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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문학복구]신데렐라 왕자님과 백마탄 공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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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02467
  • 2017-05-05 02:41:46

부르르 하고 시계알람이 울리는 소리에 정신이 든다.


「으응..」하고 앓는듯한 소리를 내며 천근처럼 느껴지는 무거운 눈꺼풀을 뜬다.


채 동이 트지도 않은 이른 새벽, 어둡고 추운 방안에서 일어나기 싫은듯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채 누워있다가도

이내 정신차리고 피로가 채 풀리지않은 지친몸을 일으킨다.


난방도 제대로 되지않는 냉골방에서 얼마없는 덕지덕지 기워진 얇은 이불마저도 동생들에게 내어준채로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니 언제든 피로가 풀릴 기색이 없다.


멍하니 등을 긁적이며 화장실에 들어와 수돗물을 켜니 얼음장 처럼 차가운 물이 쏟아져 냉기에 잠이 싹 가신다.


「으앗 차가워!」


제기랄... 또 온수 난방기가 고장난 모양이다.

한달이 멀다하고 고장나 속을 썩이는 망할 난방기지만 지금의 내겐 이걸 바꿀 조금의 금전적 여유조차 없다.


「하아.. 정말이지 되는일이 없네」


한숨을 내쉬며 심호흡을 한번 크게 내쉬고, 어금니를 꽉 깨문뒤 빠른속도로 세안을 마친다.


정신이 번쩍드는 얼음물 세수를 하고 나오니 동생들은 여전히 이불을 온몸에 꽁꽁 둘러맨채로 잠들어있다.


「리코쨩- 리코쨩?」


작은 목소리로 둘째인 리코쨩을 조심히 깨운다.


「응...으응 카난언니? 지금 나가시는건가요...」


눈도 못뜬채로 잠이 덜깬 목소리를 하며 대답하는 리코쨩.


「그래, 언니는 출근할테니까 늦지말고 치카쨩 요우쨩 깨워서 아침먹이고 학교에 가야한다?」


「우응... 알겠습니다 다녀오세요.」


졸린 눈을 비비적 거리며 천천히 현관까지 나를 마중나오는 리코쨩.

이제 초등학교 4학년밖에 되지않은 아이에게 아침에 스스로 준비하고 동생들까지 챙겨주며 통학하는 일은

너무나도 힘든 일 일텐데도, 이 아이는 정말로 잘 해주고 있다.

항상 고맙다고 생각하면서도 더 잘해줄수 없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미안하다.


아직도 햇빛이 거의 들어오지않아 푸르스름한 색을 띄는 골목길을 나서며 아침 댓바람의 차가운공기를 

한껏 마신 뒤 기합을 넣고 출발한다.


「하아... 백마탄 왕자님이라도 나타나주지 않으려나」


이뤄질리 없는 헛소리를 아무렇게나 지껄이며 골목길에 널부러진 깡통을 발로차며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몇년전의 사고.

나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어린나이에,

부모님의 죽음을 미처 슬퍼할 틈 조차 없이 갓난아기나 마찬가지였던 동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나와 닥치는대로 무슨 일이든 해야했다.

친척들에게조차 짐덩이 취급을 받으며 눈칫밥을 먹고 살아야했던 어린 시절.

친구들은 학교에서 꿈을 얘기하면서 청춘을 꽃피울 시간에, 밖에서 땀에 절어 일하며 욕먹고 무시당하고

집에 돌아오면 조그만 방 한칸에서 쪽잠을 자며 친척들의 눈치를 보며 없는사람처럼 살아야했다.

동생들만은 나와 같은 경험을 하게 두고싶지 않았다.

이를 악물고 몇년을 돈을 모아 간신히 독립해 나왔지만 여전히 가난이라는 녀석은

내 등에 업힌채 떠날생각을 하지 않는다.


역 벤치에 앉아 첫차를 기다리고 있으려니 옆에서 아저씨가 냄새를 풍기며 토스트를 먹고있는 모습이 보인다.

멍하니 쳐다보고 있으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며 먹을걸 달라고 아우성이다.


'아... 배고프다... 젠장'


애써 고개를 돌리며 입술을 잘근 깨문다.

남들은 그깟 아침식사 걸러서 얼마나 모이겠냐고 궁상떨지 말라고 하겠지만,

그 푼돈이라도 모아서 요우쨩에게 새 운동화 한켤레라도 사줄수 있을런지 모른다.


이번달도 생활비가 빠듯하네- 그런 생각을 하며 회사에 도착하니 역시 나말고는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아버지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하셨던 말씀.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라.

그 말을 철칙으로 삼고 언제나 남들보다 빨리 나와서 늦게 들어갔고 남들이 기피하는일은 전부 도맡아 해왔다.

그렇게 살기를 몇년, 드디어 성실함 이라는놈이 인정을 받아 원래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직장에 간신히 들어올수 있었다.


뭐 그래봤자 소꿉친구의 아버님이 내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다 딱한 사정을 듣고 알아봐주신게 크지만.


「자 그럼 오늘도 힘내서 뼈빠지게 일을 해보실까-」


콧노래를 부르며 주변정리를 하고 자리에 앉는다.






「마츠우라씨 저번에 부탁한 서류말인데 다 됐어?」


「마츠우라씨! 잠깐만 여기좀」


「마츠우라씨 나좀 잠깐 도와줄래?」


항상 여기저기서 나를 찾는 목소리가 끊이질않는다.

정말이지 이몸이 안계시면 일이 돌아가질 않는구만.

그런 생각을 하며 휴게실에서 잠깐 한숨을 돌린다.


「하아... 힘들다...」


인정받는다는 것은 기쁜일이지만, 사람들이 전적으로 나에게 의존하기 시작하는것은 역시 좋지않아-

그런 생각을 하며 천장의 타일무늬 갯수나 세며 잠시 정신을 팔고있으려니 휴게실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워메!」


「으악!」


문소리의 주인공과 눈이 마주치자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놀라서 짧게 비명을 질렀다.


「뭐야 쿠니키다냐, 놀래키지 말라고」


「미...미안혀유!」


얼빠진 얼굴로 사과하는 이 녀석은 쿠니키다 하나마루. 내 입사동기다.


「너 말야 아까도 팀장님한테 깨지고 있던데 또 실수한거야?」


「으.. 이젠 지쳤슈. 지한테는 이 일이 안맞나봐유」


힘빠지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또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울상이 되버린다.

항상 동작이 느리고 굼뜬데다 분위기를 못읽어 곧잘 혼나곤 하는 바보같은 내 동기.

그래도 알고보면 괜찮은 녀석이다. 어쩐지 느긋한 분위기로 사람을 치유해준다고 할지...


「지도 마츠우라씨 처럼 능력있고 눈치빠른 사람이 되고 싶구만유」


「헤에.. 뭐 딱히, 너는 너대로 좋은점이 있는거잖아? 나라고 해서 항상 좋은일만 있는것도 아니고말야」


씨익 웃음지으면서 녹차티백을 탄 컵 안에든 액체를 단숨에 입안에 털어넣으려니 단호한 목소리로 답해온다.


「아니유 이대로는 안되것슈, 지도 변할테니까 두고보세유!」


「푸핫, 너 그말 벌써 네번째라구?」


「이번엔 정말로 다르다구 안혀유!」


「에에 별로 믿음이 가질 않는데~」


그렇게 시덥잖은 얘기를 주고 받으려니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뭐 어쨌든 힘내라구, 다음에 내가 커피라도 한잔 살게」


「알았어유. 마츠우라씨도 힘내시유!」


「그럼 바이바이」


「아 참!」


「응?」


「그 얘기 들었나유?」


「무슨 얘기 말하는거야?」


「오늘 마츠우라씨의 부서에 새로운 관리직원이 들어온다던데유」


으응? 순간 귀를 의심했다.


「관리 직원이 온다구??」


「그렇다네유. 지도 소문으로만 들었지만유」


「에 처음듣는 얘긴데... 뭐 어쨌든 고마워 안녕-」


이상하다... 들리는 얘기로는 내가 관리쪽으로 승진하기로 되있었을텐데...

관리직이라니 무슨 얘기지... 뭐 어차피 그 쿠니키다 니까 어디서 헛소문이라도 들은거 아닐까.

가볍게 넘기려고해도 뭔가 마음 한켠이 불안하다.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며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니 어쩐지 안쪽이 이상하게 조용하다.


(무슨일이지?)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팀장님 옆에 처음 보는 뉴페이스가 보인다.

눈에 확띄는 금발머리를 하고 이국적인 얼굴을 하고있는 미인.


(예쁘다...)


멍하니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친다.

나를 보고 살짝 눈웃음을 짓자 나는 황급히 눈길을 피했다. 

으..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던걸 들켰나... 부끄럽다.


「마츠우라 잠깐 이쪽으로 와보게」


「넵!」


팀장님의 목소리에 순간 놀라 이상하게 째지는 목소리로 답하며 달려간다.


「자 이쪽은 사원인 마츠우라 양.말단 사원이지만 이래뵈도 부서 만능 해결사니까 

모르는게 있으면 전부 마츠우라에게 부담갖지 말고 물어보면 되니까 서로 인사하게나」


「에에 또 저에게 떠넘기시는 겁니까」


「시끄럽구만 상사한테 말 대답하지 말게 마츠우라」


「예이 알겠습니다-」


(새로온 신입사원인가?)


「이쪽은 오하라 파트장. 새로온 관리 직원이야. 마츠우라씨 직속 상관이 될테니까 너무 까불지말고

천천히 알려주라고」


「샤이니! 반가워요. 오하라 마리입니다.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터라 일본말이 아직 서투르니까 이해해줄래요?」


「에... 그... 저 잘 부탁드립니다 마츠우라 카난입니다」


파트장이라니 무슨 말이지? 저 자리는 얼마전에 승진해서 옮긴뒤로 내가 가기로 되어있던 자리 아니었던가.


「그럼 자리로 돌아가있게나」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자리로 돌아오면서 계속 생각한다.

어떻게된거지? 왜 새로운 관리자가? 

그러다 순간 뇌리에 번쩍하고 스쳐지나가는 이름.


오하라 마리. 오하라...오하라 라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이름. 

아... 그래. 이 회사의 모기업 오하라 그룹.

재벌가의 성씨였다.

그리고 곧바로 현실을 깨달았다.


뭐가 성실하게 살아라- 야? 열심히 해서 인정받으면 누구도 널 무시하지 않을거라면서...

바보같아... 난 뭘 위해서 노력해온걸까.

책상에 눈물이 떨어진다.


「아...」


하지만 마음이 꺾일것 같다가도 눈앞에 떠오르는 동생들의 얼굴에 다시 어금니를 깨물며 눈물을 닦는다.

두고봐... 

어차피 뒷장난질로 들어온 자리. 능력으로 찍어 눌러서 기를 못펴게 해줄테니.

그렇게 속으로 분을 삭이며 아무 걱정없다는 듯한 태평한 얼굴로 팀장과 웃으며 대화하는 그녀를 곁눈질로 노려본다.







하지만 내 생각대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그녀, 마리가 들어온지 벌써 한달.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아가씨라고 생각해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져 겉돌거라 생각했건만,

그녀는 특유의 하이텐션과 친화력으로 부서사람들과 순식간에 친해진데다 일도 전부 막힘없이 처리하며

정작 내 설 자리가 점점 줄어가고 있었다.


「오하라 파트장님!」


「오하라씨 잠시 이것좀 부탁할게요」


「파트장님. 죄송한데 저번에 부탁드린 일 다 되었나요」


「샤이니-! 전부 해결했어요 no problem!」


사람들도 나보다는 오하라의 이름을 더 많이 부르게 된 것 같다.

더 이상 나에게 기대지 않으니 일도 편해졌을텐데... 마음은 점점 불안해져간다.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거라고 다짐했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oh..! 마츠우라씨?」


「....」


「마츠우라씨!」


「엣? 에에 예?」


「표정이 굳어있어요! so scary!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나요?」


헤실헤실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오하라.

안좋은 일이라도 있었냐니... 전부 당신 때문이잖아..


「아.. 아뇨 잠시 속이 안좋아서.. 화장실좀 다녀오겠습니다!」


「오... 잘 다녀와요!」



「끄응...」 


점점 저 사람을 대하기가 어렵다. 나와는 다른세계에 사는 사람.

고생이라곤 티끌만큼도 모르는 온실속의 화초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녀석쯤은 쉽게 찍어누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열등감이 마음속에 낙인처럼 새겨져서 지워지질 않는다.

젠장... 난 뭘 하고 있는거지...





점심시간이 아직 끝나지않은 시간 사무실안.

평소처럼 동료들과 잡담을 하고있으려니 늘 그렇듯이 자리에 없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가 흘러나온다.

웃으면서 얘기를 주고 받다가도 마냥 흘러 넘길수없는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자 신경이 곤두선다.


「그런데 말야. 오하라 파트장님 뭔가 호감가지않아?」


「그러게. 얼굴도 보기드문 미인이고 성격도 싹싹하고 말이지」


뭔가 속이 불편하다. 다른사람의 얘기라면 얼마든지 주고받을수 있는데.

오하라의 이름만 나오면 뭔가 얹힌듯이 답답해진다.


「그래도 말야. 겉모습만 보고 속으면 안된다고, 의외로 속이 시커먼 사람일지도 모르고 말이지,

왠지 항상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게 능구렁이 같은 이미지가 있잖아?」


남의 험담을 해본적은 없는데, 왜 입에서 이런말이 나오는걸까. 나도 내 속을 모르겠다.


「에에 아냐아냐 파트장은 그런사람 아니라니까~」


「그러고보니 마츠우라는 파트장님이랑 그다지 엮인적이 없지?」


「딱히 상관없잖아 누구랑 친하게 지내든지」


어쩐지 쏘아붙이는 말투로 대답하게된다.


「뭐야 그런말하면서 사실은 부끄러운거아냐?」


「푸하하 마츠우라씨 사랑에 빠진겁니까!」


뭔가 짜증난다. 이 녀석들 무슨말을 하고싶은거야?


「아니라니까! 누가 그런 높으신분들 뒷장난으로 낙하산 타고 들어온 재수없는 금수저를 좋아한다고?

보나마나 빽써서 실적 조작이라도 하고있을껄」


「마츠우라씨 잠깐만!」


순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동료들이 눈치를 준다.


「뭐야 틀린말도 아니잖아? 맨날 헤실거리고 웃기만하고. 고생도 한번 해본적없이 편하게 지내다

남의힘으로 날로먹듯이 회사에 들어와놓고 말야. 낯짝도 두껍지 누군 여기 들어오려고 몇년을 고생했는데」


「oh~ 재밌어보이는 얘기네요 나도 끼워주면 안될까요?」


순간 등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엑」


뒤를 돌아보니 대화 주제의 당사자가 웃는얼굴로 나를 바라보고있다.

아... 망했다... 웃고있는듯 하지만, 이거 절대로 화났다.

불쾌함을 억누르고 있는 억지웃음. 평소의 그녀의 미소와는 다른걸 알수있다.


「흐흥. 마츠우라씨는 저에대해 그렇게 생각하고있었나요」


「아... 아니 그게」


「으음.. 뭔가 실망이네요 뒤에서 이런 얘기를 할 사람이라곤 안봤는데 후후」


미소를 짓고있는 그 표정이 역으로 부담스럽다. 무거운 공기의 압력이 온몸을 짓누르는거 같아.


「뭐, 어차피 그 정도밖에 안되는 사람이란거겠죠. 기대했던게 바보같아요」


기대했다...니 무슨소리야? 그것보다 그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라니... 너한테만은 무시당하고 싶지않아.


「따..딱히 틀린말도 아니잖아」


「what?」


「오하라그룹. 이 회사의 모 그룹이잖아. 오너가문의 이름이지? 모를줄 알았어? 

어차피 빽써서 들어온거 맞잖아? 일도 잘 모르는주제에」


「흐음.. 되는데로 지껄이네요. 본인이 뭐라도 다 되는마냥 얘기하고있지만 

저는 당신보다 일도 잘만 해내고있죠? 분한건 알겠지만 불필요한 열등감은 자제해주길 바래요」


「시끄러워. 뭘 안다는거야? 난 어릴때부터 계속 지겹도록 일만 해왔어. 너처럼 놀러온게 아니라고!」


「아까부터 뭘 맘대로 단정짓고 있나요? 저라고 놀러온게 아니라구요. 본인 편한데로만 생각하지 말아요」


「마츠우라씨 그만해! 그만!」


주변사람들이 당황하면서 팔을붙잡고 말리고있지만 내 안의 뭔가가 무너지는 느낌에 물러설수 없었다.


「거봐 지금도 히죽히죽 웃고만 있잖아. 어차피 너한텐 다 장난일뿐 인거지? 네가 뭘 안다는건데?

다른사람들도 다 너같이 아무 걱정없이 팔자좋게 니 하고싶은대로만 산다고 생각하지마!」


순간 그녀의 미소가 뚝 끊긴다.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짓는 오하라.

그녀의 그런 표정은 처음본다. 미인의 찡그린 얼굴은 묘한 압력을 준다.


「당신이야말로 제 뭘 안다는건가요? 이렇게까지 무례한 사람일줄은 몰랐어요. 최악이네요」


「뭐 멋대로 생각하셔」


그렇게 흘러 넘기고 돌아가려는 찰나- 그 다음에 그녀가 내뱉은 말.


「정말이지 교육을 어떻게 받은건가요, 부모님이 어떻게 길렀는지 알만하네요 어차피 그 부모에 그 자식이겠죠」


「뭐라고?」


순간 뚝 하고, 내 안의 이성이 끈이 끊어진다.


정신 차려보니 그녀에게 달려들어 멱살을쥐고 주먹을 날리고있었고 주변사람들이 모두 달려들어 날 끌어내고있었다.

그녀는 손으로 뺨을 어루만지는채로 놀란듯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며 떨고있었다.

아... 최악이다...







「카난언니... 언니?」


「으으응...」


나를 깨우는 리코쨩의 목소리에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며 일어난다.

온몸이 멍이라도 들은듯이 쑤시고 무겁다. 분을 못삭이고 술이라도 퍼마시고 들어와서 구석에서 구겨져 잔거겠지.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에 온몸의 뼈가 시리다.


「오늘은 출근 안하시는 날인가요? 벌써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오 카난언니 오늘은 안나가?」


아.... 어제의 일이 떠오르면서 마음이 괴로워진다.

어차피 짤렸겠지. 그런 난리를 피워댔으니.

어떻게 추천받아 들어간 자리인데 쿠로사와가에 면목이 없다.

참았어야 했는데... 왜 그 사람만 보면 이상한 감정이 들었던걸까.

어린애같이...


「어..언니? 잠깐만요 무슨일 있으세요?」


「언니 울어? 울어?? 울지마 울면안돼!」


「에... 운다니 무슨말을...」


동생들의 말에 얼빠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거울을 보니 멈추지도않고 눈물이 계속 흐르고있다.


「어.. 왜 눈물이 나오지... 읏... 아무일 없는데...」


어떻게하지... 리코쨩 피아노학원도 보내줘야하는데... 요우쨩 수영복도 사줘야 하는데...

치카쨩한테도 새 옷이라도 사줘야하는데...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읏...미안해...얘들아.. 언니가 바보라서 미안해...」


몇년동안이나 동생들앞에서는 강한모습만 보이기로 굳게 마음먹고 참아왔건만, 마음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다. 

미안해... 그말만 되뇌이면서 동생들을 껴안고 수년간 참아온 눈물을 쏟아낸다.


「언니...울지말아요... 저흰 괜찮으니까...읏..」


눈치빠른 리코쨩이니까, 아마 알아챈거겠지.


「카난언니 울지마... 흐아아앙」


내가 울자 전염병처럼 동생들도 덩달아 울음을 터뜨린다.

아... 정말이지 나는 최악의 언니다. 바보같아.





우는 동생들을 달래고 애써 아무일 아닌듯이 태연한척 하며 학교에 보낸뒤,

텅빈 방안에서 혼자 넋 나간 사람처럼 주저앉아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을 시작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 다시 막노동이라도 하러 나가야 하는걸까.

다이아나 다이아네 부모님의 얼굴은 어떻게 보지...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바보자식...천하의 멍청이같으니...」


그렇게 앓는소리로 내뱉으며 벽에 쿵쿵 약하게 머리를 찧고있을 즈음 벨소리가 울린다.


(누구지? 찾아올사람이 없는데. 요우쨩이 가방이라도 놓고갔나)


「예 나갑니다...」


힘없이 문을 여니 예의 그 금발머리가 서있다.

순간 불쾌한 기분이 몸을 덮친다.


「.... 뭐야 여긴 왜 온거야」


「출근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건가요?」


순간 속에서 또 불씨가 타오른다. 어차피 이녀석 더 이상 내 상사도 아니잖아?


「얼씨구 그 말 하려고 오셨어? 남 백수된거 비웃어 주려고? 어지간히도 성격 더러우시네

뒤끝없을줄 알았더니 짤린사람 비웃으려고 집까지 찾아오고」


언짢은 목소리와 표정으로 한껏 쏘아붙이고 나니 오하라가 한숨을 쉬며 입을연다.


「하아.. 생각해보니 먼저 해야 할일이 있었죠」


무슨소리야 이녀석? 그렇게 생각하려니 갑자기 그녀가 무릎을 꿇더니 절하듯이 머리를 숙인다.


「어?」


뭐하는거야? 순간 눈앞의 광경이 머리에서 해석되지 않는다.


「함부로 말해서 죄송합니다. 실수였어요. 당신이 가고 난뒤에 주변사람들한테 집안사정에대해 들었어요.

해서는 안되는말이 있는건데 전적으로 제 잘못입니다. 미안합니다」


「어?? 아니... 그게... 에...」


당황스럽다. 이렇게까지 할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먼저 험담을 시작해서 사건을 벌인것도 나였는데, 그 철부지 능구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무릎꿇고 자존심을 눌러가며 사과하고있다니...


아무말도 못하고 벙쪄서 서있으니 그녀가 곧바로 벌떡 일어나서 입을 연다.


「저는 당신이 해고됬다고 한마디도 한적 없습니다」


「에...」


「지금 당장 출근준비를 마쳐서 나오도록 하세요. 지금 가지않으면 정말로 해고해버릴 테니까요 do you understand?」


그렇게 멋대로 내뱉고는 휙돌아서 문밖으로 나가버린다.


「자..잠깐만!!」


잔뜩 당황한채로 덤벙대면서 옷만 주섬주섬 갈아입고 문밖으로 나오니

티비속에서나 보던 고급 외제차가 서있다.

이런거, 나는 평생 일해도 살수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얼굴을 찌푸린다.


「뭘 하는건가요? 빨리 타세요」


창문이 열리면서 오하라가 얘기한다. 아 이차 오하라의 차구나.

응 잠시만, 뭐라고?


「에?? 잠깐 당신차를 같이 타고 돌아가라고?」


「무슨 얼빠진 소리를 하는건가요, 빨리 타세요.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 지나가니까」


「아...알았어 재촉하지마!」


불편하다... 아니 좌석은 평생 경험해본적도 없을정도로 편안하지만...

뚱한 표정의 오하라랑 단둘이 차안에서 한마디 말도없이 출근이라니.

수십분 남짓한 시간이 마치 영겁의 세월이라도 되는 마냥 길게 느껴진다.

차라리 죽여줘.


쥐구멍에라도 숨어 들어가고싶다고 생각되는 아침이다.

=

급하게 억지로 쓰다가 전개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버려서 맘에안들고 수습도 불가능해져서 방치했던 문학 글 초기화 된김에 뜯어고쳐서 다시 써볼예정입니다

요번엔 페이스 좀 느려도 안싸고 꾸준히 써볼생각

ㅠ_________ㅠ

손님 파이팅 39.120.*.* 2017.05.05 03: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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