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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재업)[SS번역] 체리上 (리코마키)
글쓴이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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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글 주소
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01407
  • 2017-05-04 07:24:05
  • 14.37.*.*

『체리』
『チェリー』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915406



epilogue for Maki


【영어 1】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세계사】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국어】


 1위 니시키노 마키 96점


 ………


고교 2학년. 5월. 1학기. 중간 시험. 전 과목 1위. 당연해. 중얼거리는 목소리와는 반대로, 마음 속이 텅 비어버린 것을 아플 정도로 자각하며 더욱, 나는 『당연해』라고 반복했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런거 알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게 되면 『마음의 눈』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마음의 눈』만으로 보았을 때, 그것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재차 알게 된다.


 ………


「마키쨩. 지금부터 신입생이랑 달리기 연습하러 갈껀데, 오늘도 음악실?」


부장인 하나요에게 불려서 돌아보았다. 2학년이 되고 나서는, 나는 작곡에 전념하기로 결정해서, 스테이지에 서기 위한 연습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오늘로 끝내고 싶다. 텅 비어 버린 마음을 채우는 것은, 역시 충실한 『지금』밖에 없으니까.


「가자. 오늘부터 달릴거야」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별로. 다른 곳을 보며 얼버무렸다. 블레이저 코트의 주머니 안에서 스마트폰을 꽉 쥐었다. 조금 전에 받은 메일에는 이런 것이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나도 질 수 없다.


『나, 스쿨 아이돌 해볼거야!』


1


【1 학기 중간 시험 성적 우수자】


【수학 A】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수학 B】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


당연하지. 중얼거렸다. 중얼대며 안심했다. 이전에 시험에서 100점을 받고 기뻐한 것은 언제였을까. 아마 시험 점수를 게시하게된 뒤로 최초 3회 정도. 경험이 없는 사람은 모를 수도 있지만, 3번이나 연속해서 100점을 받으면, 이제 100점은 안도의 대상밖에 안된다.


과연 마키다. 과연 니시키노씨. 그 말의 뒷면에 있는, 100점이 아니면 큰일이라는 중압, 니시키노씨가 100점이 아니었을 때를 보고 싶네 라고 하는 질투. 시험의 답안 전부를 백지로 내고 싶다고 생각한건 한두 번이 아니었다.


 ………


【물리】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화학】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


당연하지. 중얼거리면서 한숨을 돌렸다. 부모님이 의사에, 의학부를 목표로 하는 자신이 수학이나 이과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 솔직히, 스쿨 아이돌을 시작한 탓에 공부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만약 성적이 떨어졌을 때, 스쿨 아이돌의 탓이라고 부모님이 생각하면, 『그런거 그만둬』라고 말할 것이다. 학년 1위의 성적을 대신할 무언가 같은건,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그래도, 아이돌을 그만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계속 『니시키노씨』로 불려오며 멀리되었던 자신을, 이름으로 부르며 동료가 되어준 사람들이 나타났는데. 모두와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체험하는데.


 ………


【영어 1】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영어 2】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


엣? 위에 타인의 이름이 있어서 놀랐지만, 그저 출석 번호순이었다. 좋아 좋아 괜찮아.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처음보는 시험이라 걱정했지만 괜찮아.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100점이 당연한 니시키노씨』라는 상표를 뗄 찬스다. 하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진작에 했다. 점수벌레 같아서 타인에게는 말할 수 없지만, 동그라미밖에 없는 답안지의 기분 좋음을 누구보다 알고 있다.


 ………


【일본사】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6점


 ………


무심코 혀를 찼다. 암기 과목으로 떨어뜨리지 마, 나. 울컥해서 옆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역시 시험 공부를 하면서 작곡하는건 그만두는게 좋았다. 그래도, 가진 곡이 1곡 뿐인 아이돌은 촌스럽다고 생각해서, 신곡을 2개 정도 생각하느라 피아노에서 멀어질 수가 없었다.


100점 받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일을 찾아낸 것은 틀림없으니까.


 ………


【고문】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5점


【국어】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4점


 ………


거기서 차가운 기운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갔다. 교실 뒤에 게시해놓은 『학년 베스트 5』 까지의 순위표 앞에 내내 서있었다. 내 위에 있는 이름이 모두 같다는 것을 두 번이나 확인했다. 뭐야 이거. 잠깐. 무슨 일이야. 뭐인거야 이거. 의미 모르겠는데.


가깝기 때문에 선택했을 뿐인, 진학교도 아닌 국립 고등학교의 정기시험에서, 게다가 1학년 1반 뿐인 불과 37명 중에서, 설마 내가 종합 1위가 아니라는건, 있을 수 없지!?


「역시 마키쨩이다냐!」

「굉장해~! 1위랑 2위밖에 없어!」


뒤를 돌아보자, 아이돌 동료인 린과 하나요가 감탄하는 눈으로 순위표를 보고있었다. 감탄받는 것에는 익숙해져 있지만, 이 정도의 친밀감으로 가득찬 얼굴로 감탄받은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100점이 아닌』것에 아무런 의문도 갖지 않는 것이 기뻤다.


『사쿠라우치는, 어떤 아이?』


아직 5월 중순. 클래스메이트의 얼굴과 이름조차 일치시킬 수 없었다. 『코이즈미』하나요라면, 입학식 후에 한 홈룸에서 자리가 앞뒤였을 것이다. 혹시 기억하고 있을지도. 물어 볼까. 생각하다가 그만뒀다. 성적에 관해서는 『누군가』를 의식한다고 생각되고 싶지 않았다.


1위인게 당연하지. 폐교 직전인 고등학교의 37명밖에 없는 클래스잖아.


자신을 타일렀지만, 1등상을 받을 수 없다는 공포로 식은땀이 멈추지 않았다.


 ………


【종합】


 1위 니시키노 마키


 ………


하루 뒤 종합 순위가 게시되었을 때, 안도해버린 나머지 주저앉을 뻔했다. 그리고 그 때는 이미, 나를 역대 최고로 몰아넣은 사람에 대해서, 수업 때 지명된 것을 계기로 기억해두었다. 사락 사락 소리가 날 것만 같은 긴 머리카락. 호리호리한 스타일.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투명감이 있는 미인. 이런 아이, 있었나? 최초로 느낀 것은 그런 감상이었다.


음지에서 피는 꽃이 있다면, 그녀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 날, 수업이 끝난 후, 나는 평소처럼 음악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평소처럼. 그렇게 말하지만, 아이돌로서 기초 체력 만들기나 댄스의 연습을 하고 있어서 일주일만이었다. 피아노는 집에서도 연주할 수 있으니까, 『μ's』의 멤버와 보내는 시간을 우선하는 것도 당연했다.


다만, 이 날은 피아노를 만지고 싶은 기분이라서 음악실에 왔다.


문을 열기전, 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을 창 너머로 알아차렸다. 물론 피아노는 내 사유물이 아니니까, 누가 연주해도 상관없지만, 다른 사람이 그 피아노를 쳤던 기억이 없기 때문에 의외라고 느꼈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자, 언제나 내가 앉는 장소에, 긴 머리카락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파랑의 리본. 덧없어 보이는 온유한 이목구비. 우유빛 뺨. 주위를 감싼 조용한 공기.


사쿠라우치 리코. 방금 전까지 나를 몰아넣었던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사쿠라우치씨, 던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 물어보자, 그녀는 나쁜 짓을 한 듯한 얼굴로 일어섰다.


「앗, 미안. 피아노, 지. 금방 비켜줄테니까」

「별로. 괜찮아. 모처럼인데 들어도 괜찮아?」


이 시점에서, 사쿠라우치 리코가 적일까 아군일까를 물어보면, 틀림없이 『적』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는 3살 무렵부터 10년 정도 피아노를 연주해왔다. 적성 인물이 나의 특기분야에 무방비하게 들어왔으니까, 그것을 붙잡지 않을 이유는 없다, 라는 것이다.


「들려줄 정도로 능숙하지 않아」

「괜찮으니까 연주해. 별로 나라고해서 능숙하진 않아」


부탁이라기 보다는 명령을 하며 의자 하나에 걸터앉자, 사쿠라우치는 곤란해하는 얼굴로 재차 앉아서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클래식을 연주할거라고 태세를 취했는데, 그녀가 선택한 것은 무려 『동요』였다. 유치원 선생님이라도 되려는걸까. 그녀의 상냥한 연주를 보고 생각했다. 지금이라도 당장 아이들 앞에서 노래할 것만 같은 표정을 보고, 『적』이라고 간주했던 의식이 옅어졌다.


대략 10분. 3곡을 연주한 뒤에 그녀는 주뼛주뼛 이쪽을 보았다. 초대면의 동갑인 사람에게 1대  1로 음악을 피로하다니, 반대의 입장이었다면 조금 견딜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비겁하다고 생각해, 나는 사쿠라우치와 자리를 바꿔서 피아노 연주를 하기로 했다.


그것도 또 비겁한 일이었다. 이 시점에서, 내 쪽이 훨씬 더 능숙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똑같이 3곡. 클래식 안에서 자신있는 곡을 선택해서 연주했다. 실수가 없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자신있는 곡만을 선택하게 했다. 힐끗 사쿠라우치의 얼굴을 엿보면, 패배감은 추호도 없고, 콘서트가 끝난듯한 얼굴을 했다. 그 그늘이 없는 표정을 보고 깨달았다.


사쿠라우치는 나와 무언가를 겨룰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계속 연주했어? 피아노」

「5살 때부터 학원에 다녔지만, 맨션이니까 피아노를 둘 수 없어서. 그래서 주 1회밖에 못 했어. 여기에 있는 피아노를 칠 수 있다고 들어서, 오늘 처음 온거야」


싸움을 걸었다는게 부끄러워서 물어보면, 사쿠라우치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주 1회밖에 연주하지 않은 상대에게 싸움을 걸었다는 것이 다시금 부끄러워졌다. 그런가. 그러니까 그렇게 즐거운 듯이 치는걸까. 깨달았다. 그녀의 음악과 자신의 음악은 다른 곳에 있어서, 적의가 사라졌다.


「니시키노씨는?」

「집에 피아노 있어서, 3살 때부터 선생님을 붙여서 배웠어」

「좋겠네」


질투없이 부러워하는 목소리가 『예뻐서』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하나요에게 목소리가 『예쁘다』라고 말했을 때는 적잖이 담아두고 있었지만, 사쿠라우치의 목소리는 솔직하게 그렇다고 생각했다. 피아노에서 떨어져 근처의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중간 시험, 어땠어?」

「어떻다니?」


고개를 기울이면서 느긋하게 되묻는다. 긴 생머리가 사락 사락 소리를 내는 것 같다. 아이돌 동료의 소노다 선배도 그렇지만, 곧은 롱은 부럽다. 자신의 곱슬머리가 거슬렸다.


「영국사 전부 만점인데 베스트 5에 안 들어가다니 있을 수 없지?」

「수A가 8점이고 수B가 12점이라면?」


사쿠라우치가 킥킥 웃었다. 『8점』이라던가 의미를 알 수 없어서 웃어버렸다.


「뭐야 그거. 잘도 그걸로 오토노키자카에 합격했네?」

「모르는거야? 너무 수험자 수가 적어서, 시험친 사람 대부분이 합격했어」


나중에 안거지만, 자신과 책상을 늘어놓고 수험에 임한 것은 불과 43명이었던 것 같다. 거기까지 매력이 없는 학교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수험생이 모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도 일단은 국립 고등학교니까, 뭐든지 프리패스로 합격시키기지는 않겠지.


폐교를 거론한 것도 이해한다.


「수학 싫어하는거야?」

「응. 싫어해」

「그럼, 사쿠라우치씨는 뭐를 좋아해?」

「리코로 좋아」


리코. 입에 담았다. 사쿠라우치 리코. 5자의 성씨와 2자의 이름이 언밸런스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나도 마키로 좋아」

「마키쨩?」

「『쨩』같은건 필요없어. 『마키』로 좋아」


마키. 리코의 요비스테가 고막에 스며들었다. 어쩌면 동갑이 요비스테한 것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μ's』의 소노다 선배만은 요비스테를 하지만, 다른 멤버는 『쨩』을 붙여서 부른다. 마키쨩. 그렇게 불리는 것은 솔직히,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난 순간부터 쭉, 아버지의 병원에 관련된 모든 사람에게 『마키쨩』이라고 불려와서 지긋지긋하니까.


「방금 전의 이야기인데」

「아, 좋아하는 것? 지금, 잠깐 괜찮아?」


리코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얌전한 하나요보다도 스커트가 길었다. 스포츠와는 인연이 없어보이는 가녀린 손을 뻗어 권해왔다. 마찬가지로 가녀린 다리를,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도착한 곳은 같은 층에 있는 미술실이었다.


「여기」

「괜찮아? 미술부가 쓰고 있지?」

「엣? 하지만 나, 미술 부원이야?」


리코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먼저 말하라구. 입을 삐죽 내밀었다. 유화 도구의 기름 냄새는 좋아하지 않지만, 발을 들여놓아도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생생함은 풍겨오지 않았다. 물론 그림 도구의 냄새는 난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아무도 여기서 유화를 그리지 않은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다.


「선배는 없어?」

「고문 선생님께 들었는데, 선배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데 빠진 것 같아」

「뭐야 그거. 본적 없는거야?」

「없어. 그래도, 입부서를 내면 이 부실 사용해도 되잖아?」


그렇게 말하면, 음악 부원도 아닌데 피아노를 쓰고 있는 자신 쪽이 제멋대로다. 얌전해 보이면서, 의외로 행동력이 있는걸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면, 자신이 분수에 맞지 않는 아이돌을 시작한 것처럼, 리코도 『무언가 바꾸고 싶어』라고 생각해 자신을 몰아세우고 있는걸지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건 이거야」


리코는 안쪽에 있는 선반에서 한 장의 액자를 꺼냈다. 스케치북 사이즈의 수채화를 정성스럽게 액자에 넣은 것이었다. 거기에 그려진 것이, 오토노키자카의 정문에 이어지는 벚꽃길이라는걸 곧바로 알았다. 만개의 벚꽃을 본건 입학식 무렵이니까, 입학하자마자 그린 것이 틀림없다.


그림은 잘 모른다. 모르기 때문에, 느낀대로 말했다.


「정말 상냥한 그림이라고 생각해. 그래도, 완성했는데 집에 가지고 돌아가지 않는거야?」

「맨션에는 그림을 둘 공간이 없으니까. 거기에 선배들이 유령 부원이고, 후배가 더 이상 들어 오지 않으면, 여기는 나만의 아틀리에잖아」


리코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가라앉은 눈동자의 안쪽에는 분명히 외로움이 담겨 있었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아틀리에라고 강한 척하고. 혼자서 기쁜듯이 동요를 연주하고, 혼자서 문과 과목을 전부 만점 받고, 혼자서 수학을 8점 받고. 『역시』라고 감탄받는 일도, 『뭐야 그거』라고 웃어지는 일도 없이.


버튼을 하나 잘못 끼웠으면 자신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순간, 가슴이 괴로워졌다.


「마키는? 피아노 외에 취미가 있어?」

「취미정도는 아니지만, 망원경으로 별을 보는건 좋아해」

「도쿄에서 그렇게 별이 보여?」

「여기선 보이지 않지만, 산 쪽에 별장이 있어서」


평범하게 대답하자, 리코는 영리해 보이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키는, 혹시 초 아가씨?」

「별로. 부모님은 병원을 하고 있지만. 리코는, 어딘가에서 이사 왔어?」


역시 『우리 병원 몰라?』라고는 말할 수 없어서, 에둘러 물었다. 리코는 끄덕이며, 도쿄를 떠난 적은 없지만 이사는 몇 번인가 했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중학생 때의 친구와는 소원해졌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인생을 네거티브하게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리코의 미덥지 못한 용모와 호리호리한 신체를 덮고 있는 공기는 결코 밝은 것이 아니었다.


「그래」

「망원경으로 본적은 없지만, 플라네타리움은 좋아해」

「흐응, 가본적 없어」

「다음에 가볼래?」


응. 처음으로 마주보고 대화한 상대의 권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리코가 긴 머리카락을 이쪽으로 향한채 액자를 선반에 돌려 놓으려 했다. 그 상태로, 등을 돌린 자세로 말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아. 라는 말 알아?」

「어린 왕자?」


초등학생 때, 산타씨가 선물해준 책이다. 틈을 내서 몇 번인가 읽었다.


「그래. 플라네타리움에서 줄거리를 듣고 책을 읽었어. 소중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봐야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등을 돌리면, 함께 있는 사람의 일조차 아무것도 알 수 없어」


「그건 다르다고 생각해. 우선 자신의 눈으로 제대로 보고, 마지막에 마음의 눈도 사용하라는 거야」


자신의 대답을 돌려주자, 리코는 긴 머리카락을 흔들며 돌아섰다.


양지의 미소를 피어냈다.


「역시 학년 1위는 다르네!」

「다른게 당연하잖아?」


학년 1위라고 들으면 짜증나는데도, 리코의 말에는 불쾌한 부분이 일절 없었다. 무엇보다, 그 학년 1위를 3과목이나 상회한 리코에게, 공부만이 아니라 음악이나 미술도 할 수 있는 리코에게, 그 다재를 혼자서 껴안고 조용히 웃고 있는 리코에게, 대항심을 넘어 친근감을 가졌다.


그건 린이나 하나요나 선배들에게는 가질리 없는 감정으로, 그래서 『같이 아이돌을 하지 않을래?』라는 경솔한 권유 문구는 마음 어디에서도 떠오르지 않았다.


2


【1 학기 기말 시험 성적 우수자】


【영어 1】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영어 2】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일본사】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7점


【고문】


 1위 사쿠라우치 리코 98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6점


【국어】


 1위 사쿠라우치 리코 98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5점


 ………


작년까지의 자신이었다면 눈을 치켜올리고 분해했을 것이다. 100점을 받지못한 것과 누군가에게 위를 빼앗긴 것 양쪽 모두에 분노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눈 앞에 붙여진 이름과 숫자의 배열에는 어딘가 상쾌함조차 느꼈다.


「왜 웃는거야?」

「2위란건 의외로 짜증나지 않아서」

「후후, 나외의 누군가가 1위라면?」

「짜증나」


중간 시험 때처럼 붙여진 순위표 앞으로 리코가 찾아왔다. 순위를 신경쓰지 않는 그녀에게 있어, 여기에 붙여진 종이는 아무 의미도 없다.


「우냐아아아! 마키쨩 고맙다냐!」

「붸에!?」


그 때, 갑자기 뒤에서 껴안겨서 기묘한 소리를 내버렸다. 표정을 가다듬고 되돌아 보면, 린이 만면의 미소로 허리에 매달려 있었다. 36점과 39점. 2장의 영어 시험지를 팔랑팔랑 흔들며 웃고 있다. 그래. 낙제점(20점 미만)을 받으면 『러브 라이브!』 출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이사장의 통지를, 영어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서툴렀던 린이 어떻게든 클리어한 것이다.


뭐, 그 도움을 듬뿍준 탓에, 내 쪽은 평소 이상으로 시험 공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험 공부에 매달리느라 자신의 성적을 떨어뜨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정말 살았다냐! 죽는구나 생각했다냐! 인생 최고로 긴장했다냐!」

「알았다니까. 2학기부터는 매일 수업을 제대로 듣도록 해」

「겨우 신체를 움직일 수 있다냐! 댄스 연습에 가자냐!」

「네네. 하나요랑 먼저 부실에 가있어」


린의 어깨를 퐁 떼어냈다. 린은 고양이처럼 재빨르게 움직여서 하나요에게 달라붙었다. 린이 멀어진 것을 확인하고 근처를 둘러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없으면 미술실이나 음악실이겠지. 책가방을 어깨에 매고 계단을 올라갔다. 미술실의 문을 살짝 연다.


이젤을 펼치고 그림 준비를 하고 있는 리코가 긴 머리카락을 흔들며 돌아보았다.


「아무 말 없이 사라지지마」

「싫은거잖아? 나랑 친구라는게 호시조라씨에게 알려지는거」

「싫다던가 그런게 아니야」


그럼, 어째서 리코를 린이나 하나요에게 소개하지 않는걸까. 자문해보면 막혔다. 하복의 겨드랑이 아래가 땀으로 축축해지는 미술실 안에서, 리코는 시치미 떼는 얼굴로 캔버스를 조절한다. 이젤의 방향에는 오래된 꽃병이 한 개 놓여 있었다. 이 더위 속에서 낡은 꽃병을 그리는 것에 의미는 없겠지.


여기선 암묵적으로 말을 걸어야 한다는걸 알았다.


「뭐야 여기. 에어컨 되는거야?」

「고장났나봐」

「고쳐달라고 하면 되잖아」

「부장을 통해 학생회에 신청하고 싶어도, 부장이 누구인지도 모르는걸」


리코가 고집을 부리고, 교복은 등에 들러붙는다. 어떻게 봐도 기분이 나빠 보이지만, 그 이유를 알아챌 만큼 깊은 교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5월 중순에 처음으로 대화했고, 지금은 7월 중순. 2개월이라고는 해도 『μ's』의 연습이 거의 매일 있는데다가, 주말은 피아노 레슨도 있고, 공부도 매일 한다.


「리코. 뭐 때문에 화가 난거야?」

「호시조라씨, 엄청 기뻐했지」

「응. 낙제점을 받으면 『러브 라이브!』에 참가할 수 없으니까, 영어를 가르쳤어」

「그런가. 다행이네. 낙제점 같은걸 받으면 위험한걸」


리코가 입가를 올렸다. 찌는 듯한 더운 공기 속에서 늘어져 있던 머리가 갑자기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늦었다. 리코는 생글생글 웃으며 가방 안을 바스락 바스락 뒤졌다. 곧 2장의 종이를 꺼내서, 4번 접혀있던 그것들을 펼쳐 나에게 내밀었다.


『수학 A』 9점

『수학 B』 11점


「올해도 무더위인데, 마키가 차가워서 전혀 덥지 않아」

「미안」

「괜찮아. 마키가 아이돌로 노력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괜찮아. 2주정도 보습이 있고 마지막에는 추가 시험이 있지만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 8월부터 시작하는 여름 방학도 좋다고 생각해」

「저기, 추가 시험 때 괜찮도록 수학 가르쳐줄테니까」


「그 대사, 시험 전에 듣고 싶었어」


일방적으로 당하다가 미술실에서 도망쳤다. 땀투성이로 아이돌 연구부의 부실에 가던 도중, 스마트폰이 부르르 진동해서 꺼냈다. 『미안합니다. 화풀이였습니다.』 정중한 자백에 쿡 웃었다. 어쩌면 리코에게 휘둘리고 있는 자신을 알려지는게 부끄러워서, 그녀를 린이나 하나요에게 숨기는걸지도 모른다.


 ………


여름 방학이 시작한다.


지금까지 실컷 적대해온 학생회장이 동료가 되었다. 어렸을 때 발레를 본격적으로 했고 가창력도 멤버 중 발군인 그녀의 참가에 의해, 『μ's』가 한층 레벨업한 것은 틀림없다. 동시에, 실은 『μ's』의 이름을 지어주고 우리들을 쭉 지켜봐왔던 부회장이 가입한 것으로, 9명으로 늘어난 동료들의 정신적인 서포트도 가능해졌다고 생각한다.


『러브 라이브!』를 향하여 본격 시동이지만, 현재의 목표는 오픈 캠퍼스에서 지지를 얻는 것. 내년에 수험하는 중학생들에게, 오토노키자카가 입학할 가치가 있는 고등학교라고 인정받는 것이다.


『μ's』의 연습은 아침 9시에 시작해, 점심을 먹고 4시쯤에 해산한다. 물론 전원이 매일 모이는 것은 아니다. 예정이 있는 사람, 아르바이트가 있는 사람, 그 밖에 동아리를 하고 있는 사람. 여러가지가 있어서, 라인을 주고받으며 시간이나 메뉴를 조정했다.


「애초에 인수분해는 무엇인가?」

「무엇인가? 가 아니야. 수업 듣는거야?」

「왠지 수학인데도 숫자의 비율이 적어서 의미 모르겠어~」

「흉내내지마」


집에 용무가 있어. 나는 모두에게 그런 거짓말을 하고 오후에 도서실로 왔다. 죽을만큼 더운 옥상에서 냉방이 훌륭한 도서실로 들어가 서늘한 공기를 전신으로 받았다. 오전 중, 수학 담임에게 철저한 보습을 받은 리코에게는, 오늘 정도는 보습의 보습을 받게 해주자.

·
그렇다 치더라도, 영국사는 대부분 만점인데, 왜 수학을 못하는거지. 이해하자는 기분도 안드는걸까. 나랑은 다른걸까. 좋아하니까 공부할 뿐이고, 공부를 좋아하지는 않는걸까. 그래서 공부의 결과인 성적에는 흥미가 없는걸까.


「오오, 조금 이해했을지도」

「이해못해도 되니까 재미있다고 생각해봐」


리코가 고개를 들었다. 여름인데도 전혀 햇볕에 그을리지 않은 투명한 얼굴. 가늘고 우유처럼 새하얀 팔. 미덥지 못한 용모인 주제에 조금 째진눈. 붉은 기가 도는 마론 브라운의 머리카락. 오랫만에 가까이에서 본다. 적어도 여름 방학에 들어와서 처음이었다.


「아~아, 도시락 적었으니까 배고파졌어」

「마마가 만들어주는 거야?」

「스스로 만들고 있어. 그보다, 『마마』라고 했어?」

「뭐야. 뭐가 이상해?」


리코는 가방에서 주머니 자루를 꺼내서, 2단의 작은 도시락통을 보여주었다. 물론 먹은 후니까 열지는 않았다. 도시락. 거의 매일, 매점에서 빵을 사먹는 자신에게는 인연이 없다.


「리코는 요리도 할 수 있어?」

「요리는 비교적 자신있어. 만들어올까?」


고개를 끄덕이며 여러가지 일을 생각했다. 점심은 기본적으로 부실에서 먹는다. 혼자서만 빠져나와 먹는 것은 어렵다. 어렵지는 않지만, 혼자서 특별한 행동을 취하면 모두가 쫓아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요일에 일부로 도시락을 손에 들고 피크닉을 하는, 그런 캐릭터도 계절도 아니다.


「서투른 음식이나 좋아하는 음식 있어?」

「먹을 수 없는 부분이 많은건 싫어」

「그렇게 귀찮은건 도시락에 안 넣어. 좋아하는 음식은?」

「토마토. 방울 토마토라도 괜찮아」

「알았어. 토마토구나」


그래도, 리코가 자신 있다고 한다면 모험을 해서라도 먹어보고 싶다.


「있잖아, 『집의 용무』는 그다지 연발할 수 없으니까, 다음 주 끝 무렵이라도 괜찮아?」

「좋아. 덕분에 다음 주도 쭉 학교에 와야하고」

「미안」

「괜찮아. 선생님께 5일 동안 배운 것보다, 마키에게 3시간 동안 배운 쪽이 이해하기 쉬웠으니까. 그 대신, 다음 주 금요일에 또 5일분 가르쳐줘」


알았어. 다음 주는 점심 조금 전에 약속이네. 도서관이니까 작은 목소리로 의논했다.


「내일은 토요일인데도 연습이야?」

「응. 죠깅이나 근력 트레이닝을 하고, 점심에는 모두와 놀러가는 느낌」

「죠깅은 신사의 계단에서 하지. 보습이 없는데 보러가도 될까?」


리코가 깊은 관심을 가진 얼굴로 물었다. 연습을 보고 싶다고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옥상은 덥다든가 말해서 넌지시 거절해왔다. 거절해버리는 이유도 대강 알아차렸다.


「안 돼」

「왜?」

「거기는 안면도 없는데 갑자기 가슴을 주물러 오는 치한이 나오니까. 그것보다 무서운건, 억지로 손을 이끌고 미지의 세계로 끌어들이려고 하는 요괴들이지만」

「에엣? 낮부터 치한? 뭐야? 요괴? 왜 그렇게 진지한 얼굴인거야? 마키, 진심?」


리코가 조그마한 입을 손으로 감추며 웃었다. 킥킥 어깨를 떨면서 웃고 있었다. 리코는 웃었지만, 나는 정말로 『모두』라는 이름의 요괴들을 두려하고 있었다. 음지에서 조용히 피어있는 리코가 『함께』라는 주문으로 양지에 끌려나오는 것이 무서웠다.


 ………


『용무가 있어서 점심 때는 돌아갈게』


다음 주 금요일, 나는 연습을 시작하기 전에 라인으로 선배들에게 전해두었다. 물론 다른 사람과 연습량에서 차이가 날테니까, 월요일~목요일 사이에 착실히 노력했던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아침부터 30도가 넘어가는 더운 날로, 옥상은 이제 달걀 후라이를 구울 수 있을 것 같아, 점심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녹초가 되었다.


「오전은 여기까지 하자」


학생회장인 에리가 손뼉을 쳤다.


「호노카 죽어! 오후에는 수영장에서 연습하자! 응, 코토리쨩!」

「그것도 좋네~!」

「무슨 말을 하는겁니까. 오픈 캠퍼스의 라이브는 한낮에! 옥외에서! 30분이나! 합니다. 실전에서 30분 움직이려면, 3시간은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연습해야 합니다. 9시부터 12시까지 연습. 13시까지 휴식. 13시부터 16시까지 연습. 알았나요?」


호노카가 도망갔지만 우미가 그것을 붙잡는다. 평소의 교환.


「그럼, 부실에 돌아가서 점심 먹을까∼」


부회장인 노조미가 모두를 에어컨이 있는 부실로 유도한다. 거기에서 도시락을 펼치거나, 매점 빵을 사와서 먹거나, 아침에 올 때 편의점에서 산 주먹밥을 먹거나, 각자 좋을대로 한다. 그러는 사이에, 사전에 돌아간다고 전해두었던 나는 모두의 사이에서 빠져나와 탈의실에 가려고 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돌아갈게」


OK. 예정대로. 안심한 순간,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잠깐. 그렇게까지 서두르지 말고 점심 정도는 먹고 돌아가는게 어때?」


3학년. 부장인 니코가 반쯤 뜬 눈을 향해왔다. 점심을 먹기 위해 돌아가는건데, 점심을 먹어서 어쩌자는 거야. 라고는 물론 말할 수 없었다. 상정외의 지적에 말이 막혀버려서, 조금 더 요령 있는 변명을 하면 좋았을텐데 순간적으로 후회될정도의 서투른 대사로 회피했다.


「점심은, 괜찮아. 그렇게 배고프지도 않고」


그 때, 타이밍이 나쁘게, 텅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버렸다. 부끄러움보다는 궁지에 몰린 기분이 앞섰다. 그리고 더욱 나쁜 일이 겹쳤다.


「거~봐, 배가 텅 비었잖아! 그런 마키쨩에게, 오늘은 니코니- 특제 도시락이 있어! 수줍어하지 않아도 되니까 감사하도록 해!」


어째서. 목소리를 내지않고 멈췄다. 어째서 『점심에 돌아갈게』라고 미리 말했는데 도시락을 만들어 오는거야. 도서관에서 약속한 리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렇게 될꺼였다면 당당하게 친구와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말했으면 좋았을텐데, 니시키노 마키에게 그런 친구가 있다고 알려지면 그것만으로 사건이 된다.


「오옷, 니콧치의 애처 도시락?」

「매일 빵만 먹고 있는 건강하지 못한 의사씨가 제 구실도 못할까봐 걱정하는거야!」

「호노카는 빵만으로도 괜찮아!」

「호노카 집의 식사는 제대로 균형을 잡고 있어서 괜찮습니다」


소란스러워져서 냉정함을 잃어버렸다. 수학은 만점인데도 도망칠 길의 만점은 찾을 수 없었다. 선배가 만든 것을 먹고 싶지 않다고는 말할 수는 없다. 모처럼 9명이 되었는데 삐걱대는건 안된다. 바다의 별장에서 합숙도 하고, 선배 금지라는 룰도 만들어, 결속을 굳히고 있는 때다.


그래도, 오늘만은 안되는데. 오늘만 아니었다면 언제라도 괜찮았는데!


「미, 미안. 약속이 있어서. 정말로 서두르고 있으니까. 니코쨩 미안」


모두의 분위기가 이상해졌을쯤 손을 모아 사과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8명을 내버려 두고 부실을 나왔다. 그리고 탈의실로 달리면서 스마트폰을 터치했다. 『탈출에 실패했어. 미술실로』 짧은 메세지를 만들어 리코에게 보냈다. 『괜찮아? 알았어』 답장을 확인했다.


호기심에 뒤쫓아 온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너무 진지한 탓에 반대로 걱정하며 쫓아올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더라도 약속 장소인 도서관과 매점은 너무 가까웠다. 호노카들 빵조가 금방이라도 사러 온다. 8명이 부실에서 잠시 냉방을 즐기는 사이에 리코와 합류해서, 어딘가 비어 있는 교실에서 먹으려고 했던 당초의 아이디어는 무너져버렸다.


땀투성이의 연습복을 꾸깃꾸깃하게 뭉쳤다. 모자나 져지도 가방에 밀어 넣었다. 서둘러 교복으로 돌아와서, 신중한 동작으로 탈의실 문을 열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도, 여기에서 미술실은 엎드리면 코 닿을 데다. 재빠르게 문을 열어 그림 도구의 냄새가 나는 부실로 굴러 들어갔다.


리코가 도착한 것은, 아직 내가 숨을 가다듬고 있을 때였다.


왠지 리코까지 주뼛주뼛 들어왔다.


 ………


「아, 있네. 실패라고?」

「미안. 변명할 수 없어서 도망치듯이 나왔어」

「그럼, 이 근처를 요괴들이 우왕자왕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리코가 키득 웃었다. 『요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눈치챘을지도.


「미안. 식사하는데 그림 도구 냄새가 나서」

「으응. 바이오하자드 같아서 즐거웠어. 나까지 두근두근거렸어」


책상이나 의자도 있지만, 거기에 앉으면 복도에서 보인다. 그러니까 나와 리코는 소재나 캔버스를 보관해 두는 준비실에 숨었다.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서, 마치 도주범처럼 되어버렸다. 한시름 놓은 순간 냉방이 안된다는 것을 떠올렸다. 겨드랑이나 등이 축축하게 땀에 젖었다.


리코의 시원한 얼굴도 달아올라 있었다. 머리카락의 언저리에는 구슬땀이 떠올라 있었다.


「그럼, 변변찮은 전사의 휴식이네」

「귀가 때는 괜찮아. 1시부터 모두 연습이니까」


어차피 세탁할꺼니까, 스포츠 타올을 깔아서 나란히 앉았다. 리코가 물통에서 차를 따라주었다. 단숨에 다 마셔버리자 웃어졌다. 다시 채워주었다. 단숨에 마시려고 하자 『배가 차버려』라고 주의받았다. 2개로 분리된 사각형의 도시락통이 열렸다. 한쪽에는 정연하게 늘어선 다채로운 샌드위치. 다른 한쪽에는 방울 토마토와 조림과 튀김. 어쩐지 피크닉 같아.


「맛있어보여」

「아무쪼록」


귀여운 플라스틱 포크로 삶은 달걀을 반쯤 찔렀다. 찌르고 나서야 그게 얇게 썰려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2개 정도를 포크에 실어서 입으로 옮겼다. 염분이 기뻐서 나머지도 먹었다.


「아, 삶은 달걀만은 반씩이니까! 마키의 몫은 종료!」

「엣? 뭐야? 좋아하는거야?」


응. 리코가 성실하게 끄덕였다. 좋아하는 음식이 삶은 달걀이라는 것은 처음 들었다. 그 다음, 아마 필요 이상으로 들어있는 방울 토마토를 입에 가득넣었다. 모두 정성스럽게 꼭지가 떼어져 있었다. 토마토가 굉장히 달콤해서 얼굴에 웃음을 띄우자, 리코가 느슨한 표정을 한층 더 풀었다.


「후훗, 정말 좋아하는구나?」

「좋아한다고 말했잖아」


 또 하나, 포크로 찔러 먹었다. 방울 토마토는 10개를 먹어도 여유.


「토마토는, 건강에도 미용에도 좋아」

「알고 있어. 리코핀이 많아서잖아?」

「엣? 뭐가?」

「리코핀이야. 리코핀. 리코핀을 모르는거야?」


3회나 반복하자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였다. 리코가 뿜을 것 같은 얼굴이 되었다.


「리코핀을 좋아하는구나. 좋아. 『리코핀』이라고 불러도」

「싫어바보아니야무슨말을하는거야」


리코가 방울 토마토를 푹 찔러 이쪽을 향했다. 완숙한 토마토에 시선이 빨려들어갔다.


「마키가 좋아하는 리코핀, 좀 더 섭취해」

「왜 그렇게 부끄러운 일을 태연한 얼굴로 할 수 있는거야?」

「태연하지 않아」


대답하기 전에 포크에 박힌 토마토를 가까이 내밀었다.


눈이 마주치지않게 입을 열어 방울 토마토를 앞니로 받았다.


사각 깨물어보면, 조금 전에 먹었던 두개보다 더 달콤한 것 같았다.


 ………


「잘 먹었었습니다. 맛있었어」

「고마워. 그렇다 치더라도 더위의 한계네」


샌드위치까지 모두 다 먹었을 때, 시계의 바늘은 1시를 지나가고 있었다. 나와 리코는 땀투성이로, 물통의 차도 텅 비었다. 『μ's』의 모두는 옥상으로 돌아갔겠지. 슬슬 한증막같은 은신처에서 나와도 될 것 같다. 허리를 들어 타올을 정리했다. 자신과 리코의 체온으로 뜨거웠다.


「이제 요괴씨들은 없을까?」

「없어」


이 네타는 이제 못 쓰겠네. 그렇게 느꼈다. 준비실에서 미술실로 돌아갔다. 이젤 위의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것은, 바로 옆에 있던 오래된 병 가득히 꽂혀있는 새빨간 장미꽃이었다. 상냥했던 수채화와는 달리 강력한 터치였다. 유화의 냄새는 서투른데도, 생생한 유화의 장미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뭐야 이거. 장미는 어디에서 가져온거야?」

「이 장미는 마음의 눈으로 본거야」


진지한 얼굴로 대답하며 미소짓는 리코를 보며, 나에게 자리한 『독점욕』이라고 하는 요괴의 존재를, 감수성이 강한 그녀가 훨씬 전에 알아차린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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