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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일반 [복구/SS번역] 체리中 (리코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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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나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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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04 0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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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チェリー』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915406


3

9월. 2학기가 시작했다.

그 순간, 우리 『μ's』는 스쿨 아이돌로서 커다란 벽에 직면했다. 폐교는 피했지만, 『러브 라이브!』에 대해서는, 암운을 넘어 용서없이 폭풍우에 휩쓸리고 있었다. 한 걸음만 잘못 디뎌도 『해산』이었다. 그렇게 단정짓는게 과장이 아닐 정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런 격동의 9월에 농락되지 않고 보낼 수 있던 것은 리코의 덕분이었다.

『잠깐 음악실에 갔다 올게. 어쩐지 피아노 연주를 하지 않으면 초초하니까』
『역시 마키쨩. 린도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냐!』

점심 시간은 거의 매일, 둘이 음악실에서 보냈다. 피아노를 치고 싶다고 말해두면, 피아노를 알고 있는 사람만의 성역을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린과 하나요가 어렸을 때부터 사귄 소꿉 친구라는 것도, 처음에는 쓸쓸하다고 느꼈지만, 결과적으로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형편에 좋았다.

오버워크가 화가 되어 호노카가 쓰러졌을 때도. 옥상 라이브의 실패로 『러브 라이브!』의 사퇴가 결정되었을 때도. 코토리의 유학이 발각되었을 때도. 아이돌을 포기하려고 하는 호노카를 우미가 때리며 질책했을 때도. 모두가 『μ's』의 계속을 망설이고 있었을 때도. 린이나 하나요가 니코쨩에게 이끌려 연습을 재개했을 때도. 나는 음악실에서 리코가 연주하는 동요를 들으면서, 때로는 그녀의 맑은 가성을 들으면서, 치사할 정도로 차분하게 사태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었다.

 ………

「뭐야 이거 날림?」
「날림이 아니야. 가끔씩은 좋아하는 음식뿐이어도 괜찮지 않아?」

마주보고 앉아, 음악실의 책상에 리코가 만들어 온 도시락을 펼쳤다. 네모난 도시락통의 반은 방울 토마토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공간에는 슬라이스 된 삶은 달걀만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형식적인 정도로만 카라아게가 들어 있었다. 또 하나의 도시락통은 전부 샌드위치. 삶은 달걀을 으깨서 달걀 샌드위치로 하면? 이렇게 말해도, 리코는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왠지 겉보기에는 맛없어 보여」
「처음엔 기뻐했었는데. 큰 병원의 아가씨는 금방 사치를 부리네」
「미안하게 됐네. 아가씨라서」
「아가씨 쪽은 괜찮아. 하지만, 사치스러운 사람은 싫어」

하얀 쌀밥을 반드시 도시락에 넣어오는 하나요와는 달리, 리코가 만들어 오는 도시락의 『탄수화물 담당』은 반드시 샌드위치였다. 햄이나 햄까스를 끼우거나 야채를 끼우거나, 때로는 달걀 부침을 끼운다. 계란이 겹친다고 지적하면, 삶은 달걀은 계란이 아니라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대답을 했다.

플라스틱 이쑤시개를 꺼내서 먹는다.

「자, 아~앙」
「아~앙. 이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게 하는 편이 마키가 맛있어 하는걸」
「이, 일부러 그러는게 당연하잖아?」

방울 토마토가 밀려 들어온다. 아삭 씹으면 단맛이 터져 나왔다. 왜일까. 토마토는 달거나 시거나 의외로 맛의 차이가 큰 채소라고 생각하는데, 리코가 도시락에 채워오는 방울 토마토는 언제나 달다. 답례로, 약간 크게 잘려 있는 삶은 달걀을 찔러 리코의 입에 던져 넣었다.

물론 『아~앙』은 생략했다.

「응. 마키가 먹여주는 쪽이 맛있어」
「뭐야 그거 길들여지고 싶은거야?」
「그럴지도. 마키의 애완동물이 될까. 밥 정도는 만들게」
「무슨 말을 하는거야. 기르지 않을거야」

퐁하고 튀어나오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에 움찔했다. 반복하지만, 현재, 스쿨 아이돌로서의 자신은 핀치에 처해 있다. 호노카가 무슨 일이 있어도 『그만두고 싶어』라고 주장하면, 리더를 잃은 우리들은 금세 붕괴할 것이다. 이런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록, 리코와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즐거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저기 저기, 아까 전의 고문 시간에 그린거야」

이번엔 가방에서 클리어 파일을 꺼냈다. 끼워져 있는 A4사이즈의 종이를 보여온다. 거기에 그려져 있는 것이 자신의 옆 얼굴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연필을 쓴 러프 스케치, 입술 부분만 빨간 연필로 생생하게 색을 넣었다.

「잠깐, 수업 중에 뭘 그리는거야」

2학기부터 나와 리코는 옆 자리가 되었다.

「후훗, 알고 있어. 능숙하지? 고문은 『시시해』라든가 말하는 주제에, 내가 초상화를 그려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집중하다니. 응. 감탄했어」
「그런 짓 하다가, 중간 시험에서 나한테 져도 모르니까」
「지지 않는걸. 고전은 좋아하니까 안 져」

리코는 가볍게 받아넘기며 초상화를 건넸다. 가장자리에, 사과처럼 보이는 배의 그림이 그려있다. 이건 싸인. 리코. 가을 태생이니까. 그것이 이름의 유래 중 하나라고 한다.

「나 말이야, 이렇게 눈초리가 험해?」
「집중하고 있을 때는. 그래도, 지금은 상냥한 얼굴이야」
「뭐야 그거」
「나는 어느 쪽도 좋아해」

뭐야 그거. 한 번 더 말했다. 눈 앞에서 웃고 있는 리코도, 조금 『째진눈』의 기가 있지만, 그 얼굴을 날카롭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오히려 언제나 상냥하고 부드럽다고 느껴서 치유된다. 그렇지만, 그것을 말로 하는 것은 나의 캐릭터가 아니라서 망설이다가 잠자코 있었다.

식사를 끝내고 남은 시간에는 피아노를 연주한다. 대개 리코의 피아노와 노래를 듣는다. 3일에 1번 정도는 『마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라고 요청되어서, 그 때는 내가 뭔가를 연주하며 노래한다.

「자, 평소와 같은 연주를 할테니까 들어줘」
「응. 알았어」

『μ's』의 곡을 어느 것인가 연주해보고 싶다고 호소하는 리코에게, 마침 그녀의 생일이 가까워졌기도 해서, 나는 얼마전에 한 곡을 선물했었다. 그래도, 그것은 엄밀히 말하자면 『μ's』의 곡이 아니다. 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봄방학에 만든 곡이다. 그래서, 이 곡의 가사를 쓴 사람은 그룹에서 작사를 담당하고 있는 우미가 아니다.

『괜찮은거야? 원보를 받아도. 사본이라도 좋은데』
『괜찮아. 이 곡은 안 보고도 칠 수 있으니까』

고마워. 리코는 그 순간, 얌전한 표정에 반짝임을 띄우며 순순히 고마워 했다. 그 뒤로는, 집에서 피아노를 칠 수 없는 리코가, 음악실에서는 반드시 이 곡을 연습하게 되었다. 누구에게 들려주는 것도 아닌데, 리코는 반드시 처음엔 이 곡을 연주하려고 했다.

지금도, 그래.

「어느 정도는 연주할 수 있게 됐을까?」
「그렇네. 나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금방 자기를 기준으로 삼는다니까」

나 외에는 누구 하나 참여하지 않은 곡. 나 외의 누구의 손때도 타지 않은 곡. 그것을 피아노로 연주하며 노래할 수 있는 것은 세상에 리코 밖에 없다. 그런 일로 달성감이나 만족감을 얻는 것은 이상할까. 『μ's』의 활동이 정체해, 리코와 만나는 시간이 늘어감에 따라, 여름 무렵 『요괴』에 비유한 독점욕이 나날이 성장해 가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좋겠네. 마키가 만든 곡을 스테이지에서 노래할 수 있다니」
「엣?」

피아노에서 떨어지며 리코가 중얼거렸다. 안타깝다는 듯이 입술을 깨물었다. 부러움의 대상이 『μ's』멤버인 것은 의심할 여지도 없지만, 리코가 그런 감정을 명백하게 말로 표현한 것은 도무지 처음있는 일이었다. 자작곡을 한 개 주고 우쭐해하던 나에게 있어서는 머리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오픈 캠퍼스. 보러 갔었어. 정말 멋졌어」
「그래. 고마워. 더웠지?」
「응. 조금 햇볕에 그을려서 빨개졌어」
「양산을 썻으면 좋았을텐데」

리코가 우리의 라이브를 『보았다』라고 『말하는』것도 처음이었다. 인도어 파인 리코가, 여름 방학에 더위 속에서 일부러 오픈 캠퍼스라는 중학생 대상의 이벤트에 왔던 것도 의외였다.

그녀 안에서 무언가가 변하고 있다. 『μ's』의 존속마저 미묘해졌는데, 여기에 와서 아이돌에게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다른가. 흥미라든지 그런 종류가 아닐지도 모른다.

9월이 되어 상황은 가을 하늘보다도 대굴대굴 급변해, 내가 『μ's』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도 자연히 늘어났다. 리코는 나의 이야기를 투명한 표정으로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 수동적인 태도는 아무리봐도 『아이돌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진 사람의 태도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리코는 『μ's』를 두 사람의 화제에 올렸다.

「안정되면, 모두에게 소개할까?」

이제 와서, 이제 와서야 리코를 권했다. 리코는 당황한 듯이 약하게 양손을 흔들면서, 『뮤즈는 9명의 여신님이야』라고 완곡히 거절했다. 이 늦어버리고 빗나간 배려는, 결과적으로 나와 리코 양쪽 모두의 가슴을 삐걱삐걱 죄는 것만으로 끝나버렸다.

 ………

「우와, 혼잡하네」
「저쪽이 비어 있어. 봐, 에어컨 앞」
「그 에어컨, 아직까지 냉방 나오는구나」
「아직까지 더운 여름 날이니까 어쩔 수 없어」

2학기 중간 시험이 시작되었다. 10월의 중간. 마침 그 때 우리 『μ's』는 새로운 벽에 부딪쳤다. 아키바에서 열리는 할로윈 이벤트를 위해,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악전고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디어를 상의하거나, 거기서 피로할 신곡을 만들거나, 물론 시험을 소홀히 할 수도 없어서, 결과적으로 수면 시간을 깎을 수 밖에 없었다.

「마키. 아침부터 엄청 졸려보이는데 괜찮아?」
「괜찮아. 2시까지 곡을 생각했을 뿐이야. 제대로 4시간은 잤어」
「호노카 선배처럼 쓰러지는건 싫어?」
「호노카처럼 스스로 브레이크를 부수진 않으니까 괜찮아」

맞은편의 자리에서 리코가 걱정스러운 듯이 바라보았다. 거짓말을 한 나는 눈을 피했다. 사실은 굉장히 졸리다. 말한 것의 절반밖에 못 잤다. 그래도, 지금 당장 돌아가서 자고 싶다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2학년들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소동이 가라앉고, 강당에서 재시작의 라이브를 대성공시켰다. 세대교체로 호노카가 새로운 학생회장이 되고, 같은 때 『러브 라이브!』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정했다. 10월이 되고 나서는, 연습과 작곡의 나날이 이어졌다. 하기로 했다면 우승을 노려서, 점심시간까지 깎아내 선배들과 상의하고 있다.

그래. 『μ's』의 활동이 본격화된 후, 나는 리코와 함께 있을 수 없게 되었다. 『μ's』의 부활을 기뻐하는 자신의 이면에, 리코와 지낼 수 없는 것을 싫어하는 자신이 분명하게 존재했다. 이렇게 될꺼였다면, 리코를 빠른 시기에 『μ's』로 불렀으면 좋았을텐데. 동료가 되지 않더라도, 친한 친구로서 모두에게 알려두었으면 좋았다.

지금에 와서야, 그런 제멋대로인 일을 생각해 버린다.

「마키가 지쳐 있는 동안, 내가 학년 1위의 자리를 맡아둘까?」
「수학이 어느 쪽도 10점 근처면서 어떻게 1위가 될 생각이야」

그건 어떨까. 내일의 시험을 위해 수학 교과서를 열면서 리코가 웃는다. 수학으로 질 수는 없다. 나도 같은 페이지를 펼쳐 문제를 보았다. 안된다. 진짜 졸린다. 뭔가 말하고 싶다.

「이야기를 바뀌서, 『μ's』의 이미지 체인지를 하려고 생각해」
「이미지 체인지?」
「리코가 『μ's』를 봤을 때, 어딘가 바뀌었으면 하는 부분은 없어?」
「나처럼 수수한 사람과는 달리, 호시조라씨도 코이즈미씨나 선배들도 정말 개성적이라고 생각해? 물론 마키도. 『μ's』는, 아직 결성하고 반년도 안 됐지? 이미지 체인지보다 『다움』을 확실히 어필하는게 먼저가 아닐까?」

그런가. 짧은 회화로 눈이 맑아질리도 없고, 눈꺼풀이 일방적으로 무거워진다. 관자놀이와 미간을 눌러 견뎠다. 안된다. 수학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라 문제조차 제대로 읽을 수 없었다. 목을 흔들며 고개를 들었다. 리코와 시선이 교차했다. 고집부리는 나를 바라보는 마마같은 얼굴을 했다.

「미안. 역시 30분만 자도 될까?」
「3시간이라도 괜찮아」

30분 지나면 깨워줘. 호의를 받아드리며 도서실 책상에 푹 엎드렸다. 깨어있는게 절벽에 매달린 것처럼 힘들었던 걸까, 눈을 감자마자 순식간에 의식이 멀어졌다.

 ………

 아키바의 중심.

거대한 특설 스테이지에 서서, 눈을 감은 채로 라이브의 스타트를 기다렸다. 이미 충분할 정도로 연습했다. 눈을 감고 있어도 전원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이 전해져 왔다. 내가 서 있는 위치는 객석에서 볼 때 우측 후방. 이 최상의 긴장 상태로는 『성공』의 예감밖에 안든다.

시험 기간 직전에 간신히 마무리한 곡의 인트로가 흐른다. 리듬에 맞춰 눈을 떴다. 호러스러운 양관을 이미지한 어두운 스테이지. 유백색의 스포트라이트가 차례대로 닿는다.

코토리가 만든 의상을 각자 입고 있다. 굳어 있던 멤버들이 사방으로 퍼지며 경쾌하게 춤추기 시작했다. 센터는 호노카. 우미가 있고, 에리가 있다. 보르도색의 긴 머리카락을 흔들며 리코가 뛰어오르듯이 춤추고 있다. 자리를 바꾸는 부분에서 엇갈린다. 배꼽이 보이는 할로윈 의상으로 리코가 가는 팔을 뻗는다. 웃는 얼굴로 하이 터치를 했다. 여전히 미덥지 못한 얼굴이지만, 눈을 자신만만하게 빛내고 있었다.

곡은 하이라이트에 접어든다. 거기서 스테이지는 단번에 밝아진다. 눈 앞에는 아키바의 보행자 천국이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부터 센터는 노조미로 바뀐다. 몇 백명이나 되는 관객의 시선을 느꼈다. 자리가 맨 뒤가 되었을 때, 부드러운 보르도색 머리카락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 것을 깨달았다.

 리코? 라이브 도중인데 동요해서 다리가 멈춰 버렸다.

 리코? 가슴이 괴로워져 무심코 외쳐 버렸다.

 ………

「리코!?」
「엣!? 뭐, 뭐야?」

허둥지둥하며 고개를 들면, 정면에 앉아 있던 리코가 몹시 놀란 얼굴을 했다. 아몬드 같은 째진눈이 둥그레졌다. 그리고 『우후후훗』하고 얌전한 그녀치고는 충분이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꿈이었다. 리얼한 꿈이었다. 리코와 주고 받은 하이 터치의 감촉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꿈이었다. 꿈 속이었지만, 나는 분명히 리코와 같은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블레이저가 등에 걸쳐져 있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정중하게 접어 돌려주었다.

「괜찮아? 아직 20분도 안 지났어?」
「괜찮아. 상당히 졸음기가 빠졌어」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수학 교과서를 열었다. 하지만, 지금의 실태를 얼버무리는 것은 어렵다. 리코가 응시해왔다. 그것은 당연한 추궁이다. 친구가 갑자기 자기 이름을 외치며 일어나면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나, 마키의 꿈에 나왔어?」
「응」
「있잖아, 소리칠 정도면, 내 몸에 무슨 일 있었어?」
「응. 갑자기 사라졌어」

사라졌다. 꿈이니까 설명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도 이상하진 않다. 그렇지만, 그것을 말로 내뱉으면 공연히 안타까워졌다. 내 쪽에서 더 이야기하고 싶어진 것을 간파한 듯이, 리코는 질문을 계속했다.

「저기, 어떤 꿈이었어?」
「아키바에서 『μ's』의 라이브를 했어. 리코도 할로윈 의상으로 춤췄어」

무표정을 가장해 대답하자, 리코의 눈이 돌연 가늘어졌다. 내 안의 흥분을 간파한걸까, 그 표정은 안타까워하는 듯이 보였다.

「나, 춤추는거 잘했어?」
「응. 나랑 비슷할 정도로」

다행이다. 리코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눈을 감았다. 마치 그 장면을 상상하려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곡도, 그 가사도, 그 댄스도, 그 의상도, 아직 우리 밖에 모르는 세상에 있다.

「좋겠네, 마키랑 춤춰서」
「미안」
「왜 마키가 사과하는 거야?」
「왠지 모르게」

리코는 내 꿈 속에 나온 자신을 부러워하고, 나는 그 꿈을 좀 더 보고싶었다. 그 꿈의 계속을 보고싶었다. 하지만, 그건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걸지도 모른다.

【2학기 중간 시험 성적 우수자】

【수학 A】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수학 B】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영어 1】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4점

【영어 2】

 1위 사쿠라우치 리코 98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6점

【고문】

 1위 사쿠라우치 리코 98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5점

 ………

「있잖아, 마키. 봐봐」

수학 시험지가 돌아왔을 때, 리코는 2장의 답안지를 팔랑팔랑 흔들며 나에게 보여왔다. 답안지를 남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점수라는 데이터에 집착하지 않는 그녀으로서는 드문 행동이었다.

「수학 A」 36점
「수학 B」 42점

「헤에, 제법이잖아. 겨울 방학엔 보습받지 않아서 다행이네」
「응. 조금 재미있어졌어」
「그래」
「마키 덕분에」

리코는 티없이 웃으면서 가는 신체로 가슴을 폈다.

그 무슨 색에도 물들지 않은 표정을 보며 다시금 믿을 수 있었다.

역시 이걸로 됐어.

이대로도 괜찮아.


4

【2 학기 기말 시험 성적 우수자】

【수학 A】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수학 B】

 1위 니시키노 마키 100점

【영어 1】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5점

【영어 2】

 1위 사쿠라우치 리코 100점
 2위 니시키노 마키 94점

 ………

「엄청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어. 깨달음이라도 얻었어?」
「그럴지도 몰라. 이렇게 편안한 2위가 있다니」

대답을 듣고, 리코가 그야말로 평온하게 웃는다.

「뭐야 그거. 왜 평소랑 다르게 국어책 읽기인거야?」
「리코야말로, 성적에 흥미없는거 아니었어?」
「없지만, 문과 과목으로 마키 따위에게 지는건 싫어서. 확인이야」
「누가 『따위』야」

느닷없이 옆구리를 쿡 찌르자, 비명을 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리코의 눈이 도발적으로 보일 때는, 공연히 리코를 괴롭히고 싶어진다. 리코의 눈이 상냥하게 보일 때는, 공연히 리코에게 응석부리고 싶어진다.

「최종 예선으로 불태우고 있지?」
「응」
「최종 예선을 향한 연습 때문에 시험 공부할 틈이 없었잖아?」
「응」

「그런데도 이과 과목 전부 만점 받았네. 마키는 대단해」
「고마워」
「그래도, 무리는 하면 안돼」
「알고 있어. 알았어」

거기까지 대화한 뒤, 리코는 가방을 더플 코트의 어깨에 걸치고 멀어져 갔다. 나란히 돌아가고 싶다. 집에 초대해서 케잌이라도 먹으면서, 방에서 밤까지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 그런 얼굴로 긴 머리카락을 보고 있자, 동급생에게 『μ's 트리오』라고 인식되고 있는 두 명의 동료가 왔다.

「어-이, 마키쨔-앙! 연습가자냐!」
「응」
「모두 한나절이니까, 부실에서 점심 먹자」
「알았어. 빵 사올게」

오랫동안 리코의 수제 도시락을 먹지 않았다. 최종 예선에서 『A-RISE』를 쓰러뜨리기 위해, 우리는 방과 후는 물론 점심 시간이나 일요일마저도 모여서 연습이나 협의를 거듭해 왔다. 그 결과, 그 눈의 예선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기적』. 스쿨 아이돌 사이트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되는 커다란 이변이었다.

그리고 9명분의 기적과 교환해, 나는 한 사람과 만나는 시간을 잃었다.

「마키쨩, 사쿠라우치씨랑 사이 좋았구나?」

빵을 사러 가려고 하면, 하나요가 붙잡듯이 중얼거렸다. 사쿠라우치씨. 생각해보면, 리코를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은, 37명의 클래스 안에서 나 혼자일지도 모른다. 4월에 입학해서 지금은 벌써 12월. 반이 하나 밖에 없는 것을 생각하면, 리코의 투명감을 넘은 옅은 존재감은 역으로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기에 더욱, 내 앞에서만 매력을 풍기는 리코를 독점하고 싶어진다.

「응. 리코도 피아노를 하고 있어서. 하나요는 이야기해본 적 없어?」
「없어. 접점이 없는걸」
「미술부인데? 하나요도 봐, 그림 그리는거 좋아하잖아?」
「카요찡은 친구가 적어서 그림을 그렸던거다냐∼」

린이 놀리자 하나요가 등을 툭툭 쳤다. 린의 대사가 기습처럼 가슴에 박혔다. 리코의 그림은 능숙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리코가 혼자서 묵묵히 그림을 그리는 자신을 좋아하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도무지 고개를 끄덕일 수 없었다. 사실, 처음 만났던 날 외에는 『그림을 봐줘』라고 말한 적도 없으며, 둘만 있을 때 『그림을 그리고 있어』라고 말한 적도 없었다.

린의 말대로, 나와 만난 것으로 리코는 그림을 그릴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 그런거야? 거기까지 생각하고 한기에 휩싸였다. 『μ's』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나는 리코를 혼자둔게 아닐까. 그림을 그리는 것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을 때까지, 리코를 내팽겨쳐둔게 아닐까.

「미안. 서두르지 않으면 빵이 없어져」
「알았다냐」
「먼저 부실에 가 있을게」

린과 하나요와 헤어져, 나는 매점으로 향하는 척 하고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그대로 속도를 낮추지 않고 미술실로 뛰어들었다. 역시 거기에는 1장의 유화가 그리다 만 채로 놓여 있었다. 그리다 만 채라고는 해도, 아마추어의 눈에는 이미 완성된게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완성에 가까웠다. 그리다 만 채라고 단언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한다면, 아직 『배』의 싸인이 들어가 있지 않은 점이었다.

「리코?」

그것은 눈 속에서 떠오르는 스테이지와, 거기서 춤추고 있는 9명, 즉 우리의 그림이었다. 그 눈에 파묻힌 회장에서 스케치를 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리코가 현장에서 본 광경을 그녀의 『마음의 눈』으로 여과한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것은 눈부실 정도로 반짝이고 있었다.

「리코?」

분함이 넘쳐나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나는 리코의 고독을 조금도 몰랐다. 캔버스를 둔 선반에는, 또 새로운 그림이 몇 개인가 있었다. 찾아낸 것에 목이 졸리는 것 같아 말을 잃었다. 새로운 캔버스 전부, 오른쪽 아래에 작게 『배』의 싸인이 들어가 있었다.

「리코…」

오픈 캠퍼스의 풍경. 강당 라이브의 풍경. 그리고 아키바의 할로윈 이벤트 후에 그린 것은, 스테이지 의상을 입은 나의 모습만이, 보는 순간 바로 알 수 있을 만큼 현실적으로 그려져 있었다. 그래. 리코는 혼자였다. 『μ's』의 니시키노 마키의 옆에서, 사쿠라우치 리코는 쭉 외톨이였다.

처음으로 리코와 이야기했을 때, 그녀는 『어린 왕자』를 인용해, 『소중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해』라고 말했었다. 나는 거기에 『제대로 눈으로 보고 나서 마지막에 마음의 눈을 쓰는거야』라고 아는 척을 했었다. 무엇을 잘난듯이 말하고 있어.

리코의 기분을, 『마음의 눈』을 열고 제대로 보려고 하지 않았던건 누구야.

『미안. 리코의 그림, 봐 버렸어. 만나고 싶어. 겨울 방학에 절대로 하루 비울게』

스마트폰를 꺼내 메일을 적었다.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은데도, 이제부터라도 함께 있고 싶은데도, 스쿨 아이돌인 나에게는 아직 『러브 라이브! 우승』이라는 사명이 남아 있었다.

 ………

「그럼, 최근에는 추우니까 컨디션에 신경 써」
「바이 바이! 내일도 화이팅이야!」

섣달의 빠른 황혼과 함께, 우리는 학교를 뒤로 했다. 연습 도중에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보고싶어서 견딜 수 없었지만, 리코의 답신이 긍정적이지 않았을 경우의 쇼크가 무서워서 볼 수 없었다. 그러니까, 완전히 혼자가 되었을 때 태연을 가장하며 스마트폰을 열었다.

완전히 해가 떨어진 통학로. 스마트폰의 밝은 빛이 나의 얼굴을 비췄다.

『치사하네. 마키는』

리코에게서의 답장은 그뿐이었다. 어떤 얼굴로 썼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치사해. 마키는. 실컷 외톨이로 내버려두 고. 일단락 지은 뒤에나 『만나고 싶어』라고 말한다. 리코가 말하는 것은 알겠는데도, 리코가 어떤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지를 전혀 모르겠다.

 화가 나 있는 걸까.

 슬퍼하고 있는 걸까.

 질려하고 있는 걸까.

 토라져 있는 걸까.

『미안. 그래도, 만나고 싶어』

도무지 밀당 같은 것을 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도 없고, 밀당처럼 계산적인 것을 쓸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다. 무엇을 써야 리코의 호감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생각할 여유같은건 없었다.

『리코를 만나고 싶어. 리코를 만나고 싶어. 리코를 만나고 싶어. 리코를 만나고 싶어. 리코를 만나고 싶어』

전신주에 기대어 반복했다. 『리』. 리코를. 만나고 싶어. 『리』. 한 글자만 선택하면 나머지는 자동적으로 변환되었다. 만나고 싶어. 함께 있는 상태조차 격차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떨어진 상태로는 채울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할리 없다.

전신주에서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몇 분 후에 메일이 와서, 낯선 집의 담에 기대었다.

환한 액정의 라이트가 다시 나의 얼굴을 비췄다.

『뭐야 그거. 부끄럽지 않은거야?』

부끄럽지 않아. 리코를 혼자 외롭게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이나 한심함에 비하면, 리코의 이름을 반복하는건 부끄러울리가 없었다.

『부끄럽지 않아. 전혀 부끄럽지 않아. 몇 번이라도 반복할 수 있어. 리코를 만나고 싶어』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집 앞에 왔을 때, 스마트폰이 메일의 착신을 알렸다. 방으로 돌아가서 읽자. 그런 식으로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을 리도 없고, 자신의 집 담에 기대어 스마트폰을 열었다.

『싫어. 전혀 전해져오지 않아. 마키의 목소리로 들려줘. 지금 당장 들려줘』

망설이지 않고 달렸다. 바깥에서 바람이 불어 통신이 흐트러지는게 싫어서 달렸다. 문을 빠져나가 현관을 가로질렀다. 부모님이나 가정부에게 『다녀 왔습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뛰어올라갔다. 다행히도 달리기 연습으로 단련된 덕분에 숨 한번 끊기지 않았다.

코트도 벗지 않고 라인의 통화를 열었다. 리코는 기다렸다는 듯이 응답했다.

『1분 30초나 지났어. 전혀 지금 당장이 아니야』
「미안. 리코를 만나고 싶어. 리코를 만나고 싶어. 리코를--」

곧바로 가로막혔다. 리코의 목소리는 추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식어 있었다.

『안 돼. 이야기가 되지 않아. 목소리만으로는 안 돼. 전혀 전해져오지 않아』
「리코…」
『제대로 내 얼굴을 보고 사과하지 않으면 안 돼』
「리코…?」

그것이 『만나고 싶어』라는 의미란걸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는 『마음의 눈』이 열려 있었다.

『있잖아, 제대로 사과해줄래?』
「알았어. 절대로 사과할테니까. 절대로 절대로 사과할테니까」

리코의 마지막 말은 울먹이는 소리였다. 심장을 걸레처럼 쥐여짜이며 통화를 끝냈다. 크리스마스를 제외하면, 그야말로 섣달 그믐날까지 『μ's』의 연습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크리스마스의 다음 날을 골라서, 『절대로』 그 날은 함께 있겠다고 맹세해, 리코와의 약속을 잡았다.

 ………

리코와 학외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라고 생각한다.

아침 밥을 먹고, 입고 갈 옷을 고르면서 그런 일을 깨달았다. 반년 이상이나 친구로 있으면서, 휴일에 함께 논 적도 없었다. 평일은 9명이서 보내고, 일요일은 혼자 있는 것이 당연했다. 원래부터 여럿이서 지내는 것을 잘 못하던 나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딘가 우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꺼운 스웨터에 체크 스커트. 검은색 하이삭스. 감색의 피코트. 크리스마스에 산타씨가 선물해 준 캐시미어의 하얀 머플러를 감아 약속 장소인 역에 왔다. 역전에 있는 UTX 학원의 커다란 모니터는, 오늘도 질리지 않고 『A-RISE』의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우리들은 이 녀석들을 쓰러뜨렸다. 그 눈 오는 날의 라이브는 동영상 사이트에서 몇 만번이나 시청되고 있었다.

「저기, 어째서 으스대고 있어?」

등 뒤에서 차가운 물이라도 끼얹어진 기분으로 돌아보았다. 꽃무늬 원피스에 핑크 코트를 걸친 리코가, 이상하다는 얼굴로 서 있었다. 그 위화감에, 학외에서 리코와 만나는건 처음이라고 확신했다.

「리코. 안녕」
「안녕, 마키. 할 말은 그것 뿐?」

차가운 대사를 듣고 『마음의 눈』이라는 것을 의식했다. 그 순간, 리코가 연 『마음의 눈』과 확실히 시선이 교차했다. 리코가 원하는게 사죄 같은게 아니라는 것이 아플 정도로 전해져 왔다.

「보고 싶었어」

리코가 고개를 숙였다. 수줍어하는 얼굴을 숨기듯이 뺨과 입술에 힘을 주었다.

「그래. 만나서 다행이네」

응. 수긍하며 걷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전철을 탔다. 오늘도 물론 『μ's』의 연습은 있었지만, 아무래도 크리스마스 이브에 별장의 베란다에서 별을 보다가 『감기에 걸렸다』는 것 같다. 덕분에 8명 전원에게서 몸 상태를 걱정하는 메세지를 받고 있다.

그런 나는 지금, 『플라네타리움에 간다』라는, 반년 전에 한 약속을 완수하려고 한다. 이 정도의 약속을 지키는데 반년이나 걸린 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면서.

「좋은 머플러네」
「이브의 밤에 산타씨가 주었어. 산타씨는 굴뚝으로 들어오니까 산의 별장에서 지내」
「좋겠네. 마키는 별장이 있어서. 우리 집은 맨션이니까 와주지 않아」
「환기팬이라든지 떼어두면 되는거 아니야?」

저런거 뗄 수 없어, 아마. 리코가 웃는다. 이렇게 있어도 특별한 느낌은 없는데도, 당분간 만나지 못하게 되면 외로워진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μ's』라는 또 하나의 있을 곳이 있는 나보다, 리코 쪽이 훨씬 더 크다. 이 점이 매우 불공평했다.

「저기. 플라네타리움은 누구랑 갔어?」

전철에서 내려 걸으면서, 문득 신경이 쓰여서 물었다. 『누구였지?』. 얼버무리는 리코에게 달라 붙었다. 『애인이야?』. 나로서는 집요했을지도 모르지만, 리코는 화내지도 않고 『애인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었나』라고 대답해, 나는 그 대답에 질릴 정도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마키는? 애인 있었어? 있어?」

리코의 말에는 언제나처럼 거북함이 없었다. 『고백된 적은 있어』. 정직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나에게 고백한건 시험같은거니까』. 이어서 말하자 리코가 웃는다. 『뭐야 그거. 왜? 마키가 요괴라서?』. 『틀려』. 리코의 머리를 콩 두드렸다. 머리카락이 너무 매끄러워서 물에 닿은건가 생각했다.

「10시 반에 하는 회차로 할까」
「헤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구나?」

티켓을 사서 입장했다. 100명쯤 들어가는, 스크린이 없는 영화관 같다. 고개를 들자, 천장이 둥근 스크린이라는 것을 바로 알았다. 릴렉스 할 수 있는 좌석과 투명한 힐링 음악.

「뭐야 이거 잘 것 같아」
「후훗, 나는 잔 적이 있어」
「아까우니까 잠들면 깨워줘」
「그럼, 내가 자 버리면 마키가 깨워줘」

『어두워지면 자는지 안 자는지 몰라』. 플라네타리움의 불빛이 꺼졌을 때, 리코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잠에 빠지면 땀을 흘려서 체온이 내려가』. 겨울의 밤하늘이 올려다 보고있는 일대에 퍼져, 손에 닿을듯한 입체감으로 다가온 순간, 나는 마찬가지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이렇게 하면 알겠네』. 겨울의 별자리에 관련된 신화적인 해설이 시작되자, 리코는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나의 손을 붙잡았다. 『알 수 있어』. 대답하며 그 손을 마주 잡았을 때, 우리가 깜빡 잠들었을 때의 리스크를, 다행스럽게도 완전히 피할 수 있었다.


「아-아, 마키의 평소 행동 탓이야」
「일기 예보에서는 60%의 확률이었어」

플라네타리움을 나왔을 때, 비가 뚝뚝 내리고 있었다.

「60% 쪽에 주사위를 굴린 것은 마키의 평소 행동 탓이야」

이 비는 저녁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고, 기온에 따라 눈으로도 변한다고 한다. 『μ's』의 멤버들은 옥상에서 체육관으로 대피 했을지도 모른다. 『러브 라이브!』 본선 출전이 정해지고 나서는, 다른 동아리의 협력을 얻어 연습 장소를 빌리는 경우도 늘어났다.

「내 행동 어디가 나빴는데?」
「나를 외롭게 한 부분일까. 이건 눈물비야」

오랫만에 도시락을 만들었으니까 어딘가에서 먹자. 정했었지만, 푸른 하늘 아래에서는 먹을 수 없어져서, 상의한 결과, 플라네타리움이 있는 과학관의 처마 밑을 빌리기로 했다. 벤치를 찾아서 앉았다. 리코가 평소와 같은 도시락통을 열었다. 방울 토마토와 슬라이스된 삶은 달걀이 적당하게 들어있고, 고기 완자와 가지 볶음·시금치 무침 등도 들어있었다. 좋은 의미로 보통의 도시락이었다.

밥은 샌드위치였지만.

「어쩐지 공들였네」
「『날림』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어서」

평소에는 이런 느낌이야. 이쑤시개가 아니라 젓가락을 건네받았다. 겨울에 코트를 입고 처마 밑의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을 필요는 없잖아. 평상시의 나였다면 합리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자, 아~앙」
「뭐 하는 거야. 둘만 있는게 아니잖아」
「오늘은 단 둘이야」

리코의 진지한 얼굴에 가슴이 찔려 입을 열었다. 방울 토마토의 달콤함이 스며들었다. 나는 얼마나 리코에게 고독을 맛보게 해왔던걸까. 정말로 독점하고 싶었다면, 내 쪽도 고독해야 대등한데도.

점심을 끝내고 현지로 돌아왔을 무렵에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가능한 한 밖을 걷지 않도록, 노래방에서 노래하거나, 서점에서 나란히 잡지를 서서 읽거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드링크를 한 손에 들고 이야기하거나 했다. 해가 짧은 겨울이라,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왔을 무렵에는 아직 5시였지만 밤에 가까웠다.

세찬 비가 밤의 어둠을 적셨다.

겨울로서는 드물게 본격적인 비라서, 가져왔던 접는 우산을 꺼내려다가 멈췄다. 근처에 있던 편의점에서, 70센치의 큰 비닐우산을 샀다. 기세 좋은 소리를 내며 펼치자, 둘이서 충분히 들어갈 수 있어 보였다. 키가 비슷했던게 마침 좋아서, 둘이서 우산 자루를 꽉 쥐었다.

「제대로 일기 예보를 보고 나왔으니까. 접는 우산 정도는 가지고 있어」
「나도 가지고 있어」

그럼, 왜 우산을 샀어. 라는 식어버리는 츳코미는 서로 그만두기로 했다. 가방이 젖지 않게 앞으로 돌려 한 손으로 안았다. 반대쪽 손은 물론, 두 사람의 우산 자루를 잡고 있었다. 비는 세차지만 바람이 강하지 않은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러니까, 우산을 잡고 있는지 리코의 손을 잡고 있는지 모를듯한 어중간하게 잡는 법이라도, 날아갈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역까지의 짧은 거리를, 우리는 천천히 아쉬워하며 걸었다. 작은 투명의 돔이, 녹아 내리는 밤으로부터 나와 리코를 지키듯이 감싸고 있다. 단 둘. 리코의 말이 무겁게 짓눌러왔다. 오늘, 즐거웠지. 응. 짧은 회화에도 마음의 수위가 올라 버린다.

「그 메일, 영구 보존했어」
「그 메일?」
「만나고 싶어라고 반복했던거」
「싫어그런거삭제해」

싫어. 리코의 손가락에 힘이 담겼다. 마음대로 해. 포기했다. 나는 리코를 만나고 싶어서, 리코는 분명 그 이상의 기분으로 나를 만나고 싶어서, 그렇지만, 내일부터의 나는 다시 『러브 라이브!』의 연습으로 돌아간다. 『μ's』의 니시키노 마키로 돌아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9명의 여신님 중 하나가 된다.

「다음에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
「개학식 때 만나잖아」
「그런 의미가 아니야」

대답하자마자 눈치챈 것을, 빗소리에 지지 않을 목소리로 리코가 거듭 확인했다. 그러니까 나도 비에 지워지지 않을 목소리로 약속하기로 했다.

「『러브 라이브!』가 끝나면」

9명의 앞으로는 정하지 않았다. 니코쨩들 3학년이 빠진 뒤 『μ's』를 어떻게 할지는, 조만간 마주보아야 하는 과제지만, 아직 그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해 아무도 입에 담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 투명한 우산 아래에서, 나의 마음은 거의 정해져 있었다.

「우승. 할 수 있으면 좋겠네. 응원하고 있어」
「응. 응원해줘」

역에 도착했다. 우산을 든 손가락을 엮은 채로 마주보았다. 평일의 저녁이라, 주위에는 퇴근하는 사람들이 잔뜩 걷고 있었는데도, 지금까지 중 가장 『단 둘』이 되었다. 차가운 비는 아직 비인 채로, 나와 리코는 하얀 입김이 섞일 듯한 거리에서 이별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소중한 것은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알고 있다. 그래도, 지금 『마음의 눈』을 뜨면, 『μ's』의 모두보다도 소중한 것이 보일 것만 같았다. 그렇게 되었을 때, 『러브 라이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도, 리코를 우선시해버릴 것 같아 무서웠다. 그러니까 나는 『마음의 눈』을 닫은 채로, 리코의 젖은 눈동자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럼 안녕」
「응」

리코가 우산에서 떨어져 개찰구로 향했다.

나는 보르도색의 긴 머리카락이 완전히 보이지 않을 때까지 눈으로 뒤쫓았다.

「리코」

『마음의 눈』을 조금 열자, 리코가 떠나간 비 내리는 밤은 놀랄 정도로 어두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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