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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복구, 요하리리단편] 그날 본 그녀의 이름을 저는 아직 모릅니다.
글쓴이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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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02081
  • 2017-05-04 14:52:42
  • 39.120.*.*
그날 본 그녀의 이름을 저는 아직 모릅니다.


그날.
그녀를 처음 본 그날.
저는 첫 눈에 반하고 말았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마치 깊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섬광과도 같아서.
시선을 빼앗긴 찰나의 순간에 의미를 초월하여 저에게 충격을 주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분명 그 순간.
그녀에게 반했던 거겠죠.

~

벌써 하늘은 주황빛으로 물들었습니다.
기온도 점점 내려가면서 해가 짧아지는게 본격적으로 여름이 끝났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렇게 멍하니 하늘을 보며 늦은 귀가길에 오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콩쿨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연습을 했을 뿐이니까요.
하지만 요즘 들어 고민이 생겼습니다.
무언가 부족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야말로 ‘무언가’라서 정체조차 모르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연습은 하고 있지만...

-하아...

한숨이 나오는 건 막을 수 없습니다.
어깨가 무거운 느낌입니다.
마치 무언가가 올려져있는 듯한 그런 느낌이에요.

-툭

물리적으로 무거운 건 아니어서 부딪친 어깨가 뒤로 밀리며 몸의 균형이 흐트러집니다.

“죄송하...ㅂ...니.......다...............”
“...”

고개를 살짝 숙이며 사과하는 그녀를 본 순간 멈추려던 입을 어떻게든 움직여 끝까지 사과의 말을 완성시킵니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던 듯 멍하니 상대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검게 빛나는 머리칼, 높은 콧대, 갸름한 얼굴 등등.
그녀는 묘사할 거리가 많은 그런 사람이었지만 제 눈에는 오직 그녀의 눈동자만이 보였습니다.

자주색이 섞인 듯한 검은 눈동자는 차갑게 빛나고 있습니다.
공허한 듯한 시선은 허무를 담고 있습니다.
마치 인형의 눈동자같이 투명할 뿐입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요....
어째서 저는 그 무심한 눈동자에서 외로움을 본걸까요.
마치 어쩔 줄 몰라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어린아이와 같은 간절함을 본걸까요.
그녀는 이내 멀어졌고 저에겐 그녀의 등만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은 인파에 밀려 금방 없어졌습니다.
그녀는 누구일까요...?

~

약간의 두근거림에 잠을 잘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일부터는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는걸요.
벌써 타카미 치카라는 이름의 귀여운 여자아이와도 친해졌습니다.
귤 향이 감도는 기운 넘치는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보고있으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는 정말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멍하니 창밖의 밤하늘을 바라봅니다.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날 본 그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항상 밤하늘을 바라보면 그녀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그날의 느꼈던 충격을.
그날 온몸을 달리던 전율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했습니다.

어느새인가 그녀는 제가 바라보는 세상의 중요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한번 밖에 보지 못한 그녀지만 어째서 이렇게나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어지는 걸까요.
한번 만이라도 그녀를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며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합니다.
첫 날부터 지각할 수는 없는걸요.

~

하늘은 깨끗하고 바람은 시원합니다.
그린듯한 상쾌한 날씨가 펼쳐진 오늘.
치카에게는 미안하지만 혼자 등굣길을 걷고 싶은 기분이라 마음속으로 사과를 하며 발걸음을 옮깁니다.
어째서인지 평소보다 기분이 좋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주위를 둘러봅니다.
다행히 아무도 보이지 않아 콧노래를 부르며 가볍게 걸음을 옮깁니다.
그렇게 걷기를 얼마간.

저는 그녀와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

저와 같은 교복을 입고 있습니다.
소매길이가 짧은건 1학년... 이라고 치카에게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저보다 연하였나 봅니다.

그녀를 보고 있다 보니 그날의 충격과 전율이 다시금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날과 같이 바보처럼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바라고 바라왔던 상황이에요.
그동안 머릿속에서만 생각하던 모든 방법을 써서라도 그녀에게 다가가고 말거에요.

왜냐하면.
그녀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고 있었으니까요.
그토록 허무한 듯한 눈동자를 하면서도, 길 잃은 아이처럼 울고 있던 그녀의 모습을 봐버린 이상 외면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마 이런 저를 이해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겠죠.
단순히 길을 걷다 어깨를 부딪쳤으며, 사과를 했고, 단 한 번의 눈 마주침이 있었을 뿐인 관계인걸요.
그럼에도 저는 필사적인 기분이 되고 맙니다.

인형과 같은 눈동자가 저를 향하고.
목소리를 내어 제 이름을 불러주고.
가끔은 저와 관련된 것을 생각해주고.
제 어깨에 고개를 기대준다면.
그러면 혹시라도 그녀의 외로움은 없어지지 않을까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생각해버리고 말아요.
분명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겠죠.
하지만 괜찮습니다.

단 한번만이라도 그녀의 미소를 볼 수 있다면.
그 미소를 위해서라면.
그녀만을 위해 밝게 빛나는 하늘의 태양이 되고 싶습니다.

그녀를 처음 본 그날부터 저는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러니까.
한 걸음이라도 그녀에게 가까이 가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 생각하며 그녀를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언젠가는 보여줄 그녀의 미소를 위해서.

---------------------
원곡 윤하 - 작은 인형
아르피엘 세실 OST인데 게임보다 노래가 더 좋은건 대체...즈라아...

시간이 있다면 다른 글들도 봐주시면 고맙즈라!

요하리리단편



제꺼 요우 ss찾다가 우연히 발견.

왜 내꺼는 구글에서 안보여...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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