보자 몇 통이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아, 벌써 집합 시간도 넘긴 때였다. 어쨌든 연락은 해야지. 화면을 터치하고는 착신 이력을 띄운다. 치카쨩, 카난쨩, 요시코쨩… 이어지는 멤버들 이름 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이름을 누르곤 귀에 전화를 가져다 댄다. 무미건조한 연결음이 잠시간 이어졌다. 의식을 유지하는 것조차 점차 힘들어져 가며, 열로 한껏 무거워진 눈꺼풀이 닫혔다. 연결음은 계속 이어졌다. 머리 속이 점차 새하얗게 물들어 가며, 전화 속 소리는 점점 멀어져만 갔다. 아, 이제 한계인가. “―요우쨩?” 가라앉아 가는 의식의 끝자락에서, 내가 사랑하는 그 다정한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으음…” 무언가 차가운 것이 이마에 닿아 잠들어 있던 의식이 깨어났다. 이제 막 깨어난 머리는 겨우 그게 사람 손바닥이란 걸 인식하고, 슬쩍 눈꺼풀을 열자 와인 레드의 미려한 머리카락과 조금 날카로운 호박색 눈동자가 눈에 들어왔다. 그 호박색 눈동자는 안도하는 기색을 띄며 흔들렸다. “다행이다, 일어났구나.” 목소리를 듣고서야 겨우 정신이 맑아진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리코쨩이 날 붙잡아 막아, 침대에 누운 채 고개만 돌려 리코쨩을 바라보았다. “저기… 리코쨩…? 왜 우리 집에…” “왜냐니, 요우쨩이 전화를 걸어 놓고는 아무 말도 안 하니까 무슨 일 있나 엄청 걱정했잖아.” 눈썹으로 팔(八)자를 그리며 리코쨩은 말했다. 그 말을 듣고서야 겨우 의식을 잃기 전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떻게 집에 들어왔냐고 물었더니, 초인종을 눌러도 아무도 안 나오니까 마침 문이 열려 있길래 염치 불고하고 그냥 들어왔다며. 엄마, 아침부터 외출한 걸까. 문도 안 잠그고는… 그치만 덕분에 리코쨩이 들어왔으니 그냥 넘어가자. “미안, 감기 걸린 것 같아…” “그건 보면 알거든요. 열은 어느 정도야?” “38도쯤…” “꽤 높네.” 그리 말하고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뺨을 어루만지는 리코쨩. 뜨겁게 달궈진 뺨과 차가운 손이 닿자 기분이 좋았다. 다정하게 뺨을 쓰다듬어 주는 감각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었다. “음… 어라? 그럼 리코쨩, 학교에 있다가 와 준 거구나. 미안, 게다가 연습도 빼고 온 거지?” “참, 당연하지.” 여자친구니까… 라며, 뺨을 붉히고는 들릴락 말락한 목소리로 리코쨩은 중얼거렸다. 조금 삐진 듯한 어린 아이같은 표정을 짓는 리코쨩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뺨을 쓰다듬는 손을 만지자 리코쨩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 주었다. 으음, 귀여워. 열만 없었어도 힘껏 껴안아 주고 싶었을 정도로. 일단 껴안는 대신 뺨을 쓰다듬는 손을 부드럽게 쥐었다. “앗, 리코쨩. 그 선반 두번째 서랍에 감기약 들어있을 텐데, 가져다 줄래?” “약 먹을 거면 식사부터 하는 게 낫지 않겠어? 요우쨩, 뭐 먹었어?” “으음, 그럼 거기 칼로리메이트 가져다 줄래?” “영양가 있는 걸 먹어야지…” 리코쨩은 질렸다는 듯 큰 한숨을 쉬었다. 칼로리메이트, 간편하게 먹을 수 있으니까 부활동 할 때 자주 챙기고 있는데. 게다가 그것 말고 당장 먹을 수 있는 게 있는지도 모르겠고. “으음… 요우쨩, 식욕은 있어?” “음, 많이는 못 먹겠지만…” 그러고 보니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배가 허전해지는 게, 역시 인체는 신비롭다. 그런 나를 보고 리코쨩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입을 열었다. “뭔가 먹을만한 거 만들어 올게. 주방 좀 쓸게.” “엇, 역시 그건 좀…” “식재료는 내가 사 올게.” “그게 아니라, 이렇게 간병까지 해 주는데 요리까지 시키자니 미안해서.” “…….” 뭘까, 리코쨩은 화난 건지 삐진 건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뭔가 말실수라도 한 걸까. “저기, 리코쨩…?” “하아… 요우쨩은 좀 더 남한테 기대도 돼” 한숨 섞인 말을 내뱉고는 리코쨩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리코쨩은 집 잘 보고 있어― 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고 그대로 방을 나섰다. “남한테 기대도 된다니…” 리코쨩이 빠져나간 문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요즘들어 남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몸이 말을 듣지 않으니 얌전히 리코쨩한테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지만. “리코쨩, 빨리 오면 좋겠다…” “으음…” 철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저 멀리에서 의식이 되돌아온다. 어느샌가 잠들었던 듯, 눈을 비비며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자 쟁반에 도기 그릇 하나를 올린 리코쨩이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요우쨩, 자고 있었어? 아직도 몸 나른하면…” “아냐, 괜찮아. 아침보다는 훨씬 나아졌으니까. 리코쨩이 갓 만들어준 밥이 먹고 싶기도 하고.” 영차, 하고 몸을 일으키자 리코쨩이 등을 받쳐 주었다. 감사의 말과 함께 미소짓고, 침대에 몸을 기대어 숨을 내쉬었다. 리코쨩이 밥그릇에 밥을 더는 것을 바라본다. 이런 거 괜찮네. 앞치마를 두르고 있으니까 꼭 신혼 같아. 내 시선을 눈치챈 리코쨩은 나를 향해 시선을 돌리곤 슬쩍 미소짓는다. “왜 그래? 그렇게 빤히 쳐다보기나 하고. 그렇게 배가 고픈 거야?” “아, 아냐. 아무 것도. 그럼 어디 먹어 볼까!”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밥그릇을 향해 손을 뻗는다. 하지만 내 손은 밥그릇을 집지 못하고 허공을 가른다. 잘못 집어서 떨어트린 게 아니었다. 리코쨩이 슬쩍 밥그릇을 뒤로 뺀 것이었다. “저기, 리코쨩?” 리코쨩의 의도를 알 수 없어 밥그릇에서 시선을 올리자, 리코쨩은 뭔가 재밌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운 호박색이 호를 그리며 빙긋 눈웃음을 지었다. ……굳이 말하자면 빙긋이라기보단 씨익에 가까운 느낌이었지만. “오늘 하루동안은 철저히 요우쨩 수발을 들어주겠다고 다짐했거든.” 그렇게 말하고는 수저로 야채죽을 퍼 후후 불더니 내게 들이밀었다. 손잡이 쪽이 아니라, 죽을 담은 쪽을. 이건, ‘아앙’ 하라는 걸까…? “안 돼, 안 돼. 나 혼자 먹을 수 있어.” “에이. 자, 빨리 입 열어.” 리코쨩은 꽤 고집이 세다. 그렇기에 지금 리코쨩이 절대 뜻을 굽히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다. 내가 정색하는 게 아니란 걸 리코쨩도 아니까 더더욱. 자그마한 한숨을 토하고는 슬쩍 입을 열자 만족스럽다는 듯 리코쨩은 웃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숟가락을 입으로 문다. “아… 맛있어….” 나도 모르게 감상이 흘러 나왔다. 그런 나를 보며 리코쨩은 기쁘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입 안에 퍼지는 감칠맛과 향. 적당히 익은 호박의 달콤함. 그리고 그 뒤에 퍼지는 생강 향도 실로 적절했다. 뭐라고 해야 할지, 상상 이상으로 맛이 좋았다. “리코쨩, 요리 실력 장난 아닌데.” “요리하는 걸 꽤 좋아하거든.” “도쿄 사람은 왠지 요리 잘 못할 것 같은 인상이 있어서 상상도 못 했어.” 그 왜, 도쿄 사람 하면 가끔 티비에 나와서 상상도 못 할 요리를 만들잖아. 도쿄에서 온 리코쨩에게 선입견을 갖고 있던 부분에 대해 조금 반성했다. 조금 토라진 듯 입술을 빼죽 내미는 리코쨩에게 사과했다. “엄청 맛있어, 더 먹여 줄래?” 그렇게 말하고 다시 입을 열자 삐진 듯한 표정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기쁜 듯 입은 웃고 있었다. 뺨을 슬쩍 붉게 물들이며 아까같이 후후 불어 식히며 내게 먹여 주었다. 아깐 그렇게 식욕이 없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맛있는데다 리코쨩의 기쁜 듯한 표정을 보는 게 좋아서 어느샌가 그릇을 비워 버렸다. “잘 먹었어! 진짜 맛있었어, 고마워!” “별 말씀을 다. 식욕이 좋은걸 보니 금방 나을 것 같아.”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며 리코쨩이 웃음지었다. 리코쨩이 만든 죽이 맛있어서 그래, 라고 말하자 리코쨩은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는 조그맣게 고맙다고 답했다. 생강의 효능인지 아침엔 벌벌 떨었는데 지금은 몸이 포근했다. 이대로면 감기도 금방 나을 것 같았다. “그럼 밥도 다 먹었고, 약 먹을 차례야.” 언제 서랍에서 꺼낸 건지, 리코쨩은 감기약이 든 봉투를 들고 있었다. 물컵과 함께 건네받은 약을 빤히 들여다 본다. “아, 그치… 가루약 밖에 안 남아 있었지.” 부끄럽지만 나는 가루약을 잘 먹지 못한다. 맛도 그렇고, 잘못 삼키면 목에 칼칼하게 남는 게 싫었다. 그렇기에 보통은 정제나 캡슐약만 사지만 마지막으로 엄마가 사 온 약은 가루약이란 게 지금 떠올랐다. “왜 그래?” 내가 약을 노려기만 하고 먹지 않자 이상하게 여긴 리코쨩이 말을 걸었다. 나와 약을 번갈아가며 쳐다보고는 이윽고 납득했다는 듯 “아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우쨩, 그래도 약은 챙겨 먹어야지.” “으으… 그렇긴 한데. 그래도 좀…” 가루약을 못 먹는다니, 꼬맹이 같다고 생각하려나. 그치만 그걸 또 물에 녹이면 엄청 써지는데…. 신음하며 약과 눈싸움을 하는 나를 보며 리코쨩은 슬쩍 한숨을 쉬었다. 질린 건가 했던 리코쨩은 내 손에서 물컵과 약을 가져가더니 약 봉투를 뜯었다. 잠깐, 아무리 그래도 억지로 먹이진 않을 거지? 리코쨩은 가끔 강단이 있는 행동을 하니까. 그렇게 벌벌 떨고 있는 내게 리코쨩은 힐끔 시선을 돌린다. 왠지 뺨이 조금 빨개진 것 같다 싶더니, 리코쨩은 상상도 못한 행동을 실행했다.
“잠깐, 리코쨩!?”
리코쨩은 약과 물을 자기 입에 머금고 있었다. 잠깐만, 왜 리코쨩이 내 약을 먹어!? 머리 속에 물음표가 쭈욱 깔리며 사고가 따라가지를 못했다. 그렇기에 리코쨩이 침대를 짚고 나를 향해 다가오는 걸 보고도 반응하지 못한 것이다. “으읍…!?” 머리 속이 새하얗게 물드는 감각. 음, 음. 뭐가 어떻게 되는 걸까. 왜 지금 리코쨩과 키스를 하는 걸까? 필사적으로 이유를 생각해 봐도, 슬쩍 뜨이는 시야로 들어온 조금 상기된 표정, 잠긴 목소리, 입술의 부드러움, 그런 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는 새 벌어진 입 사이로 미지근한 액체가 흘러들어 왔다. 그리고 새지 않도록, 빈틈 없이 입술이 입술을 막았다. “으읏… 읍…” 점점 숨을 참기 힘들어져 그 액체를 있는 힘껏 삼켰다. 쓰지만 아련히 달콤한 감각. 그게 아까 리코쨩이 입에 머금었던 약이란 걸 깨달은 건 조그만 소리를 내며 리코쨩의 입술이 떨어진 후였다. “이 약 쓰네.” 그런 소리를 하며 미간을 찌푸리고는 혀를 내미는 리코쨩을 나는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말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머리 속에서 정리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감기 때문은 아닌 얼굴의 열을 억누르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런 날 이상하다는 듯 쳐다보는 리코쨩에게 시선을 돌리며, 겨우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러다가 감기 옮아….” “만약 그러면 요우쨩이 돌봐 줄 거지?” 내 입술을 엄지로 쓰윽 닦으며 리코쨩은 재미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리코쨩의 여유 만만한 표정을 보자 뭔가 속이 끓는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썼다. 쿡쿡대며 웃는 리코쨩 목소리와, 이불 위로 머리를 쓰다듬는 감각. 이렇게 여유가 없는 것도 다 감기 때문이겠지. 리코쨩이 감기에 걸리면 어떻게 놀려 줄까, 벌써부터 그런 생각이나 하며 눈을 감았다. ーー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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