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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재업)[SS번역] 불행하게도 (요하마루)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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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01442
  • 2017-05-04 07:42:36
  • 14.37.*.*

불행하게도
不幸にも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992556



유치원 시절, 마루에게 있어서 도서실은 세상 그 자체였다.

한권 한권의 책에는 각각의 인생이 쌓여 있어서, 방대한 수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에 감동했다.

어떤 때는 용감한 왕자, 어떤 때는 붙잡힌 공주님, 또 어떤 때는 광대한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치는 인어……이런 마루라도 책을 펼치기만 하면, 이야기를 자아내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두근거림조차 느꼈다.

마루는 그 무렵부터 누군가와 함께 노는 것보다도, 혼자서 독서에 힘쓰는 쪽을 좋아했던 아이로, 놀이 시간이나 점심 시간, 낮잠 시간을 빼면 언제라도 도서실에 틀어박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그녀와 만난 곳 역시 도서실로--


「――쨩의 가위 이상해―」


유리로 된 도서실의 창문 밖에서 들려 온 것은, 몇 개의 천진난만한 웃음소리. 읽던 책에 책갈피를 끼우고, 별 생각없이 소리가 들린 방향을 쳐다보면, 대여섯명의 여자 아이들이 원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술래잡기인지 숨박꼭질인지, 좌우간 그런 놀이를 하기 위해 술래를 정해야 되서 가위바위보를 한건 좋지만, 그 중에 한명이 낸 가위가 이상한 형태였다……라는, 아마 그런 상황일 것이다.


「이, 이상하지 않아! 멋있는걸!」


『이상한 가위』를 낸 장본인일 것이다, 마루 쪽에 가까이 있던 흑발의--까마귀의 젖은 깃털색, 이었나. 아름답고 윤기 있는 흑색이다--여자 아이가 필사적으로 항의의 소리를 내며, 그 오른손을 드높이 내세웠다.

확실히 그녀의 그것은 「이상한 형태의 가위」였다. 검지와 중지를 펴는 원래의 가위와는 달리, 편 것은 엄지와 검지와 약지 3개로, 중지와 소지를 반 정도 구부리고 있는 역으로 만드는게 어려울 것 같은 형태로, 실제로 마루도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새끼 손가락을 구부리려고 하면 약지까지 같이 구부려져서 잘 되지 않았다.


「신기한 아이네유……」


무심코 중얼댄 솔직한 감상이, 흑발 여자 아이의 첫 인상이었다.

불만스러운듯 몇 번이나 발을 구르다가 그 다음에 두 눈을 덮듯이 손으로 가리고, 큰 소리로 천천히 1부터 수를 세기 시작했다. 그것과 동시에 주위에 있던 여자 아이들이, 교실에서 뿔뿔이 흩어져가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그 여자 아이가 숨박꼭질의 술래인것 같다.

자신의 가위를 바보 취급 당한 뒤에, 가위바위보에 지고 술래에 발탁된다니, 얼마나 불행한 여자애인걸까……그것이 그녀에 대해 느낀 두번째 인상으로-- 거기서 마루는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책으로 되돌렸다.

빤히 쳐다보는 것은 실례라고, 어린 마음에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마루에게 있어 세상은 도서실이니까, 그 여자 아이에게 흥미를 보이다니 욕심쟁이다, 라는 이상한 강박 관념이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필사적으로 그 아이를 잊어버리기 위해서 활자의 세계에 몰두하려 했다. 하지만, 호박 마차도, 당나귀 귀를 한 임금님도, 숲속에 있는 과자의 집도, 그녀의 흑발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거품이 된 인어처럼 무산되어--버려서, 그 때였다.


「……헤?」


열렬한 시선을 느껴 고개를 들면, 조금 전의 여자 아이가 지그시 마루의 세계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유리가 하얗게 흐려져 버릴 정도로 문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자색의 투명한 눈동자가 곧게 이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문을 열고 일체의 망설임 없이 마루 쪽으로 향해 오는 것을, 반쯤 멍하니 보고 있었던 것은, 아마 그녀에게 넋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윤기가 흐르는 새까만 머리카락을 한 여자 아이의, 그야말로 이야기 속의 공주님처럼 반듯한 외모에.


「찾았다」


책 속 보다 훨씬 재미있는 세계가 있다고 말하는 듯한 그 눈동자에, 한 눈에 반했다라고 생각해유.


「저기, 오라?」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하자, 여자 아이는 두리번 두리번 근처를 둘러보더니 「너 외에 누가 있는 거야?」라며 마루의 흉내를 내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전의 이야기를 헤아려 보면, 이 애는 마루가 숨박꼭질에 참가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해야 할까. 그렇지 않으면 실망시키지 않게 잠자코 그녀에게 맞춰주는 쪽이 좋을까. 생각한 것은 있었지만 갑자기 말 걸어진 것에 의한 긴장으로 말이 잘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눈을 내리깔고 생각하고 있으면


「됐으니까, 빨리 가자!」


그렇게 말하며 마루의 손을 휙 이끌었다. 반동으로 읽고 있던 책이, 책갈피도 끼우지 않은 채 작은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녀는 눈 깜짝할 사이에 마루를, 마루의 세계였던 도서실에서 데리고 나갔다.

그 여자 아이는, 마루를 지금까지는 본 적 없던 세계로 이끌어 주었다.


「있잖아. 너 이름이 뭐야?」

「오라……마루는 쿠니키다 하나마루」


반사적으로 대답하자 마자, 말해버린 것을 후회했다.

하나마루. 부모님께 받은 소중한 이름도, 당시의 마루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상한 이름이라고 놀림받은 적도 있었기 때문에, 꼭 조금 전 이 애의 가위 모양이 웃음거리가 된 것 처럼, 어쩌면 이 애에게도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불안해졌다.

하지만, 흑발의 여자 아이가 그 자리에 멈춰서서 돌아보면, 마루의 자그마한 불안 같은건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정도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하나마루!? 근사한 이름이네!」


보석을 연상시키는 투명한 눈동자에 압도되어 곧바로 반응할 수는 없었지만, 점점 자신의 얼굴이 붉게 물드는 것을 느꼈다. 이름을 칭찬받은 것은 가족을 제외하면 처음 있던 일로, 그것이 기뻐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 말로? 이상한 이름이 아니에유?」

「이상하지 않아. 엄청 근사하잖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자랑스레 말하니까, 마루도 자신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정말로 이상한 아이구나, 라고 그렇게 재차 생각했다.

만나고 아직 몇분 밖에 안 됐는데, 그녀는 마루의 세계를 바꾸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마루의 세계가 일제히 화려하게 물들어 간다.


「아, 당신의 이름은?」

「나? 나는--」


◇ ◇ ◇


「――역시 요시코쨩이다」


 불행을 느끼는 순간 이모저모.

 기대하고 있던 소풍이 비로 중지 되었을 때.

 길을 가던 중 트럭이 튀긴 물을 뒤집어 썼을 때.

 그것이 원인으로 감기에 걸렸을 때.

 감기로 학교를 쉰 날의 급식 메뉴에 초콜릿 케이크가 있었을 때.

 매번 적신호에 걸려 버릴 때.

 검은 고양이가 눈앞을 지나갈 때.

 한눈 팔아버린 탓으로 시궁창에 다리를 쳐박아 버렸을 때.

 나무에서 떨어지고 고교 데뷔에 실패했을 때.

 가위바위보를 하면 언제나 져 버릴 때.


「하나마루야, 유치원 이래네」


소꿉친구와, 재회 했을 때.


운명은 우연보다 필연이다……문득 머리를 스친 말이 누구의 말이었는지 떠올릴 틈도 없이, 벌꿀색 눈동자의 소녀는 얼굴을 이쪽으로 접근시켰다.

갈색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거기에 맞춰 그녀의 달콤한 냄새가 이쪽까지 풍겨와서 무심코 한 걸음 물러났다.

하나마루……하나마루라니 마루? 어째서, 어째서 마루가 여기에 있는 거야?

상황을 정리할 수 없었다. 아무리 머리를 돌릴려고 해도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온화한 미소를 띄우는 그녀가 나의 소꿉친구 쿠니키다 하나마루……마루라는 것은 틀림없는 현실인 것 같다.


「그 가위……역시 요시코쨩!」

「요시코라고 하지마! 알겠어? 나는 요하네, 요하네니까!」


그 자리에서 단숨에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정말로 불행하다, 심장이 기분 나쁠 정도로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왜 여기에서 재회해 버린 걸까. 이제 만나지 않겠다고,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걸로 좋다고 단념하고 있었는데, 어째서……

운명은 우연보다 필연이다. 그렇다면 그녀와 재회해 버렸다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불행은, 피할 수 없었던 운명은--


◇ ◇ ◇


 지나치게 부풀어버린 풍선은 터져버리는 것처럼, 마음을 지나치게 담아 버리면 간단히 망가져 버린다.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되기 전에, 언젠가는 손에서 놓아야 될 때가 있다.

 이제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런데도, 그것이 소중한 마음이라면, 둘도 없이 소중한 추억이라면.


「하……」


얼마나 달렸던 걸까.

원내를 뛰어다니던 유치원 시절이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평상시에 따로 단련하지는 않는 것이다. 장시간이 아니더라도 전속력으로 달리면 숨이 차는게 당연해서, 학교의 벽에 기대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어떻게든 따돌린건 좋지만, 도망치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는 이 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것 정도는 나라도 알고 있다.

우리는 같은 학년으로, 최악 같은 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학교 생활 범위가 겹치고 있는 이상 얼굴을 마주칠 기회도 많을 것이다. 그 때, 그 애는 조금 전 그랬던 것처럼, 태평하고 느긋한 미소를 나에게 향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나는……


「――찾았다」


꼭 유치원생들의 숨박꼭질에서 술래가 아이를 찾아냈을 때와 같은, 순진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움조차 느껴지는, 낯익은 목소리였다. 만났던 그 시절부터 무엇 하나 변함없는, 달콤하고 투명한 목소리였다.

얼굴을 들면, 목소리의 주인공인 소녀가……마루가, 나를 뒤쫓느라 흐른 땀이 뺨을 적시는 것도 신경쓰지 않고, 이쪽을 향해 수줍은 듯이 미소 짓고 있었다.

마루와 함께 나를(정확하게는 마루를, 이지만) 쫓던 트윈테일 여자애의 모습은 없었다. 도중에 놓친걸까, 그렇지 않으면 나를 쫓기 위해 일단 갈라진걸까.


「요시코쨩, 그런 곳에 있었구나」

「그러니까, 요하네라구」


다시 한번 도망치려고 해도 그런 체력은 남아 있지 않았고, 그럴 기분도 아니었다.

「실례합니다」라고 농담처럼 말하면서 내 옆에 앉는 마루를 가만히 지켜보았다.

나와 마루의 사이에 생겨난 약간의 간극은, 분명 9년분의 공백이다.


「저기, 요시코쨩」

「그러니까, 요하네」

「요시코쨩」

「요하네라니까」

「요시코쨩」

「요하네……」

「요시코쨩」

「……뭐야?」

「요시코쨩은 오라 기억해?」


눈을 치켜뜨며 묻는 그녀의 눈동자는, 불안한 듯 흔들리고 있었다.

왜 그런걸 묻는 걸까. 아까 내가 타인같은 태도를 취했으니까? 갑자기 도망갔으니까?


「……마루를 잊을리 없잖아」


하루도 잊은 적 없어, 라고 정면에서 고지식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솔직한 성격은 아니지만, 마루를 안심시키는데는 그 대답으로 충분했던 듯, 그녀는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설마 고등학교가 같다고는 생각 못했어」

「그렇, 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설마 또 만나게 되다니, 생각지도 못한 일 때문에 아직도 두근두근했다.

아아, 안된다. 지나치게 담아둔 마음은 간단하게 망가져 버리니까, 빨리 손에서 놓아야 하는데, 너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 이렇게도……


「저기, 마루는, 있지」

「에?」

「그, 잘 지냈어?」

「응, 응. 요시코쨩은?」

「그러니까 요하네……뭐 그런대로」


머리를 싸매고 싶어질 것 같은 평범한 질문을 끝마친 후에 찾아온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침묵이었다. 여학생의 권유 소리나, 먼 곳의 새 울음 소리마저 들려오는 듯한, 우리 사이에 흐르는 정적.

조금, 거북했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우리에게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합해서 9년간의 공백이 있고……하지만, 그렇다면


「……저기, 왜--」

「아―!」


갑작스레 마루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세가 지나친 나머지 스커트가 젖혀 올라가서 당황하며 눈을 돌렸다.


「무, 무슨 일이야?」

「루비쨩을 기다리게 했던 걸 잊고 있었어유!」


루비쨩……아마, 함께 있던 트윈테일의 여자애일 것이다.

말 하자마자, 마루는 왔던 방향을 향해 뛰어가려고 하다가, 뭔가 떠올린 것처럼 한번 더 이쪽을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요시코쨩. 뭔가 말하려고 했지?」

「그게……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왜 마루는 나를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어? ――그것을 묻는건 멋없겠지.

우울한 기분으로 그런 것을 생각해 본다. 꽤 시간이 지났는데도, 눈앞의 마루는 가려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 왜 그래 마루, 아직 뭔가 있어?」

「저기 그게, 하나만……있잖아, 대단한 일이 아니지만」


약간 부끄러운 듯이 스커트의 옷자락을 쥐고, 마루는 가만히 나를 응시했다. 당장이라도 빠져버릴 것 같은 벌꿀색의 달콤한 눈동자를 살짝 떨면서……


「마루도, 요시코쨩을 잊은적 없었어」


쭉 쭉 요시코쨩을 기억했어--그렇게 말하며, 만났던 무렵과 달라지지 않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나에게 향했다.


아아, 안된다. 그 미소를 볼 때 나는, 심장의 고동이 격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나치게 담아둔 마음은 망가져 버리니까, 그러니까 놓아버려야 하는데.


「3년간 잘 부탁해, 요시코쨩」


나는 여자 아이로, 마루도 여자 아이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단념하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요하네라니까」


불행하게도, 나는 다시 한번 당신에게 사랑을 한다.

김데몬 2017.05.04 07:43:37
퓨처즈라 2017.05.04 07: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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