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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복구/물갤단편문학]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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윾동카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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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sunshine/1201069
  • 2017-05-04 03: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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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무는 노을 빛에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의 종언이 다가옴을 알리는 오렌지 빛 천공.


그와 함께 오늘도 우치우라 마을은 조용히 오늘의 일과를 정리하고 있었다.


아니 있었을 터였다. 들려오는 비명이 그 평화로운 적막을 깨뜨리지만 않았다면.


일상을 찢어발기는 괴성에 우치우라의 공기가 이질적으로 바뀌었다.


 "으, 으아아! 오지마! 으아아아아!"


  마을 한 구석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는 남성이었다. 구릿빛 근육으로 무장된 건장한 몸은 땀으로 뒤범벅이 되어있었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에는 명백한 공포가 그려져 있었다. 남성은 눈 앞의 무언가에 두려움을 느끼듯이 벽에 기댄 채


몸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마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가련한 생명처럼.


  하지만 절망이 펼쳐진 것은 순식간이었다.


  슈르르르륵! 콰직!


  "끄아아앍아아가아아아가아갸야갸아악..."


  뱀이 꿈틀거리듯 무언가가 재빠르게 움직이는 소리.


  살을 뚫고 피가 솟구치는 소리.


  비명인지 괴성인지 모를 남성의 고함소리.


  어느 것 하나 끔찍하기 그지 없는 소리들의 향연. 그 소름이 돋는 합주가 한 차례 지나가자 남성은 의식을 잃듯 쓰러졌다.


하지만...


  벌떡!


  "......그어어어..."


  픽션에 등장하는 좀비라는 존재가 실재한다면 바로 지금의 남성이 그에 가장 가까울 것이다.


동공이 풀린 채, 침을 질질 흘리며 남성은 흐물거린다는 표현으로밖에 나타낼 수 없는 움직임으로 일어섰다.


그리고 어딘가를 응시하며 몽유병에 걸린 환자처럼 두 손을 앞세우고 가게를 천천히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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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꺄아아아악! 크엑!"


  "허억! 허억! 도,도대체!"


  여느 때와 다름없이 소꿉친구의 가게로 향하던 소녀, 마츠우라 카난은 갑작스레 펼쳐진 패닉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취미 겸 운동인 다이빙을 마치고 마을로 향하던 그녀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들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흉흉한 소리들이 자아낸 미지의 공포에 사로잡혀 거리에 우두커니 서 있던


카난의 시야에 곧이어 들어온 것은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며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약물에 취한 중독자들처럼 초점이 없는 눈과 침을 질질흘려대고 있는 입가, 좀비처럼 느물거리는 움직임.


그 이질적인 모습들에서 카난은 여태껏 경험해본 적이 없는 두려움을 느꼈고, 도망쳐야한다는 본능의 신호에 따라 달렸다.


  "무,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 치카! 요우!"


  카난은 문득 머리 속에 두 사람을 떠올렸다. 다들 무사할까? 혹시 저 사람들처럼 된 건? 아, 아니야!


치카랑 요우는 그렇지 않아! 신님! 제발 제 친구들을 지켜주세요!


카난은 혹시나 하는 불길한 생각을 애써 떨치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여 폰을 꺼냈다.


그리고 2번 키를 꾹 눌렀다. 그녀의 단짝 친구인 요우의 단축키였다. 하지만..


  "요우...! 요우! 받아! 받으란 말야!"


  절규에 가까운 외침과 함께 카난의 눈가에서 굵은 방울이 떨어져내렸다. 허나 아무리 신호음이 울려도


요우가 전화를 받는 일은 없었고, 결국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여성의 녹음된 목소리가 카난의 마음만을 난도질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전화기만을 바라보며 달려가던 그 때 였다.


  툭!


  "아앗!"


  앞길을 가로 막고 서 있던 무언가에 부딪혀 카난은 그만 엉덩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고개를 들자 눈앞에 있던 것은...


  "...아..."


  "으아아아아갸아가아갸아가라아라아갉!"


  한 남성이 있었다. 뒤틀어져서는 안될 방향으로 사지가 제각기 비틀리고, 입에선 침이 질질 흐르며, 동공이 사라지고 흰자위만


남은... 고통에 절규하고 몸부림 치며 발악하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


눈물로 얼룩져 흐릿한 시야를 뚫고서 뇌리에 직접 내려꽂히는 눈 앞의 괴기(怪奇)에 카난은 이성이 끊겨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악!"


  미친듯이 질주했다. 방금 본 믿을 수 없는 광경으로부터. 카난은 그야말로 죽을 힘을 다해 다리에 힘을 주고 달렸다.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다리가 끊어질듯 아파왔다. 급하게 달리는 바람에 제대로 된 호흡조절도 하지 못해 폐가 고통을 호소해와도


개연치않았다. 그만큼 방금 전의 그 광경은 그녀에게 있어선 공포의 절대치였다.


  터억


  "으아아아악!"


 결국 브레이크 없는 질주는 길목에 놓여있던 돌부리에 엉켜버렸다. 돌에 발이 걸린 카난은 그대로 넘어져


경사진 거리를 한참을 굴러야했다.


  "으으으..."


  쓰라린 고통이 전신에 스며들었지만 카난은 몸을 세웠다. 얼른 그 자리를 피해야했다. 피하지 않으면 방금 전의 공포가


또 다시 자신을 덮쳐올 것만 같았다.


  "크롸아아가아아악!"


  "...히익!"


  가까운 곳에서 또 다른 괴성이 울렸다. 카난은 무심코 몸을 숙였다. 아까보았던 남성이 눈 앞에 선명히 보이는 것 같았다.


발끝부터 스며들어오는 지독한 두려움. 다리에 쥐가 나 깊은 심해에 빠졌을때도, 실수로 3층 교실에서 떨어졌을때도 이 정도로 무섭진 않았다.


카난은 얼굴이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것에도 별다른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며 엉금엉금 기었다. 그리고 휴대폰의 1번 버튼을 꾸욱 눌렀다.


어렸을때부터 함께 자라왔던 소꿉친구, 아니 친구라는 표현으로도 모자랄, 차라리 자매에 가까운 존재.


가장 소중하고도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의지가 되어주는 태양 같은 아이.


그 아이가 곁에 있어준다면 이 두려움도 모두 사라질 것만 같았다.


카난은 기도하는 심정으로 폰을 꼭 쥐었다. 그리고 몸을 움츠린 채 떨고 있는 가련한 모습으로


염원이 이뤄지기만을 무력히 소망하고 있었다.


그리고...


  쉬리리릭...


  "...!"


  뒤쪽에서 들려오는 무언가 이질적인 소리. 하지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소리에 카난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호기심을 느꼈다. 이런 지독한 때에조차 호기심이라니. 그러나 확인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에 카난은 조심스레 뒤를 돌았다. 그리고 돌아본 곳에서는...


  "...어? 저게... 뭐야...?"


  카난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소리를 낸 발원지에 있던 것은...


  쉬리리릭! 콰직!


  그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펴보기도 전에 그것은 카난의 살을 파고 들었다. 카난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로


손에 쥐고 있던 폰을 떨어뜨렸다. 그녀는 멀어져가는 의식의 자락을 겨우 붙잡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속에 남아있던 말,


어쩌면 그녀가 목격한 그 미지의 무언가를 표현하는 실마리일지도 모를 그 단어를 입으로 겨우 내뱉었다.


  "치...카..."


  카난의 의식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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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치우라의 명문가이자 마을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재벌 가문, 쿠로사와 가(家).


가문의 영애로 태어나 온갖 우수한 교육을 받고 갖은 재능을 펼치고 다양한 지식을 익히며


17년간 살아온 쿠로사와 다이아는 생전 본 적이 없는 '그것'에 다리가 후들거렸다.


다이아는 보았다. 평생 본적 없는 무언가가 꿈틀대면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동생의 몸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어...언...니...."


  "루... 루비...?"


  "어.... 언..."


  피를 흘려가며 겨우 몸을 지탱하고 있던 그녀의 동생 쿠로사와 루비는 눈물이 맺힌 눈동자로


다이아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그것은 공포에 질린 눈동자 같기도 했고, 슬픔이 묻어있는 애상의 표현같기도 했다.


그리고 직후.


콰득 콰드득! 콰드드드득!


  루비의 몸이 기괴한 방향으로 꺾였다. 도저히 현실적이지 않은 움직임이었다. 마치 관절인형을 잡고 제멋대로 비튼다면


저것과 비슷할까? 문제는 인간의 관절은 그런식으로 꺾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이야는 그저 멍하니 그걸 바라보기만 했다.


곧 루비의 의식이 정지했다. 비현실적이기 그지없어 인지부조화마저 일으키는 이 상황에 다이아의 머리는 공황에 빠졌다.


  무슨 일이 일어난거죠?

 

  방금 제 동생의 몸은 왜 그렇게...


  그게 도대체 뭐에요...?


  제 동생은 왜 쓰러진 거에요?


  아까 그 주황색의 꿈틀거리던 건 뭐에요?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뭐에요?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뭐냐구요


  뭐냐구요...


  뭐냐구요...


  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

  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뭐냐구요


  다이아가 주저앉은 채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사이, 루비의 눈동자가 번쩍 뜨였다. 그리고 창가밖에서 흐물거리며


움직이는 사람들처럼 루비도 마찬가지로 몸을 기괴히 비틀며 일어섰다. 그리고 역시 초점이 없어진 눈동자.


입가에 흘러내리는 타액.


다이아는 조심스럽게 루비를 불렀다.


  "루...비?"


  허나 다이아의 목소리가 루비에게 닿진 않았는지 루비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대신 루비는 전혀


다른 곳에 시선을 고정, 아니 애초에 초점이 잡히지 않은 시선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뮤......"


  "......?"


  "뮤......."


  무엇을 말하려는 걸까? 허나 좀비처럼 변해버린 동생의 모습에 정신을 결국 놓아버린 다이아에게 있어


그것의 진의는 이제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핫! 아하하하하하하!"


  광인처럼 울려퍼지는 웃음. 허나 이성이 있는 누군가가 들었다면 그 속에 녹아있는 공허함을 분명 뼈저리 느꼈을 것이다.


웃고 있는 다이아의 얼굴에서 유일하게 눈가만은 맑은 수정구슬을 자아내며 정신이 붕괴되기 전 그녀의 마지막 이성이


지니고 있었던 감정을 뒤늦게 나타내었다.


  쉬리리리릭...


  아까의 기묘한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미쳐버린 다이아 앞으로 다가온 것은 아까 루비에게 파고 들었던 정체불명의 '그것'들.


그것은 수백가닥의 머리카락이 뭉쳐있는 것 같은 형상이었다. 허나 소름끼치게도 그것은 영화에 나오는 외계 생명체들의


촉수처럼 빠르고도 유동적인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고 마치 의식을 갖고 살아있는 것처럼 다이아에게 조심스레


접근하고 있었다.


  콰직!


  다이아의 육체가 땅에 기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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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코... 도망쳐...'


  "요, 요우쨩..."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앞에 요우가 '그것'들에게 붙잡혀 있었다. 주황빛 반달 모양의 촉수 같은 생명체들.


'그것'들은 수 십 아니 수 백 마리가 마을 이곳저곳을 기어다니고 있었고, 마을에 전례없는 공포와 패닉으로 습격하며


마을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식당가를 습격해 패닉에 빠진 사람들로 하여금 화재를 불러일으키게 만드는가하면


운전 중인 자동차를 습격해 건물을 들이박게 했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절벽으로 몰아붙여 떨어뜨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리코의 눈앞에 있는 '그것'들은 클래스메이트이자 같은 아이돌 그룹 멤버인 요우를 잡아 억누르고 있었다.


  "요우 쨩..."


  "아무래도... 빠져나가긴 힘들 것 같아... 난... 신경... 쓰지 말고 얼른...!"


  "시, 싫어! 요우 쨩! 같이 가!"


  "오지 마!"


  요우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불구하고 리코는 요우를 향해 뛰쳐나갔다. 그러나


  "꺄아아악!"


  "리코!"


  수 십 마리가 동시에 그녀를 덮쳤고, 곧 요우처럼 그녀 또한 그것들에게 억눌려 땅에 엎드려야만 했다.


  "이 바보가... 도망가라고 했잖아!"


  "요우 쨩..."


  리코는 그만 감정을 주체못하고 눈을 질끈 감고 울었다. 요우는 그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0년이 넘도록 다져온 운동으로 어지간한 신체건강한 또래의 남자 아이들보다도 완력이 좋은 그녀였지만


그녀를 에워싸 억누르고 있는 이 생물체들의 단합된 힘은 그녀가 지닌 힘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때문에 결국 그녀는 거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요우는 이를 악물었다. 동시에 분함의 눈물도 흘렸다.


하교할 때 갑작스레 습격해온 이 생물체들에게 당해 요시코와 마리, 그리고 하나마루가 좀비처럼 변했다.


아무런 대응도 못한 그 사실이 너무 무섭고 분해서 같이 있었던 리코라도 피하게 해주고 싶었다.


허나 아무리 작은 생물일지라도 수 백 다수라는 압도적인 개체 앞에서 요우 혼자서는 무력할 뿐이었다.


  푸우욱!


  "끄으으으윽!"


  "요우!!!"


  지독한 고통이다. 살을 파고드는 것이란 이렇게도 아픈 것이구나. 요우는 눈앞이 흐려져가는 것을 느끼며 애를 써서


겨우겨우 리코를 바라보았다. 어째선지 그것들은 리코를 억누르기만할뿐 요우에게처럼 침식하거나 하진 않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요우는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리, 리코..."


  "요, 요우..."


  "미, 미안... 너만은 피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요우 쨩..."


  "리코... 부디 무사...해...야... 해..."


  "흐윽.... 흐으으윽."


  "리...코... 좋...아..."


  "아아아아아! 안 돼! 요우우우우우!"


  그러나 요우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그녀의 몸이 곧 아까의 동료들처럼 혐오스러운 소리와 함께 비틀리기 시작했다.


그 끔찍한 광경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리코는 눈을 질끈감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울부짖으며 오열하듯 요우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곧 요우의 의식 또한 무저갱의 저편으로 잠들어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요우 또한 마을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어 비틀비틀 거리며 움직였다.


리코는 갈기갈기 찢기는 가슴의 고통을 억누르며 그런 요우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뮤......"


  "......?"


  허공을 바라보며 무언가 작게 소리내는 요우. 리코는 멍한 표정으로 그걸 들었다.


  "뮤......즈......"


  "뮤...즈...?"


  그 때였다. 갑자기 리코를 억누르던 그것들이 갑작스레 흩어졌다. 속박하던 힘이 풀리며 자유를 되찾은


리코였지만 영문을 모를 그 상황에 리코는 그저 어리둥절히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만 했다.


  저벅... 저벅...


뒤에서 들려오는 구두소리. 지극히 평범한 발걸음이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 선명했다.


지금 마을을 걷고 있는 생명체들의 걸음 소리는 저렇게 규칙적이지 않으니까.


하지만 굳이 그런 까닭이 아니더라도 리코는 그 걸음 소리를 알아챌 수밖에 없었다.


그 소린 자신이 너무도 잘 아는 사람이 내는 발소리였으니까. 리코는 그걸 도저히 믿기 싫었고,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에 뒤를 돌아보기가 싫었다. 하지만 리코는 입술을 깨물고 천천히 뒤를 돌았다.


  콰앙!


옆 건물에서 폭발소리가 들렸지만 리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건물이 파괴되었건 옆에서 또 다른 비명소리가


들려왔건 지금의 리코에게 그런건 중요치 않을 것이다. 뒤돌아본 거리의 중앙. 불길에 휩싸여 지옥도를 연상케하는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자신이 너무도 잘 아는 존재. 그러나 여지껏 보지 못했던 모습을 하고 있는


친우의 뒤틀린 형상이었다.


  "치카... 쨩..."


  생명체들과 똑같은 머리색. 정수리의 중앙에 솟은 털이 꿈틀거리고 있는 그녀는 씨익 하고 소름이 돋는 웃음으로 리코를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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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즈......"


  "뮤......즈......"


  마치 하나의 생명체가 자아내는 듯한 목소리다. 마을의 중앙 광장에 모인 우치우라의 모든 사람들은


허공을 바라보며 뮤즈라는 단어를 외치고 있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울려퍼지는 목소리.


그 중엔 노인도 있었고 어린 아이도 있었다. 수 백 수 천의 제각기 다른 사람들이 하나의 단어아래에


공명하고 있었다. 치카는 역사상 유래없는 그 장경에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치카의 정수리에 붙은 머리칼이 기분좋다는듯 살랑이며 꿈틀거렸다.


리코는 독기 가득한 표정으로 치카를 쏘아보았다.


  "도대체 왜...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거야! 모두 다 너의 친구들이었고 너의 이웃이었잖아! 그런데 어째서! 어째서!"


  치카는 뒤를 돌았다. 그리고 밧줄에 속박된 채 꿇어 앉아있는 리코를 바라보았다.


  "어째서냐구? 그런 건 정해진 거잖아?"


  "뭐?"


  "리코쨩... 나는 말야. 뮤즈를 정말 좋아해. 좋아하고 좋아해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그래서 모두에게 깨우쳐주고 싶어.


내가 좋아하는 것의 멋짐을... 내가 좋아하는 것의 사랑스러움을..."


  치카는 두 팔을 벌렸다. 마치 자신이 신봉하는 신이 저 검은 하늘에 내려오는 것을 환대하듯, 그 모습은 차라리 광신도에 가까웠다.


광기에 도취되었다고밖에 할 수 없는 그 섬뜩한 모습에 리코는 소름이 오싹 돋았다.


저것이 정말 리코가 알고 있었던 동급생의 소녀, 타카미 치카라는 존재가 맞는 걸까?


  "어쩔... 셈이야... 어째서 날..."


  "후후 알고 있어 리코쨩. 리코쨩은 그분이 다녔던 학교를 나왔고, 그분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다는 걸."


  "그분이라니... 설마..."


  리코의 말에 치카는 긍정한다는듯 씨익 웃었다. 리코는 떠올렸다. 스쿨 아이돌이라는 시스템 아래에 뭉쳐


학교의 재건을 위해 노래했고, 그 후엔 세계를 향해 희망을 노래했던 존재들. 그리고 그들을 이끌었던 태양과도 같았던


눈부신 미소의 소녀를...


  "미쳤어! 정상이 아니야! 치카 쨔, 아니 타카미 치카! 이...!"


  리코는 분노를 숨기지 않은 채 소리쳤다. 그런 리코를 향해 치카는 천천히 걸었다.


리코의 앞에서서 한쪽 무릎을 꿇고 리코와 시선을 맞추었다. 그리고 손으로 리코의 턱을 손으로 잡았다.


리코는 고개를 휘저으며 치카의 손을 뿌리쳤지만 이어진 치카의 행동에 아무런 사고를 할 수 없었다.


  "......!"


  리코는 입술을 덮쳐온 부드러운 감촉. 리코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곧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약간의 쾌감마저 느껴지는 그 치욕적인 상황에 리코는 눈물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리코의 입가를 구석구석 탐닉하던 치카는 그녀에게 떨어졌다.


  "크으으으으으...!"


  굴욕에 견디지 못한 리코가 입술을 깨물었다.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렇다고 무력한 이 상황이 바뀌진 않았다.


치카는 웃으면서 뒤를 돌아섰다.


  "자 그럼 가도록 하자구! 다 같이 그 분을 모시러 가는거야! 세상은 곧 그 분 아래에 귀속될 것이고, 그 분은 세상을


다스리고 치유할 여신님이 되는거야!"


  치카의 외침이 울려퍼졌다. 그것이 명령의 신호였는지 마을사람들은 일제히 마을 밖을 향해 몸을 돌렸고, 천천히 걸어나갔다.


그리고 치카의 정수리로부터 무수히 생산된 그것들 또한 앞다투어 사람들을 제치며 앞을 향해갔다.


  "자, 리코쨩 안내해줘. 그분이 계신 곳을. 순순히 따라준다면 너의 가족의 신변만은0 보장할게."


  "......"


  리코는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의식을 잃은채 그것들에게 붙들려 있는 부모님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곧 눈을 질끈 감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감은 눈에서 다시 한 번 굴욕이 섞인 눈물이 흘러내렸다.


곧 리코의 묶인 몸도 그것들에게 지탱되어 서서히 움직였다.


치카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칠흑의 밤하늘, 흐릿한 구름 너머 한줄기의 달빛만이 앞날을 비추듯 불안하게 흔들렸다.


  "곧 찾아갈게요. 나의 사랑, 나의 위대한 존재."


  그리고 리코가 떠올렸던 그 존재의 이름, 치카가 찾아나서는 태양의 호칭이 치카의 입에서 조용히 울렸다.


  "호노카 씨..."


  평화로웠던 마을 우치우라. 하지만 거기서 시작된 공포가 세계를 뒤덮을 때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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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갤 초창기에 익명으로 썼던 거 좀 다듬어서 복구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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